[파이낸셜뉴스] 국가유산청은 경상북도 안동시 예안면 '안동 전주류씨 삼산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5일 밝혔다. '안동 전주류씨 삼산고택'은 삼산 류정원(1702~1761)의 향불천위를 모시는 고택이다. 류정원의 아버지 참판공 류석구가 계유년(1693)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330여년간의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다. 택호인 '삼산'은 류정원이 고택의 안마루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앞산의 산봉우리 셋이 나란히 보이는 것을 보고 자신의 호를 삼산(三山)으로 정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이후 고택이 위치한 마을의 이름으로도 불리게 됐다. 고택은 안채, 사랑채, 사당, 외양간채, 대문채 등 총 5동으로 구성돼 있다. 경북 북부지방의 전형적 ㅁ자형 뜰집 형태이면서도, 안채와 사랑채가 별동으로 지어져 내·외 공간 구분이 명확한 편이다. 건물 곳곳에는 문, 창호, 난간 구조나 골격 등 다양한 수장재가 남아 있어 조선 후기에 형성된 반가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안채의 경우 안방이 대청과 나란히 중심 공간을 반분해 배치돼 있다. 이는 안동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형태인 대청마루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안방과 상방을 두는 평면구성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또 안채 정침은 一자형의 팔작지붕이고, 아래쪽으로는 좌우 익사와 중문채가 ㄷ자형으로 배치된 단순한 지붕 형태를 보인다. 이는 각 공간의 축조 시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편, 류정원은 일생 '주역'을 깊이 연구해 '역해참고'와 '하락지요' 등의 저술을 남겼다. 관직으로는 현감을 거쳐 사도세자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활동했고, 이후 대사간과 호조참의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방관으로 재직할 당시 선정을 베풀어 많은 칭송을 받았는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모범사례로 11회나 등장할 정도로 당대 명망이 높았다. 또 삼산고택은 33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10여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05 10:54:20[파이낸셜뉴스] 국가유산청은 '의친왕가 복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의친왕가 복식'은 의친왕비 연안 김씨(1880~1964)가 의친왕(1877~1955)의 다섯째 딸 이해경 여사에게 전해준 것이다. 의친왕비는 궁내부특진관 등을 지낸 김사준의 딸로 1893년 간택 과정을 거쳐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과 혼례를 올렸으나 자녀는 없었다. 이 복식은 왕실 여성 예복 중 겉옷인 원삼과 당의 및 스란치마, 머리에 쓰는 화관, 노리개, 궁녀용 대대(허리띠)로 구성됐다. 경기여고 경운박물관이 이해경 여사로부터 기증받아 소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측은 "이번에 지정 예고된 의복과 장신구는 유래가 명확하고 착용자 지위에 따른 궁중복식의 특징과 다양성을 보여 주는 실물 자료로써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2-26 14:04:04'교방무(敎坊舞)의 대가' 천명선 명무가 오는 12월 4일 서울 강남구 국가유산진흥원 민속극장 ‘풍류’ 무대에 오른다. 교방무는 조선시대 궁중 음악과 무용에 관한 일을 담당하던 관청인 '교방'에서 가르치고 배웠던 모든 춤을 이르는 말로, 천명선의 춤사위는 전통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해석이 조화를 이뤄 극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수건과 부채를 양손에 들고 사뿐사뿐 미묘한 발 디딤으로 이어지는 춤 사위는 고요히 흐르는 구름 같고, 눈발 같은 움직임이 장단과 어우러져 바람결 같은 추임새를 만들어낸다”는 평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교방춤을 '기생춤'이라고 낮춰 부르기도 하지만 교방무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전통예술의 한 장르다. 교방무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교방 소속 예인들이 익히고 공연했던 것으로 고도의 기술과 예술적 감각이 요구되는 격조 높은 춤사위여서다. 게다가 천명선의 춤은 옛것을 단순히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천명선류'라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조해냈을 만큼 새롭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일본을 본거지로 활동해온 천명선은 지난 40여년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펼친 각종 공연을 통해 교방무와 한국 전통춤을 해외에 알리는 데도 앞장서왔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 풍류를 대표하는 교방무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천명선 명무는 지난 2022년 외교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1-26 17:21:38국가유산청은 전국 민속마을 주민대표 10명을 '국가유산 안전환경대사'로 위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 국가유산청에서 열린 위촉식에는 10개 민속마을의 각 보존회가 추천한 주민 10명이 참석했다. 10개 민속마을은 국가민속문화유산 고성 왕곡, 아산 외암, 성주 한개, 영주 무섬, 경주 양동, 안동 하회, 영덕 괴시, 제주 성읍, 사적 순천 낙안, 국가등록문화유산 칠곡 매원 등이다. 현재 민속마을은 주민 상당수가 고령자로 재난 발생 시 신속한 판단과 초동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주택 대부분이 목구조로 화재에 취약하다. 국가유산청은 매년 민속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연극, 영상, 현장실습으로 구성된 맞춤형 안전관리 교육을 실시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국가유산 안전환경대사는 오는 9월 1일부터 2년간 주민 생명과 국가유산 보호를 위해 마을에서 안전 위험요소를 사전에 발굴한다. 안전조치 방안을 위한 주민 의견도 수렴하고 주민들의 국가유산 안전교육 참여를 독려한다. 국가유산청 측은 "이번 안전환경대사 위촉을 통해 주민 스스로 마을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민속마을 조성에 기여하는 민관협력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8-28 14:52:35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항일 투쟁에 나선 면암(勉菴) 최익현(1833∼1907)의 옷과 신발이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면암 최익현 관복 일괄'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면암 최익현은 구한말 대표적인 우국지사로 꼽힌다. 사헌부 지평, 사간원 정언 등 여러 관직을 지낸 그는 1905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 체결에 반발해 전북 태인(지금의 정읍)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70대 나이에 의병장 활동으로 체포돼 대마도에 유배된 그는 1907년 순국했다. 이번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된 유물은 단령(團領), 사모(紗帽), 삽금대(鈒金帶), 호패(號牌), 목화(木靴) 등 총 5건이다. 단령은 관직에 있는 사람이 입던 옷으로, 최익현이 당하관을 지내던 1855∼1870년에 착용한 것이다. 조선 후기 당하관이 입던 단령 형태와 제작 양식을 따르고 있다. 관복을 착용할 때 머리에 쓰는 사모는 당상관 관직을 받은 1870년 이후에 쓴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제작 기술과 재료를 살펴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 허리에 두르던 띠인 삽금대는 19세기 말 공예 기술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이다. 삽금대는 무늬를 새긴 판을 띠의 둘레에 붙여 장식하는데, 개항기 조선에 소개된 합성 소재로 추정되는 재료로 바다거북의 등껍질 문양을 본떠 만든 점이 눈에 띈다. 오늘날의 주민등록증처럼 조선시대에 16세 이상 남성에게 발급했던 호패에는 '을묘'(1855년을 뜻함)라는 글자와 최익현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제작 연대와 착용자를 알 수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7-01 14:06:10[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하동 칠불사 아자방 온돌’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지리산 반야봉 남쪽 자락에 있는 칠불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로, 1세기경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출가해 성불했던 암자인 칠불암이 이어진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칠불사 경내에는 이른바 ‘아자방’으로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선방(禪房)이 있는데, 이는 스님들이 벽을 향해 수행할 수 있도록 방 안 네 귀퉁이를 바닥면보다 한 단 높게 구성함으로써 ‘아(亞)’ 모양의 아자형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다. 아자방 온돌은 신라시기 때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진행된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고려시대의 유물(와편, 기단석, 확돌 등)과 함께 기타 여러 기록 자료에 의하면 아자방 온돌은 선종 사찰의 선방으로서 그 기능을 유지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옛 선비들이 지리산을 여행하고 남긴 각종 지리산 유람록, 일제강점기 발행됐던 신문 기사 등 당시의 자료들을 통해서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청 측은 “아자방 온돌은 우리나라 전통 온돌문화와 선종 사찰의 선방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유산”이라며 “불교사와 건축사 등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고, 현존하는 사례 중 희소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지정 가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2-22 11:00:15[파이낸셜뉴스] 문화재청은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경남 하동 칠불사 아자방 온돌'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과 의견 수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아자방 온돌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아자방 온돌은 우리나라 전통 온돌 문화와 선종 사찰의 선방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신라 때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리산 반야봉 남쪽 자락에 위치한 칠불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관리를 받는 말사로, 1세기경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출가해 성불했던 암자인 칠불암이 이어진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칠불사 경내에 있는 '아자방(亞字房)'은 독특한 형태의 선방(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을 하는 방)이다. 스님들이 벽을 향해 수행하는 면벽수행을 위해 방안 네 귀퉁이를 바닥면 보다 한 단 높게 구성함으로써 '亞' 모양의 평면을 이룬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다. 이 온돌은 만든 이래 1000년을 지내는 동안 한 번도 고친 일이 없다고 전해진다. 불만 넣으면 상하온돌과 벽면까지 한 달 이상 따뜻하다. 지난 2017년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와편(깨진 기와 조각)·기단석(건축물이나 비석 따위의 기초로 쌓는 돌)·확돌(아궁이 문을 고정하는 용도의 홈이 파여져 있는 돌) 등 고려시대 유물, 기타 여러 기록 자료에 의하면 아자방 온돌은 참선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중요시 하는 불교종파인 선종 사찰의 선방으로서 그 기능을 유지해 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0-06 14:40:27[파이낸셜뉴스] 중국 관광의 1번지로 불리는 광시좡족자치구(광시성)이 한국에 손을 내밀며 초대장을 전했다. 오는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중국 계림에서 열리는 계림예술제와 달라진 관광 인프라 등을 알리면서 한국인들을 초청했다. 중국 중앙정부와 광시성 정부가 공동으로 세계적 예술제로 육성 중인 계림예술제의 올해 주제는 '화경(化境)'. "자연과 예술, 전통과 미래 사이의 깊은 공생과 융합의 관계를 전하고 강조하다"이다. 한류 광시문화관광청 청장은 27일 "오는 10월 인천과 광시성 핵심 관광지인 계림 사이의 직항 복원 등 직항로도 확대된다"면서 한국과 광시 사이의 인적 교류 확대를 기대했다. 앞서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2층 국화홀에서 열린 광시좡족자치구(광시성) 문화관광설명회를 주최한 한 청장은 주춤했던 한국과 광시와의 인적·문화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오는 10월에 있을 계림예술제에 대해 정성 들여 설명했다. 문화관광 설명회와 오후에 삼성동 가빈아트홀에서 열린 '2025 계림예술제 한국 특별 홍보회'에서도 한류 청장 등 광시좡족자치구 당위원회 선전부, 광시문화관광청, 중국 중앙희극학원, 계림시 당위원회 및 시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계림시 정협 주석 겸 예술제 조직위원회 부주임인 천리화, 예술제 조직위원회 주임 겸 중앙희극학원 원장(총장)인 하오룽, 중국 국립 석탄문공단 단장인 진동 국민배우 등이 참석했다. 한국측에서는 손정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손정우 이사장, 중국적 전통과 한국 연극계의 통찰의 융합을 기대 손정우 이사장은 축사에서 "2025 계림예술제가 아시아 국제 홍보의 첫 행선지로 서울을 선택한 것은 한국 연극 생태계에 대한 높은 신뢰의 표현이며, 양국 간 깊은 문화적 연대와 신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림예술제는 '산수갑천하'라는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동양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술표현을 통해 중국 내 영향력 있는 대표 예술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양국의 문화 전통과 미적 취향은 접점을 가지고 있어, 협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연극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혁신 정신을 특징으로 하고, 중국 연극은 여백의 미와 사실주의가 공존하는 미학적 전통을 지닌다고 손 이사장은 덧붙였다. 이어 천리화 계림시 정협 주석은 △선경산수 유람여행 △민속·무형문화유산 체험여행 △아웃도어 액티비티 여행 등 세 가지 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계림 관광 문화 테마 노선이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또 예술제 예술총감독인 류싱린 중앙희극학원 교수는 "2025년 예술제는 연극을 중심으로, 음악, 미술, 예술교육, 문화포럼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을 통합한 다층적 예술도시로서 계림의 정체성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수+예술'이라는 계림예술제의 핵심 전략을 지속 강화해 나가며, 국내외 우수 연극 18편을 초청해 연극, 뮤지컬, 아동극, 인형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문명 간 창작 교류와 예술 표현의 상호 이해를 적극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오룽 원장, 경계를 넘어 한중간 공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이어 예술제 예술위원회 위원이자 중국석탄문공단 단장인 진동은 2025년 주요 공연작을 소개했다. 개막작인 '희오(戏悟)', 폐막작 뮤지컬인 '웅사소년'을 비롯해, 중앙희극학원, 중국국가화극원, 중국아동예술극원이 공동 제작한 '베이징인', '난릉왕', '서유기' 1부 등이 주요 작품으로 소개됐다. 또 중국과 프랑스 공동 제작인 '해저 2만리', 중국·러시아 합작 연극 '갈매기', 한국 가족극 '두들팝', 광시 전통 인형극 '국보 이야기—동봉등' 등도 라인업에 포함됐다. 예술제 조직위원회 주임이자 중앙희극학원 원장(총장)인 하오룽은 "계림예술제는 중국 남부에서 가장 국제적인 영향력을 갖춘 예술제로서, '계림에 뿌리 내리고 세계를 향한다'는 철학을 지켜왔다"고 밝혔다. 그는 "'화경'은 단순한 미학적 탐색을 넘어 문화적 책임이자 문명 간의 대화"라고 강조하며 "예술은 언어와 경계를 넘어야 한다. 마치 이강과 한강처럼 흘러가고, 서로 만나는 것, 그 안에서 공명을 통해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고 말했다. 하오 원장은 "한국 행사를 성공적으로 열고 마칠 수 있게 해 준 손 이사장과 김보연 총괄 프로듀서 등 한국 측 예술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2025-07-27 14:55:57[파이낸셜뉴스] 조선 고종(재위 1863∼1907)이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1858~1902)에게 하사한 전통 가구가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이 소장한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가로 114.9㎝, 세로 54.6㎝, 높이 180.3㎝ 크기의 나전산수무늬삼층장은 19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은 옻칠 바탕에 나전의 오색영롱한 빛이 정교하게 장식돼 있다. 정면과 양쪽 측면은 전통 회화와 공예가 결합한 산수 문양, 문자 등이 어우러지며 6개의 문짝 안쪽에는 밝고 화려한 색채로 화초, 돌 등을 그려 넣었다. 나전 삼층장은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가문에서 대를 이어 보관해 온 유물이다. 감리회 선교사였던 아펜젤러는 1885년 조선에 와 청년들에게 영어와 신학문을 가르쳤으며, 1887년 서울에 벧엘예배당(현 정동제일교회)을 설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은 2022년 아펜젤러의 외증손녀인 다이앤 도지 크롬 여사로부터 삼층장을 기증받았다. 크롬 여사는 아펜젤러의 둘째 딸인 아이다 아펜젤러의 손녀다. 당시 박물관 측은 아펜젤러 가문의 가계도, 소장 경위 등을 토대로 아펜젤러가 한국 근대 교육에 헌신한 공로 등을 인정해 고종이 하사한 유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나전 삼층장은 유래가 명확하고, 고급 재료와 정교한 기술이 더해져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층장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 이후 왕실과 상류층에서 유행했다. 왕실의 자녀가 분가하거나 출가할 때 준비하는 생활필수품으로도 여겨졌다. 국가유산청 측은 "19세기 말 대한제국 황실과 서양 선교사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로, 유사한 크기와 제작 양식을 갖춘 삼층장이 국내외를 통틀어 극히 희소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23 10:58:12[파이낸셜뉴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 대형 산불에 타버린 경상북도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 청송 사남고택에 대한 정밀수습조사를 마치고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경북 지역 산불 재난으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 조사와 전소된 보물 2건, 국가민속문화유산 1건 등 국가지정문화유산 3건에 대한 정밀수습조사를 최근 완료한 상태다. 정밀수습조사 결과 '의성 고운사 연수전'에서는 목부재 2점과 철물 206점, 기와 75점 등 부재 283점이, '가운루'에서는 목부재 113점, 철물 151점, 기와 5점 부재 269점이 수습됐다. 청송 사남고택에서는 목부재 13점, 철물 43점, 기와 14점, 기타 2점 등 부재 72점이 수습됐다. 국가유산청은 관계전문가 현장 조사와 논의를 거쳐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지정 해제 여부를 검토한다. 국가유산청은 산불로 피해 입은 국가유산에 대해 소유자, 지자체,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고증절차 등에 대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세부 복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중요성, 시급성 등을 고려해 연차적으로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국가유산청은 산불 피해로 인한 잔해물 정리와 문화유산 복구를 위한 긴급보수비 27억원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21 10:5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