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수씨 별세· 강수진씨(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부친상=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오전 10시. (02)3410-3151
2024-04-28 11:11:13[파이낸셜뉴스] 국립발레단 버전 레퍼토리 ‘해적’의 안무가 송정빈이 두 번째 전막 발레 ‘돈키호테’를 오는 12~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강수진 단장은 5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돈키호테’를 재안무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재임기간 늘 대한민국만의 발레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재안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강단장은 “‘허난설헌-수월경화’ ‘호이 랑’ ‘해적’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발레가 세계 여러 국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다고 확신했다”며 “이번 ‘돈키호테’는 안무적·테크니적으로 한국발레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돈키호테, 기존 3막에서 2막 작품으로 거듭나 앞서 국립발레단은 다시 보고 싶은 발레 작품을 조사했는데 그중에 ‘해적’과 ‘돈키호테’가 있었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여 서양 관객도 친숙한 고전 발레를 선택했다. 국립발레단 버전 ‘돈키호테’는 기존 3막 작품을 2막으로 줄이고 인터미션 포함해 2시간 내로 맞췄다. 발레 ‘돈키호테’는 원작소설과 달리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돈키호테는 지나가는 행인에 가까웠다. 송정빈은 “기존 작품과 달리 돈키호테의 비중을 높였다”며 “기존에 마임만 하던 돈키호테에서 벗어나 테크닉을 요구하는 동작도 많이 넣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시대 관객에 맞춰 빠르고 유쾌한 전개를 선보인다. 특히 2막 드림신은 대폭 수정하여 원작과 완전 다르다. 구체적으로 1막 1장 바르셀로나 광장신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1막 2장 집시촌은 시대 변화에 맞춰 유랑단으로 교체했다. 돈키호테는 유랑단의 연극을 보다 풍자로 돌진한다. 2막 1장 드림신에서 돈키호테는 꿈속에서 자신의 이상형 둘시네아와 사랑의 파드되(2인무)를 춘다. 이때 젊은 시절의 돈키호테가 등장한다. 2막 2장은 원작을 고스란히 살렸다. ‘돈키호테’의 하이라이트인 여주인공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와 ‘결혼식 그랑 파드되’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송정빈은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이야기의 개연성을 높였다”며 “동시에 고전은 고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 원작의 강점을 최대한 살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돈키호테’가 사랑받는 이유로 “화려한 테크닉과 볼거리”를 꼽으며 “특히 결혼식 장면은 무용수들이 해보고 싶어하고, 발레 갈라쇼에서도 많이 선보인다. '돈키호테' 하이라이트 장면은 원작 그대로”라고 말했다. “처음 재안무 의뢰를 받고 두려웠다. 하지만 단원과 소통하면서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자, 한번 해보자, 해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는 그가 첫 안무한 ‘해적’이 발레의 본고장 유럽 진출이 예고된 탓도 있을 것이다. ‘해적’은 올해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 발레의 본고장 유럽·북미 7개국 투어를 추진한다. 첫 안무작 '해적' 오는 5월 독일 초청 "K발레 유럽서 통할지 기대 반, 두려움 반" 국립발레단 버전 '해적'은 오는 5월 독일 비스바덴 주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곳에서 열리는 100여년 역사의 ‘2023 인터내셔널 메이 페스티벌’에 파격적 조건으로 초청됐다. 송정빈은 “국립발레단 만의 클래식 레퍼토리를 만들어보자는 비전 하에 ‘해적’을 재안무하게 됐는데,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고전 발레 작품으로 해외에 나가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과연 유럽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경”이라고 했다. 이어 “'해적'에는 한국적 정서가 어느 정도 녹아있다”며 “요즘 K팝이나 K드라마에 투영된 우리 정서가 외국에서도 통하니까, K발레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부연했다. 또 그는 강수진 단장이 임기 중 추진한 사업 중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발레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 프로젝트는 내게 또 다른 꿈을 갖게 해줬다”며 "다른 단원들 역시 퇴근 시간 후에 각자 연습하며 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4-06 10:04:21[파이낸셜뉴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은 국립발레단과 문화예술 분야 자료의 수집·보존·이용 활성화를 위해 교류하고 협력하고자 하는 업무협약을 27일 단장 겸 예술감독 사무실에서 체결했다. 국립발레단은 1962년 창단된 최초의 직업발레단으로 올해 6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 최정상 무용수 80여 명과 함께 세계적인 명작 및 고유 창작 발레 레퍼토리로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은 1979년에 개관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자료관(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정보관)을 전신으로 하는 예술기록 수집, 보존, 열람 서비스 전문기관이다. 협약 주요 내용은 △예술자료 수집과 보존을 위한 기증과 기탁 △예술자료 보존과 활용을 위한 디지털화 및 공동 활용 협력 △예술자료 공유 및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연구, 교육 등 연계사업 협력 △아카이브 구축과 운영을 위한 기술정보 교류 등이다. 예술위 관계자는 “이번 예술위와 국립발레단의 협약을 계기로 무용 분야 다양한 활동 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창작과 연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아카이브 운영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0-28 09:21:11【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서구문화재단은 국립발레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예술체험 프로그램 ‘국립발레단과 함께 하는 꿈나무 교실’을 준비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발레수업과 공연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기 청소년에게 발레를 통해 올바른 신체 사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발레에 재능 있는 미래의 발레리나·발레리노 육성을 목표로 한다. 대상은 서구 거주 소외계층 초등학생 3~4학년 학생이다. 참가자들은 오는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서구문화회관에서 국립발레단의 수준 높은 발레 교육을 받고 수업이 종료되는 11월 중 국립발레단 단원들과 함께 ‘Fly Higher with KNB’ 합동 공연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재단은 참여 학생에게 수업에 필요한 레오타드 등 각종 발레용품과 수업료를 무료 지원한다. 모집 기간은 11일부터 17일까지이며 총 20명의 학생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05-11 12:40:42[파이낸셜뉴스] 국립발레단이 단원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으로 연말 발레 공연 '호두까기인형'의 일부 회차를 취소한다고 9일 밝혔다. 국립발레단은 지난 4일과 5일 대구에서 '호두까기인형' 공연중이던 국립발레단 내에 코로나 19 확진 단원이 발생하면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예정됐던 '호두까기인형'의 14일~19일까지의 8회차 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21일부터 26일까지의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 이후 국립발레단의 직원과 단원, 스탭들은 전원 PCR 검사 후 음성 확인을 받았다. 하지만 방역지침에 따라 일부 단원이 수동감시자 및 자가격리자로 분류되면서 향후 공연과 연습일정 등에 차질이 생겨 일정 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국립발레단은 설명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12-09 18:31:36국립발레단이 블록버스터 '라 바야데르'를 들고 돌아왔다. 국립발레단은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엿새 동안 클래식 전막 발레 '라 바야데르'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총 3막으로 구성된 화려한 무대와 120여명의 무용수, 약 200여벌의 의상 등 다양한 볼거리로 '발레계의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대작이다.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사 '솔로르', 세상의 모든 권력을 가진 공주 '감자티', 니키아를 흠모한 제사장 '브라만'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욕망을 그린 비극적인 드라마로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에 관객에게 다시 선보이게 됐다. 이번 작품은 2013년 국립발레단이 '라 바야데르'를 초연했을 때 선보인 버전이다.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는 당시 기존에 볼쇼이 발레단에서 선보였던 버전과는 다르게 국립발레단의 특성을 살린 '국립발레단 버전'을 재탄생시켰으며 초연 이후 화려함과 웅장함을 두루 갖춘 군무와 러시아 발레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각 캐릭터의 연기가 작품에 풍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4-26 18:03:39신고전주의 발레 창시자로 꼽히는 조지 발란신의 '쥬얼스'(10월20일∼24일)가 올해 국립발레단 신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새로운 작품에 목말라했던 관객들에겐 꽤 흥미로운 소식일 것 같다. 조지 발란신(1904∼1983)은 미국에서 활동한 러시아 출신 안무가다. 20세기 고전발레계 가장 영향력 있던 인물이다. '쥬얼스'는 포레, 스트라빈스키,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플롯 없는 디베르티스망 형식으로 만든 3막 작품이다.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세 가지 빛나는 보석을 음악, 의상, 춤으로 표현해냈다. 에메랄드에선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 루비는 발랄하고 강렬한 톤이다. 다이아몬드에선 화려한 군무와 고난도 테크닉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지난해 신작으로 선보였던 '해적'(3월 24~28일)이 올해 다시 올려진다.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송정빈이 재안무한 작품이다.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라 바야데르'(4월28∼5월2일)는 올해 5년만이다. 인도 힌두 사원을 배경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블록버스터 발레다. 존 크랭코의 유머가 돋보이는 희극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16일∼20일)는 올해 3년만이다. 지난해 올릴 예정이었으나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던 강효형의 안무작 '허난설헌-수월경화'(5월 22~23일)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중기 시인 허난설헌의 삶과 죽음을 잎, 새, 난초, 부용꽃 등으로 형상화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1-01-11 18:32:54[파이낸셜뉴스] 자가격리 기간에 일탈행위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국립발레단 전 발레리노 나대한씨(28)가 노동위원회에서 잇달아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이 이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근 행정소송을 내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나씨는 무용수들의 로맨스를 소재로 한 엠넷의 '썸바디'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는 2018년 10월 신입 단원 선발 오디션을 통해 국립발레단에 입단했고 지난해 1월 정단원이 됐다. 14일 공연계 등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0월 12일 나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과 같이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중노위는 나씨가 자가격리 지시를 엄격히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자체 자가격리 기간에 일본 여행을 한 것은 복무 규정상 품위유지 의무와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한 점을 토대로 징계사유는 있다고 봤다. 다만 나씨의 행위는 단체협약상 해고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고, 나씨가 정부의 공식적인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며 국립발레단이 나씨를 해고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정했다. 중노위는 국립발레단이 나씨에게 자가격리 지침 준수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주의나 경고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나씨와 유사한 비위행위가 드러난 다른 단원에 대해서는 정직의 징계를 한 점 등도 고려했다. 지난 6월 18일 서울지노위도 나씨에 대한 해고는 지나치다고 판정했다. 나씨가 일부러 국립발레단의 명예를 훼손하려고 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있으며, 징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서울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국립발레단 징계 절차의 적법성은 인정했다. 징계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 통지가 다소 늦어졌으나 위원들이 충분히 심의했고 나씨에게도 소명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에 징계 자체를 무효로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6일 중노위로부터 나씨의 복직 명령을 전달받고 불복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단원의 일탈 행위로 국립발레단의 위상에 심각한 위해가 생겼기 때문에 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발레단은 같은 달인 11월 20일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47·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가 국립발레단을 대리한다. 이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며 아직 첫 재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립발레단은 지난 2월 14~15일 '백조의 호수' 대구 공연 후 2월24일부터 3월1일까지 전 단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늘어나자 행한 자체적인 예방 조치였다. 하지만 나씨는 자가격리 기간 중인 2월 27일과 28일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관련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국립발레단은 3월 2일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고 같은 달 1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나씨를 해고했다. 정단원 해고는 국립발레단 창단 58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후 4월에 열린 징계위 재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오자 나씨는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12-14 09:45:36막이 열리자마자 발레리노들의 힘찬 군무가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해적들은 다른 나라의 약자들을 자신보다 낮게 여기는 불의한 나라 마젠토스의 왕을 향해 의로운 칼과 총을 들었고 결국 약자들을 해방시켰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던가. 국립발레단이 드디어 올해 처음 전막 공연을 무대에 무사히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봄 예정됐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된 끝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11월에서야 제대로 된 공연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일까. 이번 작품은 이전보다 더욱 공을 들인 티가 났다. 19세기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서사시 '해적'에서 모티프를 따 온 이 작품은 1856년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9월 초연을 했는데 이후 1998년과 2005년 공연을 거쳐 이번이 네번째 무대다. 하지만 앞의 세 번의 공연과 이번 공연은 차원이 다른 공연이다. 3막이었던 원작 발레가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2막으로 변했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도 바뀌었고 음악도 달라졌으며 안무 또한 송정빈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과거 노예시장에서 파샤에게 팔려가는 그리스 소녀 메도라와 귈나라의 캐릭터는 플로리아나 섬의 아름다운 소녀 '메도라'와 마젠토스 왕국의 대사제 '귈나라'로 재설정됐다. 시대가 변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성상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수정된 것이다. 노예로 누군가 구원의 손길만을 바라던 여성들은 새롭게 각색된 작품에서 조금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진화했다. 원작에서 해적들은 배가 난파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해적왕 콘라드는 옆나라를 침범해 노예무역을 당연시 여기는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배신자를 처단하고 해방시키는 홍길동적인 모습을 보이며 극을 해피엔딩으로 이끈다. 스토리의 진화도 눈여겨 볼만하지만 안무의 구성도 입체적이어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공연은 8일까지 이어진다. 박지현 기자
2020-11-05 16:27:51막이 열리자마자 발레리노들의 힘찬 군무가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해적들은 다른 나라의 약자들을 자신보다 낮게 여기는 불의한 나라 마젠토스의 왕을 향해 의로운 칼과 총을 들었고 결국 약자들을 해방시켰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던가. 국립발레단이 드디어 올해 처음 전막 공연을 무대에 무사히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봄 예정됐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된 끝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11월에서야 제대로 된 공연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일까. 이번 작품은 이전보다 더욱 공을 들인 티가 났다. 19세기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서사시 '해적'에서 모티프를 따 온 이 작품은 1856년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9월 초연을 했는데 이후 1998년과 2005년 공연을 거쳐 이번이 네번째 무대다. 하지만 앞의 세 번의 공연과 이번 공연은 차원이 다른 공연이다. 3막이었던 원작 발레가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2막으로 변했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도 바뀌었고 음악도 달라졌으며 안무 또한 송정빈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과거 노예시장에서 파샤에게 팔려가는 그리스 소녀 메도라와 귈나라의 캐릭터는 플로리아나 섬의 아름다운 소녀 '메도라'와 마젠토스 왕국의 대사제 '귈나라'로 재설정됐다. 시대가 변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성상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수정된 것이다. 노예로 누군가 구원의 손길만을 바라던 여성들은 새롭게 각색된 작품에서 조금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진화했다. 원작에서 해적들은 배가 난파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해적왕 콘라드는 옆나라를 침범해 노예무역을 당연시 여기는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배신자를 처단하고 해방시키는 홍길동적인 모습을 보이며 극을 해피엔딩으로 이끈다. 주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낸 것 또한 마음에 든다. 콘라드의 오른팔이었다가 배신하는 '비르반토'와 콘라드가 구출해낸 노예 출신으로 결국 마지막에 그를 돕는 '알리'의 캐릭터 또한 수긍된다. 스토리의 진화도 눈여겨 볼만하지만 안무의 구성도 입체적이어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2막에서 메도라와 콘라드, 충신 알리가 함께 추는 '파 드 트루아(3인무)'는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궁금하다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공연은 8일까지 이어진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11-05 12:0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