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핵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말 대신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반응했다. 2018년 파기된 이란 핵합의, 복원 가능할까?미국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란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 발언록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핵협상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하메네이는 지난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및 그의 내각 장관들과 회동했다. 하메네이는 회의에서 “특정 상황에서는 같은 적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서 “이것은 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적에게 희망을 걸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면 가끔씩 전술적 후퇴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어려움의 첫 징조가 나타났다고 해서 우리의 목표나 의견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AP를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하메네이의 발언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었던 지난 2018년에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란은 대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사찰을 방해하고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을 가속, 순도 60%의 농축 우라늄을 만들었다. 순도 90% 이상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교섭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란이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사실상 중단되었다. 아울러 이란은 지난해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쟁에서 이스라엘과 공격을 주고받으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더욱 사이가 멀어졌다. 지난 5월 헬리콥터 사고로 강경파 대통령을 잃은 이란은 지난 6월 보궐선거를 치렀다. 7월 30일 9대 이란 대통령에 취임한 페제시키안은 온건파로 불리며 대선 당시 여성의 히잡 착용 규정 완화, 서방과 대화 및 핵합의 복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페제시키안은 2015년 협상 당시 이란의 대표로 활동했던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을 전략 담당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페제시키안 정부의 외무장관으로 임명된 압바스 아락치 역시 과거 2015년 핵합의 협상에 참여했다. 11월 美 대선 이후 새 정부와 협상 가능성 열어 둬미국 국무부는 27일 하메네이의 발언에 대한 AP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란 정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얻는 최선의 방법이 외교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이란이 우라늄 농축과 IAEA 사찰 거부 등으로 긴장을 키우는 것만 보았으며 외교에서 크게 멀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레이 타케이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하메네이의 이번 발언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를 의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이란 정부의 많은 사람은 트럼프를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보기 때문에 트럼프와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적한 뒤 이란이 "본질적으로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를 가정해 협상의 매개변수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해리스가 이란에 우호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는 이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로부터 미군과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에 있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국적 위험 평가 조사기업인 레인네트워크는 27일 발표에서 만약 해리스가 미국 대선에서 이긴다면 “가자지구 분쟁이 잠잠해져야 핵합의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레인네트워크 분석가들은 미국이 2018년에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점을 지적하며 이란 정부에서 핵합의 유지를 위한 보다 두터운 안전장치를 요구한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핵합의 파기 이후 바로 농축 우라늄 제조를 재개하기 위해 제조장비 폐기에 보다 비협조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8-28 13:36:23[파이낸셜뉴스] “'블라인드 러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남녀의 위기를 다룬다. 처음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왜 당신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우리의 관계, 삶, 목숨이 위태로워져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따진다. 그러다가 여성(타인), 나아가 사회 전체의 자유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싸워야만이 나 자신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진화, 발전한다. 이것이 제가 추구한 이 연극의 핵심이다.” 2022년 이란 히잡 시위(마흐사 아미니 시위)와 유럽 난민 문제를 소재로 한 이란 출신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최신작 ‘블라인드 러너’가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의 해외초청작으로 오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블라인드 러너’는 반정부 시위로 감옥에 갇힌 아내와 면회하러 온 남편의 대화로 작품이 시작된다. 남편은 아내의 권유로 시각장애인 여성과 함께 프랑스 파리의 달리기 대회에 출전한다. ‘유리잔 위에서 춤추다(Dance on Glasses)’(2001)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타임로스’ ‘청각’ 써머리스‘ 등 시간과 기억에 관한 3부작를 통해 작품세계를 견고히 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실화를 바탕으로 텍스트 중심의 서사를 가지며, 간결한 무대에서 카메라를 통해 무대 위 실황이 스크린에 투영되는 특유의 연출방식으로 유명하다. ’블라인드 러너‘는 쿠헤스타니가 이끄는 메르 시어터 그룹이 2023년 선보인 신작으로, 2023년 5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축제’로 명성을 얻고 있는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2022년 9월, 이른바 ‘히잡 시위’라 불리우는 ‘마흐사 아미니 시위’의 시발점이 됐던 그의 사망사건을 다룬 기자 닐루파 하메디와 남편의 실화를 모티프로 창작됐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체포된 후 의문사한 22세 쿠르드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기폭제가 되어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시위이다. 작품은 또한 영국-프랑스 해저 터널(Channel Tunnel)을 소재로 하여 유럽으로 집단 망명을 시도하는 이민자 행렬에 주목한다. 쿠헤스타니는 앞서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 그리고 유럽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작품 감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화 요소 있으나 전기 연극은 아냐" 쿠헤스타니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의 전체 구성이 완성된 뒤 히잡 시위가 발발했다. 하메디의 실화에서 가져온 것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 연극이 그 사람의 전기는 아니다. 하메디를 직접 만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극의 주제와 해당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자연스레 연결돼 있다고 보는게 맞다. 여성 배우가 아내와 시각장애인 러너 역할을 1인 2역으로 맡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하메디가 히잡 시위에 대해 다루면서 여러 사람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 하나의 뜻을 가진 그룹이 됐고 사회운동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1인 2역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 연극은 난민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유럽을 벗어나 아시아 초연으로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게 됐다. 그는 "난민 문제는 난민 자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난민이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모든 국가 체제의 책임"이라며 "난민을 만드는 나라가 자신의 조국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러너’는 페르시아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20일 공연 종료 후에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구기연 교수와 튀르키예 출신 언론인이자 방송인인 알파고 시나씨가 작품 속 중동, 유럽의 현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강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는 21일까지 공연 시간은 60분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7-19 09:12:31[파이낸셜뉴스]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국제 대회에 출전한 후 이란 정부의 보복을 피해 스페인으로 이주했던 이란 체스선수 사라 카뎀(25)이 결국 스페인 국적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페인 현지 매체 ‘엘 파이스’, 미국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필라르 욥 스페인 법무부 장관은 카뎀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스페인 법무부가 카뎀에게 스페인 국적을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카뎀은 최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체스연맹(FIDE) '세계 래피드&블리츠 체스 챔피언십'에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 카뎀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지난해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체포됐다가 의문사 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에 대한 연대의 제스처로 추정했다. 외신들은 카뎀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정작 그와 그의 가족들이 이란으로 귀국할 경우 이란 정부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카뎀은 국제대회 후 고국인 이란으로의 귀국을 거부하고 남편, 아이와 함께 곧장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카뎀은 스페인 이주 한 달 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이날 역시 카뎀은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검은색 정장을 입고 소파에 앉아 산체스 총리와 담소를 나눴고, 산체스 총리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산체스 총리는 접견 후 트위터를 통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여성 선수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르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카뎀을 향해 “당신의 사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모든 여성 선수에게 지지를 보낸다”고 적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7-28 08:31:06지난 10일(현지시간) 중동의 두 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 속에 7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 하기로 합의하면서 새로운 중동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생기고 있다. 그동안 일부 중동 국가들 간 분열과 갈등, 긴장이 이어져왔으나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관계개선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수니파 다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이슬람 성직자를 사형시키자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 난입했으며 리야드는 단교를 결정하면서 그 후 중동의 시아파와 수니파 국가들 간 긴장도 고조돼왔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란 최고지도자를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보다도 나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장기 내전으로 거리가 멀어진 시아파국인 시리아에도 우호의 손길을 뻗고 있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후 실종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의 관계는 거의 최악의 상황이었으나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한 카타르도 5년간 이어진 인근 페르시아만 국가들과 갈등을 정리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대회 기간에 입장권을 소지한 팔레스타인인도 탑승한 이스라엘을 출발한 항공기의 직항 노선을 허용했다. ■7년 만의 재수교로 지역 안정 기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는 지난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생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0년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했을 당시 사우디는 이라크를 지지했으나 종전 후에는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1998년 상호협력, 2001년에는 안보협력에도 합의했다. 이번 국교 정상화 문서에도 두 합의 내용이 언급됐다. 적대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는 지역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반군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예산 지출 부담이 커져왔다. 이번 이란과의 재수교로 위협이 줄어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실질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 왕세자의 목표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리고 내수를 증대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을 줄이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기업과 문화의 글로벌 허브로 만든다는 포부를 갖고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여성들의 히잡 착용 반대 시위 장기화로 고전해온 이란도 사우디와의 재수교로 숨통이 많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파 갈등 뿌리 깊어 신중한 시각도 일부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수교가 바로 종파 간 대립을 포함한 두 나라 간 긴장을 바로 해소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국교 정상화가 곧바로 양국 간 신뢰 구축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이란이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고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협력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란은 예멘의 후티반군을 지원해왔다. 후티반군은 자신들을 탄압하는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군기지나 석유 저장 시설들 종종 공격해왔다.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국제문제 대학원 부교수인 토머스 주노는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국교 정상화는 긴장을 일부 완화는 시키겠지만 서둘러 예멘에서의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이 지원해온 후티반군과 사우디가 지원하는 동맹군 간 충돌, 그리고 분리 요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후티반군을 지원하면서 아라비아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온 이란이 작은 양보는 하겠지만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리전' 예멘 내전 종식 희망 기대 하지만 이란 테헤란의 정치 전문가 디아코 호세이니는 알자지라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모두 개입하면서 8년간 이어지고 있는 예멘 내전 종식이 이번 국교 정상화가 낳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칫 핵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걸프만 국가 정부들은 집단 지역방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이란과도 그동안의 분쟁과 이견 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촉발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무력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국제유가를 폭등시켜 세계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 이란과의 재수교는 군사적 충돌이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정치적, 평화적인 해결이 현명하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3-03-15 17:59:33[파이낸셜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중동의 두 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 속에 7년만에 국교를 정상화 하기로 합의하면서 새로운 중동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생기고 있다. 그동안 일부 중동 국가들간 분열과 갈등, 긴장이 이어져왔으나 두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관계 개선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수니파 다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이슬람 성직자를 사형시키자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에 난입했으며 리야드는 단교를 결정하면서 그후 중동의 시아파와 수니파 국가들간 긴장도 고조돼왔다. 불과 5년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란 최고지도자를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보다도 나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장기 내전으로 거리가 멀어진 시아파국인 시리아에도 우호의 손길을 뻗고있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후 실종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의 관계는 거의 최악의 상황이었으나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한 카타르도 5년간 이어진 인근 페르시아만 국가들과 갈등을 정리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대회 기간에 입장권을 소지한 팔레스타인도 탑승한 이스라엘을 출발한 항공기의 직항 노선을 허용했다. 7년만의 재수교로 지역 안정 기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외교 관계는 지난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발생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0년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했을 당시 사우디는 이라크를 지지했으나 종전 후에는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1998년 상호협력, 2001년에는 안보협력에도 합의했다. 이번 국교 정상화 문서에도 두 합의 내용이 언급됐다. 적대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는 지역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반군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예산 지출 부담이 커져왔다. 이번 이란과의 재수교로 위협이 줄어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실질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목표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리고 내수를 증대하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을 줄이고 사우디아라비아를 기업과 문화의 글로벌 허브로 만든다는 포부를 갖고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여성들의 히잡 착용 반대 시위 장기화로 고전해온 이란도 사우디와의 재수교로 숨통이 많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파 갈등 뿌리 깊어 신중한 시각도 일부 전문가들은 두나라의 수교가 바로 종파간 대립을 포함한 두나라간 긴장을 바로 해소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국교 정상화가 곧바로 양국간 신뢰 구축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이란이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고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협력을 조심스럽게 진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란은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지원해왔다. 후티반군은 자신들을 탄압하는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군기지나 석유 저장 시설들 종종 공격해왔다.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국제문제 대학원 부교수인 토머스 주노는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국교 정상화는 긴장을 일부 완화는 시키겠지만 서둘러 예멘에서의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이 지원해온 후티반군과 사우디가 지원하는 동맹군간 충돌, 그리고 분리 요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후티반군을 지원하면서 아라비아 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온 이란이 작은 양보는 하겠지만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리전' 예멘 내전 종식 희망 기대 하지만 이란 테헤란의 정치 전문가 디아코 호세이니는 알자지라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모두 개입하면서 8년간 이어지고 있는 예멘 내전 종식이 이번 국교 정상화가 낳을 수있는 가장 중요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칫 핵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걸프만 국가 정부들은 집단 지역 방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이란과도 그동안의 분쟁과 이견 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촉발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라도 발생한다면 국제유가를 폭등시켜 세계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 이란과의 재수교는 군사적 충돌이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정치적, 평화적인 해결이 현명하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3-03-13 11:04:40[파이낸셜뉴스] 이란 국적임에도 이틀 연속 히잡을 쓰지 않고 국제 경기에 참가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체스 선수 사라 카뎀(Sara Kadem, 25)이 남편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와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카뎀은 최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체스연맹(FIDE) '세계 래피드&블리츠 체스 챔피언십'에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 카뎀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지난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체포됐다가 의문사 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에 대한 연대의 제스처로 추정했다. 현재 이란에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엘파이스는 카뎀 측 관계자를 이용해 "카뎀이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이 공개된 것으로 인해 목숨이 위험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카뎀 부부는 스페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아파트 위치를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카뎀의 위치가 알려질 경우 이란 최정예군 혁명수비대 해외 요원들이 암살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어 텔레그래프는 카뎀이 이란에 귀국하지 않고 스페인으로 이주하기로 한 이유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의 사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레카비는 10월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가 "의도치 않은 일"이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레카비 가족이 머물던 이란의 주택은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뎀은 1997년생으로 FIDE 세계 랭킹 804위, 이란 10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2-12-30 07:32:56[파이낸셜뉴스] 히잡 없이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했다가 한때 실종설에 휘말리기까지 했던 이란 여성 선수 엘나즈 레카비(33) 가족의 주택이 철거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이란 개혁파 언론 ‘이란와이어’는 이란 북서부 잔잔주에 위치한 엘나즈 레카비 가족의 주택이 무너져 있는 모습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는 주택의 폐허와 함게 엘나즈 레카비의 오빠 다부드 레카비(35)가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며 울부짖는 모습이 담겼다. 다부드 레카비 역시 국내·국제대회 수상 경력이 많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다. 동영상에는 벽에 전시돼 있던 것으로 보이는 대회 메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도 포착됐다. 신원미상의 동영상 촬영자는 “이것이 이 나라에 산 결과이자 이 나라를 위해 많은 메달을 딴 챔피언한테 일어난 일”이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의 이름을 드높였는데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집을 부수고 떠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NN은 자택이 언제, 왜 철거됐는지, 누가 철거를 주도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란 반(半)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 주택이 파괴된 것은 맞지만 그의 가족이 합당한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해 벌어진 일이며 철거 작업이 진행된 것은 엘나즈 레카비가 서울 대회에 참가하기 전의 일이라고 반박했다고 전해진다. 이란와이어 영문판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경찰이 주택을 철거했으며, 오빠 다부드 레카비는 알려지지 않은 ‘위반 사항’ 때문에 5000 달러(약 651만원)에 해당하는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여동생 엘나즈 레카비가 두 달 전 한국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란 당국으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고도 전했다. 한편 엘나즈 레카비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엘나즈 레카비가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일부러 히잡을 쓰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종합 4위에 올랐지만, 대회 마지막 날 돌연 연락이 끊겨 엘나즈 레카비가 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서 이란 측으로부터 제재를 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주한 이란 대사관은 같은 달 18일 트위터에 “엘나즈 레카비는 18일 이른 오전 팀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며 “대사관은 엘나즈 레카비와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강하게 부정한다”고 반박했다. 엘나즈 레카비 역시 귀국 후 히잡 미착용이 의도되지 않은 일이었다며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와이어는 이런 사과를 하도록 당국이 압력을 가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2-12-04 10:30:09[파이낸셜뉴스] 이란의 일부 축구팬들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같은 조인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팀의 패배를 원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이란 대표팀 선수들을 배신자로 여기고있다며 정치적 앙숙인 미국과의 경기에서 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팀은 30일 경기를 치를 예정이며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가려진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구속됐던 22세 쿠르드계 여성이 사망하면서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켰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큰 시위로 번졌으며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 어린이 41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출국에 앞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만났으며 일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한 여성은 “축구 선수들은 왜 자기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상에 관심이 없냐?”며 이번 월드컵 대회 불참을 통해 이란내 잔악 행위를 세계가 주목받게 했어야야 했다고 지적했다. FT는 이란의 가족들 사이에서도 이란 축구 대표팀 응원을 놓고 분열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 사회학 협회장 코루시 모하마디는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이란 사회의 높은 불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민들은 축구를 정치 기구와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선수들은 연루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월드컵에 출전 중인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21일 조별 예선 첫 경기인 대 잉글랜드전 시작에 앞서 국가가 연주될 때 따라 부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경기에서 6대 2로 대패하자 수도 테헤란의 아파트에서는 환호성이 울리고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서 영국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지난 25일 이란이 2차전 예선 경기에서 웨일스에 2 대 0 승리를 거두자 이번에는 친정부 시민들이 거리에서 환호했다. FT는 현 이란 정부에 반대하고 있는 이란 역대 최다 대표팀 득점 기록 보유자 알리 다에이 등 이란의 옛 축구스타와 현 이란 리그 스타인 보리아 가푸리는 시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에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카타르에 초청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2-11-29 15:04:21[파이낸셜뉴스]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했다가 연락이 끊기며 실종 의혹에 휩싸였던 이란의 엘나즈 레카비(33) 선수가 19일(현지시간) 환호 속에 이란에 귀국했다. BBC방송, AP통신은 레카비가 이날 이른 시각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이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입국 터미널의 출입문이 열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고 있던 수백명의 환영 인파가 "레카비는 영웅"이라고 외치고 박수를 치며 반겼다. 그는 머리를 감싼 검정 두건 위로 검은 야구 모자를 쓴 채 입국장으로 나왔고, 가족들과 포옹한 뒤 꽃다발을 전달받았다고 AP는 전했다. 레카비는 공항에서 이란 국영방송과 한 짤막한 귀국 인터뷰에서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긴 하지만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란에 돌아왔다"며 "신께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회 출전 당시 히잡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신발을 신고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해 히잡을 쓰는 것을 잊고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레카비는 앞선 18일 자신의 SNS에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히잡 문제가 불거진 것은 나의 부주의였다"면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테헤란 공항을 빠져나온 레카비는 승합차에 올랐고, 차량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인파를 뚫고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가 이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불확실하다고 AP는 보도했다. BBC 중동판의 세바스티언 어셔 에디터는 레카비가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덕분에 그가 체포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가라앉을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안전이 더 확실히 보장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레카비 실종 의혹을 처음 보도한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들이 과거에도 사과를 강요받은 적이 있다면서 레카비가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한 언어가 강압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레카비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해외 언론은 그가 대회 마지막 날 실종됐다면서 히잡 미착용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보도했고, 최근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잡 시위'와 맞물리며 그의 행방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었다. 그러나, 주한 이란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레카비 실종설을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그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이날 일찍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시위와 관련해 최소 15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2022-10-20 06:48:35[파이낸셜뉴스]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국제대회에 출전했다가 실종설에 휩싸인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귀국길에 올랐다"며 앞선 의혹을 부인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레카비는 18일 오후 5시쯤 인스타그램에 “예정된 일정에 따라 팀원들과 함께 이란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모든 이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글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 중 히잡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레카비는 “급히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부주의로 히잡이 떨어졌다”며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가족은 레카비가 향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자세히 해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레카비는 이란 대표팀 자격으로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4위에 올랐다. 레카비는 대회 초반 히잡을 착용했지만 결승 경기에선 히잡 없이 머리를 하나로 머리를 묶은 채 경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히잡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란 추측이 나온 것이다. 외신들은 레카비가 지난 16일부터 연락이 끊겼으며,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BBC 월드서비스 이란 담당 라나 라힘푸르는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레카비가) 계획보다 이틀 빨리 테헤란행 항공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란 반정부 성향의 온라인 매체인 ‘이란 와이어’는 레카비가 서울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거쳐서 테헤란으로 보내졌다고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와 관련해 주한 이란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에 “레카비는 2022년 10월 18일 이른 아침 팀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라며 “주한 이란 대사관은 레카비와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강하게 부정한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한편,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던 22살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시위와 관련해 최소 15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2022-10-19 06:5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