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또다시 북쪽에서 오랑캐들이 쳐들어 왔다. 마을 사람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야 했다. 몇 년 전에도 짧은 피난 길에 오른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군이 몰려온다는 소문이다. 몇 달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곡식이라는 것은 생명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긴 시간동안 곡기를 끊게 되면 곧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가거나, 혹은 죄를 지어 도망쳐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은거하거나, 혹은 깊은 동굴 속에 숨어 들어가 있어야 한다면 굶어 죽지 않으려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을에서는 보통 흉년이 들었을 때는 곡식 이외의 것으로 배고픔을 면해 왔다. 이러한 것들로는 솔잎(송엽), 측백나무잎(측백엽), 둥굴레뿌리(황정), 천문동, 삽주뿌리(출), 마(산약), 칡(갈근), 하수오(백수오), 느릅나무의 껍질(유백피), 복령, 도토리(상실), 밤(율), 연근(우), 잣(해송자), 들깨, 개암열매 등으로 가급적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먹었다. 마을에는 의원이 한 명 있었다. 의원은 “의서에 보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처방들이 있으니 그것을 만들어서 피난 길에 오르면 굶어 죽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 뭘로 만드는 것이 좋겠소?”하고 물었다. 의원은 “검정콩이 좋겠습니다. 모두 집에 있는 검정콩을 모조리 가져오시오. <구황본초>에서도 검정콩은 좋은 구황식품이라고 했으니 피난길에 배고픔을 견디게 하는 효과가 클 것이요.‘라고 했다. <구황본초(救荒本草)>는 명나라때 주숙이 지은 서적으로 ‘검은콩은 굶주림으로부터 구한다. 싹과 잎이 어릴 때 채취해서 데치거나 삶아서 물에 일궈서 쓴맛을 제거한다. 기름과 소금으로 조리를 해서 먹는다. 콩깍지가 생기면 콩깍지를 채취해서 삶아 먹는다. 혹은 두들겨서 얻은 콩을 먹어도 모두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우선 마을에 있는 검은콩은 모두 구해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의원의 지도하에 검은콩 1되의 껍질을 제거하고 관중(貫衆), 감초 각 1냥, 복령, 창출, 사인 각 5돈을 썰고 찧은 다음 물 5잔에 검은콩 등을 함께 넣고 약한 물로 달였다. 물이 다 졸아들면 다른 약은 골라내어 버리고 검은콩만 취하여 진흙처럼 찧어서 가시연밥만 한 크기로 만들었다. 배가 고플 때면 매번 이 환을 한 개씩 먹는 것이다. 관중(貫衆)은 마치 고사리처럼 생겼다. 우리말로는 회초미라고 부른다. 관중은 늦가을까지도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예로부터 뿌리를 캐서 삶아 먹어서 구충제나 해독제로 사용했다. 옛날에 말이나 소가 꼴풀을 잘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때에는 꼴풀을 끓일 때 관중 1~2매를 같이 삶아 오래도록 먹이면 충(蟲)이 저절로 빠져나왔다. 여기에 감초를 넣어서 해독기능을 높였다. 검은콩과 감초는 감두탕(甘豆湯)의 재료가 되는데, 각 5돈씩 끓여서 먹으면 백약(百藥)과 백물(百物)의 독을 푼다고 했다. 그리고 복령과 창출, 사인을 추가한 것은 곡식을 제외한 이름 모를 초근목피를 먹었을 때 배탈을 막고자 한 목적이었다. 의원은 “이렇게 검은콩으로 환을 만들어 먹으면 피난 길에서 푸성귀를 아무거나 먹어도 종일 배불리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비록 평소에는 알지 못하던 이상한 풀이나 나무 종류라도 중독되는 일이 없을 것이요. 그리고 풀뿌리나 나무껍질조차도 마치 밥을 먹는 것처럼 달게 느껴질 것입니다. 의서에는 이 환을 피난대도환(避難大道丸)이라고 했으니 피난할 때 챙기면 길을 크게 밝혀준다는 의미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을 피난대도환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 식구 수대로 나눴다. 피난대도환을 만들다 보니 복령, 백출이나 사인이 모두 동이 났다. 그러자 의원은 “검은콩과 관중 뿌리만을 삶아서 환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검은콩 1되를 곱게 썬 관중 1근과 함께 푹 삶아 검은콩의 향이 진하게 나면 다시 여러 번 뒤집어 펴주고, 관중의 나머지 즙이 다 마르고 나면 관중 찌꺼기는 까불러서 버리고 검은콩만 취하여 빈속에 매일 5~7알씩 먹으면 됩니다. 이 환 또한 며칠만 먹으면 다시는 음식 생각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도가(道家)에서 곡식을 끊고 깊은 산속에서 도를 닦을 때도 검은콩관중환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 환만 있으면 몇 개월 동안 도를 닦는데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고 많은 식량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일종의 단식이나 금식을 하고자 할 때도 먹기도 했다. 사실 검은콩만 익혀 먹어도 곡식을 끊고서도 어느 정도 굶주림을 면하는 것이 가능했다. 검정콩을 볶아 익혀서 먹으면 양식을 대신할 수 있었다. 알이 꽉찬 검은콩 21알을 골라 익혀서 주물러서 매일 아침 찬물로 삼키면 된다. 간간이 곡기를 하루정도씩 끊도록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먹으면 그럼 밥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갓난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응애~ 응애~” 피난길에는 배고픔도 문제지만 간난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문제였다. 간혹 피난 때 아이들이 울음소리 때문에 적들에게 발각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갓난 아이들이 울음을 멎지 않을 때는 적들이 들을까 염려되어 길옆에 버리고 가는 부모들까지도 있었다. 어느 부모가 그러고 싶겠느냐마는 주위 사람들의 눈총에 시달려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우는 아이들을 안고 있는 엄마들은 차갑게 쳐다보는 시선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원은 갓난 아이의 엄마들에게 솜뭉치와 감초 달인 물을 따로 챙겨 주었다. “아이들이 업고서 피난을 갈 때 아이의 입에 감초물을 적셔서 물리시구려. 그럼 아이가 울지 않을 것이요.”라고 안심을 시켰다. 마을 사람들은 드디어 피난 길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적들이 진을 치고 있는 진지 곁을 지나게 되었다. 간난 아이들을 업은 엄마들은 서둘러 솜뭉치를 감초물에 적혀서 아이들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단맛이 나는 감초물을 빨면서 소리 내 울지 않았다. 솜 때문에 말소리도 내지 못했다. 솜은 부드러워서 아이의 입이 상하지도 않게 했다. 이렇게 솜뭉치와 감초물이 있어서 안심하고 피난길에 오를 수 있었다. 문제는 배고픔과 지치고 힘듦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식구 수대로 나눈 피난대도환 등을 먹으면서 며칠을 걸었다. 많이들 굶주렸고 지쳐있었다. 그래도 남자나 젊은이들은 견딜만 했으나 너무 어리거나 여자나 노인들은 힘에 부쳤다. 사람들은 달포 정도를 걸어서 산속 깊은 곳으로 왔다. 그곳에는 마을이 있었는데, 난리가 난 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산속이었다. 그곳에는 쌀과 곡식이 넉넉했다. 사람들은 모두 굶주려서 배가 고팠지만 그래도 가장 지치고 허기가 진 사람들에 밥을 얻어 먹이고자 했다. 그때 의원이 나섰다. “잠시 멈추시오. 굶주려 파리해서 죽게 된 사람에게 갑자기 밥을 먹이거나 뜨거운 음식물을 먹게 하면 반드시 죽게 됩니다. 그럴 때는 먼저 장즙(醬汁)을 물에 타서 마시게 한 다음에 식은 죽을 주고 점차 기력을 차리기를 기다려서 점점 죽(粥)과 밥을 먹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흔하게 하는 단식 후에 회복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을 사람들은 산속에 사는 사람들의 배려로 그곳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머물다가 무사히 자신들의 마을로 되돌아갔다. 의원이 알려준 피난대도환은 나중에 흉년이 들었을 때도 만들어 먹었고, 밥을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쉽게 찌는 사람들에게 식욕을 억제할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검정콩은 여러모로 식량이자 약이 되었다. * 제목의 〇〇〇은 ‘검정콩’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구황본초(救荒本草)> 山黒豆. 救飢, 苗葉嫩時, 採取, 煠熟水淘, 去苦味, 油鹽調食, 結角時, 採角, 煮食, 或打取豆, 食皆可. (산흑두. 굶주림을 구한다. 싹과 잎이 어릴 때 채취해서 데치거나 삶아서 물에 일궈서 쓴맛을 제거한다. 기름과 소금으로 조리를 해서 먹는다. 콩깍지가 생기면 콩깍지를 채취해서 삶아 먹는다. 혹은 두들겨서 콩은 얻어서 먹어도 모두 좋다.) <동의보감> 〇 避難大道丸. 黑豆 一升 去皮, 貫衆, 甘草 各一兩, 茯苓, 蒼朮, 砂仁 各五錢, 剉碎, 用水五盞, 同豆慢火熬煎, 直至水盡, 揀去藥, 取豆擣如泥作芡實大, 磁器密封, 每嚼一丸, 則恣食苗葉, 可爲終日飽. 雖異草殊木, 素所不識, 亦無毒甘甛, 與進飯粮一同. 一方, 黑豆一升, 貫衆 一斤細剉, 同煮豆香熟, 反覆令展盡餘汁, 簸去貫衆, 只取黑豆, 空心, 日啖 五七粒, 任食草木無妨, 忌魚肉, 菜果, 及熱湯. 數日後, 不復思食. (피난대도환. 껍질을 벗긴 검정콩 1되, 관중, 감초 각 1냥, 복령, 창출, 사인 각 5돈을 썰고 부수어 물 5잔에 콩과 함께 약한 불에 물이 사라질 때까지 졸인다. 약을 골라내고 콩을 질게 찧어 검실만 하게 환을 만들어 사기그릇에 밀봉한다. 이것을 1알씩 먹고 식물의 싹이나 잎을 마음대로 먹으면 하루종일 배가 부르다. 비록 평소에 알지 못했던 이상한 풀이나 나무라도 독이 없어지고 밥을 먹는 것처럼 달다. 또는 검정콩 1되, 관중 1근을 얇게 썰어 콩내가 날 정도로 함께 달이고 반복해서 눌러 남은 즙을 다 뺀다. 키로 까불러서 관중을 제거하고 검정콩만 취해 하루에 5~7알씩 빈 속에 먹는다. 초목의 싹이나 잎을 마음대로 먹어도 무방하지만, 생선, 고기, 채소, 과일, 뜨거운 물을 피한다. 먹은 지 며칠이 지나면 음식 생각이 나지 않는다.) 〇 避難止小兒哭法. 用綿作一小毬略, 使滿口而不致閉其氣. 以甘草煎湯, 或甛物, 皆可漬之, 臨時, 縛置兒口中, 使嚥其味, 兒口有物實之, 自不能作聲, 而綿軟不傷兒口. 盖不幸而遇禍難, 啼聲不止, 恐爲賊所聞, 棄之道傍, 哀哉. 用此法, 活人甚衆, 不可不知. (피난 갈 때 소아의 울음을 멎게 하는 방법. 솜을 작고 둥글게 뭉쳐서 입에 채우되, 숨이 막히지 않게 한다. 그리고 감초 달인 물이나 단 것으로 적신다. 위험할 때 아이의 입에 묶어 놓아 그것을 빨게 한다. 아이의 입에 물건이 채워져 있으니 저절로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고 솜은 부드러워서 아이의 입이 상하지도 않는다. 불행히 난리를 만나 울음이 멎지 않을 때는 적들이 들을까 염려되어 길 옆에 버릴 때가 있으니, 아! 슬프구나. 이 방법을 써서 많은 사람을 살렸으니 이것을 모르면 안 된다.) <의림촬요> 〇 黑豆. 炒熟,以棗肉同搗之,爲麨,可以代粮. 左元放救荒年法. 擇取雄黑豆三七粒,生者,熟挼之,令煖氣徹豆心,先一日不食,次早以冷水呑下. 魚肉菜果,不復經口,渴則飮冷水. 初雖小困,十數日後,體力壯健,不復思食矣. (검은콩. 볶아 익혀서 대추육과 함께 찧어서 밀기울처럼 해 먹으면 양식을 대신할 수 있다. 좌원방의 흉년 구휼법. 튼실한 검은콩 날것 21알을 골라 익혀서 주물러 따뜻한 기운이 콩의 가운데까지 뻗치게 한 다음 먼저 하루는 밥을 먹지 않고 다음날 아침에 찬물로 삼킨다. 생선이나 고기, 나물, 과일은 다시는 입에 대지 말고 갈증이 나면 찬물을 마신다. 처음에는 조금 괴로워도 십 수일 후에는 체력이 강건해지고 다시는 음식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1-16 14:22:17[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5일 성탄절을 맞아 "산타 할아버지 같은 초능력이 없어도, 국가와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적어도 굶주림 때문에 세상을 등지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는 나라는 가능하지 않을지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크리스마스가 되면 값비싼 선물보다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어줄 수 있는 산타 할아버지의 초능력이 더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그냥드림센터'를 만들었던 이유다. 누구인지, 왜 오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먹거리를 내어드리는 곳"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생계 때문에 일주일 넘게 굶주리다 달걀 한 판 훔쳤다는 이유로 구속된 '코로나 장발장'을 보고 결심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몸이 기억하기에 알고 있다. 배곯는 서러움이 어떤 것인지, 또 배곯는 서러움 못지않게 눈칫밥 먹는 서러움이 얼마나 큰지를 말이다"라며 "그래서 '퍼주기' '포퓰리즘' 같은 비난이 예상됐음에도 간단한 신원확인이라도 하자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장 절박한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존엄해지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결과는 놀라웠다. 아무나 와서 막 가져갈 것이라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며 "그냥드림센터의 도움을 받았던 한 할머니가 집에 있는 카레를 가져와 다른 사람 도와주라고 놓고 가는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좋은 정책이 선의를 만들어낼 수 있고, 좋은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이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시립 광명푸드뱅크마켓 1호점, 성남 열린푸드마켓, 평택 푸드마켓 2호점 등 세 곳에서 시작했던 그냥드림센터가 경기도 31개 시군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며 "정치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경제적 기본권'을 지켜내고, 국민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실질적 대책을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며 "그렇게 정치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2021-12-25 11:26:05"언제부터 밥줄 수 있어요" 서울 종로구 한 무료급식소 앞에서 한 노인이 직원에게 물었다.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비가 흩뿌렸던 3일 아침. 노인은 우산을 든 체, 점심 때도 한참 남은 이른 오전 시간에 무료급식소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이 노인은 '언제까지 닫을 지 모르겠다'는 직원의 말에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직원은 "노인에게 코로나만큼 두려운 게 외로움과 굶주림인데 어디 갈 곳은 있으실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로당과 무료급식소 등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갈 곳을 잃고 떠도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나은 노인들은 다방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들은 길거리나 지하철을 배회한다. ■무료급식소까지 영업 중단 종로 일대에 위치한 노인 관련 시설은 이날 모두 문을 닫았다.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던 탑골공원과 복지센터, 경로당 등은 이미 지난 3월 코로나19 유행 이후 휴업 중이다. 다만 무료급식소는 운영을 해 왔다. 종로에서 28년간 자리를 지켜온 한 무료급식소는 지난 3월부터 급식을 중단했다가 코로나19가 주춤하던 5월 말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거의 모든 노인시설이 중단된 상황에서 이 무료급식소가 문을 열자 하루 400명이 넘는 노인들이 몰렸다. 급식소 관계자는 구청과 논의한 끝에 탑골공원에 임시 대기소를 설치하고 인력을 지원받아 간신히 배식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에 돌입하면서 이 급식소도 지난 26일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던 노인들은 당장 끼니 걱정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급식소에는 하루에도 10여 명의 노인이 찾아와 "언제부터 밥을 줄 수 있냐"고 묻고 있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어려운 형편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도 오지만 가족과 살면서도 집에서 밥 한끼 못 얻어 먹는 분들도 많이 온다"며 "무료급식은 오전 11시30분에 배식이 시작되는데 90여명이 넘는 노인들이 아침 6시30분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으려고 하더라. 정말 안타까운 일 아닌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단돈 몇천원에도 갈리는 '빈부격차' 당장 몇 천원이라도 갖고 있는 노인들은 탑골공원 인근 다방이나 패트스푸드점을 향한다. 종로3가역 앞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늘상 노인들로 붐비는 장소다. 또 한 다방은 이른 아침 시간대임에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 다방을 찾는 노인들은 대부분 홀로 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노인들은 2000원 짜리 커피를 주문한 뒤 하루 몇시간씩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가동되기 때문에 비교적 쾌적한 환경이다. 다방 관계자는 식사할 돈이 없는 노인도 있어서 떡이냐 컵라면을 챙겨주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다방을 이어받았다는 60대 문모씨는 "아침 7시에 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게 앞에서 기다리시는 분도 있다"며 "장사를 하니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형편이 안 좋은 손님이 많아서 그냥 앉아있어도 눈치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마저도 갈 형편이 안 되는 노인들은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날 오전에는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지하철 역사에서 비를 피해 앉아있는 노인들이 적지 않았다. 벽면에는 '환승통로에 앉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지만 갈 곳 없는 노인에게 쉼터는 이곳 밖에 없어 보였다. 지하철 계단에 앉아있던 80대 변모씨는 "쌍문동에서 첫차를 타고 왔는데 비가 와서 1시간 동안 앉아있다"며 "비가 그치면 나가보긴 할건데 딱히 갈 곳이 있는 건 아니다. 집에 혼자 있기 적적하다 보니 매일 나온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0-09-03 14:03:48#. 지난 18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영하의 날씨에도 한 노인이 차가운 계단에 앉아 있다. 춥지 않냐고 묻자 "갈 곳이 없다"고 답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홀로 산다는 이 노인은 1시간 반 동안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에 왔다.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고 노인복지센터에서 대화 상대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노인복지센터가 휴관하자 갈 곳을 잃었다. 노인은 "햇볕 드는 곳에 조금만 앉아 있다가 집에 갈 것"이라며 몸을 떨었다.■잇단 휴관..."추운데 어디 가지"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노인복지센터와 경로당 등 시설이 줄지어 휴관하고 있다. 특히 29번째 확진자와 그의 부인인 30번째 확진자가 종로구 인근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전해져 경계심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종로구 등에 따르면 현재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비롯해 인근 복지센터는 대부분 휴관 중이다. 당초에 15일까지 휴관 예정이었던 서울노인복지센터는 1주일 연장해 22일까지 휴관한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도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휴관을 1주일 연장했다. 종로구 관내에서 운영 중인 62개 경로당 중 24곳이 휴관 상태로, 잠정 중단을 요청하는 경로당은 앞으로 더 늘어갈 추세다.복지시설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노인들은 갈 곳 잃은 처지가 됐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하루 평균 1000명의 노인이 방문한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노인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생계를 꾸려가는 노인도 적지 않다. 복지시설에 오지 않으면 하루에 한마디도 말할 기회가 없는 노인들에게 휴관은 매우 우울한 소식이다.이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80대 최모씨는 "난방도 잘 안 되는 쪽방에서 혼자 있으면 관짝이 따로 없다"며 "어디든 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종로에 오는데 갈 곳이 없다. 서글픈 삶 아닌가"라고 털어놨다.■코로나보다 두려운 건 고독과 굶주림탑골공원 인근에 위치한 한 무료급식소는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구청과 휴업도 논의했지만 영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3500원에 식사를 제공하는 인근 복지센터가 휴관하면서 무료급식소까지 닫으면 노인들이 식사할 곳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추운 날씨와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은 하루 평균 250명을 웃돈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가족에게 외면받고 밖에서 배 곯는 노인들을 보면 문을 닫을 수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전 11시 20분부터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먹기 위해 아침 7시에 와서 번호표를 끊고 4시간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식사 시간이 되자 급식소 앞에는 변함없이 노인들이 줄을 섰다. 고소한 밥 냄새에 노인들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식사 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지하철 타러 가야지"라고 말했다. 그나마 형편이 되는 날에는 인근 다방이나 패스트푸드점에 간다고 한다. 급식소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코로나19보다 고독과 굶주림을 두려워하시는 분들"이라고 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0-02-19 17:54:00[파이낸셜뉴스] #. 지난 18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영하의 날씨에도 한 노인이 차가운 계단에 앉아 있다. 춥지 않냐고 묻자 "갈 곳이 없다"고 답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홀로 산다는 이 노인은 1시간 반 동안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에 왔다.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고 노인복지센터에서 대화 상대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노인복지센터가 휴관하자 갈 곳을 잃었다. 노인은 "햇볕 드는 곳에 조금만 앉아 있다가 집에 갈 것"이라며 몸을 떨었다. ■잇단 휴관..."추운데 어디 가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노인복지센터와 경로당 등 시설이 줄지어 휴관하고 있다. 특히 29번째 확진자와 그의 부인인 30번째 확진자가 종로구 인근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전해져 경계심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종로구 등에 따르면 현재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비롯해 인근 복지센터는 대부분 휴관 중이다. 당초에 15일까지 휴관 예정이었던 서울노인복지센터는 1주일 연장해 22일까지 휴관한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도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휴관을 1주일 연장했다. 종로구 관내에서 운영 중인 62개 경로당 중 24곳이 휴관 상태로, 잠정 중단을 요청하는 경로당은 앞으로 더 늘어갈 추세다. 복지시설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노인들은 갈 곳 잃은 처지가 됐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하루 평균 1000명의 노인이 방문한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노인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생계를 꾸려가는 노인도 적지 않다. 복지시설에 오지 않으면 하루에 한마디도 말할 기회가 없는 노인들에게 휴관은 매우 우울한 소식이다. 이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80대 최모씨는 "난방도 잘 안 되는 쪽방에서 혼자 있으면 관짝이 따로 없다"며 "어디든 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종로에 오는데 갈 곳이 없다. 서글픈 삶 아닌가"라고 털어놨다. ■"코로나보다 두려운 건 고독과 굶주림" 탑골공원 인근에 위치한 한 무료급식소는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구청과 휴업도 논의했지만 영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3500원에 식사를 제공하는 인근 복지센터가 휴관하면서 무료급식소까지 닫으면 노인들이 식사할 곳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와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은 하루 평균 250명을 웃돈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가족에게 외면받고 밖에서 배 곯는 노인들을 보면 문을 닫을 수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전 11시 20분부터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먹기 위해 아침 7시에 와서 번호표를 끊고 4시간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식사 시간이 되자 급식소 앞에는 변함없이 노인들이 줄을 섰다. 고소한 밥 냄새에 노인들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식사 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지하철 타러 가야지"라고 말했다. 그나마 형편이 되는 날에는 인근 다방이나 패스트푸드점에 간다고 한다. 급식소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코로나19보다 고독과 굶주림을 두려워하시는 분들"이라고 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0-02-19 08:39:16북한 군인 2명이 굶주림을 못 참고 중국 한 가정집에서 음식을 훔치다 중국 당국에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를 인용해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노동자구 소속 국경경비대원 2명이 이달 초 북중 접경지대인 단둥에 건너가 음식을 훔치려다 붙잡혔다"고 전했다. 이들은 중국 당국에 체포돼 북한으로 압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하위급 군인이 굶주려 중국으로 건너간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국경비대원들은 탈북과 밀수 행위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을 수 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와 올해 극심한 가뭄이 북한 전역에 일어나면서 식량이 부족해지자 중국 영토로 건너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군인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데일리NK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의 자금난이 가중돼 밀수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밀수업자 뇌물에 의존하던 국경경비대의 수입원도 줄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중국 #군인 #굶주림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19-07-24 14:36:40미국의 민간단체인 세계식량정책연구소(IFPRI)가 북한을 지난 20년간 전 세계에서 굶주림이 가장 심해진 세 나라 중 하나로 꼽았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3일 전했다. 다른 두 나라는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과 부룬디다. IFPRI는 세계 120개국을 대상으로 굶주림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담은 '2011세계 굶주림 지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굶주림 지수는 국민의 영양상태, 저체중 어린이 비율, 5세 이하 사망률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수치가 높아질수록 상황이 좋지 않음을 나타낸다. 지수가 30보다 높으면 식량상태가 '매우 위험한 수준', 20∼30은 '위험한 수준', 10∼20은 '심각한 수준'으로 분류되는데 북한은 19점을 받았다. IFPRI의 사라 이맨슈 대변인은 RFA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굶주림 지수는 지난 20년 동안 18%나 높아졌다"며 잘못된 경제정책과 높은 군사비, 뒤처진 농업기술과 정책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또 북한의 저체중 어린이 비율은 21%로 20년 전과 비슷했고, 5세 이하 사망률은 1990년 4.5%에서 2009년 3.3%로 낮아졌지만, 영양실조 인구비율은 21%에서 33%로 악화됐다고 전했다. 베트남, 몽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타지키스탄 등은1990년 북한보다 굶주림 위험도가 컸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북한보다 지수가 낮았다. /ktitk@fnnews.com김태경기자
2011-10-13 18:21:07북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국 3대 제철소에서도 식량난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이 24일 전했다. 좋은벗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 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는 곳은 황해북도 황해제철소, 남포제철소, 함경북도 김책제철소다. 그나마 식량사정이 나은 편에 속하는 함경북도 청진 김책제철소에서도 최근 들어 병가로 집에 누워있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소식지는 전했다. 특히 식량 대용으로 옥수수가루를 수입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옥수수 수출을 제한하자 사료용으로 가루로 분쇄해 들여오는 실정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양이 적어 노동자들에게 몇 ㎏씩밖에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다른 두 제철소는 상황이 더 심각해 콩두박이나 옥수수가루를 구해보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좋은 벗들은 중앙당 한 간부의 말을 인용, "노동자들이 많은 큰 기업소일수록 그것이 광산이든 탄광이든 심지어 3대 제철소에서까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며 "지난해만 해도 공장, 기업소에서 생산한 상품을 국가에 바치거나 해외에 팔아 그런대로 식량을 해결했던 곳들도 예외 없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큰 기업소들의 식량난 원인은 무역성 검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역성을 검열하고 정비한다는 것이 오히려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키웠다. 대외무역은 신뢰가 중요한데 중국 등과의 연계가 어렵고 해외에 파견된 동료나 회사 직원들에게 의지하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식량난이 어렵다 보니 인근 주민들이 나선지구로 몰려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곳은 특별지구이기 때문에 허가증을 받기 어려워 몰래 출입하려는 사람들이 많고 경계가 심해도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 어떻게든 들어갈 길을 찾기 위해 주변 산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좋은벗들은 전했다. 나선은 외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지역이라 평양 못지않게 잘사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너도나도 나선으로 몰리다 보니 통행증을 받기가 점점 까다로워지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김태경 기자
2012-05-24 17:32:59[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절'을 맞아 "세상에 우리 공화국처럼 위대하고, 훌륭하고, 영광스러운 나라는 없다"고 연설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평양의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김정은은 전날 공화국 창건 76주년을 맞아 실시한 연설 '위대한 우리 국가의 융성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 주제 연설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올해 국가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행사에는 노동당 정치국 간부들과 군 지휘부 등 북한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핵을 보유한 적수 국가들이 강요하는 그 어떤 위협적인 행동에도 철저히 대응할 수 있는 핵 역량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가 자기를 지키기 위해 가진 핵무기는 그 누구에게도 위협으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나 북한을 세웠다며 "우리 국가의 영예로운 행적이 비단 과거의 역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의 현실도 그 기적의 연장이다. 우리는 분명 계속 전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평양에 비해 심각하게 낙후된 지역의 균형 발전 필요성에 대해 "나는 이미 지방발전정책을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보고, 당과 정부의 최우선적인 혁명 과업으로 간주해야 한다"면서 "'이 정책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우리는 10년 후 현실적인 변혁(개혁)으로써 대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과 여부가 올해 사업에 달렸다고 강조하며 "경제 지도 일꾼들이 하루 한시도 허술하게 보내지 말고 맡은 임무 수행에 매진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에 대해 국방 외교·안보 전문가는 9·9절에 북한이 최고의 나라라며 치켜세운 김정은의 말에 수긍할 사람은 김정은 자신과 그에게 충성하며 혜택을 누려온 정권실세 밖에 없을 것이이라며, 사실 그 혜택을 누려온 북한 정권의 실세마저도 탈북 대열에 나서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북한에 있는 상당수의 기득권 세력도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더라도 북한을 최고의 나라가 아니라 떠나고 싶은 최악의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김정은은 너무나도 뻔한 거짓말을 과장법을 사용해서 전달하는 이유는 우선 김씨일가 정권치적 강조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1948년 9월 9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수립된 후 북한정권은 사실상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김씨일가 세습정권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최고의 국가이든 최악의 국가이든 그 책임은 75년가량 통치를 이어온 김씨일가에 있다는 의미라는 지적이다. 결국 김씨일가가 통치를 잘해서 “최고 국가”가 되었다는 식의 인식적 강압을 통해 정권을 영구화하려는 속내로 최악의 나라를 만든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이를 왜곡해 치적을 부풀리려는 의도에서 최고의 나라라는 성격 규정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 센터장은 북한에서 핵무장은 정권안보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김씨일가 유훈통치의 핵심사안으로 작동해왔으며, 핵무장 완성에 대한 반향 차원에서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는 인식과 함께 이제 북한에선 비핵화라는 선택지가 더 이상 옵션으로 존재하지 않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의 이번 연설에선 북한주민의 불만을 달래는 조작 어법의 성격이 있다며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지만 가장 기초적인 식량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최악의 정권이 통치하는 집단이라며 “영광스러운 국가” 규정은 의식주도 해결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회이자 인권유린 정권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토록 하여 민심이반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려는 성격이 있다고 풀이했다. 반 센터장은 말과 글에 감정과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 역설(逆說)과 반어(反語)를 사용하곤 한다며 ‘역설’은 말과 글이 논리적으로는 부합하지 않지만 숨은 진실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사용한다. “가진 자가 없는 자”라는 표현은 물질적으로 많이 가진 사람이 가치적 세계는 빈곤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이는 역설적 표현이다. 한편 ‘반어’는 말 자체는 논리적이지만 구사된 말 자체와는 반대 의미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상대에게 반어법 차원에서 “역시 네가 세상 최고야”라고 말한다면 말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반어법이든 실수이든 의도이든 간에 고통받는 북한주민을 생각한다면 ‘최악의 집단’을 ‘최고의 국가’라고 치켜세우는 것에 안타까움마저 든다고 밝혔다. 반 센터장은 북한이 최악에 직면한 상황에서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나라”라고 규정한 것은 국제사회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 자명하다는 점에서 사실 실수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USB 주워 한국 드라마 본 죄로 중학생들을 공개 총살하고 굶주림을 참지 못해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 북한정권을 외면해 떠나온 기득권층, 그리고 보건·식량 등 기본적인 삶의 여건도 보장받지 못하는 일반 북한주민들, 그들도 북한을 “영광스러운 국가”로 생각할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는지 의문이 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12 14:04:47[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우리 사회 내에 북한에 동조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하고, 이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지역 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해 격려사에 나서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존재고 있다. 이런 세력에 맞서 우리가 똘똘 뭉쳐 하나 된 자유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적화통일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키 위해 자유주의의 가치 체계와 질서를 무너뜨리려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거짓선동을 일삼고 있다”며 “자유라고 하는 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릴 자유는 없다. 우리의 의지가 확고할 때 북한 주민을 향한 자유통일의 메시지도 더 크고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우리 사회 안에 ‘반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내왔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유포,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인 딥페이크도 선동에 악용되며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다만 그동안 야당에서 자신들을 반국가세력이라 우회적으로 칭하며 비난하고 있다고 반발한 탓에 선동의 주체는 북한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북한의 국론분열 시도를 막아내고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내부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자유에 대한 신념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은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해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건 헌법이 대통령과 국민에게 명령한 신성한 책무”라며 “북한 주민들은 감시와 억압 속에서 자유를 빼앗기고 굶주림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을 북녘으로 확장키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도 북한 인권 개선과 주민들을 향한 정보 유입을 통해 자유와 풍요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윤 대통령은 자문위원들에게 독트린에 대해 설명키도 했다. 격려사 이후 자문위원들은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을 위한 결의문’을 낭독하며 통일공공외교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 자유 확산, 탈북민의 성공적 정착 지원 등을 다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함께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이라고 외쳤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민주평통의 김관용 수석부의장과 태영호 사무처장, 미주 지역 25개국 20개 지역협의회 730여명 자문위원들이 자리했다. 나머지 460여명 자문위원들은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국회에선 외교통일위원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했고, 대통령실에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참석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9-10 18:2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