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오디엔터테인먼트걸그룹 핑크레이디와 그룹 티버드가 뮤지컬 ‘그리스’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 ‘그리스’ 제작사 오디컴퍼니 측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그리스’ 연습 중인 핑크레이디와 티버드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핑크레이디와 티버드는 열심히 연습에 임하고 있으며, 함께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와의 달달한 케미까지 선보였다. ‘그리스’ 무대에 앞서 핑크레이디와 티버드는 각각 ‘GOD GIRL(갓 걸)’, ‘ROCK STAR(롹스타)’로 데뷔했다. 흠잡을 데 없는 라이브 실력과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완성도 높은 무대 등으로 사랑을 받았고, 화려한 스타일링과 중독성 강한 퍼포먼스로 무대도 가득 채웠다. 가수로서 신고식을 치른 핑크레이디와 티버드는 오는 4월 30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그리스’ 무대에도 오른다. 핑크레이디 멤버 서윤은 샌디 역을, 우림은 리조 역을, 이후는 프렌치 역을, 예주는 마티 역을, 현지는 패티 역을 맡는다. 또한 티버드 멤버 태오는 대니 역을, 석준은 두디 역을, 동욱은 유진 역을, 영한은 로저 역을, 나라는 소니 역으로 관객을 만난다. ‘그리스’는 여름 방학이 끝난 라이델 고등학교에서 재회하게 된 대니와 샌디의 사랑이야기를 주축으로, 10대들의 꿈과 열정,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10대들의 재기발랄한 스토리에 신나는 로큰롤 음악과 화려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보는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byh_star@fnnews.com fn스타 백융희 기자
2019-04-23 14:03:58<39> 이집트 '아스완' ①펠레·아부심벨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룩소르에서 아스완까지는 250km. 차로 3시간 거리이다. 사막에 난 고속도로를 달려 한낮에 아스완에 닿았다. 아스완에서 우리는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강가의 호텔을 잡았다. 이집트에서 하루이틀 정도는 나일강이 잘 보이는 호텔에서 묵어보는 것이 나의 로망 중 하나였다. 뭐 5성급 고급호텔은 아니었지만 평소 우리로서는 아주 큰맘먹고 1박에 12만원이 넘는 돈을 썼는데 저녁때 창가에서 펼쳐진 나일강의 일몰과 야경을 보니 돈이 하나도 안 아까웠다. 다음날 아침 필레신전에 갔다. 역시 오픈시간에 맞춰 갔는데 오전 7시도 안된 아침에 벌써부터 상점들도 거의 문을 열었고 사람들이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필레신전은 배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어서 입장료 200파운드(약 8600원)외에도 뱃삯을 내야한다. 요일과 시간별로 음악과 빛으로 쇼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모양이다. 선착장 양옆에 기념품 좌판이 주르륵 벌어져있다. 구경하고 싶지만 사더라도 나올때 사야지 괜히 짐만 되어 들고 다녀야한다. 뱃값을 인당 200파운드로 부르는데 입장료와 맞먹는 값이라니 뭔가 속는 기분이어서 두세군데 물어보고 흥정을 해서 둘이 300파운드로 타기로 했다. 같이 탈 사람이 없어 손님은 우리 둘밖에 없었고 일찍 출근하시는 이집트분들이 같이 타서 좀 깎아준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며 배에 올랐다. 이집트 사람들은 어딜 가나 웃으며 환대해준다. 흥정이 끝났으니 우리도 마음 편히 웃으며 인사한다. 배를 타고 펠레신전으로 이동한다... 이른시간이라 출근하는 분들과 동승 나일강은 매우 잔잔하다. 탄이가 배에서 나일강에 손을 담그니 탄의 손이 나일 강물을 가른다. "나일강에 손을 담갔으니 다시 나일에 돌아오게 될거야." 내말에 탄이 웃는다. 잔잔하고 고요한 나일의 새벽 배타기도 참 좋았다. 15분 정도 가자 필레신전이 있는 섬이 가까이 보인다. 배에서 바라보는 필레신전의 풍경은 나일강에 떠있는 듯한 신전과 야자수 등이 어우러져 매우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선착장에 내리자 한쪽에 토기 항아리 두개가 놓여있었다. 다른 곳에서도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었어서 궁금했었는데 이참에 궁금증을 풀어야겠다 싶어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맑은 물이 가득 담겨있다. 우리가 기웃대며 토기를 들여다보자 함께 배를 타고온 분이 컵을 가져와 마시라고 권해주신다. "오호, 마시는 물이었구나." 나일강물일까? 탄이도 나도 한컵 시원하게 들이켰다. "나일강물을 마셨으니 진짜로 나일로 다시 돌아오게 될거야.ㅎㅎ" 안으로 들어가보니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벌써 신전을 구경하고 있었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필레신전은 원래 필레섬에 지은 신전이라서 그렇게 불려왔다. 하지만 아스완댐이 건설되면서 신전의 3분의 1이 물에 잠겨 벽화와 채색들이 씻겨내려가는 등 훼손이 심해져서 1977년에 4년에 걸쳐 유네스코 주도하에 신전을 4만 조각으로 분해해서 이곳 아길키아섬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필레신전이라고 불려진다. 카르나크에 비하면 자그마한 열주들의 상단 디자인이 다 다른 것이 특이하다. 이집트 양식과 그리스양식이 혼재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집트 신전들 중 꽤 최근에 지어진 편이라 그런지 벽에 알파벳 문자도 자주 눈에 띄어 매우 생소했다. 클레오파트라와 시이저가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라니 신전 중 가장 낭만적인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크기의 섬이었다. 다 둘러보고 배를 타러 가는데 선착장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아휴 늦었으면 매우 붐빌뻔 했겠다. 우리가 이 남쪽 끝 아스완까지 내려온 가장 큰 이유! 아부심벨을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였다. 아부심벨은 나도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이다. 30년전에는 단체여행이었어서 룩소르까지만 왔다가 여행을 마쳐야했기 때문이다. 바위절벽을 깎아 만든 대신전에 거대한 4개의 석상이 있는데 어릴적 이 신전이 아스완댐으로 인해 수몰위기에 몰리자 전세계에서 기부를 해서 돌 하나하나를 잘라 높은 지대로 옮기는 다큐멘터리를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어린 마음에도 감탄과 경이에 빠져들었었는데 그 결과물을 언젠가 내 눈으로 직접 꼭 보고싶었다. 하지만 300km 떨어진 아부심벨까지 다녀오면 렌트카의 마일리지를 크게 오버하게 되어 비용부담에 고민하다가 호텔 프론트에 단체관광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새벽 4시에 출발하는 버스투어가 왕복에 35달러라고 해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운전하는 수고를 덜고 렌터카 추가금 생각하면 이편이 훨씬 이익이다. 깜깜한 새벽 호텔앞에서 차를 탔는데 우리를 태운 후에 시내의 숙소 서너군데를 돌아 손님을 열명가량 더 태웠다. 한참을 가다보니 해가 뜨는데 우리 말고는 다른 사람들은 다 관광에 포함된 듯한 도시락을 가져와서 먹기 시작한다. 왜 우리호텔만 돈받고 도시락도 준비를 안해줬을까 원망하다 뭐 한끼쯤.. 하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아부심벨 주차장에 내려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오른편으로 원래 신전이 있던 곳이 거대한 강에 잠긴 곳이 보인다. 차비에 입장료 275파운드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관광객인 줄 알았던 밀짚모자에 빨간티를 입은 아저씨가 앞에 나서서 설명을 시작한다. 버스투어에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나보다. 이집트 영어발음은 알아듣기가 매우 힘들어 절반이나 이해 할까말까 어렵다. 아부심벨까지 꽤나 걸어가야 하는데 언덕에다 좁은 길이라 카트가 안다녀서 아쉽고 힘들다. 아부심벨을 원래 위치에서 옮긴 이야기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알고있는 내용이라 흐뭇하다. 탄이에게 신나게 아는 척을 했다. 커다란 바위산을 파서 만든 아부심벨의 위용은 멀리서도 가슴을 뛰게했다. 아부심벨 앞에서 빨간티 가이드의 설명은 꺼내든 여러 사진자료와 함께 계속되었다. 하도 어릴때 봤어서 기억이 나지 않던 부분을 들으니 놀랍고 신기했다. 아부심벨은 원래 바위절벽에 지어진 것이어서 옮기기 전 바위산과 비슷한 콘크리트 돔을 먼저 만들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위대한 파라오로 일컬어지는 람세스 2세가 카데시전투의 승리를 축하하며 지은 신전이라서 신전 내부의 벽화에서 살아있는 군사는 이집트 군, 죽거나 쓰러져있는 것은 히타이트 군사라고 한다. 긴 설명이 끝나고 드디어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아부심벨을 둘러볼 수 있었다. 앉은 모습을 표현한 좌상들인데 고개를 한참 쳐들고 봐야할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22미터의 석상 4개 모두 다 람세스 2세라고 한다. 대단한 자기애이다. 신전 내부에는 전투에서 적을 무찌르는 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었다. 파피루스에 많이 그려지는 유명한 전차를 탄 람세스2세 벽화를 실제로 보게되다니 정말 감개무량했다. 입구로 들어가면 이번에는 람세스2세의 서있는 석상들이 열주 앞에 줄지어 있는 높은 공간을 지나게 된다. 복식이 조금씩 다른 것이 상, 하 이집트의 고유 복장인가보다. 조금 더 들어가면 신전의 맨 안쪽에는 작은 방같은 공간이 있는데 그 유명한 '태양의 방'이다. 이 곳에는 4개의 작은 신들의 좌상이 있다. 이 방이 신비한 이유는 일년에 두번, 람세스 2세의 생일(2월 22일)과 대관식날(10월 22일) 태양빛이 안쪽방까지 들어와 신상들을 비추는데 가장 오른쪽의 어둠의 신 프타의 상에는 이날에도 빛이 닿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기술의 정교함과 천문학적 이해가 놀라울 뿐이다. 이 특별한 두 날짜(2월 22일, 10월 22일)에는 아부심벨 신전 입장료도 약 1.5배 더 비싸진다고 한다. 대신전에서 나와 왼편으로 조금 더 가면 소신전이 있다. 대신전의 부록같은 느낌으로 크기며 규모가 작은데 사랑의 신 하토르와 람세스2세의 왕비인 네페르타리의 신전이라고 한다. 아내를 위해 신전을 지어주다니 람세스2세는 용맹하고 위대할 뿐만 아니라 사랑꾼이었나보다. 소신전 앞에도 6개의 서있는 석상들이 정면을 보고 있다. 아내사랑보다 더 큰 자기애로 6개의 석상중 4개가 람세스2세이고 나머지 2개는 네페르타리의 석상이다. 보통은 왕비의 석상은 파라오의 무릎크기로 만드는데 이곳처럼 파라오와 같은 크기로 왕비의 석상을 세워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역시 사랑꾼 맞나보다. 내부는 매우 심플하고 아부심벨과 비슷한 전투신의 벽화들이 있었다. 기둥마다 소의 귀를 가진 하토르 여신이 조각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고대하던 아부심벨을 죽기전 꼭 와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풀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우리는 일행들과 약속시간에 만나 다시 아스완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아스완댐을 지나는데 길 왼쪽과 오른쪽의 강의 수위 차이가 엄청나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와 관광과 아스완댐의 발전으로 돈을 번다고 하던데 과연 그럴만한 굉장한 규모인것 같다. 하지만 이 댐으로 아부심벨과 필레신전, 그리고 그 외에도 수많은 고대 유적들이 제자리를 떠나 옮겨지고 일부는 수몰되어 강아래에 있다는 것은 고대 이집트 문화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애증의 댐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이로써 이집트 남쪽 끝까지 하고싶은 관광을 다 이루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_Ka18clF9bQ?si=BnRunkXjLPLkpjdO>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13 13:58:59【 대전=유선준 기자】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단순히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캔버스 간의 관계, 그리고 '회화'라는 거대한 과거와 역사에 관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재해석을 통해 근원적 질문에 도달하고, 신화·고전 기반의 자유로운 생명력 넘치는 회화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대전 헤레디움은 독일 현대 미술계의 중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upertz)의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전(展)을 내년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그의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뤼페르츠는 회화의 참된 본질 탐구를 통해 '회화의 힘'을 갱신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이 거센 흐름을 만들던 1980년대 '회화를 위한 회화, 열광적인 회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그는 회화의 내용적 측면보다 색과 형태의 상호작용 등 '회화'라는 매체 자체에 집중하며 '디티람브'(Dithyramb)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를 지칭하는 '디티람브'는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구상적인 것'을 의미하는 모순적인 용어다. 특정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회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후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뤼페르츠의 모든 예술관을 관통하는 '디티람브' 개념에 기반한 33개의 회화와 8개의 조각을 선보인다. 다프네(Daphne), 님프(Nymph), 헤라클레스(Hercules)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다양한 인물들은 전통적인 기준을 거부하는 동시에 암시적이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재탄생했다. 17세기 프랑스 회화의 시조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의 작업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의 숭고한 선과 윤리적 행위의 중요성을 성경, 신화, 철학을 통해 풀어내는 푸생의 기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내용으로부터 자유로운 형상들을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1981년 조각가로 예술 활동을 넓힌 뤼페르츠는 브론즈 조각 위 선명한 원색을 입히는 등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신화를 재해석하며 미술계에서 논란과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신화를 재해석한 주요 작품 가운데 '에우로파와 배(2020)'는 마네의 '올랭피아'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그림 속 주인공인 에우로파는 '유럽의 기원'이라 불리는 여신으로, 요염하기 보다는 암시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통상적으로 에우로파와 비너스는 바다와 함께 묘사되지만 뤼페르츠는 배경에 호수를 그려 넣고, 낡은 조각배를 추가했다. 이는 그의 작업실 주변 풍경을 작품에 대입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 앞에는 죽은 소의 두개골을 커다랗게 그려 넣어 인간의 등짝에 달라붙어 있는 죽음을 배치해 삶과 죽음의 연관성을 내비쳤다. 뤼페르츠의 연작 회화인 '다프네(2020)'도 그의 끈질긴 고전 재해석을 보여주는 시리즈다. 붉은 천을 걸친 사람은 도망치는 듯 절박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뻗은 팔에서 나뭇가지가 솟아나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다프네의 비극'을 모티프로 한다. 다프네라는 요정이 아르테미스를 흠모하는 상황에서 에로스의 장난으로 다프네에게 반해버린 궁술의 신 아폴론이 그에게 열렬히 구애했다. 이에 아폴론을 피해 도망치던 다프네는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에게 '나를 다른 존재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아버지는 다프네를 월계수 나무로 변하게 했다. 아폴론은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발견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월계관을 만든다. 뤼페르츠는 이들의 '엇갈린 사랑'에 초점을 맞춘 대다수 작가와 달리, 다프네가 나무로 변하는 순간 만을 작품에 그려 넣었다. 신화 속 절세미인인 다프네를 울퉁불퉁 뒤틀린 덩어리로 표현해 남다른 미적 관점을 구현한 것이다. 이밖에 '숲 속의 기도(2017)'는 형태와 색채, 구도 간의 조화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 속에 모여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화폭에 그려졌음을 짐작할 수 있으나 뤼페르츠는 이 주제 의식과 무관한 세계를 우리 눈앞에 펼치고자 했다. 즉, '사람들이 모여 기도한다'는 내용이나 인체의 재현 보다 숲 속의 인물들이 배열된 구도와 이때 발생하는 조화에 중점을 두고자 한 것이다. 결국, 그에게 있어 숲 속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의 모티프는 그저 '형상'일 뿐, 어떤 실제적인 대상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게 아니라고 헤레디움 측은 설명했다. 뤼페르츠는 "저에게 한국은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고, 역사도 깊은 나라라서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도전 과제를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2024-10-03 18:29:12【대전=유선준 기자】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단순히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캔버스 간의 관계, 그리고 '회화'라는 거대한 과거와 역사에 관한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재해석을 통해 근원적 질문에 도달하고, 신화·고전 기반의 자유로운 생명력 넘치는 회화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대전 헤레디움은 독일 현대 미술계의 중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마르쿠스 뤼페르츠(Markus Lüpertz)의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전(展)을 내년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그의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뤼페르츠는 회화의 참된 본질 탐구를 통해 '회화의 힘'을 갱신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이 거센 흐름을 만들던 1980년대 '회화를 위한 회화, 열광적인 회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그는 회화의 내용적 측면보다 색과 형태의 상호작용 등 '회화'라는 매체 자체에 집중하며 '디티람브'(Dithyramb)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를 지칭하는 '디티람브'는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구상적인 것'을 의미하는 모순적인 용어다. 특정 이미지가 무엇을 의미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회화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후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뤼페르츠의 모든 예술관을 관통하는 '디티람브' 개념에 기반한 33개의 회화와 8개의 조각을 선보인다. 다프네(Daphne), 님프(Nymph), 헤라클레스(Hercules)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다양한 인물들은 전통적인 기준을 거부하는 동시에 암시적이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재탄생했다. 17세기 프랑스 회화의 시조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의 작업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의 숭고한 선과 윤리적 행위의 중요성을 성경, 신화, 철학을 통해 풀어내는 푸생의 기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내용으로부터 자유로운 형상들을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1981년 조각가로 예술 활동을 넓힌 뤼페르츠는 브론즈 조각 위 선명한 원색을 입히는 등의 과감한 시도를 통해 신화를 재해석하며 미술계에서 논란과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신화를 재해석한 주요 작품 가운데 '에우로파와 배(2020)'는 마네의 '올랭피아'와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그림 속 주인공인 에우로파는 '유럽의 기원'이라 불리는 여신으로, 요염하기 보는 암시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통상적으로 에우로파와 비너스는 바다와 함께 묘사되지만 뤼페르츠는 배경에 호수를 그려 넣고, 낡은 조각배를 추가했다. 이는 그의 작업실 주변 풍경을 작품에 대입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 앞에는 죽은 소의 두개골을 커다랗게 그려 넣어 인간의 등짝에 달라붙어 있는 죽음을 배치해 삶과 죽음의 연관성을 내비쳤다. 뤼페르츠의 연작 회화인 '다프네(2020)'도 그의 끈질긴 고전 재해석을 보여주는 시리즈다. 붉은 천을 걸친 사람은 도망치는 듯 절박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뻗은 팔에서 나뭇가지가 솟아나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다프네의 비극'을 모티프로 한다. 다프네라는 요정이 아르테미스를 흠모하는 상황에서 에로스의 장난으로 다프네에게 반해버린 궁술의 신 아폴론이 그에게 열렬히 구애했다. 이에 아폴론을 피해 도망치던 다프네는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에게 '나를 다른 존재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아버지는 다프네를 월계수 나무로 변하게 했다. 아폴론은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발견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월계관을 만든다. 뤼페르츠는 이들의 '엇갈린 사랑'에 초점을 맞춘 대다수 작가와 달리, 다프네가 나무로 변하는 순간 만을 작품에 그려 넣었다. 신화 속 절세미인인 다프네를 울퉁불퉁 뒤틀린 덩어리로 표현해 남다른 미적 관점을 구현한 것이다. 이밖에 '숲 속의 기도(2017)'는 형태와 색채, 구도 간의 조화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숲 속에 모여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화폭에 그려졌음을 짐작할 수 있으나 뤼페르츠는 이 주제 의식과 무관한 세계를 우리 눈앞에 펼치고자 했다. 즉, '사람들이 모여 기도한다'는 내용이나 인체의 재현 보다 숲 속의 인물들이 배열된 구도와 이때 발생하는 조화에 중점을 두고자 한 것이다. 결국, 그에게 있어 숲 속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의 모티프는 그저 '형상'일 뿐, 어떤 실제적인 대상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게 아니라고 헤레디움 측은 설명했다. 뤼페르츠는 "저에게 한국은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고, 역사도 깊은 나라라서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도전 과제를 가지고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0-03 06:55:06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소위 '어펜저스(펜싱+어벤저스)'라고 불린다. 워낙 기량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를 세계 각국 펜싱계도 인정하고 있고, 이번 올림픽에서 3연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드림팀이기도 하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결승전에서 난적 헝가리를 45-41로 꺾고 대망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시작부터 나쁘지 않았다. 1라운드 박상원이 헝가리의 아론 실라기를 5-4로 꺾었다. 2라운드는 그리스티안 러브와 오상욱의 대결. 오상욱이 5-4로 러브를 꺾고 2점차 10-8로 앞서나갔다. 이어진 3라운드는 언드라시 서트마리와 구본길의 대결. 역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마지막 막고 찌르기가 성공을 거두며 구본길이 5-3으로 승리했다. 3세트까지의 합계 점수는 15-11. 한국이 3~4점을 리드하는 이런 추세는 4~5라운드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25-22에서 시작한 6라운드에서 오상욱이 서트마리를 상대로 특유의 런지를 활용한 공격이 통하지 않으면서 연속 득점을 허용, 25-26으로 역전을 당한 뒤 팽팽한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7라운드에서는 구본길을 대신해서 도경동이 올라왔다. 도경동이 분위기를 바꿨다. 러브를 상대로 5연속 득점 퍼펙트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35-29 가장 큰 점수차이인 6점 차가 나온 순간이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완전한 승기를 잡으며 8라운드에선 40-33으로 앞서나갔다. 마지막 9라운드는 오상욱과 실라기의 '에이스 맞대결'. 오상욱이 다소 급한 모습을 보이며 잠깐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금메달을 지키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국은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2연패(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를 이룬 디펜딩 챔피언으로, 이번 올림픽으로 대회 3연패를 이룩했다. 또한, 이번 대회 개인전 우승자인 오상욱은 2관왕을 차지하게 됐다.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 첫 2관왕이자,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어펜저스의 일원으로 개인전에서 초반 탈락했던 구본길은 이번 우승으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3연패의 순간에는 늘 구본길이 있었다. 또 신예 박상원은 커리어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누렸다. 이날 첫 경기인 8강전에서 캐나다를 45-33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안착한 대표팀은 홈팬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는 프랑스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막판에는 5점차까지 추격을 당하기도 했다. 심판의 판정도 석연치 않았다. 홈팬들은 열렬하게 프랑스를 향해 격려를, 한국에게는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침착하게 프랑스를 45-39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며 사실상 우승의 팔부능선을 넘어섰다. 이날 펜싱 남자 사브르 금메달로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 6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 금메달로 대한민국은 하계 올림픽 역대 메달 300개를 사실상 채웠다. 직전 도쿄 대회까지 총 287개의 메달을 획득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이날까지 12개의 메달을 가져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1 18:31:51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소위 '어펜저스(펜싱+어벤저스)'라고 불린다. 워낙 기량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를 세계 각국 펜싱계도 인정하고 있고, 이번 올림픽에서 3연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던 드림팀이기도 하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결승전에서 난적 헝가리를 45-41로 꺾고 대망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시작부터 나쁘지 않았다. 1라운드 박상원이 헝가리의 아론 실라기를 5-4로 꺾었다. 2라운드는 그리스티안 러브와 오상욱의 대결. 오상욱이 5-4로 러브를 꺾고 2점차 10-8로 앞서나갔다. 이어진 3라운드는 언드라시 서트마리와 구본길의 대결. 역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마지막 막고 찌르기가 성공을 거두며 구본길이 5-3으로 승리했다. 3세트까지의 합계 점수는 15-11. 한국이 3~4점을 리드하는 이런 추세는 4~5라운드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25-22에서 시작한 6라운드에서 오상욱이 서트마리를 상대로 특유의 런지를 활용한 공격이 통하지 않으면서 연속 득점을 허용, 25-26으로 역전을 당한 뒤 팽팽한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7라운드에서는 구본길을 대신해서 도경동이 올라왔다. 도경동이 분위기를 바꿨다. 러브를 상대로 5연속 득점 퍼펙트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35-29 가장 큰 점수차이인 6점 차가 나온 순간이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완전한 승기를 잡으며 8라운드에선 40-33으로 앞서나갔다. 마지막 9라운드는 오상욱과 실라기의 '에이스 맞대결'. 오상욱이 다소 급한 모습을 보이며 잠깐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금메달을 지키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국은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2연패(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를 이룬 디펜딩 챔피언으로, 이번 올림픽으로 대회 3연패를 이룩했다. 또한, 이번 대회 개인전 우승자인 오상욱은 2관왕을 차지하게 됐다.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 첫 2관왕이자,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어펜저스의 일원으로 개인전에서 초반 탈락했던 구본길은 이번 우승으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3연패의 순간에는 늘 구본길이 있었다. 또 신예 박상원은 커리어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누렸다. 이날 첫 경기인 8강전에서 캐나다를 45-33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안착한 대표팀은 홈팬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는 프랑스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막판에는 5점차까지 추격을 당하기도 했다. 심판의 판정도 석연치 않았다. 홈팬들은 열렬하게 프랑스를 향해 격려를, 한국에게는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침착하게 프랑스를 45-39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며 사실상 우승의 팔부능선을 넘어섰다. 이날 펜싱 남자 사브르 금메달로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 6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 금메달로 대한민국은 하계 올림픽 역대 메달 300개를 사실상 채웠다. 직전 도쿄 대회까지 총 287개의 메달을 획득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이날까지 12개의 메달을 가져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1 03:21:14[파이낸셜뉴스] 북한은 올해도 현재까지 열한 번째 미사일 도발이자, 순항미사일로는 다섯 번째로 무력 도발을 이어가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갈수록 위기로 끌고 가려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또 그동안 대한민국과의 대화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면서 대남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잦은 북한 도발의 정점이 제2의 연평도 포격 등 국지도발 이상의 기습적 무력 도발 감행과 제7차 핵실험 등의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반도는 1968년의 베트남 전쟁과 1973년 중동보다 더 강한 글로벌 지정학적 다이내믹이 작동 중이라고 짚었다. 4월 한국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북한의 연속 도발은 글로벌 군사지정학 측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 김정은은 최근 "핵무력을 포함한 남조선 평정 준비"를 대남노선의 근본 전환이라고 선언하고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이라고 주장,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 특히 최근 인민군 전군에 임전태세 유지를 강조하면서 올해 2~3월을 전쟁 준비 완성의 중차대한 기간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도전하고 있는 11월 미국 대선 등을 염두에 두고 남남 갈등과 한미일 공조 균열을 노리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의 배제하고 미국, 일본과 양자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관계를 개선하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北 화전양면전술 시도..영향 제한적 북한의 김여정은 최근 담화에서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또 일본이 우리의 정당 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 놓지만 않는다면 기시다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유의하고 있다고 말하고, 납치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김 부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합참도 김정은의 '유령선' 주장과 관련, "변치 않는 우리 군의 해상경계선"이라고 일축하고 NLL 수호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이은 그녀의 담화가 한국-쿠바의 외교관계 수립 발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통해 외교적 고립 이미지를 벗고 한국을 흔들려는 맞대응 의도가 담긴 전형적인 화전양면전술(和戰兩面戰術)이라며 일본과 북한의 대화가 진행돼도 한미일 3국 공조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北 국제 공조 분쟁 개입의 역사 북한은 자신들의 유리한 국면 조성을 위해 국제분쟁에 관여했던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베트남 전쟁에서 공산진영인 북베트남(월맹) 인민군과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이 연합해 자유진영의 남베트남, 미국과 동맹국 군대에 맞서 남베트남 전역에서 1968년 1월 하순부터 9월 하순까지 8개월여에 걸처 이른바 대규모 '구정 대공세'를 감행한다. 같은해 북한은 북한 정찰국 소속의 124군부대 31명을 투입해 ‘1·21 청와대 기습’을 감행한다. 이틀 후인 1월 23일엔 원산항 앞 공해상에서 미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납치사건과 같은해 10월 30일~ 11월 3일까지 울진-삼척 지역에 120명의 대규모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이 미국의 월맹에 대한 북폭중지와 파리평화협상회의의 진전에 따른 월남전의 종식에 초조한 나머지 한반도에서의 긴장조성을 통해 중국과 당시 소련의 군사원조 획득, 북한 내부의 정치위기를 은폐하려는 의도에서 감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군은 또 1970년대 초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분쟁에 개입해 왔으며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욤-키푸르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와 군사고문단을 파견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개입·참전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위 두 전쟁 사례는 북한, 중국, 러시아와 미국, 일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에도 군사적·정치적·외교적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은 또 1983년 10월 9일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시 아웅산 묘역에서 폭탄 테러를 벌였다. 당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강력한 폭탄 테러로 수행원이던 경제부총리와 장관 등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사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북한의 잔인무도한 사상 초유의 테러 사건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을 되짚어 보면 북한은 상대방이 약세와 자신들의 위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언제라도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노리는 무슨 일이라도 벌일 수 있는 집단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나토 때리기..."기존 동맹 체제 와해" VS "정당한 지적" 앞서 미 공화당 대선 주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경선 유세 현장에서 재정과 군사에 대한 기여가 미흡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도록” 러시아를 독려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토의 방위비 지출은 미국과 동등해야 한다면서, 나토가 방위비 지출 증대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국익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방위비를 충분하지 내지 않는 회원국을 때리고 나선 것에 대해 기존의 동맹 체제를 무너뜨리는 발언과 다름없다며 아시아의 양자동맹도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을 요구한 선험적 사례를 고려하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가시화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정례화도 비용지불 없이는 불가하다는 발언으로도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는 게 정당한 지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나토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을 경우 전체 회원국이 대응에 나서는 집단안보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트럼프는 재임 시부터 나토 회원국이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로 늘릴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 왔다. 지난해 7월 각 나토 회원국은 이 같은 방위비 지출에 합의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 나토 회원국인 미국은 지난해 대외부채 약 33조2200억달러의 상황에도 국방비로 8579억달러, GDP의 3.49%를 지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나토 전체 회원국 국방비를 합친 금액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2023년 기준 나토 동맹국 중 영국과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그리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등은 GDP의 2.0%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교적 부국에 속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스페인은 국방비로 GDP의 2.0% 미만을 기록했다는 지적이다. ■北·中 군사도발 대비 美 핵항모 등 6척 한반도와 인-태 집결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현재 한반도 주변, 인도-태평양 일대에 집결된 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칼빈슨함 외에 에이브러햄 링컨함, 조지 워싱턴함이 4~5월 초에 한반도 인근에 전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항모 5척이 한 해역에 집결하는 것은 걸프전 이후 최대이자,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한국 총선(4월 10일)과 대만 신임 총통 취임식(5월 20일) 등에 맞춰 항모 전단이 집결하는 것은 잇따른 북한과 중국의 도발 위협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최근 러-우 전쟁이 장기화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5개월째 이어지고,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서방의 항공모함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결한다.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지난 1월 5일 이탈리아·일본 정상회담을 마치고 이탈리아 해군의 3만t급 항공모함 ITS카보우르호의 올해 인도태평양 전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도 해군 호위함을 인도태평양으로 보내 중국 압박에 가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4월 한국 총선과 5월 대만 총통 취임과 맞물려 북한과 중국이 군사 행동 위협에 나설 가능성에 맞춰 한국과 미국, 일본이 상응한 대응 조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최근 김정은의 NLL 유령선 주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신 장관은 "우리 군은 지난 70년간 NLL을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지켜왔다"며 "김정은이 만약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것은)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4월 총선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무인기 도발, 핵·미사일 관련 도발,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도발, 침투나 테러 등 주체를 알기 불분명한 군사도발 등 여러 가지를 예상하고 군에서 유형별로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길주 센터장은 "북한의 도발과 도전에 대응한 ‘국방혁신 4.0’이 성공하려면 첨단국방이 현장에서 실제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혁신으로 만들어진 정책, 무기체계 등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현장의 군인들에게 들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과거 국방개혁과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중간점검 과정을 통해 안보달성에 유리한 최적의 조직적, 전략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2-18 16:18:07[파이낸셜뉴스] 지정학적 리스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란이 파키스탄과 이라크 등에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전쟁위기가 중동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대만 대선에서 독립·친미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중국과의 긴장구조가 확대됐고 북한은 연일 전쟁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으로 확대된 전쟁 위험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중동 지역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란은 이날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국경에서 가까운 파키스탄 서부 발로치스탄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자이슈알아들을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이번 공격에 대해 "파키스탄의 주권을 침해한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아파 이슬람교가 주류인 이란은 자이슈알아들이 이란 동부의 시스탄-발루치스탄주의 발로추 민족인 수니파 소수를 분리시키려 하는 것으로 의심해왔다. 자이슈알아들은 지난달 이곳에서 발생한 경찰서 공격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이란 내무장관은 대응을 예고해왔다. 소수민족인 발로추는 두나라 양국에 걸쳐 거주하고 있다. 이란은 이날 또 관계가 긴밀한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해 테러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공격했다. 전날에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에르빌의 쿠르드족 시설이 이스라엘의 첩보 기지라며 전략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시리아내 수니파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 4발을 쐈다. 이처럼 이란은 자국 내에서 발생한 테러를 미사일로 대응한다고 하지만 NYT는 지역 사태가 최소 5개국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유럽 및 외교부 장관 카테린 콜론나는 이란이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 이라크와 파키스탄 정부는 테러범 소탕이 목적이라는 이란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란의 공격 행위를 유엔 안보리에 정식으로 항의했으며 이라크 국가안보 고문 카림 알아라지는 이란의 공격 정당화는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후티반군의 공격, 미국은 FTO로 재지정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확전을 경계한다면서도 예멘 후티반군 등 대리 무장세력을 이용해 미국 등 서방간 소규모 충돌을 이어왔다. 후티 반군은 이날 홍해에서 몰타 국적의 그리스 소유 화물선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몰타 국적의 그리스 소유 벌크선 '보그라피아'호가 홍해 북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미사일에 피격됐다. 익명의 소식통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선박이 제한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항행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인명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후티군은 지난해 11월부터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연계된 민간 상업용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홍해에서 미 구축함을 겨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15일엔 오만만에서 미국 소유 화물선에 타격을 입혔다.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지나가는 상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이어가자 미국은 이날 예멘 내 전략 미사일 시설에 대한 3차 공습을 감행했다. 존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으며 확산시킬 계획도 없다"라고 밝히면서도 "그들로부터 계속 지킬 것이며 필요하다면 맞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후티 반군을 3년만에 외국테러단체(FTO)로 다시 지정하고 자금줄 차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칭더 당선으로 긴장 심화된 양안 아시아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만 대선에서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되면서 긴장관계가 심화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라이칭더 당선인이 총통에 취임하는 오는 5월까지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무력뿐 아니라 공개적인 입장을 통해서도 압박하고 있다. 천빈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소 판공실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평화 통일'과 '일국양제'는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방침"이라며 "평화로운 방법으로 통일하는 것은 대만 동포를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말했다. 이어 "대만은 중국의 일부로 중국 정부는 통일과 주권, 영토 보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취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편 북한도 최근 대남 위협과 도발의 수준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상황 등 뿐만 아니라 북한과 같은 다른 위협에 대해 걱정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그러나 폭력과 강압을 통해 국제질서를 해치려 하면 할수록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은 더 가까워진다"고 덧붙였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1-17 09:33:13[파이낸셜뉴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지중해 허리케인 ‘다니엘’로 막대한 홍수 피해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13일 기준으로 약 8000명이 숨졌다. 사망자 숫자는 북동부 도시 데르나의 피해가 커지면서 2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데르나에서 5300명 이상 사망미국 NBC방송은 13일 리비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기준으로 다니엘에 따른 사망자가 최소 8000명이며 약 1만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지난 4일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이에서 형성된 다니엘은 불가리아, 튀르키예 등을 강타했지만 특히 지난 10일 리비아 동부를 지나면서 큰 비를 뿌렸다. 리비아 인구 대부분은 사막과 산으로 인해 주로 좁은 해안가에 모여 살기 때문에 허리케인에 특히 취약하다. 오사마 알리 리비아 응급·앰뷸런스 담당 기관장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리비아 동부 베이다에서는 바다로 쓸려간 150구의 시신이 수습되어 사망자 숫자가 200명으로 늘어났다. 이 외에도 수사, 마르지같은 도시들도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은 데르나였다. 데르나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약 900km 떨어진 항구도시로 이집트와 가깝다. 인구는 12만5000명이며 산과 바다 사이의 좁은 평원에 조성된 도시로 시가지 가운데 데르나 강이 흐른다. 지난 10일 데르나에서는 산중의 댐 2개 무너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도시를 덮쳤다. 당시 생존자의 증언에 약 7m에 달하는 물결이 시가지를 휩쓸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로 쓸려나갔다. 13일 현지 국영방송에 따르면 데르나에서만 5300명이 사망했다. 이 도시의 부상자는 70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리비아 알 바이다 의료센터의 압둘 라힘 소장을 인용해 데르나의 사망자가 전체 시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2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압둘메남 알 가이티 데르나 시장도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사망자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명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데르나에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만 9000명이 넘는다. 기후변화와 내전 겹친 참사전문가들은 이번 재난이 기후변화와 정치 혼란으로 빚어진 복합적인 결과라고 분석했다. 기상학자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지중해 허리케인의 파괴력이 평상시보다 커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리비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지금까지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기반시설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리비아는 서방과 유엔이 인정한 정부인 리비아통합정부(GNA)가 트리폴리를 수도로 삼아 다스리는 서부와 반군인 리비아국민군(LNA)이 점령한 동부로 나뉘어 있다. 데르나는 반군 거점인 벵가지에서 동쪽으로 약 250km 떨어져 있다. 아흐메드 마드루드 데르나 부시장은 12일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무너진) 댐들은 2002년 이후 보수가 되지 않았고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70m 높이의 상류 댐이 먼저 붕괴한 뒤 쏟아져 나온 물에 두 번째 댐마저 무너지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는 구호의 손길을 보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곧 유엔 차원의 구호 자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에서 1000만달러(약 132억원) 상당을 리비아 참사 대응에 쓰기로 했고 영국도 1만파운드(약 16억6천만원) 상당의 긴급구호 패키지를 발표했다. 튀르키예는 데르나 현지에 임시병원 두 곳을 구축하기 위한 자재와 의료인력 148명을 태운 구호선을 파견하기로 했다. 알 가이티는 튀르키예 외에도 이집트와 튀니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에서 보낸 구조대원들이 데르나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실질적으로 시신 수습에 특화된 팀이 필요하다. 잔해와 물속에 많은 수의 시신이 있는 까닭에 도시에서 전염병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데르나에서 최소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9-14 12:50:51[파이낸셜뉴스]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2023 서울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대회'에 도쿄올림픽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들이 모두 출전한다. 29일 열리는 준결승 및 결승전은 tvN SPORTS를 통해 중계된다. 27일 CJ ENM에 따르면 서울에서 개최되는 이번 2023 서울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대회는 국제펜싱연맹(FIE)이 주관하는 펜싱 국제대회 중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다음으로 많은 세계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권위 있는 대회다. 이번 그랑프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 포인트,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드 배정 포인트를 부여한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지난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선보였다. 막내 에이스 오상욱의 복귀와 펜싱 월드컵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한 구본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지난 3월 벨기에 신트니클라스 펜싱 월드컵 정상에 오른 여자 단체전 멤버 전은혜, 최세빈, 윤소연, 이한아도 개인전 메달 사냥에 나선다. 도쿄 올림픽 단체전 메달리스트 윤지수, 서지연 등 베테랑들이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전 세계 사브르 탑 랭커들도 서울을 찾는다. 남자부 산드로 바자제(조지아), 아론 실라지 (헝가리), 볼라데 아피티(프랑스). 여자부 에무라 미사키 (일본), 데스피나 조지아도 (그리스), 안나 바슈타 (아제르바이잔) 등 세계 랭킹 1~3위 내 최정상급 실력자 전원 참가로 높은 수준의 경기가 기대된다. 준결승 및 결승 경기는 오는 29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tvN SPORTS를 통해 생중계로 만날 수 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3-04-27 11: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