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몇 달간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부터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 배우 지수, 학폭 의혹으로 방송가서 잠시 퇴출된 에이프릴 이나은, 여자아이들 수진 등 ‘학폭 미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된 사례도 있지만 기성용, 현주엽 선수와 배우 조병규, 김동희, 박혜수 등 진실공방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푸른나무재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이버SOS센터의 이연지 팀장은 유명인을 중심으로 터지고 있는 ‘학폭 미투’와 관련해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긍정적”이라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악의적 비방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학폭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이나 특수상해의 경우 공소시효가 5~10년이라 뒤늦은 폭로로 피해자가 법적인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이연지 팀장은 “이러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 부재로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한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힘”이라며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임을 인지하고 그동안 사회에 자리 잡고 있던 ‘사과와 용서를 하면 지는 게임이 된다’는 그릇된 통념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푸른나무재단은 1995년 6월 학교폭력으로 죽음을 선택한 아들의 아버지(설립자 김종기)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시민사회에 알리고 학교폭력 예방과 치유활동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공익법인이다. UN경제사회이사회에서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은 청소년NGO이다. 다음은 푸른나무재단과 나눈 일문일답 Q. 유명인을 중심으로 터지고 있는 ‘학폭 미투’의 긍정적 혹은 영향을 꼽는다면? A. 아무래도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피해자들이 당당히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됐다.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도 있으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사회적 제도 마련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마녀사냥이 될 위험이 있으며, 악플, 사이버불링 등 2차 가해가 이루어진다. 특히 유명인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모든 커리어가 끝나는 사회적 매장이 될 수 있는데 이는 과도한 처사일 수 있다. 무엇보다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악의적 비방은 당사자뿐 아닌 다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기에 허위사실 유포는 막아야 한다. Q. 배우 지수의 경우, 과거 학교폭력을 인정했다. 폭력, 폭언, 성추행 등을 저질렀다는 제보가 이어졌는데,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가? A, 형사법에 따르면 폭행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며, 특수상해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배우 지수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시기가 2008년이므로 이미 공소가 지났다. 민법 766조를 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거나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기 때문에 민사소송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공소시효 안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범행을 입증할 증거를 피해자가 오롯이 준비해야 하며 소송 자체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피해자가 다시 받을 심리적 고통은 상당하다. Q. 피해자들의 제보에 “학교나 교사들 등 어른들은 무엇을 했는지” 책임론도 대두됐다. 제도적 한계와 개선점은 무엇인가? A. 푸른나무재단에서 2019년에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후 ‘부모님께 도움을 받았다’(31.6%)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는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받았다’(24.5%),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17.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기보고식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17.6%나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제도적 허점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2020년 2월 5일에 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에’ 의하면 전학 조치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에는 각각 다른 학교를 배정하여야 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상급학교 진학 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로 배정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Q. 학폭 미투가 일회성으로 사라지지 않고 직접적으로 우리 사회에 긍정적 반향을 일으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A.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가해자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한 피해자의 용서와 화해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라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곧바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푸른나무재단에서는 현재 이러한 화해를 돕기 위해 ‘화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진정한 사과를 통한 화해가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이 된다면 좋을 것이다. 많은 분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Q.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정말 필요하지만, 피해자들의 오랜 고통을 감안할 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의구심도 든다. A. 푸른나무재단에서 ‘2019 전국학교폭력실태조사연구’를 진행한 결과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사과'와 '관계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당시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학교폭력 피해 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를 물었다. 응답자의 43.5%가 ‘가해 학생이 사과하고 다시 사이좋게 지낸다’고 답했다. 이어 ‘부모님, 교사 등 어른들의 위로와 도움을 받는다’(30.0%), ‘반, 학교, 학년 등이 달라진다’(가해자와 분리, 9.7%) 순으로 답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도 ‘학교폭력을 가해한 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를 물었다. 응답자의 67.7%가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다시 사이좋게 지낸다’고 답했다. 이어 ‘부모님, 교사 등 어른들의 가르침과 조언을 받는다(14.3%), 전문가(경찰, 의사, 변호사, 상담사 등)를 만난다(6.7%) 순으로 답했다. Q. 가해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를 통한 화해가 문제해결에 있어 중요할 것 같다. 실제 기억나는 화해·조정 사례가 있다면? A. 한 중학교에서 집단으로 A학생이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로 B그룹(6~7명)의 학생들이 집단 괴롭힘을 한 사건이 있었다. A학생이 2주 결석한 상태에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징계처분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B그룹 중 한명의 학생이 억울하다며 손목을 긋고, A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부정했다. 이 가운데 A학생과 B그룹 학생들과의 만남으로 실제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A학생이 뒷담화를 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한 번의 말들로 다시는 친구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너무 컸기에 무섭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A학생의 이야기를 들은 B그룹의 한 학생이 “왜 그런지 모르고 뒷담화를 한 너에게 화가 너무 났는데, 지금이라도 이유를 이야기해줘 고맙다.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서로의 마음과 상황을 헤아리는 순간이 있었기에 서로 깊은 상처로 남지 않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렇듯 피해자·가해자 모두 서로에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했다. 학교폭력의 궁극적 해결점은 양자가 함께 관계회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 즉, 피해자는 만성의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 상태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가해자는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 이런 치유와 성장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부터 시작되고, 인간관계 회복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한편 푸른나무재단은 앞서 2월 17일 UN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위원회 59차 본회의(CSocD59)에서 구두성명문을 발표했다. UN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위원회 본회의는 UN에 가입한 193개국의 정상 및 UN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를 획득한 세계 5,500여개의 NGO·국제기구 등이 참여하여 매년 정해진 의제와 관련해 정책제안을 하는 자리이다. ‘사회발전 및 복지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역할’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본회의 중 30여 곳의 NGO에게만 발언기회가 3분씩 주어졌으며, 이 중 푸른나무재단이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하게 발언권을 획득했다. 푸른나무재단은 3분 구두성명문을 통해, 청소년에게 있어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명(明)과 암(暗)을 밝히며, 청소년 사이버폭력의 심각성 및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푸른나무재단이 ‘교육부-사랑의열매-삼성’과 작년부터 협력해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사업 ‘푸른코끼리’를 예시로 들며, 디지털 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내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제안 및 다자간 협력을 촉구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1-03-17 11:28:03'기성용 초등생 시절 성폭력 의혹' 사건이 결국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 시절 기성용에게 구강 성교로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C, D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현 박지훈 변호사는 “소모적인 여론전을 멈추고 하루빨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것을 제안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박 변호사는 “현재 당사자들 간의 감정이 격화되어 절제되지 않는 언어가 오고 가고 있으며, 일부 언론들은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와 같은 상황은 본 사안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축구, 나아가 한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용에게 “가급적 속히 피해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 해주실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을 뿐만 아니라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형사 고소를 제기한 것 자체가 법률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민사 소멸시효 역시 이미 완성돼 손해배상청구소송(금전배상청구)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바랐던 것은 기성용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였다”고 한 뒤 “기성용은 언론을 통해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전면부인하며, 피해자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고소 하거나, 그 밖에 피해자들을 상대로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거듭하여 밝혔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따라서 피해자들은 본 사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기성용 선수께서 하루라도 빨리 자신들(피해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본 사안의 실체 진실은 여론재판이 아닌, 법정에서 밝혀질 수 있고, 또 법정에서 밝혀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가 갖고 있다는 증거에 대해서는 “증거 자료는 법정(및수사기관)에서 기성용 선수 측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힌 뒤 “저희가 확보한 증거자료에는 기성용 선수나 피해자들 이외에도 다른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바 그분들의 인격권 보호를 위한 측면에서라도 증거자료를 일반에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하여주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은 지난달 27일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거가 있으면 빨리 증거를 내놓기를 바란다"면서 "왜 증거를 얘기 안 하고 딴소리하며 여론몰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3-02 07:25:12[파이낸셜뉴스] 프로야구 선수 이영하(두산 베어스)와 김대현(LG 트윈스)을 겨냥한 학교폭력 폭로가 나왔다. 기성용 성폭행 의혹이 MBC PD수첩 보도의 중심이었지만, 이들에게 제기된 폭행 의혹 수위도 만만치 않았다. 16일 밤 10시 40분 방송된 PD수첩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편에서는 최근 스포츠계를 달구고 있는 학폭 사태가 조명됐다. 이날 방송은 프로야구 선수 이영하와 김대현을 향한 ‘학폭 폭로’ 제보자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얼굴을 공개한 제보자 조창모 씨는 심각한 표정으로 당시 피해 상황을 회상했다. 조씨는 “(둘이서 자신에게) 전기 파리채에 손을 넣으라고 했다. 야구선수인데 손이 얼마나 중요하냐. 심지어 전기 흐르는 곳에 넣으라고 했다”며 “제가 그거에 감전돼서 ‘아우’ 하니까 아주 기쁜 듯이 웃더라”라고 주장했다. 조씨의 야구부 동문 A씨도 등장했다. 그는 조씨가 운동기구에 팔이 묶인 장면도 목격했다면서 “창모가 당하고 있구나. 또 누구한테 오늘 맞아서 묶여 있구나”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야구부 동문 B씨는 “이영하가 항상 야구공을 들고 다니고 마음에 안 들면 집어던졌다. 저는 등이나 팔에 맞았다”고 전했다. 이영하는 시속 150km에 달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다. 이들의 변태적 행태도 폭로됐다. 조씨는 “심지어 이름을 부르면 저는 ‘젖꼭지’라고 답하라고 했었다”며 울먹였다. 이에 더해 야구부 동문 B씨는 “변태적이고 이상한 걸 시킨다. 짱구 노래를 부르면서 유두를 만지게 했다”고 말해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김대현의 경우 최소 2시간에서 길게는 밤새 안마를 시켰다는 증언도 있었다. 또 조씨 아버지는 “김대현 부모가 전화 와서 자기네 아들이 유망주니 ‘묻어 달라. 살려 달라’고 했다. 다음부터 주의시키겠다. 죄송하다고 해서 사건이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로서 학폭 조사를 막았다는 것 자체가 후회된다. 그때라도 학폭을 막았어야 했는데 저 때문에 (아들이) 더 고통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자식한테 죄인이 된 것 같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두 선수는 가해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김대현에게 연락을 받은 이들이 있었다. A씨는 “동료 선수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도와달라고 하고 있다”며 “기자들한테는 학폭 안 했다고 했지만 저희에게는 ‘(내가) 때린 거 맞다’, ‘근데 걔가 잘못하지 않았냐’고 했다. 그럼 때린 건 맞는 거잖냐. 때린 본인이 인정한 거 아니냐. 우리한테는 이렇게 말하고 기자들한테는 안 했다며 거짓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당시 이영하와 김대현은 촉망 받는 유망주였기 때문에 감독이나 코치에게 말해도 돌아오는 건 똑같았다(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1-03-17 09:31:35MBC ‘PD수첩’이 축구선수 기성용을 비롯한 스포츠계 스타들에 관한 학교폭력 의혹 제보자들을 만난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밤 10시 40분에 방송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편에서는 초등학교 시절 기성용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 인터뷰와 기성용 측이 밝힌 입장이 담길 예정이다. PD수첩 측은 “축구선수 기성용에 대한 ‘학폭’ 제보자들을 만나 과연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진실 공방을 다뤘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시절 기성용 선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C씨와 D씨를 접촉해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직도 축구부 합숙 시절 당했던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는 피해자들은 인터뷰 말미에 기성용 선수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기성용 선수 측도 PD수첩 제작진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는 기성용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폭로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박지훈 변호사가 출연한다.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 박 변호사는 “피해자 말로는 (기성용의 성폭행이) 수차례, 하나하나를 다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한참 넘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기성용 측은 “성폭행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와 관련한 오명으로 입은 피해와 향후 발생 가능한 피해에 대해서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방송은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현직 야구선수 이영하와 김대현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제보자 이야기도 다룬다. 제작진은 제보자를 만나 그가 두 선수를 고발하게 되기까지 과정을 들었다고 했다. 제보자는 “이씨와 김씨로부터의 폭력을 견딜 수 없어 결국 좋아했던 야구를 포기했다”며 “프로야구계에서 잘 나가는 두 선수를 바라보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 고통스럽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 제작진은 “계속되는 폭로와 재발 방지 약속에도 여전히 만연한 스포츠계의 폭력 문화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3-16 11:15:56[파이낸셜뉴스] 기성용을 겨냥한 ‘성폭력 의혹’의 불길이 잦아들지 않으며 8일 기준 2주 가까운 시간 동안 기성용과 피해 제기자 측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실은 무엇이고 언제쯤 밝혀질지에 여론의 눈이 쏠리고 있다. 다만 기성용 측은 일관되게 범행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반면, 여론전에 불을 붙여놓고 돌연 “소송을 제기하면 증거를 내놓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의혹 제기자 쪽 저의가 미심쩍다는 지적은 존재한다. 이 도발 이후 침묵하던 기성용은 일주일 만에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법적 다툼을 선포했다. ■ 기(起): 변호사의 성폭력 폭로...“기성용 아냐?” 사건의 발단은 박지훈 변호사의 폭로였다. 지난달 24일 법무법인 현 소속 박 변호사가 “축구 선수 출신인 C씨와 D씨가 전남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수십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 소식을 전하면서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A선수의 신상을 흘렸다. △최근 수도권 모 명문구단 입단 △국가대표 출신 △스타 선수.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A선수=기성용’이라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당일 기성용 소속사 C2글로벌은 이를 전면 부인했으나, 되레 이 대응에 힘입어 인터넷 상에서 해당 공식은 기정사실화 됐다. ■ 승(承): 피해자, 되레 가해자?...기성용 “법적 조치” 논란이 촉발된 24일 여론은 종일 들끓었다. 그러다 다음 날인 25일, 국면 전환의 징후가 나타났다. 기성용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C, D씨가 중학교 진학 후 후배들에게 강압적 성행위를 시켰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광양제철중학교 축구부 때로 시기가 특정되며, “당시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일이었다, 피바람이 불었다”는 증언이 기사에 실렸다. C, D씨가 주장한 피해사실에 대한 부정은 아니나, 이들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성용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폭력 의혹에 “결코 그런 일 없다. 제 축구 인생을 걸고 말씀 드린다”며 못 박았다. 이어 “모든 것을 동원해 강경 대응할 것”이라며 “사실 확인 안 된 악의적 댓글을 단 이들까지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 전(轉): “명백한 증거 있다” 재반격 vs. “자비는 없다” 26일 피해 제기자 측은 박 변호사를 통해 재차 반격에 나섰다. 박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기성용 선수 측의 비도덕 행태가 계속된다면 부득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압박했다. 폭로 이틀 만의 공세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기성용 측의 압박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27일. 기성용은 인내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뉘앙스로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서울의 개막전 뒤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이다. 소속사를 끼지 않고 본인이 직접 등판했다. 이 자리에서 기성용은 “절대로 (성폭력을) 한 적이 없다. 뒤로 숨지 않고 당당히 해결하고 싶다”며 “이제 자비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거가 있으면 빨리 내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변호사가 기자회견 직후 “곧 증거 전체를 공개하겠다”며 맞불을 놓으며 논란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 결(結)은?: “변호사 선임했다” vs. “기다렸다” 2월말 시작된 공방은 달을 넘겨 이어졌다. 3월 1일 박 변호사는 “소모적 여론전을 멈추고 하루 빨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것을 제안한다”고 여론전에서 한 발 물러서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그는 “본 사안의 실체적 진실은 여론 재판이 아닌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줄 것을 요청하며 “증거 자료는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 기성용 선수 측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확보한 증거에 기성용과 피해자들 외에도 제3자들의 신상이 담겼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후 추가 의혹이 터졌다. 중앙일보는 2일 “20여명이 자는 단체 숙소에서 다른 부원들도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 제기자 측 주장을 기사에 실어 내보냈다. 목격자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기성용은 “완전한 허위사실. 그게 구조적으로 가능한가”라며 전면 부인했다. 이를 끝으로 잠자코 있던 기성용 측은 7일 입장을 냈다. 기성용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전을 마친 뒤 “법적 대응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강력 대응을 위해 변호사와 잘 상의하고 있다”고 법적 승리를 자신했다. 이에 박 변호사 역시 “소송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고 응수했다. 결국 공방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다만 해당 사건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20년 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은 어렵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기성용 측이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 시 전쟁 제2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 논(論): “아니면 말고 식” vs. “최후의 수단” 이번 기성용 의혹 공방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첫 째는 ‘폭로’라는 명패를 달아 제기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따라 가해자로 지목된 측이 ‘그러한 사실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 반면 ‘폭로는, 피해자들이 사회·경제적 우위에 위치한 가해자들에 대항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실제 누리꾼 사이에서도 “변호사 돈 벌기 좋은 시나리오네”, “공소시효 지난 걸 지금 와서 꺼내는 이유는?”,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는 일을 언론에 무책임하게 까발리는 의도가 의심된다”는 주장과 “성폭력·학폭 가해자는 잘 먹고 잘 살아서는 안 된다.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할 것”, “저 정도면 증거 100% 있는 거지”, “이 정도면 뭔가 있긴 있구나”와 같은 반박이 치열히 맞붙고 있다. 한편 이다영·재영 자매 발 학폭·성폭력 폭로가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로 일파만파 번지는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더해 여론전의 끝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매듭지어지면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누리꾼은 “이제 지친다. 얼른 고소하고 마무리하자. 뭐가 진실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1-03-04 14:5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