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전날 대권 도전 선언 후 울산을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국내 주력 산업의 위기 극복과 저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중산층의 나라를 만들겠다며, 경제 대통령의 리더십을 재차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11일 오후 2시 울산 동구 호텔현대 바이 라한에서 열린 HD현대중공업·조선업 협력사 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구분 지었다. 한 전 대표는 "현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쇼크를 맞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만이 아니며, 그렇다면 실력 있는 나라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고 우리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가 돼야 한다"라며 "그것을 위해 기업은 전력을 다해 주시고, 기업이 할 수 없는 싸움은 정치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치가 나서서 돈이나 나눠주자면서 '25만원을 주자', '상품권 뿌리자' 할 때가 절대 아니다"라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의 '전 국민 25만원 지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저는 성장하는 중산층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것은 성장입니다. 성장은 이런 조선업 같은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이 성장하고 거기에 파생해서 다른 산업들이 이 따라오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정부와 조선업 같은 우리의 카드를 쥐고 계신 기업인 그리고 노동자들은 한 팀이고 동지여야 한다"라며 현재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울산 조선업 간담회에는 서범수·우재준·진종오·한지아 의원이 배석했다.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노진율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등의 임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한 전 대표의 모두 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한 뒤 부산으로 이동해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5-04-11 16:52:57▲ 유정주씨(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별세· 김미정씨 남편상· 유수현 승훈 승민씨 부친상=11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3일 오전 9시. (02)2227-7500
2025-04-11 15:35:57【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전북 전주시가 지역경제 근간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자금 지원에 나선다. 11일 전주시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올 상반기에 114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육성자금 지원사업은 기업체가 전주시와 협약된 은행에서 융자를 받으면 이자 차액을 보전해주는 사업이다. 전주시에 주된 사업장이 소재한 중소기업이면 업체별로 최대 3억원, 소상공인은 2000만원 이내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보전받을 수 있다. 융자 기간은 2년이며, 1회 연장 시 3년까지 가능하다. 지원 대상 업종은 △제조업 △운송업(시내버스·법인택시) △지정 음식업 △재생재료 수집 및 판매업 △벤처기업 △기술 우수 기업 △중소 수출업체 △사회적 기업 △지식서비스산업 업체 등이다. 임숙희 전주시 경제산업국장은 “이번 중소기업 육성자금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며 “저금리 융자 혜택을 적극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5-04-11 14:22:22[파이낸셜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상북도, 전북특별자치도는 11일 대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지역 기술투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지역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은 지역 기술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적극적 투자 및 지원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마련됐다. 앞서 경상북도와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1월 500억원 규모로 결성된 제5-3차 연구개발특구펀드인 '영호남권 특구펀드'에 각각 30억원 및 15억원을 추가 출자한 바 있다.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과기정통부와 경상북도, 전북특별자치도는 지역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펀드를 활용한 투자 및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 또 민간 투자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기술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자금 지원과 기술사업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연구개발특구펀드를 활용한 지역 혁신기업 지원 사례 공유 △지자체별 기술투자 촉진 전략 논의 △벤처캐피털의 지역 투자 확대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은영 연구성과혁신관은 “그간 연구개발특구펀드는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약 79%)해오며 지역의 유망한 창업기업 발굴·성장을 견인해 왔다”며, “향후 과기정통부와 지자체의 지속적 협력을 통해 지역 맞춤형 투자로 펀드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5-04-11 11:20:25【파이낸셜뉴스 의왕=장충식 기자】 경기도 의왕시는 오는 5월 15일 의왕국민체육센터에서 개최되는 '2025 의왕시 일자리박람회'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고 11일 밝혔다. 의왕시 일자리박람회는 시민들의 폭넓은 구직 기회 제공과 인력난을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개최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기업 모집 규모는 30여개 수준으로, 참여 기업에는 인재 알선은 물론 면접 부스 무료 제공, 멀티비전 홍보 등의 여러 혜택이 제공된다. 일자리박람회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은 의왕시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된 신청 서류 등을 확인한 후 오는 25일까지 팩스 또는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시는 이번 박람회에서 개인 역량 진단, 면접 메이크업, 직업 적성 검사 등의 부대행사와 함께 일자리 관련 다양한 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일자리박람회를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신미경 기업일자리과장은 "많은 기업들이 이번 박람회를 통해 우수 인력 확보의 기회를 잡길 바란다"며 "관내.외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5-04-11 10:14:30[파이낸셜뉴스] 부산시는 부산경제진흥원과 실무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대학생 취업 연계와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2025년 부산 워털루형 코업(Co-Op) 프로그램'을 개편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업(Co-Operative Education) 프로그램은 이론 수업 학기와 현장실습 학기를 교차 운영하여 실무 역량과 학업 지식을 습득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부산 워털루형 코업(Co-Op) 프로그램은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의 실무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지역 실정에 맞게 현지화한 부산형 현장실습 지원사업이다. 올해는 3~4학년 2학기에만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방식에서 계절학기 추진을 허용해, 각 대학과 기업이 원하는 장·단기의 다양한 학기제로 개편해서 현장실습을 운영한다. 또, 지난해보다 한 달 앞당겨 기업 모집 기간을 실시해, 학생이 면접 전 현장실습 기업과 직무를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과 직무 안내 자료를 제작·배포해 지역 내 우수한 기업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학생들이 기업의 직무를 이해하며 자신의 역량을 평가할 기회를 제공한다.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시는 공모 절차를 통해 4개 이상의 운영대학을 선정하고, 각 대학에서 선발된 학생과 부산경제진흥원이 발굴한 기업을 연계해, 한 학년 최대 6개월간의 현장실습을 지원할 예정이다. 학생과 연계된 기업에는 학생 1인당 월 200만원의 실무교육지원비와 최대 1000만원의 기업과제수행지원금을, 전담 멘토에게는 월 15만원의 멘토 수당을 각각 지급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대학 또는 기업은 오는 14일부터 대학은 25일 오후 4시까지, 기업은 5월 16일 오후 4시까지 진흥원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모집 관련 자세한 사항은 진흥원 누리집 내 게시된 공고문과 사업안내 영상을 참고하거나 진흥원으로 문의하면 된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5-04-11 09:56:43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10일 경남도청에서 경남도, 올카고유엘에스터미널(주)와 1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과 기업은 협약을 통해 기업의 원활한 투자추진, 지역경제 활성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 증진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올카고유엘에스터미널은 글로벌 물류기업인 올카고(Allcargo), ECU 월드와이드, 한국의 유엘에스(ULS)가 협력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이번 투자 협약으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진해 웅동배후단지 내 3만4774㎡(약 1만537평)의 부지에 신규 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기존 190억원 규모의 투자를 포함해 총 290억원의 글로벌 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약 5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종합물류기업 올카고는 2006년 ECU 월드와이드를 인수하며 전 세계 LCL(소량화물) 물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ECU 월드와이드는 현재 전 세계 85개국에 30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며 글로벌 복합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부산항 신항을 동북아시아의 글로벌 물류 허브로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된다. 올카고유엘에스터미널은 향후 아시아 지역의 주요 물류 거점을 부산항 신항으로 이전하는 추가 투자 계획도 밝히면서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를 예고했다. 이번 투자협약은 각 기관 간 긴밀한 협력으로 성사됐다. 지난해부터 부산진해경자청은 해외 물류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올카고 그룹을 설득하고 부산항 신항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했다. 또, 경남도, 코트라와 협력해 올카고유엘에스터미널과 꾸준히 협의를 이어왔으며, 지난 2월에는 인도 올카고 그룹의 주요 인사가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박성호 청장은 "인도의 세계적인 그룹인 올카고 그룹의 투자와 MOU 체결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부산항 신항의 글로벌 물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최상의 투자 환경과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5-04-10 18:30:28기술보증기금은 진씨커를 'IP-Value 강소기업'으로 선정, 특허 기술인 '돌연변이 세포 유리 유전자 분리 키트 및 이를 이용한 돌연변이 세포 유리 유전자 분리 방법'에 대한 가치평가 결과를 반영해 우수 지식재산(IP) 가치플러스 보증 10억원을 지원했다고 10일 밝혔다. 가치플러스 보증은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IP 중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분야 우수 IP를 발굴하고, 산출된 가치 금액 내에서 보증과 연계해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맞춤형 보증상품이다. 기보는 고난도 기술 가치평가를 통해 선정된 우수 IP 기업에 IP-Value 강소기업 선정서를 수여하고 있다. 진씨커는 지난 2017년 11월 예성혁 대표가 설립한 중소기업이다. 3세대 유전자 가위 'CRISPR-CAS 9' 기반의 유전자 사전 선별 기술을 개발해 국내외 의료기관에 암 진단키트와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혈중 암유전자 분석 및 진단 과정에서 혈중순환종양핵산을 기존보다 손쉽게 검출할 수 있고, 다양한 암에 적용 가능하단 점에서 기술적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보는 진씨커의 기술력과 사업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보증 10억원 지원뿐만 아니라 △보증료 감면 △기술특례상장 사전진단평가 무상지원 △투자용 기술평가 인증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우수 IP 기술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재필 기보 이사는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은 우수 IP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개발 및 사업화 준비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최근 투자시장 위축으로 인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보는 앞으로도 연구·개발(R&D) 및 인프라 지원 등 맞춤형 정책을 연계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바이오벤처 기업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지민 기자
2025-04-10 18:28:34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조치에 따라 향후 90일간 관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전방위적 협상에 돌입한다. 한국이 먼저 제안한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실무 협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문제 삼은 비관세 장벽, 위생, 세제 등 각종 규제 전반에 대해서도 해결방안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90일 동안 협상에 진전을 보여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에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가에 한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한국 등 57개국에 10%보다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따라 25%의 관세가 예정됐던 한국은 당분간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하게 10%의 관세만 부과받게 됐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의 관세 부과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의 세제와 조세 체계, 비관세 장벽, 위생 규정 등 다양한 제도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이런 것들이 개선되면 외국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종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 장관들이 특별히 노력해 달라"면서 "개별 부처에서 해결이 어렵다면 권한대행인 제가 직접 협의에 나서 해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조현동 주미대사,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화상회의를 열고 미국과의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그는 "주미대사관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무부,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에너지부 등과 적극 소통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국내 부처들도 현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 중이며, 주미대사관도 부처 구분 없이 '원팀'으로 비상 대응하라"면서 "현지 외교단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신속히 파악해 국내에 충실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조 대사는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통화 이후 미국이 조선·에너지·무역 분야에서 한국과 더욱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긍정적인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보고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조선, LNG,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에서의 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정 본부장도 방미 중 미국 측과의 협의 내용을 간략히 보고하고 "남은 기간에도 적극적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재정경제금융관 영상회의를 열고 "유예기간 동안 미국과 협의하며,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통상환경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경관들에게 "한국의 경제·외교 정책이 일관된 기조 아래 추진되고 있음을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5-04-10 18:16:54광역시로서는 최초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선정됐고,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부산의 몰락은 신발산업 쇠퇴와 궤를 같이한다. 부산 신발산업을 이끌던 중심 인물은 국제그룹 양정모와 삼화고무 김지태였다. 거칠고 불편한 짚신을 신고 걸었던 이 땅의 백성들은 19세기 말부터 일본에서 들어온 몰랑몰랑한 고무신을 신게 되었다. '고무'는 일본어의 'ゴム (gomu)'를 차용한 말이다. 일본어 'gomu'는 네덜란드어 'gom'을 일본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고무신 공장은 우후죽순 들어서 1933년 72개에 이르렀다. 과잉생산 문제가 불거지자 조선총독부가 업체들을 통폐합해 부산 범일동에 만든 기업이 삼화고무였다. 일제강점기의 삼화고무는 연간 1000만족을 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이었으며 중일전쟁 때는 군수공장 역할을 했다. 광복 후 적산(敵産)기업으로서 몇 사람의 손을 거쳤던 삼화고무를 1958년 인수한 사람이 김지태였다. 그는 일제강점기 부산제2공립상업학교(옛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동양척식회사에도 근무했다. 1935년 제지회사인 조선지기주식회사를 창업했고 광복 이후 한국생사와 조선견직을 설립, 재벌 반열에 올라섰다. 문화방송을 창립하고 부산일보를 인수하는 등 언론사업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1960년대까지 농어촌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고무신을 신었다. 도시에서도 운동화를 신은 학생은 많지 않았다. 범표 삼화고무를 필두로 부산에는 왕자표 국제화학, 말표 태화고무, 기차표 동양고무, 진양고무 등이 들어서 신발산업의 메카가 됐다. 부산은 고무 등 신발 원료를 조달하기 쉬운 항구인 데다 노동력도 풍부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동천에서 공업용수를 끌어 쓰기에도 용이했다. 김지태는 신발로 큰돈을 벌어 삼성이나 현대보다 먼저 재벌 반열에 올랐고 부산 지역에서는 '돈지태'로 불렸다. 김지태는 박정희 정부가 출범할 때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일설에 따르면 김지태는 부산군수기지사령관으로 있다 쿠데타를 모의한 박정희의 거사 자금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 일로 부정축재자로 몰리고 부일장학회와 부산문화방송 등 재산을 환수당했다는 것이다. 살기가 좋아지면서 신발은 고무신에서 직물로 만든 운동화(캔버스화)로 바뀌어 갔다. 운동화는 19세기 말 서양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고무밑창을 단 운동화는 영어로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걷는다는 의미에서 '스니커즈'라고 부른다. 유명한 상표인 '컨버스' 농구화가 처음 출시된 것은 1917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21년 '편리화' '경제화'라는 고급 신발이 나왔는데 천이나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다. 운동화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부터 쓰였으며 양화점에서 소량으로 생산했던 귀한 신발이었다. 대륙고무신 회사에서 학생 운동화를 제조했다는 광고가 있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는 "'서울선 아무도 안 왔어요?' 하고 물으면서 운동화를 벗어던졌다"는 구절이 나온다. 1960년대 이후 운동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신발산업은 전성기를 맞는다. 주요 신발업체 외에도 LG그룹의 모태 '락희화학'도 운동화를 제조했다. 삼화고무의 '타이거' 운동화는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와 함께 1980년대 초반까지 시장을 주름잡았다(조선일보 1983년 8월 27일자·사진). 1976년 삼화고무는 ㈜삼화로 이름을 바꾸고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무역상사로 탈바꿈했다. 당시 삼화는 한국생사, 조선견직 외에도 동방증권, 동방제지 등 9개 계열사를 둔 거대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신발산업은 1980년대 중반까지도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이었다. 1982년 김지태가 사망한 후에도 삼화고무는 수출 실적 1~2위를 다투었다. 그러나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후진국들이 뛰어들고 '나이키'와 같은 세계적 브랜드들이 들어오면서 신발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2년 9월 삼화고무는 부산의 대형 신발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도산해 사라졌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5-04-10 18: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