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트빌리시(조지아)=김동찬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현지시간) “국가 간의 규제를 조율하는 데 있어 아고라(Agora)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은 비(非)기축통화국의 관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거래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핀테크 발전 방향과 관련한 세미나에 참석해 아고라 프로젝트의 목표와 참여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예금 토큰과 디지털화폐(CBDC)를 활용해 통화시스템 개선을 모색하는 국제협력 사업이다. 한국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및 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멕시코 중앙은행, 국제금융협회(IIF) 등과 함께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총재는 "아고라 프로젝트는 국경 간 결제와 금융 산업이 미래에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이라면서 "광범위한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아고라 프로젝트에는)미국과 영국, 스위스, 일본, 유럽 등 5개의 선도국이 참여하고 비기축통화국 중에서는 멕시코와 한국이 유일하게 참여한다”면서 “한국은 국경 간 조율 측면에서 비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의 관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 총재는 국가 간 결제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규제의 영역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지난 20년간 해외송금 등 국경 간 거래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국내 지급결제 서비스는 훨씬 디지털화되고 발전했으나 국가 간 측면에서는 진전이 크지 않았다"며 "국가 간 거래 개선을 위한 기술 발전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규제“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5-02 21:05:15[파이낸셜뉴스] 미국 달러화가 앞으로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는 하겠지만 그 지위를 흔들 최대 위협요인은 다름 아닌 미 경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17일(이하 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국제금융부문 책임자였던 스티븐 카민, 미 재무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마크 소벨의 경고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들은 경쟁자 없이 달러가 오랫동안 기축통화 자리를 유지했지만 이제 새 장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카민과 소벨은 달러는 현재 세계 교역과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통화로 이 자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했다.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최신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 따르면 달러는 현재 전세계 하루 교역 대금 지불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재 달러는 전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의 55%를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브릭스 등이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 등을 회원국간 교역에 사용하기로 하고, 중국이 중동 산유국들과 위안으로 결제하기로 하는 등 달러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달러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카민과 소벨은 이런 위협은 미국 그 자체가 달러에 미치는 위협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 금융, 경제 상황이 '심각하게 뒤틀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치판이 양극으로 치닫고, 의회가 제 기능을 상실한데다, 보수나 진보 모두 미 재정적자 확대를 줄이는데 별다른 관심이 없어 달러가 기축통화 자리를 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논문에서 "그 결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민간투자가 위축되며, 금융변동성이 고조되는 한편 미 경제의 역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비관했다. 논문은 이어 "그렇게되면 결국 달러는 기축통화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경우 달러가 기축통화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은 심각한 경제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상황이 이렇게 치닫게 되면 세계 경제 역시 쑥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경고했다. 미국은 심각한 재정적자 속에 수시로 정부폐쇄(셧다운)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올해 16억달러 더 늘고, 10년 뒤에는 총 재정적자 규모가 2조6000억달러에 이른다. 올해 고금리 속에 국채 이자비용이 국방비와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2-18 07:59:11【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뉴욕시립대 폴 크루그먼 교수가 달러 위상이 아주 공고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중국이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로 결제를 하며 위안화를 달러화에 대응하는 기축통화로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달러의 패권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크루그먼 교수는 NYT 칼럼을 통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치가 중국의 위안화 등에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계를 통해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년간 88% 선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외환 거래가 8번이 이뤄진다면 그중 7번은 반드시 달러가 연관된 거래라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볼리비아의 법정통화 '볼리비아노'를 말레이시아의 '링깃'으로 환전하는 상황을 예로 들며 볼리비아노를 링깃으로 환전하기 위한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방법은 볼리비아노를 달러로 바꾼 뒤 이를 다시 링깃으로 환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가 달러의 효용성을 설명하기 위해 영어 사용을 예로 든 논리를 차용해 위안화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킨들버거에 따르면 언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모국어가 아닌데도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라며 "중국어가 국제 거래에서 주요 언어로 사용되는 날이 오겠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위안화도 중국어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아닌 중국 밖에서 위안화를 쓰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위안화의 국제화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크루그먼 교수는 위안화의 한계도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통제 때문에 위안화 자본이 자유스럽게 이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안화로 자산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달러 패권도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탈(脫) 달러화는 내용이 없는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달러의 지배력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3-07-09 09:18:03[파이낸셜뉴스] 일부 국가에서 결제 수단으로 미국 달러 대신 다른 화폐 사용을 늘릴 것을 제안하고 있으나 2039년까지는 주요 기축통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영국의 중앙은행 전문 연구소에서 전망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의 연구에서 자산 5조달러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달러 보유 비중이 줄어들겠지만 현재의 58%에서 2039년에는 5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글로벌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면서 달러 결제도 줄어왔다. 또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3000억달러 이상이 동결되자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의 탈달러를 촉발시켰다. 탈달러화를 강조해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에도 신흥국들이 달러 의존을 제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OMFIF의 조사에서 중앙은행의 10%가 2년안에 달러 비중을 줄일 계획인 반면 16%는 더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앙은행 중 6%는 10년안에 달러 보유를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OMFIF의 조사에서 중국 위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한 비중은 지난해의 30%에서 13%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30년대에 세계 외환 보유고에서 위안의 비중은 현재의 3%에서 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위안화 사용 늘리기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OMFIF의 연구 이사 니킬 산가니는 세계 중앙은행 관리들은 현재 미국과 중국간 대립을 보면서 중국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3-06-28 11:17:40미-중 기술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도 증가로 금융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연구원으로부터 나왔다. 각국 세력 변화에 따라 통화의 지위도 변한다는 주장이다. 또 가상자산 등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의 등장으로 인해 달러 패권이 약화할 가능성과 특히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 역시 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월 28일 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 및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국제 금융질서의 변동'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립 격화 등으로 전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경제의 부상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핵심 품목에 대한 자급자족이 중요해졌다고 언급하며 통화의 힘, 금융도 이를 따라간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 중심의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미국이나 유엔이 금융제재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로 인해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미국식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의 힘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 약화를 말해주는 지표도 소개했다. 우선 외국인의 미국 국채 비중 감소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국채 발행을 남발했지만 외국인의 보유 규모는 40%대에서 30%대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러시아의 미 국채 축소 규모가 컸다. 러시아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18년 1월만 하더라도 1000억달러 이상이었지만 불과 3개월 뒤인 4월에는 487억달러로 급감했다. 현재는 2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달러화 의존도를 줄인 것이다. 또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비동맹국들은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이나 러시아 금융통신시스템(SPFS) 등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외환보유액 역시 달러화 비중이 감소세를 지속해 2020년엔 50%대를 기록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행의 외화보유액과 연기금들의 해외 투자자산의 통화 구성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시스템 약화로 이어지면서 디지털화폐(CBDC)나 가상자산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이 나올 것"이라며 "미국이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시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기후변화와 금융을 엮는 게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지금은 지정학과 금융을 연결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순위 10위의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위상을 갖기도 했지만 우리를 둘러싼 지정학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지금까진 공급 측면의 일시적 충격으로 생각했던 변수들이 알고 보면 글로벌 경제 환경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3-02-28 18:03:55[파이낸셜뉴스] 미-중 기술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지정학 위기 속에서 달러화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는 유지될 수 있을까. 1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달러화 패권 지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과 대체 통화로의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脫달러 심화 먼저 지정학 불확실성 증대로 달러화 패권 지위가 약화할 것이라는 주장의 이유로는 △외화보유액 달러 비중 감소 △외국인 미 국채 비중 감소 △우리나라도 미 달러화 결제 비중 축소 △국제결제망인 SWIFT에서의 달러 비중 정체 등이 꼽혔다. 가상자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 등장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흐름이라고 봤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금융 및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국제 금융질서의 변동'이란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립 격화 등으로 전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위험의 증대로 인해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미국식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의 힘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 약화를 말해주는 지표를 소개했다. 우선 외국인의 미국 국채 비중 감소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국채 발행을 남발했지만, 외국인의 보유 규모는 40%대에서 30%대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러시아의 미 국채 축소 규모가 컸다. 러시아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2018년 1월만 하더라도 1000억달러 이상이었지만 불과 3개월 뒤인 4월에는 487억달러로 급감했다. 현재는 2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달러화 의존도를 줄인 것이다. 또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비동맹국들은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이나 러시아 금융통신시스템(SPFS) 등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외화보유액 역시 달러화 비중이 감소세를 지속해 2020년엔 50%대를 기록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정대희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도 달러화 중심의 국제제재가 오히려 제재국의 달러 보유를 가속하면서 달러화 가치를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달러화 대체할 대안이 없다" 반면 여러 가지 위기에도 달러화가 패권 지위를 결국은 유지할 것이란 주장도 팽팽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경희대 박복영 교수는 "1970년대 금 태환 정지, 1980년대 엔화 부상, 유로화 출범, 2008년 이후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 등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달러화 지위를 위협하는 순간들이 있었으나 결국 달러는 50년 넘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박 교수는 기축통화 요건은 시장의 수요와 통화량 공급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며 달러화를 대체할 변수가 지금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력한 대안이 없는 경우 계속 기존의 제도가 지속하는 현상을 이력 효과(hysteresis effect)라고 한다"면서 "엔화는 규모가 너무 작고, 유로는 경제 공동체가 불안정하며 위안화는 제도적 신뢰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상통화는 가치의 변동성이 너무 커 현재로서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기보다는 투자 수단"이라고 일축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3-02-28 17:59:1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걸프지역 정상들에게 석유·가스 수입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내에선 세금 납부 등 정부 업무부터 배달 쿠폰 등 소비분야까지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확장하고 있다. 국제 지급 결제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나눠 갖기 위한 중국의 안팎에 대한 시도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11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석유·가스 개발, 청정 저탄소 에너지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석유·가스 무역에 대해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석유 대금에 대한 달러 결제, 즉 페트로 달러 체제는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현재까지 세계경제에 적용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석유가 달러로만 거래되기 때문에 수입국들은 항상 거액의 달러를 비축해야 한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배경이다. 따라서 ‘석유·가스 대금 위안화’는 이런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장이다. 하루 620만 배럴의 원유를 오직 달러만 받고 수출하는 사우디가 자국산 원유의 4분의 1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에 위안화 결제가 확정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여기다 걸프협력회의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페르시아만 6개국 참여하는 지역협력기구이므로 영향력도 크다. 다른 산유국들이 사우디나 걸프협력회의의 뒤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위안화 결제가 성사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우디는 과거에도 미국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달러 결제 대체 수단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양국은 현재 석유 증산 등을 놓고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또 사우디는 리알화에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덜 안정적인 위안화로 원유를 팔면 사우디 정부의 재정 전망에도 리스크 요인이다. 미국의 반발과 보복 가능성도 큰 부담이다. 중국은 이와 별도로 자국 내에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정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금 대출 공제, 세금 납부,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업무에 디지털 위안화가 적용되고 있으며 배달 쿠폰, 지하철 승차권 할인, 소비 쿠폰 등에도 활용된다. 디지털 위안화 운영 은행은 10곳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은행은 하이난성 최초로 4300만 위안 규모의 대출을 디지털 위안화로 지난 9일 발행했다. 칭다오 한 지역은 아예 거리 이름을 ‘디지털 위안화’로 정했다. 자국 내 장악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다음 수순은 국외 확장이다. 중국 디지털 화폐연구소는 이미 지난해 ‘중앙은행 다자 디지털 통화 가교’에 가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결제를 공식 천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뒷받침하는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 외환을 실시간으로 역외 거래하는 결제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쑨자오둥 중국건설은행연구원 교육과정설계관리센터 주임은 중국 매체 중신징웨이에 “2023년은 디지털 위안화가 국내·국제적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이라며 “산업·공급·정보·자본·신용 사슬을 취합해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국가 경제의 디지털 일체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2-12-11 12:54:09최근 대통령 후보 토론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축통화(Key Currency)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원화가 조만간 기축통화가 될 수 있기에 정부 지출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다는 논거로 제시되었다. 과연 기축통화란 무엇인가? 국제무역결제, 환율평가, 대외준비자산으로 사용되는 국제통화이다. 현재 미국의 달러화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 이외에도 국제거래에서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다. 그러나 달러에 비하면 역할과 비중이 아직 미흡하다. 이들 통화는 달러화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된 '교환성통화'로서 국제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자유롭게 교환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통화이다. 17세기 이후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IMF를 설립해 국제금융질서를 개편하고 금본위제를 적용한 달러가 그 지위를 확보했다. 기축통화국은 국채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해 국가 채무한도가 늘더라도 국가신인도 유지에 문제가 없다. 기축통화국이 누리는 장점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39%이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위기 시마다 달러화는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력을 갖추어야 하고 모든 국제거래에서 폭넓게 사용돼야 한다. 통화가치가 안정이 돼야 하며 국제적으로도 선진화된 금융시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배제키로 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원유 등 원자재를 수출하고 수출대금을 스위프트를 통해 받아 왔다. 스위프트 배제로 러시아은행은 국제자금거래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되었다. 대외채무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은 대외정책의 수단으로 이란, 북한과 같은 제재대상국이 기축통화인 달러 결제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기축통화를 대외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달러 사용을 우회하는 다른 시스템을 구축해 궁극적으로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의 경제력과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선 원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환성통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원화의 국제화를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준비 없이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어 거시경제 안정성을 저해할 수가 있다.단계적으로 추진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해외에서 원화를 환전하고 원화표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축통화의 꿈보다는 원화의 국제화가 새로운 정부의 정책과제가 되어야 한다. 원화에도 자유를 허용할 시기가 왔다.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2022-03-24 18:37:1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일 경우 국제 원유시장을 지배하는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미국을 압박하려는 사우디의 전략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 외신은 15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 사우디와 중국의 위안화 표시 원유 계약 논의가 지난 6년간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대중국 수출분의 위안화 결제 허용은 물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일명 ‘페트로위안’으로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허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은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에 대한 사우디의 실망이 커진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예멘 내전과 관련해 미국이 사우디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 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 시도에 나선 점 △미국의 갑작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 등이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 수위를 높였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반면 중국은 사우디의 자체 탄도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 추진을 돕고, 네옴 신도시 개발을 비롯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쳐왔다. 하루 620만 배럴의 원유를 오직 달러만 받고 수출하는 사우디가 자국산 원유의 4분의 1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사우디를 군사 지원하는 대가로 오직 달러화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이른바 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뒷받침하는 이 체제가 퇴색되면 ‘달러 패권’이 덩달아 흔들릴 수 있다. 다른 산유국들이 사우디의 뒤를 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위안화의 기축통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우디가 실제 위안화 결제에 나설지에 대해선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사우디가 과거에도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꺼냈던 단골 소재일 뿐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국 리얄화를 달러에 연동시킨 고정환율제의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덜 안정적인 위안화로 원유를 팔면 사우디 정부의 재정 전망에도 리스크 요인이다. jjw@fnnews.com
2022-03-16 15:28:09[파이낸셜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일 사회분야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비판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는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에서다. 이 후보는 안 후보의 지적에 "재난지원금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차등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안 후보는 이날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런데 2020년 OECD 자료를 보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건 미국과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 세 나라 뿐"이라며 "그런데 일본이나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는 "미국과 일본은 아무리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상황이라 비기축통화국인 한국과 다르다"면서 "그래서 OECD에서는 옳지 않은 정책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에 대해 "재난지원금은 가난한 사람을 돕기위한 게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학재 전민경 기자
2022-03-02 21:2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