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7층 건물 위에 쓰인 공포스러운 듯한 문구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 말 그대로 건물에 들어서면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현실로부터 단절된 '매키탄호텔'에서 관람객들은 소지품을 반납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괴상한 세계'로 빠져든다. 어두컴컴한 실내와 사방으로 뿜어진 연기로 인해 복도 벽을 더듬어도 걷다 보면 다른 시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호텔에 입장하면 관람객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누구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엘리베이터의 층수도 가려져 있어 어디서 내리는지도 모른다. 배우들을 제외한 모든 관람객은 하얀 가면을 써야 하므로 말을 할 수도 없다. 배우가 오로지 관람객 한 명을 위해 초밀접 연기를 펼치는데, 운에 맡겨야 하는 복불복인 셈이다. 인파에 밀리다보면 명장면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인생도 만회할 기회가 있듯이, 다시 배우들을 따라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기회가 찾아온다. 예컨대, 장시간 따라다닌 대머리 마녀에게 외면당했지만, 소년 마녀와 무도회장에서 일대일로 춤을 추는 잊을 수 없는 경험도 선사한다. '슬립노모어 서울'의 연출자 펠릭스 바렛 펀치드렁크 창립자는 지난 20일 서울 충무로 매키탄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관람객들은 맥베스의 캐릭터나 주변 인물들을 따라갈 수 있고 건물 전체를 돌아다닐 수도 있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며 이번 공연의 감상 포인트를 내놨다. 이날 간담회에는 펠릭스 바렛을 비롯해, '슬립노모어 서울'의 제작사 미쓰잭슨의 박주영 대표, 맥신 도일 펀치드렁크 공동 연출 및 안무가 등 7명이 참석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의 이야기를 앨프리드 히치콕 영화의 스타일로 풀어낸 '슬립노모어'는 이머시브 시어터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지난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했다. 미국 뉴욕·중국 상하이에 이어 한국에 상륙한 이번 공연은 총 23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관람객은 어디로 갈지, 무엇을 볼지를 직접 결정하며 3시간의 공연 시간 동안 7층 규모의 매키탄 호텔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즉, 건물 전체가 공연장이 돼 관람객들이 그 안에서 돌아다니며 직접 이야기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대사 없이 배우들의 몸짓과 동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논버벌'(non-verbal) 방식인 점도 특징이다. 관람객은 원하는 거리에서 그들의 몸짓을 볼 수 있다. 작품 안에는 배우들의 전라 노출 등 파격적인 장면들도 포함돼 있다. 연출자 펠릭스 바렛은 이머시브 시어터에 대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환경은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인데, 관람객은 내러티브를 원하는 대로 따라가고 탐험을 떠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슬립노모어'는 맥베스의 2막 2장에 등장하는 대사다. 던컨 왕을 살해한 뒤 불안과 죄책감에 휩싸인 맥베스의 심정을 보여주는 핵심 구절로 꼽힌다. 펠릭스 바렛은 "맥베스가 갖고 있는 미신에 대한 믿음과 정신착란증, 초자연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한 제목"이라며 "깨어있는 건지, 잠들어 있는지 그 경계의 모호하면서 마법적인 느낌을 느끼길 바라는 제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박주영 미쓰잭슨 대표는 이번 공연에 대해 "맥베스는 인간의 권력욕을 향한 원초적인 욕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의 테마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한국의 어떤 공연도 시도하지 못한 부분이다. 관람객에게 새로운 자극과 영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안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국내 제작진들의 창작 영역에서도 그만큼 새로운 시도들이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프리뷰 공연을 마친 '슬립노모어 서울'은 21일부터 본 공연에 돌입했으며, 폐막일은 미정이다. 만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으며, 러닝타임은 총 180분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8-21 18:15:01#OBJECT0# [파이낸셜뉴스] 디지털 교육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디지털 활용능력 격차로 인해 기존의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교육적 대응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교육개발원 남신동 연구위원은 21일 '디지털 교육, 새로운 기회의 확대인가, 격차의 또 다른 이름인가?'라는 주제의 연구를 발표하면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학교 교육을 통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내실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신동 연구위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국 디지털 교육 현주소는 기대와 우려를 안고 있다. 특히 디지털 교육 격차의 주 원인으로 '사회경제적 배경'이 지목됐다. 남 연구위원은 "가구 소득과 부모 학력이 높을수록 디지털 리터러시 전 영역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보인다"며, 이러한 배경이 학생들의 디지털 교육 접근성 및 활용 능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학생 디지털 활용 능력 분석을 포함한다. 디지털 자료 탐색, 저장, 활용 및 온라인 상호작용 능력에서도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분명한 차이가 관찰됐다. 남 연구위원은 "디지털 기기 단순 보급을 넘어, 학생들이 이를 학습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 즉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학습 경험의 질과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분석 결과도 격차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남 연구위원은 "PISA 2022 분석에 따르면, 학교 밖 디지털 자원 접근 수준이나 탐구 기반 학습 활동 활용도에서 명확한 계층적 격차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학교 밖 학습 환경에서도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 디지털 학습 경험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학생들의 온라인 정보 처리 능력의 미흡함이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 절반이 온라인 정보를 비판적 검증 없이 그대로 믿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온라인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 능력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남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디지털 정보를 접할 때 다른 출처와 비교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서,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한 한국 학생들은 64%로 OECD 평균 71.9%보다 낮았다"며, "한국 학생들이 온라인 정보를 맹신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남신동 연구위원은 디지털 교육 전환의 시사점과 교육 현장이 직면할 후속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디지털 교육은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새 학습 방법을 제공하는 긍정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남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디지털 교육이 교육 격차를 심화할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학교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교육적 대응의 방향과 실천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디지털 교육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둘째, 후속 과제로는 '학교 교육을 통한 디지털 리터러시 내실화'를 꼽았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대대적 디지털 전환을 앞둔 시점에서, 디지털 교육이 또 다른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학교 교육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학생들이 디지털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윤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 과제다. 마지막으로 남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부와 교육 당국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비롯된 구조적 불평등이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면밀히 살펴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학교 교육의 실천적 논의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5-08-21 12:11:38[파이낸셜뉴스] 뉴욕 증시의 기술주들이 20일(현지시간) 또다시 하락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을 내리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약세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는 이날 3% 더 떨어지며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뉴빈의 글로벌 투자전략가 로라 쿠퍼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충족되지 않는 수요와 용량 제한 속에 기술주들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다”면서 “그러나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이제 이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의 내구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I 투자 확산 속에 반도체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확충이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AI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관련 업종에 대대적으로 투자해왔지만 이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술주, AI 테마 약세를 촉발한 것은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의 발언이었다. 올트먼은 15일 AI 테마가 거품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AI에 대해 과도하게 흥분하고 있다면서 AI가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광풍은 과열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시기 매사추세츠공대(MIT) 보고서 역시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들 95%는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27일 실적 발표에서 어떤 결과와 전망을 내놓을지가 또 한 번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프리미어 미튼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닐 비렐도 “이번 실적 시즌을 통틀어 모두가 어느 정도씩은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지금의 매도세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가 이제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튼은 자신이 보기에 기술주를 둘러싼 순익 전망에는 “어떤 펀더멘털 변화도 없다”면서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는 지금보다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이는 “저가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튼은 “AI는 혁명적인 것이 될 것”이라면서 “어떤 혁명이건 그 중간에 흥분과 근심의 기간을 거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주식리서치 책임자 마리자 베이트메인은 시장이 MIT 보고서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주를 둘러싼 펀더멘털 스토리는 여전히 탄탄하다”면서 “MIT 보고서가 이 스토리를 실제로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튼은 엔비디아가 27일 깜짝 실적을 공개하면 AI 테마는 다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5-08-21 03:41:32부산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오는 22~25일 영화의전당 등지서 '2025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행사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광고형 무료 티브이(FAST) 등 스트리밍 산업 전반을 아우르며, 기업의 국제 교류와 해외 진출, 투자유치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 국제 교류의 장인 '글로벌 OTT 어워즈'를 비롯해 OST콘서트, 미디어 & 브랜드데이, 시리즈 상영 등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우수 콘텐츠를 시상하는 글로벌 OTT 어워즈는 오는 24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는 경쟁 14개, 초청 4개 등 18개 부문에 대해 시상한다. 시상식에는 국내외를 대표하는 화려한 출연진이 함께한다. 올해 드라마 '하이퍼나이프'로 활약한 배우 박은빈,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굿보이'의 오정세, 개성 넘치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폭싹 속았수다' 염혜란과 최대훈 등 국내 대표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빛낼 예정이다. 또 국내에서도 폭넓은 팬층을 보유한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사카구치 켄타로, 상반기 중화권 최대 히트작 '난홍'으로 주목받은 백경정 등 해외 스타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22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서 열리는 국제 스트리밍 서밋은 OTT 분야와 FAST 분야로 나눠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주요 동향과 미래 전망을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개막 기조강연은 글로벌 리서치 그룹 옴디아의 '2025년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를 재편하는 글로벌 스트리밍 트렌드'로 시작한다. 글로벌 OTT 산업의 지역별 현황을 진단하고, K-OTT의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한다. 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FAST 분야의 시장 확대와 해외 진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된다. 23~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투자유치 쇼케이스에서는 15개사의 기획안 발표와 함께 미디어테크 기업 15개사에 투자유치 홍보 기회가 주어진다.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 실질적인 투자유치의 장을 마련한다. 이 외에도 올해는 다양한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인 OST 콘서트, 미디어 & 브랜드데이, 시리즈 상영이 영화의전당 일원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시 조유장 문화국장은 "이번 행사는 전 세계 스트리밍 산업의 최신 흐름과 혁신을 한눈에 조망하고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글로벌 협력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콘텐츠 발굴과 비즈니스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5-08-20 18:28:36이재명 정부에서 가장 큰 화두가 인공지능이라면 그다음은 북극항로다. 온난화는 인류에게 기후재앙을 안기면서도 북극 바닷길을 여는 역설적 혜택을 줬다. 주요국들이 북극과 북극항로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차가운 북극 바다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어물어물하다가는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신의 옷자락'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한 김태유 교수의 말이 과장이 아니다. 북극항로는 옛 소련의 붕괴기인 1991년 7월 개방됐다. 북극항로는 시베리아 북부 해안을 따라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부 해역을 따라 두 바다를 잇는 북서항로로 나뉜다. 먼저 북서항로 개척에 여러 탐험가들이 도전했지만 얼어붙은 바다는 그들의 무덤이 되었다. 처음으로 북서항로를 뚫은 인물은 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으로 1905년의 일이다. 북동항로는 일반적으로 북극항로로 불린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간다고 할 때, 북극항로는 수에즈 항로와 비교하면 운항 거리로 약 7000㎞, 운항 일수로 약 10일 단축된다. 물류비용 등이 그만큼 절약된다. 더욱이 수에즈 항로는 홍해 지역의 후티 반군과 해적의 공격에 노출되어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북극해 대륙붕에는 세계 미발견 석유의 13%, 가스의 30%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해와 북태평양 인근 어장의 연간 총어획량은 전 세계 어획량의 40%나 될 정도로 많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북극의 자원 개발은 러시아와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이 공동 투자한 야말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엄청난 자원이 매장된 보물 같은 땅이다. 현 트럼프 대통령까지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는 1868년부터 5번 이상 있었다. 트루먼 대통령 때는 1억달러어치의 금괴를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북극 공동 개발과 관리를 위한 국제기구로 북극이사회(Arctic Counsil)가 구성돼 있다. 북극에 인접한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여덟 나라가 회원국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옵서버 국가로 가입했고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같은 자격이다.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한 개발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한 LNG를 1300㎞ 남쪽으로 수송해 연간 2000만t을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사업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미국은 지난해 북극을 자원과 교통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안보 프런티어로 명시했다. 그러나 선령 40년이 넘는 낡은 쇄빙선 한 척만을 가진 미국은 항로 개척에서는 상대적으로 추진력이 약하다. 미국이 한국과 조선업 협력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화오션이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는데 쇄빙선 건조에서도 한미 양국이 협력할 수 있다. 유일한 핵추진 쇄빙선 선대(7척)를 포함, 전 세계 쇄빙선의 90%인 57척을 보유한 러시아는 2030년까지 북극해 물동량 1억5000만t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북동항로의 거의 모든 유역을 자신의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 안에 둔 러시아는 항로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려 한다. 중국은 북극을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확장판, 빙상 실크로드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컨테이너 운송을 시작했고 5척의 쇄빙선을 앞세워 2027년에는 연중 운항을 개시한다. 일본은 북극 LNG-2 프로젝트에 참여해 야말반도에서 생산된 LNG를 2020년부터 본국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북극은 자원 개발과 물류 혁신 측면에서 우리에게도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부산항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의 거점항구로서 최적의 위치다. 그러나 역대 정부들은 북극항로 정책을 잠시 시도하다 뒷전으로 물림으로써 우리는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 해운업계의 관심도 아직은 낮다. 연중 정기운항이 어렵고 중간 기착지가 없으며 기상 정보도 부족하다는 이유다. 빙하 충돌 위험성으로 러시아의 콘보이(호송)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현대글로비스가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광양항까지 시범 운항을 했다. 이후 몇 번 더 북극항로를 시범운항한 적이 있다. 새 정부는 다시 북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항로 개척과 쇄빙선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부터 북극항로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라온호보다 두배 큰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15척을 수주한 실적이 있는 쇄빙선 건조는 조선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것도 북극항로 개척이 주요 목적이다. 그러나 난관은 높고 과제는 많다. 북극항로 전용 선박을 확보해야 하며 해빙 예측 기술과 같은 지식과 정보도 습득해야 한다. 관련 법률과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 정부와 거점항구로 육성할 부산과 울산, 여수, 포항 등 지자체, 한국해양진흥공사, 북극항로협회, 해운협회 등 민관의 긴밀한 협력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손성진 논설실장
2025-08-20 18:16:21[파이낸셜뉴스] 쿠팡이 청년 창업과 지역 상생 협력 강화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전라북도 청년들을 만났다. 쿠팡은 이번 전북 행사를 시작으로 청년 창업 지원 활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일 쿠팡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북대학교 진수당 가인홀에서 ‘쿠팡 WOW Stage in 전북: AI시대 청년의 도전과 기회’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쿠팡이 전북대학교, 청년 창업 단체 등과 함께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자리로 전문가 강연, 청년과의 대화, 네트워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이성윤 국회의원(전북 전주시 을), 박대준 쿠팡 대표를 비롯해 약 200명의 청년 CEO와 대학생들이 참석해 활발한 교류가 이어졌다. 1부 강연에서는 엄지용 커넥터스컴퍼니 대표가 ‘AI 기반 이커머스 물류 트렌드와 SME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디지털 전환이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와 청년 창업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설명했다. 이어진 2부 ‘청년과의 대화’에서는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박대준 쿠팡 대표 등 참석자들과 지역 청년들이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 창업의 어려움, 디지털 전환 전략, 지역 상품의 온라인 판로 개척 방안 등 현실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질의응답이 진행됐으며, 박 대표는 쿠팡의 혁신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맞춤형 조언과 격려를 전했다. 김관영 도지사는 “청년 창업이 성공하려면 민간과 지자체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쿠팡과 같은 혁신 기업과 협력해 지역 청년들이 도전을 이어 나가고, 전북이 청년 창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대준 대표는 “쿠팡은 고객 중심의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커머스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왔다”며 “쿠팡의 혁신 경험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지역의 벤처·청년 CEO가 함께 성장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5-08-20 09:14:22【파이낸셜뉴스 안동=김장욱 기자】 "위기의 경북 자동차부품산업을 도약 기회로!" 경북도는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자동차·부품 15% 관세부과로 위기에 직면한 지역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도는 지역 자동차부품기업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생산 원가 절감, 시장 다변화, 신기술 연구개발(R&D)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기업지원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철우 지사는 "미국 관세 협상 타결로 인한 위기를 오히려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신시장 개척의 기회로 삼겠다"면서 "경북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흔들림 없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차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기업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도는 우선 인력에 의존하는 공정을 개선해 생산 원가절감을 위한 제조공정의 자동화 및 스마트화에 주력한다. 제조공정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인공지능(AI) 자율제조 사업과 생산과정 자동화를 위한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경북 주력산업과 연계한 제조 AI센터를 통해 맞춤형 솔루션 개발 및 현장 애로 문제 해결을 지원해 나간다. 이어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장 다변화 전략도 추진한다. 유럽, 아세안,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 전시회 지원을 확대하고,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디지털 산업으로의 사업 전환을 지원하여 제조 공급망 안정화와 지역혁신융복합단지 입주기업의 글로벌 협력 등 새로운 시장 진출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차 부품 관련 신기술 R&D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도내 연구기관 인력 풀을 최대한 활용해 정부 R&D 과제 선정을 통해 고부가가치 부품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첨단 전자제어 부품 생태계 기반구축 등 현재 추진 중인 6개 국비사업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기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도내 자동차 연구기관이 보유한 환경 내구시험 등 첨단 장비를 지원하여 기업들의 시험·인증 부담을 덜어주고 기술개발을 가속할 예정이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5-08-20 09:02:10[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수출 여건 변화로 정부와 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를 주재하고 "정부의 최대 목표는 경제를 살리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관세 협상 과정에서 우리 기업인들이 애를 많이 써줘서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현실적인 제안과 조언을 꼼꼼히 경청하면서 "이번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기업 측에서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4대 그룹 등 주요 방미 기업인이 참석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에서는 정책실장, 안보실장, 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성석우 기자
2025-08-19 14:44:01[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할 때 향후 50년간 1기당 약 1조원 규모의 물품과 용역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하고,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수출할 때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굴욕적인 계약이라는 지적과 미국과의 원전 수출 협력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19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우리가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맺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계약 기간은 50년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수원과 한전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최종 계약을 앞두고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합의문에 담았다. 양측은 상호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합의 조건으로 조 단위의 로열티와 일감 등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팀코리아에 밀려 체코 원전 수주에 실패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과 한전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웨스팅하우스는 법적인 소송과 별도로 미국 에너지부의 수출 통제에 협조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원천 기술을 가진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거나 이전할 때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지난 1월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에 합의하면서 이 같은 걸림돌을 해결하게 됐다. 이후 팀코리아는 지난 6월 체코와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당시에도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상당 부분의 일감을 가져간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을 서두르려다 굴욕적인 계약을 체결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원전 2기에 25조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체코 정부가 요구한 현지화율 60%와 웨스팅하우스의 1조원 기자재 납품 등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이 가져갈 몫은 8조원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전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다른 원전 수주의 길도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체 수주 금액을 생각하면 2400억원이라는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비중이 작고, 9000억원에 달하는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도 웨스팅하우스가 아니어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전체 수주금액을 생각하면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하는 돈은 큰 액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소송을 벌이는 동안 잃어버릴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5-08-19 13:59:26[파이낸셜뉴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의 현역병 복무 기회를 넓히고 복무 실태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19일 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날 현역병 선발 시 성별에 관계 없이 지원자를 선발하게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 급감과 장래 병력 공백 우려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최근 국군 병력은 6년 동안 11만명 감소하면서, 현재 45만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8년 상비병력을 50만명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약 5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20년 뒤에는 군대에 갈 남성이 연간 1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여성도 지원을 통해 현역·예비역으로 복무할 수 있으나 실제로 장교·부사관으로만 선발하는 등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법안은 병무청장이나 각국 참모총장이 현역병 선발 시 성별에 관계없이 지원자를 선발하도록 해 여성에게도 현역병 복무의 길을 연다. 국방부 장관이 여성 현역병 복무 실태 및 고충 처리 현황, 제도 운영 성과 등을 매년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김 의원은 "병력 자원 감소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라며 "여성의 자발적인 복무 참여 기회를 넓히고, 성별과 무관하게 다양한 인재가 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2025-08-19 13:3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