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번 여름이 우리가 앞으로 겪어야 할 여름 중에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다."나승호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장(사진)은 22일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로 모두가 고생하고 있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의 인식과 준비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 실장의 경고처럼 기후위기는 더 이상 다른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주 서울의 밤 최저 기온은 27도를 넘어서며 최장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상고온뿐 아니라 가뭄, 해수면 상승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에 국내 산업 생산성은 하방 압력을 받고, 물가는 상방 압력에 놓였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총재 직속으로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지속가능성장실의 꽃은 기후·경제 통합모형(Integrated Assessment Model) 개발이다. 일례로 향후 탄소감축경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탄소가격경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경제가 얻게 될 비용과 편익이 달라지는데, 변수의 최적치를 제시하는 것이 바로 모형이다. 조사국, 경제연구원 등에서 일하며 한은 내 거시모형 개발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나 실장이 초대 지속가능성장실장에 오른 이유다. 나 실장도 지속가능성장실의 연내 최대 목표로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구축을 꼽았다. 그는 "예를 들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저탄소 전환경로로 설정하는 경우 탄소중립 정책 도입에 따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와 기후피해 규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정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기관의 잠재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리스크는 크게 온실가스 감축 시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증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전환리스크와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 즉 물리적 리스크로 구분되는데 2021년에는 전환리스크로 인한 영향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했다"며 "지금은 기존 전환리스크 평가모형을 개선하고 물리적 리스크의 영향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속가능성장실의 모형 개발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개선한 평가모형을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10월께 대외에 공개한다. 한은, 금융감독원, 15개 금융사(7개 은행, 8개 보험사)는 연말까지 평가모형을 바탕으로 금융위험을 평가하고 내년 1월경 컨퍼런스를 통해 이에 대한 결과도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나 실장은 국내 경제가 저탄소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중 자금이 기존 고탄소 산업을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나 탄소중립적 신기술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과 투자에 나서는 기업의 행태가 변해야 하며, 이에 맞는 제도적 여건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 실장은 "하반기 토큰증권을 통한 녹색채권 발행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일반채권과 달리 발행 전후에 인증 및 심사 절차가 복잡한 녹색채권을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해 거래비용을 크게 줄이자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8-22 18:34:35[파이낸셜뉴스] 마스턴투자운용은 기후변화에 따른 자산 손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했다고 13일 밝혔다. 물리적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이 투자한 부동산 자산이 자연재해위험지구에 위치해 있는지를 유형 및 등급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사내 전산 시스템을 통해 구축했다. 부동산 자산의 직접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재해위험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각 지자체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지정 및 고시한 재해위험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신규 투자를 검토할 때 자산이 재해위험지구에 있는지 별도비용 없이 국내 데이터만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운용 중인 자산이 있는 구역이 재해위험지구에 포함되어 있다면 해당 운용 부서가 물리적 리스크 대응 전략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마스턴투자운용은 추후 도입될 건물 온실가스 규제를 예상해 자산 운용부서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목표를 제안한다. 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Net Zero Tracker’를 통해 저탄소 경제 전환에 따른 이행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남궁훈 마스턴투자운용 대표이사는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오며 대체투자 자산운용사도 기후 변화 대응에 함께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부터 체계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4-08-13 09:03:38[파이낸셜뉴스]하나금융그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XaaS 선도 프로젝트' 추진 사업자인 날씨 빅테이터 플랫폼 기업 케이웨더와 함께 ESG경영 확산 및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참여한다고 5월 31일 밝혔다. '기후리스크 관리 소프트웨어'는 산업 전체에서 활용 가능한 범용 소프트웨어로 개발되며 기업 공급망의 △태풍, 홍수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발생되는 물리적 리스크 △온실가스 감축 정책 이행에 따라 발생되는 전환리스크 등 기후리스크 전반에 대한 분석 및 관리가 가능해 국내 기업의 기후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감독원, 영국(대사관), 이화여자대학교 및 국내 주요 기업이 함께 개발한 민간주도 기후리스크 관리모형 '프론티어 -1.5D'를 소프트웨어에 적용해 신뢰도를 높였다. 하나금융은 이번 개발 참여를 통해 금융배출량(자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데이터 관리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탄소배출량 관리 수준을 높여 공급망 원청 업체와 거래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울 계획이다. 하나금융 ESG 기획팀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지난해 8월 인천광역시청, 금융감독원과 함께 중소기업 ESG경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ESG 컨설팅을 제공 중"이라면서 "이번 '기후리스크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중소기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ESG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은 전 세계적으로 추진 중인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022년 4월 이사회 산하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그룹의 '2050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결의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설정을 돕고 이를 검증하는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로부터 공식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24-05-31 10:01:47[파이낸셜뉴스] 대내외 복합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인구', '기후'가 국내 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3대 주요 리스크로 꼽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내 소재 글로벌 기업 임원급 155명으로 '기업들이 생각하는 핵심 리스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사에는 정치·경제·사회·기술·환경 등 5대 분야 총 25개 세부 리스크가 포함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21.5%는 폭염·폭설·폭우 등 '극한기후로 인한 피해'를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이어 '성장잠재력 둔화(14.8%)',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13.5%)' 등이 뒤를 이었다. 리스크 요인별 대응 시급성을 조사한 결과 △인구구조 변화 △성장잠재력 둔화 △노동력 부족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등 순으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술 분야에서는 리스크의 시급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의 준비가 적극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25개 리스크 요인에 대해 △성장잠재력 둔화 △원자재 수급난 △정보 유출·오남용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 △노동력 부족 순으로 준비하고 대응 중이라고 답했다. 기업 10곳 중 7곳(70%)는 "경제·사회·정치 리스크는 중앙정부 등 공공부문이, 환경 리스크는 국제기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술 분야는 개별 기업 차원 대응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분야는 정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정책 추진이 문제해결에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경협 관계자는 "복합위기 시대 효과적 리스크 대응을 위해 민관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연관돼 리스크가 발생하는 만큼, 다양한 주체들 간 역할을 분담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공적 리스크 영역에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내 저출산 대책에 대한 세제혜택, 공급망 재편을 위한 리쇼어링(국내복귀) 지원 등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라며 "기업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에 대하 효과적 모니터링과 대응을 위해 최고리스크책임자(CRO)와 같은 전담 조직 신설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04-28 10:33:19"금융동맹만큼이나 최근 기업금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변화다. 납품업체 직원부터 실제로 제품을 받아보는 고객, 회사의 주주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속한 '금융·무역·정치 동맹'이 앞서 언급한 3요소에 의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서울에서 열린 2024 FIND·25회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스튜어트 길런 미국 노스텍사스대 교수(사진)는 "오늘날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보다 훨씬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길런 교수는 "월스트리트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맞설 수 없다"며 연준의 기업금융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길런 교수는 "지난 3일만 해도 파월은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높고 고용상황이 좋게 나타나자 지난 16일 입장을 바꿨다"며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줄며 좀비회사들이 살아남을 여력이 생기지만 당분간 높은 비용-투자 악화-취약기업 파산의 고리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길런 교수는 지정학적 이슈가 금융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제조업 성장에 제동을 걸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중국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전 세계 전기차와 2차전지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 된 것을 두고 견제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10일 '산업 장비 설비 갱신 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산업 장비 투자를 25%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맞불을 놨다. 길런 교수는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생산 등 자본비용이 늘고 투입비용이 크게 확대돼 결국 고객들의 가격이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파리협정 등 기후변화가 전 세계 기업에 미칠 영향력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길런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자본공급자 입장에서는 탄소배출량 등 기후 관련 리스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는 국가에 많은 규제를 가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의 많은 기업들은 오염을 야기하는 자산들을 매각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박신영 서혜진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박문수 김예지 기자
2024-04-24 19:22:08[파이낸셜뉴스] 국내 주요 연구기관장들은 2024년 주목해야 할 금융산업 트렌드로 △인구구조 변화 △기후금융 △사이버 보안 △AI 금융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 5가지를 선정했다. 인구구조, 기후변화 등 이미 예견된 미래 위험에 대해서는 금융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되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AI금융 등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며서 사이버 보안도 강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울러 올해 예상보다 견조한 세계경제 성장 및 금리 인하 기대감 등 우호적인 경제여건이 조성될 수 있으나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 △높은 가계부채 △취약차주 금융부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리스크가 산재해 금융감독 당국의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입 모아 설명했다. 5개 연구기관장(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삼성글로벌리서치)은 28일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개최한 '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2024년 금융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논의하고 금융시장의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먼저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인구구조 변화와 저탄소 경제전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30년간 인구감소 및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의 큰 흐름은 '정해진 미래'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운데 금융회사의 경영실적 위축 및 수익성 악화 가능성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따른 수익원 다변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 및 리스크관리 강화 등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저평가 이슈와 저조한 주주환원으로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신 원장은 "코스피의 순자산비율(PBR)은 주요국 대비 하위권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주친화적인 자사주 정책, 배당 확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또한 기업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해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에 기업 자발적인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고 자기주식 처분의 공정성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사이버위험은 상호연결성이 높은 정보통신의 특성에 기인한다"며 사이버위험 방지를 위한 민관협력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와 블록체인 등 정보기술의 고도화와 상호연결성 외에 원격근무 환경으로 인한 랜섬웨어(ransomware) 등 사이버위협에 취약한 환경이 확대되고,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소송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 완화를 통한 금융시장 신뢰성 강화, 대외 리스크 국내 전이 예방, 대(對) 중국 리스크 대응력 확충, 철저한 민간신용 리스크 관리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24년 국내 금융시장은 금융의 디지털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면서 안정성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은 "AI 기술의 효과적 활용,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등 금융업 경쟁력 강화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업계와 금융감독 당국의 협력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역할 확대와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2-28 09:47:58FN 재계노트는 재계에서 주목하는 경제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태풍 힌남노, 냉천 범람으로 제품생산라인 침수·생산차질 및 2349억원의 손상차손 발생. 135일만에 전 공장 재가동. 천재지변 대응 매뉴얼 및 인프라 보완 예정" (2023년 포스코 사업보고서 발췌) [파이낸셜뉴스] 2022년 9월 불어닥친 폭우는 재해에 취약한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굴지의 철강기업에도 큰 피해와 교훈을 남겼다. 해가 거듭될수록 빈번해지는 극한 기후 문제가 산업계에 잇단 물적 피해로 가시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저마다의 기후 리스크 헷징 전략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기후 위기 문제가 기업의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한 '범비즈니스적 아젠다'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정부와 투자자, 그리고 고객의 요구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제품의 연평균 판매 증가율이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1.7%p나 더 높다는 맥킨지(McKinsey)의 보고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실재함을 보여주었다. 파리협정에 따른 글로벌 기후 대응 체제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정성 있는 ESG 실천과 성장 전략은 더 이상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만큼, 기업도 이해관계자들도 ESG 정보에 대한 판단과 공개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그런워싱을 철저히 단속하고 시정하는 분위기에 대응해 ESG 성과나 목표를 섣불리 공개하지 않는 '그린허싱'이 등장하기도 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결국 문제는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의 정보 비대칭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규제 당국이 정보의 주 이용자와 공개 기준을 특정하고 기업에게 비교 가능한 수준의 정보를 생산하고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들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의 권고안을 수용해 의무 공시를 추진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2026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군의 거래소 공시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기후 공시 역량 강화를 위해 기획한 '산업계 기후 리더십 심포지엄'은 공지 3일 만에 사전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문의전화가 쇄도하며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이러한 기세라면 오는 3월로 예정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의 산업계 공개 의견 수렴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부디 공시 환경 변화의 소용돌이를 이겨낸 우리 기업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가 산업계의 경쟁력과 ESG 활동을 촉진하는 교두보가 되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연정인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02-06 16:27:22[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조직개편에서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한다고 26일 밝혔다. 지속가능성장실은 한은 총재 직속으로 지속가능성장기획팀과 지속가능성장연구팀 등 2개 팀으로 구성된다. 기후 등 지속가능성장 이슈에 대한 조사·연구 강화, 국내외 규제·정책 동향 모니터링, 리스크 평가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속가능성장실은 △지속가능성장 이슈의 실물·금융 부문에 대한 경제적 영향 분석을 강화하고 △기후변화 스트레스테스트 모형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한은의 리스크분석 능력을 제고해 중앙은행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등을 통해 내부경영 측면에서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1-26 14:33:26[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관리 능력 강화 지원을 위해 전 금융권 대상 '제3회 금융권 기후리스크 심포지엄'을 지난 15일 열었다. 이를 통해 역량을 갖춘 금융사는 독려, 일부 대응이 미흡한 금융사는 지원해 전반적인 국내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관리 능력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칠 금감원 전략감독 부원장보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기후리스크 대응을 위한 금감원의 그간 노력 및 도전과제에 대해 소개하고 "금융권이 함께 지혜를 모아 기후리스크에 대응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우수사례로는 전사적 등 주제별로 해외 및 국내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전사적 기후리스크 관리체계와 관련해 HSBC는 자체 수립한 기후전략을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체계에 연계하는 방안을 소개하고, 기후리스크 관리가 고객에게 어떻게 적용 및 운영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KB금융은 손해보험을 중심으로 기후리스크의 인식, 내부 기후리스크 관리체계 및 관리 사례를 발표했다. 저탄소 전환계획과 관련해 ING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해 과학 기반으로 고탄소 배출 업종 전환경로(Pathway)를 수립·관리하고 이를 그룹 핵심전략에 내재화시키는 방안을 소개했다. 신한금융은 고객의 자발적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유도하고 저탄소 경제 전환자금을 지원, 여신 및 투자 심사 프로세스에 이를 반영하는 사례 등을 소개했다. 이는 신한금융이 자체 수립한 '전환금융 정책'의 주요내용이다. 마지막으로 녹색 분류체계 적용과 관련해서 소시에테 제네랄은 주요국 녹색분류체계의 개요 및 특징을 소개하고, EU-택소노미 적용을 위한 이행방안과 구체적 사례를 발표했다. 하나금융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에 적용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한 자체 전산 시스템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진 순서에서 참석자들은 발표내용뿐 아니라 금융사 실무진의 기후리스크 관리 관련 애로 및 건의사항 등에 대해 공개 토론 및 질의응답을 실시했다. 금감원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금융회사의 기후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독려하고, 국내 금융권의 기후리스크 대응능력 강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제컨퍼런스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권 기후리스크 대응 지원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12-18 16:59:23[파이낸셜뉴스] 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이 증가하는 등 국내 만성 기후변화가 다양한 산업 및 금융 부문에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거시 경제의 장기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기후변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금융권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18일 한국은행은 'BOK 경제연구: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연간 총강수량이 1m 증가하면 일인당 지역내총생산은 2.5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실외 생산활동이 많고 노동생산성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업(-9.84%)과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6.78%) △금융 및 보험업(-3.62%)에서 부정 영향이 컸다. 연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일인당 지역내총생산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일부 산업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대표적으로 평균 기온 1℃가 올랐을 때 도매 및 소매업(-1.85%)과 부동산업(-1.73%) 등에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종합해 연 평균기온과 연 총강수량이 실질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기후변화 영향이 5년간 누적되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 산업별로는 △건설업(-4.90%) △부동산업(-4.37%) △섬유 의복 및 가죽제품(-2.53%)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1.76%) △금융 및 보험업(-1.13%)에서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부동산업은 냉방시설을 확충하는 설비 비용이 증가하거나 에너지 사용 증가에 따른 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도소매업은 재고의 유지 비용이 증가하거나 직간접적인 재고자산의 피해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권의 경우 건물이나 차량 등에 침수 피해 등이 있을 때 이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거나 혹은 보험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지 못한 차주는 이 영향이 금융 손실로 전이될 수 있다. 또 지역별로는 위도상 남쪽에 위치하거나 도시화 및 산업화 비중이 높은 지역인 제주(-3.35%), 경남(-2.39%), 대전(-1.54%), 부산(-1.31%), 대구(-1.03%), 인천(-0.93%), 울산(-0.88%), 서울(-0.75%) 등에서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기온이 높고 산업화가 덜 된 지역은 불투수면 면적이 넓어 강수량 피해를 크게 입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지원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따라 국내 기후조건이 다변화해 현재까지 관측된 중간값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평균기온과 총강수량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며 "본 추정치는 홍수, 가뭄, 산불 등 급성 리스크로 인한 직접적 피해 영향에 대한 예측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이를 고려할 경우의 피해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보고서는 거시 경제의 장기 성장을 위해 거시경제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금융권, 각 산업군에서도 장기적인 물리적 리스크를 식별, 평가,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근본적으로는 탄소 중립에 대한 노력이 필수적이고 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탄소 중립 이행 리스크를 함께 고려했을 때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 과장은 "이 두 가지는 서로 상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대해선 좀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12-18 11: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