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주요 정상들과 기후협정 재협상을 위해 통화했지만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냉랭한 반응을 얻게 됐다. 각국 정상들과 미국 정치권, 재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며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파리가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선출된 것"이라며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대신 미국과 국민에게 도움되는 더 좋은 조건의 새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중국이 꾸며낸 것이라며 파리협정 파기를 주장해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기후협정을 탈퇴키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녹록치 않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도중 성명을 내,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파리협정에 남아있는 국가들은 그로 인해 창출되는 고용과 산업에 있어 과실을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그 협정의 전면에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인과 지구의 미래에 오점을 남겼다"면서 "지구를 대체할 행성이 없으므로 대체할 협상도 없다"고 재협상 불가론을 천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대통령 경제자문단에서 탈퇴키로 결정했다. 머스크 CEO는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제자문단을 떠난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는 것은 미국과 전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다"고 밝혔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17-06-02 08:24:03【파이낸셜뉴스 김포=노진균 기자】 서울통합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경기 김포시가 서울 인근 지자체 중 최초로 서울기후동행카드 통용을 실시한 가운데, 이용 10일만에 서울행 서울기후동행카드이용자가 첫 날 기준 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김포시에서 참여하는 기후동행카드가 실질적인 혜택 체감도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서울기후동행카드 이용자 427명에서 4월 11일 기준 257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첫 날 대비 6배 증가한 수치다. 기후동행카드로 서울로 나가는 김포 시민 이용 사용자도 매일 평균 210명 이상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동행카드 이용자 중 90%는 서울행으로, 서울기후동행카드 이용자(4월 11일 기준)2579명 중 2309명이 서울방향 이용자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해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포시민 A씨는 "서울기후동행카드 덕분에 매일 출퇴근 비용이 줄었다. 매일 이용하는 교통비가 절감된 것이 반갑다. 실질적인 혜택 체감도가 높은 것 같다.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많은 시민들의 교통비 절감과 조기 도입을 위해 적극 협의에 나섰다. 그 결과 서울 인접 지자체 중 최초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게 됐다. 김포시에서 참여하는 기후동행카드는 김포골드라인은 물론 서울 지역 내 지하철, 서울시 면허 시내 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서울 공유자전거 따릉이 포함 여부에 따라 62,000원(따릉이 제외), 65,000원권으로 구성되어 원하는 권종에 따라 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기후동행카드 참여는 오로지 시민들의 편의증진을 위함"이라며, "김포시는 서울 출퇴근 수요가 많은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과의 통합을 향한 한 걸음이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교통서비스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나가겠다"고 말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04-12 23:08:40[파이낸셜뉴스] 1979년 방사능 유출 사고로 미국의 원자력 발전 붐에 찬물을 끼얹었던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이 재가동에 들어간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앞으로 20년 동안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공급받기로 계약한 데 따른 것이다. MS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을 원전에서 공급받는다. 원전 폐연료라는 심각한 환경 위험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기후 위기 속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한 원전이 AI 시대를 맞아 제2의 붐을 맞게 됐다. 20년간 전력 공급 스리마일섬 원전 소유업체인 컨스털레이션 에너지는 20일(현지시간) MS와 20년짜리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컨스털레이션이 5년 전인 2019년 ‘경제성’을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스리마일섬 1기 원자로를 재가동해 여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MS의 AI 데이터센터들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1979년 원자로 부분 용융 사고로 폐쇄됐던 스리마일섬 2기 원자로는 재가동하지 않는다. 원전, 제2의 붐 원전은 AI 시대를 맞아 다시 붐을 타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AI의 막대한 전력 소모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부합하는 것이 원전이기 때문이다. AI 데이테센터와 서버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지만 그렇다고 탄소 배출을 심화시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화력발전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할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한계가 뚜렷하다. 태양광 발전은 흐린 날, 풍력 발전은 바람이 잦아든 날에는 거의 가동이 중단된다. 기상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는 재생가능에너지에 전력을 의지하기는 불안하다. 그 대안은 원전이다. 원전은 지구 온난화 주범인 탄소 배출이 없으면서도 기상 변화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전력을 생산한다. 심각한 환경 오염 주범인 폐연료 문제가 있지만 미국은 탄소 배출보다는 낫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연초 아마존도 원자력 발전 업체 탈렌 에너지와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28년 가동 재개 스리마일섬 원전은 1979년 미 원전 붐에 찬물을 끼얹었다. 2기 원자로의 센서 결함으로 냉각수 공급이 차단되면서 원자로가 과열됐고 결국 노심이 부분적으로 녹아내리는 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다. 스라마일섬 인근 주민들이 대피했고, 미 전역이 이후 5일 동안 공포에 떨었다. 방사능 유출 문제가 확인되면서 ‘안전한 에너지’ ‘무한한 에너지’로서 원전의 명성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스리마일섬 원전을 발판 삼아 원전을 오일쇼크 차단의 선봉으로 삼으려고 했던 지미 카터 행정부는 계획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3를 공개하면서 문을 연 AI 시대가 다시 원전에 새 삶을 주고 있다. 양사 합의에 따라 컨스털레이션은 2019년 가동 중단된 1기 원자로를 2028년부터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후 최소 2054년까지 가동될 전망이다. 이름도 바뀐다. 스리마일섬 원전은 작고한 컨스털레이션 전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크레인의 이름을 따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로 이름을 바꾼다. 이날 원전주들은 폭등했다. 컨스털레이션은 22% 가까이 폭등했고, 탈렌 에너지는 6% 가까이 급등했다. 비스트라는 16% 가까이 폭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9-21 04:37:26[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양구·화천=김기섭 기자】강원특별자치도 영서 최북단 지역인 양구군민과 화천군민들이 정부의 댐 정책에 반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7월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극한 홍수나 가뭄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댐을 건설한다는 목적으로 전국 14곳의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연내 댐 후보지 3~4곳에 대한 기본구상을 시작하기 위해 오는 11월까지 후보지를 확정해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경북 예천(용두천댐)을 시작으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전체 14곳 중 8곳에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일정 자체를 잡지 못하거나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삼척 산기천과 양구 수입천 등 2곳이 포함됐지만 양구 수입천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현지에서의 설명회 개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달 12일 강원도청에서 설명회를 열고 기후대응댐 건설 및 국가전략산업 지원에 필요한 미래 물 수요 대응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지역 반발 분위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오히려 양구군민들은 지난 9일 양구 종합운동장에서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수입천댐 건설 반대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삭발 투쟁에 나선데 이어 조만간 세종정부청사를 항의 방문하기로 하는 등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홍원 양구군수는 “수도권과 대도시의 물 공급을 위해 양구군민을 희생시키는 일방적이고 부당한 횡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양구의 생존과 존립을 위해 수입천 댐 건설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그날까지 강력히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최근 댐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방안으로 댐 주변에 파크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당근책을 내놨으나 지역에서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양구군과 인접한 화천군민들도 화천댐 용수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화천군의회는 지난 12일 임시회를 열고 화천댐 용수공급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물론 화천댐 건설 후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군의회는 1954년부터 2022년까지 화천댐으로 인해 3조2656억원에 달하는 직·간접 손실이 발생한 만큼 화천댐 용수를 수도권 산업단지에 사용할 경우 연간 480억원의 사용료를 내야 하고 화천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도 같은날 "정부는 화천댐 용수 활용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화천군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용수공급을 강행하기 위한 절차만 이행하고 있다"며 화천댐 용수의 수도권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공급계획 백지화를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환경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용인 첨단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용수공급 방안 중 2단계 사업으로 발전용 댐인 화천댐의 용수를 2035년부터 일일 60만t을 공급할 계획이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2024-09-18 11:00:00[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한 여자아이가 할머니의 상을 당하고 상복으로 갈아입고 난 후부터 할머니 꿈을 꾸었다. 아이는 할머니 꿈을 꾸고 나면 항상 몸을 덜덜 떨고 머리를 감싸 안으면서 아파했다. 아이의 증상은 할머니 꿈을 꾸고 나서 7~8일 동안 지속되다가 그치기도 하고 혹은 3~4일 후에 그치곤 했다. 아이는 한 달에 1~2번씩, 심하면 3~4번씩 발작한 지 어느덧 3년을 넘기고 있었다. 진찰하는 의원들마다 모두들 사수(邪祟)라고 했다. 사수란 일종의 정신분열병을 일컫는 병명이었다. 아이는 여러 의원에게 그동안 먹은 처방이 많게는 100여 첩에 달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아이가 병든 지 3년이 되던 어느 날, 또다시 진료에 나섰던 한 의원이 있었다. 그 의원은 침법을 대강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정밀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처방이 도움이 될까 하고 고민했다. 그런데 아이의 아비는 “제 여식이 병든 지 벌써 3년째입니다. 탕약은 써볼 만큼 써 봤습니다. 이제 집안에 가진 돈도 넉넉하지 않으니 약 처방 대신 침치료를 좀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의원은 어쩔 수 없이 아이의 고통이 너무 가련하여 5~6일 정도 침을 놓았는데 조금도 효과가 없었다. 의원은 “제 미천한 실력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라면서 침놓기를 그만뒀다. 의원은 아이의 병을 고치지 못한 속상함이 늘 마음 속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의원은 우연히 한 책을 보다가 구석에 ‘몽협팔괘가지병원(夢恊八卦可知病源)’ 8글자를 보았다. 뜻을 보면 ‘꿈은 팔괘에 부합하니 가히 병의 근원을 알 수 있다.’라는 의미였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봤던 8글자가 이상하게도 의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은 ‘몽협팔괘(夢恊八卦)’ 4글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의원은 항상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꿈이 팔괘에 부합한다?’, ‘꿈이 팔괘에 부합한다라?’라는 말을 되뇌었다. 그러던 중 의원은 어느 날 꿈을 꿨다. 의원은 꿈속에서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다행스럽게 빠져나왔는데 다리가 아픈 꿈을 꾸었다. 의원은 꿈속에서 ‘내가 물에 빠졌으니 물은 수(水)이고 감괘(坎卦)다. 그렇다면 수(水)를 사(瀉)하는 통곡(通谷)혈에 침을 놓아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침으로 새끼발가락의 통곡에 침을 놓으려는 순간 잠이 깼다. 꿈에서 깨어난 아침 의원은 머리가 번뜩거렸다. 갑자기 ‘몽협팔괘(夢恊八卦)’라는 의미가 얼음 녹듯 풀렸다. 의원은 ‘그 아이는 할머니 꿈을 꾸면 항상 아팠다. 할머니는 바로 노모(老母)로 순음괘(純陰卦)에 해당한다. 그러니 바로 곤괘(坤卦)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곤(坤)은 토(土)에 속하며 장부 중에는 비위(脾胃)에 속한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의원은 혹시 아이가 비위가 약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했다. 의원은 곧장 그 아이 집에 가 보았다. 때마침 아이의 또다시 병이 발작하여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역질을 했다. 의원은 다시 복진과 진맥을 해보았다. 정말 비위기능에 문제가 있었다. 식욕부진에 소화불량도 겸해서 살이 계속 빠졌다. 의원은 “내가 다시 침치료를 해 보겠습니다.”라고 설득을 했다. 가족들은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침치료를 허락했다. 의원은 가족들과 함께 아이를 일어나 앉도록 부축했다. 그러고 나서 먼저 등에 있는 비수(脾兪)와 위수(胃兪)에 각각 7장씩 뜸을 떴다. 그리고 비경(脾經)의 토혈(土穴)인 태백혈과 위경(胃經)의 토혈인 삼리혈을 보(補)하고, 토(土)를 극(克)하는 목(木)을 사(瀉)하기 위해서 간경(肝經)경의 목혈(木穴)인 대돈혈과 담경(膽經)의 목혈인 임읍혈을 사(瀉)했다. 비위(脾胃)에 해당하는 토(土)의 기운을 보하고 토를 극(克)하는 목(木)의 기운을 깎아 내리는 침법을 구사한 것이다. 그랬더니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면서 머리를 움켜쥐고 있던 아이가 침이 찔리자마자 증상이 사라졌다. 이렇게 침치료를 반복적으로 행하자 아이의 증상은 점차 안정이 되더니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다. 아이의 가족이 “어떻게 치료하신 겁니까?”라고 묻자, 의원은 “꿈이 아이를 살렸습니다.”라고 답했다.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지만 어찌되었든지 감사함을 표했다. 옛날 의원들은 주역(周易)도 함께 공부했다. 그래서 처방이름 중에는 괘가 들어간 처방도 있다. 대표적으로 청리자감탕(淸離滋坎湯)이다. 리(離)는 삼리화(三離火)로 3수이며 화(火)에 속한다. 그리고 감(坎)은 육감수(六坎水)로 6수에 해당하고 수(水)에 속한다. 따라서 청리자감탕이란 심장의 화를 내리고 콩팥의 수를 보충해 준다는 의미다. 비염에 다용하는 여택통기탕(麗澤通氣湯)이란 처방명도 그렇다. 여기서 ‘여택(麗澤)’이란 연접한 두 늪처럼 벗을 만나 함께 공부하니 즐겁다는 뜻을 가진 ‘여택태(麗澤兌) 군자이붕우강습(君子以朋友講習)’에서 따온 말로 주역이 출전이다. 즉. 여택통기탕은 서로 인접해서 도움을 주면서 막힌 기운을 통하게 한다는 의미다. 아이를 치료한 후로 의원은 자신의 치료경험을 의원들에게 들려주었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꿈속에서 치료법을 알게 되었다니 그게 가능이나 하단 말이요?”라고 비웃었다. 심지어 돌팔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의원은 어느 날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의원을 만났다. 의원은 친구의원에게 자신의 치료경험을 자세하게 얘기하면서 다른 의원들이 자신을 비웃어서 속상하다고 했다. 그러나 친구의원은 어릴 적 친구였기에 이 의원의 진솔함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친구의원은 두 눈이 반짝이면서 “요즘 내가 김진사댁에서 3년 동안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보았는데 온갖 치료가 효과가 없었네. 나는 병의 원인을 도대체 짐작할 수 없었다네. 그런데 그 환자가 꿈속에서 항상 말이 나타난다고 했네.”라고 하는 것이다. 의원이 “맞네. 말이라면 이괘(离卦)에 해당하고 화(火)에 속하네. 그렇다면 혹시 심병을 의심해 보게나?”라고 했다. 말은 12간지 중 오(午)에 해당하는데, 오는 오행에 화(火)에 속했다. 그 친구의원은 곧바로 김진사댁으로 가서 진찰을 했다. 그랬더니 환자는 가슴의 정 중앙부위인 전중혈에 압통이 심했고, 혀는 혓바늘이 돋으면서 붉었다. 평소 진찰을 할 때 놓쳤던 부분이었다. 친구의원은 ‘심화(心火)로구나.’라고 생각하고 손바닥의 소부혈과 손목의 신문혈에 침을 놓았다. 그랬더니 환자는 침만 맞고서도 증상이 좋아졌다. 심화가 원인이었던 것이다. 친구의원은 더불어서 심장의 화를 사하는 사심탕(瀉心湯)을 처방해 주었다. 친구의원은 돌아오는 길에 의원을 찾아와 “몽협팔괘. 꿈이 내가 놓쳤던 부분을 살펴보게 해 주다니 신기하네. 정말 신기하네.”라고 하였다. 사실 이러한 인과관계가 현실적으로 전혀 성립하지 않을지언정,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던 것은 이 의원들이 어떻게든지 환자를 치료해야겠다는 절실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병을 낫게 할 수 있을까?’ 혹은 ‘병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날마다 고민한 결과였을 것이다. 몽협팔괘(夢恊八卦)는 어떻게 보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꿈 이야기에까지 귀를 기울인 것이다. 옛날에는 병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절실함에 환자의 꿈 이야기라도 허투루 듣지 않았던 것이다. * 제목의 ○○은 ‘팔괘(八卦)’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명의경험록> 有一家女兒, 遭其祖母喪, 自其成服后, 夢其祖母, 則必發寒戰頭痛, 或七八日而止, 或三四日而止, 或一月一二巡, 或一月三四巡, 如是而奄過三年. 其間服藥, 多至百餘貼而无效. 余於其時, 略知針灸, 糟粕而未嘗下手於人矣. 㦖其痛狀, 治以邪祟, 行針五六日, 小無分效, 因以停針, 而一段憤惜, 恒在方寸矣. 偶見一處方書, 邊地有八字, 曰夢恊八卦可知病源云云, 則暗合此兒之病, 而莫究其夢八卦四字之義, 而念念在玆矣. 一朝忽然氷解, 其義曰, 屬於老母, 而此兒夢其祖母而必病, 祖母卽老母也, 此非恊於坤卦乎, 坤屬土也, 而臟腑中脾胃屬土, 則此非病源乎. 中心欣然, 卽往病家, 則兒病時起, 方在苦劇, 扶以起坐, 先灸脾胃兪各七壯, 針其經, 補土穴瀉木穴, 則其病應手如失. 其後遇鄭萬學者, 乃俗醫中有名也, 備語此方, 則亦心欣聽之曰, 余於光州金進士家, 有三年之病, 百方無效, 而夢中常見白馬云云, 以此解彼耶, 曰然矣, 离屬火而心小腸亦屬火, 則此非病源乎, 以此推之, 安有不應也. 其人去于金家, 以此治之, 亦卽差. 來路訪余曰, 其方妙哉妙哉. 中古羅州安洞鄭醫驗方. (한 여자 아이가 할머니 상을 당하고 성복후부터 할머니 꿈을 꾸면 덜덜 떨고 머리가 아팠는데 7~8일 후에 그치기도 하고 혹은 3~4일 후에 그치곤 했으며, 한 달에 1~2번에서 3~4번씩 발작한지 어느덧 3년을 넘기고 있었다. 그동안 먹은 약이 많게는 100여 첩에 달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나는 그 당시에 침구법을 대강 알았지만 정밀하지 않아서 침을 놓지는 않았다. 그 아이의 고통이 너무 가련하여 사수를 치료하기 위해 5~6일 정도 침을 놓았는데 조금도 효과가 없기에 침 놓기를 멈추었고 한편으로는 고치지 못한 속상함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책을 보다가 구석에 ‘몽협팔괘가지병원’ 8글자를 보았는데 은연중에 그 아이의 병에 맞는 듯하나 ‘몽협팔괘’ 4글자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그 의미가 얼음 녹듯 풀렸다. 그 아이의 병은 노모 때문이다. 할머니 꿈을 꿀 때마다 앓는데 그 할머니가 바로 노모였다. 이는 곤괘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곤은 토에 속하며 장부 중에는 비위가 토에 속한다. 그러므로 이것이 병의 원인이지 않겠는가? 기쁜 마음으로 곧장 그 아이 집에 가니 마침 아이의 병이 발작하여 괴로워하고 있었다. 일어나 앉도록 부축한 후 먼저 비수와 위수에 각각 7장씩 뜸을 뜨고 그 경맥에 침을 놓되 토혈은 보하고 목혈은 사했더니 손길이 닿는 대로 증상이 사라졌다. 그 후로 정만학이란 유명한 의원을 만났는데 치료방법을 자세히 얘기했더니 그도 눈을 반짝이며 듣고는 “내가 광주 김진사댁에서 3년 동안 앓고 있는 환자를 보았는데 온갖 치료가 효과가 없고 꿈속에서 만날 백마를 보았다고 합니다. 같은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하니, 내가 “맞습니다. 이괘는 화에 속하며 심과 소장도 화에 속하니 이것이 병의 원인이 아니겠습니까? 이 방법을 적용해보면 어찌 반응이 없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그 의원이 김진사댁으로 가서 이 방법으로 치료했더니 즉시 나았다. 돌아오는 길에 나를 찾아와 “그 처방 신기합니다. 정말 신기합니다.”라고 하였다. 옛날 나주 안골 정의원의 경험방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9-10 09:38:27"'인문학 불모지'로 꼽혀온 부산에서 세계 28개국 300여명의 해양학자들이 한꺼번에 찾은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은 대한민국 해양사 연구 발전에 커다란 이정표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난 1992년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맞춰 4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는 '세계해양사대회'가 유럽을 벗어나 아시아권 최초로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한국해양대학교에서 열려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 '제9회 세계해양사대회'는 국제해양문제연구소(소장 정문수 교수)의 완벽한 준비와 진행으로 폐회식 때 참가자들이 모두 자리에 일어나 여러 번 기립박수를 칠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 '해양사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지난 8월 19일부터 24일까지 4명의 기조연설과 발표자 273명이 78개 세션에서 총 277편을 주제발표하는 행사로 치러졌다. 지금까지 세계해양사대회는 유럽에서 이뤄졌고, 대부분 그쪽 나라의 학자들이 참여, 진행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해양사대회는 1992년 제1회 대회(영국 리버풀)을 시작으로 1996년 제2회 대회(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000년 제3회 대회(덴마크 에스베르그), 2004년 제4회 대회(그리스 코르푸), 2008년 제5회 대회(영국 그리니치), 2012년 제6회 대회(벨기에 강), 2016년 제7회 대회(오스트레일리아 퍼스)가 개최됐다.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은 2일 "그동안 아시아권에서 중국, 일본도 유치하지 못했던 것을 대한민국, 그것도 부산에서 이뤄낸 것부터 큰 성과였다"면서 "2022년 김성준 한국해양대 교수가 포르투에서 이 분야 전문 연구자들이 주로 유럽이나 미주권이기 때문에 아시아권으로의 외연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설득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가 지난 16년간 바다와 관련된 인문학 연구에 몰두해왔던 것도 큰 자산이 됐다. 또 한 가지로는 '한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과정에서 부산에 대한 전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최근 독일 일간지에서 부산을 관광 매력 포인트로 소개한다든지, 유명한 여행 전문지 Lonely Planet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가고 싶은 도시로 부산을 꼽기도 했다"면서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술대회 유치와 함께 행사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대회 유치가 확정된 후 세계해양사학회, 해양사학회와 공동으로 학술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 '바다 : 지방적 차원의 이동성, 지구적 차원의 연결성'으로 대주제를 정하고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한 만반의 준비과정을 수행했다. 대주제 아래 세션과 패널, 라운드테이블의 주제군을 △대양을 건너는 사람, 종교, 상품의 이동, 동물상과 식물군, 질병 등 종의 교환 △해양의 물리적 운동과 인간활동의 관계 △해운, 조선, 어업, 해전, 해적 △해상보험과 리스크 관리 △인도양,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발트해, 북해, 흑해 연구 △해항도시 네트워크 연구 △해양 기후와 치유 △인도태평양 전략 △해양담론과 심해 탐사 △이민 기록·보관, 해양박물관, 새로운 해양자료 활용 △디지털 연구 등으로 세분해 꼼꼼히 구성했다. 기조발제는 잉코 하이드블링크, 크리스티나 브로피, 나카지마 가쿠소, 김강식(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교수 등 4명이 심해탐사와 보트피플, 표류민, 해전의 주제로 열띤 강연을 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저자 마크 해리슨과 '아시아지중해' 저자 프랑수아 지푸루, '세계의 핵심 산업: 세계해운경제사'저자 젤리나 하를라프티스 등과 같은 이 분야 저명학자뿐 아니라 신진학자들 및 대학원생들이 대거 부산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정 소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 준비와 프로그램 구성을 해양사 연구 변방인 대한민국의 학문적 위상 제고와 해문 인문연구 세계적 발신지, 플랫폼 역할에도 초점을 맞춰 완벽하게 수행해 낸 것도 큰 성과"라고 밝혔다. 모두 6일 동안이나 이어진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외부인력 도움 없이 관련 지식과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한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소속 연구진과 대학원생, 연구보조원 등이 돼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와 행사장 스크린에 현장사진을 띄우는 순발력까지 보여주면서 세계 각국 참가자들의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지원사업에 선정돼 '해항도시문화교섭연구' 집단연구를 수행했다. 그 후속 프로젝트인 인문한국 플러스 사업도 맡아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바다인문학 : 문제해결형 인문학' 집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문한국지원사업 취지에 호응해 연구 어젠다의 국제적 발신을 위해 2011년 중국 4개 연구소(칭다오 중국해양대학교 해양문화연구소, 상하이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광저우 중산대학교 아태연구원, 셔먼대학교 역사연구소), 일본의 2개 연구소(고베대학교 해항도시연구소, 나가사키대학 글로벌 인문사회과학부), 대만의 3개 연구소(대만중앙연구원, 대만대학교 일문학부, 문화대학교 아시아연구원), 국내 목포대학교 도서문연구원 등과 세계해양문화연구소협의회(WCMCI)결성하고 사무국을 운영하며 매년 연구자대표회의와 국제학술대회를 주최, 주관해온 경험도 이번 행사에 큰 도움이 됐다. 정 소장은 "바다를 경계나 단절로 볼 것이 아니라 지구화의 촉매제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이번 국제학술대회 주제도 사람과 상품, 종교, 문화, 여러 가지 동물상, 식물군, 심지어 질병까지 바다를 통해 연결되고 소통된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바다와 인간 간의 관계 역전에서 오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해양담론의 추이 변화와 다층적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 비전문가들의 연구 참여를 상징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 등의 주제로 다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9회 세계해양사대회' 참가자들은 행사 첫날인 지난 8월 19일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를 '관선'하는 이색 프로그램도 마련해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학술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마리 바투스(헬싱키 대학 박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제학술대회를 참가해 봤지만 이번 학술대회가 가장 인상적이고 배울 것이 많았을 뿐 아니라 환상적인 대회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행사 실무를 담당한 임하람 사무국장, 전수현 팀장 앞으로는 학술대회가 끝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감사메일이 쇄도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달 23일에는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사장 김남일) 초청으로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인 경주를 찾아 역사 문화지구 탐방 행사도 가졌다. 국립경주박물관 등을 둘러본 세계 각국의 해양학자들에게 동부 지중해 연안과 사산조 페르시아 또는 중앙아시아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그릇이 당시 신라로까지 전파돼 능묘에서 출토된 것과 해변에서 200m나 떨어진 대왕암이라고도 불리는 곳에 있는 세계 유일의 문무대왕릉 역사를 설명하며 해양과의 오랜 교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변옥환 기자
2024-09-02 19:47:35[파이낸셜뉴스] "'인문학 불모지'로 꼽혀온 부산에서 세계 28개국, 300여명의 해양학자들이 한꺼번에 찾은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은 대한민국 해양사 연구 발전에 커다란 이정표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난 1992년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맞춰 4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는 '세계해양사대회'가 유럽을 벗어나 아시아권 최초로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한국해양대학교에서 열려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 '제9회 세계해양사대회'는 국제해양문제연구소(소장 정문수 교수)의 완벽한 준비와 진행으로 폐회식 때 참가자들이 모두 자리에 일어나 여러 번 기립박수를 칠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 '해양사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지난 8월 19일부터 24일까지 4명의 기조연설과 발표자 273명이 78개 세션에서 총 277편을 주제발표하는 행사로 치러졌다. 지금까지 세계해양사대회는 유럽에서 이뤄졌고, 대부분 그쪽 나라의 학자들이 참여, 진행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해양사대회는 1992년 제1회 대회(영국, 리버풀)을 시작으로 1996년 제2회 대회(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000년 제3회 대회(덴마크 에스베르그), 2004년 제4회 대회(그리스 코르푸), 2008년 제5회 대회(영국 그리니치), 2012년 제6회 대회(벨기에 강), 2016년 제7회 대회(오스트레일리아, 퍼스)가 개최됐다.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은 2일 "그동안 아시아권에서 중국, 일본도 유치하지 못했던 것을 대한민국, 그것도 부산에서 이뤄낸 것부터 큰 성과였다"면서 "2022년 김성준 한국해양대 교수가 포르투에서 이 분야 전문 연구자들이 주로 유럽이나 미주권이기 때문에 아시아권으로의 외연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설득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가 지난 16년간 바다와 관련된 인문학 연구에 몰두해왔던 것도 큰 자산이 됐다. 또 한가지로는 '한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과정에서 부산에 대한 전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최근 독일 일간지에서 부산을 관광 매력 포인트로 소개한다든지, 유명한 여행 전문지 Lonely Planet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가고 싶은 도시로 부산을 꼽기도 했다"면서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술대회 유치와 함께 행사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대회 유치가 확정된 후 세계해양사학회, 해양사학회와 공동으로 학술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 '바다 : 지방적 차원의 이동성, 지구적 차원의 연결성'으로 대주제를 정하고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한 만반의 준비과정을 수행했다. 대주제 아래 세션과 패널, 라운드테이블의 주제군을 △대양을 건너는 사람, 종교, 상품의 이동, 동물상과 식물군, 질병 등 종의 교환 △해양의 물리적 운동과 인간활동의 관계 △해운, 조선, 어업, 해전, 해적 △해상보험과 리스크 관리 △인도양,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발트해, 북해, 흑해 연구 △해항도시 네트워크 연구 △해양 기후와 치유 △인도 태평양 전략 △해양담론과 심해 탐사 △이민 기록·보관, 해양박물관, 새로운 해양자료 활용 △디지털 연구 등으로 세분해 꼼꼼히 구성했다. 기조발제는 잉코 하이드블링크, 크리스티나 브로피, 나카지마 가쿠소, 김강식(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교수 등 4명이 심해탐사와 보트피플, 표류민, 해전의 주제로 열띤 강연을 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저자 마크 해리슨과 '아시아지중해' 저자 프랑수아 지푸루, '세계의 핵심 산업: 세계해운경제사'저자 젤리나 하를라프티스 등과 같은 이 분야 저명학자들 뿐 아니라 신진학자들 및 대학원생들이 대거 부산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정 소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 준비와 프로그램 구성을 해양사 연구 변방인 대한민국의 학문적 위상 제고와 해문 인문연구 세계적 발신지, 플랫폼 역할에도 초점을 맞춰 완벽하게 수행해 낸 것도 큰 성과"라고 밝혔다. 모두 6일 동안이나 이어진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외부인력 도움 없이 관련 지식과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한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소속 연구진과 대학원생, 연구보조원 등이 돼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와 행사장 스크린에 현장사진을 띄우는 순발력까지 보여주면서 세계 각국 참가자들의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지원사업에 선정돼 '해항도시문화교섭연구' 집단연구를 수행했다. 그 후속 프로젝트인 인문한국 플러스 사업도 맡아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바다인문학 : 문제해결형 인문학' 집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문한국지원사업 취지에 호응해 연구 아젠다의 국제적 발신을 위해 2011년 중국 4개 연구소(칭다오 중국해양대학교 해양문화연구소, 상하이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광저우 중산대학교 아태연구원, 셔먼대학교 역사연구소), 일본의 2개 연구소(고베대학교 해항도시연구소, 나가사키대학 글로벌 인문사회과학부), 대만의 3개 연구소(대만중앙연구원, 대만대학교 일문학부, 문화대학교 아시아연구원), 국내 목포대학교 도서문연구원 등과 세계해양문화연구소협의회(WCMCI)결성하고 사무국을 운영하며 매년 연구자대표회의와 국제학술대회를 주최, 주관해온 경험도 이번 행사를 치러는데 큰 도움이 됐다. 정 소장은 "바다를 경계나 단절로 볼 것이 아니라 지구화의 촉매제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이번 국제학술대회 주제도 사람과 상품, 종교, 문화, 여러 가지 동물상, 식물군, 심지어 질병까지 바다를 통해 연결되고 소통된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바다와 인간 간의 관계 역전에서 오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해양담론의 추이 변화와 다층적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 비전문가들의 연구 참여를 상징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 등의 주제로 다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9회 세계해양사대회' 참가자들은 행사 첫날인 지난 8월 19일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를 '관선'하는 이색 프로그램도 마련해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학술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마리 바투스(헬싱키 대학 박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제학술대회를 참가해 봤지만 이번 학술대회가 가장 인상적이고 배울 것이 많았을 뿐 아니라 환상적인 대회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행사 실무를 담당한 임하람 사무국장, 전수현 팀장 앞으로는 학술대회가 끝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감사메일이 쇄도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8월 23일에는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사장 김남일) 초청으로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인 경주를 찾아 역사 문화지구 탐방 행사도 가졌다. 국립경주박물관 등을 둘러본 세계 각국의 해양학자들에게 동부 지중해 연안과 사산조 페르시아 또는 중앙아시아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그릇이 당시 신라로까지 전파돼 능묘에서 출토된 것과 해변에서 200m나 떨어진 대왕암이라고도 불리는 곳에 있는 세계 유일의 문무대왕릉 역사를 설명하며 해양과의 오랜 교류 연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변옥환 기자
2024-09-01 22:40:43최근 기업 경영자, 정책 입안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SG는 단순한 재무제표 분석을 넘어 기업의 평판, 주가, 그리고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ESG 위험이 기업의 차입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투자자와 기업 경영자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 ■ESG 위험,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에 영향 뉴욕주립대 한국캠퍼스의 박제영 교수와 뉴욕주립대 버팔로캠퍼스의 우춘치 교수가 공동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ESG 관련 평판위험이 미국 회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수익률 스프레드와 차입비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2007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대규모 회사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ESG 위험이 큰 기업일수록 더 높은 수익률 스프레드를 보여 이들 기업이 더 높은 차입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분석 결과 ESG 위험이 높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더 높은 수익률 스프레드를 나타냈다. 이는 곧 해당 기업이 더 높은 차입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관계는 기업의 신용위험, 발행금액, 만기와 같은 다양한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특히 소규모 기업이나 신용위험이 높은 기업일수록 ESG 위험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기업들은 ESG 위험으로 인해 파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채권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률 스프레드를 요구받게 된다. 이는 투자자들이 ESG 위험을 기업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ESG 구성요소 중 거버넌스가 가장 큰 영향 연구는 ESG 위험을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로 나누어 각 요소가 채권 수익률 스프레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거버넌스(G) 요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운영의 관리 부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기업의 회계 성과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E) 요소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각 주의 정치적 성향이 ESG 위험과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됐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주(블루 스테이트)에서 발행된 회사채는 ESG 위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민주당 성향의 주에서 ESG 관련 규제가 더 엄격하게 시행되기 때문이다. 또 재정적 제약이 큰 기업일수록 ESG 위험이 채권 수익률 스프레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강화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재정적 제약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거나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하며, 이러한 기업들은 ESG 위험이 높아질 때 더 큰 차입비용 증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로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ESG 위험이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틸리티 및 석유·가스·석탄 추출 산업에서 ESG 위험의 영향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산업에서 ESG 위험이 높아질수록 수익률 스프레드가 크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파리협정 이후 환경요소의 영향 증가 ESG 위험이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더욱 커졌다. 파리협정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채택된 국제적 합의다. 부채 위험 프리미엄이 ESG 위험에 얼마나 민감한지 조사하기 위해 190개 이상의 국가가 채택한 파리협정을 외생적 사건으로 활용했다. 파리협정 이후 기업들은 환경규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ESG 위험과 그 함의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다. 이에 파리협정 관련 더미지표를 사용하여 분석을 한 결과 파리협정 이후 ESG 위험이 부채위험 프리미엄에 미치는 영향이 강화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파리협정 이후 발행된 채권은 ESG 위험이 수익률 스프레드에 미치는 영향은 채권 및 기업 특성을 고려한 후에도 7bp 정도 악화된다. 파리협정 이후 환경규제가 더 엄격해짐에 따라 파리협정 이후 기간에 E-세그먼트 위험(RRR_E)이 더 큰 역할을 하는지 테스트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파리협정 이전 기간과 비교하여 보았다. 이 경우 예상했던 바대로 파리협정 이후의 기간에는 (전체 샘플기간의 결과와 달리) 환경 관련 요소(E-세그먼트: RRR_E)가 회사채의 수익률 스프레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2010년 전후 녹색채권 발행 급증 2010년을 전후로 녹색채권(Green Bonds) 발행이 눈에 띄게 증가한 이후 학자들은 이 새로운 금융상품의 영향을 연구해 왔다. 일부 학자들은 투자자가 녹색채권 발행 발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만, 각국의 채권 발행시장에서 녹색채권이 갈색채권(일반채권)에 비해 더 저렴한 차입비용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투자유연성의 제약과 인증비용 증가를 고려할 때 녹색채권 발행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기업들에 의해 발행된 346종의 녹색채권을 포함하는 데이터를 사용, 녹색채권 인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독일 정부가 발행한 녹색채권과 유사하게도 기업들이 발행한 녹색채권은 미국 유통시장에서 실제로 채권 수익률 및 가격상의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이 녹색채권 지정을 받은 후 ESG 평판이 손상되면 그러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19~24bp만큼 크게 증가, 발행기업은 채권시장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녹색(Green)' 라벨이 더 저렴한 자본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주지만 발행기업이 이 녹색 라벨의 장점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우수한 ESG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논점을 다소 확장하면 ESG 위험이 큰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더 높은 수익률 스프레드를 초래하는 논리는 ESG 위험이라는 채널을 통해 기업의 파산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강화된 ESG 관련 규제는 기업이 운영방식을 변경하거나 강화된 규제를 준수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회계적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경우 ESG 위험이 높은 기업은 미래에 더 높은 파산위험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입증된 관계가 소위 '온광효과'(투자자가 기업 또는 자산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단지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효과)에 의해 설명된다면 기업의 ESG 평판이 악화되는 것은 영업이익, 수익률 또는 디폴트 위험과는 무관할 것이다. ■ESG 위험은 기업 차입비용에 직접 영향 이번 연구는 ESG 위험이 회사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업의 차입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SG 관련 부정적 사건들은 채권 시장에서 기업의 차입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며, 이는 기업들이 ESG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의 기업들도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고려해 ESG 관련 평판위험을 윤리적 관점을 넘어 재무적 관점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ESG 문제가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재무적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정책과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기업의 ESG 평판이 채권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으며, 이 평가가 기업의 차입비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ESG 관련 리스크는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파산 가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기업들이 ESG 성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 허산욱 교수는 현재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 경영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시카고대학에서 MBA 과정을 이수하기 전후로 허 교수는 투자신탁회사, 재무부, 종합금융사 등 민간 및 정부 부문에서 수년간 근무한 바 있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캐나다에서 5년간 가르치기도 하였다. 허 교수의 연구분야는 기업재무, 자산가격 결정, 뮤추얼 펀드 및 헤지 펀드 성과 평가, 시장 미시구조, 행동재무 등이다. 그의 연구 논문들은 미국 및 국제 학술대회에서 다수의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2018~2019년에는 한미재무학회(KAFA) 회장을 역임했다. 정리=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8-27 18:24:0522대 국회에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협치의 물꼬가 좀처럼 트이지 않는 가운데 미래 과제를 위한 논의도 감감무소식이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포함해 기후, 인구, 정치개혁 등 주요 미래 의제를 다루는 비상설 특위는 여야의 합의가 있어야만 구성되는데 정쟁이 거듭되는 탓에 출발조차 못한 상황이다. 특히 여야는 가장 시급한 문제인 연금개혁과 관련해 21대 국회보다 후퇴한 수준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연금개혁의 공을 국회로 넘긴 상황에서 여당은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부터 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정부안을 재차 압박하고 있다. 개혁 방향은 커녕 논의 방식을 두고 알맹이 없는 설전만 계속되는 실정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연금개혁특위, 기후위기특위, 인구위기특위 등 주요 비상설 특위 구성과 관련해 협상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야는 논의 주체와 형식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금개혁 특위 구성을 압박하는 쪽은 국민의힘이다. 국정과제에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여당으로서 연말까지 야당과 개혁안을 마련해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개혁안을 내놓아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1대 국회에서 제시한 모수개혁안을 정부가 받지도 않고, 구조개혁안을 스스로 제시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여야 간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논의 방식에 뜻이 모이지 않는 건 모수개혁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여당은 노후 보장을 위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병행 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연금개혁에 뜸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모수개혁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공방이 계속되면서 연금개혁은 미래 과제가 아니라 정쟁용 의제로 변질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제시하면 민주당이 이를 빌미로 대통령 탄핵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야 모두 추진 의지를 가진 기후 특위마저도 구성 논의에 진전이 없다.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여야 당선인들은 입을 모아 기후특위 상설화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원내 현안이 산적한 탓에 무관심의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다. 국회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기후 위기 속 취약계층 지원 등 중요한 과제를 논의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다. 21대 국회에서도 기후특위 회의는 단 6차례만 열려 사실상 모양만 갖춘 특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기후특위와 함께 제안한 인구특위는 더욱 여야 논의에서 밀려나고 있다. 박찬대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구성 의지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에서 큰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저출생·고령화 의제는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의원들 사이에선 특위 상설화 등 국회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 과제를 비정기적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만 무엇보다 시급한 건 여야의 관계 회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설특위는 원내지도부 간 협상 사안인 만큼 여야가 정쟁을 뒤로하면 언제든지 구성해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8-12 18:17:51[파이낸셜뉴스] 22대 국회에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협치의 물꼬가 좀처럼 트이지 않는 가운데 미래 과제를 위한 논의도 감감무소식이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포함해 기후, 인구, 정치개혁 등 주요 미래 의제를 다루는 비상설 특위는 여야의 합의가 있어야만 구성되는데 정쟁이 거듭되는 탓에 출발조차 못한 상황이다. 특히 여야는 가장 시급한 문제인 연금개혁과 관련해 21대 국회보다 후퇴한 수준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연금개혁의 공을 국회로 넘긴 상황에서 여당은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부터 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정부안을 재차 압박하고 있다. 개혁 방향은 커녕 논의 방식을 두고 알맹이 없는 설전만 계속되는 실정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연금개혁특위, 기후위기특위, 인구위기특위 등 주요 비상설 특위 구성과 관련해 협상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야는 논의 주체와 형식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금개혁 특위 구성을 압박하는 쪽은 국민의힘이다. 국정과제에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여당으로서 연말까지 야당과 개혁안을 마련해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개혁안을 내놓아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1대 국회에서 제시한 모수개혁안을 정부가 받지도 않고, 구조개혁안을 스스로 제시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여야 간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논의 방식에 뜻이 모이지 않는 건 모수개혁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여당은 노후 보장을 위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의 병행 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연금개혁에 뜸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모수개혁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공방이 계속되면서 연금개혁은 미래 과제가 아니라 정쟁용 의제로 변질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제시하면 민주당이 이를 빌미로 대통령 탄핵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야 모두 추진 의지를 가진 기후 특위마저도 구성 논의에 진전이 없다.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여야 당선인들은 입을 모아 기후특위 상설화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원내 현안이 산적한 탓에 무관심의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다. 국회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기후 위기 속 취약계층 지원 등 중요한 과제를 논의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다. 21대 국회에서도 기후특위 회의는 단 6차례만 열려 사실상 모양만 갖춘 특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기후특위와 함께 제안한 인구특위는 더욱 여야 논의에서 밀려나고 있다. 박찬대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구성 의지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에서 큰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저출생·고령화 의제는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의원들 사이에선 특위 상설화 등 국회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 과제를 비정기적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만 무엇보다 시급한 건 여야의 관계 회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설특위는 원내지도부 간 협상 사안인 만큼 여야가 정쟁을 뒤로하면 언제든지 구성해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8-12 16:5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