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주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공개된 장소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이 또'라는 제목으로 유아가 주차장 한쪽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아이 옆에는 휴지를 손에 들고 대기 중인 여성이 있었다. 여성은 아이의 보호자로 추정된다. 글을 쓴 A씨는 "아쿠아리움 관람 후 주차장에서 모습이다"라며 "대변 사건이 터진 지 얼마나 됐다고 또(이러나)"고 했다. 이어 "제주에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중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관광객의 몰상식한 행동이 재차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제주의 한 대로변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보호자 옆에서 바지를 내리고 용변을 보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또 비슷한 시기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제주 내 한 편의점에는 먹고 남은 컵라면, 음료병, 일회용 나무젓가락 등 온갖 쓰레기가 편의점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사진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편의점에서 근무했다는 B씨는 "전 타임 근무자가 '치우려고 하면 중국인 손님이 엄청나게 들어와서 치울 시간도 없었다'더라"고 했다. 한편, 길거리 용변 테러, 무단횡단 등 중국인 관광객들의 '비매너'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6월 제주 경찰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외국인 기초질서 계도·단속'을 진행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25 09:07:01[파이낸셜뉴스] 제주도 도로 한 복판에서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는 중국인 어린이 영상에 중국 누리꾼들조차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20일 중국 포털 펑황왕에 '중국 소년이 한국 거리에서 용변을 보고 한국인들이 분노했다. 주변 사람들은 핀잔을 줬지만 소년의 어머니는 들은 척도 안 했다'는 긴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한국 소식을 주로 다루는 블로거가 해당 사건에 관한 한국 언론 보도를 전달했다. 블로거는 중국 소년의 용변과 더불어 한국 누리꾼들이 보인 "야만적인 것들" "중국에서는 거리에서 일 보는 게 흔한 일인가" "개가 똥을 싸도 봉투에 담는 데 이 인간들은 도대체 뭐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전했다. 중국 내 혐한 감정으로 중국 누리꾼들은 자국민을 편을 들 것 같았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현지 누리꾼들은 "이런 행동은 중국인들도 싫어한다" "한국인들이 이것들을 질타하는 데 찬성한다. 이 행동은 모두 중국에서 습관화된 것" "인간이냐... (중국으로) 돌아오지 마 제발" 등 반응을 보였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 연동에서 한 중국인 아이가 가로수 인근에서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는 사진과 영상이 확산했다. 아이 곁엔 모친으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지만 용변을 보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광객들의 비위생적 행동은 국제 사회에서 논란이 돼왔다. 지난 2015년 태국과 홍콩에서는 중국 관광객이 길거리에서 대변을 보고, 분수대에서 발을 씻는 등 추태를 부렸다. 이에 중국 당국은 해당 중국인 4명의 실명을 공개하며 해외여행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6-20 19:48:53노숙자, 마약, 범죄, 도시공동화.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맨얼굴이다. 한때 낭만의 도시로 불렸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낭만은 사라진 듯하다. 낭만 대신 샌프란시스코를 차지한 것은 노숙자처럼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노숙자를 보는 것은 아주 쉽다. 샌프란시스코 중심 유니온스퀘어 남서쪽에 위치한 '텐더로인' 구역에서는 더 그렇다. 텐더로인 구역 내에서도 남쪽 샌프란시스코 시청과 인접한 에디 스트리트와 터크 스트리트가 노숙자들의 집결지다. 노숙자들은 텐트와 침낭으로 이곳이 자신들의 구역임을 알린다. 수십년 전부터 우범지역이었던 텐더로인에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노숙자들이 대규모로 집결하면서 텐더로인은 더 큰 우범지대가 됐다고 한다. 노숙자들은 이곳에서 펜타닐과 오피오이드라는 마약을 한다. 마약에 중독되고, 마약 부작용으로 허리가 굽고 좀비처럼 움직이는 노숙자들과 그리고 그들의 용변으로 가득 찬 곳이 텐더로인이다. 노숙자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각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노숙자가 범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크고 작은 범죄다. 샌프란시스코는 범죄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샌프란시스코 경찰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살인범죄는 전년 대비 12%, 강도범죄는 13%, 자동차 절도는 9% 각각 증가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들이 범죄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샌프란시스코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내 노숙자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범죄가 급증하면서 홀푸드 등 미국 주요 유통기업들이 속속 샌프란시스코에서 철수했거나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 도시가 공동화되면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곳곳의 빌딩에서 '임대'가 표시된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부동산 서비스기업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사무실 공실률은 27.1%다. 계약 만료가 이어지면서 공실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시도 APEC 회의 개최를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길거리 마약 투약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는 앞으로 5년 내에 샌프란시스코 노숙자를 절반으로 줄여 도심구역을 개편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의 강력한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 인권과 자유 대신 다른 결단이 있어야 할 듯하다. 시 당국이 올해 APEC 회의 개최 전까지 시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노숙자들을 어떻게 할지 주목된다. "이것도 샌프란시스코의 일부다"라며 노숙자들을 그대로 놔둘지, 아니면 노숙자들의 인권을 일부 침해하면서 그들을 정해진 특정한 장소로 최대한 이동시킬지 말이다. 런던 브리드 현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결정이 궁금해진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2023-08-01 18:00:50[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북구의 한 편의점에서 혹한에 떨며 발견된 4세 여아가 이달 초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아동은 지난 1월8일 영하 18도의 날씨 속에서 내복만 입고 떠돌던 4세 여아가 발견된 후 3개월 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를 받았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친모 A씨는 사건 당일 여아를 혼자 두고 출근했다. 아이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잠깐 집 밖을 나갔지만 그 사이에 문이 닫혀 다시 들어가지 못했다. 그후 내복이 용변으로 젖은 채 여아는 길거리를 떠돌았다. 당시 지나가던 행인이 여아를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학대예방경찰관(APO)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여아를 혹한 속에서 구출했다. 경찰은 여아의 집이 쓰레기로 뒤덮여 양육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여아와 A씨를 즉각 분리 조치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씨가 적극적으로 상담과 교육에 참여했고 여아도 가정 복귀 의사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해 피해아동을 가정으로 복귀시켰다. 또 A씨를 선처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A씨가 출근 후 피해아동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37회 통화한 점, 아동전문기관에서 성실히 상담·교육을 받는 점 등을 고려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A씨의 기소유예 처분을 결정했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인정되나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가정 복귀 후 3개월 동안 해당 가정을 모니터링하고, 1달에 1번 A씨와 아동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후 구청의 아동보호 전담요원들이 1년 동안 관리를 하게 된다. 필요하면 아이와 가정 상태에 따라 해당 지역 기관들과 연계해 추가적인 복지, 상담 서비스가 제공된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1-04-22 07:49:16서울 영등포구청 청소과 이황용씨가 2일 새벽 영등포역 앞 유흥가 밀집지역 골목을 청소하고 있다. 거리에는 버려진 담배꽁초와 전단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각종 쓰레기로 지저분했던 도심 거리가 다음 날 아침이면 말끔하게 치워진 것을 보면서도 환경미화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당연하게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환경미화원은 대다수 사람이 잠자리에 든 꼭두새벽부터 거리로 나와 하루 종일 '쓰레기와의 전쟁'을 벌인다. 서울 시내에서 활약하는 환경미화원은 모두 2500여명에 이른다. '깨끗한 거리를 보면서 피로를 모두 잊는다'는 환경미화원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태풍 '나크리'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새벽 2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청 청소과 소속의 환경미화원 이황용씨(47)를 문래동 도로가에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쉼터에서 만났다. 이곳은 영등포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149명 가운데 영등포역 일대와 경인고속도로, 경인로를 청소하는 18명이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이씨는 연두색 야광작업복에 장화, 안전모, 토시, 장갑을 착용한 다음 대나무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빗자루 각각 1개, 쓰레받기, 쓰레기봉투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일을 나섰다. ■구석구석 담배꽁초 등으로 가득 쉼터에서 담당구역까지 손수레를 끌고 이동하는 데만 10분 가까이 걸렸다. 이씨가 청소를 맡은 구역은 영등포쇼핑센터 7번 출구에서 영등포역 앞까지 영중로 약 500m다. 유흥가이고 유동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쓰레기도 그만큼 많이 배출되는 이른바 '취약지역'이다. 이씨는 "영등포역 앞 중앙차로 버스정류장까지 포함해도 거리상으로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짧은 편"이라며 "일부 지역은 혼자서 2㎞ 넘는 구역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담당구역이나 업무는 2년에 한 번씩 바뀐다. 그는 "영등포역 앞에서 대림동이나 여의도로 구역이 변경될 수도 있고 거리 청소를 하다 재활용 담당으로 옮기기도 한다"며 "그래야 다른 업무를 이해할 수도 있고 여러 동료와 어울릴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횡단보도에서 본격적으로 청소작업이 시작됐다. 여기저기에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대부분이 보도블록 틈에 끼여 있어 작업을 더욱 힘들게 했다. 플라스틱 빗자루를 일자로 세워 능숙하게 빼내는 그의 모습은 '생활의 달인'에서나 봄직한 장인(匠人)처럼 느껴졌다. 식당 건물 앞 계단에는 행인들이 버린 일회용 커피잔, 음료수 캔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여름에는 음료수 캔이나 병을 제일 많이 치워요. 편의점 이 외에 24시간 영업하는 커피전문점 등이 늘어나면서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그나마 다 마신 병이나 캔은 사정이 나은 편이에요. 반쯤 남은 캔이나 병에 담배꽁초까지 뒤섞여 있으면 악취에 치우기도 더 힘들어요. 그래서 우리 환경미화원들은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추워서 사람들이 덜 돌아다니니까 쓰레기 양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쓰레기는 이씨가 허리를 펴고 5m를 걸어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만큼 '불타는 금요일'을 보낸 이들의 흔적이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는 얘기다. 한 상가 앞에는 계단 여기저기에 취객들이 누워 잠자고 있어 청소를 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씨는 특히 노숙자를 보면 가급적 피하려고 애쓴다. 괜히 부딪혔다가는 불편한 경험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가장 난처할 때는 일부 노숙자가 아무 데서나 큰일(?)을 볼 때다. 그는 "누가 지나가건 말건 길거리에서 바지를 내린 채 대놓고 용변을 보는 이들이 가끔 있다"며 "아무 겁날 것 없는 술에 취한 노숙자와 시비가 붙어봐야 손해보는 건 우리라서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히 청소만 한다"고 말했다. ■100L 봉투 하루 20∼30개 소요 어느덧 시곗바늘이 오전 4시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을 시작한 후 2시간 가까이 지났지만 종착지인 영등포역은 멀게만 느껴졌다. 이씨의 상의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고 간간이 손을 닦는 수건은 까매졌다. 휴대용 온도계를 꺼내보니 온도는 30.7도, 습도 50%였다. 그런데도 이씨는 "어제는 더위에 땀이 비오듯 쏟아져 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는데 태풍이 온다고 해서 그런지 오늘은 바람도 살살 불고 일하기가 훨씬 수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활용 쓰레기는 모아서 마대자루에 담고 폐기물은 도로 한쪽에 따로 쌓았다. 이런 쓰레기를 차로 실어가는 팀이 따로 있단다. 그새 이씨가 준비해온 100L짜리 쓰레기봉투 10장은 동이 났다. 그는 "대림시장 쪽에서는 하루 40~50장을 쓰는 경우도 있다"며 "이곳도 평소에는 쓰레기가 3배는 더 나오는데 이번 주가 확실히 휴가 절정기인 것은 분명한가 보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때였다. 환경미화원이 가장 얄밉게 생각한다는 행인들이 등 뒤에 나타났다. 방금 청소한 자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다. 2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가 택시가 오자 담배꽁초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택시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치우고, 더럽혀지고, 또 치우는' 일상이 반복되니 화가 날 법도 하건만 이씨는 12년차 베테랑답게 여유를 보였다. 그는 "'이거 언제 해' '또 더러워지네' 등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일을 못한다"며 "금세 다시 더러워지더라도 청소하고 뒤를 돌아봤을 때 길이 깨끗해진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당시 각각 초등학교 4학년이던 딸과 1학년이던 아들은 벌써 20대로 성장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환경미화원임을 숨기지 않고 친구들과 길거리를 지나가도 반갑게 인사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아들 녀석은 새벽에 나와서 직접 청소를 해보기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조기퇴직과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환경미화원의 인기도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 정년(60세)이 보장되는 안정성 덕분이다. 이씨는 "내가 입사할 무렵 영등포구청에서는 지원자 46명 중 13명이 선발됐는데 최근에는 6~9명을 뽑는 데 200여명이 몰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작업복'을 입었을 때는 여전히 홀대를 받기 일쑤다. 이씨는 "한 번은 작업복을 입은 채로 시장 상인에게 '이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상인이 노발대발하더라"라며 "정장을 차려입고 가서 환경미화원에게도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할 권한이 있다면서 얘기를 하니까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더라"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하루 세 번 담당구역 반복 청소 오전 6시가 넘어가자 날이 완전히 밝아졌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었다. 마지막 고지는 다시 교차로다. 역시나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청소를 하면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담배꽁초가 하얀 점처럼 수를 놓고 있었다. 이씨는 "돌아갈 때 다시 치우면 된다"고 말했지만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는 못했다. 잠시 후 이씨의 손수레와 똑같은 모양의 손수레를 만났다. 길 건너 영등포역광장을 맡은 이씨의 동료가 일을 일찍 끝내는 바람에 버스정류장을 대신 청소하고 왔단다. 이로써 오늘의 첫 임무는 마무리를 지은 셈이다. 이씨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에 한 번,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하루 세 차례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오전 7시가 가까운 시간, 평소 같으면 아침식사를 위해 쉼터로 돌아갈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일이 더 남았다. 휴가를 간 동료의 구역을 다른 동료들과 함께 청소하러 가야 한단다. 이씨는 50L짜리 쓰레기봉투를 꺼내 손수레에 싣고는 빗질을 하면서 온 길을 되짚어갔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신아람 기자
2014-08-06 17:37:41통 넓은 멜빵바지를 걸친 남자가 몸을 비비 꼰다. 용변이 급한 모양이다. 있지도 않은 문을 벌컥 열고 쭈그려 앉더니 이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아뿔싸. 휴지가 없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슬그머니 양말을 벗는다. 쓱싹쓱싹. 엽기적인 결말에 관객들은 그만 자지러졌다. 에피소드는 1시간 20분 동안 이어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러닝 타임 내내 배우의 입은 굳게 닫혀 있다. 극장을 채우는 것은 오직 관객의 웃음뿐. 이곳은 배우의 구두굽 소리조차 허용되지 않는 마임극의 무대다. ■한국마임계의 대표주자 ‘두 도둑 이야기’서 만나다 “마임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mimos(흉내)입니다. 연극은 대사와 마임, 발레 역시 무용과 마임으로 나뉘니 모든 장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죠.” 25일 폐막하는 피지컬씨어터페스티벌 참가작 ‘두 도둑 이야기’의 원작자 유홍영씨(50)는 한국 마임계의 얼굴이다. 한국 마임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1985년 처음 이 작품을 발표한 뒤 1990년 독일 국제 마임 페스티벌 ‘가우클러 90’에 초청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유씨와 ‘두 도둑 이야기’에서 호흡을 맞춘 고재경씨(40)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마임이스트다. 일년에 2∼3차례 정기 공연을 올리는 동시에 새 작품을 한 편씩 만들어 온 그는 한국 마임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협의회라고 해봤자 회원은 고작 42명 정도예요. 지속적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배우들은 더 적구요.” 세월이 흘러 ‘한국 마임계의 중견’이란 이름표까지 달게 된 고씨는 1987년 마임이스트로 첫발을 내디뎠다. 자신의 데뷔보다 2년이나 빨리 탄생한 ‘두 도둑 이야기’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유홍영씨와 콤비를 이룬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에요. 마임의 모든 요소가 집약된 교과서 같은 작품이죠.” ■극대화된 교감, 설명할 수 없는 희열 서울 대학로와 지방 등지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며 내공을 쌓은 유씨에겐 잊지못할 추억이 있다. “‘관객들과 내가 무언의 소통을 하구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 순간에는 300∼400명이 몰려들죠. 그러다가 ‘아차!’ 실수라도 하면 또 썰물처럼 쫙 빠져나가요.” 한번은 옆에 있던 관객의 몸에 실을 꿴 뒤 끌어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관객은 줄에 묶인 인형처럼 몸을 움직였다. 흥미를 느낀 그는 비슷한 동작을 여러 명에게 했다. 무려 열 명의 관객은 그의 지휘에 따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제가 말로 시켰다면 그렇게 했을까요. 마임을 안다거나 저와 안면이 있는 분들도 아닌데 그때만큼은 뭔가 통한 거죠. 그게 바로 교감의 절정이고 희열이에요.” 마임이스트들은 전천후 아티스트다. 극도 쓰고 연출도 하고 배우 역할까지 해야 한다. 대사가 없으니 딱히 정해진 대본이 있을 리 없다. ‘두 도둑 이야기’처럼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춰야 할 때엔 서로의 기억이 엇갈려 실수할 때도 종종 있다. 어쨌든 마임을 완성시키는 것은 관객이다. 웃거나 우는 등의 호응이 없으면 무대는 그야말로 무덤이 된다. 그들의 바람은 좀 더 많은 사람이 마임을 관람하는 것이다. 아쉬운 현실을 몇 번이나 곱씹던 고씨는 결국 질타의 화살을 자신에게 쏜다. “여건이 열악하다며 불평을 참 많이 했죠. 하지만 저희들 스스로가 작품을 선보이지 않는데 대중들이 어떻게 마임을 보겠어요. 앞으로 꾸준히 신작을 소개하고 무대에 서는 횟수도 늘릴 거예요.” 다짐을 거듭하던 두 남자는 자정이 가까워오자 작은 배낭을 훌쩍 둘러메며 지친 몸을 추슬렀다. 24일부터 시작되는 춘천마임축제로 향하는 콤비의 발걸음은 무겁고도 가볍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사진설명=마임이스트 유홍영(왼쪽), 고재경씨가 마임 '두 도둑 이야기' 공연 중 '사랑에 빠진 타조 커플'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2009-05-21 16:59:45통넓은 멜빵바지를 걸친 남자가 몸을 비비 꼰다. 용변이 급한 모양이다. 있지도 않은 문을 벌컥 열고 쭈그려 앉더니 이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아뿔싸. 휴지가 없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슬그머니 양말을 벗는다. 쓱싹쓱싹. 엽기적인 결말에 관객들은 그만 자지러졌다. 에피소드는 1시간 20분동안 이어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러닝 타임 내내 배우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극장을 채우는 것은 오직 관객의 웃음 뿐. 이곳은 배우의 구두굽 소리조차 허용되지 않는 마임극의 무대다. ■한국마임계의 대표주자 ‘두 두둑 이야기’서 만나다 “마임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mimos(흉내)입니다. 연극은 대사와 마임, 발레 역시 무용과 마임으로 나뉘니 모든 장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는 25일 폐막하는 피지컬씨어터페스티벌 참가작 ‘두 도둑 이야기’의 원작자 유홍영씨(50)는 한국 마임계의 얼굴이다. 한국 마임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1985년 처음 이 작품을 발표한 뒤 1990년 독일 국제 마임 페스티벌 ‘가우클러 90’에 초청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유씨와 ‘두 도둑이야기’에서 호흡을 맞춘 고재경씨(40)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마임이스트다. 일년에 2∼3차례 정기 공연을 올리는 동시에 새 작품을 한 편씩 만들어 온 그는 한국 마임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협의회라고 해봤자 회원은 고작 42명 정도에요. 지속적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배우들은 더 적구요.” 세월이 흘러 ‘한국 마임계의 중견’이란 이름표까지 달게된 고씨는 1987년 마임이스트로 첫발을 디뎠다. 자신의 데뷔보다 2년이나 빨리 탄생한 ‘두 도둑이야기’를 두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유홍영씨와 콤비를 이룬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에요. 마임의 모든 요소가 집약된 교과서같은 작품이죠.” ■극대화된 교감, 설명할수 없는 희열 서울 대학로와 지방 등지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며 내공을 쌓은 유씨에겐 잊지못할 추억이 있다. “‘관객들과 내가 무언의 소통을 하구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 순간에는 300∼400명이 몰려들죠. 그러다가 ‘아차!’ 실수라도 하면 또 썰물처럼 쫙 빠져나가요.” 한번은 옆에 있던 관객의 몸에 실을 꿴 뒤 끌어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관객은 줄에 묶인 인형처럼 몸을 움직였다. 흥미를 느낀 그는 비슷한 동작을 여러명에게 했다. 무려 열명의 관객은 그의 지휘에 따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제가 말로 시켰다면 그렇게 했을까요. 마임을 안다거나 저와 안면이 있는 분들도 아닌데 그때만큼은 뭔가 통한거죠. 그게 바로 교감의 절정이고 희열이에요.” 마임이스트들은 전천후 아티스트다. 극도 쓰고 연출도 하고 배우 역할까지 해야한다. 대사가 없으니 딱히 정해진 대본이 있을리 없다. ‘두 도둑 이야기’처럼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춰야 할 때엔 서로의 기억이 엇갈려 실수할 때도 종종 있다. 어쨋든 마임을 완성시키는 것은 관객이다. 웃거나 우는 등의 호응이 없으면 무대는 그야말로 무덤이 된다. 그들의 바람은 좀더 많은 사람이 마임을 관람하는 것이다. 아쉬운 현실을 몇번이나 곱씹던 고씨는 결국 질타의 화살을 자신에게 쏜다. “여건이 열악하다며 불평을 참 많이 했죠. 하지만 저희들 스스로가 작품을 선보이지 않는데 대중들이 어떻게 마임을 보겠어요. 앞으로 꾸준히 신작을 소개하고 무대에 서는 횟수도 늘릴 거에요.” 다짐을 거듭하던 두 남자는 자정이 가까워오자 작은 배낭을 훌쩍 둘러매며 지친 몸을 추스렸다.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춘천마임축제로 향하는 콤비의 발걸음은 무겁고도 가볍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2009-05-21 10: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