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벗고 가만히 있어! 담배빵하게"검사 시절, 심각한 데이트 폭력 사건을 처리했었다. 가해자는 데이트 악마였다. 가해자는 여자 친구에게 속칭 ‘담배빵’(맨 살에 담뱃불을 지지는 것)을 했다. 장소는 모텔이었고, 여자 친구는 옷을 벗은 상태였다. 가해자는 여자 친구와 성관계를 했다. 그 후 말다툼했다. 심하게 여자 친구를 나무랬다. 그리고 폭발했다. 여자 친구는 무서웠다. 옷을 입고 모텔방을 나가려 했다. 가해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자기야! 옷 벗고 가만히 있어!! 담배빵하게...”. 여자 친구는 소름이 돋았다. 순간적으로 몸이 얼었다. 꼼짝 못하고 담배빵을 당했다. 가해자의 말에 의하면, 담배빵하면서, “머리를 조금 쥐어박기도 했다”고 한다. 나체로 얼어붙은 여친 주요 부위에...담배빵은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에 이루어졌다. 가해자는 가슴과 주요 부위를 노렸다. 여자 친구는 치욕적이고,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극심한 공포에 저항할 수 없었다. 끔찍했던 모텔방을 나선 후, 여자 친구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무서워서 몇 주 고민했지만, 결국은 고소장을 내기로 결심했다. 그후, 경찰은 가해자를 조사했다. 가해자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싹싹 빌었다. 가해자는 벌금 전과만 3회 있을 뿐, 대단한 전과는 없었다. 담배빵 상해가 엽기적이기는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3주 상해에 불과했다. 가해자는 직업도, 주거도 일정하다며, 도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필자(당시 검사)가 이 사건을 배당받았다. "맞을 만 하죠, 여자친구가 절 미치게 만들어요"필자는 가해자를 소환 조사했다. 여자 친구에게 재범할 우려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검사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가해자의 속마음을 알아야 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속마음을 캐냈다. 가해자는 △여자 친구가 자신을 미치게 만들고, 맞을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남자에게 ‘헤픈 여자’이고 △자꾸 자신을 배신해서 때린 것이며 △이번에 고소한 것도, 합의해주지 않는 것도,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사에게는 자백하며 모두 자기 잘못이라고 말했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벌금 전과, 알고보니...여친 어머니집 침입해 폭행가해자는 위험했다. 설사, 여자 친구가 잘못했어도, 담배빵 등 엽기적 폭력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벌금 전과 3회가 뭐냐고 물으며 판결문을 확인했다. △여자 친구와 그 모친을 때리고 △여자 친구를 찾겠다며 모친 집에 주거침입했던 것이었다. 다만, 여자 친구와 합의해서 벌금으로 끝났었다. 필자는 걱정스러웠다. “불구속 기소하면, 또 다시 재범하지 않을까?” 피해자 진술을 들어보았다. △친구였던 가해자가 매달려, 억지로 사귀게 되었는데 △‘헤픈 여자’라니 너무 황당하고 △억지와 꼬투리 잡기로 데이트 폭력과 사과가 반복되었으며 △과거 벌금 사건의 합의도 가해자의 강요로 인한 것이고 △사건화되지 않은 데이트 폭력도 여러 번 있었고, 그 정도도 가볍지 않으며 △지금도 가해자의 해코지가 두렵다고 했다. 가해자 긴급체포! 휴대폰 압수해보니, 다른 여자와...필자는 구속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보호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미체포 상태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가만 두지 않을 위험이 컸다. 결국, 필자는 사건화되지 않았던 데이트 폭력을 추가 입건하고, 가해자를 긴급체포한 후 구속했다. 아울러, 가해자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피해자를 위협하거나 합의를 강요하는 문자 메시지가 있는지 △피해자에 대한 몰카 동영상이 있는지(피해자는 몰카도 걱정했었다.) 확인했다. 그런데, 휴대폰에서 다른 여자들과 사랑을 속삭이는 문자 메시지, 민망한 사진이 다수 발견되었다. 황당했다. 피해자를 사랑한다던 가해자가 ‘헤픈 남자’였던 것이다. 필자는 엄히 경고했다. 또 다시 피해자를 해치면 보복범죄로서 최악의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수갑을 찬 채로, 고개를 떨궜다. 다른 사람 마음을 얻어야 내가 잘 된다살다보면, 자기만 생각하고, 남 생각은 안하는 사람을 보곤 한다. 내 탓은 안하고, 남 탓만 한다. 당연히 다툼과 문제가 생긴다. 극단화되면 범죄다. 데이트 폭력, 스토킹이 이렇다. 상대방 입장은 안중에 없다. “내가” 미치겠으니까. 하지만, 뭐든지 혼자 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함께 하려면,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자기만 생각하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다툼만 대량 생산된다. 결국,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되는 일이 없다. 그러면, 남 탓을 더 한다. 안 좋은 일이 더 생긴다. 악순환이 벌어진다. 심해지면, 남을 원망하고 저주하며, 폭력도 불사하는, 악마화가 진행된다. 결국, 자기만 더 손해다.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으니까. “내가” 잘 되려면, “남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 마음을 얻어야, 내가 잘 되는 것이다. 폭력으로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데이트 폭력은 바보짓이다. [필자 소개] 김우석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정부 합동 반부패단 총괄국장, 서울중앙지검, 지청장 등을 거친 매서운 검사였다. 항상 구속할 사람을 찾았단다. 지금은 항상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세상은 변하니까. 최근에는 100만 유튜버(“김부장의 검사외전”)를 꿈꾼다. 꿈일지, 실현될지 궁금하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3-09-09 10:29:08검사 시절 고민 끝에 처리했던 강도치상 사건이 있다. 야간에 홀로 육교를 건너던 20대 여성의 핸드백을 빼앗고, 2주 상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강도는 위험하다. 피해 여성이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더구나 다치기까지 했다(강도치상). 가해자는 구속되었다.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 담당 검사였던 필자 앞에 왔다. 자백했고 혐의 명백했다 그러나 첫 조사 때 필자는 매우 황당했고, 2주 넘게 조사한 다음, 고민 끝에 석방하고 불기소했다. 왜 그랬을까? 오늘은 검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는지 말씀드릴까 한다. 대기업 '성실남'이 왜 20대 女 핸드뱃을 빼앗았나 강도는 엘리트였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대기업의 해외지사에 근무 중이었다. 부모님께는 ‘순둥이’였고, 직장에서는 ‘성실남’이었다. 항상 군말 없이 주어진 일에 매진했다. 전도유망한 20대 청년이자, 일등 사윗감이었다. 그런데, 해외 근무 중 포상휴가로 일시 귀국했을 때, 강도치상 범죄를 저질렀다. 왜 그랬을까? 엘리트가 된 ‘어른아이(아이 같은 어른)’의 일탈이었다. 황당하게도, 엘리트 어른아이는 피해 여성의 핸드백 내용물이 궁금했다고 한다. 핸드백을 빼앗아 도망쳐 내용물을 확인한 후, 그대로 버리고 제 갈 길을 갔다. 피해 여성을 때리거나 흉기로 위협한 것은 없었다. 어깨에 멘 핸드백을 낚아채려다 실패하자, 피해 여성과 핸드백 줄다리기를 벌였다. 피해자는 뒤로 잡아당기며 버티다가, 핸드백을 놓치면서 엉덩방아를 찧었고 2주 정도 엉덩이·허리가 뻐근해지는 상해를 입었다. 어른아이의 아버지는 피해 여성을 찾아가 무릎 꿇고 통사정해서, 합의서와 선처 탄원서를 받았다.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 검사님, 무릎꿇고 사죄하겠습니다" 어른아이의 아버지는 검사실로 몇 번씩 전화해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 검사님을 찾아뵙고 싶다. 무릎 꿇고 사죄할 테니, 한번만 살려 달라”고 말했다. 감정은 복받쳤고, 목소리는 울먹였다. 정말로 무릎 꿇을 태세였다. 필자는 “아버님께서 검사에게 무릎 꿇으실 일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말렸다. 그 대신 전화로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이제까지 저희 아이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취직하고... 한 번도 말썽피운 적이 없어요. 혼자서 힘들고 외롭게 해외 근무하면서, 너무 억눌려서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갔었다고 합니다. 착한 아이였습니다. 피해자도 사정을 듣고 선처해달라고 합니다. 검사님!! 제발...” 최소 징역 3년 6개월, 기소해야 하나? 장고 끝 검사의 선택은...엘리트 강도가 된 어른아이는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까? 강도치상 사건은 검사가 기소하면, 법률상, 집행유예(=석방)가 불가능하고 최소 3년 6월의 실형을 받는다. 이 사건에서 어른아이를 3년 6개월 이상 감옥에 가둬두는 것이 맞을까? 필자는 고민스러웠다. 피해 여성의 진술을 들어보았다. △2주 진단을 받아 약 먹고 며칠 치료받았지만, 외상이나 후유증이 없고 △성범죄 위협, 생명·신체 위협은 전혀 없었으며 △엘리트 강도가 스스로 놀라고 당황하며 도망치던 모습이 황당했었고 △엘리트 강도의 아버지가 어른아이의 생활기록부, 명문대 졸업장, 대기업 사원증을 보여주며 무릎 꿇고 통사정을 해서 △한번은 기회를 주자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어른아이 강도의 범행 동기, 재범 가능성, 성장 과정, 가족·학업·직장 생활 등 양형 사유를 조사했다. 어른아이는 △부모님께 순종하며 살아왔지만, 틀에 박혀 억눌렸던 측면도 있었는데 △해외에서 너무 외로웠고, 빡빡한 업무에 몸과 마음이 더욱 짓눌렸으며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해방감이 들면서 순간적 충동에 일탈을 했고 △진짜로 반성하고 절대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사할수록 고민은 깊어 졌다. 기소하면, 최소 징역 3년 6월이다. ‘어른아이’로 살다가 엘리트가 된 강도의 인생은 파괴될 것이다. 이 사안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지나치게 가혹하지는 않나? 선후배 검사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 '어른아이' 안 만들려면 몸과 마음 건강하게 키워야 결국, 필자는 기소유예(검사가 정상 참작하여 기소를 유예하는 것)하기로 결정했다. 대신에, 수사단계의 구속기간을 가득 채워서, 한달 가까이 감옥에 가둬두었다. 살다보면, 어른아이를 만나곤 한다. 부모님 말 잘 듣고, 한 눈 팔지 않고, 공부만 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아이 같다. 조금 힘들면, 견디지 못한다. 자기 뜻대로 안 되도, 견디지 못한다. 남 생각도 못한다. 그러다가 엉뚱하게 폭발한다. 공부 잘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다고 능사가 아닌 것이다. 어른아이는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내가 어른아이가 아닌지 반성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진짜 어른’을 꿈꾸며 글을 마친다. [필자 소개] 김우석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정부 합동 반부패단 총괄국장, 서울중앙지검, 지청장 등을 거친 매서운 검사였다. 항상 구속할 사람을 찾았단다. 지금은 항상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세상은 변하니까. 최근에는 100만 유튜버(“김부장의 검사외전”)를 꿈꾼다. 꿈일지, 실현될지 궁금하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3-08-11 16:30:55중3이 강간을 했다고? 검사 시절 처리한 사건이다. 중학교 3학년 남자 아이(이하 ‘남중생’)가 중학교 3학년 여자 아이(이하 ‘여중생’)를 강간했다는 사건을 배당받았다. 자그마치 강간이다. 성인이 강간했다면, 구속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어린 학생이라는 점을 참작해서, 남중생을 불구속 수사했다. 하지만, 필자(당시 검사)는 미성년자라고 하여도, 구속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반성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기록에 의하면, 남중생은 마지못해 범행을 시인한다고 진술할 뿐이었다.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것이 왜 잘못인지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피해를 준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사죄하면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피해 여중생과 합의도 하지 않았다. 여중생의 부모는 귀한 딸이 강간당했다며 남중생의 엄벌을 탄원했다. 피눈물이 났을 것이다. 필자는 남중생과 그 부모님을 검사실로 소환해서 면담했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남중생은 말로는 잘못했다고 하지만, 눈빛과 몸짓은 당당했다.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무언가 좀 이상했다. 필자는 구속되고 징역을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형벌인지 몰라서, 철이 없어서, 이렇게 뻔뻔한 태도를 취한다고 판단했다. 구속과 징역의 의미를 설명해주었다. 남중생의 범죄는 구속되고 실형을 살아야할 중죄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필자가 남중생을 구속해서 실형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간 남중생의 눈빛이 흔들렸다. 남중생 부모님은 오열하기 직전이었다. "저 강간하지 않았어요" “검사님, 사실 저 강간하지 않았어요.” 남중생이 폭탄발언을 했다. 필자는 분노했다. 반성도 안하더니, 이제는 잘못한 것도 없다고? 아무리 중학생이라고 해도, 이제는 정말로 구속과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자비는 없다.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어야 할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이상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진짜로 강간하지 않아서, 이런 태도를 보였던 걸까?” 일단은, 진실을 규명해야 했다. 필자는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 “그럼, 경찰에서는 왜 강간했다고 자백했습니까?”, “피해자가 강간당했다고 허위 고소했다는 것입니까?” 남중생이 대답했다. “검사님, 저희 서로 좋아해요. 서로 좋아서 스킨십 하다가 성관계까지 한 거예요. 그랬다가, 여자 친구가 자기 아빠에게 성관계한 것을 걸리니까, 강간당했다고 거짓말한 거예요. 저는 여자 친구를 보호해주려고, 여자 친구 거짓말이 사실이라고 거짓말한 거예요.” "아빠에게 혼날까봐..." 필자의 목소리는 더 낮게 깔리고, 어투는 극히 사무적인 경어체로 바뀌었다. “강간이 아니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겁니까?”, “증거는 있습니까?” 남중생이 말했다. “어제도 여자 친구가 저에게 전화하고 문자했고, 오늘도 전화했고 문자했어요. 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구요.” 필자는 남중생의 통화 기록과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남중생 말이 사실이었다. 여중생은 남중생에게 사과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있었다. 남중생은 그런 여중생을 달래주고 있었다. 그후, 필자는 여중생 및 그 부모님을 검사실로 불러서, 남중생 및 그 부모님과 대면하도록 하였다. 필자가 조용히 타이르면서 이야기를 하자, 여중생이 펑펑 울면서 자기가 아빠에게 혼날까봐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허무하고, 황당했다. 철부지들이 자기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여중생은 무고죄를 저질렀고, 남중생은 이에 동조하여 강간범으로 둔갑한 것이었다. 통상적으로 △강간하면 구속하고 △남을 구속시킬 정도로 무고해도 구속하는 것이 검찰과 법원의 실무이다. 하지만, 부모님께 혼날까봐 이런 짓을 저지른 철부지 중학생들을 구속할 수는 없었다. 필자는 엄히 훈계했다. 부모님들께서도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하시면서, 검사에게 자식들의 선처를 부탁하셨다. 필자는 여중생과 남중생으로부터 장문의 반성문을 제출받은 후, 강간은 무혐의로, 강간 무고는 불입건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아이들 중에 이런 철부지들이 있다. 그리고, 중학생들도 서로 사귀며 성관계하는 시대가 왔다. 부모로서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아이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더 가깝게 다가서야 할 것 같다. 사랑하는 철부지들이 무탈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응원한다. [필자 소개] 김우석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정부 합동 반부패단 총괄국장, 서울중앙지검, 지청장 등을 거친 매서운 검사였다. 검사실에 사람이 들어오면, 구속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주 따뜻하고 인자한 변호사다. 매일같이 선처받을 방법을 고민한다고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3-07-22 00:42:15“저 앞까지만 차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파이낸셜뉴스] 검사 시절 처리한 사건이다. 한밤에 길거리에서 술 취한 여성이 도와달라고 한다. 낯선 여자다. 젊고 예쁜데, 얇은 옷차림은 흐트러졌고, 몸은 비틀거린다. “저 앞까지만 차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어떤 남성에게 부탁한다. 남성은 머뭇거리다가, 낯선 여자를 차에 태웠다. 허걱!! 그녀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남성은 당황스럽고 곤란하다. 한참을 그대로 있으며, 그녀가 잠 깨기를 기다린다. 만세!! 드디어 일어났다. 그녀를 내려주고, 남성은 갈 길을 갔다. "나를 때리며 강간하려 해" 영장 신청된 순진男 그후, 이 남성(이하 ‘순진男’)은 강간치상으로 신고되어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낯선 여성은 “이 남자가 나를 때리며 강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상해 진단서와 상처 사진이 있었다. 순진男은 “그런 적 없다”며 펄펄 뛰었다. 목격자는 없다. CCTV도 없다.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없다. 오직 당사자들의 말 뿐이다. 진실은 당사자만 안다. 검사와 판사는 모른다. 직접 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검사와 판사는 진실을 가려야 한다. 어떻게? 증거를 살펴서 진실을 ‘판단’한다(증거 재판주의). 여성과 남성의 진실 게임이 벌어진다. 누가 이겼을까? 이런 사건에서 통상은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이긴다. 증거 판단의 기준은 상식(=사회통념)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보자. 남성의 주장이 맞다면, 여성은 처음 보는 남성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무고한 것이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을 무고할 이유가 있을까? 없을 것 같다. 한편,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 피해 여성은 안 좋은 소문과 평판으로 고통받을 수 있고(2차 피해),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성범죄 피해가 없었는데, 신고할 수 있을까?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는, 여성의 피해 진술이 사실일 것이다. 게다가, 피해 진술이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며 생생하다. 실제로 피해를 입지 않고 이렇게 진술하기는 어렵다. 결국, 검사와 판사는 여성의 진술이 진실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남성은 어떻게 될까? 구속되고 실형을 받는다. 성범죄로 한 여자 인생을 망쳐놓고 범행을 부인하는 ‘나쁜 놈’이다. 그냥 두면, 여성에게 2차 가해할 수도 있다. 감옥에 가둬둘 수밖에 없다. 이것이 성범죄 사건의 통상적 결말이다. "손발로 맞았다"는데 '각목' 자국 하지만, 필자(당시 검사)는 순진男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 여자 진술은 이상했다. △상해 진단서와 상해 사진이 피해 진술 및 상황에 부합하지 않았다(A 피해를 입었으면, A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B 상처가 있었다). △사진 속의 허벅지 멍 자국은 몇 개의 평행선을 연달아 그리고 있었는데, 사람 손발로 맞은 것이 아니라, 각목으로 맞은 것 같았다(그런데, 각목으로 맞았다는 진술은 없었다). △피해 전후 상황, 신고 경위에 대한 그 여자의 진술은 그 자체로 어색했다. 필자는 그 여자의 진술을 더 검증한 후, 혐의 성부를 판단함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경찰에 검증할 사항을 알려주며 보완 수사하도록 했는데, 그 여자는 더 이상 연락되지 않았다. 경찰은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했고, 필자가 배당받았다. '피해녀'라는 여성은 범죄전과까지... 그 여자는 필자의 소환 조사에도 불응했다. 필자는 더욱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그 여자의 범죄경력을 확인해봤다. 정상적인 성관념을 가진 여성인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전과가 발견되었다.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시간을 전후해 통화내역도 확인했다. 성범죄 피해 직전, 직후에 어떤 남성과 계속 통화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남성도 조사받기를 거부했다. △진단서 발급 의사의 진술도 들어봤다. 의사에게 진술한 상해 경위가 피해 진술과 미묘하게 달랐다. 필자는 속칭 ‘꽃뱀’이 합의금을 노리고 무고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순진男은 무혐의 처리되었다. 그 여자의 꽃뱀 게임은 무고죄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끝났다. 성범죄는 무섭다. 피해자에게 평생의 상처를 준다. 혐의를 부인하기도 무섭다. 상대방을 꽃뱀이라고, 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혐의가 인정되면 정말로 골로 간다(무거운 실형 선고). 성범죄로 무고해도 실형이 난다. 그런데, 증거는 말과 정황뿐이다. 그래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검사도, 판사도, 변호사도, 당사자도, 이런 상황이 너무 부담스럽다. 결과가 무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은 승패가 갈라진다. 우리는 진실이 이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가끔은 진실도 진다. 특히, 다툼 있는 성범죄 사건에서, 한발 잘못 디디면, 진실이 지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탁월한 전략이 없으면, 진실을 세울 수 없다. 위기라면, 전략을 세우자. 아울러, 조심하고, 현명하자. [필자 소개] 김우석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정부 합동 반부패단 총괄국장, 서울중앙지검, 지청장 등을 거친 매서운 검사였다. 검사실에 사람이 들어오면, 구속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주 따뜻하고 인자한 변호사다. 매일같이 선처받을 방법을 고민한다고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3-06-10 11:23:15사랑이 사기였다면? [파이낸셜뉴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은 큰 상처가 된다. 그런데, 그 사랑이 사기였던 경우가 있다. 이를 법조 실무에서는 ‘꽃뱀 사기’, ‘연인 빙자 사기’라고 부른다. 남녀 간의 연애 감정을 이용해 피해자의 마음도 뺏고, 몸도 뺏고, 돈도 뺏는 사기 수법이다. 인격 파괴 수준의 악랄한 범죄이다. 피해자는 부들부들 떨면서 피눈물이 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검사 시절에도, 변호사로서도 여러 번 마주한 기억이 있다. 깊이 사랑 하되, 사기 당하지는 말자. 모르면 당한다. ‘꽃뱀 사기’를 알고 있으면, 적어도 사랑에 배신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꽃뱀 사기’는 노련한 법률가가 아니면 사기로 처벌하기 어렵다. 가해자의 변명이 그럴싸해서 범죄가 되는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나와 피해자는 성관계까지 하면서 깊이 사랑했던 사이였다. 나를 사랑해서 조건 없이 도와줬던 것이다. 남녀가 헤어질 수도 있다. 헤어졌다고 해서, 사귈 때 경제적인 도움을 받은 것이 사기는 아니지 않냐?" "저 좋아서 그냥 준거에요", "헤어져서 연락 끊겼어요" 필자는 초임검사 시절에 ‘꽃뱀 사기’를 처음 봤다. 소위 ‘텐프로’ 룸살롱의 아가씨가 손님과 사적으로 만나며 2000만 원을 빌린 사건이었다. 룸살롱 아가씨가 변명했다. "검사님! 형식만 빌려준 거지, 실제로는 저 좋아서 그냥 준 거예요. 저 룸살롱 그만 뒀어요. 지금 당장은 못 갚아요. 제가 2000만 원을 갚으려면, 룸살롱에서 일해야 하는데, 이걸 원하는 건 아니시죠? 나중에 갚으면 되잖아요. 사기 아닙니다." 필자는 사기가 되는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재권자인 부장검사님과 상의했다. ‘꽃뱀 사기’임을 알게 되었다. 남자 꽃뱀 사기도 있다. 필자는 부장검사 시절에 후배 검사님의 질문을 받았다. "가해자는 사귀는 동안에 경제적으로 힘들었는데, 피해자가 자진해서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후, 헤어져서, 연락이 끊긴 것이지, 돈 떼먹고 도망간 것은 아니랍니다. 사기가 될까요?" 필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직업, 학력, 재산, 집안에 관하여 거짓말을 한 것이 있는지부터 조사해보라고 했다. 사업가, 외국 유명대학 출신, 명문가 자제라고 했는데, 모두 거짓말이었다. 이름도 가명이었다. 헤어진 이유도 말이 안 된다. 돈 빌린 후 연락이 뜸해지더니 말도 없이 연락 두절이 되었다. 피해자가 갑자기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란다. 필자는 구속 사안이라고 알려주었다. "명문대, 대기업, 부잣집" 전부 '거짓말'...꽃뱀의 타깃은 '외로운 사람' ‘꽃뱀 사기’의 가해자는 △외롭고 혼자 사는 사람 △허영심이 있어 유혹에 약한 사람 △순진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이들은 연인 빙자 사기의 피해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재력이 없어도 피해자가 된다. 피해자 명의를 빌려서 대출을 받거나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대출금과 카드대금을 갚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시적으로 내 명의로 대출을 못받고 있는데, 한두 달만 명의를 빌려 달라", "잠시 자금이 돌지 않는데, 곧 받을 돈이 있어 금방 갚을 것이다.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 그러나, 사실은 가해자 명의로 대출을 못 받을 일시적 사정이 없고, 가해자가 빌린 돈을 갚을 방법이나 능력도 없다. 피해자에 대한 자기 소개(직업, 학력, 재산, 집안 등)도 대부분 거짓말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경제력도 있고, 집안도 좋은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이 나를 너무 사랑해줘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조금씩 차갑게 변하는 가해자에게 놀라고, 연락 두절에 놀라고, 사랑하던 연인의 약속 파기에 절망한다. 마음도 잃고, 몸도 잃고, 돈도 잃었음을 깨닫는다. 참으로 몹쓸 짓이다. 필자는 변호사가 되고 난 후, 검사 시절에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것을 보곤 한다. 공식 수사기록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날 것 그 자체, 진짜배기 세상사이다. ‘꽃뱀 사기’로 피해를 입고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사람도 많았다.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인데, 그냥 포기하고 피해를 감수하겠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이 사랑으로 사기를 친다는 것은 너무 슬프다. 사랑하되, 속지는 말자. [필자 소개] 김우석 변호사는 청와대 파견, 정부 합동 반부패단 총괄국장, 서울중앙지검, 지청장 등을 거친 매서운 검사였다. 검사실에 사람이 들어오면, 구속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주 따뜻하고 인자한 변호사다. 매일같이 선처받을 방법을 고민한다고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3-05-11 10:44:3322대 국회도 여소야대 정국이 지속되면서 검찰개혁을 외쳐온 야권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이어 다시 한번 검찰을 향한 '메스'를 집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지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만큼 법조계에서는 검찰개혁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수사·기소 분리' 공약 한목소리11일 더불어민주당의 온라인정책공약집에 따르면 민주당은 5가지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수사·기소권 분리 △수사절차법 개정 △검사의 기소·불기소 재량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실질화 △변호인 비밀유지권 법제화 △법조일원화 확대 등이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공약은 수사·기소권 분리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권을 2대 중대범죄(경제·부패)로 축소한 데 이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수사절차법 개정 계획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피의사실공표죄를 개정해 피의자 보호를 강화하고 법원을 통해 피의사실 금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검사의 기소 재량권 남용을 막기 위해 재정신청 전담부를 설치하고, 공소유지 전담변호사 도입을 공약집에 명시했다. 변호인 비밀유지권 법제화도 공약 중 하나다.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이뤄진 의사교환은 비밀에 부쳐 공개를 거부할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조일원화 확대 차원에서 경력법조인 중에서만 검사를 선발하도록 해 검찰의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를 해소할 방침이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사는 기소만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수사기관을 다양화해 서로 견제하게 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여 중대범죄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공약도 명시했다. 검찰에는 공소 제기 및 유지 기능만 남겨두고 별도의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조국혁신당도 검찰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청을 기소만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권을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기능을 강화하고 중대범죄수사청, 마약수사청, 금융범죄수사청, 경제범죄수사청 등 전문수사청을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도 밝혔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을 이끄는 검사장을 주민투표로 뽑도록 하는 '검사장 직선제'도 공약사항에 포함됐다. ■법조계 "민생사건 파장 등 살펴야"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수사권 축소로 인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서 수사는 부실해져 검찰 수사가 지연될 뿐 아니라 재판지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현행 법안도 전면 개정이 돼야 한다고 보지만 이는 국회의 몫인 만큼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검찰개혁은 파장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면 수사권을 누군가 맡아야 하는데 경찰청,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등이 거론된다"며 "수사권이 이런 방식으로 분산되면 지금도 검경 사이에서 사건이 정체되고 있는데 수사지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회장은 "검사가 직접 인지하고 수사하는(특별수사) 일부 사건에 대해선 통제장치가 없다는 점은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건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생사건에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장치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인 법무법인 명진의 김우석 대표변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사실상 한 몸으로 실무적으로 이를 완전히 분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사라지고, 수사권한도 축소돼 수사지연 실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조치를 하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4-11 17:59:17#OBJECT0# [파이낸셜뉴스]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정국이 지속되면서 검찰개혁을 외쳐온 야권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에 이어 다시 한 번 검찰을 향한 ‘메스’를 집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지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만큼, 법조계에서는 검찰 개혁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수사·기소 분리' 공약 한 목소리 11일 더불어민주당의 온라인정책공약집에 따르면 민주당은 5가지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수사·기소권 분리 △수사절차법 개정 △검사의 기소·불기소 재량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실질화 △변호인 비밀유지권 법제화 △법조일원화 확대 등이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공약은 수사·기소권 분리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권을 2대 중대범죄(경제.부패)로 축소한데 이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수사 절차법 개정 계획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피의사실공표죄를 개정해 피의자 보호를 강화하고 법원을 통해 피의사실 금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검사의 기소 재량권 남용을 막기 위해 재정신청 전담부를 설치하고, 공소유지 전담변호사를 도입하는 공약집에 명시했다. 변호인 비밀유지권 법제화도 공약중 하나다.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이뤄진 의사교환은 비밀로 부쳐 공개를 거부할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조일원화 확대 차원에서 경력법조인 중에서만 검사를 선발하도록 해 검찰의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사는 기소만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수사기관을 다양화해 서로 견제하게 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여 중대범죄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공약도 명시했다. 검찰에게는 공소제기 및 유지 기능만을 남겨두고 별도의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조국혁신당도 검찰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청을 기소만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권을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기능을 강화하고 중대범죄수사청, 마약수사청, 금융범죄수사청, 경제범죄수사청 등 전문수사청을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을 이끄는 검사장을 주민투표로 뽑도록 하는 ‘검사장 직선제’도 공약사항에 포함됐다. 법조계에선 우려..."민생사건 파장 등 살펴야"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수사권 축소로 인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서 수사는 부실해져 검찰 수사가 지연될 뿐 아니라 재판 지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현행 법안도 전면 개정이 돼야 한다고 보지만 이는 국회의 몫인 만큼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검찰개혁은 파장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면 수사권을 누군가 맡아야 하는데 경찰청,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등이 거론된다”며 “수사권이 이런 방식으로 분산되면 지금도 검·경 사이에서 사건이 정체되고 있는데 수사지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회장은 “검사가 직접 인지하고 수사하는(특별수사) 일부 사건에 대해선 통제장치가 없다는 점은 문제삼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민생사건에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장치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인 법무법인 명진의 김우석 대표변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사실상 한 몸으로 실무적으로 이를 완전히 분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며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사라지고, 수사권한도 축소되 수사지연 실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조치를 하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4-09 14:52:40[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격차해소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한다. 여의도연구원은 "이번 정책간담회는 일상 속 격차해소는 5천만 동료시민 누구나 어디서나 선진국의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최우선 정책과제라는 측면에서 마련됐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교통, 의료, 문화, 안전 등 일상에 뿌리내린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할 실효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좌장은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는다. 패널에는 김종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교통 격차),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의료 격차), 서우석 서울시립대 문화예술관광학과 교수(문화 격차)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안전 격차)가 참석한다. 홍영림 여연 원장은 "이번 4월 총선은 격차해소를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불합리한 격차해소는 동료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대한민국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한 합리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전문가 종합토론 및 Q&A 형식으로 진행되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 현장축사를 전할 예정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2-28 10:17:0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습격당하며 '정치인 테러'에 대한 엄벌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배 의원 습격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만큼, 실형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범행 연령이 어려지는 추세와 더불어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 의원 "엄정한 법적처리 이뤄질 것으로 생각"배 의원은 지난 25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A군(15)으로부터 돌로 여러 차례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졌다. 배 의원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27일 병원에서 이틀 만에 퇴원한 배 의원은 SNS를 통해 "면밀한 수사 뒤에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법적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이어 또 한 번 현직 국회의원이 습격으로 쓰러지면서 범인이 어떤 처분을 받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군은 체포 당시 자신이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장과 달리 2009년생으로 촉법소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촉법소년은 범법행위를 한 만 10~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들을 형사 책임을 질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 대신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수용 등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물론 A군이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유로 성인과 같은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19세 미만 소년의 경우 형사재판을 통한 형사처분과 소년보호재판을 통한 보호처분이 모두 가능하다. 소년법 제4조는 죄를 범한 19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심리하도록 규정한다. 소년부 심리 결과에 따라 범죄사실이 금고형 이상에 해당하고 형사처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검찰에 송치돼 형사재판 절차를 밟게 된다. ■실형 의견 갈려… 대안 입법 촉구도법조계에선 범죄가 정치인 대상이라는 점과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하면, A군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형사처벌 받더라도 실형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A군이 여전히 미성년자라는 점과 초범이라는 범행 전력, 정신 병력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될 수 있었서다. 법무법인 공간의 김한규 변호사는 "돌덩이를 이용해 국회의원을 쓰러뜨렸다는 점과 정치인 테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특수상해 등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신 병력이 있거나 초범이라면 실형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A군은 조사 과정에서 최근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에 입원하란 지시를 받고 대기 중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리'를 '돌'로 반복적으로 가격했다는 점에서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법인 명진의 김우석 변호사는 "피해자가 명확히 처벌 의사를 밝혔다면 실형도 가능할 것"이라며 "가해 부위와 범행 수단을 봤을 때 특수 상해에서 나아가 살인미수까지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국민적 관심을 끄는 사안이기에 선처하면 자칫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조사 과정에서 습격범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인 혐오범죄를 막기 위한 대안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최근 동기를 알기 어려운 비면식범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고, 가해자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새변 대표 방민우 변호사는 "생명권을 위협하고, 사회 분위기를 불안정하게 하는 혐오 범죄에 대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회가 대안 입법에 박차를 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1-28 18:41:16[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습격당하며 ‘정치인 테러’에 대한 엄벌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배 의원 습격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만큼, 실형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범행 연령이 어려지는 추세와 더불어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 의원 "엄정한 법적처리 이뤄질 것으로 생각"배 의원은 지난 25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A군(15)으로부터 돌덩이로 여러 차례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졌다. 배 의원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27일 병원에서 이틀 만에 퇴원한 배 의원은 SNS를 통해 “면밀한 수사 뒤에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법적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이어 또 한 번 현직 국회의원이 습격으로 쓰러지면서 범인이 어떤 처분을 받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군은 체포 당시 자신이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장과 달리 2009년생으로 촉법소년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촉법소년은 범법행위를 한 만 10~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들을 형사 책임을 질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 대신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수용 등 보호처분이 내려진다. 물론 A군이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유로 성인과 같은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19세 미만 소년의 경우 형사재판을 통한 형사처분과 소년보호재판을 통한 보호처분이 모두 가능하다. 소년법 제4조는 죄를 범한 19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심리하도록 규정한다. 소년부 심리 결과에 따라 범죄사실이 금고형 이상에 해당하고 형사처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검찰에 송치돼 형사재판 절차를 밟게 된다. 실형 의견 갈려…대안 입법 촉구도법조계에선 범죄가 정치인 대상이라는 점과 범행 수법 등을 고려하면, A군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형사처벌 받더라도 실형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A군이 여전히 미성년자라는 점과 초범이라는 범행 전력, 정신 병력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될 수 있었서다. 법무법인 공간의 김한규 변호사는 “돌덩이를 이용해 국회의원을 쓰러뜨렸다는 점과 정치인 테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특수상해 등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신 병력이 있거나 초범이라면 실형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A군은 조사 과정에서 최근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에 입원하란 지시를 받고 대기 중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리'를 '돌덩이'로 반복적으로 가격했다는 점에서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법인 명진의 김우석 변호사는 “피해자가 명확히 처벌 의사를 밝혔다면 실형도 가능할 것”이라며 “가해 부위와 범행 수단을 봤을 때 특수 상해에서 나아가 살인미수까지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국민적 관심을 끄는 사안이기에 선처하면 자칫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조사 과정에서 습격범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인 혐오범죄를 막기 위한 대안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은 최근 동기를 알기 어려운 비면식범에 의한 범죄가 늘어나고, 가해자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새변 대표 방민우 변호사는 "생명권을 위협하고, 사회 분위기를 불안정하게 하는 혐오 범죄에 대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회가 대안 입법에 박차를 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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