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허용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22)의 살인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도 청구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나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계획적 살해를 부인하며 범행을 진정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이 조현병 전력이 있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공판에서 국립법무병원의 감정 결과 요지를 설명하며 “A씨는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으나 지속된 치료로 이 사건 범행쯤에는 이전에 비해 환각이나 환청 등 정신병 증상이 호전돼 행동 통제가 어려운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구형 전 피고인 신문과정에서도 조현병을 앓은 전력과 범행 당시 정신병 약을 먹지 않았다는 점, 자신의 IQ가 60점대로 나와 인지 기능이 지적장애 수준이라는 점 등을 거론하며 심신미약에 의한 범행이라는 취지로 강조했다. A씨는 변호인이 사건 발생 무렵 정신병 약을 먹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정상적인 일반인처럼 행동하고 싶어 일주일 정도 약을 끊었다. 그랬더니 이(사건)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이게 피해자와 유족한테 사죄하는 태도이냐”라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말하는 태도를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피고인은 일상생활 능력이 상실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꾀병의 가능성이 시사된다’는 정신감정 결과도 나온 사실을 아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짓된 모습을 보이니까 꾀병 소견도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아울러 A씨는 범행 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검색하고 포털사이트에서 흉기를 검색한 이유에 대해 “일반 사람들처럼 궁금해서 사건을 검색했고, 칼은 대학 조리학과 입학 후 조리용 칼이나 캠핑용 칼에 관심을 갖게 돼 검색했다”고 답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김성수(31)가 2018년 10월 14일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검찰이 “6년 전 사건인데 검색했다는 거냐”고 묻자 “구글링으로 검색했을 뿐”이라고 했다. 사건 당일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찾아간 이유에 대해선 “제가 자해하려는 마음을 표현하면 여자친구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와 유족에게 죄송하다.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A씨는 지난 6월 7일 오후 11시 20분께 여자친구였던 피해자(사망 당시 20)의 주거지인 경기 하남시 아파트 인근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당일 피해자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자 집 근처로 찾아가 피해자를 불러낸 뒤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A씨와 교제하는 3주 동안 노골적인 성적 요구에 시달렸는데, 견디다 못해 헤어지자고 했다가 변을 당했다는 유족 측 주장도 나왔다. A씨는 피해자와 만난 지 얼마 안 돼 “네가 나오는 야한 꿈을 꿨다”며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피해자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A씨의 요구가 불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대학 동기와 선배들은 SNS에 ‘하남교제살인사건 공론화‘ 계정을 개설하는 등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족 역시 “피해자가 누려야 할 평범한 일상을 벌을 받고 있다는 명목으로 가해자가 교도소에서 누리고 있는 현실이 끔찍하다”며 엄벌과 신상공개를 호소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1일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30 06:31:28[파이낸셜뉴스] 직원들 병가가 꾀병인지 확인하기 위해 테슬라 독일 공장 경영진이 불시에 집을 찾아가 점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가 입수한 경영진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공장 인사책임자 에리크 뎀러는 "병가를 많이 낸 직원 중 의심스러운 30명을 골랐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직원들의 병가율이 15~17%에 달하자 경영진들이 직접 나선 것으로, 방문점검과 함께 "왜 항상 금요일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는지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7월 결근이 정규 근무시간의 5% 미만인 '골드 등급' 직원에게 보너스 1000유로(약 148만원)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한편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전체 노동자 병가율은 6.1%로 집계됐으며, 자동차 업계 평균은 5.2%로 나타났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9-26 10:34:20우리 아이 두통은 꾀병이 아니에요 / 나지훈 / 북하우스 나지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쓴 '우리 아이 두통은 꾀병이 아니에요'가 출간됐다. 저자인 나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청소년신경 세부전문의다. 그는 보호자들이 아이의 두통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소아청소년 시기의 두통은 아이의 미래 인생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두통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 예방법, 주의사항 등 전문적인 내용을 대중이 알기 쉽게 풀어냈다. 나 교수는 "이 책이 두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쉽고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8-29 10:51:12[파이낸셜뉴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퇴행성 변화 등의 이유로 좁아져 발생한다. 다리로 향하는 신경이 압박되면서 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방사통이 발생한다. 수원나누리병원 척추센터 민준홍 원장은 1일 "좁아진 척추관이 넓어지지 않아 방치하면 점차 신경이 손상돼 하지 마비까지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척추관 협착증의 의심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앉아 있을 땐 멀쩡...서서 걸으면 아파 척추관 협착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앉아 있을 땐 증상이 없다가 서서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이런 특징 때문에 꾀병으로 간혹 오해 받는 것이 바로 '척추관 협착증'이다. 앉아 있을 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경우는 드물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은 허리를 약간 굽히면 일시적으로 좁아진 척추관이 넓어져 증상이 완화됐다가 일어서서 허리를 펴고 걷게 되면 척추관이 다시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한다. 민 원장은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은 허리를 펴면 척추관이 좁아지기 때문에 걸을 때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는 경향이 있다"며 "좁아진 척추관으로 신경이 압박을 받기 때문에 다리가 저리고 당겨서 오래 걷지 못하고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우잠이 편하고 다리에 쥐가 자주 난다면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은 허리를 굽히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잠을 잘 때도 새우처럼 등을 굽히는 새우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또 이 질환은 다리로 가는 신경이 압박을 받기 때문에 다리 경련의 빈도가 증가하기도 한다. 따라서 새우잠과 같은 불편한 수면자세와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다리 경련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민 원장은 "오랜 기간 심한 척추관 협착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통증으로 걷거나 움직이는 것이 힘들어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척추관 협착증은 초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재활운동을 통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존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다리에 감각이 떨어지는 등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면 척추내시경이나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좁아진 신경길을 넓혀주는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척추관 협착증과 더불어 척추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척추불안정증이나 척추 윗마디가 아랫마디보다 앞으로 밀려난 척추전방전위증이 동반됐다면 좁아진 신경길을 넓혀주는 것과 동시에 척추를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척추유합술이 필요하다. 허리 굽히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피해야 척추관 협착증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허리를 자주 굽히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앞당기는 생활습관이다. 만약 생업으로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굽혀야 한다면 반드시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서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 평소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도 중요하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허리 건강 운동은 바로 걷기 운동이다. 걸을 땐 허리를 굽히지 말고 꼿꼿하게 세워야 하며, 조금 빠른 속도로 30분 이상 운동해주면 허리는 물론 하체 근력에도 도움이 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2-29 16:56:55[파이낸셜뉴스] 손흥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국 축구대표팀 동료들이 손흥민의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손준호는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 손흥민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안와골절 수술 이후 마스크를 쓰고 훈련 중인 손흥민은 지난 21일 훈련 때 부상 이후 처음으로 '헤딩'을 시도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당시 밸런스 훈련을 하면서 손흥민에게 공을 던져줬던 동료가 손준호였다. 손준호는 "흥민이와 어제 2인 1조로 훈련했다"며 "헤딩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장난으로 던져줬는데 일단 잘하더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꾀병이 있어서 아프다고 하는데, 워낙 마음가짐이 강한 선수여서 경기에 나간다면 그런 것 잊고 뛰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수도 손흥민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으나 신뢰를 나타냈다. 김진수는 "다들 보셨던 것처럼 흥민이는 건강히 잘 있다"라며 "생활할 때나 그라운드에 있을 때 항상 긍정적이며 선수단도 잘 이끌어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경기 출전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흥민이가 경기에 나갈지는 벤투 감독님이 결정하실 것"이라고 아리송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한국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H조 첫 경기를 치른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2-11-23 07:17:10[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것을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부잣집 대감에게 두 명의 첩이 있었다. 그 중 어린 첩은 나이도 어렸지만 겁이 많았고 말재간이 없었다. 어린 첩에게는 어미가 있었는데, 그 어미는 마치 시종처럼 딸을 따라다녔다. 어미는 딸이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해코지를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어느 날 두 첩이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나이가 많은 첩의 비녀가 사라졌는데, “혹시 내 비녀를 자네가 가져갔는가?”하는 질문부터 시작되었다. 어린 첩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몇 마디 하다가 곧 쓰러질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린 첩의 어미가 거들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은 첩은 사서삼경을 많이 읽었고 주자(朱子)를 들먹이며 논리 있게 말함이 마치 어미에게도 어린아이 대하듯이 훈계하듯 했다. 그러나 어미는 나이 많은 첩의 글귀가 어렵고 말귀를 이해하지 못해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갑자기 어미는 다짜고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간간이 들리는 단어를 보면 대충 ‘억울하다’, ‘분하다’, 원통하다’는 것이었다. 대충 들어보면 자신의 딸이 어린 나이에 첩으로 들어가서 이런 모욕을 당하는구나 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래도 통하지 않았던지 일어나 펄쩍펄쩍 뛰더니 한순간 간질 발작처럼 팔다리와 손이 뒤틀리다가 이내 기절을 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하인들이 깜짝 놀라 어미를 업고 방안으로 옮겨 눕혔지만 저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죽은 듯했다. 이미 첩들의 말다툼은 중요치 않았고, 이제 어미의 생사가 관건이었다. 온 집안에 소문이 나서 대감까지 나서 걱정을 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마을의 의원이 도착했다. 의원이 진찰을 위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있는 어미를 살폈다. 대감과 딸은 이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어미는 눈은 감고 있었고 손은 몸통 옆에 떨어뜨려 놓은 채였다. 안색은 옅은 청색을 띠었다. 숨소리는 미약하면서도 거칠었다. 불러도 대답이 없고 몸을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진맥을 해보니 깊은 침맥(沈脈)에 곧 끊어질 듯한 미맥(微脈)이었지만 간간이 현맥(弦脈)처럼 팽팽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의원은 생각하기에 이 상황에서 보법(溫補)을 쓰자니 대노(大怒) 후에 몰린 기가 흩어지지 않았을 우려가 있고, 기혈을 통하게 사법(瀉法)을 쓰자니 맥이 끊어질 듯 허함이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어찌 손쓸 방도가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방문을 나섰다. 의원을 따라서 대감과 어미의 딸도 밖으로 나왔다. 문밖에서 대감은 의원에게 “이 어미는 그래도 소첩의 한 명 남은 피붙인데, 어떻게든지 살려보시게. 제발 부탁하네.”라고 사정했다. 그때 방안에서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의원은 마지못해 다시 진찰에 나섰다. 그런데 아까와 달리 어미는 손을 떨어뜨리지 않고 배 위에 깍지를 낀 채였다. 의원은 ‘방금 전에는 손을 떨어뜨리고 있었는데, 지금 깍지를 끼고 있다면 이것은 귀신이 아니라면 누가 했을꼬~’라고 생각했다. 의원은 다시 진맥을 해보려고 손목을 잡는데 진찰을 거부하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깍지 손의 손가락을 풀려고 당겨보자 힘을 주고 있어서 ‘필경, 이 어미가 나를 시험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의원은 잠시 숙고를 하더니 ‘맥이 약했던 것은 간교해서 양쪽 겨드랑이에 힘을 잔뜩 주어 두툼한 살로 심장에서 전해지는 혈맥을 차단했으리라. 이는 자신의 병이 위중하다고 여기도록 해서 대감이 자신과 딸을 더욱 불쌍히 여기도록 하고자 하는 속임수일 것이다.’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굴빛이 청색을 띠고 숨소리가 거칠며 거문고 현처럼 느껴지는 맥은 분명 노기(怒氣)가 여전함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여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미는 정신이 이미 돌아와서 멀쩡했지만 아직 억울함이 풀리지 않아 여전히 기절한 척 한 것이었다. 의원은 갑자기 큰 소리로 “지금 노기(怒氣)로 인해 기절한 상태니 족궐음간경과 족소양담경의 혈자리 군데군데에 뜸 100장을 떠서 살을 태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막힌 기혈이 소통되어 살아날 것입니다. 뜸은 내일 진시(辰時, 오전 7시)에 뜰 것인데, 그때 팔다리를 붙들어 잡을 장정 4명이 필요하오. 그리고 고통으로 소리를 지르고 치아를 악물어 치아가 깨질 수 있으니 입을 틀어막을 솜뭉치도 준비해 주시오. 먼저 그 이전에 이 환약을 물에 개어 먹여 보도록 하시오. 만약 이 환약이 차도가 있다면 뜸은 필요치 않을 것이요.”라고 하면서 가방에서 환약을 하나 꺼내어 주고 방을 나섰다. 의원이 나간 후 딸은 대감이 보는 앞에서 환약을 으깨서 어미의 입에 억지로 집어넣어 삼키게 했다. 다음 날 동이 틀 무렵, 의원과 대감, 어미의 딸, 그리고 장정들이 어미의 방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방에 들어가 보니 누워있는 어미가 부스스 일어나 앉는 것이다. 눈이 충혈된 것을 보니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 같았지만,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했다. 어미는 모여든 사람들을 보더니 “대감, 이제 저는 모두 쾌차했습니다. 걱정을 끼쳐 송구합니다.” 부리나케 방문을 나서서 총총히 사라졌다. 대감은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선 의원에게 물었다. “어제 소첩의 어미에게 준 환약은 대체 어떤 것이요. 이렇게 사경을 헤매는 자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니 놀랍소.”라고 했다. 의원은 “그 환약은 제가 간혹 소화가 안 될 때 먹으려고 가지고 다시는 소체환(消滯丸)입니다.” 대감은 “그럼 원인이 체기었던 것이요?”라고 다시 물었다. 의원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미의 증상과 이 환약과는 무관합니다. 단지, 어미가 겸연쩍어할까 봐서 손을 써 놓은 것뿐입니다. 어미는 처음 말다툼을 할 때 노기로 인해서 경락이 막혀 기절한 것이 사실입니다. 부인들의 칠정(七情)이 울체(鬱滯)되면 손발에 마비증상도 생기기도 하고 혼절에 이르기도 합니다. 마치 중풍처럼 나타나나 한쪽 팔다리만 마비되는 중풍과는 다릅니다. 특히 억울함이나 분노가 치받쳤을 때 더욱더 그런 혼절이 생기고 더구나 주위에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어미의 증상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서 자연스럽게 풀렸을 것이나 저는 급하게 어미에게 걱정을 안겼습니다. 그 걱정은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살을 때우는 뜨거운 뜸을 뜰 것이라는 예고였죠. 고서에 보면 ‘우(憂, 걱정)는 노(怒, 분노)를 이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미는 밤새도록 뜨거운 뜸을 어떻게 참아낼까 하는 걱정을 했을 것이고, 이 걱정 때문에 노기(怒氣)가 사라진 것입니다.” 대감은 의원의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당신은 참으로 명의구려. 의원들은 침구나 놓고 약만 쓰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꾀병까지 치료하다니 놀랍소.”라고 말이다. 나이 많은 첩이 잃어버렸다는 비녀는 그녀의 방안 구석에서 발견이 되었다. 서로 간에 사과가 오고 갔지만 어린 첩의 어미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서 본 집으로 되돌아 가버렸다. 어미의 꾀병은 결과적으로 딸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데 좋은 약이 된 셈이다. 주위에 보면 의원을 속이는 환자들이 있다. 있지도 않은 병세를 나열하거나 좋아졌지만 여전하다고 하는 것이다. 흔하게 학동들은 서당에 가기 싫어서 배가 아프다고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군역(軍役)을 피하기 위해서 증상을 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꾀병은 모두 마음의 꾀병으로 침이나 약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의원된 자로서 중심을 잡지 않으면 환자의 꾀병에 쉽게 휩쓸릴 수 있기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경악전서-사병(詐病, 꾀병)> 〇 一日二妾相競, 燕妾理屈, 其母助惡, 叫跳撒賴, 遂至氣厥若死. (중략) 及著手再診, 則似有相嫌不容之意, 而拽之不能動, 此更可疑也. 因出其不意, 卒猛一扯, 則頓脫有聲, 力强且勁. 由是前疑始釋. 謂其將死之人, 豈猶力有如是乎? (중략) 識見旣定, 因聲言其危, 使聞灸法, 以恐勝之. (중략) 予曰 ‘予之玄秘, 秘在言耳. 但使彼懼, 敢不速活. 經曰 憂可勝怒, 正此謂也.’(어느 날 두 첩이 다투다가 어린 첩의 말문이 막히자 그 어미가 거들며 소리를 지르고 펄펄 뛰다가 마치 죽은 듯이 기절하였다. (중략) 손을 대서 진찰하자 밀어내고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잡아당겨도 움직이지 않아 더욱 의심이 들었다. 불의에 갑자기 힘껏 당기자 소리를 내면서 풀리는데 힘이 강하면서도 빨랐다. 이로 인해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죽으려는 사람이라면 무슨 힘이 이렇게 있겠는가? (중략) 판단이 정해지자 일부러 위태롭다고 말하고 뜸을 떠야 한다는 말을 들리게 해서 두렵게 했다. (중략) 나는 ‘나의 비결은 말에 있었을 뿐이다. 단지 그녀를 겁먹게 했을 뿐 빨리 살리려고 하지 않았다. 내경의 걱정은 노기를 이긴다고 한 말이 바로 이 말이다’라고 했다.) 〇 夫病非人之所好, 而何以有詐病? 蓋或以爭訟, 或以鬪毆, 或以妻妾相妬, 或以名利相關, 則人情詐僞出乎其間, 使不有以燭之, 則未有不爲其欺者. 其治之之法, 亦惟借其欺而反欺之, 則眞情自露而假病自瘳矣. 此亦醫家所必不可少者.(사람들은 병을 싫어하는데 왜 꾀병이 있을까. 소송으로 분쟁하거나 서로 치고받고 싸우거나, 혹은 처와 첩이 서로 투기하거나 명분이 이익에 서로 관계되면 사람들의 인정은 양심을 속이고 거짓을 꾸미니 잘 밝히지 않으면 속게 된다. 치료하는 법 역시 오직 속임을 빌려 다시 속이면 진정이 스스로 노출되면서 거짓병은 저절로 낫는다. 이 역시 의사들도 소홀히 할 수 없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2-10-26 14:34:41[파이낸셜뉴스] 앞으로 병역판정검사 심리검사에서 지적 능력 저하를 가장한 사람을 선별하는 '꾀병 탐지' 선별력이 강화된다. 병무청은 14일 내년부터 신인지능력검사를 병역판정검사 시 적용해 심리검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개선된 신인지능력검사는 병무청의 요청으로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지난 2019년부터 개발해 올해 시범적용을 거쳐 내년 병역판정검사 대상자부터 적용된다. 평가영역은 어휘력, 공간지각, 도형추리, 수열추리 4개에서 언어추론, 기초산술 2개를 추가해 6개 유형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검사문항은 기존 58문항에서 89문항으로 확대해 경계선 지능 수준을 선별하는데 중점을 뒀다. 난이도는 6단계로 나눠 실제 인지저하인 사람과 인지저하를 가장한 사람을 선별하는 꾀병 탐지 선별력을 높였다. 병무청 심리검사에는 정신건상 상태, 성격특성 등을 파악하는 인성검사와 지적능력 저하자(경계선 지능 또는 지적장애)를 선별하기 위한 인지능력검사가 있다. 병무청은 지난 2010년부터 병역판정검사에서 활용한 인성검사 도구를 2017년 전면 개선했지만, 함께 도입한 인지능력검사 도구는 지금까지 사용해 왔다. 병무청은 인지능력검사에 현재 시대 상황과 병역 의무자들의 지적 능력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군에서 필요한 정예자원을 선발하고 군복무 부적합자를 입영 전에 차단해 군내 사고를 예방하고 부적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역판정검사 시 심리검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2020-12-14 10:43:14옷깃이 스치는 등 사소한 자극에도 상상하기 힘든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소병을 가진 환자들이다.사회의 시선은 냉랭했다.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꾀병'이라고 부르기 일쑤였다. 환자들은 정신질환이라는 곡해 속에 장애인 판정도 받지 못했다."CRPS에 대한 오해부터 푸는 게 급선무입니다."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장(사진)은 최근 법원 판단으로 장애등급판정의 길이 열리게 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CRPS는 외상 등이 원인이 되어 미세한 자극에도 특정 부위에 극심한 고통을 야기하는 신경병성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희소질환이다. 그간 CRPS 환자의 '통증'으로 인한 기능장애는 장애등급판정에서 제외됐었다. 통증은 장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그러나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CRPS를 지체기능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상황이 바뀌게 됐다.이 회장은 병에 대한 오해가 그간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RPS의 고질적인 오해는 정신질환이라는 점과 통증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한통증학회는 CRPS의 진단, 치료, 신체 감정에 대한 가이드북을 만들고 진단을 표준화하고 있다. 일반인과 다를 게 없는 외관 탓에 통증이 측정 가능해야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사회적 편견 속에 겪는 환우들의 고통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환자 10명 중 8명은 통증으로 직업이 없는 상태다. 10명 중 8명이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CRPS 환우들은 건강보험 산정 특례 혜택을 받지만 비급여 재활치료로 1년에 수천만원을 쓴다"며 "환우 회원 중에 이혼하거나 자살한 사람이 많다"고 토로했다.이 회장은 2002년부터 환우회를 이끌었다. 그에게 증상이 나타난 것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였다. 사고 후유증인 신경계 이상으로 운영하던 사업체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이 회장은 "정체도 모르는 병으로 고통스러웠는데 환우회조차 없었다"며 "미국에서 진료를 받던 중 환자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든 것을 보고 설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이 회장은 2006년부터 미국 CRPS 환우회와 함께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국회의원실과 전국 대학병원에 다니며 CRPS 환우들의 고통을 알렸다. 이 회장은 이런 공로로 지난 2018년 지역사회에 영감을 주는 환우들에게 주어지는 바켄 인비테이션 어워드를 국내 최초로 받기도 했다.이 회장은 "이번 계기로 CRPS 환우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해외에서 폭넓게 연구하고 있는 의료용 대마인 CBD오일 등에 대한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0-03-23 18:31:06[파이낸셜뉴스] 기내에서 좋은 좌석을 얻기 위해 꾀병을 부린 승객 때문에 항공기가 회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 29일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서 마이애미로 향하던 아메리칸 이글 항공기가 기내 응급환자 발생으로 이륙 1시간만에 회항했다. 하지만 응급환자로 알려진 이 승객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좋은 좌석으로 업그레이드를 받기 위해 꾀병을 부린 것이다. 마이클 우드 경찰 대변인은 "이륙 직후 한 여성 승객이 더 넓은 좌석을 요구했다. 승무원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그는 아프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승객이 계속 아프다고 주장하자 조종사는 긴급 회항을 결정했다. 항공기는 이륙 1시간만에 다시 펜사콜라 공항으로 돌아왔다. 공항으로 돌아온 후에야 승무원들은 해당 승객이 꾀병을 부렸음을 알게 됐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라는 요청을 거부했고, 결국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항공기는 무사히 펜사콜라 공항을 떠났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베이커 법'에 따라 정신질환자를 구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경찰은 이 법을 적용해 문제의 승객을 정신 건강 센터에 구금했다. #비행기 #항공기 #꾀병 #좌석업그레이드 #회항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2019-12-03 10:24:23여자가 남자보다 감기에 더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자가 감기에 더 취약한 과학적인 이유가 있을까? 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남성독감(Man -Flu)의 과학적 원인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Man -Flu’란 남자가 일반적으로 감기 증상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다.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신체적으로 강한 남성이 단순 감기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조롱하면 안 되겠다. 남자가 아프다고 하는 것은 관심을 끌기 위한 꾀병이 아니고 ‘진짜 아프다’는 뜻이다. 뉴캐슬 대학교 세르지오 디에즈 알바레즈 박사 (Dr Sergio Diez Alvarez)는 남자의 면역체계가 여성보다 약하게 진화됐다고 연구결과를 분석해 이유를 설명했다. 예로부터 남자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밖에서 사냥을 해야 했기 때문에 외부의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신체적인 면역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남녀가 가진 감기에 대한 대응력의 차이는 뇌에서도 다르게 나타났다. ‘몸에 열’을 담당하는 뇌 일부분이 여자보다 남자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신체가 병과 싸우는 능력을 약하게 한다. 반대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은 면역체계를 강하게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병에 대한 대응력이 약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한 누리꾼은 “알았으니 그만해.. 남자는 덩치 큰 아기들이군”이라며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2016-06-06 21: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