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 "혼외 정사, 외도는 용서받아도 부패는 용서없다?" 중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중국공산당 중앙이 리상푸·웨이펑허 두 명의 전직 국방장관의 공산당 당적 박탈을 결정해 공개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7월 이후 행방이 묘연한 친강 전 외교부장은 예상과 달리 제명 대상에서 빠졌다. 리상푸 부장이나 웨이펑허 부장과는 달리 중국공산당 당적에서 제명당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당 중앙(최고지도부)으로부터 용서받았음을 시사한다. 당원 제명은 중국에서는 모든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리고, 바람막이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사법 처리로 가기 전의 수순격이다. 중국 정치국은 다음달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3중 전회(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그동안 방치됐던 고위급 인사 처리를 마무리하면서 이 같이 결정했다. 이 때문에 친강 전 외교부장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염문설 속에 낙마한 친강, 여전히 행방 묘연 친강이 당원 제명에서 빠졌다는 것은 일단 구제받았음을 의미한다. 복귀는 어려울 지 모르겠지만, 다른 장관들처럼 사법 처리 대상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강경 외교를 상징하는 전랑(늑대전사외교)외교의 최선봉에 섰던 친강은 지난 2022년 말 56세의 나이로 왕의 정치국원에 이어 외교부장에 임명되면서 화려한 출세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외교부장 3개월 만에 국무위원에 임명되면서, 그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총애를 받는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던 친강은 2023년 7월 염문설 등 여러 추문 속에서 전격 해임됐다. 염문설과 간첩설, 권력 투쟁설 등이 분분했지만, 결국 내연녀가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출산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내연녀는 홍콩TV의 앵커로 전해졌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강의 실각이 홍콩 펑황TV의 앵커 푸샤오톈(41)과 불륜을 저질렀고 혼외자도 출산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전했다. 친강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뒤 푸샤오텐의 행방 역시 묘연한 상태이다. 아직 친강의 행적은 묘연하다. 그가 자살했다는 일부 추측 보도도 있을 정도로 장막에 가려져 있다. 친강의 낙마는 내연관계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편 중국 중앙은 27일 밤 지난 10월 전격 해임한 리상푸 전 국방부장을 8개월 만에 중국공산당에서 제명했다. 그의 전임자인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 역시 당적 제명 처분이 내려졌다. 웨이펑허 전 부장은 뇌물 수수 의혹으로 작년 9월부터 조사를 받았다. 당적 박탈당한 리상푸 전 부장 등은 사법 처리 대상 27일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중국 중앙정치국이 이날 회의에서 '리상푸 문제 심사 결과와 처리 의견에 관한 보고'를 심의한 뒤 통과시키면서 그의 당적을 제명하고 20차 당 대회 대표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의 상장 계급도 취소됐다. 중앙정치국은 "리상푸는 군대 장비 영역의 정치 생활과 산업 영역의 기풍을 심각하게 오염시켜 당의 사업과 국방·군대 건설, 고급 지도 간부 이미지에 막대한 손실을 가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극도로 엄중하고, 영향이 극도로 나쁘며, 피해가 특히 크다"라고 강조했다. 중앙정치국은 "리상푸의 범죄 혐의 문제를 군사검찰기관에 이송해 심사와 기소를 의뢰한다"라며 "당적 제명 처분은 (내달 15∼18일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인받는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임명됐던 리상푸 전 부장은 5개월 만인 작년 8월 29일 중국·아프리카 평화 안보 논단에 참석한 뒤 공식 석상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리 전 부장은 중국군에서 전략 미사일과 항공우주 전력을 담당하는 로켓군 등을 겨냥한 군부 반부패 조사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대대적인 군 군비 조달 비리 조사 과정에서 두 국방장관 실각 지난해 7월 말 중국 중앙군사위는 2017년 10월 이후 발생한 조달 관련 부패와 범죄 신고를 받는다는 통지를 발표했고, 이후 로켓군 수뇌부가 대거 물갈이·구속되는 가운데 리 전 부장은 갑작스레 '실종'됐기 때문이다. 리 전 부장은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장 출신이다. 이날 중앙정치국은 리상푸의 전임자인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 역시 작년 9월부터 조사해 뇌물 수수 등 문제를 발견했다며 당적 제명 처분을 내렸다. 웨이펑허는 2015년 만들어진 로켓군의 초대 사령원(상장·대장급)이자 로켓군 출신 첫 중국 국방부장이다. 2012년 11월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단행한 첫 장성 인사에서 상장으로 승진, 시 주석의 군내 친위세력으로 분류됐다. 2018년 그가 국방부장으로 임명되자 미국에 맞선 미사일 전력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자 시 주석의 로켓군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중국공산당의 이런 결정은 내달 15∼18일 열릴 20기 3중전회에 앞서 작년 이래 숙청된 고위직들에 대한 당 차원의 처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6-28 10:18:37[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의 현직 장관이 비리 혐의로 낙마했다. 중국이 올해 들어서도 부패 척결을 위한 고강도 사정을 지속하는 가운데 탕런젠 농업농촌부(농업부) 당서기 겸 부장(장관)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중국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가 18일 밝혔다. 기율위 및 감찰위는 탕런젠 당서기 겸 부장이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고 공개한 경우, 사실상 모든 조사를 마치고 검찰(인민검찰원)로 이송돼 사법 처리의 수순을 밟는다. 탕 부장은 기율감찰위 발표 사흘 전인 지난 15일 산시성 셴양에서 열린 전국 농촌인재공작회의에서 연설하는 등 최근까지 공개활동을 해 왔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그의 낙마의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수년째 '호랑이'(부패 혐의를 받는 전·현직 고위인사) 사냥'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직 장관을 낙마시킨 것은 흔치 않다. 1962년생인 탕 부장은 농업부 관료출신으로 간쑤성 성장,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등을 거쳐 2020년 12월부터 농업부장으로 일해 왔다.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서도 고위직이 부패 혐의로 줄줄이 낙마하는 등 고강도 사정 드라이브가 계속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3월말 공산당 지도부 회의에서 "부패가 번식할 수 있는 토양과 조건을 단호하게 제거해야 한다"리고 밝혀 올해도 고강도 반부패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5-19 15:23:58[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6기)가 대법관 후보자 명단에 포함됐다. 대법원은 오는 8월 1일 퇴임하는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의 뒤를 이을 후보자 명단을 10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대법원은 내외부로부터 천거를 받은 105명 중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심사에 동의한 55명의 명단을 공개했으며, 이 중 법관이 50명, 변호사 등이 5명이다. 후보자에는 이균용 부장판사도 이름을 올렸다. 이 부장판사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지명됐으나, 재산신고 누락 논란 등으로 인해 낙마한 바 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김정중 법원장(26기)과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직무정지·징계 취소소송을 맡았던 이완규 법제처장(23기)도 후보에 올랐다. 아울러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박영재 서울고법 부장판사(22기)와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을 맡고 있는 구회근 서울고법 부장판사(22기) 등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이달 13~27일 법원 내·외부로부터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후보자 55명에 대한 학력, 주요 경력, 재산, 병역, 형사처벌 전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제출된 의견을 수렴해 제청 인원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중 3명을 선정해 윤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추천위원장은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맡았다. 당연직 위원은 김선수 선임대법관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조홍식 한국법학교수회장, 이상경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6명으로 구성됐다. 비당연직 중 외부 인사는 이 총장과 김균미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초빙교수,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촉됐으며 법관 위원으로는 권창환 부산회생법원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아래는 피천거인 중 심사에 동의한 55명의 명단이다. △구회근 △권혁중 △기우종 △김대웅 △김무신 △김문관 △김복형 △김성수 △김성주 △김수일 △김시철 △김용석 △김우진 △김정중 △김종호 △남양우 △노경필 △마용주 △문광섭 △박순영 △박영재 △박영호 △박원규 △박진환 △박형순 △박형준 △손봉기 △손철우 △신동헌 △심준보 △오영준 △우라옥 △윤강열 △윤승은 △이건리 △이광수 △이규홍 △이균용 △이숙연 △이완규 △이원범 △이재권 △이제정 △이준명 △이창형 △이헌 △정계선 △정재오 △정준영 △조한창 △차문호 △최호식 △함상훈 △홍동기 △황진구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5-10 17:00:59【전국 종합】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 입성을 시도했던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의 최측근들이 모두 낙마했다. 일명 '오세훈 키즈' '유정복 키즈'로 불리는 측근들의 국회 입성이 좌절되면서 두 시장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1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총선 결과와 관련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견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질책은 준엄했다"며 "초토화된 광야에 한 그루 한 그루 묘목을 심는 심정으로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전심진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48개 선거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37곳, 국민의힘은 11곳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오 시장 측근들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밀려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는 여야 모두 접전지로 꼽은 서울 광진을에서 고민정 민주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 끝에 패했다. 특히 이 선거구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오세훈 시장이 고민정 후보에 석패한 지역구여서 오 시장 입장에서는 복수전 성격이 컸다. '오세훈계'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는 광진구을에서 고민정 민주당 후보와 경쟁했지만 약 4%p(4015표) 차이로 석패하면서 아쉬움이 컸다. 서울시 대변인 출신으로 경기 하남시을 선거구에 출마한 이창근 국힘 후보와 오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현경병 서울 노원구갑 후보도 민주당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패배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4·10 총선에서 출사표를 던졌던 측근들이 모두 낙마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정무직 출신인 손범규, 이행숙 후보는 3선에 도전한 민주당 맹성규 후보와 이재명 대표 비서실 차장 출신인 모경종 후보와 각각 대결했지만 국회 진입에 실패했다. 날선 비판을 이어가는 지자체장들도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을 두려워 하지 않던 대통령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길은 '경제와 민생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부권 행사 등 비상식과 불공정은 대통령 스스로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한 "하루빨리 이재명, 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며 "거기에서부터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협치와 국민통합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가 소속된 민주당은 경기도에서 60석 의석 중 53석을 차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급 참패를 우리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정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모두 신속히 정리하자"라고 쓴소리를 냈다. 홍 시장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대지 위에 라일락 꽃은 피고"라면서 "폐허의 대지 위에서 다시 시작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뜬다"면서 "특히 DJ는 79석으로 정권교체를 한 일도 있다"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다행히 당을 이끌어 갈 중진들이 다수 당선돼 다행이다"면서 "흩어지지 말고 힘 모아 다시 일어 섭시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정권 심판론이 모든 이슈를 압도했다”며 “좌파, 우파가 아니라 대파로 상징되는 민생과 경제 문제가 선거를 좌우했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원래 정권 중간에 열리는 총선은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기 마련인데,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민심의 확산을 여당이 막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장충식 김장욱 기자
2024-04-11 15:27:53[파이낸셜뉴스] 하피제 게이 에르칸 튀르키예 중앙은행(TCMB) 총재가 전격 사임하고 그 자리를 에르칸보다 더 강경파인 하티 카라한 부총재가 맡았다. 튀르키예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한편 에르칸 총재는 부친이 중앙은행 업무에 개입한다는 소문 속에 낙마했다. 새 총재 후보는 미 뉴욕연방은행 출신 정통 이코노미스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에르칸 총재가 2일(이하 현지시간) 사임하자 그날 밤 후임으로 카라한 부총재를 지명했다. 2019년 이후 5년 동안 숱하게 물갈이 된 TCMB의 여섯번째 총재다. 새 총재 지명을 받은 카라한 부총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정통 경제학자로 뉴욕연방은행에서 10년 가까이 일했고, TCMB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아마존에서도 일한 바 있다. 뉴욕연방은행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개 지역 연방은행 가운데 핵심으로 월스트리트 금융시장과 연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카라한 총재 지명자는 거시경제, 노동경제학 전공이다. 반면 전격 사퇴한 에르칸은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은행의 복잡위험관리 모델 개발이 전공분야다. 중앙은행 총재 업무와는 거리가 있다. 후임 카라한은 일단 전문가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TCMB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하칸 카라는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카라한을 전문가로 잘 안다"면서 "카라한은 TCMB 내 존경받는 전문가"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민간은행 내에서도 카라한 지명은 '신뢰할만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르도안의 정책 전환 에르도안은 지난해 5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자신의 비정통 경제정책을 폐기했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교리를 들어 금리인상은 안된다던 고집을 꺾었다. 에르도안은 지난해 6월 메릴린치 채권전략가 출신인 메흐메트 심섹을 재무장관으로 앉히며 정통 경제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심섹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수일 뒤에 TCMB 총재로 지명한 인물이 이번에 전격사퇴한 에르칸이다. 에르칸,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 에르칸이 총재가 된 뒤 TCMB는 대대적인 금리인상에 나섰다. 8.5%였던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아울러 인플레이션과 대출증가를 잡기 위한 일련의 조처들을 취했다. 달러와 금 대신 튀르키예 리라를 보유하도록 시민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의 업적 가운데 하나는 환율전쟁에 대비한 TCMB의 외환보유액 확충이다. 튀르키예 외환보유액은 말도 안되는 저금리 정책으로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지난해 5월 480억달러 규모로 쪼그라들었던 TCMB의 외환보유액은 에르칸 취임 반년이 조금 지난 지난해말 850억달러로 대폭 늘었다. '아그발 충격' 되풀이 안될것 에르칸이 중앙은행 통화정책을 관장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튀르키예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가운데 하나인 핌코는 지난달 FT에 리라 표시 채권을 다시 매수하기 시작했다면서 5년 안에는 튀르키예 국가신용등급도 투자등급으로 복귀 할 것으로 낙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르칸 전격사퇴가 일부에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아그발 충격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그발 충격'은 2021년 에르도안이 금리인상에 대한 불만으로 명망있는 총재 나치 아그발을 한 방에 날려버린 뒤 리라가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뒤흔들린 사건을 말한다. 초기이기는 하지만 에르칸 사퇴가 아그발 충격을 재연하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이 지배적이다. 금리인상 속도 빨라질 수도 JP모건 튀르키예 담당 이코노미스트 파티 아크첼릭은 "갑작스러운 (중앙은행) 수뇌 교체가 투자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후임 총재 역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하강)과 리라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크첼릭은 아울러 새 총재 지명자인 카라한이 TCMB내 금리인상 강경파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면서 에르칸때보다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가족 개입 소문이 치명타 에르칸은 2일 총재 자리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자신에 대한 '중상모략 '을 이유로 댔다. 사상 첫 여성 TCMB 총재가 된 에르칸은 취임 수주일 뒤 소문에 휩싸였다. TCMB 출신 인사가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에르칸의 부친이 중앙은행 정책에 비공식적으로 간여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야당 의원들이 심섹 재무장관에게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에르칸은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이를 부인했고, 에르도안 역시 최근까지도 에르칸을 지지했다. 그러나 소문 진위와 관계없이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자 결국 에르칸 카드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2-04 07:32:41[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올 들어 중국에서 부패 등 문제로 실각하거나 문책 받은 차관급 이상의 전·현직 고위 간부 수가 모두 45명에 달해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12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가 반부패 운동 강화 방침을 재확인한 뒤 나흘 동안 리펑신 전 신장위구르자치구 당 부서기 등 고위 간부 3명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조사 대상이 됐다. 이로써 올해 기율 위반 조사를 받은 차관급(副部級) 이상 전·현직 간부는 '시진핑 1기' 출범이 결정된 2012년 제18차 당 대회 이후 가장 많은 45명으로 늘었다. '부부급 이상 간부'는 중국공산당 중앙이 관리·임면하는 고위급이다. 중국에선 기율·감찰위 조사 대상에 오르는 경우 부패 연루 개연성이 크고, 조사를 받는 자체가 '낙마'로 간주된다. 사정 대상으로 지목되면 기율·감찰위가 조사하고 이후 검찰이 수사해 기소·사법처리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 때문에 기율·감찰위 조사가 벌어지면 처벌에 앞서 당적·직위 박탈로 공직에서 추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합조보는 시진핑 주석 집권 후 기율 조사·처벌을 받은 고위 간부 숫자가 2014년 3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18명)까지 차츰 감소하다가, 이후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 드라이브가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집권 1기(2012∼2017년)에 사정 대상자가 많았고, 제20차 당 대회를 통해 3기 연임에 들어간 2022년에도 상대적으로 고위 관료 처벌이 많았다. 시 주석 집권 뒤 실각한 고위 간부 숫자가 21명(2013년)→41명(2014년)→37명(2015년)→29명(2016년)→32명(2017년)→28명(2018년)→22명(2019년)→20명(2020년)→25명(2021년)→34명(2022년)이었다는 한 조사결과도 있다. 연합조보에 따르면 올해 실각한 고위 간부 45명 가운데는 지방정부 간부가 27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허베이성·산둥성·충칭시·구이저우성 등 19개 지방정부 간부가 낙마했는데, 반년 만에 성(省)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임과 부성장까지 조사 대상이 된 동북 지역 헤이룽장성이 '최다 실각' 지역이 됐다. 중앙 국유기업 고위 간부의 낙마도 잇따랐다. 특히 금융 관련 국유기업에 사정의 칼날이 집중돼 류롄거 중국은행 전 서기·회장과 리샤오펑 광다(光大·에버브라이트)그룹 회장, 창훙리 전 중국공상은행 부행장 등이 올해 실각했다. 시 주석은 집권 직후부터 당내 반부패 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으로 '칼'을 휘둘러왔다. 이런 반부패 캠페인은 개혁·개방과 고속 성장 속에 생긴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입은 것이라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반면, 시 주석의 권력 집중·강화에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3-12-12 15:40:13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의 벽을 넘지 못하며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여야가 서로를 향해 거센 책임공방을 벌였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견강부회"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이라는 등 비판을 쏟아내며 이 후보자 낙마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범죄 혐의를 받고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올인하면서, 대법원장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정치적 정쟁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형수 의원도 "이 전 후보자 낙마의 이유가 비상장 주식 재산신고 누락 정도인데, 이걸 다른 상황과 비교했을 때 대법원장을 낙마시킬 사유였느냐"며 "재판 지연 문제, 코드 인사 문제, 사법부의 정치화, 그로 인한 재판의 공정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임명동의안이 부결돼 그것이 다 가로막힌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민주당"이라며 "그걸 법무부 책임, 지명권자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사법부 신뢰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국회가 막아선 것"이라며 "이걸 비난하면 민주주의 기본을 모르는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이 전 후보자) 낙마 책임은 검증단을 갖고 있다고 하는 법무부와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도 "이 전 후보자처럼 굉장히 많은 문제가 거론된 후보자가 대법원장 후보자로 거론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여야의 공방 속에서 대법원장 공백으로 국감장에 대신 출석한 안철상 권한대행(선임 대법관)은 인사말을 통해 조속한 차기 대법원장 임명을 위한 국회 협조를 호소했다. 안 권한대행은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재판의 지연이라는 당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사법부가 분쟁 해결기관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해내도록 구성원과 함께 재판 지연의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역시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후임 대법관 제청과 전원합의체 운영 등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안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은 내년 1월 1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김 처장은 "권한대행이 대법관을 제청 가능한지 등에 의문이 있다"며 "공백 상황이 장기화하면 전합 운영을 비롯, 크든 작든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법원장 공백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법원은 이번 주에 대법관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10-10 18:04:43[파이낸셜뉴스] 검찰 출신으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폭 논란'으로 인사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의 인사 검증이 후보자의 탈·불법 행위에 치중한 결과, 도덕적 판단 근거가 미흡했다는 비판이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인사 검증을 총괄하는 대통령실에서는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사 검증에서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자녀 문제로 인사에 낙마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5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녀들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아빠찬스'논란으로 사퇴한 데 이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의대 편입학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자녀문제로 낙마한 두 사람을 포함해 중도 사퇴한 고위직 공무원은 6명에 달한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생긴 구조적으로 문제로 해석된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인사검증업무를 담당하던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되면서 신설됐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증 결과를 받아 2차 검증 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인사정보관리단이 후보자의 탈·불법 행위 여부 검증에 치중하다 보니 도덕적 기준에 대해서는 고려가 부족한 점이다. 더구나 이번 '정순신 사태'의 경우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작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인사 추천을 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에는 전 대검 사무국장 출신인 복두규 인사기획관, 전 대전지검 검사인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있다. 1차 검증은 한동훈 법무장관 지휘 하에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하고, 2차 검증을 하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는 수원지검 검사였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단체에서는 외부견제가 없는 인사검증이 만든 대참사라고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독립성이 필요한 직위이기 때문에 국가수사본부장은 개방직으로 상정돼 있고 경찰은 내부에 인사추천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누가 어떻게 검증했는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개방직으로서 국수본부장의 인선과정은 독립성도 투명성도 담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정변호사 아들 학폭 논란을 계기로 인사검증시스템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3-02-28 16:55:04【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에서 고속 승진을 이어가던 ‘바링허우’(80년대 출생 세대) 40대 고위 남녀 관리가 성과 관련된 비리로 잇따라 낙마했다. 27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장시성 간저우시 안위안현의 리추핑(41) 현장(현의 행정장관)이 여성 간부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현장 직위가 정지되고 간저우시 인민대표 직무에서도 물러났다. 다만 리추핑은 아직 현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리추핑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간부이면서 안위안현에서 훈련받던 여성을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사건을 고발한 뒤 안위안현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리추핑은 대학교 졸업 후 장시성 수리청 소속 수리수전학교에서 근무한 뒤 장시성 산하 국영기업 등에서 잇달아 지도직을 맡았고 안위안현에서 부서기, 부현장, 대리 현장 등을 단기간에 거친 고속 승진 사례로 꼽힌다. 이보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최연소 정청급 지위에 올랐던 윈난성 여성 국장 두안잉(41)이 장기간 뇌물수수와 권색거래(권력과 성의 거래), 여러 사람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솽카이(당적과 공직 박탈) 처분을 받았다. 그는 2004년 사회에 나온 후 윈난성 쿤밍시 쑹밍현 당위원회 선전부장, 윈난성 훙허하니족이족자치주 루시현 행정관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2021년 39세 때 윈난성 투자촉진국 국장을 맡으면서 중국 최연소 여성 정청급 간부에 올랐다. 정청급은 정국급(정치국 상무위원), 부국급(정치국 위원, 국무위원), 정부급(각 성 당위원회 서기, 국무원 각부 부장), 부부급(각 성단위 부서기와 부성장)에 이어 직위 등급 중 5번째다. 각 시위원회 서기, 시장, 시 인민대표대회 주임, 시정협 주석, 성청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3-02-27 12:14:25[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전 검사)가 아들 학교 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데 “최악의 인사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가 만사라는데 이 정권 인사는 온통 망사(亡事)”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정 전 검사는 대통령 측근 검사 출신이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며 “검사끼리 요직을 독식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특정 기수를 중심으로 국가 권력을 장악하는 ‘검사 하나회’까지 등장한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학폭 피해자는 인생을 망치고 학폭 가해자는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잘못된 현실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며 “정순신 (아들) 학폭 및 인사 검증 실태 조사단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인사 검증 기능이 완전히 작동 불능 상태”라며 “정상적인 검증이 이뤄졌으면 경찰 수사 총책임자가 임명 28시간 만에 낙마할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멀쩡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투명성을 운운하면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더니 인사 검증은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것 같다”며 “거듭되는 인사 참사에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도 인사 검증 실패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2023-02-27 10:2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