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스스로 남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고등학생에게 '수련회에서 여학생 방을 써야 한다'고 한 학교의 결정을 두고 차별 행위를 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19일 인권위는 서울시교육감 등에게 "성소수자 학생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포용적인 교육 정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울 한 고등학교의 학생 A씨는 스스로 남성으로 인식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로, 지난해 수련회를 앞두고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참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자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A씨의 법적 성별이 여성인 상태에서 남학생 방을 사용할 경우 다른 학생 등의 성적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가 차선책으로 요구한 독방은 다른 학생들에게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또 교육청과 교육부에 지침을 문의했으나 구체적인 답변 없이 '법 테두리 내에서 사안을 처리하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성소수자 학생도 수련회 같은 교육 활동에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학교 측이 법적 성별만을 근거로 차별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침이 미비한 상황에서 학교 측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교육 당국의 일괄적 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해당 지역 교육감을 대상으로 △학교 내 성별 분리 시설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성소수자 학생의 학업 수행 어려움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상담 등 지원 강화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20 08:15:32[파이낸셜뉴스]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2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축제에는 오후 3시 기준 성 소수자 단체와 진보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고 행사 부스에는 손수건과 깃발 등 기념품을 구경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임신규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 공동조직위원장은 환영사에서 "평등한 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절대 멈출 수 없다"며 "모두가 환영받고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부평역 광장에서는 기독교 단체 1800명이 모여 퀴어축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퀴어축제 행사장 인근에서 일부 반대 단체 관계자가 '동성애 반대' 손팻말을 들고 접근했으나 경찰이 통제해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국내 각지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지난해 축제에서는 부평역 일대에서 진행된 퍼레이드 대열에 50대 남성이 난입했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2024-11-02 16:03:52[파이낸셜뉴스] 조지아 의회가 성소수자 권리를 억압하는 내용의 법안을 채택한 다음날 유명 트랜스젠더 모델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19일(현지시각) BBC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렌스젠더 여성인 케서리아 아브라미제(37)가 수도 트빌리시의 자신의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아브라미제는 조지아에서 가장 유명한 성전환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아브라미제의 아파트에서 난 비명을 듣고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후 아브라미제는 숨진 채 발견됐다. 살인 용의자로 26세 남성이 체포됐으며 그는 아브라미제와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단체들은 이번 살인 사건을 새로운 성소수자 금지법과 연관시키며 “정부가 성소수자 혐오 범죄를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인사들도 “이 법 통과가 EU 가입을 위한 국가의 명시된 목표를 더욱 위태롭게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로운 법에 반대했던 살로메 주라비쉬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끔찍한 살인이 증오 범죄와 차별에 대한 긴급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언급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음달 26일 총선을 앞두고 보수적인 정교회 기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관련 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앞서 17일(현지시간) 조지아 의회는 성소수자 선전을 금지하는 ‘가족 가치와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성소수자를 표현하는 무지개 깃발 사용을 금지하고 영화·도서를 검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이 법안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결혼이 아닌 결혼의 등록, 동성애 커플의 미성년자 입양, 성전환 수술 등이 금지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9-22 09:39:16【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유색인종에 여성 대통령 후보인데 성소수자인 부티지지 교통장관이 해리스의 러닝메이트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일부 정치인들을 비롯해 부티지지 장관 측근들이 그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우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바이든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부티지지 장관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냈다. 무명이었던 그는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해 성소수자 후보로 존재감을 키웠다. 부티지지 장관은 1982년 1월생으로 올해 42세다. 만약 그가 부통령 후보로 대선에 뛰어든다면 58세인 해리스 부통령과 세대 교체 이미지를 부각시키게 된다. 아울러 부티지지 장관은 하버드대와 옥스포드대를 졸업하고 해군에 근무하며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경험도 있다. 이는 아이비 출신에 오하이오 힐빌리(가난한 백인) 출신인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와 대비되는 이미지로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티지지 장관 본인도 부통령 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부티지지 장관은 최근 MSNBC에 출연해 부통령 후보 가능성과 관련해 "누구라도 그 자리에 거론된다면 우쭐할 것이며, 나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roll coll)를 진행한다. 현재까지 후보는 해리스 부통령이 유일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하이오주 후보 등록 마감일인 내달 7일에 맞춰 부통령 후보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티지지 장관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뒤늦게 레이스에 뛰어든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을 보완할 수 있는 경합주 출신의 백인 남성을 러닝메이트로 낙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 민주당 대선 부통령 후보로 부티지지 장관을 비롯해 우주비행사 출신에 해군으로 복무한 마크 켈리 애리조나주 상원 의원과 조지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이 거론된다. 또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 등이 부통령 후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4-07-30 06:25:47[파이낸셜뉴스]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26일(현지시간) 올림픽 역사상 전례 없는 수상 퍼레이드를 펼치며 진풍경을 연출했으나 일부 장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장면은 프랑스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가 사실상 나체라고 할 수 있는 파란 망사 옷을 입고 꽃과 과일 모형에 둘러싸여 깜짝 등장했을 때이다.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한 카트린느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표정과 자세로 익살스럽게 자신의 신곡 '벌거벗은'(Nu)을 불렀다. 카트린느의 이 공연에 소설미디어(SNS)에서는 "창피하다", "올림픽과 무슨 상관이냐" 등의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하면서 사도 대신 여장 남자(드래그 퀸)를 등장시킨 것도 프랑스가 가진 풍자적 전통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나, 그 과정에서 종교적 감수성을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장면에서 남성 댄서의 성기 일부가 반바지 아래로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남성의 바로 앞에는 어린 여자아이도 함께 공연 중이었다. SNS에는 해당 장면을 캡처한 사진이 잇따라 등장하고 "끔찍한 장면이다", "아이와 함께 보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등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이에 앞서 사전 제작 영상에서 세 명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결혼 행진을 하는 장면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미지상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로 구성된 이들은 한 방에 같이 들어가 서로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고는 외부는 방해하지 말라는 듯 문을 닫아 버린다. 28일(한국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한 개회식 동영상을 미디어 플랫폼에서 삭제했다. 데일리메일은 IOC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모두 삭제 사유와 관련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7-29 12:19:35[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 워싱턴주(州)에서 열린 여성 사이클 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속한 팀이 1~3위를 모두 휩쓰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 파리 올림픽의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美사이클 여자 대회서 트랜스젠더 선수가 1~3위 26일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시애틀 인근 레드먼드의 제리 베이커 기념 벨로드롬(사이클 전용 경기장)에서 열린 메리무어 그랑프리에는 최소 3명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엘리트 여자부 2인 릴레이 경기에 참가했다. 주최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경기 결과를 보면 상위 3개팀에 모두 MTF 트랜스젠더(성염색체는 XY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젠더)가 포함됐다. 이들은 이들은 각각 조던 로스롭, 제나 링우드, 에바 린이다. 대회를 본 관중들은 체구가 큰 수상자들이 경쟁자들 사이에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여성 사이클 선수는 자신의 SNS에 이들의 수상 사진을 올리면서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으로 이뤄진 팀들이 대회 여자 경기에서 1, 2, 3등을 차지했다”며 “100% 여성인 팀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적었다. 이번 대회에서 1위를 한 조던 로스롭은 지난해 한 대회 남자 경기에 출전했으며 남자 선수들 중 22위를 기록했다. 2위 제나 링우드 역시 2017년까지 남자 선수로 뛰었고, 3위 에바 린은 미국 새너제이주립대 남자팀 소속으로 활동한 바 있다. 국제 연맹 "사춘기 이후 수술 선수 출전 못한다" 한편, 파리 올림픽에서는 3년 전 도쿄올림픽 때보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에 대한 출전 자격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 성소수자·스포츠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는 매체 아웃스포츠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성소수자는 최소 155명으로 추정된다. 이 155명 가운데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뒤 여성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에 대한 언급은 없다. 도쿄올림픽 이후 국제수영연맹(2022년)·세계육상연맹(2023년) 등은 사춘기 이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는 여성부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다. 사춘기를 남성으로 보냈다면 여성으로 바꿨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신체적 우위가 있으며 여성 선수들과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이들 기관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22년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여자부 수영 자유형 종목에서 우승한 리아 토마스 등은 파리 올림픽에 나설 수 없게 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26 08:27:31"한 주는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해럴드 윌슨 전 영국 총리의 이 발언은 정치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할 때 영미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미국 대선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은 긴 시간이지만, 추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인다. 바이든의 고령 핸디캡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등 외교정책에서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내용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도 있다. 바이든은 '법질서(law and order)' 영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마약과 이와 연관된 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수의 미국인은 바이든이 마약과 범죄에 유약하게 대처해 치안 상태가 악화했다고 믿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충돌로 이어졌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는데, 이때 급진 좌파 진영에서 들고나온 구호가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였다. 경찰을 아예 해체하자는 주장이었는데, 시위대 편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구호였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은 매우 과격하다는 반응이었다. 바이든은 임기 초반 급진 좌파 세력에 끌려다닌 경향이 있다.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약과 범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비해 대통령 당시 트럼프는 시위진압을 위해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는데, 그래서인지 유권자들은 법질서 확립을 잘할 수 있는 후보로 트럼프를 더 많이 꼽고 있다. 바이든은 '문화전쟁(culture war)'에서도 트럼프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우선 '워키즘(wokism)'이다. 원래 소수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깨어(woke)' 있자는 사회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극단적 양상으로 변질되어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족가치와 기독교가치를 좀먹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다수의 미국인은 좌파 정치인이 워키즘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에 비판적이고, 트럼프만이 이런 문화 좌파로부터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줄 정치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다음은 '이민' 문제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장벽을 비난하던 바이든은 포용적 이민정책이 재선 가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2023년 10월 입장을 바꿔 국경장벽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이민 문제를 잘 다룰 후보로 트럼프에게 월등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바이든은 입장 선회 후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잃고 있다. 문화전쟁에서 '낙태'만이 바이든에게 유리한 이슈다. 여성 표가 바이든으로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오랜 기간 낙태권을 찬성했지만, 공화당원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견해를 바꿨다. 2022년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을 때 자신이 판결 번복을 이끈 대법관 세 명을 임명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다. 지난 4월 애리조나주가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과했다며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금지법을 거부할 것임을 다짐했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꿔도 컬트와 같은 그의 팬덤은 여전히 견고하다. 올해 3월 바이든이 국정연설 후 지지율이 오르며 박빙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정연설의 컨벤션 효과는 다했고, 다시 트럼프의 반등이 시작됐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6월 말 맞짱토론을 한다. 일종의 조기 승부수인데, 바이든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추세를 보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4-05-20 18:33:24“한 주는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해럴드 윌슨 전 영국 총리의 이 발언은 정치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할 때 영미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미국 대선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은 긴 시간이지만, 추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인다. 바이든의 고령 핸디캡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가자(Gaza) 전쟁 등 외교정책에서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내용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도 있다. 바이든은 ‘법질서(law and order)’ 영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마약과 이와 연관된 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수의 미국인은 바이든이 마약과 범죄에 유약하게 대처해 치안 상태가 악화했다고 믿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는데, 이때 급진 좌파 진영에서 들고나온 구호가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였다. 경찰을 아예 해체하자는 주장이었는데, 시위대 편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구호였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은 매우 과격하다는 반응이었다. 바이든은 임기 초반 급진 좌파 세력에 끌려다닌 경향이 있다.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약과 범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비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는데, 그래서인지 유권자들은 법질서 확립을 잘할 수 있는 후보로 트럼프를 더 많이 꼽고 있다. 바이든은 ‘문화전쟁(culture war)’에서도 트럼프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우선 ‘워키즘(wokism)’이다. 원래 소수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깨어(woke)’ 있자는 사회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극단적인 양상으로 변질되어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족가치(family value)와 기독교가치를 좀 먹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다수의 미국인은 좌파 정치인이 워키즘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에 비판적이고, 트럼프만이 이런 문화 좌파로부터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줄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음은 ‘이민’ 문제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장벽을 비난하던 바이든은 포용적 이민 정책이 재선 가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2023년 10월 입장을 바꿔 국경장벽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이민 문제를 잘 다룰 후보로 트럼프에게 월등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바이든은 입장 선회 후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잃고 있다. 문화전쟁에서 ‘낙태’만이 바이든에게 유리한 이슈다. 여성표가 바이든으로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오랜 기간 낙태권을 찬성했지만, 공화당원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견해를 바꿨다. 2022년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을 때, 자신이 판결 번복을 이끈 대법관 세 명을 임명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다. 지난 4월 애리조나 주가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과했다며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 금지법을 거부할 것임을 다짐했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꿔도 컬트와 같은 그의 팬덤은 여전히 견고하다. 올해 3월 바이든이 국정연설 후 지지율이 오르며 박빙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정연설의 컨벤션 효과는 다했고, 다시 트럼프의 반등이 시작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6월 말 맞짱토론을 한다. 일종의 조기 승부수인데, 바이든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추세를 보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24-05-20 09:16:31[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최초의 트랜스젠더 정치인이 재차 성전환을 선언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다가, 다시 남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보도에 따르면 시베리아 지역 알타이공화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로만 알료신(34)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에 "올해 러시아 정교회 사순절 기간에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상들의 오래된 앨범을 살펴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내가 남자라는 생각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며 "잘못된 문을 두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 프로필도 교체했다. 기존 여성스러운 사진에서 짧게 자른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모습으로 바꾼 것. 1990년생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이름을 율리아 알료시나로 바꾸고 여성으로 살았다. 2020년에는 여성 성별이 기록된 여권을 받았다. 2021∼2022년 러시아 시민발의당 알타이공화국 지부장을 지낸 로만 알료신은 러시아 최초 트랜스젠더 정치인으로 성소수자(LGBT) 권리를 옹호하면서 유명해졌다. 지난해 러시아 대법원이 LGBT 운동을 극단주의로 규정해 사실상 불법화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LGBT 운동을 서방 국가가 도덕적으로 부패한 증거로 보고 단속을 벌여왔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5-17 08:45:51[파이낸셜뉴스] 유럽 최대 팝 음악 축제 '유로비전'에 스위스 대표로 출전한 '니모'(NEMO)가 우승했다. 니모는 스스로 자신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논 바이너리'(non-binary·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라고 밝힌 성 소수자다. 유로비전 대회에서 논 바이너리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저녁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유로비전 결승전에서 스위스 대표 니모의 출품곡 '더 코드'(The Code)가 591점을 받아 우승했다. '더 코드'는 성 소수자인 니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곡이다. 스위스 대표가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것은 1998년 셀린 디옹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는 "더 코드는 내가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곡"이라며 "내 인생을 바꾸고, 내 인생에 대해 말하는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도 진실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감격해했다. 이어 "이 대회가 모든 사람의 평화와 존엄성을 지키는 대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유로비전은 1956년 시작된 유럽 대륙 최대의 국가 대항 가요제다. 가수 아바(ABBA) 등을 배출했으며, 매년 결승전만 약 2억 명 인구가 시청한다. 올해 참가한 37개국은 자국 대표로 1팀의 가수를 출전시키고, 대회 기간 중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뽑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5-13 09: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