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말 영광이라고 밖에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디즈니·픽사 최초 한국계 애니메이션 감독, 피터 손이 하늘로 떠난 부모에게 바치는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 개봉을 앞두고 벅찬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엘리멘탈’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76회 칸영화제 폐막작에 선정돼 프랑스 칸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다음달 14일 국내 개봉을 앞뒀다. 칸에서 부모의 고향인 한국으로 넘어온 그는 30일 열린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우리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두 분께서 하늘 나라로 가셨다”며 “부모님이 제게 보여준 모든 사랑을 이 영화에 담아냈기 때문에 정말 남다른 느낌이다.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라며 감격해했다.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이채연 애니메이터 또한 “아무래도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 (이민자인) 제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며 “이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손 감독님과 함께 한국에 와 있다는 게 굉장히 영광스럽고 마냥 설렌다”라고 말했다. ■ 서로 상극인 불의 여자와 물의 남자의 러브 스토리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를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들어 기존에 보지 못한 독특한 캐릭터와 새로운 비주얼로 시각적 즐거움을 안긴다. 또 서로 상극인 불의 여자와 물의 남자의 러브 스토리라니, 이보다 기발할 수 없다. 서로를 죽이는(?) 속성 때문에 행여 몸이라도 닿을까봐 조마조마한데, 예측불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서로 손을 잡게 된 순간, 흐뭇한 미소와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영화에서 구현한 가상 도시, '엘리멘트 시티'는 마치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처럼 불, 물, 공기, 흙의 속성을 지닌 다인종이 어우러져 산다. 이민자 구역인 파이어타운에 사는 정열적인 불의 여자 '앰버'는 이민 2세대로 아버지가 평생을 꾸린 잡화점을 이어받으려 고군분투한다. 화려한 고층빌딩이 밀집한 시내 중심가에 사는 물의 남자 웨이드는 느긋하고 감성이 풍부한 인물로 곤란에 처한 엠버를 도와주다 사랑에 빠진다. ‘엘리멘탈’은 부모와 자식 세대의 갈등을 중심 축으로 서로 상극인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부모와 자식, 남녀의 사랑 그리고 다양성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남녀 주인공이 거주하는 도시 풍경이 다르고, 이민자인 앰버가 특정 구역에 출입하지 못하는 등 차별을 당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이 작품은 아시아인 차별과 혐오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의 만남과 풍요로운 도시 풍경을 보여주며 포용과 화합의 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길을 열어가는 이민 2세대 엠버의 성장도 눈에 띈다. 실제로 장남이라 극중 앰버처럼 아버지의 식료품 가게를 이어 받을 뻔 했다는 손 감독은 처음에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손 감독은 "공부는 하지 않고 그림만 그리는 나를 많이 혼내셨다"며 "그러다 아버지께서 가게 손님으로 온 애니메이션 종사자에게 업계 연봉을 물어본 뒤 내 길을 지지해줬다"라고 말했다. 예술적 재능은 모친에게 물려받았다. 손 감독은 "1945년생인 어머니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으나, (남존여비사상이 심했던 과거 한국에서 딸로 태어난 죄로) 재능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모친에게 예술은 아들을 먼저 챙긴 외할머니의 행동으로 한국전쟁 당시 다리에 입었던 깊은 상처와 같아 특히나 반대가 심했다고. ■ 다양한 문화적 배경 지닌 감독의 개인사, 픽사의 경쟁력 픽사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감독의 개인사에서 독창적 스토리를 뽑아내는 경우가 많다. '엘리멘탈' 역시 마찬가지다. 손 감독은 (자신의 첫 연출작) ‘굿다이노’(2016) 개봉 당시 제가 나고 자란 뉴욕에 초청돼 무대 인사를 한 적이 있다"며 "그때 무대 위에서 객석에 앉아 있는 부모님과 남동생을 보는데,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서 울었던 적이 있다"고 돌이켰다. "그때 부모님의 희생과 고생에 감사해하며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이후 회사로 돌아와 뉴욕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프로듀서와 동료들이 그 이야기를 내 영화로 만들라고 조언했죠. 그게 '엘리멘탈'의 시작입니다." 손 감독의 부모는 1960대 말~197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왔다. "부모님이 식료품 가게를 했는데, 외국인 혐오도 있었지만 부모님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었죠. 당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가게를 찾았어요. 아버지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 영어가 서툰데도 손님들의 욕구를 금방 이해하고 필요한 것을 찾아주셨죠. 그런 공감 능력과 다양성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면서 자랐습니다." 이민 세대로서 겪었던 차별의 경험도 녹아 있다. 그는 "차별의 경험은 물론 싫고 불쾌했다"면서도 "하지만 나를 더 잘 이해할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돌이켰다. "차별을 겪게 되면 처음에는 놀라죠. 또 굉장히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겪으면서 오히려 제 정체성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내 안에 있는 어떤 것들이 나를 구성하고 있는가, 좀 더 나를 반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라고 부연했다. "저는 100% 한국인의 피를 가졌지만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얼만큼이 내가 한국적이고 얼만큼이 내가 미국적인가, 어떤 것들이 나를 나로 만드는 원소일까? 그런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제가 저를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싫죠. 불쾌합니다. 하지만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손 감독은 타인의 딱한 사정에 귀기울이고, 감성이 풍부한 웨이드처럼 자신 역시 눈물이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열정적이면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앰버는 누구를 모델로 했을까? 이 또한 부모의 희생에 보답하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살고 싶었던 손 감독의 분신처럼 느껴졌다. 앰버는 웨이드의 투명한 몸을 통해 자신을 마주한다.뒤늦게 자신의 재능도 알게 된 그는 말한다. "난 지금까지 한번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부모의 희생을 보고 자란 이민 2, 3세대의 부채의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5-30 15:00:40【베이징=정지우 특파원】여성 5명이 나오는 중국 소개팅에 남성이 100명이 몰렸다. 남성들은 여성과 대화를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화제가 되자, 지방당국은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7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장쑤성 쉬저우의 현급시인 피저우시 한 다리 밑 공터에 소개팅 자리가 마련됐다.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한 여성이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 있다. 주변에는 남녀들이 몰려 한 곳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는 이 소개팅에서 여성은 5명에 불과하고 남성이 100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또 줄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에 나온 다수 여성은 소개팅 참가자가 아니라 남성의 부모 등으로 추정됐다. 지방 당국까지 나섰다. 피저우시는 인터넷에서 소개팅이 주목받은 후 “결혼 적령기 남녀 비율 불균형이 발생해 결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결혼은 이미 고착화된 사회 문제다. 오랜 한 자녀 정책과 남존여비 전통 때문에 여성 100명당 남성 수가 114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농촌지역은 여성들의 도시 이전으로 남초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미혼 여성들의 요구 조건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매체는 미혼 남성 말을 빌려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에게 차와 집, 안정적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결혼 예물은 16만위안(약 300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위안(7500만원)까지 달하고 금목걸이, 금반지, 금팔찌 등 ‘3금’도 요구한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지방정부가 농촌 총각의 결혼 난을 타개하기 위해 여성을 고향에 머무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작년 초에는 중국 연구소의 한 고위 간부가 도시 미혼 여성을 농촌으로 집단 이주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해 비판 받았다. 현실을 무시한 대책이라는 질책이다. 이로 인해 춘제(중국의 설) 등 명절 때 고향을 찾는 미혼 자녀들에게 수십건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등 결혼시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는 부모의 사례가 수시로 보도되기도 한다.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해 ‘2021~2030년 반 인신매매 행동계획’ 관련 통지에서 “중국의 성비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인신매매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자국의 높은 성비 불균형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2-02-07 11:27:54[파이낸셜뉴스] 그의 발언은 가부장적이고, 성 차별적이고, 인권 침해적일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김건희 실세론'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가 진정을 접수했다. 송 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두고 “사석에서 윤 후보에게 반말을 하더라”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송 대표를 상대로 진정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법세련은 “송 대표의 발언은 남존여비 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혼한 여성은 남편인 남성에게 존대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는 명백히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가 윤 후보에게 반말했다는 이유로 최순실을 거론하며 국정농단을 저지를 수 있다고 근거 없는 왜곡된 발언을 한 것은 김씨에게 심한 모욕을 줘 인격권과 명예권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의 배우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상 보호받을 인권이 있다”며 “인권위는 송 대표에게 인권교육을 받을 것과 피해자인 김씨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항간에 실세는 김씨로 알려져 있고 김씨가 사석에서도 윤 후보에게 반말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집권하면 실권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이상으로 흔들 거라고 우리가 다 염려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틀 뒤 “부인이 남편에게 반말을 한 개념이 아니고, 공식적으로 사람을 초대한 자리에서 명령조로 말하는 게 최순실의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송 대표가 차별적 발언으로 인권위에 제소된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송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스스로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국민의힘 스스로 불임정당이라는 것을 자백한 꼴”이라고 발언해, 당시에도 법세련이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1-12-30 08:21:18[파이낸셜뉴스] 남존여비(男尊女卑)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는 뜻으로, 사회적 지위나 권리 면에서 남자를 여자보다 우위에 둔 문화적 관행을 뜻하는 용어다. 이는 근대 이전 대부분의 사회에서 통용된 사상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 같은 의식은 점차 사라지고,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언어에는 아직까지도 성차별적 표현이 남아있다. 가까운 친(親)가와 먼 외(外)가? 대표적인 표현은 가족을 일컫는 호칭이다. 아버지의 가족을 뜻하는 친가와 부모님을 부르는 친할머니·친할아버지의 친자는 '친할 친(親)'자다. 반면 어머니의 가족을 뜻하는 외가와 부모님을 부르는 외할머니·외할아버지의 외자는 '바깥 외(外)'자다. 이는 아버지의 혈통을 중요시하는 가부장제의 잔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용어나 호칭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차별도 존재한다. 아직도 일부 기업에서는 경조사 휴가를 부여할 때 친가와 외가를 차별한다. 경조사 휴가는 법적 근거가 없어 기업이 내규를 통해 자율적으로 부여해왔다. 다만 상당수의 기업은 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의 휴가 일수를 다르게 규정하며, 외조부모상의 경우 휴가를 허용하지 않는 기업도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친가·외가-친할머니·외할머니.. 이렇게 바꿔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생활 속 차별적인 가족 호칭을 바꿔나가는 캠페인을 지난 2018년 추석 명절부터 진행 중이다. 재단은 친할머니 외할머니로 구분하지 말고 이를 모두 '할머니'로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또, 친가와 외가를 각각 아버지 본가와 어머니 본가로 부르자고 했다. 국립국어원도 지난 4월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호칭과 지칭어를 담은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발간했다. 사회의 변화에 맞춰 언어 예절도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은 친가 외가에 붙는 '친'자 '외'자 대신 지역 이름을 넣어 표현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 남녀 차별적 호칭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도련님', '아가씨' 등의 호칭도 'OO(자녀 이름) 삼촌/고모'나 'OO 씨'로 바꿔 부르자고 했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2020-11-09 14:45:56[파이낸셜뉴스] “시즌2에서 죽은 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서비스 중인 ‘킹덤’ 시즌2의 김은희 작가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계 팬들에게 ‘K-좀비물’로 통하는 ‘킹덤’은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을 무대로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물이다. 시즌2에서는 시리즈의 주조연이 잇따라 죽음을 맞이하면서 팬들의 허를 찔렀다. 조선의 절대 세도가문 해원 조씨의 수장인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분)부터 그녀의 딸인 중전(김혜준 분), 창의 스승인 안현대감(허준호 분), 창의 호위무사 무영(김상호)이 대표적이다. 김은희 작가는 “제가 어디 (방송에) 나가서 (작품 속에서) 사람 잘 죽인다는 망언도 했는데 이번 시즌2에서는 원죄가 있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무영도 그렇고, 안현대감의 최후를 쓰면서 진짜 이 사람다운 마지막이 무얼지 고민했다. 극을 이끌던 사람이라서 주인공을 죽일 때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조학주가 가장 비참하게 죽길 바랐고 역병이 퍼지는데 한축을 담당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안현이나 덕성은 그 캐릭터에 걸맞는 죽음을 고민했다.” 조학주의 최후와 관련해서는 “창의 손에 죽는 것보다 자신이 집착했던 해원 조씨의 핏줄, 그것도 (남존여비사상이 강했던 조학주로서는 하찮은 계집에 불과했던) 딸에게 죽는 게 가장 비참하다고 봤다.” 좀비가 된 안현대감이 조학주를 무는 장면과 관련해서는 “대본을 쓸 때 혼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며 “어떻게 영상화될지 기대했는데 박인제 감독이 잘 표현해줬다”고 만족해했다. “가장 기대한 장면은 중전이 아이를 안고 옥좌에 앉아 있는 가운데 생사역이 몰려오는 장면이었다”며 “왕좌가 무너지는 느낌이 구현되길 바랐는데, 그 장면도 인상적으로 잘 나온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시즌2 마지막에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 '생사초'와 관련된 미스터리한 인물로 전지현이 깜짝 등장했다. 김은희 작가는 “여전사와 같은 느낌이 좋다”며 “몸을 멋지게 잘 쓰는 배우라 액션물을 같이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2에서 주요 악역이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시즌3가 제작되면 새로운 악역이 필요하다. 김은희 작가는 “악당이 새로이 등장한다”며 “시즌1과 2에 출연한 사람 중에서 나쁜 본색을 드러낼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전지현도 주요 역할로 출연한다. 그는 “배우 본인이 갖고 있는 통통 튀는 매력을 다음 시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3-25 17:54:12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정창권/돌베개 조선 말기인 18~19세기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가부장제, 남존여비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당대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저자는 조선의 명필 추사 김정희의 선대와 후대 5대 가족이 남긴 한글 편지 85통을 분석해 당시의 생활과 문화, 언어, 의식 등을 현대어로 번역해 우리에게 소개한다. 이 편지에는 당시 여성의 역할과 의식뿐 아니라 남성의 집안일 참여 모습등 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나아가 이들 편지에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추사의 글과 그림, 글씨 등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추사의 인간적인 면모 등도 잘 드러난다. 저자는 각각의 편지의 발신자와 수신자 뿐 아니라 편지가 쓰인 시기와 상황을 조사해 시공간적인 배경을 설명하며 추사 집안의 5대 가족사를 파노라마로 펼쳐낸다.
2020-03-05 12:51:54구보 PD는 오늘도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중얼거린다. '우물쭈물하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자고 나면 매일 세상 곳곳에 어이없는 일들이 터져 나온다. 본인의 위선과 거짓말이 드러나도 사과는커녕 정의의 사도마냥 고개를 치켜들고, 사람을 죽여 한강에 던지고도 오히려 죽을 짓을 했다고 세상을 향해 큰소리를 내지른다.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중에 있는 자가 이 방송 저 방송 정치프로에 출연해 궤변과 요설로 국민을 가르친다. 그런 범법자를 방송에 불러내는 PD들도 개념 없는 인간이긴 마찬가지다. 자기편 행동은 무조건 정의인 세상이 왔다.자기편에 불리한 판정이면 무조건 불공정한 세상이 왔다. 구보씨는 이런 개념 없는 세상이 도래하리라 예측했다. 결혼하고도 남편을 오빠라 부를 때부터 알아봤다. 식당 종업원을 모두 이모, 언니라 부를 때부터 알아봤다. 명찰을 보고 정숙씨, 정애씨 이름 부르면 될 걸 혈연·지연·학연도 없는 사람에게 친족 호칭을 갖다 붙일 때부터 알아봤다. 세상이 이렇게 개념 없이 돌아가니 풍자적 건배사까지 유행한다. 적반하장-적당한 반주는 하느님도 권장한다. 주경야독- 낮에는 가볍게 밤에는 독하게. 인사불성-인간을 사랑하라, 불경 성경도 말했다. 남존여비-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데 있다. 개념은 우리의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신경조직 같은 것이다. 개념이 명쾌해야 소통이 정확하고 원활해서 사회가 유지된다. 가령 탄식(歎息)은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호흡을 이르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파생한 감탄(感歎)은 우리가 뭔가를 보고 크게 느끼는 개념이다. 탄복(歎服)은 감탄을 넘어 상대의 식견과 품성에 승복(承服)할 때 쓰는 개념이다. 경탄(敬歎)은 존경까지 품은 놀라는 개념이고, 찬탄(讚歎)은 상대방을 예찬하는 개념이다. 개탄(慨歎)은 기대에 못 미쳐 분하고 걱정스러워 나오는 한숨이고, 비탄(悲歎)은 몹시 슬퍼서 내뱉는 한숨이다. 한탄(恨歎)은 타인이나 본인에 대한 깊은 원한과 진한 회한(悔恨)에서 나오는 한숨이다. 개념이 고정불변은 아니다. 변환되고 확장되기도 한다. 또 진화되어 파생개념이 생기기도 한다.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남사친' 같은 신조어가 예다. 하지만 개념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변질시켜선 안된다. 개념이 망가지면서 세상이 뒤죽박죽된다. 구보 PD가 볼 때 지금 세상이 그렇다. 정의도 공정도 상식도 망가지고 있는 중이다. 세상은 개념을 부수는 자들이 득세해서 궤변과 요설로 선동 중이다. 곡학아세와 혹세무민으로 세상을 엉망진창, 백공천창(百孔千瘡)으로 만드는 중이다. 오늘도 자기편을 위해 신문에선 펜으로, 방송에선 마이크로, 유튜브에선 혀끝으로 개념을 망가뜨리는 중이다.그런 자에 현혹된 개념 없는 자들이 무리를 지어 세상 이곳저곳에서 싸움과 분열을 부추기는 중이다. 그래서 힘없는 구보씨, 오늘도 버나드 쇼처럼 우물쭈물 세상 종말이 온다고 중얼거리는 중이다.이응진 경기대 한국드라마연구소장
2019-12-03 17:06:14인도 한 시골마을에서 3개월 간 남자 아기만 216명 출생하는 일이 벌어져 현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2일 힌두스탄 타임스 등 현지 매체는 남아선호가 강한 인도 시골 분위기를 고려할 때 여아는 불법 낙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우타르카시 지역의 132개 마을에서 지난 3개월 간 216명의 아기가 태어났지만 이들 가운데 여아는 한 명도 없었다. 기이한 신생아 성비에 지역 당국은 의심을 품고 조사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지난 1993년 여아 낙태를 법으로 금지했지만 남아선호가 강한 시골 지역에서는 여전히 불법 낙태가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해당 지역들도 인도 내에서 남존여비 사상이 매우 강한 곳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이 지난해 초 인도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도에 호적이 없는 여성의 수는 6300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2015∼2017년 기준 인도 남자 1천명당 여자의 비율은 896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운동가인 칼파나 타쿠르는 "3개월 간 여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우연일 리가 없다"며 "이는 분명히 이 지역에서 여아 낙태가 빚어졌다는 점을 뜻하며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도 #낙태 #남아선호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19-07-24 09:54:07▲ 사진=TCOent 제공 배우 최귀화가 어설픈 도인으로 변신, 이준호와 웃픈 브로맨스를 선사한다. 20일 소속사 TCOent 측은 최귀화의 영화 '기방도령'(가제) 출연 확정 소식을 전했다. '기방도령'은 남존여비 관념으로 여인들이 억압받던 옛 시절, 조선 최초로 남자 기생이 돼 여인들의 여인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귀여운 사랑꾼 허색(이준호 분)과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꽃처럼 화사한 여인 해원(정소민 분)이 진실한 사랑을 찾아 벌이는 신박한 사극 이야기다. 최귀화는 극중 육갑 역을 맡았다. 육갑은 자신을 신선의 경지에 오른 도인이라 칭하지만 뭔가 어설픈 인물이다. 그는 우연한 계기에 허색과 의형제를 맺으며 웃픈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최근 진행된 대본리딩 현장에서 최귀화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기방도령'은 12월 말 크랭크인 예정이다.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2018-12-20 14:44:51성폭행범으로 15년형을 살고 있던 죄수 김선용이 최근 병원에서 탈주를 감행했다. 그런데 우리를 더 경악시킨 것은 그가 도주 중에 한 상점에 들어가 또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고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몇몇 경우를 포함해 점차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이 그러한 사건을 접하는 방식은 거의가 한결같다. 제일 먼저 끔찍함이 클로즈업되고 그래서 대부분 그 사건의 폭력적인 잔혹함과 그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의 구조로 정형화돼 전달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그러한 끔찍한 범죄 사건들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사려깊은 분석보다는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 악몽같은 끔찍한 사건으로부터 자꾸 벗어나게 만든다. 왜냐하면 누구나 그 참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좀 더 사려 깊은 접근은 흥분을 자제하고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가 하는 사건 발생의 책임 소재를 찬찬히 규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 소재의 규명에는 경찰의 대응 미숙이나 행정적 허점 등이 어김없이 지적된다. 차후에 또다시 이런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듯 그때그때의 반응과 처방도 중요하지만 성 범죄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사회적 요인이나 근원적인 해법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연구가 먼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 리베카 솔닛은 미국사회에도 성범죄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그녀에 의하면 배우자나 옛 배우자에 대한 살인이 매년 1000건을 훌쩍 넘고, 9초마다 여자가 구타당하고 강간은 6.2분마다 한 건씩 신고되지만 총발생 건수는 그 다섯 배는 되리라 추정한다. 그는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면서 이 문제의 근원에 가부장제나 강력한 남성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차별화된 젠더의 문제 때문에 성범죄가 만연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남존여비라는 오랜 봉건적 관행과 문화 속에 있었던 우리로서도 그러한 차별성에 있어서는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차별성이 심각한 사회적 폭력을 동반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리베카 솔닛도 "폭력은 무엇보다도 일단 권위주의적이다. 폭력은 내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살인은 그런 권위주의의 극단적 형태다"라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성범죄의 원인으로서 남성들의 권위주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성범죄의 원인이 비단 이 권위주의 하나뿐이겠는가. 성의 상품화에서부터 정신적인 질병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힘이 있다고 해서 힘이 없는 약자를 무턱대고 괴롭히는 것이 허용될 수가 있는가 하는 것에 있다. 이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사람은 목적이지 결코 수단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모든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사람을 점점 하찮게 여기는 오늘날의 인간학대적 현실 속에서 사람 존중의 이 자유주의적 황금률을 그것이 너무 평범하다고 해서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깊게 반성해 볼 일이다. 김진기 건국대 국어국문학 교수
2015-08-31 17:5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