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조업의 40%에 수준에 머무는 등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제조업 수출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치고 지나치게 내수와 공공 부문에 의존한 결과로, 특히 팬데믹 이후 생산성이 크게 급감했다. 이에 산업정책의 상위 법적 기반 마련하는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비스 업종 노동생산성 하락 뚜렷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평가 및 정책적 대응 방향’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 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 규모상으로 민간 서비스업(공공행정국방 및 부동산업 제외)이 2024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4%, 취업자 수의 65%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확대된 점을 고려할 때, 양적 성장에도 생산성·효율성 측면에서의 질적 개선이 정체된 것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의 생산성은 이전 추세를 크게 밑돌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금융보험,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의 경우 비대면 수요 확대, 디지털 전환 등에 힘입어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급등했으나 2022년 이후 하락 전환한 뒤 최근에는 팬데믹 이전 장기추세를 약 10% 하회하고 있다. 미국에서 하이테크 서비스업(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이 고용 및 생산성 측면에서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을 견인한 것과 대조된다. 도소매, 숙박음식, 운수창고업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도 팬데믹 충격 이후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해 과거 추세를 약 7% 하회하고 있다. 특히 숙박음식, 사업지원, 보건복지서비스업 등 노동집약적 업종의 생산성은 2020년에 급락한 이후 팬데믹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제조업 보조, 공공재로의 인식 여전한은은 이같은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부진이 중장기에 걸쳐 형성된 구조적 요인에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서비스업이 총산출의 약 32%(2020년 기준)가 상품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될 정도로, 오랜 기간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을 지원하는 보완적 역할(물류,운송,금융) 등에 주로 집중해, 독립적인 수요 기반이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비스업은 여전히 노동집약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 서비스업의 투자율은 2000년 26%에서 2022년 18%로 하락한 가운데 주식시장 내 시가총액도 제조업의 절반 수준으로 자립적인 성장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이에 더해 내수, 공공부문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기업의 해외진출이나 혁신을 통한 수익확대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인식되는 지식서비스의 경우, 기업 총매출의 약 98%(2021년 기준)가 정부·공공, 국내 기업·소비자와의 거래 등 내수에 집중된 상태다. 특히 주요국의 고부가가치 서비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 지식서비스 기업 중 해외시장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의 비중은 2.2%(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는 생계형 자영업 진입이 확대되면서 영세성도 고착화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고 초기자본이 적게 드는 업종에 1인 또는 가족 운영 사업체가 몰리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워지고 영세 자영업자들만의 진입·퇴출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회전문식 경쟁’이 초래돼 △기업 성장 △자원 재배분 △일자리 창출 기반이 제약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법·제도 정비화로 전략산업화 꾀해야한은은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정책의 상위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제도로는 포섭하기 어려운 신산업과 융복합 서비스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범부처 컨트롤타워 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인프라·표준화·데이터 연계 등 공통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강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조업에서 축적된 지적자산을 바탕으로 제조 지식을 AI·데이터 기반 산업서비스로 전환하고 컨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등 글로벌 수요가 높은 분야는 제조기술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제언이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해 중견 이상 규모의 기업 일자리로 이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법인화·직영 프랜차이즈 등 기업화 촉진 방안을 병행하고 창업·폐업 등 제도적 지원과 맞춤형 금융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선영 거시분석팀 차장은 “주요국의 보호무역 강화라든지 중국의 기술력 추격 등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의 수출 전략이 점차 한계에 봉착했다”며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이 서비스업, 특히 고부가 서비스 중심의 어떤 성장 동력 다변화가 절실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7-03 10:53:40대선을 앞두고 '주4.5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근로시간 단축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그러나 생산성 하락에 대한 우려를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단순한 시간 단축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일의 효율은 높아졌지만, 근로형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 기획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넘어 '유연한 일의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주 4.5일제를 다시 묻고자 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주 4.5일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요 대선 후보들이 관련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 정책 설계의 현실성, 업종별 적용 격차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명칭은 같지만, 내용은 다르다15일 현재 여야가 제시한 '주 4.5일제' 공약은 표면상 동일한 명칭을 쓰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방식과 철학이 크게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에 두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주간 총 근로시간은 유지하되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빨리 퇴근하는 유연근무 형태를 강조하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의 '한국의 장시간노동 실태와 노동시간 단축 모색' 보고서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방식에 대해 "유연근로 형태의 주 4.5일제는 실질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는 방식으로, 장시간 노동 은폐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주 52시간제 폐지와 병행될 경우 오히려 과로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임금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와 첨단 기술 도입 등으로 생산성이 향상된 만큼, 이제는 장시간 노동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산업계는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며 근로시간 단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며 "법제화보다는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이미 자체적으로 주 4일제 또는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해 실험 중이다. ■노동시장 격차 확대 우려주 4.5일제가 단순한 '시간 단축'으로 설계될 경우, 직군과 업종 간 적용 가능성에서 큰 차이가 불가피하다. 공공기관, 금융권, 일부 대기업 등에서는 제도 도입이 가능하겠지만 서비스업이나 중소기업, 소상공업계는 인력과 여건상 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 경영학과 윤동열 교수는 "실제 워라밸이 시급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겐 주 4.5일제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며 "법제화를 통한 일괄적 적용보다는 각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자율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한국 사회의 노동환경 전환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윤 교수는 "주 4.5일제 논의는 단순한 공약을 넘어 노동 방식의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는 인력 운용과 생산성 유지를 위한 '유연한 일하는 방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주 4.5일제'는 단순한 시간 단축 정책이 아니라, 유연성과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이어야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근로시간 통계 국제비교로 본 정책 방향' 보고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짧은 근로시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유럽의 근로자들이 특이 시간대나 장시간 근로를 감수하는 대신, 시간과 장소에 대한 자율권이 확보되고, 성과급 등 인센티브가 활성화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5-04-15 18:23:50[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국내 전산업 노동생산성지수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10.1를 기록했다. 노동투입은 0.2% 감소했지만 부가가치가 2.1% 증가하면서다. 25일 한국생산성본부(KPC)는 이같은 내용의 2024년 노동생산성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2023년에 비해 건설투자가 감소하고 민간소비가 둔화으나 정부소비와 설비투자, 수출 증가율이 확대되면서 부가가치는 2.1% 증가했다. 근로자수가 1.0% 증가했으나 근로시간이 1.2% 감소하면서 노동투입은 0.2% 감소했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지수는 전년대비 4.2% 증가한 114.3로 나타났다. 노동투입이 감소 0.2% 감소한 반면, 수출 호조로 부가가치는 4.0%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증가했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의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10.6% 증가했다. 노동투입이 0.4% 감소한 반면, 부가가치는 10.1% 증가하면서 생산성이 증가했다. 자동차·트레일러의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0.7% 증가했다. 기계·장비의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2.7% 증가했다. 지난해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지수는 전년대비 2.3% 증가한 110.3을 기록했다. 노동투입이 0.7% 감소한 반면, 부가가치는 1.6%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부가가치 증가율 1.6%로, 전년(2.1%) 대비 둔화됐다. 고물가·고금리 기조, 미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가계소비 위축으로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다. 도·소매업의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0.8% 증가했다. 부가가치와 노동투입이 모두 감소하였으며, 부가가치(-1.4%)에 비해 노동투입(-2.2%)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생산성이 증가했다. 보건·사회복지업의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2.1% 증가했다. 전문·과학·기술의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2.4% 감소했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이끌었으나 올해는 관세 리스크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더욱 어려운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생산성 향상을 지속하기 위해 산업별 인공지능(AI), 로봇 등 디지털 기술 확대와 더불어, 기업 혁신, 근로자의 역량 강화 등 경제 주체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5-03-25 13:37:44【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생산성 순위가 20년 만에 상승, 29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가 일정 시간 내에 창출하는 물품과 서비스 가치를 뜻한다. 6일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6.8달러로 OECD 38개국 중 29위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일본은 1970년부터 2018년까지 20위 안팎을 유지했으나 2019년 25위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2022년에는 역대 최저인 31위까지 떨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023년 일본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이 정상화됐고 경제성장률도 상승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생산성본부는 "순위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며 "실질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1.2%로, OECD 국가 중 9위"라고 전했다. 다만 일본 생산성본부는 "일본의 노동생산성을 미국과 비교하면 1인당 55%, 시간당 58% 수준"이라며 "1990년대와 비교하면 미국과 격차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2023년 시간당 노동생산성 1위 국가는 아일랜드(154.9달러)였다. 이어 노르웨이(136.7달러), 룩셈부르크(128.8달러), 벨기에(112.8달러), 덴마크(103.9달러)가 2∼5위에 올랐다. 한국은 53.3달러로 33위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5-01-06 13:47:35"은퇴 고령층을 노동 시장에 재투입하고 직장, 가정 등 여러 곳에서 성평등 수준을 더 높이면 저출산·고령화 시대 한국의 노동생산성 하락 문제를 극복할 해법이 될 수 있다." 비노드 토마스 전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는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노동생산성 방어를 위한 3가지 키워드로 △은퇴 고령층 △여성 △이민을 제시했다. 특히 토마스 전 수석부총재는 우수인력 중심으로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서상 사회·문화적 갈등이 생길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렇지만, 인구가 나라의 생활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이민자 수용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먼저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이민정책을 추진했던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조할 것을 조언했다. 또 "교육·보건 등 사회적 비용을 더 투자하는 것도 노동생산성 하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토마스 전 수석부총재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에서 한국이 경제적·지정학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인상은 사실상 확정된 정책"이라며 한국도 20%의 보편관세 부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집권 1기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분을 과시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며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미중 관계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국 모두 파행 수준의 갈등은 피할 것으로 점쳤다. 토마스 전 수석부총재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내수경제와도 연관되는 만큼 중국은 어찌 됐든 안고 가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세계 경제 최대 변수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세계은행 재직 시절 한국개발연구원(KDI) 강연, 녹색기후기금(GCF) 합류 검토 등을 위해 한국을 종종 찾았다고 밝힌 그는 이번이 6번째 방한이라고 했다. 다음은 토마스 전 수석부총재와의 일문일답. 교육·보건 등 사회적 비용 더 투자해야 ―한국을 다시 방문한 소감은. ▲한국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완전히 다른 레벨이다. 싱가포르가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높긴 하지만, 한국이 경제 규모가 훨씬 더 크다. 한국이 현재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얼마나 현명하게 이에 대처하는지 그리고 경제체제가 고령층의 소비활동을 어떻게 지원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컸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3가지 키워드가 있다. 고령층, 여성, 이민이다. 여전히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은퇴 고령층을 노동 시장에 다시 투입하면 생산성이 개선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미 유럽은 이런 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다음은 여성이다. 한국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남녀가 평등하다.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남성도 육아에 여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참여하는지, 출산 후 직장에 복귀했을 때 이전과 동일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등 미묘한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은 문화적 측면에서 성평등을 더 강화할 여지가 있을 것 같다. ―한국 내 이민 확대 시 갈등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민은 분명 어려운 문제다. 문화적·도덕적·인종적·경제적 분야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노동가능인구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기여도를 고려할 때 고급인력을 받아들여 (이민자 반감과의) 갭을 메우는 게 정답일 수 있다. 또 교육·보건 등 사회적 비용을 더 투자함으로써 노동생산성 하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한국산 반도체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깎거나 아예 없앨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대내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60%, 한국을 포함한 그 외 다른 나라는 20% 정도 관세를 부과하려 할 거다. 관세 인상은 사실상 확정된 정책이나 다름없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조 바이든 정권 때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중' 노선을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적어도 중국에 대한 관세정책은 바꾸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산 중간재 관세 부과 여부는 대중국 관세만큼 명쾌하게 나온 건 아니다.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한국에 큰 타격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단 지정학적 관계는 꽤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그동안 한몸과 같은 동맹 관계였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과 친한 사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면 지금과 같이 한미 연합훈련을 계속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트럼프 2기 체제선 달러 약세 보일 것 ―달러 강세가 올해에도 이어질까.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에선 오히려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믿지 않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돈을 찍어내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일할 사람을 정부 요직에 앉히면 그 어느 때보다도 물가가 올라 달러 가치도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본흐름에 규제를 둬 일시적으로 달러 강세를 조성한다 하더라도 결국엔 약해질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내수경제와도 연관되는 만큼 중국은 어찌 됐든 안고 가야 하는 나라다. 프랑스나 독일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다만 미국 정치인들은 대중 관계에 있어서 항상 현실 여건과 대립하는 정치적 수사를 남겨왔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국의 정치인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우리 미국도 유리하다'고 말하면 선거에서 이기기 쉽지 않을 거다. 중국은 경제적·지정학적으로 큰 문제로 남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지막 임기이기 때문에 잃을 게 없다. 가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를 이유로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피력한다면 미국이 중국을 안고 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나.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파리협정(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을 탈퇴할 것이 유력하다. 글로벌 기후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까. ▲트럼프는 자신의 공약은 꼭 지키려고 할 거다. 즉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순간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고, 화석연료에 미친듯이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폭 깎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기차 지지자인 머스크 CEO가 트럼프 신행정부의 가장 큰 어드바이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깎는 것보다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미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면 인도,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도 따라갈 거라는 게 가장 우려된다. 미국이 화석연료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이 재생에너지 부분을 일정 부분 벌충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이다. 美, 北과 직접 대화 시도로 韓 소외 우려 ―한국의 재생에너지 시장 전망은. ▲한국은 원전 의존도를 더 높이려 하고 있다. 풍력·태양광 비중은 한자릿수고, 수소는 아예 명함도 못 내민다. 만약 내가 다른 별에서 와서 한국을 보면 '해상풍력 돌리기 딱 좋은 플랫폼이네'이라고 할 거다. 한국은 해가 쨍쨍한 날이 많고, 토지 면적도 넓어서 태양광에너지를 발전시키기 좋은 나라다.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에너지원의 20%는 차지해야 하고, 2035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늘리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해 세계 경제전망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지정학적 요소가 지배적으로 영향을 줄 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세계 경제전망치를 낮췄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낳을 수 있는 폭발력이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을 파괴시키는 등의 요인은 전망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런 요소까지 다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 가능성을 본다면 '0'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후 문제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변수다. 5년을 전후해 세계 GDP에 약 1%p를 좌우할 영향을 주게 될 거다. 2026년부터 5년간 세계 경제는 연평균 2%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2%라는 숫자는 대단한 거다. ―올해 세계 경제의 3가지 변수를 꼽는다면. ▲먼저 지정학적 공존이다. 서로 친구가 될 필요도 없고, 서로 좋아할 필요도 없지만 어찌 됐든 서로 공존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게 없이 그 어떤 다른 요소는 무의미하다. 다음은 노동생산성 향상이다. 한국이 과거에 잘한 것처럼 단순히 자본을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 보건, 사회적 지원망, 고령층에 대한 관심 등 근본적인 것에 집중해 인구에 변화가 생겨도 어느 정도의 노동 생산성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거다. 친환경 연료로 에너지원을 대체해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정리= mkchang@fnnews.com 장민권 송지원 기자
2025-01-02 18:09:18[파이낸셜뉴스]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3·4분기 전산업 노동생산성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5% 증가한 109.6으로 집계됐다. 노동생산성지수는 부가가치나 산업생산 등 산출량을 노동투입량으로 나눈 비율로 노동생산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부가가치가 크고 노동투입이 적을수록 높게 나타난다. 3·4분기 부가가치는 1.4%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둔화 추세다. 고물가·고금리 기조에 따른 가계소비 위축으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다. 지난해 3·4분기 부가가치 증가율은 2.0%였다. 3·4분기 노동투입은 0.1% 감소했다. 근로자수는 증가(1.0%)했지만 근로시간이 이보다 큰 폭으로 감소(-1.1%)하면서다. 제조업의 경우 노동생산성지수는 지난해보다 4.1% 증가한 118.0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는 3.2% 증가했고, 노통투입은 0.9% 줄었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의 노동생산성은 6.7% 증가했다. 노동투입이 보합 수준을 유지(0.0%)한 반면, 부가가치는 증가(6.7%)하면서 생산성이 증가했다. 업종별 노동생산성지수를 보면 자동차·트레일러는 0.4%, 기계·장비는 4.6%, 서비스업은 1.9% 증가했다.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지수는 1.9% 증가한 108.8을 기록했다. 부가가치는 1.4% 증가했고, 노동투입은 0.5% 감소했다. 도·소매업과 보건·사회복지의 노동생산성은 각각 1.0%, 1.7% 증가한 반면 전문·과학·기술은 노동생산성은 2.5% 감소했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3·4분기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4·4분기에는 내수 부진과 함께 수출 둔화가 우려되는 만큼 생산성 향상이 더욱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12-26 13:35:21[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1% 아래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노동 투입이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총요소생산성마저 빠르게 하락하면서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1%대' 저성장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구개발연구원(KDI)에서 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11일 KDI 남창우 연구부원장은 '한국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을 주제로 개최된 '2024 KDI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라는 기조발제에서 남 부원장은 "2010년대의 연평균 성장률은 2000년대에 비해 거의 2%p 가까이 하락했다"며 "가장 큰 원인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세의 급락에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1%를 밑도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선진국들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총요소생산성은 자본·노동·에너지·원재료·서비스 등 모든 투입요소를 고려한 생산과정 전반의 효율성 지표다. 기술진보 및 경영혁신 등의 효과로도 해석된다. 총요소생산성이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2001년에서 201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4.7% 중 총요소생산성 기여도는 1.9%p였다. 하지만 2011년에서 2019년까지 평균 성장률은 2.9%였지만 총요소생산성 기여도는 0.7%p에 머물렀다. 남 부원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경직성과 과도한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에 따른 생산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공교육시스템 약화·연구개발(R&D) 실질적 성과 부진 등 창조적 혁신 둔화, 중앙집권적 행정체계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에 따른 미약한 사회자본을 생산성 저하의 3대 원인으로 꼽았다. KDI가 한국경제 생산성 저하 원인을 기술진보 둔화, 생산자원 배분 비효율에 있다고 진단, 개선안을 제시한 것이다. KDI는 생산자원의 합리적 배분 방안을 제시했다. KDI 양용현 규제연구실장은 "잘 설계된 규제는 생산성을 눂여준다"며 "규제샌드박스 개시부터 규제개선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재편과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한 노동시장 개혁도 강조했다. KDI 김민섭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소수의 안정된 근로자와 다수의 불안정한 근로자로 구성된 이중구조는 생산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고용보호 격차 완화, 여성·장년층 인력 활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사관계 선진화도 생산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선결과제로 제시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기준법을 개정, '부분 근로자 대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반수 노조의 근로자 대표 제도를 개선해 청년, 고령자 등이 합리적 임금체계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중소기업 지원사업 대전환도 촉구했다. KDI 김민호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올해 중기 지원사업에 34조5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지원 사업이 1761개나 된다"며 "사업 운영비 대비 효과성이 낮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지난 20년간 '민간이 주도하는 정책'을 표방했지만 정부 주도와 행정편의에 따른 보조금 지급 등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증거 기반의 성과 중심 기업 지원정책으로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컨퍼런스에서는 창조적 혁신 제고 방안도 제시됐다. 고려대 안준모 교수는 'R&D 효율화' 주제 발표에서 "경직적인 국가 R&D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이 창의적인 R&D를 주도하고 시장수요에 맞출 수 있도록 국가와 민간이 함께 투자하는 'R&D PPP'(민관 합작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자본 확충은 지역균형 발전, 대기업 규율 합리화, 기업간 거래 선진화가 제시됐다. KD1 박진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인구 500만명에서 1000만명 단위로 행정체계를 개편하고 세입·세출·행정 분권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행정분권은 핵심 행정권한인 토지규제권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도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 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조성익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증권 관련 집단소송 실효성 제고, 공시제도의 효과성 개선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4-12-11 11:47:06[파이낸셜뉴스] 반도체를 중심으로 최근 수출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회복 모멘텀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8일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수출기업은 과거 높은 경쟁력으로 국내 경제성장을 이끌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들 기업에서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결책으로 보고서는 "기업의 수출 참여로 인한 이점인 시장규모 확대, 기업 간 경쟁 증가, 혁신 유인 제고 등 생산성 향상 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제조업을 대상으로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액)을 계산한 결과, 국내 수출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9년 전체 제조기업과 비교하여 30% 정도 높은 생산성을 보유했다. 하지만 2020~2022년 기준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은 9368만원으로 전체 제조기업(9289만원)보다 약 0.8%를 상회했다. 주력산업 성숙기 진입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SGI는 "국내 10대 주력 수출품목을 살펴보면 20년 전과 현재가 거의 변화가 없다"라며 "국내 주력 수출품목을 생산하는 업종들은 산업 사이클상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있어 투자를 늘리더라도 얻을 수 있는 생산성 향상 폭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SGI는 보고서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사업재편 통한 효율적 자원배분 촉진 △중국 대체할 수출시장 발굴 등이 골자다. 김천구 대한상의 연구위원은 "유연한 노동시장을 통한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 수출기업의 신산업 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 그리고 저부가 기업의 원활한 사업재편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4-08-08 15:08:53[파이낸셜뉴스] 일손이 모자란 선진국에서 로봇과 외국인 이주 노동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 고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력이나 기술이 부족한 미숙련 노동자에 너무 의존할 경우 국가의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시 회복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향하는 이주 노동자 급증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기업 및 농가에서 저렴한 이주 노동자 고용에 중독된 탓에 혁신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22년에 38개 OECD 회원국에 유입된 해외 이민자는 총 610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14% 증가했다. OECD는 향후 영주권 취득을 기대할 수 있는 취업 이민이 15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지난해 미국에 입국한 이민자가 330만명으로 2010년대 평균(90만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농업 노동자의 4분의 3, 건설·광업 노동자의 30%는 이주 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OECD 집계 결과 미국 전체 노동 인구에서 외국인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6%에서 2021년 18%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독일의 이주 노동자 비율은 15%에서 21%로 늘었고 호주·영국(3%p)과 캐나다(6%p)에서도 이주 노동자 비율이 급증했다. 이러한 변화는 선진국의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다. WSJ는 서구 선진국들이 인구 절벽에 직면했으며,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에 따르면 2050년 유럽연합(EU)의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5분의 1 줄어들 예정이다. WSJ는 노동력 부족 대책으로 자동화 투자 확대, 사업장 축소, 은퇴 연령 상향 등의 방법이 있지만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이주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이 훨씬 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실을 따는 등 농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손길을 대체하기 어렵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이민 정책 센터(MPC)의 마틴 루스 교수는 "산업이 이민자 채용을 장려하는 구조가 되면, 이를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숙련 노동자 의존하면 생산성 떨어져 문제는 저숙련 이주 노동자에게 의존할 경우 해당 산업의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동 생산성은 노동자 1인이 일정기간 동안 산출하는 생산량 또는 부가가치를 나타낸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 속도는 궁극적으로 노동 생산성에 달려있다. WSJ는 2022년 덴마크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주 노동자를 쉽게 구하는 기업들은 로봇이나 자동화에 적게 투자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및 캐나다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이주 노동자가 증가하는 기업일수록 전체 생산성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OECD에 의하면 이주 노동자가 많은 농업 분야의 경우 미국의 연간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에 평균 1.4%였으나 2011~2019년에는 0.1%에 불과했다. 영국의 증가율은 같은 기간 0.1%에서 변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2000년대 2%에서 2010년대 1.3%로 미국에 비해 적게 감소했으며 일본의 성장률은 같은 기간 1.3%에서 1.6%로 증가했다. WSJ는 한국과 일본의 이민 정책이 미국 등에 비해 보다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안나 보처 공공정책학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이주 노동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가 없다면 호주의 보육 서비스가 일부 중단되고 밭에서 작물이 죽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과학자나 기술자 등 고학력 숙련 이주 노동자의 경우 기업의 생산성 및 노동자 임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는 인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자동화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코에서는 일부 농민들이 딸기를 모니터링하고 수확하는 데 인공지능(AI)를 활용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테블 에어로보틱스는 과일 수확용 로봇을 개발했다. 영국의 개발업체 필드 로보틱스도 플라스틱 팔 4개가 달린 182㎝ 길이의 라즈베리 수확용 로봇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 버몬트주의 낙농가인 오난 위트컴은 WSJ에 이주 노동자 대신 그는 80만달러(약 10억6000만원)를 들여 네덜란드산 우유 짜는 로봇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 도입 이후 우유 생산량이 30% 늘었고, 염증성 질환인 유방염 발생률도 80% 감소했다면서 7년 만에 로봇 투자비용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3-04 10:45:55【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노동생산성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일본 공익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는 "2022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2.3달러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0위"라며 "비교 가능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라고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일본은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20위 안팎을 유지했으나 2019년에 25위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한두 계단씩 내려앉아 결국 30위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노동생산성 1위 국가는 아일랜드(154.1달러)다. 이어 노르웨이(149.9달러), 룩셈부르크(124.0달러), 덴마크(101.9달러), 벨기에(98.5달러) 등 유럽 국가가 2∼5위에 올랐다. km@fnnews.com
2023-12-25 17:5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