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여야가 대선 기간 공통적으로 주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노사갈등뿐만 아니라 노노갈등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모두 약속한 주4.5일제를 두고 여러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민여론부터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4.5일제에 대한 긍정평가는 37.9%, 부정 25.5%, 중립 36.6%로 나타났다. 긍정평가를 한 응답자들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효과는 '일과 삶의 균형 향상'(64.0%)이었다. 반면 부정 평가를 한 응답자들의 우려는 '소득 감소 또는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부담'(29.4%), '업무 공백'(25.4%), '직군 간 형평성 문제'(24.0%), '현실성 부족'(20.5%) 등 다양했다. 소득 감소와 형평성 우려가 상당했다는 점에서 학계에선 노사갈등뿐만 아니라 노노갈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워낙 심각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주 4.5일제를 꾀할 수 있어도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는 그 변화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는 생계 소득을 올리기 위해선 장시간 노동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좋은 직장에 있는 사람들만 4.5일제 혜택을 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선 최소보수제나 적정소득보장제 등 논의도 차근차근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등 비전형 근로자들의 권익 증진과 최저임금 수준 소득 보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한 바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및 비전형 근로자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집중키로 한 만큼, 주4.5일제를 시도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 교수는 "이런 논의를 하려면 사용자의 타협, 또 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2025-06-09 17:52:56파업 불씨를 남긴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 갈등이 재점화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처럼 '통상임금' 관련 문제를 겪는 부산·울산·창원 등이 파업에 돌입한 끝에 사실상 노조측 승리로 합의안을 도출해서다. 노조측 의견이 반영될 경우 서울시는 늘어난 임금 부담 해소를 위해 감차·구조조정·요금 인상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야 하는 '준공영제'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8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최근 '운행 중단' 수준의 파업 이후 합의안을 도출한 부산·창원·울산에서 노조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노조측 관계자는 "부산, 창원, 그 이전의 대전의 합의까지 모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단체협약에 있는 상여금은 이미 확정적인 조합원들의 권리로 된 것이고 교섭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파업에 돌입하거나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들은 모두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 중인 곳이다. 버스 회사의 운행 적자분을 보전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세금을 동원한다. 이용객이 적은 적자 노선을 운영하고 값싼 요금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도 최근 4년간 2조5590억원의 예산을 준공영제 운영에 투입했다. 올해 예산 3200억원까지 합치면 5년간 2조9790억원을 버스 지원에 쓰고 있다.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노조측 의견이 수용될 경우 서울시는 실질 임금 상승률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시비 규모만 2800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사실상 준공영제 예산이 2배 가까이 상승하는 셈이다. 예산 증액 없이 노조측 입장을 수용하려면 버스 요금을 기존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요금 인상도 오랜 기간을 두고 조금씩 올려왔는데 버스 요금을 급격히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큰 만큼 감차 등 다른 방식의 조정안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시는 지난해 준공영제 도입 20년을 맞아 전면적인 버스 노선 재편을 예고한 바 있다. 운송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의 재정지원 부분과 운행 수익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는 비용 절감을 위한 극단적인 시도까지 나오지 않겠나 하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준공영제는 버스 전체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저소득·고령화층의 절대 수요가 늘며 재정 부담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재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확보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5-06-08 18:26:18[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사 갈등마저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조합들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정년 연장 등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관세 등에 따른 어려움을 피력하며 당혹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상여금 900%와 최장 64세 정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특히 노조의 요구안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은 13조2299억원인데, 여기에 30%인 3조9690억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시작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4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로 한국 '철수설'까지 불거진 한국GM은 내홍에 휩싸였다. 대미 수출 비중이 85%에 달하는 한국GM은 지난달 28일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에 대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국GM은 수익성 증대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일부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이번 조치는 "절대 철수가 아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지만, 한국GM 자산 매각 방침에 노조는 "7000여명의 조합원에 대한 선전포고이고,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를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다. 이 같은 요구안이 현실화할 경우 1인당 6000만원이 넘는 성과급과 격려금이 지급돼야 한다. GM의 본사 경영진들은 한국GM 생산량을 당장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외신 등에 따르면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열린 제41차 번스타인 콘퍼런스콜에서 한국GM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 GX, 엔비스타의 수입량 조정 여부를 묻는 말에 "이들 차량의 수익 기여도는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 남을 것이고, 이는 낙관적"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관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지속될 경우 철수설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의 강경 행보가 이어지면서 관세 등 대외 리스크와 맞물려 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5-06-01 12:52:00#OBJECT0# [파이낸셜뉴스]현대제철이 7개월간 이어진 노사 갈등을 봉합하면서 실적 회복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철근 유통가격이 손익분기점 수준을 회복하고 재고도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계절적 성수기와 판매 확대가 맞물리며 2·4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노사 갈등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이번 타결을 계기로 비상경영 체제를 마무리하고 정상 경영 체제로의 복귀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1·4분기는 파업 여파로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지만, 2·4분기부터는 건설 성수기 진입과 판매 확대에 힘입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인천제철소 철근 공장(연간 철근 150만t·형강 200만t 규모) 가동을 일시 중단했지만, 포항공장 생산물량과 기존 재고를 활용해 철근 부문 연간 판매 목표(422만t)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2·4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인 만큼 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 반등 가능성이 높다"며 "감산 영향은 재고와 생산 조정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철근 가격 상승세도 실적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제강사들의 감산과 가격 인상 기조에 따라, 철근 유통 가격은 이달 초 t당 68만5000원에서 최근 73만5000원까지 올랐다. 이는 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70만원 선을 웃도는 수준으로, 철근 가격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공급 여건도 철근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제강사의 철근 재고는 지난해 말 37만8000t에서 올해 △1월 35만9000t △2월 33만6000t △3월 32만3000t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으며, 철근 수입도 지난해 1·4분기 7만4000t에서 올해는 1만9000t으로 급감했다. 수요 회복과 공급 축소가 맞물리면서, 철근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로와 고로 제품군에서 가격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열연과 후판 가격이 소폭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기로는 감산에 따른 유통가격 상승과 고철 수요 둔화로 스프레드(원재료와 판매가격 간 차이)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후판의 경우, 이달 중 발표될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관세 부과 여부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하나증권은 현대제철이 2·4분기 영업이익 712억원을 기록하며, 1·4분기 적자 흐름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2025-04-14 15:53:08[파이낸셜뉴스] 현대제철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도달하며 장기화되던 갈등이 해소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협상의 핵심 쟁점이던 성과급 문제에서 사측이 기존 안보다 50만원을 추가 제시하며 노조와의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9일 오후 노조와의 교섭에서 성과급을 '기본급의 450%+1050만원'으로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수용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임금은 월 10만1000원 인상으로 합의됐다. 이번 합의는 총파업 직전까지 치닫던 갈등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노조는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당진제철소 일부에 대해 사상 첫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잠정 합의안은 조만간 전국 5개 지회의 조합원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총파업을 유보하고 교섭에 복귀한 만큼, 이번 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을 연기하고 임단협 교섭을 재개해 잠정합의안을 끌어낸만큼 이 합의안은 무난히 찬반 투표에서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현대제철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오는 2·4분기부터 본격적인 정상화에 돌입할 전망이다. 1·4분기에는 파업 여파로 6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건설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는 2·4분기 이후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2025-04-10 16:45:39[파이낸셜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각국에 무차별 관세 부과를 선언한 후 현대제철,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 현지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 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 부진 장기화로 국내 일부 설비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린 상황에서, 미국 현지로 생산 물량을 이전하게 되면 국내 제조업 구조조정 및 고용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美 투자로 철강 노사 갈등 격화 전망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미국 생산기지 구축 검토가 노조와의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짓는 것을 검토 중으로, 공장 부지는 루이지애나·텍사스·조지아 등 미국 남부 지역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해 착공에 들어가고 오는 2029년께에는 제철소를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노조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노사가 임단협에서 성과급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 투자가 확정되면 국내 공장 가동 중단, 인력 조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한 내부 구성원은 "이미 업황 부진으로 공장을 축소 운영하고,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성과급 지급도 못하는데 무슨 돈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전날 노조의 게릴라 파업에 생산 차질이 생기자 무기한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공식 담화문을 통해 노사 갈등이 격화된 상황을 언급하고 "파업 철회와 대화 복귀를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도 미국 내 상공정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비가 높고 변동성도 높은 만큼 다양한 옵션을 두고 신중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아그룹의 경우 텍사스주에 연간 6000만t 생산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설비 줄어...신중한 검토 필요" 전문가들은 변화된 통상 환경에서 해외 생산 확대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현지 공장 건설에 따라 국내 제조업의 일자리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현지에 상공정 공장이 진출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설 개보수를 조금 덜 하면서 일부 설비가 점차적으로 없어지는 것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수요 상황도 좋지 않아, 지난해 일부 공장 설비들이 폐쇄되는 등 2차 업체들에서 인력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관세 장벽이 강화된 상황에서 미국 현지 진출의 이해득실을 따져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은 인건비가 높아 이를 감내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하고, 우리나라보다 제조 원가 부담이 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고급 제품을 만드는 등의 전략을 세우는 것은 현지에 진출하는 철강기업의 숙제가 될 것"라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5-02-25 16:21:07[파이낸셜뉴스] 앞으로는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한다는 정부의 지침이 발표되면서 기업들은 당장 늘어난 인건비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재직조건만 적용되지 않아도 추가 지출되는 연간 인건비를 약 6조7888억원으로 전망했는데, 대법원이 재직 조건을 넘어선 '고정성' 요건을 삭제한 만큼 인건비는 이 금액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개별 사업장마다 달라 추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장 많은 기업들이 임금체계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도 격화될 전망이다. 6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반영한 통상임금 지침을 변경해 지방관서에 배포했다. 바뀐 지침에 따르면 기존의 통상임금 요건이었던 '고정성'이 제외되면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의 범위가 넓어졌다. 재직 조건부·근무일수 조건부 정기상여금 등은 과거에는 통상임금성이 부정됐으나 이제는 포함된다. 이에따라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은 물론, 명절귀향비나 휴가비 등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통상임금은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미사용연차휴가수당 등 법정수당의 지급 기준이 된다. 바뀐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당장 기업들은각종 수당을 올려줘야하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앞서 경총은 재직조건만 적용되지 않아도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평균적으로 1년에 9만2000명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러한 임금 증가는 대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300인 이상의 경우 평균 월 30만1000원, 29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월 1만7000원 증가에 그칠 것이란 것이다. 기업들은 앞다퉈 통상임금 지급조건을 조정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앞으로 직무·성과급 도입을 택하려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사가 복잡한 임금구조 단순화, 미래지향적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김문수 장관도 "노사가 협력해 복잡한 임금구조나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맞게 개선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을 변경할 경우 근로자 동의 등 법적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노사간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인건비 총액을 줄이기 위해 회사는 임금인상율을 제한하려 하고 근로자는 반발해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 새 법리에 따라 통상임금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 혐의로 회사를 고소하는 사례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통상임금 지급조건을 조정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업규칙 변경시 법이 정한 소정의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도록 지도를 철저히 하겠다"면서 "노사가 약정 통상임금을 정한 경우 법정 통상임금과 비교해 미달되지 않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새로운 법리는 12월 19일 전합판결 선고이후 통상임금 산정시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소급적용은 안되지만, 해당사건 및 이미 법원에 계류중인 병행사건까지는 소급이 인정된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5-02-06 13:04:02[파이낸셜뉴스] 정국 불안 속 노사 갈등이 내년에 더욱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정년연장 이슈를 중심으로 경영계와 노동계가 마찰지수를 높여갈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2025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9.3%가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10개사 중 7곳이 '노사관계 주의보'를 띄운 것이다. 이런 반응은 지난해 조사(62.3%)때보다 더 많아진 것으로, 노사갈등을 둘러싼 경영계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은 28%였다. 더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2.7%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가 지난달 25일부터 계엄사태 및 탄핵정국이 막 본격화되는 시점인 지난 6일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후 기업들의 체감 심리는 더욱 악화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사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보는 주된 이유로는 '정년연장 등 다양한 노조의 요구'(59.6%)가 1순위로 지목됐다.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관련 투쟁 증가'(18.3%), '노동계의 정치투쟁 증가(10.6%)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른 내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주요 쟁점 사항도 '정년연장'(34.6%), '고용안정'(19.5%)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어 '조합활동 확대'(11.9%), '인력 충원'(10.1%), '근로시간 단축'(8.2%)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자체적으로, 이미 정년연장이 내년도 '노사갈등의 핵'이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내년도 임단협 개시시기는 2024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이 많았으며, 교섭기간은 평균 3~4개월이 소요될 것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경제 및 정치일정의 불확실성으로 예년에 비해 조기에 임단협 진행의 필요성이 증가한 것으로 경총은 분석했다. 내년 추진해야 할 주요 노동 정책에 대한 조사에서 기업들은 '근로시간 노사 선택권 확대 등 근로시간 운영의 유연화'(32.4%)를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어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 등 고용경직성 완화'(21.1%), '사업장 점거 금지, 대체근로 허용 등 노조법 개정'(15.6%),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지원'(12.7%) 순으로 조사됐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기업들은 최근 경제 및 정치 불확실성에 더해노사관계 불안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며 "최근의 경제위기와 사회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푸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4-12-26 16:53:10[파이낸셜뉴스] 가계와 기업의 '빚'이 모두 늘어나고 고금리까지 이어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들과 노동조합의 '성과급'을 둘러싼 분규가 최고조를 향해가고 있다. 은행들이 '이자장사' 비난을 이유로 성과급 수준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정하겠다고 하자, 노조에서는 파업 결의는 물론 회장의 비리 제보에 2000만원 상금을 내걸고 응수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조가 연말 파업을 결정하자 사측은 사내 인트라넷에 '파업 당일 비조합원의 연차 사용 자제 요청'을 공지하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27일 총파업해 모든 지점의 영업 활동을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지분율 59.5%)와 기업은행 사측이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적 파업도 추진한다는 강행 태도다. 앞서 전국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총파업 관련 기자간담회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모든 점포가 마비되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며 "은행과 정부가 우리 공공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2·3차 총파업을 통해 은행업무를 모두 마비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은 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팀장급 이상 직원을 제외한 노조 가입자 전원에 가까운 8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파업하는 명분은 '차별·체불임금 해결' 요구다. 노조는 회사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동일 노동을 하는 시중은행 대비 임금 약 30% 적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1인당 600만원 수준의 시간외 근무수당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500만원이다. 노조는 "기업은행은 매년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기재부가 1조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지만, 직원들에게 지급된 특별성과급은 0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사측은 지난주 사내 인트라넷에 '총파업 당일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한 비조합원의 연차 사용 자제 요청'을 공지했다. 노사 간의 대화를 통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장 1년차 이상의 비조합원의 근무로 영업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조합원의 압도적 참여,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 한국노총, 금융노조 등 연대체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총파업을 성공시키겠다"며 "요구안에 불응하면 2·3차 총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NH농협중앙회 노조도 농협중앙회와의 임금단체협상 교섭 결렬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임금 등에 대한 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1987년 노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노조는 26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NH노조 관계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금융지주가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다른 시중은행 대비 성과급 규모 등을 이유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와 금융 계열사에 전년 수준의 성과급을 통보한 상태다. 농협금융의 3·4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3151억원에 달해 전년동기 대비 13.2%(2701억원)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수준의 성과급 통보에 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NH노조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과 관련된 각종 비리 혐의 대한 제보를 받겠다며 포상금 2000만원을 걸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은행 노조는 각각 NH노조와 기업은행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자장사라는 비난 속 성과급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사측의 '변명'에 은행별 투쟁이 은행권 전체 연대 투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은 '이자장사 속 억대 성과급' 비판 여론에 몰려 성과급 규모를 기존 300~400%에서 200~300%로 조정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 은행의 임단협도 진행되고 있다. 은행권 노사간 교섭이 줄파행을 잇는 이유는 은행권이 지난해 성과급을 삭감한 데 이어 올해도 성과급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동찬 기자
2024-12-25 15:41:59[파이낸셜뉴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오픈톡'을 열고 사실상 현 근무제도를 유지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카카오 노조 가입율이 과반을 달성한 가운데, 사측과 노조의 입장 차만 확인하며 공회전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갈등의 해법을 찾지는 못한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신아 대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 40분께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온·오프라인 간담회인 오픈톡을 진행하고 최근 재택근무(원격근무)제도와 집중 업무 시간제인 '코워크 타임제' 도입을 논의했다. 사측은 주 1회 재택이나 월 1회 리커버리데이 확대, 코워크타임 도입 등을 제안했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카카오에선 재택근무제 부활과 관련해 근무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앞서 임금·단체 협약(임단협) 안건으로 재택근무제 부활을 제안했는데, 사측은 이를 절충한 방안 도입을 요구했다. 코워크 타임제는 스스로 정한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특정 시간에는 집중적으로 업무를 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카카오는 코로나19 시기 전면 재택근무를 하다가 지난해 3월부터 출근을 원칙으로 하면서 일부 재택을 허용하는 식으로 근무제도를 바꿨다. 올해 초 정 대표가 취임하고 나서는 전원 출근제를 시행 중이다. 노조는 업무 유연성을 이유로 재택근무제를 요구하는 한편 일괄 적용을 요구받는 코워크타임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카카오 공동체 노조인 '크루 유니온' 가입률이 과반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근무 제도 관련 협의가 더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무제도 변경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수 있는데 노조 가입률 과반이 확실시될 경우 노조 동의가 있어야 근무제도 변경이 가능하다. 그간 노조는 △경영쇄신 △계열사 구조조정 △근무제도의 잦은 변경 등을 지적해왔다. 노사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단체 행동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23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10-29 15:3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