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산시는 25일 시청 사회복지국장실에서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와 '2025년 노숙인 일자리 창출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복지와 고용을 연계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노숙인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협약에 따라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는 사업비 7100만원을,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는 참여자 선발과 관리를 맡는다. 시는 행정적 지원을 한다. 선발된 노숙인은 5월부터 부산역과 구포역에서 하루 3시간씩 환경미화 활동과 동료 노숙인에 대한 계도 활동을 하고 월 90만원을 받는다. 아울러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문화 활동, 취업 상담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는 2018년부터 매년 노숙인 일자리 사업을 위해 사업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5-04-25 09:08:13[파이낸셜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복권을 구매한 한 노숙인이 100만달러(약 14억2000만원)에 당첨됐다는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노숙인 A씨는 이달 초 미 캘리포니아주 샌루이스오비스포의 한 복권 판매점에서 5달러(약 7000원)짜리 '트리플 레드 777 스크래치 복권'을 구입해 100만달러에 당첨됐다. A씨에게 복권을 판매한 센트럴 코스트 지역 샌 루이스 오비스포매장의 매니저인 윌슨 사만은 한 지역 언론에 A씨를 '오랜 단골손님이자 노숙인'이라고 소개했다. 수년간 친분을 쌓아온 사만과 A씨는 매우 가깝게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다. 사만이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 A씨에게 가게를 부탁할 정도였다고 한다. 사만은 한때 A씨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A씨는 무릎 부상으로 육체노동이 힘들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만은 "본인보다 (내가) 더 흥분했다"면서 "그는 좋은 사람이고, 받을 자격이 있다. 실제로 기회가 필요하고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서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매장 측은 인스타그램에 당첨 사진을 올리며 A씨의 당첨을 축하했다. 이 매장은 복권을 판매한 소매업체로 총 당첨금의 0.5%인 5000달러(약 712만원)를 받게 되는데, 사만은 이번 당첨이 2013년 매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당첨이라고 말했다. 사만은 "그는 착하고 믿음직한 사람"이라면서 "그는 선물 받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하며 차와 작은 집을 살 거라고 했고, 나머지 돈은 투자하거나 사업을 시작할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캘리포니아 복권 담당자는 "아직 당첨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확인 절차에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구 및 심사 과정이 끝날 때까지 당첨자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4-19 11:52:23[파이낸셜뉴스] 서울시가 봄을 맞아 겨우내 가동해 온 특별 지원 대책을 마무리한다. 올해는 서울시뿐 아니라 여러 민간단체도 노숙인, 쪽방촌 지원에 힘을 보탰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실시한 '겨울철 취약계층 특별 보호 대책'을 지난 15일 종료했다고 21일 밝혔다. 4개월 동안 거리 상담 총 6만8000건, 쪽방 1155곳에 전기이상감지 IoT센터 설치, 고령·중증질환자 147명 관리가 이뤄졌으며 동행목욕탕은 5189명이 이용했다. 먼저 특별 대책 기간 중 자치구.노숙인 시설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상담반 53개 조 108명이 거리에서 현장 상담을 제공했다. 총 6만8912건 중 △응급 잠자리 이송 보호(5149건)가 가장 많았으며 △시설 입소(117건) △병원 입원(109건) △119 신고(38건) 등 응급조치를 진행했다. 노숙인 응급 잠자리는 하루 평균 389명이 이용했으며, 무료 급식은 1,560명이 이용했다. 시가 제공하는 응급잠자리 이용을 원치 않는 거리 노숙인에게는 침낭 268개, 의류 1만8329벌, 핫팩 9만7724개 등 총 20만6041개의 방한용품을 지급했다. 그 밖에 고령자, 중증질환자 등 한파 피해 우려가 있는 거리 노숙인 129명은 '집중관리대상자'로 분류해 상담원이 노숙 위치를 모니터링했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노숙인 특성에 맞는 의료 및 주거.행정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집중관리대상자에게도 병원 연계(46건), 응급 잠자리(623건), 귀가 조치(4건), 임시주거 지원(4건), 구호물품 지급(1만2996건) 등을 지원했다. 민간 단체도 거리 상담에 참여해 노숙인의 겨울을 보살폈다. 오래전부터 노숙인을 위해 활동해 온 봉사단체 '거리의천사들'과 '달팽이소원'은 매일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강남권 거리 상담 활동에 함께했다. 일반시민 또한 서울시 노숙인 위기대응콜를 통해 노숙인 보호에 힘을 보탰다. 대책 기간 동안 총 1139건의 위기대응콜 신고가 접수됐고 현장 출동 257건, 시설보호 225건을 조치했다. 쪽방 주민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서도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다. 시는 지난해 9~10월, 화재 위험이 높은 쪽방촌 648개소를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노후하거나 불량으로 확인된 전기·가스 시설물 176개는 겨울이 오기 전 개보수 완료했다. 아울러 돈의동 쪽방촌에는 스마트 전기화재 예방시스템 시범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쪽방별 분전반에 24시간 실시간 누설전류, 과전류, 과부하 등 전기 이상신호를 감지했다. 시는 한파, 야간 화재 사고 등 예방을 위해 주간(918회)과 야간(1,010회)에 매일 순찰했다. 쪽방 주민 중 고령 또는 중증질환자 147명은 별도로 관리, 간호사가 총 1만3631회 가정 방문해 건강 상태를 수시로 살폈다. 이외에도 치료가 필요한 주민 410명은 병원 연계했다. 난방시설이 열악한 쪽방 주민을 위해 동행목욕탕(총 8개소) 중 5곳에서 운영된 ‘야간 밤추위대피소’는 지난 4개월간 5198명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했다. 김미경 서울시 자활지원과장은 "올해도 노숙인의 자립과 쪽방 주민의 쾌적한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 따뜻하고 매력 있는 서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5-03-21 09:53:31[파이낸셜뉴스] 한파 속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빵을 훔쳐 달아난 노숙인에게 처벌이 아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경찰관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시 20분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제과점에서 “어떤 남성이 빵을 훔쳐 달아났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남양주북부경찰서 진접파출소 경찰관들은 가게 CCTV를 통해 70대 남성 A씨가 빵 2개를 훔쳐 도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의 동선을 추적해 신상을 파악했으나, 주소지로 등록된 집에서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사건 이틀 뒤 순찰을 하던 윤재성 경위와 김용구 경사가 한 다리 아래에서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비닐 천막 등으로 덧댄 임시 거처에서 낡은 담요 등으로 추위를 견디며 노숙을 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파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월세를 내지 못해 약 3개월 전부터 다리 밑에서 노숙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윤 경위와 김 경사는 A씨를 당장 처벌하기보다 생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쉬는 날에도 직접 발로 뛰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A씨가 식료품 지원과 긴급생계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A씨는 현재 읍사무소가 마련한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병원 진료와 함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3개월 동안 편의점과 마트, 제과점 등에서 라면과 빵 등을 절도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날도 추워지고 A씨의 건강도 우려돼 뭐라도 도울 수 있게 읍사무소 복지 담당과 연결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은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1-31 13:59:11[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구는 설 명절을 맞아 오는 24일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연휴 기간 특별 순찰을 강화해 노숙인 안전 관리에 나선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도시락 전달은 강남지역자활센터의 ‘엄마밥상’ 사업단과 함께 진행한다. 자활근로 참여자들이 직접 만든 도시락은 24일 오후 2시 강남역과 봉은사역 등 노숙인 주요 거점에서 전달한다. 엄마밥상은 자곡동문화센터 4층에 있는 식당으로, 매년 설과 추석 명절마다 노숙인들에게 도시락 전달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설 명절에도 도시락 전달을 통해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정을 전하고, 사회 복귀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설 연휴 기간 특별 순찰단 8명을 구성해 강남역, 선릉역, 역삼역 등 노숙인 중점 지역 10개소를 집중 점검한다.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하고, 노숙인의 안전 관리 및 새롭게 유입되는 노숙인을 예방하는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거리 노숙인을 쉼터로 이동시키고 안정된 생활로 복귀하도록 돕기 위해 지속적인 상담과 유관기관 사례관리 회의를 통해 맞춤형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이번 설 명절 도시락 전달이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촘촘한 지원 체계를 통해 노숙인 안전과 보호에 힘쓰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5-01-23 09:26:06[파이낸셜뉴스] 노숙인들이 잠자고 있던 지하보도에 불을 지른 남성의 영상이 공개됐다. 13일 경찰청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 밤 10시께 노숙인 10여 명이 자고 있던 남대문 지하보도 내 방수 천막이 씌워진 철제선반 앞으로 한 남성이 다가왔다. 잠시 후 남성이 자리를 떠나자 선반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불길이 삽시간에 치솟으면서 검은 연기를 내뿜었으나 다행히 시민이 소화기로 진압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화재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라이터로 선반에 불을 지른 남성을 발견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CCTV 영상으로 피의자를 특정해 숨어있던 50대 남성을 찾아 범행 추궁 끝에 검거했다. 남성은 술을 마시고 노숙인들과 언쟁을 벌이다 홧김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CCTV에는 남성이 숨어서 불이 나던 순간을 태연하게 지켜보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는 같은 장소에서 종종 잠을 자는 등 노숙인들과 알고 지낸 사이로 밝혀졌다. 경찰은 남성을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1-15 13:38:11"선생님, 이제 경찰서 안 가도 돼요. 나라에서 나온 돈(진료비 본인부담금상환제)으로 피해금액 변제하고 검찰에서 벌금형으로 처리해서 돈 내고 잘 마무리했어요. 이젠 자유의 몸이 됐으니 빨리 회복해서 다시 한번 멋지게 살아가세요." 주말인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온요양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입원병동. 병원 행정실장 권진영씨가 병상에 누워서 눈만 끔벅끔벅하는 H씨(66)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H씨는 겨우 입을 달막거리면서 "응" "예" 하고 단답형으로만 행정실장에게 반응했지만, 그는 옅은 미소로 감사함을 표시하는 듯했다.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식품을 훔친 죄로 경찰 수배 중 거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수술로 기적적으로 살아난 노숙인이 진료비 본인부담금상환제라는 의료복지제도의 혜택으로 형사처벌에서 벗어나 요양병원에서 요양 중이라는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거리를 전전하던 H씨는 지난해 10월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한 달여 도망 다니던 그는 11월 하순 길거리에서 쓰러졌다. 무연고자인 그는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돼 경막하 출혈 진단을 받고 인근 온종합병원 뇌혈관센터에서 응급수술로 목숨을 건졌다. 온종합병원에서 20여일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뇌출혈 후유장애가 남은 H씨는 마땅히 돌아갈 집이 없어 지난해 12월 온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온요양병원은 H씨가 무연고자여서 월 40만원에 달하는 간병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검찰로부터 "H씨가 현재 별도 수용시설에서 생활이 가능한가" 물어왔다. "뇌출혈 후유장애로 거동을 전혀 할 수 없고, 혈관성 치매 등으로 의사표현조차 힘겨운 중증 상황"이라는 병원 측의 설명으로, 그는 수감 위기에서 벗어났다. H씨의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 많이 생겼다. 입원 초기부터 H씨를 상담해온 이 병원 이채영 사회복지사가 그의 후견인을 자청했다. 후견인으로 지정되는 과정에 H씨의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졌다. H씨는 열살 무렵 시골 고향의 개울에서 다이너마이트로 물고기를 잡다가 잘못 터지는 바람에 왼쪽 눈을 실명하고 손가락 3개가 절단됐다. 부모형제도 없고, 결혼한 적이 없는 혈혈단신으로, 빵이나 플라스틱 제조공장 등을 전전하며 부산역 등에서 노숙했다. 온요양병원 입원 이후 H씨를 담당해오던 부산진구 당감2동 주민자치센터에 후견인으로 등록한 이 복지사는 이달 초 관할 주민자치센터로부터 후견인으로 H씨의 '진료비 본인부담금환급금'을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본인부담상한액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일정 기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부담해야 할 최소한의 금액으로, 이 상환액이 초과되면 이후의 의료비는 전액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H씨는 온요양병원 측과 이 복지사의 도움으로 지난 4일 본인부담금 상환금 신청서를 제출했고, 11일 건보공단으로부터 4년 치 환급금을 받았다. 이 복지사는 미납 간병비를 공제하고, 수배사건과 관련된 벌금까지 지급함으로써 '노숙인 장발장' H씨를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될 수 있게 도와줬다. 온요양병원 이 복지사는 "H씨처럼 무연고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는 흔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일반 가정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되는 간병비 등을 고려하면 이들의 입원을 선뜻 받아들일 요양병원이 흔치 않은데, 늘 사회공헌을 앞세우는 온병원의 뜻을 받들어 적극 수용해 돌보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또 "H씨의 일처리도 무연고 환자들과 상담하는 과정에 최대한 현행 복지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병원 지침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온요양병원 권진영 행정실장은 "H씨는 입원 당시 오래 노숙생활을 한 탓에 연고자는 물론 주민등록증조차 없었다"며 "병원이 H씨의 가족이 돼줘야겠다는 생각에 담당 사회복지사를 통해 주민증도 새로 발급받아 의료급여 혜택을 볼 수 있게 했고, 뜻하지 않는 본인부담금상환제도 덕분에 밀린 간병비는 물론 벌금형까지 갚음으로써 '자유의 몸'이 됐다"고 우리나라 의료복지 제도의 우수성에 흐뭇해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4-12-15 18:38:36[파이낸셜뉴스] “선생님, 이제 경찰서 안 가도 돼요. 나라에서 나온 돈(진료비 본인부담금상환제)으로 피해 금액 변제하고, 검찰에서 벌금형으로 처리해서 돈 내고 잘 마무리했어요. 이젠 자유의 몸이 됐으니 빨리 회복해서 다시 한 번 멋지게 살아가세요.” 주말인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온요양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입원병동. 병원 행정실장 권진영씨가 병상에 누워서 눈만 끔벅끔벅하는, H씨(66)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H씨는 겨우 입을 달막거리면서 응, 예, 하고 단답형으로만 행정실장에게 반응했지만, 그는 옅은 미소로 감사함을 표시하는 듯했다.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식품을 훔친 죄로 경찰 수배 중 거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수술로 기적적으로 살아난 노숙인이 진료비 본인부담금상환제라는 의료복지제도의 혜택으로 형사처벌에서 벗어나 요양병원에서 요양 중이라는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노숙을 전전하던 H씨는 지난해 10월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한 달여 도망 다니던 그는 11월 하순 길거리에서 쓰러졌다. 무연고자인 그는 부산의료원에 후송돼 경막하 출혈로 진단받고 인근 온종합병원 뇌혈관센터에서 응급수술로 목숨을 건졌다. 온종합병원에서 20여 일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뇌출혈 후유장애가 남은 H씨는 마땅히 돌아갈 집이 없어, 지난해 12월 온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온요양병원은 H씨가 무연고자여서 월 40만원에 달하는 간병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검찰로부터 “H씨가 현재 별도의 수용시설에서 생활이 가능한지” 물어왔다. “뇌출혈 후유장애로 거동을 전혀 할 수 없고, 혈관성 치매 등으로 의사표현조차 힘겨운 중증상황”이라는 병원 측의 설명으로, 그는 수감 위기에서 벗어났다. H씨의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이 많이 생겼다. 입원 초기부터 H씨를 상담해온 이 병원 이채영 사회복지사가 그의 후견인을 자청했다. 후견인으로 지정되는 과정에 H씨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졌다. H씨는 열 살 무렵 시골 고향의 개울에서 다이너마이트로 물고기를 잡다가 잘못 터지는 바람에 왼쪽 눈을 실명하고 손가락 3개가 절단됐다. 부모형제도 없고, 결혼한 적이 없는 혈혈단신으로, 빵이나 플라스틱제조공장 등을 전전하며 부산역 등에서 노숙했다. 온요양병원 입원 이후 H씨를 담당해오던 부산진구 당감2동 주민자치센터에 후견인으로 등록한 이 복지사는 이달 초 관할 주민자치센터로부터 후견인으로 H씨의 ‘진료비 본인부담금환급금’을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본인부담상한액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일정 기간 동안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부담해야 할 최소한의 금액으로, 이 상환액이 초과되면 이후의 의료비는 전액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본인부담상한액은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로, 특히 만성질환자나 고액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의료복지 제도이다. H씨는 온요양병원 측과 이 복지사의 도움으로 지난 4일 본인부담금 상환금 신청서를 제출했고, 11일 건보공단으로부터 4년 치 환급금을 받았다. 이 복지사는 미납 간병비를 공제하고, 수배사건과 관련된 벌금까지 지급함으로써 ‘노숙인 장발장’ H씨를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될 수 있게 도와줬다. 온요양병원 이 복지사는 “H씨처럼 무연고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는 흔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일반 가정에서도 경제적 부담이 되는 간병비 등을 고려하면 이들의 입원을 선뜻 받아들일 요양병원이 흔치 않은데, 늘 사회공헌을 앞세우는 온병원의 뜻을 받들어 적극 수용해 돌보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또 “H씨의 일처리도 무연고 환자들과 상담하는 과정에 최대한 현행 복지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병원 지침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온요양병원 권진영 행정실장은 “H씨는 입원 당시 오래 노숙생활을 한 탓에 연고자는 물론 주민등록증조차 없었다”며 “병원이 H씨의 가족이 돼줘야겠다는 생각에 담당 사회복지사를 통해 주민증도 새로 발급받아 의료급여 혜택을 볼 수 있게 했고, 뜻하지 않는 본인부담금상환제도 덕분에 밀린 간병비는 물론 벌금형까지 갚음으로써 ‘자유의 몸’이 됐다”고 우리나라 의료복지 제도의 우수성에 흐뭇해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4-12-15 11:16:44[파이낸셜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노숙인 자립지원 현장을 찾았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를 찾아 노숙인 보호·자립지원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방한용품을 전달했다고 기재부가 전했다. 김동일 예산실장, 윤인대 차관보, 강영규 대변인 등 주요 간부들도 동행했다. 최 부총리는 현장 간담회에서 "정부 역할은 단순히 보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며 "취업지원, 공공임대주택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세심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동행한 기재부 간부들에겐 "국민의 일상이 정책 수립의 출발점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계나 숫자에만 의존할 때 빠지기 쉬운 평균의 함정에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민생안정과 사회이동성 개선 등 정책 과제는 전달체계 실무자들의 의견이 중요한 만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수립-집행-보완-체감 등 모든 단계에 반영하는 등 '현장에 진심인 기재부'로 거듭나자"고 주문했다. 기재부는 "이번 현장방문은 국민과 현장의 눈높이에 맞는 양극화 타개 대책 마련의 첫걸음"이라며 연내 2~3차례 추가로 민생현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11-26 10:03:28노숙인에게 새 삶 찾아주는 '오세훈표 희망의 인문학' 수료율이 2년 연속 80%를 넘겼다. 2022년 10년 만에 부활한 '희망의 인문학'은 더 탄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노숙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노숙인들이 자존감을 회복해 자립의지를 세워 새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희망의 인문학'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참여자 84% 수료…2년 연속 80%↑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중구 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4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에서 참여자 989명 중 84%인 827명이 과정을 마쳤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 등 소외계층이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고, 자기 성찰을 한 뒤 삶의 의지를 다지고, 자존감을 세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력한 의지로 2008년 시작한 뒤 2012년까지 이어졌다. 오 시장이 2021년 보궐선거로 서울시에 재입성한 뒤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프로그램 지원사업이 지자체로 이양됨에 따라 2022년부터 다시 시작했다. '희망의 인문학' 성과는 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08년에서 2012년까지 5년간 40%대에 머물렀던 수료율은 10년 만에 사업을 재개한 2022년 79%로 크게 올랐다. 2023, 2024년은 2년 연속 80%대를 기록했다. 이전엔 '소수 시설 중심' 운영 방식이었지만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며 기본과정(시설 중심)과 심화과정(대학 등)으로 나눠 운영한 게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각 과정별로 초기 노숙인부터 만성 노숙인까지, 노숙 기간에 따라 목적과 교육 내용을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진행했다. 작년엔 기존 철학·문학·역사 등 강의 위주였던 커리큘럼을 예술·심리·경제·동아리·자격 등 과정까지 확대해 폭넓은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수료식과 함께 프로그램 산출물 전시회를 열고, 우수 수료자에겐 보조강사 참여나 공공일자리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자립을 위한 동기 부여를 강화한 게 수료율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는 인문학 강의는 물론 참여자 자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격증 취득, 취업 연계 등 체계적인 사후관리까지 더했다. 그 결과 8년간 사업 참여자 수는 1만2600명에 이르고, 수료자 수는 6300명이 넘었다. ■오 "좌절 겪는 분들께 희망 주고파" '희망의 인문학'은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 철학으로 내세우는 오 시장이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말 못할 사연으로 노숙생활을 하게 된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사회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 15일 '2024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에도 직접 참석해 수료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수개월의 교육 과정을 마친 이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오 시장은 "사람에게 목표, 희망, 꿈이 사라지면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희망의 인문학'을 통해 여러분이 새롭고 밝은 미래를 설계했다면 새 생명을 얻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바뀐 모습을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아무리 정책적인 투자를 해도 아깝지 않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부활한 '희망의 인문학'을 통해 수료생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는 소감도 전했다. 오 시장은 "자격증 취득, 진학 및 창업 준비 등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하루하루 의식주에 매몰됐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인생으로 변화한 것 같아서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완전히 희망을 잃었던 분이 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변화를 모색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보람을 느끼며,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오 시장은 "여러분과 같은 비슷한 좌절의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며 "자립의 의지를 불태우신다면 서울시는 얼마든지 도움을 드려서 좋은 사례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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