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서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재조정하는 등 비상 국면에 돌입했다. 한국의 '달러 박스' 역할을 했던 반도체 등 주력 업종 위기에 '트럼프 효과'가 더해지면서, 달러당 1450원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연일 뛰는 환율 대응에, 수출입 기업들의 시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입'을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1400원대 시대' 장기화 가능성이다. 앞서서 역사적 엔저 국면(달러당 155.3엔)을 이어가고 있는 엔화처럼, 원화도 환율의 새로운 기준점(뉴 노멀)을 맞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1.0원까지 치솟으면서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분간 1400원대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환율 타격 업종인 석유화학, 항공, 철강업종은 시나리오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 등 원자재값 상승에 대응, 환율 가격대별 시나리오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당수 기업들이 연초 올해 사업계획상 예상 환율로 1200원대 후반대를 예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환율 상승 충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의 경우 달러당 1270원을 사업계획상 예상 환율로 책정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도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초반으로 상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초 국민은행·신한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예상환율은 1262.5~1317.5원이었다. 심지어 올해 3·4분기엔 이보다 낮은 1252.5원으로 하향조정까지 했다. BNP파리바 등 해외투자은행 평균치로 1248.7원으로, 모두 빗맞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고환율은 수출업종에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제조원가 상승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고환율 수혜 업종들도 최근의 환율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환헤지(환위험 회피)전략 대신, 환노출 전략을 취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부품 등 원자재값 움직임과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환율 10% 상승 시, 제조업의 경우 3.68% 제조원가가 상승한다. 10월 수입물가지수(한국은행 발표)는 137.61(2020년=100)으로 전월(134.67)대비 2.2% 상승했다. 이달은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율 대응 여력이 취한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화장품업체 한 대표는 "원료 수입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나 소비자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대로 가면 수익성 방어가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환율 전문가들은 1400원대 뉴노멀 시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최근 환율 상승은 그간 한국경제를 떠받쳐온 반도체 등 주력업종의 부진, 한국경제 펀더멘털 약화, 한미 금리차 확대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트럼프 효과', '국내 정치 영향' 등이 더해진 결과로, 최근의 흐름이라면 1450원대도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강경래 기자
2024-11-13 16:45:36지금은 생소하지만 정부가 '청약주의령'을 발동한 적이 있었다. 2006년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공급된 모 분양단지로 3.3㎡당 평균 분양가는 1297만원이었다. 주변 집값보다 500만원가량 높았다. 공공택지인 운정신도시는 분양가상한제(2005년 3월 시행)를 적용받았지만 해당 단지는 지구지정 이전에 부지를 확보해 규제를 받지 않았다. 같은 해 서울 강북권의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 1149만원(부동산114 집계 기준)과 비교해도 100만원 이상 비쌌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당시 건설교통부는 전무후무한 '청약자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청약접수 첫날 1순위에 4000여명이 몰려 평균 4.09대 1의 경쟁률로 전 평형이 마감됐다. 조기완판 흥행몰이로 건설사는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는 효과까지 거뒀다. 이 같은 반전은 그해 전국 아파트 값 상승률이 24.8%로 역대 최고 수준의 집값 폭등기였기에 가능했다. 이후 파주는 물론 인근 지역과 서울 등 수도권 분양가 오름세는 더 가팔라졌다. 2024년 5월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로 1-10지구 재개발조합은 3.3㎡당 공사비를 1000만원대로 올려 시공사를 모시기 위한 4번째 입찰공고를 냈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들이 900만원대를 내건 것과 비교해도 높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 쇼크에 건설사들이 웬만해선 꿈쩍도 하지 않아서다. 늘어난 공사비는 조합원들의 분담금에 전가되고,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전국 곳곳 정비사업장들이 공사비 갈등 지뢰밭이다. 대부분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분양가 역시 당초 예상보다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과거에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끌어올렸다면, 현재는 사업주체 의지와 무관하게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레 분양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원자재, 노무, 장비 등 공사 투입비용 증감률을 지표로 산출한 건설공사비지수의 경우 올해 3월 154.85(2015년 100)로 2020년 1월 이후 4년1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117.33과 비교하면 31.9% 뛰어올랐다.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000만원대(2016년 2126만원)에 진입한 지 6년 만인 2022년에 3476만원으로 3000만원을 뚫었다. 지난해에는 3508만원으로 2019년(2613만원) 이후 34%나 급등했다. 시차는 다소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분양가와 건설공사지수 상승률이 나란히 30%대이다. 하지만 시공사들은 고분양가 논란에 따른 미분양 우려뿐 아니라 시장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고비용 구조 등 전방위 리스크에 휩싸여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24년 1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사 폐업건수는 전년(362건) 대비 219건 증가한 총 581건이다. 2005년 629건 이후 최다 규모다. 올해도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4월까지 전국에서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187곳에 달한다. 매년 1~4월 기준으로 2011년(222건)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관건은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느냐다. 당장 미국의 강달러 기조부터 부담이다. 자국의 원자재 등 수입물가가 낮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 반면 다른 나라에 물가상승 부담을 전가할 수 있어 굳이 서두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 또한 한번 오른 인건비는 하향조정이 쉽지 않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관리자 배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및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의무화, 층간소음 사후인증제 등 공사비 고정비용 상승 촉발요인이 수두룩하다. 업계는 이에 따른 공사비 원가상승률이 15%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고(高)분양가'가 건설업계도 반기지 않는 '고(苦)분양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분양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향후 시장 정상화의 발판이 될지, 침체 가속화의 트리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2024-05-12 18:33:55스위스 다보스에서 닷새간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경제계 거물들이 올해 세계 경제가 불안한 성장 가능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뉴노멀'로 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뉴스와 경제전문방송 CNBC를 비롯한 외신은 포럼 마지막날인 19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세계 경제지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올해는 이전과는 다른 '뉴노멀'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소비가 줄고 대신 저축이 늘었으며 글로벌 무역은 부진했으나 지난해부터 소비와 무역이 회복되고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떨어지면서 점차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열기가 떨어지고 저축이 감소하는 '뉴노멀'을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현재 세계 경제를 '뉴노멀' 상태라고 평가하면서 올해는 인공지능(AI) 경쟁과 지정학적 긴장, 분열 위험으로 인해 더 큰 변화를 예상했다. 린드너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크게 늘어난 부채와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3년은 정책을 재정비하는 해였다며 "우리는 아마 새로운 구조 개혁의 시대 초기에 들어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세계 경제가 "무역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보다 떨어지고 있는 비정상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분쟁, 홍해 사태와 세계 각국의 선거로 전망이 매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공동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해안에 3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있다며 그는 중대한 정치적인 힘을 갖고 있음을 시인했다. 또 올해 대선이 치러지는 미국 정치계에서 중국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로울 것이 없다며 올해 미중 관계는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WTO가 지난해 10월에 공개한 무역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교역량은 3.3%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올해 글로벌 무역 전망에 대해 지난해 10월 오랜만에 상승한 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물가도 경우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을 제외하고는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우려되고 있는 것에 대해 린드너 재무장관은 "'유럽의 환자'가 아니라 그저 지쳤을 뿐"이라면서 "'강한 커피 한잔'이 필요한 때"라며 우려를 일축했다.독일은 지난해 마이너스(-)0.3% 성장하고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경기 하강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란 비관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의 환자 소리를 들어왔다. 린드너는 그러나 독일에 필요한 것은 생산성 향상이라면서 노동, 에너지, 디지털 기술 활용도 개선과 같은 공급강화, 구조조정을 통해 도달 가능하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1-21 18:21:24[파이낸셜뉴스] 스위스 다보스에서 닷새간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경제계 거물들이 올해 세계 경제가 불안한 성장 가능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전과는 다른 ‘뉴노멀’로 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뉴스와 경제전문방송 CNBC를 비롯한 외신은 포럼 마지막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세계 경제지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올해는 이전과는 다른 ‘뉴노멀’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소비가 줄고 대신 저축이 늘었으며 글로벌 무역은 부진했으나 지난해부터 소비와 무역이 회복되고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떨어지면서 점차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열기가 떨어지고 저축이 감소하는 '뉴노멀'을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현재 세계 경제를 '뉴노멀' 상태라고 평가하면서 올해는 인공지능(AI) 경쟁과 지정학적 긴장, 분열 위험로 인해 더 큰 변화를 예상했다. 린드너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크게 늘어난 부채와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3년은 정책을 재정비하는 해였다며 “우리는 아마 새로운 구조 개혁의 시대 초기에 들어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세계 경제가 "무역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보다 떨어지고 있는 비정상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오콘조이웨알라는 지정학적 분쟁, 홍해 사태와 세계 각국의 선거로 전망이 매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공동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해안에 3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있다며 그는 중대한 정치적인 힘을 갖고 있음을 시인했다. 또 올해 대선이 치러지는 미국 정치계에서 중국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로울 것이 없다며 올해 미중 관계는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WTO가 지난해 10월에 공개한 무역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교역량은 3.3%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올해 글로벌 무역 전망에 대해 지난해 10월 오랜만에 상승한 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물가도 경우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을 제외하고는 하락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1-21 11:30:07한국 기업의 빚 증가 속도가 세계 두 번째로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부도 증가 속도도 세계 2위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기업의 무리한 빚내기는 국가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만큼 선제 관리가 시급하다. 국제금융협회(IIF)가 19일 펴낸 세계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34개국 중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6.1%로 2·4분기보다 5.2%p나 뛰었다. 부채 규모는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3위로 올랐다. 증가 속도를 보면 전 분기 대비 2위, 1년 전과 비교하면 3위다. 세계적 긴축기조 속에서 지난 1년간 기업부채 비율이 높아진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9개국에 불과했다. 세계 1위 가계부채, 수년간 폭증한 나랏빚에 가려 기업부채의 심각성이 덜 알려졌으나 가볍게 여길 사안은 결코 아니다. 가파른 기업빚 증가세는 4·4분기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대출잔액은 766조원으로 보름 새 2조원 넘게 불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대 은행 기업대출은 62조6589억원 급증했다. 긴축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렸으나 소용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부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IIF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17개국 기업부도 증가율(10월 기준, 작년동기 대비)이 우리나라는 40%로 세계 두 번째로 높았다. IIF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취약한 대출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기업의 대출연체율도 무섭게 올랐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4분기 금융권 기업 연체율은 0.37%로 2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저금리 시대가 길어지면서 빚 무서운지 몰랐던 기업, 가계, 정부가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갚을 능력이 있는 우량기업은 선별지원이 필요하겠지만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과감히 솎아내는 것이 미래를 위한 일이다. 좀비기업들의 악성부채는 금융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견실한 기업까지 위기를 맞게 된다. 당장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곪은 부위는 도려내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가계, 정부 부채 관리도 미적대고 있을 여유가 없다. IIF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34개국 중 가장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이후 4년째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다. 더욱이 조사대상 국가 중 가계부채가 GDP를 웃도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대출규제를 느슨하게 한 정부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퍼주기에 바빴던 나라곳간 사정도 말이 아니다. IIF에 따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8.9%로 중하위권이지만 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4위다. 나랏빚은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총선을 눈앞에 둔 정치권은 표심 다지기용 선심 경쟁에 여념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펴낸 연례협의보고서를 통해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50년 뒤 공공부문 부채는 GDP 대비 20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률은 오는 2028년까지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방위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저성장·고금리 뉴노멀 시대에 맞춰 연금·노동·재정 개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도 더 늦춰선 안 될 일이다.
2023-11-19 18:40:42주춤하는가 싶었던 고물가가 사방으로 확산되면서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가 1년 새 최고 37%나 껑충 뛰어올랐다. 가장 많이 찾는 가공식품 32개 품목 중 24개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5%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햄과 케첩이 36~37%, 간장·참기름 가격도 25~29% 급등했다. 밥상을 차리기 위해 장 보러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다. 생수, 우유, 설탕 등 필수식품은 15%가량 올랐다고 한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콜라, 소시지, 맛살 등 주로 기호식품이었다. 가격상승세는 최근 들어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32개 다소비 가공식품 가운데 전달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도 20개나 됐다. 물가가 들썩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지만 고물가 추세는 이제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년 우리 물가상승률 전망이 잇따라 상향 조정되는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최근 전망한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달 전 제시했던 수치보다 0.2%p 높은 2.4%다. 노무라가 1.7%에서 2.3%로, HSBC가 2.1%에서 2.5%로 올렸다. 앞서 한국은행은 내년 전망치를 2.4%로 내다봤지만 더 높일 수도 있다. 한은은 최근 물가 상방 리스크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2%) 수준 수렴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가를 요동치게 하는 대내외 변수는 줄을 잇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산업의 반등으로 경기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금리인상 여파로 이미 국내 금리도 크게 올랐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 등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다른 기관들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선심정책들도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돈을 풀어 내년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묻지마 비전'이 사례다. 저금리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봇물처럼 풀려나온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 판도라 상자가 열렸는데 이 대표는 딴 세상에서 살았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부랴부랴 태스크포스를 꾸려 물가관리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유, 라면, 빵, 과자 등 7개 주요 품목 담당자를 지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가동 발표 후에 나온 조치 중 하나다. 방문규 산업통상부 장관은 7일 이마트 등 주요 유통사와 제조업계 간담회를 갖고 물가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과도한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화답해야 한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아 물가는 앞으로도 요동칠 것이다. 정부의 물가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인하를 강제하는 과도한 시장개입도 금물이다. 정부는 단기 대응책만이 아니라 고환율·고금리·고물가를 이겨낼 경제체질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저효율·고비용의 사회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이 급선무다. 경제원칙도 무시하고 돈 뿌릴 궁리나 하는 정치권도 대오각성하기 바란다.
2023-11-07 18:18:47오래전부터 여름과 겨울 전력수요의 피크가 예상되는 기간이 되면 전력산업계는 정부, 관계기관, 학계 너나없이 긴장하며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곤 했다. 모든 설비계획과 운영계획,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도 모두 이 시기에 맞춰서 동작하곤 했다. 일년 중 가장 전력을 많이 쓰는 날을 무사히 버티면 나머지 날들을 수월히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수년 전 학회에서 처음 경고가 터져 나왔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봄가을철이 오히려 더 위험한 시기일 것이라고. 냉난방수요가 급감하고 연휴나 명절이 겹쳐 전국적으로 전력수요가 최저 수준일 때 화창한 날씨로 인해 태양광발전원의 출력이 최대가 되면 발전량을 빠르게 감소시키기 어려운 원자력발전과 태양광발전만으로 전력망을 지탱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야만 하는 전력계통의 특성상 수요에 공급을 맞추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 상태에서 예기치 못한 고장이 발생하면 전력망 전체에 정전의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재생에너지 보급 초기였기 때문에 설마 그 정도까지겠어 하는 반응과 심각하긴 한데 시간이 아직 좀 남았다고 생각하는 반응이 혼재되어 있었다. 전력계통 운영은 피크기간에 제일 위험하다는 우리의 뿌리 깊은 선입견도 한몫했다. 코로나 기간과 연휴가 겹친 2020년 봄, 모든 경제시스템이 멈추었고 전력수요는 그 당시 기준 역대 최저수치인 41GW를 기록했다. 몇 년 새 늘어난 태양광발전원으로 인해 수년 전 학계의 경고는 스릴러 영화의 예고편처럼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위한 정책적·기술적 수단과 매뉴얼이 부재했기에, 그나마 제어가 가능했던 원자력발전원들이 2020년 5월 2일부터 이튿날까지 긴급 감발운전을 시작해 줄어든 전력수요에 힘겹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 예고편을 본 이후에도 수십년간 피크 기간을 중심으로 수립되었던 정책의 거버넌스가 빠르게 바뀌긴 어려웠다. 전력산업계와 정책당국 일각에서 소수의 선구자들은 연구하고 하나씩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래도 시간이 꽤 남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본게임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시작되었다. 올해 9월 초 열렸던 정부 회의에 참석했던 필자는 책상 앞에 놓인 최저수요 전망치를 보고 흠칫 놀랐다. 긴 연휴와 수요를 차감하는 비계량 태양광발전량 증가로 인해 연휴 중 최악의 경우 32GW까지 전력수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 코로나 기간처럼 원자력발전 출력감발뿐 아니라 민간 소유의 태양광발전원에 대해서도 대규모 출력제어가 불가피하다. 다행히 연휴 중 정부와 관계당국의 체계적 대응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운전원들의 순발력이나 재량이 아니라 연초부터 체계적 대응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정상적으로 기능했다는 것이다. 문제를 명확히 인지했고, 거버넌스가 동작하기 시작했고, 경험이 쌓이기 시작했다. 둔화되는 경제성장과 소비자의 자가용태양광 설치로 인해 봄가을철의 낮은 전력수요는 이제 뉴노멀이 됐다. 뉴노멀을 피할 수 없다면 적응하고 진화하자. 이번 봄가을철 출력제어 대책에 포함된 수단들보다 효과적 정책수단이 없는지, 새로운 신산업을 꽃피울 수는 없을지 각자의 셈을 시작할 때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2023-10-12 18:04:47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17일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친 고 윤기중 교수의 삼일장을 마친 뒤 1박4일 일정에 올랐다. 3국 협력의 지향점이 담기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3국 정상회의가 단독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3국 간 안보 공조가 '뉴노멀(새로운 시대)'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미국 민주당의 거물정객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고,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3국의 교류는 한층 두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중요한 이니셔티브들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일은 사실상 지역 안보협의체 결성의 첫발을 내디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동맹, 미일동맹 형식으로 운용돼온 3국 간 협력이 지역안보협의체에 가까운 수준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틀로 모양새를 갖출 모양이다. 한·미·일 공조 진전을 세 나라 정치에 시스템으로 착근시켜 정권이 바뀌더라도 쉽게 이탈하지 못하도록 합의한다는 목표조항의 실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의 연례화, 안보 및 외교장관 회담 정례화 등이 그것이다.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 공조 등 안보·군사적 조치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나 중국의 해양 공세 등 지역 내 '공동의 위협'을 인식할 경우 '공동의 행동'에 나서는 조항에 합의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외신은 '공격받으면 서로 협의할 의무(duty to consult)가 있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된다고 보도해왔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안보지형에 중요한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고 있다. 3국 정상회의를 두고 이른바 '미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들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이슈에 관한 한 최대한의 조심스러운 접근과 조율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이슈엔 강력 대응하되 중국의 이해관계를 건드리는 표현은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특히 북한 미사일에 대한 탐지·추적 정보 실시간 공유를 뛰어넘어 요격훈련까지 이번 합의에 포함될 경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된다는 오해를 받게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중국과 합의한 이른바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MD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참가)과의 충돌을 피해 나가는 고도의 외교적 전술전략이 필요하다.
2023-08-17 18:22:16월요일인 24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극한호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을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보편화하는 현상)로 받아들여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국을 강타했던 극한호우 현상은 기상관측 기록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장마 기간 전국 22개 기상관측소에서 일 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도 같은 기간 대비 역대 1위(593.6㎜)를 기록했다. 수해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평년 대비 2배 수준의 비가 쏟아졌다. 전국 강수일수도 역대 1위(17.6일)였다. 정부와 여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민관합동 상설기구를 새로 설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조직과 방재대책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까지 참여시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대통령실과 당정은 2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근본적 방재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집중호우 대응에 전념하기 위해 협의를 미뤘다. 대심도 빗물터널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1년 상습침수 지역인 광화문, 신월, 용산, 사당역, 강남역, 동작, 강동 등 7곳에 2021년까지 대심도 터널 설치계획을 세웠으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보선 당선 이후 신월을 제외한 6곳이 백지화됐다. 근대 기상관측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서울에 내린 지난해 8월 강남이 물에 잠기고 사당역 주변에 큰 피해가 있었지만 신월 빗물터널은 강서·양천구 일대를 지켜냈다. 하수관 교체 등 기존 상습침수 미봉책에서 벗어난 서울시 수방대책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과 일본 등에서도 견학을 다녀갈 정도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강남역·광화문·도림천·동작구 사당동·강동구·용산구 일대를 다시 후보지로 정했고 2027년까지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부터 완공할 방침이다. 수해 원인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책임공방이 낯뜨겁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후속조치 백지화, 박 전 서울시장의 대심도 빗물 저류시설 사업 백지화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재해대응 시스템이 무너진 결과라고 맞받아치며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고질적 침수에서 벗어나겠다는 서울시의 당초 계획이 전 정부에서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무산되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봤다. 그 결과도 목격했다.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 정쟁을 중단하고 기상이변의 뉴노멀화에 대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심도 빗물터널 재추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23-07-23 18:54:46[파이낸셜뉴스] 올해 지구의 기온이 역대급으로 올라가면서 각종 이상기후가 속출하는 가운데 새로운 시대 표준(New Normal·뉴 노멀)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지구는 인류의 출현 이후 새로운 지질 시대로 진입했다고 확인됐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감당해야 할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지구 온도 역대 최고, 폭주하는 날씨 미국 메인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기후관측프로그램에 따르면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7.23도로 관측을 시작한 1979년 이후 약 4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10일 발표에서 7일 기준 지구 평균 기온이 17.24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였다고 알렸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기후 변화가 통제를 벗어났다"고 경고했다. 앞서 세계 197개국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협약을 맺고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를 초과하여 오르지 않도록 막자고 약속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산하 우주프로그램 연구원들은 같은달 1~11일 사이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일시적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단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 상한이 깨질 경우 폭염의 발생 빈도가 이전보다 8.6배 증가한다고 보고있다. 폭우는 1.5배, 가뭄은 2배 잦아질 전망이다. 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마이클 만 대기과학과 교수는 11일 CNN 인터뷰에서 "폭우나 홍수 같은건 원래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기후변화가 그러한 자연현상을 극단적으로 가속한다"고 지적했다. 만은 중위도 지역의 대기 운동을 조절하는 제트기류를 지적하며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차이로 발생하는 해당 바람이 최근 극지방의 온도 상승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같은 지역에 폭염과 폭우가 계속되는 이상현상이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에는 2~7년 주기로 찾아오는 '엘니뇨'까지 발생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는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온난화와 겹치면서 올해 지구 온도를 역대급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새로운 지질시대의 도래...'뉴노멀' 왔나 중국에서는 이달 초 베이징 인근 북부에 40도가 넘는 폭염이 닥쳤지만 충칭 등 남서부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일본에서도 이달 남서부 규슈 지역에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나 도쿄에서는 열사병 환자가 속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9일부터 버몬트주를 비롯한 북동부에서 폭우가 내렸으며 뉴욕주에서는 1000년에 한번 내릴 확률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반면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남부에서는 지난달부터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외에도 파키스탄과 인도에서는 우기가 시작되면서 극단적인 폭우가 내리고 있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는 11일 트위터에 "이것이 우리의 뉴노멀"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를 체험하는 첫 세대이자 이를 막기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고 적었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수만년을 이어오던 지구의 지질 환경이 인간때문에 돌이킬수 없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학계에서는 지구의 46억년 역사를 표시할 때 가장 긴 누대(eon)부터 대(era), 기(period), 세(epoch), 절(age)로 시간을 나눈다. 현재는 '현생누대 신생대 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이다. 홀로세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지금까지 1만1700년간 이어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산하 인류세워킹그룹(AWG)은 11일 발표에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를 '인류세(Anthropocene)' 표본 지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류세는 홀로세를 잇는 새로운 지질 연대로 1950년부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해당 시점부터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핵무기를 이용해 방사성 물질을 방출, 지구 지질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인류세 인정 여부는 우선 학계 투표를 거쳐야 하며 내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까지 통과한다면 인류는 인류세 크로퍼드절에 살게 된다. 기후변화 피해 방치할 수 없어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9년 보도에서 사람들이 이상기후에 쉽게 익숙해진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프랜시스 무어 환경과학정책 조교수는 약 21억개의 트위터 포스팅을 분석해 폭우나 폭염, 혹한 등 이상기후에 대한 미국인의 의식 변화를 살펴봤다. 그의 연구팀은 이상기후가 나타난 카운티별로 트위터 언급을 분석했다. 트위터에서는 문제 현상이 발생한 직후에 날씨 관련 언급이 많았지만 2년 연속으로 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언급이 급감했다. 해당 현상에 대한 언급은 8년째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무어의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보통 날씨'라는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오리건 대학의 폴 슬로빅 심리학 교수는 10일 NYT를 통해 "사람들은 폭풍이나 이상기후가 발생하더라도 멀리서 일어난 일이라면 자신과 상관없는 일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은 기후변화가 문제라고 알고는 있지만 지금 잘못된 에너지원을 사용하면서 얻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후변화 해법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후변화 피해가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보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30일부터 9월 4일까지 유럽에서만 더위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6만1672명이었다. 연구소는 더위 때문에 평균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며 2030년까지 매년 여름마다 6만80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고 2040년에는 9만4000명으로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독일 최대 재보험사 뮌헨리그룹은 지난 1월 발표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국제적인 자연재해로 2700억달러(약 348조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200억달러가 보험처리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WMO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1970~2021년 세계적으로 1만1778건의 기상재해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 200만명의 사람이 숨지고 4조3000억달러(약 5547조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WMO는 특히 경제 손실 규모가 1970년대에는 하루 평균 49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2019년에는 3억8300만달러로 약 7배 늘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7-12 09:4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