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 게임사 닌텐도가 포켓몬스터 지식재산권(IP) 침해 논란이 불거진 게임사 '포켓페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닌텐도는 포켓몬 컴퍼니와 함께 지난 18일 도쿄지방재판소에 '팰월드(Palworld)' 개발사 포켓페어를 대상으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닌텐도는 "포켓페어가 개발 및 판매하는 게임 팰월드가 복수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지식재산권을 보호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겠다"고 전했다. 일본 중소 게임사인 포켓페어가 올 1월 출시한 팰월드는 '포켓몬'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다양한 '팰' 캐릭터를 포획하고 오픈 월드를 탐험하는 3인칭 오픈 월드 게임이다. 출시 5일 만에 스팀 동시 접속자 20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끈 게임이기도 하다. 포켓페어는 지난 7월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애니플렉스와 손을 잡고 팰월드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등 팰월드 IP 확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번 닌텐도 측 대응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따른다. 포켓페어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가 어떤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인지 (닌텐도 등으로부터) 고지 받지 못했다"며 "게임 개발과 무관한 문제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게 된 것이 안타깝다. 개발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데 방해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기업간 소송은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의 신규 게임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크래프톤은 최근 펍지(PUBG) 스튜디오 산하에 '팰월드'의 모바일 버전 '팰월드 모바일' 제작팀을 꾸리고 관련 인력을 모집한 바 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9-19 20:11:06[파이낸셜뉴스] 경찰이 내년도에 딥페이크 성범죄와 인공지능(AI)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다. 이 돈은 단순 범죄 대응뿐만 아니라 딥페이크 등 허위조작 콘텐츠를 탐지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 개발과 범행 발생 전 차단, 피해자 지원에도 대거 투입된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도 예산은 올해 대비 4.2%(5457억원) 증액된 13조5364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주요 사업비는 1.9%(494억원) 많은 2조667억원으로 책정했다. 경찰청은 우선 딥페이크·딥보이스 등 진화하는 허위콘텐츠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딥러닝에 기반한 허위조작 콘텐츠 복합 탐지 기술 연구개발(R&D)에 모두 91억원을 투자한다. 투자금은 내년 27억원을 포함해 2027년까지 쓰인다. 마약범죄 추적 중 가상자산 믹싱(매매대금 세탁) 등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전문가 분석기술 지원에 9억5000만원, 가상자산 추적을 위한 간편조회 시스템 도입에 1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수사관에게 유사사건·수사쟁점 등을 제공하고 영장신청서 등 각종 수사서식의 초안을 만들어 주는 AI 수사도우미 구축에는 27억원을 배정했다. AI를 활용해 아동의 표정·움직임을 분석한 뒤 아동학대 의심장면을 요약・분석해 주는 영상분석 프로그램에는 14억6000만원을 쓸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설립한 범정부 합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 플랫폼 고도화에는 지난해와 견줘 6억9000만원 증가한 55억4000만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구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투자리딩방이나 피싱 같은 조직화・지능화되는 악성사기 △온라인, 홀덤펍 등 도박(온라인, 홀덤펍 등) 등 민생침해범죄 제보자에겐 최대 1억원까지 보상금을 줄 수 있도록 '조직범죄 특별신고보상금'을 신설했다. 예산은 10억원이다. 20억9000만원을 들여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시스템(VR 테스트)을 전국 운전면허시험장 등 19곳에 설치해 시범 운영한다. 경찰청은 동시에 범죄피해자와 아동,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보호활동과 예방적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스토킹·데이트폭력 등 피해자의 보복 피해를 막기 위해 '고위험 범죄피해자 민간경호서비스'를 기존 3개 시·도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데 24억5000만원을 쓴다. 경찰청은 이밖에 △경찰착용기록장치(바디캠) 도입 77억원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안전관리 208억원 △기동대 신형방패 등 경찰기동대 장비 도입 8억7000만원 증액 △실감형 가상훈련(VR) 확대 4억8000만원 △AI 수사도우미 구축에 27억원 △AI를 활용한 아동학대와 형사기능 영상분석에 각각 6억원, 8억6000만원 △원격화상조사시스템 및 음성인식 조서작성 시스템 도입 14억7000만원 등을 책정했다. 경찰청은 "범죄와 사고로부터 안전한 일상, 법과 상식에 기반한 공정한 사회,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든든한 경찰 구현을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내년 예산안은 향후 국회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9-19 11:26:11[파이낸셜뉴스] 부산 기장군 대변·시랑리 일대에 오시리아관광단지가 조성되면서 동부산권이 부산의 새로운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허허벌판에 잡초가 무성하던 이 일대는 숙박·레저·쇼핑센터가 들어섰거나 잇따라 개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 부산의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관심이 뜨거운 곳으로 오시리아관광단지 중심에 ㈜썬시티가 조성 중인 시니어 복합단지 '라우어'를 꼽을 수 있다.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 '뉴 시니어'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라우어'는 가장 고급스럽고 진화된 형태의 시니어 주거단지로 손꼽힌다. 시니어 복합단지에 대한 최신 경향과 입주·분양정보 등을 세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복합 시니어 타운인가 ② 1차 완판…2차 분양 노려라 ③ 확실한 '부촌 상권' 덩달아 인기 부산 오시리아관광단지가 넘쳐나는 개발 호재에 힘입어 동부산권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부산도시공사가 약 6조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인 부산권 최대 관광단지다. 기장군 기장읍 대변·시랑리 일대 해변 약 366만㎡를 숙박, 레저, 쇼핑, 테마파크 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해양레저도시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에는 2015년 국립부산과학관을 시작으로 '아난티 앳 부산 코브', '아난티 코브', '이케아(동부산점)' 등이 문을 열었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도 이미 운영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이 2022년 3월 말 개장하면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6성급 휴양시설인 반얀트리 부산과 아시아 최대 규모 아쿠아월드도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2025년과 2026년 각각 개장을 앞두고 있다. ■1000세대 '라우어' 전국 최대 규모 이처럼 풍부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오시리아관광단지 중심에 시니어 복합단지 '라우어 오시리아'가 조성되면서 최근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층이 날로 증가하면서 소비 트렌드가 확대돼 실버산업 시장과 더불어 시니어 주택시장이 덩달아 커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뉴 시니어는 탄탄한 경제력과 활발한 사회활동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고급스럽고 다채롭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하이엔드급 시니어 주택이 큰 호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라우어'가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한 것은 뉴 시니어들이 원하는 '고객 니즈'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라우어'는 지하 4층 지상 18층 대지면적 6만1031㎡, 연면적 19만9715㎡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시니어 복합단지다. 조성공사가 막바지 단계를 향하는 가운데 준공도 되기 전에 벌써 분양률 50%를 넘어섰다는 것이 ㈜썬시티 측의 설명이다. '라우어'는 입지환경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동해선 오시리아역과 가깝다. 동해선을 타면 울산 태화강역까지 46분이면 도착한다. 여기에다 부산시는 당초 2035년 이후로 계획된 반송터널과 부산도시철도 2호선 오시리아선을 예정보다 빠른 2029년까지 조기 구축하기로 했다. 오시리아 관광단지로 몰리는 관광 인파의 교통혼잡 해소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역세권 입지 접근성 뛰어나 반송터널이 완공되면 오시리아관광단지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이 일대 차량정체가 완화돼 주변 도로의 교통여건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도시철도 2호선 연장선(오시리아선)은 기존 종점인 장산역에서 동해선 송정역을 경유해 오시리아관광단지 중심 '라우어'까지 이어진다. 서울 청량리에서 부전까지 연결되는 준고속열차인 'KTX이음'도 완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통 편리성이 수도권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자동차를 이용해도 접근성이 좋다. 기장해안로, 해운대IC, 동부산IC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 같은 광역 교통망을 이용하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도 수월하다. 오시리아관광단지 중심에 들어서는 시니어 복합단지 '라우어'가 최대 수혜지로 거론되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입주민 편의시설 최상급 '라우어'는 입주민 편의를 위한 단지 구성도 최상급으로 설계했다. 세부적으로 시니어 레지던스 라우어 1차 574가구와 헬스타운 라우어 2차 '라티브' 408실, 의료시설 '라우어 양한방병원'과 '라우어 르메디 센터', 상업시설 '라우어 애비뉴' 등으로 구성된다. 먼저, '라우어' 복합단지 안에 총 4개 동, 전용면적 47~180㎡로 들어서는 라우어 1차 'VL라우어'는 롯데호텔앤리조트만의 컨시어지 서비스·하우스키핑 서비스·웰니스 퀴진(맞춤 식단) 서비스 등이 제공되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다. 라우어 2차 '라티브'는 커넥팅 룸을 비롯한 전용면적 31~97㎡까지 다양한 맞춤형 평형대로 구성된다. 라티브는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 의료진의 1대1 맞춤 클리닉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의료케어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응급·거동 불편 입주민을 위한 이송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250병상 규모의 '라우어 양한방병원'과 오시리아 인근 최대 규모의 종합 메디컬센터 '라우어 르메디 센터'도 단지 내에 들어서 주거와 함께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으로 약 10분대 거리에 인제대학교 해운대 백병원, 원자력 병원, 서울대학교병원 기장암센터(2024년 예정) 등 응급의료시설도 위치해 있다. ■주거+체계적 의료서비스 '라우어 애비뉴'는 입주민과 외부인 모두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상가·생활편의 시설로 중앙광장 숲과 이벤트 광장, 아트마켓, 키즈 파크, 비어펍, 티 하우스 등 다양한 테넌트(매장)로 구성된다. 이밖에도 단지 내부에 도서관, 사우나, 당구장, 도서실, 영화관, 식당, GX룸, 프로그램실, 미술치료, 원예실, 게임룸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마련한다. 라우어는 프리미엄 리조트 건설의 리더 한화건설이 시공한다. 입주 뒤에는 롯데호텔과 자이S&D가 위탁운영지원을 맡아 품격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썬시티 윤미영 대표이사는 "한화, 자이, 롯데호텔의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시니어 명사들께 국내 최고· 최대의 프리미엄 레지던스를 헌정한다는 마음으로 라우어 조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4-09-14 14:08:37[파이낸셜뉴스] 남아메리카라는 생소한 대륙의 무역회사에서도 일했고 어렵다는 국내 대기업 공채도 가뿐하게 통과했다. 뷰티 스타트업에 몸담을 때도 삼십 대 후반에 사무실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직업을 갖게 될 줄은 몰랐다. 서른일곱, 맥주에 마음을 빼앗겨 양조사가 되기로 했을 때는 많은 일을 새롭게 배워야 했다. 양조사가 된 후에도 오랫동안 주말이 되면 한 주에 배운 것들을 복기하며 사회 초년생의 마음으로 정진했다. 이제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디자인한 맥주를 선보이고 맥주 대회에도 참가하고 싶다. 구스아일랜드의 장현준 양조사 이야기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뉴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상 시리즈 [루틴]은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하는 N년차 신입 사원&경력 사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직 종사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모먼트는 물론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열정으로 만들어 온 스펙과 사소한 팁까지 가감 없이 담았습니다.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루틴]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하 인터뷰어는 ‘김’ 인터뷰이는 ‘장’으로 표시합니다. [Interview Chapter 1: 구스아일랜드 양조사 장현준] 김: 현준님 안녕하세요. ‘구스아일랜드’에서 양조사로 일하고 계신다고요. 장: 안녕하세요. 네. 크래프트 맥주를 선보이는 제트엑스벤쳐스(ZX Ventures)의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브루하우스(Brewhouse)는 양조장과 펍을 함께 운영하는 곳입니다. 펍 유리창 너머에 있는 양조 시설에서 맥주를 만들고 있고요. 방문하시면 맥주를 즐기며 양조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양조사라는 직업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죠. 양조 과정 역시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는데요. 양조사가 하는 일을 자세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장: 양조사는 문자 그대로 술을 만드는 사람을 뜻합니다. 구스아일랜드 브루팀에서 일하는 양조사들도 마찬가지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재료를 준비해 맥주를 만듭니다. 맥주 제조 과정을 말하자면 맥즙(Wort)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고요. 이후에 발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발효한 맑은 맥주는 원심 분리 과정을 거친 후 숙성하고, 맥주가 완성이 되면 케그(Keg)나 병에 담습니다. 양조사는 이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김: 기획부터 패키징까지 모든 과정에 정성을 쏟고 계시네요.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요. 커피는 원두의 산지나 로스팅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데, 맥주의 맛과 향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장: 맥주에서 중요한 재료가 세 가지 있습니다. 몰트(Malt)라고 하는 싹 틔운 보리, 홉(Hop)이라는 식물, 마지막으로 효모인데요. 세 가지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맥주 맛이 달라집니다. 그게 양조사의 실력이자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비결이기도 하고요. 먼저 몰트는 커피처럼 로스팅하는 몰팅(Malting)을 거치는데 몰팅 정도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검게 볶아내면 흑맥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홉은 산지에 따라 향이 다른데요. 예를 들면 미국산 홉을 사용했을 때는 트로피컬 한 향의 맥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효모 역시 저마다 향이 다른데요. 독일식 밀맥주에 사용하는 발효효모들은 바나나나 풍선껌 같은 향을 내기도 합니다. 김: 완성된 맥주를 맛보고 품평하는 시간도 필요할 텐데, 맥주에 대한 반응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장: 양조사들끼리 테이스팅을 하면서 평가하기도 하지만 펍의 운영을 총괄하시는 제너럴 매니저님과 홀 서버분들이랑 유기적으로 소통합니다. 소비자들과 접점에 있는 분들이니까요. 김: 고객의 반응이 가장 큰 피드백인 셈이네요. 장: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처음으로 양조하던 날은 어땠나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 장: 출근한 첫날 예의 있게 보이고 싶어서 머리도 단정하게 포마드를 바르고 옷도 최대한 정갈하게 입었는데요. 하필이면 제가 출근한 주간이 가장 바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바로 안전모를 주시고 케그(Keg) 세척을 시작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홈 브루잉만 하다가 상업 양조 설비를 처음 접해보니까 크기도, 소리도 압도적이었습니다. 조금 두렵기도 했던 기억이 남아있네요. 김: 앞으로의 계획을 알 수 있을까요? 양조사로서요. 장: 저희 브루마스터님처럼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저의 맥주를 만들어 보는 게 꿈입니다. 권위 있는 대회에서 수상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 [Interview Chapter 2: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김: 처음부터 양조사를 하고 싶으셨던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장: 네. 맥주를 좋아했지만 다른 일을 했습니다. 첫 회사는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는 무역회사였어요. 이후 한국에서 손꼽히는 홈쇼핑 기업에 대졸 공채 신입으로 입사해 MD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팀 이동이 잦았어요. 회사에서는 제너럴리스트를 만들고자 했겠지만, 저는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퇴사했습니다. 퇴사한 후에는 뷰티 스타트업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하기도 했고요. 김: 양조사는 꿈은 언제 시작되었나요? 장: 우연히 '올드 라스푸틴(Old Rasputin)' 이라는 맥주를 마셨는데 ‘이렇게 맛있는 맥주도 있구나’라고 생각이 될 만큼 좋았고, 양조사로 일해보고 싶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홈브루잉을 시작했고, 브루펍 창업을 준비하기도 했고요. 을지로의 수제맥주 펍에서 서버로도 일했습니다. 계속 꿈을 향해 다가간 거죠. 김: 양조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양조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있나요? 장: 양조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만 있다면 누구든 양조사로 지원할 수 있어요. 저는 홈 브루잉 기술을 알려주는 '수수보리아카데미'라는 양조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자가 양조, 자가 양조 심화, 상업 양조까지 세 과정이었고 5개월 이상 소요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집에서 실습할 때 재료는 ‘서울홈브루'라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했고요. 김: 양조사가 되기로 한 후, 가장 먼저 자기소개서를 쓰셨다고요. 자기소개서에 특별히 쓰고 싶은 내용이 있었나요? 장: 제가 양조사로 지원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벌써 삼십 대 중후반이었습니다. 그동안 사회생활 하며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일에 책임을 다한다는 점, 여러 차례 실패를 겪어봤으니 쉽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요. 또 문서 작업도 많이 했으니 양조 재료를 관리하는 봄(BOM; Bill of Materials) 같은 시트들을 잘 만들 수 있다던가. 구체적으로 어필했습니다. 김: 양조사가 된 후에는요? 기존에 하던 일과 워낙 달라 적응하기에 어렵진 않았나요? 장: 물론 따라가기에 버거웠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죠. 지금까지도 주말 중 하루는 꼭 시간을 내서 카페에 갑니다. 한 주간 배웠던 것들을 복습하며 제 나름의 방식으로 체화하기 위해서요. [Interview Chapter 3: What’s Your Routine?] 김: 워낙 다양한 직군의 면접을 보셨으니까요. 면접 전 루틴도 궁금하네요. 장: 첫인상이 중요하니 단정하게 2:8 가르마 하고 최대한 깔끔한 옷을 입습니다. 그리고 수염을 단정하고 예쁘게 다듬으려고 노력해요. 음… 오늘 요청하셔서 수염 다듬는 도구를 가져왔는데요. 평소에는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하하하. 어떤 도구로 트림(Trim)을 하냐고 하셔서 그냥 이런 일반적인 가위를 사용합니다. 조금씩 다듬습니다. 눈썹 칼로 라인을 정리하기도 하고요.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2024-09-05 22:47:25#OBJECT0# [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가 빅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금리인하 수혜주 혹은 9월 출범할 '코리아 밸류업 지수' 관련 종목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25일 삼성증권은 주간 추천주로 HDC현대산업개발을 꼽았다. 하반기 금리인하 모멘텀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고, 공사비가 급등했던 지난 2021~2022년 분양 실적이 저조했기에 업황 턴어라운드(반등)시 가장 빠른 회복세가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현대차도 추천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신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며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패시브자금 유입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유안타증권은 종근당을 주목했다. '프롤리아' '아토젯' 등 제품의 견조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케이캡' 매출 부재와 '자누비아' 약가 인하는 '코덱스' '케렌디아' 도입을 통해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지난해 노바티스향 라이선스아웃(L/O) 품목인 'CKD-510'은 하반기 노바티스의 개발 적응증 등의 공개가 예상되며, 파이프라인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래프톤도 추천 종목에 올랐다. '펍지'의 PC , 모바일 P(인당 결제지표), Q(트래픽) 모두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신작 ‘다크앤다커M’의 4·4분기 출시에 따른 신작 모멘텀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나증권도 크래프톤을 추천 리스트에 포함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산성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구조로 큰 폭의 증익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하나증권은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추천 종목으로 들었다. 하나증권은 "우호적 환율 효과와 4공장 설비가동, 오에피스의 호실적으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지주도 주목할 종목으로 선정됐다. 경쟁사들과 견줄만한 총 주주환원율 상승이 기대되며, 하반기 보통주자본비율(CET1) 이 상당 폭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2024-08-25 12:53:11[파이낸셜뉴스] 미국 테마파크 디즈니월드 내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숨진 여성의 유가족이 디즈니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디즈니 측은 숨진 여성이 OTT를 구독했기 때문에 소송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미국 CB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에이미 탕수안은 플로리다 올랜도에 위치한 디즈니 월드의 복합 쇼핑, 다이닝 및 엔터테인먼트 센터 '디즈니 스프링스'에서 식사했다. 식당은 '래글런 로드(Raglan Road)'라 불리는 아이리시 펍 겸 레스토랑이었다. 평소 알레르기를 앓고 있던 탕수안은 가리비, 양파튀김, 브로콜리, 옥수수튀김을 주문할 때 식당 웨이터에게 반복해서 자신에게 견과류와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식사 후 식당에서 나가자마자 탕수안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당시 그는 특정 물질에 대해 몸에서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아낙필락시스'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였던 탕수안은 소지하고 있던 알레르기 응급 처치제를 곧바로 맞았지만 병원에서 숨지고 말았다. 함께 식사를 했던 남편은 "탕수안이 몇 번이나 알레르기에 대해 인지시켰으나, 레스토랑에서 제공한 음식을 먹고 사망했다"라며 "아내의 사망 원인은 식당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족들은 5만 달러(한화 6800만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디즈니는 유족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디즈니는 그 근거로, 디즈니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할 때 동의해야 하는 조항을 내세웠다. 이 조항은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전세계 구독자들에게 공통된 조항이다. 해당 조항에는 "귀하와 당사 사이의 분쟁은 집단소송 포기가 적용되며 개별 중재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써 있다. 디즈니 측은 "유족이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 1개월 무료 체험판을 구독했으며, 가입 당시 '소송을 포기한다'는 조항에 동의했다"라며 "테마파크에 들어갈 때도 이와 같은 조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디즈니의 대응이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다"라며 "체험 구독했다고 모든 분쟁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영원히 금지당한다는 건 터무니없이 불합리하다. 사실상 디즈니가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고 있으며, 이것은 끔찍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16 07:19:23[파이낸셜뉴스] 크래프톤이 대표 지식재산권(IP)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 2·4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다시 썼다. 반기 기준으로도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남은 하반기에는 신작 출시와 적극적인 외부 투자로 호실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2·4분기 매출 7070억원으로 1·4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다시 경신했다고 12일 밝혔다. 2·4분기 영업이익은 33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7%, 152.6% 늘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3729억원, 영업이익은 642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3%, 55.0% 늘었다. 대표작인 '펍지(PUBG):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다양한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매출과 트래픽 등 모든 부문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주요 성과로 배틀그라운드는 맵 업데이트와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트래픽과 매출 효율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PC·콘솔 부문에선 뉴진스 컬래버레이션 등을 중심으로 트래픽 상승세가 이어졌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성장했고, 유료 결제 이용자도 두 배 이상 늘었다. 하반기에도 인게임 업데이트로 성장세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가 현지화 콘텐츠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크래프톤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를 준비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이달 말 독일에서 개최하는 글로벌 게임쇼 '게임스컴'에 출품해 서구권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계획이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최근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했고,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 완성도를 높여 오는 10월 캐나다 소프트론칭, 4·4분기 글로벌 출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플랫폼과 장르 다변화를 위해 지분 투자와 신규 IP 발굴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북미권 14개사, 유럽권 8개사를 포함해 총 27개사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확보한 게임들의 장르도 확장 중이다. 이달에는 일본 게임 개발사인 탱고 게임웍스의 개발팀을 영입했다. 아울러 인도 시장 공략과 인공지능(AI) 적용 게임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크래프톤은 BGMI를 통해 축적한 인도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 퍼블리싱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스포츠 운영을 통해 현지 이용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게임도 발굴 중이다. 올 상반기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는 AI를 활용한 두 개의 게임을 선보였다. 하반기에도 강화학습과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신작을 출시할 계획이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8-12 16:19:32[파이낸셜뉴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국내 종합주류회사 하이트진로가 더블 임팩트 라거-켈리의 새로운 TV 광고 '놓칠 수 없는 Kelly(켈리) 편'을 1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켈리는 새로운 광고를 통해 여름 성수기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이번 광고 캠페인에서는 켈리를 언제, 어디서나, 어떤 순간에도 손에서 놓칠 수 없는, 놓치고 싶지 않은 맥주로 표현했다. 특히 모델 손석구의 강렬하면서 부드러운 연기와 함께 다양한 상황들을 위트 있게 연출해 재미를 배가시켰다. 광고는 어느 펍에서 켈리를 한 모금 마신 후, 눈을 번쩍 뜨며 켈리에 빠져드는 모델 손석구와 함께 시작된다. 펍을 나오는 순간부터 사람과 부딪히고 길을 걷던 중에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 잔을 놓칠 뻔 하지만 손석구는 켈리를 지켜낸다. 이후 강아지들을 산책 시킬 때도, 무대 위에서 드럼을 연주하면서도 켈리를 놓치지 않는 손석구와 함께 '놓칠 수 없는 강렬함, 부드러운 첫 맛에 한 번, 강렬한 끝 맛에 두 번'이란 자막과 나레이션이 나오고 켈리를 마시며 광고는 마무리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4-08-01 14:56:07【파이낸셜뉴스 강릉=김기섭 기자】 강릉에서 홀덤펍을 가장해 5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업주와 종업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29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강릉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업주 3명과 종업원 45명, 도박 참여자 201명 등 총 249명을 도박장소개설, 도박장소개설방조 및 도박죄 등의 혐의로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22년 8월부터 약 2년간 강릉지역에서 합법을 가장한 홀덤펍을 운영하며 도박 참여자들에게 도박금을 계좌로 이체받아 수수료 10%를 떼고 게임 칩을 제공한 뒤 게임 결과에 따라 현금 또는 계좌이체 방법으로 환전해 주는 등 50억원대 도박 장소를 개설하고 불법 도박장에서 일을 하거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홀덤펍 업주들은 딜러와 종업원 등을 고용한 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또는 지인들을 통해 도박 참여자들을 모집했고 합법적인 게임이라고 속여 도박에 참여하게 했다. 이들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운영 기간 수수료 10% 등을 포함해 총 14억원 상당의 범죄수익금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4억원의 범죄수익금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2024-07-29 13:54:01[파이낸셜뉴스] 발리 7일차 일정은 그 어느날보다 타이트했다. 이날 하룻동안만 유튜버 '빠니보틀'도 방문한 '타나 롯', 발리 북부에 위치한 '가루다 위시누 켄카나 공원', '울루와뚜 사원' 등 총 3곳을 방문했다. 각각의 이동에만 2시간, 1시간 정도 걸리는 조금은 무리한 일정이었다. 발리 중부에서 시작해 남부, 최남단을 거쳐 다시 중부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바다 위에 떠있는 해상사원, 타나 롯 8시쯤 일어나 호텔 리셉션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 1대를 빌렸다. 비용은 보통 하루에 8000원 수준으로 장기렌트할 경우 더 낮아지기도 한다. 오토바이를 몰고 아침을 먹기 위해 '씨 유 카페'를 찾았다. 꾸따 비치 인근 주로 서핑을 즐기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카페처럼 보였다. 아사이볼과 에그베네딕트를 먹었다. 로컬 식당과 비교해 가격대는 좀 나갔지만 분위기도 맛도 괜찮았다. 오토바이로 한참을 달려 타나 롯에 도착했다. 타나 롯은 16세기 자바에서 온 니라타가 건립했다고 한다. 니라타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바위덩어리로 된 섬의 경관을 보고 "여기야말로 신들이 강림하기에 어울리는 곳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바다에 있는 거대한 암석 덩어리 위에 사원이 위치한다. 오전, 오후 언제 오느냐에 따라 암석 대부분이 바다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볼수도 있고, 물이 빠지면 바다였던 곳의 땅을 밟고 사원에 오를 수도 있다. 부산에서 가 본 '해동용궁사'의 발리 버전이랄까. 사원을 둘러싼 해안가의 경관도 볼겸 크게 한바퀴를 둘러봤다. 상점가가 있는 곳을 지나는데 '루왁 커피'를 파는 한 카페에서는 2마리의 사향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날이 더워 늘어져 있는 두 마리의 사향 고양이는 캣타워 같은 곳에서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다. 가끔 잠에서 깨고는 자세를 바꾸기는 했는데 활발해 보이지는 않았다. 사향 고양이는 커피콩만 먹으면 영양실조에 걸리고 실제로는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고 가게의 오너가 설명해 줬다. 사향 고양이 외에도 커다란 박쥐 한 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다른 외국인 손님이 주는 당근(혹은 파파야) 같은 걸 받아 먹었다. 루왁 커피는 앞서 커피 농장에서도 먹어봤기 때문에 특별하진 않았다. 다만 발리 현지에서는 5000원~6000원이면 루왁 커피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기회 될때마다 먹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었다. 타나 롯을 나와 도로를 타고 한 5분 정도를 달리다 인근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으로 메인으로 오리 고기와 밥, 면을 함께 파는 식당이었다. 맛은 평범했다. 거대 동상, 영화 세트장 같은 가루다 공원 울루와뚜 웅가산 지역에 있는 '가루다 위시누 켄카나 공원'으로 다시 오토바이로 한참을 달렸다. 덥고 습한 날씨, 장기간 라이딩에 허리와 엉덩이까지 아팠다. 울루와뚜 웅가산 지역에 있는 공원으로 공원 입장료를 구입하면 무료 음료 쿠폰을 한장 준다. 공원안에 있는 식당에서 밥까지 먹을 수 있는 프리미엄 티켓이 있긴 한데 딱히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무료 음료를 마시면서 해당 식당에 들어가 야경을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 충분했다. 발리 최대의 테마파크로 발리 문화와 힌두문화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공원이다. 공원의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힌두교 신들 중 하나인 '비슈누'는 질서유지의 신이라고 한다. 힌두교 신들 중 가장 선하고 정의롭고 자비로운 신이라고 한다. 비슈누 앞에서 발리 전통 의상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 공원이 시간 단위로 열리는 듯했다. 비슈누는 다음에 보게 될 반인반조 독수리인 '가루다'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실제로 가루다 동상을 보고 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말미에 가루다를 타고 있는 브슈누가 거대하게 얹혀진 건물도 보게 된다. 해당 건물에서는 발리 신진 작가들이 출품한 각종 신과 도깨비 등의 조소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공원을 둘러보는데는 최소 1시간, 넉넉하게 2시간 이상 소요되고 걸음도 꽤 걸어야 한다. 공원에 도착하고 바로 '미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목을 축였다. 공원을 다 둘러볼 즈음에는 갈증도 나고 꽤나 피로했다. 출구쪽에 접한 식당에서 들어올 때 받았던 입장권으로 무료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별도의 제작 음료를 주는 것은 아니고 호텔 뷔페에 있는 레몬티, 홍차 등 다양한 음료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구조였다. 갈증이 나 한 컵을 원샷하고 다음 잔을 채운 뒤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석양이 지기 시작했는데 밖으로 보이는 풍광도 나쁘지 않았다. 공원을 나와 다시 다음 목적지인 울루와뜨 사원으로 향했다. 석양 진 뒤 울루와뚜 사원, 케착 댄스는 다음 기회에 울루와뚜 사원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져 어둑어둑했다. 오토바이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새우는데 원숭이 두서 마리가 다른 오토바이 위에서 작은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표를 사고 절벽 위에 있는 울루와뚜 사원을 둘러봤다. 절벽 꼭대기에서 밤 바다를 내려다 봤다. 일주일 동안 발리의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녔지만 이날의 울루와뚜에 관광객이 가장 많았다. 출퇴근길 서울의 지하철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람이 가득해 사람 사이를 지나쳐 가야 했다. 사원에서 매 시간 단위로 진행하는 발리의 민속 댄스 공연인 케착 댄스도 보고 싶었는데 이틀전부터 이미 예약이 가득차 있었다. 울루와뜨 사원의 외곽을 따라 걸으며 벽이 낮은 특정 장소에서 한동안 관객의 함성과, 무대 뒤 일부 배우들을 벽 너머로 볼 수 있었지만 공연 전체를 보지 못한 것은 굉장히 아쉬웠다. 처음 발리에 묵었던 우붓 왕궁을 비롯해 다양한 장소에서 케착 댄스 공연이 열렸지만 울루와뚜 공연이 원조라는 얘기를 들어 미뤘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쉽지만 케착 댄스는 다음번 발리를 위해 남겨 두기로 했다. 스미냑 비치, 저 바다에 누워 빈땅 맥주 한 잔 더 라이트를 켜고 발리의 밤 거리를 달렸다. 일부 도로는 한산했지만 도심지에 접근하자 수십대의 오토바이가 도로는 물론 인도를 넘나들며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방콕 스쿰빗 로드, 베트남 호치민과 견줘도 발리의 오토바이 교통 체증은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스미냑 비치에 당도해 주요 상점가를 지나쳐 바닷가에 있는 비치 펍에 가기로 했다. 말 그대로 백사장에 푹신하게 몸을 파 묻을 수 있는 베개형 쇼파가 가득했다. 쇼파와 파라솔이 백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 장관이었다. 일행과 나는 블루 나인 비치(B9B)라는 펍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의 비치 펍이 라이브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비치 펍마다 가수의 스타일이 모두 달랐다. 물론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만큼 대부분 미국의 팝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날의 가수는 한 여성분이었는데 노래를 엄청 잘 부른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피자와 첫날 맛있게 먹었던 그리스식 꼬치 요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발리의 마지막 밤인 만큼 빈땅 맥주도 두 세병 마셨다. 일행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가수와 동료들이 무대를 마치고 짐을 싸고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자리를 정리했다. 계산을 하고 왔던 백사장을 따라 걸어가는데 우리가 있었던 펍이 그날 밤 문을 제일 늦게 닫은 거라는 걸 알았다. 다른 펍들은 이미 철수를 한 뒤였다. 어쩌면 그날 스미냑 비치에서 마지막까지 빈땅 맥주를 마신 최후의 손님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다음날은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아침으로 근처 카페에서 마지막 아사이볼을 먹었다. 이어 호텔 근처에 있던 '코코랩'이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간단하게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생에 첫 발리였지만 어쩐지 발리는 앞으로 적어도 한 번은 더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18 18:5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