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시행된 중국의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중국 보따리상(다이궁)들은 온라인쇼핑몰이나 웨이보, 위펫 등의 판매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내야한다. 국내 면세점업계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들은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해 중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해왔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연말에는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설날을 일주일 앞두고 찾은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 본점에는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다시 몰려 들었다.중국 춘절을 앞두고 명절선물을 미리 구매하기 위한 것이다. 개장 시간을 삼십여분 앞뒀지만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200~300m의 줄을 선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면세점의 한 매장 직원도 "지난 연말보다 더 많이 오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기나긴 대기 행렬에 놀라 보안요원을 붙잡고 묻자 "오늘은 그래도 20~30분 정도면 입장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에 비하면 빠른 거예요"라고 전했다. 면세점업계 큰손인 다이궁들은 이날 대기줄에서 전날 1000달러 이상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 익스프레스 티켓을 대거 손에 쥐고 있었다.한참을 기다려 직원의 안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면세점 매장으로 들어서자, 한국 속 작은 중국이 펼쳐졌다. 물건을 이리저리 살피며 오고가는 이들도, 이들의 물음에 응대하는 직원들도 모두 중국말로 빠르게 얘기했다. 매장 앞을 지나가는 기자를 붙잡고 이벤트 안내문을 준 직원도 당연한듯 중국어로 말을 건넸다. 기자가 "무슨 이벤트냐"고 묻자 "한국인이셨어요?"라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이 시간대 고객은 거의 대부분 중국인이다. 국내분들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머쓱하게 웃었다.막 문을 연 시각부터 면세점에 다이궁들이 북적이는 것은 판매 상품을 먼저 확보하기 위함이다. 중국 배우 장쯔이가 모델인 일본의 화장품 브랜드 끌레드뽀 보떼나 디올, 입생로랑 매장 앞에는 적게는 20명, 많게는 50~60명의 다이궁들이 휴대폰에 담긴 주문수량을 확인하며 초조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이나 매장 곳곳에서는 구입한 상품들로 가득 담긴 쇼팽백을 여러개 손에 든 다이궁들로 가득했다.국내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공항에서 받을 수 있는 면세품 현장인도 제도를 이용하려는 다이궁들이 모인 곳은 마치 물류창고인 듯 쇼팽백들이 높게 쌓여있기도 했다. 다이궁들로 면세점이 북적이면서 지난해 면세업계는 활짝 웃었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업계 매출은 172억3817만 달러로 전년 대비 44%나 늘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의 큰 명절인 춘절이 지나봐야 전자상거래법에 의한 영향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9-01-31 17:36:12[파이낸셜뉴스] 휴림네트웍스가 강세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여행객이 줄면서 중국 보따리상인 일명 '다이궁'에게 지급하는 면세점 송객 수수료가 폭증했다는 소식에 기대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14일 오전 9시 16분 현재 휴림네트웍스는 전일 대비 35원(+3.33%)상승한 1085원에 거래 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열린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면세점들이 송객수수료로 지출한 비용이 3조9000억원에 달한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구매를 알선한 여행사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면세품을 소규모로 거래하는 중국인 보따리상인 일명 '다이궁'에게 지불한 수수료다. 홍 의원실에 따르면 연도별 송객수수료는 2017년 1조 1481억원, 2018년 1조 3181억원, 2019년 1조 3170억원, 2020년 8626억원, 2021년 3조 8745억원이다. 이 기간 중 대기업 면세점이 지불한 송객수수료가 3조 843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송객수수료가 폭증한 원인은 늘어난 재고를 소진키 위해 다이궁에 대한 면세점업계의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997년에 설립된 휴림네트웍스(전 THQ)는 전자 통신 분야 제조,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주력 사업은 안테나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안테나 사업과 인바운드(외국 관광객 국내 유입)플랫폼 사업 등이다. 인바운드플랫폼 사업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비를 유도하고 면세점으로부터 송객 수수료를 받는 여행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과 함께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을 대비, 전세항공기 사업을 영위하는 리더스항공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지분을 취득한 바 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2-10-14 09:17:00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모두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다만 물가상승 여파 등으로 비용이 상승하며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역대최대 매출 올린 신세계백화점 7일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 4·4분기 매출액이 70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다고 밝혔다. 연간매출은 2조 5570억원(2.8%)으로 역대 최대다. 다만 물가 상승 여파로 관리비·판촉비가 동반 상승하며 4·4분기 영업이익은 1447억원(-3.5%)을 기록했다. 역대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 단일 점포 거래액 3조원을 돌파한 강남점과, 지역 점포 최초로 2조원을 달성한 센텀시티 등 주력 점포의 역할이 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속된 고물가 · 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서도 공간 혁신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결기준으로는 4·4분기 매출액 1조 7203억원(-22.3%), 영업이익 2060억원(45.7%)을 기록했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와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널 등 연결 자회사들의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수익성은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쉽지 않은 내수 영업 환경 속에서도 백화점 역대 최대 매출과 더불어, 연결 회사들의 내실 있는 경영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백화점 오프라인 콘텐츠 혁신과 자회사들의 핵심 경쟁력을 높여 올해 더욱 호전된 실적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2년 연속 최대매출 갱신 현대백화점그룹의 백화점 부문도 2년 연속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했다. 백화점 별도로보면 지난해 매출은 2조 4026억원으로 전년보다 4.9% 가량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35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 가량 감소했다. 연결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연간 매출은 4조 2075억원으로 16.1% 가량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도 3035억원으로 5.4%가량 줄었다. 면세점 부문의 매출이 부진한 결과다. 면세점은 지난해 9978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55.8% 가량 매출이 줄었다. 더불어 3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전년보다 적자폭은 348억원 가량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부문의 지난해 4·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명품, 패션 부문의 판매 호조와 대전점 영업재개로 크게 증가했다"면서 "면세점의 경우 다이궁 매출 감소 등으로 매출은 줄었으나, 인천공항면세점 신규 오픈, 여행객 증가 등으로 적자폭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24-02-07 18:47:15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기대감을 안고 투자했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다. 한중 관계도 예전 같지 않아 전망까지 어두워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300 필수소비재 지수는 최근 한 달간 4.00% 하락했다. 해당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은 KT&G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CJ제일제당, 이마트, 오뚜기 등이다. 대부분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유통업종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90%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10% 이상 처진 셈이다. 기간을 올해로 넓히면 격차는 더 커진다. KRX300 필수소비재 지수는 올해 들어 11.4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7.96% 상승했다. 30% 가까운 차이다. KRX300 필수소비재 지수는 지난해 말 52주 최고점을 기록했다. 중국이 코로나 봉쇄조치를 해제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연말·연초에 급등했던 지수는 4월에 반짝 반등을 제외하고는 우하향 추세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빨리 봉쇄 해제를 단행한 이후 연초부터 기대가 높게 형성됐지만, 내수 등 일부 제한적 범위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관찰되고 있을 뿐 세계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이 확산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자동차와 연료를 제외한 국내 소매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2.6% 증가한 42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증가 폭은 올해 1·4분기(3.8%)보다 둔화됐다. 특히 면세점은 21% 감소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기저 부담이 가장 높았고, 성장을 이끌던 패션매출이 둔화한 영향이 컸다"며 "면세점은 중국 대형 다이궁(보따리상) 관련 매출 감소로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한중의 외교적 갈등이 불거지면서 개별 종목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은 3%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이날도 유통주 대부분이 하락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리오프닝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양국 간 외교적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중국발 수혜가 증시엔 한동안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3-06-13 18:24:36코로나19로 지독한 불황에 시달리던 호텔·면세점 업계가 국내 가정의 달 내국인 특수와 중국·일본 등에서 온 방문객 특수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노동절 연휴(4월 29일~5월 3일)와 일본 골든위크 중에는 제주지역 호텔 예약이 10%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추가로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제한 해제 △중국계 동남아 VIP관광 수요 회복 △송객 수수료 인하 등이 이뤄지면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면세점 외국인 고객 2020년 3월 이후 최대 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3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고객은 31만4699명으로 2월 20만9653명보다 10만명 이상 늘었다. 이는 코로나 유행시기인 2020년 3월(26만2143명) 이후 최대 규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4월 29일~5월 7일 골든위크 기간 서울 시내면세점의 일본인 관광객 매출이 전년 대비 400% 이상 급증했다"며 "5월 1일 제주~베이징 간 대한항공 직항노선이 주 4회 운항을 시작하면서 제주 면세점도 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는 올해 1·4분기 국제 항공노선 운항이 정상화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4분기 면세점 쇼핑을 이용한 외국인 수는 77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410% 신장했다.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1·4분기(440만명)와 비교하면 아직 17% 수준에 불과하지만 바닥은 찍었다는 분위기다. ■정부, 국산품 온라인판매 허용도 상설화 1·4분기 면세점 매출은 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송객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중국 다이궁(보따리상)을 통한 거래가 줄면서 전년동기(4조2000억원) 대비 26% 줄었다. 2019년 1·4분기(5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55% 수준이다. 송객 수수료는 면세점이 관광객을 모집한 현지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코로나로 관광객 모집에 난항을 겪자 송객 수수료가 2~3배가량 올랐고 면세점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관세청은 지난해 6월 시행한 국산품의 온라인판매 한시적 허용조치를 상설화했다. 면세산업의 매출 규모를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한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다. 또 면세 재고품 국내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도 연장했다. 과도한 송객 수수료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해외진출 통한 시장다변화 나서 롯데면세점은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 다변화를 추구하고 다국적 관광객을 직접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에 인바운드 여행사 50개와 가이드 180명을 초청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4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국제박람회, 태국 서울관광설명회에 연이어 참석해 직접 홍보부스를 꾸미고 현지 관계자들을 만났다. 최근 동남아 등 방한관광객 증가에 따라 롯데면세점 또한 국내 매장에는 베트남어, 태국어 등 6개 언어로 제작된 안내리플릿을 만들어 고객편의를 높였다. 실제 롯데면세점의 올해 1·4분기 일본인 관광객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배 신장했으며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고객 매출은 4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 4일 관세청 주최로 열린 면세업계 간담회에서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또한 "국내 사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 적극 임할 생각"이라며 "국내에선 시내점, 온라인에 집중하고 해외는 공항 위주로 진출해 규모를 키울 생각"이라고 향후 전략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4분기 롯데면세점 해외점 매출은 지난해 1·4분기 대비 약 500% 성장했다. 이는 코로나 이전 정상시장 대비 약 60~70%의 매출 회복세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3월 하나은행의 글로벌 지급결제서비스 사업자 GLN인터내셔널과 업무협약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GLN은 모바일결제, ATM 출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중개 네트워크 서비스다. 신라면세점은 비씨카드와의 마케팅 활성화 업무협약에 이어 GLN과 협약해 동남아 고객의 유입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05-08 18:39:15[파이낸셜뉴스] 삼성증권은 2일 호텔신라에 대해 인천공항 입찰 성공 유무와 무관하게 영업이익률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 29일 면세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문을 내고, 오는 2월22일 입찰 제안서를 마감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7월 1일부터는 새롭게 선정된 사업자가 운영을 개시하게 된다. 박은경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전의 입찰 대비 면세사업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변화가 있다. 그 중 공항 면세점의 만성 적자 원인이었던 최소보장 임대료 (고정비) 대신 여객당 임대료로 (변동비) 변화한 것이 핵심"이라며 "계약 기간의 변경 (변경 전 5년, 변경 후 10년), 사업권 구성 변경 (변경 전 품목별 최대 3개 사업자 선정, 변경 후 품목별 최대 2개 사업자 선정) 역시 면세사업자의 수익성에 긍정적 변화"라고 꼽았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수요전망이 전례없이 좋은 상황이다. 중국내 화장품 수요 회복에 따른 중국 다이궁 수요 회복, 중국인 일반 관광객 수요 회복, 글로벌 한류에 따른 비중국 외국인 관광객 수요 증가를 한꺼번에 누렸던 전례가 없다"며 "여기에 2014년 이후 만성 적자였던 국내외 공항 면세점 수익성 개선 가능성 높은 상황으로, 업종내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아 인천공항 입찰에서도 가장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천공항 입찰 실패의 경우에도 여전히 적자 점포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과거 5~6%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 밴드 상단 돌파도 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2023-01-02 08:21:11[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전면 철회를 지시한 영빈관 신축 계획과 관련,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 전 파리에서 '영빈관'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다시 파리에서 '영빈관' 논란에 대해 듣게 되었다"며 "3년 전 나의 발언을 꺼낸 것은 나로서는 고마운 일인데, 그 의도와 논리의 박약함은 애잔하기도 하다"며 운을 뗐다. 탁 전 비서관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당과 대통령실은… 국가 대사를 3년 전 나의 페이스북 발언 정도로 당위성을 주장하면 누가 동의하겠냐"며 "각설하고, 윤석열 정부가 '영빈관'을 신축하겠다고 말했던 이유는 이것이다. '청와대를 무리해서 버리다 보니, 용산에는 행사할 장소가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버렸던 청와대로 다시 가기는 면구스러우니, 용산과 가까운 곳에 그냥 하나 짓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탁 전 비서관은 "만약에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폐쇄하지 않고 기존의 영빈관을 개·보수하여 국빈 행사에 어울리는 장소로 만들고, 여기에 숙소의 기능을 더 하겠다면, 미력이나마 나라도 앞장서서 응원했을지도 모르겠다"며 "각국의 영빈관은 두 개의 기능이 있다. 하나는 외빈들의 숙소 기능이고 하나는 의전 행사장으로서의 기능이다. 외빈 숙소 기능을 전 세계가 다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직접 본 곳으로는 미국의 블레어 하우스, 중국의 조어대, 일본 아카사카의 이궁,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들이 있었다. 국빈 숙소는 있는 나라도 있고 없는 나라도 있다"며 "영빈관이 없는 나라에 타국 정상이 국빈 방문하면 그 도시의 호텔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탁 전 비서관은 "영빈관이 있는 나라에 방문했다고 해서 영빈관을 꼭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정에 따라 방문국의 의사에 따르는 경우도 많다"면서 "외빈 숙소와 그에 따른 부속건물이 아닌데, 국가 행사의 장소를 '영빈관'으로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빈관이라는 뜻이 원래 '숙소'를 의미하는 것이니 숙소가 없는 '영빈관'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표현"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영빈관'은 외빈에게 숙소로 제공되는 곳이 아니라 행사의 '장소'"라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청와대 영빈관은 이미 (내가) 3년 전에 지적했듯이 숙소 기능이 없고 공간이 협소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변함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재건축이 아니라 신축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미 존재하는 부지와 청와대의 현대사를 폐기하고, 편의를 위해 용산 어디에 그저 새 '행사장'을 짓겠다면 누가 그것을 반길 수 있겠나"라며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했던 말들 '아무 문제가 없고', '모든 기능은 대안이 있으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던 말들은 이제 와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의 의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면서 예견되었던, 지겹도록 반복해서 경고했던 일들은 이렇게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은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윤석열 정부의 원죄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탁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의 각종 국가행사, 대통령 행사들이 누추해진 까닭이 '공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무런 대안 없이 청와대를 폐쇄하고, 이에 따른 대책의 수립도, 설득의 기술도 없는 그들의 아마추어리즘이 더 큰 원인"이라며 "그러니 다시 한 번 쓴다. 돌아가시라. 청와대로"라고 폭탄발언을 뱉었다. 앞서 정부가 국회가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 대통령실 인근에 영빈관 역할을 할 부속시설을 878억6300만원을 들여 신축하는 계획이 포함돼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영빈관 신축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은 "청와대 그대로 썼으면 1원도 들지 않았을 혈세"라며 19일 시작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본격 추궁하고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집단적 망상"이라며 "이재명 대표 부부에 대한 수사를 영부인 특검으로 물타기 하려 든다"고 대응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9-19 08:01:34[제주=좌승훈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제주지역 면세점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맞춰 국제선 항공편 재개와 함께, 무사증 제도 부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지난해 3월 30일 이후 제주로 오는 국제선 항공편도 모두 끊긴 상황이다. 면세업계 회생을 위해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600달러→3000달러…1년간 한시적 운영 홍성화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제주관광학회 주최로 2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홍 교수는 “현재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3곳(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출국장면세점)의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 약 2조4000억원에서 2020년 코로나19로 4000억원대에 그치면서 83% 감소했다”면서 “이는 전국 면세점 감소폭인 37.6%의 두 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시내면세점 종사자도 2019년 2891명에서 올해 1112명으로 62% 감소했다. 반면 중국 하이난 면세특구는 지역 면세한도를 3만위안(500만원)에서 10만위안(1800만원) 으로 대폭 상향하고, 상품 품목도 늘리면서 코로나19 시대에도 매출이 127% 증가하면서 제주 시내면세점의 막강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특히 하이난(海南)이 중국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를 무기로 다이궁(代工·보따리상)을 흡수하면서 국내 면세점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최남단의 하이난섬을 자본과 인력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고, 이곳을 면세특구로 키우기 위해 관련 규제를 확 풀었다. 대표적인 것이 1인당 내국인 면세 한도로 당시 연간 1만6000위안(약 280만원)이던 것을 3만위안(약 524만원)으로 올렸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2020년 7월부터는 10만위안(약 1745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어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로 돌아간 후에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파격 조치를 도입했다. 다이궁은 코로나19 이전 국내 면세점 매출의 30~40% 수준을 점유했다. 하지만 지금은 면세점 매출의 80~90%로 절대적인 입지를 차지한다. 특히 하이난이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를 무기로 다이궁을 흡수하면서 이들을 끌어오기 위한 국내 면세점들의 출혈 경쟁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 중국 다이궁 바라보다 ‘닭 쫓던 개’ 된다 홍 교수는 “다이궁에게 지불하는 수수료(33%~46%)도 너무 과다하는 지적이 있지만, 면세점업계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면세점업계의 타개책으로 제주지역을 면세한도 상향 시범지역(1년 한시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교수는 중국처럼 제주에서도 면세 한도 상향 정책을 펴면 해외여행으로 빠져나갈 국부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해외여행에 나서는 내국인의 수요를 제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잠재 소비자 면담 결과 면세 한도가 3000달러 수준은 돼야 쇼핑 목적 해외 여행객 수요를 국내로 돌릴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쇼핑목적 해외 여행객 수요를 국내로 유턴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려면, 현재의 면세한도 600달러를 시범사업 기간 동안 3000달러로 상향해야 한"며 "면세 한도 상향이 실현되면, 제주는 프리미엄 관광객의 주요 쇼핑 목적지가 될 수 있다"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면세판매를 위한 내수 시장의 확대는 면세업계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다이궁과의 관계를 대등하게 해 판매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범사업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큰 면세쇼핑 해외수요를 국내로 유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고소득자에게만 면세혜택이 집중되는지를 분석해 부작용이 크면 사업을 즉시 종료하고, 반면 편익효과가 크면 면세한도 상향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지 외국인 '온라인 역직구' 허용 의견도 일각에선 면세업계가 당장 줄어든 매출을 복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팔 수 있게 하는 '온라인 역직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향후 해외여행이 정상화될 것에 대비하고 지금 같은 중국 다이궁에 대한 국내 면세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내국인 면세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한도는 2014년 1회 400달러(약 45만원)에서 600달러(약 67만원)로 오른 후 7년째 그대로다. 업계에선 이를 최소 2000달러(약 225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면세품 전체 구매 한도(5000달러)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1-11-29 17:48:48지난 1962년 김포공항에 국내 첫 면세점이 들어섰다. 외국인 전용이었다. 일본인 등을 대상으로 수입잡화와 토산품을 팔았다. 1979년 동화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등장하면서 제대로 된 면세점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약 40년이 지난 2018년, 한국의 면세산업은 당당히 글로벌 1위(매출 기준)에 올랐다. 해외 명품을 비롯해 K뷰티, K푸드 바람을 타고 국산 화장품과 홍삼 등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2019년 면세업계 전체 매출은 25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 지금도 한국 면세산업은 글로벌 톱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인천공항 면세점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만큼 국내 면세사업자들이 군침을 흘리던 곳이다. 하지만 올해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은 올해 세 차례 연속으로 유찰됐다. 코로나19가 한국 면세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길, 바닷길이 수개월째 막혀 있어 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중국, 일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시내면세점은 인적이 뜸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 면세점 직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일주일에 사흘 출근한다. 이러다 월급도 절반으로 줄어들까 걱정"이라며 자조 섞인 웃음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735억원, 신라면세점은 965억원, 신세계면세점은 694억원의 적자를 냈다. 정부가 재고 면세품 제3자 반송 및 내국인 일반판매를 허용해줬으나 겨우 '입에 풀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면세업계는 "이대로 가면 머잖아 중국에 역전당할 것이다" "몇 안 되는 세계 1위 산업인데 눈뜨고 빼앗기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침체에 빠진 면세업계가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많은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이웃나라 중국의 면세산업은 정부의 든든한 후원에 힘입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특별경제지구인 하이난은 중국인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면세쇼핑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하이난 면세점의 연간 1인당 면세쇼핑 한도를 3만위안(약 500만원)에서 10만위안(약 1700만원)으로 확대하고, 면세상품 품목도 38개에서 45개로 늘렸다. 해외여행길이 막힌 중국인들이 하이난으로 몰렸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업계는 속만 끓이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 매출의 3분의 2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게서 나온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특허수수료 납부유예나 감면, 면제 △내국인 면세한도(600달러) 범위 내에서 한시적인 쇼핑 허용 △해외직구와 같이 150달러 한도 내에서 온라인 구매 허용 △세금을 포함한 가격으로 비출국자에 구매 허용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내국인이 제주 등을 다녀올 때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비행관광' 상품에 면세쇼핑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타이밍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자칫 한발, 두발 늦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생활경제부장
2020-11-01 18:20:34【제주=좌승훈 기자】 제주관광공사가 사내면세점 사업 철수에 이어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항만면세점 운영에도 손을 뗀다. 공사는 총 99억원을 투입해 항만면세점을 포함해 국제여객터미널을 2017년 7월 준공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관광시장 의존도가 큰 크루즈 관광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3년 가까이 문도 열어보지 못한 채 결국 항만시설관리권 공개 매각에 나설 예정이다. 17일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제주도와 해양수산부으로부터 제주항 출국장 면세점 건물 매각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연내 매각을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공개 매각 대상은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 내 출국장면세점(인도장 포함) 3000㎡를 비롯해 홍보관 500㎡과 우수상품 전시장 500㎡, 기타 시설 2453㎡ 등 6453㎡다. 앞서 공사는 지역 내 쇼핑 인프라를 확충하고 운영수익을 제주관광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며, 신규 사업으로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사업과 함께, 비관리청 항만공사(국제여객터미널 항만면세점) 사업시행자로 나섰다. 하지만 시내면세점은 지난 4월29일 사업을 종료했다. 2016년 2월 문을 연 시내면세점은 4년 동안 154억원(2016년 43억원·2017년 45억원·2018년 38억원·2019년 28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공사 운영비로 127억원의 혈세(제주도 보조금, 2017년 20억원·2018년 30억원·2019년 27억원·2020년 50억원)가 투입됐다. 공사는 이번에 항만시설관리권 공개 매각이 어렵다면, 면세점과 인도장에 대해 면세사업자 공개 모집 후 임대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갈수록 높아진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와 송객 수수료 문제로, 지난해 대기업 계열의 갤러리아면세점(한화)·두타면세점(두산)도 면세점사업을 철수한 상태다. 게다가 항만면세점은 크루즈관광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주범 중 하나로 크루즈관광이 지목된 가운데, 크루즈선 입항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 시름이 깊어졌다.
2020-05-17 16:4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