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MBC가 기획하고 웨이브가 투자한 옴니버스형 8부작 드라마 ‘러브씬넘버#’가 1일 두아(김보라 분) 편을 시작으로 베일을 벗는다. ‘러브씬넘버#’(극본 홍경실, 연출 김형민, 제작 위매드)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거나 고민해봤을 에피소드를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오늘 첫 방송되는 에피소드는 23세 두아(김보라 분) 편. 두아는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를 지향하는 심리학과 대학생이다. 두아는 섹시한 다함(김종훈 분), 이지적인 상우(김준경 분), 애교많은 시한(김성현 분) 세 명과 비밀스러운 만남을 갖고 이상적인 연애를 실현하고자 한다.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두아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생긴다. 이에 두아와 한울(안정훈 분)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로 출연하는 지성(김영아 분)과의 대화로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구성했다. ‘러브씬넘버#’는 웨이브를 통해 전편 공개됐으며, MBC 채널에서도 2월 1일과 8일 밤 10시 50분 김보라가 출연한 23세 편과 박진희가 출연한 42세 편이 방영된다. 심은우가 출연한 29세 편과 류화영이 출연한 35세 편은 웨이브에서만 시청 가능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1-02-01 10:05:03[파이낸셜뉴스] 기독교단체 블로그에 다자간 연애(폴리아모리) 성향을 갖는 사람의 얼굴과 실명을 게시하며 비방한 목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기독교단체를 이끄는 목사 A씨는 지난 2018년 1월 해당 단체 블로그에 B씨의 얼굴과 실명이 나온 기사를 인용하며 B씨가 다자간 연애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를 향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성경적 고찰과 반성은 전혀 없고,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주변 사람들과 사회, 학교를 향한 원망만 늘어놓고 있다"며 "세상에는 보편적 도덕가치가 있다. 소수의 행동이라고 다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왜 소문이 될 만한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반면, 2심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이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비방 목적이 있던 것으로 봤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글은) 피해자의 성적 지향성이 옳지 않음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기는 하나 피해자가 '성적으로 문란한 자', '잘못 살고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비방하는 것을 주요한 동기나 목적으로 해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실을 피해자의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드러냈다"며 "자신과 특정 사회집단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견해를 가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해당 글을 작성·게시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1-01 14:08:18[파이낸셜뉴스] 사촌지간 불륜을 저지른 사건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26일 방송된 MBC 에브리원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에서는 법조인 고민러들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날 최영은 변호사는 "요즘에는 확실히 불륜이 많이 늘었다. 예전보다 불륜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예전에는 불륜을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만날 방법이 많아졌다. IT를 최대한 활용한 불륜이 많다. 그걸 통해서 잡히기도 많이 잡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픈 채팅방에서 기혼이라고만 쳐도 기혼남녀들이 썸타는 방, 불륜 목적 방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며 "본인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먼저 인증하고 보통 일대일을 생각하지만 가볍게 다자간 연애도 가능하다. 불륜만을 목적으로 만든 채팅방이 있고 거기 접근하기는 너무 쉽다"고 설명했다. 딘딘은 "맡았던 사건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에 대해 물었다. 이에 최 변호사는 "처음에 변호사가 되고 나서 불륜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고 의뢰인은 피고였다"며 "피고가 원고 배우자의 사촌 누나였다. 원고가 형님에게 상간자 소송을 제기한 거다. 원고의 남편이 자신의 사촌 누나와 바람이 난 거다. 사촌끼리 만난 것이다"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제동은 "사촌인 줄 모르고 만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최 변호사는 "그건 아니었다. 사촌 누나 동생이 중간에 문제가 있어서 다퉜나 보다. 일반적인 이유로. 술 먹고 화해하고 술기운에 호텔에 가서 관계가 시작된 거였다. 꽤 장기로 이어져서 몇 년 된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딘딘은 "혼란스럽다. (사촌끼리) 싸우고 풀려고 술 먹다가 호텔로 갔다고?"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 변호사는 "불륜에 대한 증거는 확실하게 있었는데 원고 배우자인 사촌 남동생이 결혼한 걸 숨기고 사촌 누나를 만났다. 미혼 총각행세를 하며 만났다"고 뒷 이야기를 전했다. 딘딘은 "결혼식도 안 오던 사이인데 불이 붙은 거냐"고 물었고, 최 변호사는 "사촌 남동생은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족들 사이에서는 이혼한 것까지만 알고 있었다"며 "재혼하면서 친척들을 부르지 않았다. 혼인신고만 했던 거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맡으면서) 그때 당시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옛날에 사촌끼리 결혼했던 과거가 있다고 합리화하며 진행했다"고 털어놨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3-27 08:52:25[파이낸셜뉴스] 예스24는 지난 1월 25일 다양한 형태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여성가족부의 발표를 기점으로, 다양한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다룬 도서의 10일 간 판매량이 직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통해 비혼, 동거 등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다양한 가족구성을 법 제도 안의 가족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새로운 가족 구성 형태가 사회 전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출판 분야에도 반영되어 2016년부터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출간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관련 도서 출간 종 수는 15종에 이르렀다. 출간 도서로는 비혼 여성들의 인생 지침을 일러주는 ‘혼자서 완전하게’,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비혼수업’,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쨋다구요?!’,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조립식 가족의 동거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낸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우리가 우리를 기억하는 방식’,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등이 있다. 또 다자간 연애(폴리아모리)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가감없이 드러낸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또한 독특한 소재로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 다양한 가족 구성원과 관련된 에세이를 구매한 주요 구매자층은 2030 세대로, 30대는 40.32%, 20대는 25.65%로 나타났다. 또한 구매자 성비는 남녀 1 대 9로 여성 구매자의 비중이 높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2-18 10:18:53각자 취향에 따라 영화나 드라마, 예능을 골라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과거 TV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특히 OTT 업체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독점 콘텐츠가 늘고 있다.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영화 부문 세계 1위에 오른 '승리호'가 화제다. SF 장르에서 흔히 볼법한 진부한 요소와 외국인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지나치게 긴 상영시간 등 단점이 지적되나 할리우드에 비해 한창 부족한 제작비로 우주를 무대로 완성도 있는 SF영화를 만들어낸 한국영화계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모션캡처로 완성한 로봇 '업동이' 캐릭터와 아역 배우들의 연기엔 미소가 절로 난다. 2007년 존 프레스톤의 동명 실화 소설을 영화화한 '더 디그'는 부유한 미망인 에디스가 자신의 땅에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마추어 고고학자 바질을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 캐리 멀리건과 랄프 파인즈가 주연했다. 흔치 않은 러브스토리를 찾는다면 '맬컴과 마리'가 있다. '테넷'의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제72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젠데이아 콜먼이 주연했다. 미국 연애 매체 버라이어티는 "두 배우가 올해 오스카 판도를 갑자기 바꾸면서 역대급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며 호평했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톰 행크스가 '제이슨 본 '시리즈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의기투합한 작품. 텍사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상의 소식을 전하던 남북전쟁 참전 용사 키드가 우연히 만난 소녀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거친 여행길에 오르는 과정을 그렸다. 왓챠는 '왓챠 프리미어' 기획전을 개최하고 2월 한 달간 매주 수요일마다 직접 수입한 영화들을 독점으로 선보인다. '스왈로우'는 영화 애호가의 관심을 살 만하다. 매혹적 미장센과 충격적 이야기로 '제2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탄생'으로 불린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의 작품. 이상적인 삶을 누리는 헌터가 임신과 함께 찾아온 기괴한 욕망에 사로잡히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70 빈라덴'은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인 스페인 케이퍼무비. 딸의 양육권을 잃지 않기 위해 24시간 내에 큰돈을 마련해야 하는 한 엄마의 소동을 그렸다. 10일 공개된 독점 공개작도 눈에 띈다. '냠냠'은 액션, 코미디, 스릴을 오가는 벨기에 좀비 영화. F컵 가슴이 부담스러운 주인공 알리손(마이케 누빌)이 남자친구와 함께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좀비의 습격을 받는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매진 기록을 세웠다. 장안의 화제였던 '펜트하우스'가 19일 시즌2 방영을 앞뒀다. 웨이브에선 시즌1을 정주행할 수 있다. 따끈따근한 오리지널 드라마도 있다. '러브씬넘버#'는 20대부터 4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옴니버스형 8부작 멜로드라마. 세명의 남자와 다자간 연애에 빠진 23세 여성, '메리지블루'로 결혼식 당일 도망친 29세 여성 등 네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리지널 예능 '어바웃 타임'은 국내 최초 시간을 경매하는 예능으로 눈길을 모은다. 강호동, 이수근, 신동을 주축으로 특별한 사연을 가진 입찰자가 현장에서 직접 게스트의 시간을 경매한다. 아이돌 유노윤호, 롤드컵 레전드 페이커, 빙상여제 이상화, 스타강사 김미경, '전국노래자랑' 터줏대감 송해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다. 공연 애호가라면 클래식 콘서트를 추천한다. 5GX 멀티뷰 기술로 포착한 피아니스트 임동혁 리사이틀 '베토벤에게'는 지난해 11월 개최된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실황이다. CJ ENM 채널과 JTBC 등 종편 4사를 선호한다면 티빙에 접속하자. 5만1000여개의 방송 VOD를 비롯해 200여개의 정주행 채널(티빙TV), 1만여편의 영화 VOD를 즐길 수 있다. 티빙 독점 콘텐츠도 있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여고 추리반'은 여고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사건과 그 속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뭉친 추리반의 활약을 담은 미스터리 어드벤처 프로그램. '대탈출' '더 지니어스' 시리즈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정종연 PD가 연출을 맡았다. 14일 종영하는 tvN 드라마 '철인왕후' 번외편으로 제작된 '철인왕후: 대나무숲'(총 6편)도 티빙에서만 볼 수 있다. 두 주인공의 진짜 첫 만남과 여주인공 김소용의 '남자사람친구'들을 질투하는 철종의 모습 등 본편 미공개 에피소드가 담겼다. 13~14일 본방 직후 3편씩 공개된다. tvN과 JTBC가 설을 맞아 편성한 영화는 별도 이용권 구매 없이 시청할 수 있다. 11일엔 '오케이 마담' '클로젯' '1917', 12일엔 '백두산' '강철비2: 정상회담', 13일엔 '반도'가 공개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1-02-10 16:58:35▲ 사진=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2' 방송 캡처'연애의 참견 시즌2' 참견러들이 '폴리아모리(다자 연애)' 사연에 대통합을 이뤘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한 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2' 63회에서는 '폴리아모리'라는 철학과 바람 사이를 오가는 남자에게 빠진 사연녀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 사연에 참견러들의 송곳 같은 일침이 이어지며 시청자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 사연녀는 몇 번의 대시 끝에 만난 이상형 남자친구에게 알고보니 두 명의 다른 여자가 있는걸 알게 됐다. 이에 분노한 사연녀가 남자친구를 다그치자 자신이 '폴리아모리'라며 황당한 연애 철학을 펼쳐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특히 남자친구는 사연녀에게 자신의 연애관을 끊임없이 주입하며 자신의 다른 여자들과 같이 만나보지 않겠냐는 발언으로 결국 참견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주우재는 "꿈꾸는 기분"이라며 어이없어했으며, "뚝배기를 깨고 싶다"라는 격한 반응으로 시청자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곽정은은 "사랑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남친의 행동은 결국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날카로운 일침을 날렸다. 특히 한혜진은 폴리아모리는 싫지만, 남자친구를 놓치고 싶진 않다는 사연녀에게 "살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순간이 몇 번 온다. 끊어내기 힘들지만 용기를 내야할 때"라며 냉철하면서도 애정어린 조언을 건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편 '연애의 참견 시즌2'는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한다.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2019-10-30 14:13:07은교/박범신/문학동네 소소한 풍경/박범신/자음과 모음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이 돌아왔다. 논산의 자택에서 줄곧 칩거하며 일년에 한 번 꼴로 책을 내며 정열적으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는 어느덧 일흔에 다다르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젊고 에너지가 넘친다. 해를 거듭할수록 잘 다듬어져 보석같고 깊은 울림이 있는 문장을 선보이는 박범신. 이번엔 사랑이다. 인간과 인간을 잇는 깊은 감정의 고리 '사랑'을 소재로 한 두 번째 작품이다. 사람이라면 늙거나 젊거나, 혹은 밉거나 잘났거나 상관없이 누구나 가슴 설레는 사랑은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지만 박범신의 작품 속 사랑은 어쩐지 특별하다. '은교'의 사랑은 말할 수 없는 사랑이다. 세상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위대한 노시인 이적요.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삶에 뛰어들어온 17세 소녀 은교를 사랑하게 된다. 단순한 연민, 설렘이라기고 하기엔 묘한 구석이 있다. 은교의 아름다움은 자신의 늙음과 대비되는 젊음이었고 관능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적요에게는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제자, 서지우가 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사제지간으로 보이는 이 둘의 관계는 은교의 등장으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은교를 보는 이적요의 눈빛이 심상찮음을 느낀 서지우는 은교에게 집착하고, 은교와 서지우의 관계를 보게 된 이적요 역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이들에게 이것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삼각관계 연애소설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속 사랑은 '갈망'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서지우는 자신이 절대 넘어서지 못할 존재, 이적요에 대한 존경과 질투, 그리고 애증이 가득했고 이적요는 자신이 지나 보낸 젊음과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쩌면 은교는 이 둘의 욕망과 갈망에 치인 제3자였을지도 모른다. 인간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리고 예술로 승화된 사랑이야기다. 또 다른 사랑이야기 '소소한 풍경'의 사랑도 다소 복잡하다. 이름없이 ㄱ 과 ㄴ 그리고 ㄷ 으로 명명되는 세 명 주인공의 생물학적 성별은 각각 여자와 남자 그리고 여자. 이 소설에서 이들의 생물학적 성별은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한번 더 강조되는 이유는 그 '중요하지 않음'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다. ㄱ 은 어린 시절 가족을 잃고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남자와도 헤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인 소소시로 내려온다. ㄱ 은 떠돌이 남자인 ㄴ 을 만났고 갈 곳 없던 ㄴ 에게 그녀의 보금자리를 내어준다. 그렇게 '홀로'였던 둘은 '함께'임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의 이층집 앞에 갈 곳을 잃은 탈북여성 ㄷ 이 나타난다.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세 개의 삶이 이윽고 하나로 합쳐지고 이 곳에서 소외되는 이는 아무도 없이 서로 사랑하며 살기 시작한다. 셋이 하는 사랑이지만 삼각관계가 아니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를 향하고 시작과 끝이 원처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작가 박범신은 이 이야기가 다자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1대1이 아닌 사랑은 여전히 비윤리적인 세상이지만 작가는 사랑을 다자간 관계 속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관념의 사랑을 만들어낸다. 이것 역시 사랑이라고 받아들여 질 수 있을까? 유일의 한 사람만을 향해야만 진짜 사랑일까? 저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한 통념에 대해 우리에게 되묻는다. 박범신의 손끝에서 창조된 두 종류의 사랑을 봤다. '은교'에서는 갈망하는 사랑을, '소소한 풍경'에서는 다자간의 사랑이다. 두 가지 모두 독특한 스토리와 전개로 범상치 않은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하나만큼은 자명하다. 세상엔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며 이 모든 사랑은 개인이 쏟은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누구도 이것을 지탄하거나 폄훼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죽고 못사는 사랑의 힘이다. 인터파크 이유진 문학인문팀 MD
2014-06-05 11:46:09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제는 가능한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인간의 욕망만을 잣대로 하자면 안될 것도 없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욕망에 보다 충실한 제도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거의 모두가 아무하고나 ‘흘레붙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오죽하면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에 ‘간음하지 말라’는 금언이 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있다. 인간에게는 성욕보다 더한 욕망이 있으니 그것의 이름은 소유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혹은 섹스의 상대방을 온전히 소유하려는 마음의 기제(機制)가 작동하는 한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에는 ‘트러블’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는 여러 사람과 사랑할 수 있지만 ‘너’는 안된다는 이중심리도 사랑의 공유(共有)를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다. 박현욱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극화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결혼이 과연 사랑의 결정판인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을,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과연 죄악인지 따져묻는다. 참 당돌하고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렵기만 한 퀴즈를 풀어가는 그들(감독과 연기자)의 자세는 가볍고 유쾌하기만 하다. 잔뜩 인상 찌푸리고 복잡다단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책상 밑에 숨어 키득키득거리면서도 한편으론 잽싸게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형국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정윤수 감독은 “원작소설을 읽고 우리가 진리라고 믿었던 게 사실은 오래 받아온 교육의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꼭 일처다부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나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능청을 떨었다. 평범한 30대 회사원 노덕훈(김주혁 분)은 잠깐 함께 일한 적이 있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주인아(손예진 분)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뛰어난 미모와 활달한 성격에 두뇌회전도 빠르고 애교까지 철철 넘치는 그녀는 어디를 가나 인기 만점인 여자. 두 사람은 재회의 순간부터 불꽃튀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서로 사랑(혹은 섹스)하는 사이가 되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맘껏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자유연애주의자다. 여자의 바람기 때문에 한 차례 가슴앓이를 한 덕훈은 결혼만이 그녀를 독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덜컥 청혼을 한다. 그리고 오랜 구애 끝에 드디어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연애의 무덤’인 결혼을 통해 바람기 많지만 사랑스럽기만 한 그녀의 합법적이고도 유일한 ‘골키퍼’가 됐다고 자부했는데 그게 아니다. 자신의 호적에 이름을 올린 아내가 어느 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또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다. 아니, 세상에나. 골키퍼가 둘인 축구를 하자며 덤벼드는 이 여자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혼을 하고 그녀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이른바 ‘비독점적 다자연애(Polyamory)’에 오른손을 번쩍 들고 그녀의 반만이라도 소유할 것인가. 영화 속 남자는 난감하기만 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사진설명=손예진·김주혁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두 남자와 동시에 결혼한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2008-10-16 17:00:11아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당신한테 말한다면? 더욱이 당신과도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당신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세계일보가 주관하는 제2회 세계문학상에 당선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에서 주인공은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주인공은 ‘전부를 가질 수 없으면 반이라도 갖겠다’는 생각으로 아내의 다른 남편을 인정한다. 저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 소설은 다자연애(폴리아모리)를 뚝심있게 밀고 나가고 있다. 저자는 또 박학다식한 축구 지식으로 사랑과 인생, 축구 공식을 연결해 예리하게 풀어갔다. 일처다부제를 다룬 박현욱의 소설은 기존의 가부장적 사회에 반기를 든 것으로 문단에서는 평가한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최근 3년간 읽었던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저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마법과도같은 소설”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연애이야기에서 결혼과 제도를 생각하며 그 틀을 과감하게 깨고 싶었다”면서 “이혼하고 다른 사람과 재혼하는 것과 동시에 두 가정을 이루는 것의 차이는 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문학계에서는 세계문학상의 선정 기준이 자극적 소재를 다룬 소설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제1회 문학상으로 선정된 김별아의 미실은 섹스를 무기로 해 신라 왕들과 귀족들을 좌지우지한 ‘화랑세기’의 등장인물을 가져와 근친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소재로 했다. 이어 이번에 선정된 ‘아내는 결혼했다’도 현 사회에서 한 발짝 나간 소재를 다룸으로써 ‘파격’이 세계문학상의 선정 기준처럼 비칠 수 있다고 일부 인사는 전했다. 한편 저자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동정 없는 세상’으로 제6회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3-01 14:2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