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여성들로만 이뤄진 일본의 뮤지컬 극단인 ‘다카라즈카 극단’이 최근 소속 배우의 사망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 15일 만에 극단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인정했으나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유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BBC와 일본 문춘주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 고층건물 주차장에 A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가 다카라주카 극단 소속 배우인 것으로 밝혀졌다. 매체는 A씨가 사망 전날 연극 ‘파가드(PAGAD)’의 첫 무대에 올랐으며, 리허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배 배우들로부터 각종 폭언과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사망 전 자신의 어머니에게 “정신적으로 괴롭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사망한 뒤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극단 내에서 겪어온 각종 문제들을 폭로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연습기간 동안 4명의 극단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너는 머리가 나빠” “아이디어가 없다” 등 언어적 폭력에 시달렸다. 또한 극단 선배는 앞머리 정리법을 알려준다는 이유로 고데기로 이마와 얼굴에 화상을 입히는 등 신체적 가해도 일삼았다. 장시간 노동 문제도 지적됐다. 숨진 A씨는 공연 준비로 8월 중순부터 1개월 반 동안 하루 수면 시간이 3시간 가량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월에는 업무 시간이 하루 약 16시간에 달했다고 유족 측은 설명했다. 지난 14일 논란이 계속되자 극단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극단 측은 “고인이 한달에 118시간 이상의 시간외 노동에 시달렸으며, 그 와중에 선배들의 압박까지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선배들의 압박이 사회통념에 비춰 허용되는 범위는 넘지 않았으며, 집단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행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데기로 위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고의성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같은 날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극단 측의 조사 결과가 부당하다며 재검증을 요구한 것이다. 유족 측은 “(이번 조사 결과는) 선배가 후배를 꾸짖는 극단의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데기 위협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의성이 없어도 중과실은 명백하다”며 가해자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카라주카 극단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극단 중 하나로 이곳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1913년 설립된 이 극단은 엄격한 위계 질서가 특징이다. 이 극단 소속 배우였던 히가시 고유키는 언론 인터뷰에서 “선배들에게서 무언가를 지적받으면 반론할 수 없었다”며 “반성문을 써 동기생 모두가 말할 수 있도록 외우고, 밤새 사과하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극단 내의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는 규칙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11-15 20:47:52[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여성의 신원이 연극배우 아리아 키이(25)로 확인됐다. 17일 일본 주간 슈칸분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오전 7시께 효고현 다카라즈카시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매체에 따르면 소지품 등을 확인한 결과 이 여성은 다카라즈카 가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아리아 키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숨지기 전날 어머니에게 “정신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사망 이틀 전인 지난 9월 28일 아리아가 연습 중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한 극단 관계자는 “연습 중에 선배들 4명이 ‘후배들 실수는 모두 네 책임’이라거나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언어폭력을 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에는 극단 선배가 앞머리를 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고데기를 이마에 지져 화상을 입히는 등 아리아가 평소 집단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련해 극단 관계자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데기 관련 보도에 대해 “내부 조사 결과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며 “다만 실수로 고데기가 얼굴에 닿았다는 증언은 있어서 확인하고 있다”며 부인했다.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여성으로만 구성된 뮤지컬 극단이다. 남성 역할도 여배우가 연기하는 점이 특징이며, 단원은 전원 다카라즈카 음악학교 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되며 엄격한 교칙 아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사건이 확산하자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공연을 취소했다. 아울러 자체 조사팀을 꾸려 아리아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리아는 2015년 다카라즈카 음악학교에 입학, 2017년 입단해 배우로 활동해 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10-17 23:02:19[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하는 ‘2023 K-뮤지컬국제마켓’이 오늘 6월 27일~7월 1일 세종문화회관과 정동1928 아트센터 일대에서 개최된다. ‘2023 K-뮤지컬국제마켓’은 안정적인 뮤지컬 제작·유통 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된 뮤지컬 분야 최초의 전문 마켓이다. 지난 2021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 3회를 맞았다. 투자 계기를 마련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피칭 및 쇼케이스 프로그램, 뮤지컬 투자에 대한 정보교류의 장이 될 콘퍼런스, 강연, 1:1 비즈니스 미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27일부터 5일간 진행된다. ■영미권, 일본과 중국 뮤지컬계 주요 인사 참석 올해 역시 한국 뮤지컬 시장의 해외 진출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영미권과 일본, 중국 등 해외 주요 뮤지컬 제작사, 극장 관계자, 프로듀서 및 국내 뮤지컬 제작사, 투자자, 극장 등 주요단체가 참석한다. 영미권 인사로 전미뮤지컬극장연합의 벳시 킹 밀리텔로 감독, '컴 프롬 어웨이'(2019년 올리비에상 베스트 뮤지컬상 수상), '멤피스'(2010년 토니상) 등을 제작한 정크야드 도그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수 프로스트가 참석한다. 영국의 플레전스 트러스트 시어터의 닉 코너튼 극장 대표 등을 비롯해 중국 상해문화광장, 일본의 주식회사 토호 마츠다 카즈히코 국제부 고문, 다카라즈카 극단의 나카무라 카즈노리 이사 등 총 16인의 해외 인사들이 방한한다. 국내에서는 일신창업투자주식회사, 미시간벤처캐피탈, 유니온투자파트너스, 국립정동극장, 충무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아떼오드 등 주요 뮤지컬 제작사, 투자자, 극장 등 총 16개 단체가 참여한다. 이들은 피칭, 쇼케이스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국내 제작사, 프로듀서, 창작자들과의 네트워킹의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마켓 이틀째인 6월 28일 개최될 예정인 K-뮤지컬 콘퍼런스는 김종헌 교수(성신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가 모더레이터로, 1부에서는 패널로 신춘수 대표이사(K-뮤지컬국제마켓 총감독/오디컴퍼니), 중국의 상해문화광장, 일본의 네르케 플래닝 노가미 쇼코 대표이사, 미국의 정크야드 도그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수 프로스트, 영국의 플레전스 트러스트 시어터의 극장 대표 닉 코너튼이 참여하여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뮤지컬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각국의 뮤지컬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는다. 이어 2부에서는 공연 시장의 데이터 접목 사례 공유와 뮤지컬 전용 투자펀드 조성의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콘퍼런스 2부에서는 패널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정보팀 정인혜 팀장, 콘텐츠진흥원 콘텐츠금융지원팀 이진화 팀장, 일신창업투자 최지현 본부장, ㈜엔터크라우드 정주황 대표가 참석한다. 같은 날 뮤지컬 제작사와 투자사, 프로듀서와 업계 종사자,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도 준비되어 있다. 전문가 특강 1에서는 전미뮤지컬극장연합의 벳시 킹 밀라텔로 감독이 NAMT의 기능과 뮤지컬 시장 내 역할 등에 대해 강연하며, 미국 뮤지컬 극장들과, 시장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는다. 전미뮤지컬극장연합(NAMT)는 뮤지컬계와 뮤지컬 지속가능성, 발전에 기여하는 비영리 예술기관으로, 미국 뮤지컬 신작 개발 경로 구축, 작가 및 신작 기획에서 제작까지 지원하는 단체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 2022년 전미뮤지컬극장연합의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한국에서는 민간재단인 우란문화재단에 이어 두 번째이며, 공공기관으로는 첫 번째 정회원이다. 전문가 특강 2에서는 비즈니스 오브 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 에리카 로스테인, 헤더 쉴즈가 브로드웨이 현장을 주제로 강연한다. 비즈니스 오브 브로드웨이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활발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프로듀서 단체로, 4명의 프로듀서가 합심하여 설립했다. 뮤지컬을 중심으로 신작 개발, 제작, 국제 협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버클리 음대, 뉴욕대 등에서 뮤지컬 제작 등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이어 전문가 특강 3에서는 이철남 교수(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뮤지컬 공연에 관한 저작권 쟁점들을 주제로, 뮤지컬 공연에 관한 저작권 소송 사례와 공연예술 분야 (표준)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마켓 마지막 날인 7월 1일에 진행되는 K-뮤지컬 투자포럼에서는 기존 모태펀드와 차별된 간접적 형태의 공연투자 후방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K-뮤지컬국제마켓 연계 투자 펀드 조성에 관한 투자 포럼이 진행된다. 한미회계법인의 김성규 부회장이 모더레이터로,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이승호 전무, 주식회사 네오의 이헌재 대표가 패널로 참석한다. 또한, 사전 공모를 통해 ‘뮤지컬 드리밈 피칭’ 15개 작품과 ‘뮤지컬 선보임 쇼케이스’ 4개 작품을 국내외 주요 제작사, 투자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며, 마켓을 통해 선발된 우수 작품은 올해 10월 미국 브로드웨이 및 12월 일본 도쿄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펼쳐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공연 현지화와 비즈니스 미팅, 관계자 네트워킹 등을 지원한다. 행사기간 내 현장등록이 가능하며, 자세한 내용 확인은 K-뮤지컬국제마켓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6-27 09:54:05박정민 (사진=지호엔터테인먼트) 그룹 SS501 출신 배우 박정민이 일본 뮤지컬 주연으로 발탁됐다. 26일 소속사 지호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 박정민이 일본의 오리지널 댄스 뮤지컬 ‘IF I’ 주연으로 발탁됐다”라고 밝혔다. ‘IF I’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만약 그 때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을 테마로 한 댄스 & 뮤직 엔터테인먼트 쇼로, 2가지의 결말이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오리지널 댄스 뮤지컬이다. 박정민은 극중 남자주인공 PARK 역을 맡았으며, 상대역으로는 일본 다카라즈카 극단에서 최근 까지 소속된 톱스타 란쥬 토무가 출연을 확정지었다. 특히 박정민은 이번 뮤지컬에서 모든 대사와 노래를 일본어로 소화할 예정이며, SS501 활동을 통해 일본 내에서 두터운 팬 층을 가지고 있는 박정민의 이번 뮤지컬 소식에 일본 팬들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이에 박정민은 “오랜만에 좋은 소식으로 인사 드리게 돼서 기쁘다. 새로운 둥지에서 좋은 분들과 의기투합해 앞으로 더 좋은 소식 자주 전해드리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 국내에서도 연기자로서 인사 드리기 위해 신중히 작품을 선정 중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린다”라고 전했다. 한편 박정민이 주연을 맡은 일본 뮤지컬 ‘IF I’는 오는 9월5일부터 28일까지 도쿄 아오야마 극장에서 공연된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nedai@starnnews.com노이슬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4-08-26 09:45:07일본에서 빈 뮤지컬 붐을 일으킨 ‘엘리자베스’ 일본에서 시키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뮤지컬 제작사는 토호(東?)다. 도쿄에 제국극장(1917석)과 시어터 클리에(611석) 등 뮤지컬 전용극장 2곳을 운영하는 토호는 연간 15편 정도를 제작한다. 그런데, 올해 토호 라인업의 특징을 꼽자면 ‘레베카’ ‘엘리자베스’ ‘모차르트’ 등 빈(Wien) 뮤지컬 3편을 잇따라 배치한 것이다. ‘빈 뮤지컬’은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처럼 도시 이름을 붙여 만든 이름으로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들 3편의 빈 뮤지컬 가운데 ‘엘리자베스’는 올해 토호 제작 10주년을 맞아 주목을 모았다. 공연기간만 보더라도 8월9일부터 10월30일까지 거의 3개월이나 된다. 다른 작품들이 대개 3∼4주 단위로 공연되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작품이 일본에서 얼마나 인기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애호가라면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엘리자베스’는 바로 빈 뮤지컬의 출발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대본과 실베스타 리바이(Sylvester Levay) 작곡으로 초연된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후 엘리자베스(1837∼1898)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시시’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진 엘리자베스는 프란츠 요셉 1세의 황후로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로 유명했다. 게다가 그녀는 당시 전통적 관습과 제도에 얽매여 있던 다른 왕족들과 달리 자유를 갈망하며 유럽 각지를 떠돌았다. 그리고 결국엔 무정부주의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이런 파란만장한 삶 때문에 그녀는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오랫동안 예술작품의 소재가 돼왔다. 뮤지컬 ‘엘리자베스’ 역시 그녀의 남다른 삶을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막이 열리면 엘리자베스를 죽인 루이지 루케니가 등장한다. 그는 암살사건으로부터 11년후 감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하지만 죽었어도 그의 영혼은 해방되지 못한 채 사자(死者)의 세계에서 재판을 받는다. “왜 그녀를 죽였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녀가 죽음을 원했기 때문이다”며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시시는 막시밀리안 공작과 바이에른의 마리아 루도비카 공주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자유주의자로 인생을 즐기는 아버지의 성격을 닮아 활달했다. 소녀시절의 어느날 그녀는 나무에서 떨어져 생사를 오가는데, 이때 죽음의 신 ‘토드’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원래 그녀의 목숨을 가져갈 생각이었지만 토드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나머지 살려둔다. 얼마 뒤 그녀는 언니와 엄마를 따라 합스부르크 왕가의 별장에 간다. 자매 사이인 루도비카 공작부인과 황태후 조피는 황제 프란츠 요셉과 그녀의 언니를 약혼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황제가 시시를 보고 한눈에 반하는 바람에 시시가 황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토드가 시시 앞에 나타나 “마지막에 네가 택하는 것은 나다”라며 말한다. 하지만 시시는 토드의 존재를 악몽이라고만 여긴다. 궁정에 들어간 시시는 깐깐한 황태후 때문에 점점 지쳐간다.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던 남편마저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점점 고독을 느낀다. 아이들을 낳아도 황태후가 데려가는 바람에 엄마 역할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겨우 황제를 설득해 딸을 돌려받지만 얼마뒤 방문한 헝가리에서 딸이 병으로 죽고 만다. 이후 그녀는 남편에게 자신과 어머니 가운데 하나를 택할 것을 요구해 마침내 아들 루돌프를 돌려받는다. 이때 그녀 앞에 토드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살 수 있다며 토드를 거부한다. 그리고 얼마뒤 오스트리아와 그녀가 사랑했던 헝가리의 2중제국이 탄생된다. 한편 바빠진 그녀는 루돌프를 방치하고, 엄마 품이 그리운 루돌프 앞에 토드가 나타나 친구가 된다. 이때 며느리를 증오하는 소피와 그 측근들이 황제를 그녀에게 떼어놓기 위해 새로운 여자를 안겨준다. 그런데, 이 여자가 매춘굴 출신인 탓에 황제는 매독에 걸리고, 이것을 시시에게 옮긴다. 배신감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남편을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어느새 어른이 된 루돌프는 제국의 미래를 놓고 아버지인 황제와 늘 의견이 엇갈린다. 빈에는 파시즘이 대두하고 루돌프는 헝가리의 독립을 도왔다가 난처한 입장에 처한다. 루돌프는 엘리자베스에게 황제와의 관계 회복을 부탁하지만 속박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이를 거부한다. 결국 절망한 루돌프는 토드의 입맞춤을 받으며 자살한다. 엘리자베스는 루돌프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궁정으로 돌아오라는 황제의 부탁을 거절한채 방랑을 계속한다. 그리고 마침내 루케니의 칼에 찔려 쓰러진다. 모든 속박에서 해방된 그녀는 “내 자신에 충실했다”고 노래하며 토드의 입맞춤을 받아들인다. 뮤지컬 ‘엘리자베스’는 초연 당시 영미 뮤지컬에 밀려 불모지나 다름없던 독일어권(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엘리자베스’의 성공 덕분에 ‘모차르트’ ‘레베카’ ‘뱀파이어의 댄스’ ‘마리 앙또와네트’ 등 새로운 뮤지컬이 계속 등장하게 됐다. ‘엘리자베스‘를 제외한 나머지 네 작품 가운데 ‘모차르트’와 ‘마리 앙또와네트’는 미하일 쿤체와 실베스터 레비의 공동 작품이고 다른 두 작품은 쿤체와 레비가 각각 다른 파트너와 작업한 것이다. 그런데, ‘엘리자베스’를 독일어 뮤지컬 사상 최대 히트작이 되게끔 기여한 것은 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엘리자베스’가 해외에서 공연된 첫 번째 국가일 뿐만 아니라 작품의 수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엘리자베스’가 일본에서 처음 공연된 것은 1996년이다. 앞에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토호가 제작한 버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일본 다카라즈카가 1992년 고이케 슈이치로 윤색 및 연출로 선보였다. 다카라즈카 소속 연출가인 고이케는 해외 뮤지컬계에 정통해 다양한 해외 작품을 다카라즈카로 만들었다. 최근엔 배용준이 출연한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프랭크 와일드혼의 ‘스칼렛 핌퍼넬’을 다카라즈카로 만들었다. 그는 1992년 영국에서 우연히 뮤지컬 ‘엘리자베스’의 음반을 듣자마자 이 작품을 다카라즈카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원작자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한 그는 이 작품의 윤색에 들어갔다. 여자들만 출연하는 다카라즈카는 기본적으로 남자 역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작에는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던 토드의 비중을 키워 토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다. 토드의 경우 의상이나 분장도 빈 버전에 비해 다카라즈카 버전은 훨씬 화려해졌다. 또한 다카라즈카에선 ‘사랑과 죽음의 윤무’ 같은 새로운 곡이 추가됐고, 이후 해외 공연에서도 이 노래가 일부 사용되게 됐다. 1996년 초연 당시 이 작품은 다카라즈카 유키구미(雪組)의 남자역 톱스타인 이치로 마키의 퇴단 공연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치로 마키가 토드 역을 맡은 것은 당연하다. 티켓을 구할 수 없을 만큼 인기를 얻었지만 일부 뮤지컬 팬으로부터 “원작인 빈 버전을 너무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다카라즈카와 자매 회사인 토호가 원작에 충실한 뮤지컬을 2000년 새롭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다카라즈카 버전을 연출했던 고이케 슈이치로가 연출을 맡았고, 다카라즈카 버전에서 토드 역을 맡았던 이치로 마키가 엘리자베스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고이케 슈이치로가 연출을 맡아서인지 토호 버전 역시 빈 버전에 비해서는 토드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현재 ‘엘리자베스’는 다카라즈카 버전 및 토호 버전으로 1∼2년에 한번 꼴로 공연된다. 두 버전 모두 인기가 있어 2000년대 초반 일본에는 합스부르크 제국 붐이 일어났고 오스트리아 여행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그리고 토호는 ‘엘리자베스’의 대본과 작곡을 맡은 미하일 쿤체와 실베스터 레비에게 아예 신작 ‘마리 앙또와네트’를 의뢰해 2006년 11월 초 도쿄 제국극장에서 공연했다. 일본 신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이었던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을 맡은 작품은 이듬해 5월까지 도쿄와 오사카에서 공연됐으며, 2009년에는 독일 브레멘에서도 5개월간 장기공연됐다. 올해 토호의 ‘엘리자베스’ 출연진을 보면 기존의 캐스트에 새로운 배우들을 추가한 것이 눈에 띈다. 우선 엘리자베스 역은 2008년부터 출연해온 아사우미 히카루 외에 세나 쥰이 가세했다. 두 배우 모두 다카라즈카에서 남자 역 톱스타로 인기를 끌었으며 퇴단 이후 일반 뮤지컬에서 여자 역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음으로 토드 역에는 초연부터 계속 공연해온 야마구치 유이치로 외에 극단 시키에서 오랫동안 톱스타로 군림해왔던 이시마루 간지, 일본 드라마에도 자주 출연해 한국에도 얼굴이 잘 알려진 혼혈배우 시로타 유가 트리플캐스팅 됐다. 그리고 2004∼2006년 공연에 한국 출신 박동하가 맡았던 루돌프 역은 이번에 우라이 켄지, 타시로 마리오, 이레이 카나타 등 젊은 뮤지컬 배우들이 맡았다. 한편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일본 뮤지컬 특유의 창법은 공연 내내 귀를 거슬렸다.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내지르는 듯한 ‘샤우팅’ 창법을 선호하는데 비해 일본 뮤지컬 배우들은 꺾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토드 역의 야마구치 유이치로는 카리스마와 박력 넘치는 토드 역을 하기엔 너무 노쇠하고 힘들어 보였다. lovelytea@paran.com
2010-11-11 10:07:00일본은 ‘만화왕국’답게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즐비하다. 하지만 이에 비해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아무래도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화려한 볼거리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공연은 관객과의 약속된 상황을 무대로 하는 아날로그적 장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부분 내용이 방대한 만화를 한 편의 뮤지컬로 완결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원작의 주요 에피소드 위주로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어린이용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일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 ‘아톰’을 원작으로 한 동명뮤지컬. 그리고 고노미 다케시의 만화 ‘테니스의 왕자’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 시리즈, 다카라즈카 ‘베르사이유의 장미’ 오스칼·앙토와네트·앙드레 버전, 캐릭터 상품이 더 유명한 ‘가면 라이더’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일본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는 8월 11∼27일 사이타마예술극장, 9월 2∼15일 오사카 시어터 브라바에서 공연된 ‘유리가면-2명의 헬렌’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원작이 순정만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유리가면’이라는 것도 무시할 순 없지만 연출가가 니나가와 유키오이기 때문이다. 니나가와는 2년 전인 2008년 8∼9월 원작 만화의 초반부만을 가지고 1편을 만든 바 있다. 당시 주인공을 일반 공모로 뽑아 일본 연극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국에선 한번도 작품이 소개된 적이 없지만 니나가와 유키오는 명실상부한 일본 연극계의 1인자이자 일본 출신 연출가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연출가다. 특히 가부키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비주얼의 셰익스피어와 그리스 비극은 정말 유명하다. 그래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1992년 셰익스피어 전문극장인 런던 글로브극장 예술감독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현재는 사이타마예술극장과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코쿤 예술감독을 10년 넘게 겸임하고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만화 ‘유리가면’은 편모 슬하의 평범한 소녀 기타지마 마야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여배우 츠기카게 치구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배우로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츠기카게 치구사는 일본 연극계의 환상의 명작 ‘홍천녀’를 연기한 전설적인 배우로 홍천녀를 다시 연기할 수 있는 후계자를 키우는 것만이 삶의 목표다. 츠기카게 외에 배우로서 마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두 인물이 있다. 한 명은 유명 영화감독과 여배우를 부모로 둔 히메카와 아유미로 필생의 라이벌이다. 재능과 미모를 타고난데다 노력파인 아유미는 마야와 홍천녀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또다른 한 명은 재벌 다이토 그룹의 후계자로 연예기획 및 제작사 사장인 하야미 마스미. 그는 홍천녀의 판권을 가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냉정한 인물이다. 그러나 마야의 첫 무대를 본 뒤 그녀의 열정과 매력에 반해 그녀를 몰래 돕는다. 특히 마야가 무대에 설 때마다 보라색 장미를 보낸다. 마야는 나중에 보라색 장미를 보내는 후원자가 극단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마스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마스미를 사랑하게 된 마야는 괴로워한다. 하지만 츠기카게의 충고를 듣고 마스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결심하는데, 마스미는 이미 다른 재벌가 딸과 정략 약혼을 하고 만다. 한편 마야와 아유미는 홍천녀 역을 놓고 츠기카게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미완). 1976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30년이 넘은 지금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왕가의 문장’ ‘악마의 신부’와 함께 순정만화계의 저주받은 3대 걸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유리가면’의 원작자인 미우치 스즈에는 우주신령을 믿는 신흥종교 ‘오-엔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절필을 선언해 주변을 경악하게 만든 바 있다. 그런데, 2008년 3월부터 ‘우주신령의 계시’로 다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지난 2년 사이에 3권의 단행본을 냈다. 그리고 2년 안에는 작품을 완결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세 작품 가운데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왕가의 문장’과 악마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악마의 신부’가 다른 장르로 그다지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과 달리 ‘유리가면’은 1980년대부터 연극, 뮤지컬, TV 및 라디오 드라마로 꾸준히 만들어졌다. 이번에 니나가와 연출로 무대에 오른 ‘유리가면-2명의 헬렌’은 마스미 때문에 극단을 잃은 마야가 외부 극단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야의 라이벌인 아유미 역시 언젠가 ‘홍천녀’를 연기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다양한 연기 경험을 쌓는다. 그런데, 마야가 ‘돌의 미소’라는 작품에서 인형 역할로 출연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행방불명 된 소식을 듣게 된다. 마야는 아무런 감정도 표현해서는 안되는 인형 연기 도중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이 때문에 격노한 츠기카게는 마야에게 근신과 함께 마스미가 제작하는 연극 ‘기적의 사람’ 오디션에서 주인공 역할에 합격하지 못하면 파문시키겠다고 말한다. 연극 ‘기적의 사람(Miracle Worker)’은 3중고를 가지고 태어난 헬렌 켈러와 스승 앤 설리반을 다룬 작품으로 1959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있어서 2∼3년에 한번 꼴로 공연된다. 어쨌든 ‘기적의 사람’의 헬렌 역을 맡기 위해 마야는 보라색 장미의 사람, 즉 마스미가 준비해준 별장에서 역할 만들기에 몰두한다. 그리고 오디션에 참가한 마야는 마유미와 함께 더블 캐스팅된다. 상대역인 설리번을 맡은 배우는 아유미의 엄마인 히메카와 우타코. 그녀는 야성적이고 천부적인 마야의 연기와 치밀하게 계산된 아유미의 연기 사이에서 고민한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마야에게 입맞춤하고, 아유미는 마야에게 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야와 아유미는 ‘홍천녀’를 놓고 새롭게 경쟁할 것을 다짐한다. 뮤지컬 ‘유리가면-2명의 헬렌’은 “연극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니나가와의 의도를 반영해 공연 전에 일반 관객들이 무대 위에 올라와 배우들이 연기와 신체 트레이닝 하는 것을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처음에 아무 것도 없던 빈 무대는 서서히 ‘유리가면’의 세계로 바뀌어간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써 니나가와가 이용한 것은 원작 만화가 그려진 거대한 패널이다. 마야, 아유미, 츠기카게 등의 모습을 담은 패널이 서로 오가며 점점 살아있는 각각의 배우들로서 나타난다. 또 마야가 넘어야할 고비를 상징하거나 괴로움 등 감정을 표현할 때도 니나가와는 이 패널을 이용한다. 이외에 이 작품은 공연장의 관객이 극중 관객이 되어 마야가 연기하는 작품을 보고 있는 것처럼 객석을 자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배우들이 단순히 등퇴장하는 통로로서 사용하거나 무대 위의 세트 전환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객석에서도 극중극을 보는 배우들의 연기가 이뤄진다. 한편 언제나 톱스타를 기용하는 니나가와 답게 이 작품에도 뮤지컬계 스타들이 대거 포진했다. 마야 역의 오와다 미호, 마유미 역의 오쿠무라 카에, 츠기카게 역의 나츠키 마리, 우타코 역의 코주 타츠키, 마스미 역의 니이로 신야 등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특히 마야 역의 오와다 미호는 요즘 젊은 배우들 가운데 캐스팅 0순위라는 소문답게 무대 위에서 돋보였다. 다만 워낙 탄탄한 드라마에 눌린 탓인지 뮤지컬 넘버가 배경음악에 머무른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lovelytea@paran.com
2010-11-09 14:02:03일본 다카라즈카 팬에게 올해 가장 큰 뉴스를 꼽으라면 십중팔구 설조(雪組) 남자역 톱스타인 미즈 나츠키(38)의 퇴단일 것이다. 미즈 나츠키는 지난 9월13일 뮤지컬 ‘로제’를 끝으로 다카라즈카를 퇴단했다. 한국에서도 공연 애호가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다카라즈카는 미혼 여성들만 출연하는 일본 공연 또는 극단을 가리킨다. 다카라즈카의 작품은 대체로 2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에서는 뮤지컬(연극)을 공연하고 2부에서는 쇼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다카라즈카 극단은 꽃, 달, 눈, 별, 하늘 등 5개의 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조마다 남녀 역의 톱스타를 정점에 놓고 수직적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각 조의 대표이기도 하는 남자 톱스타는 엄청난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에 퇴단한 미즈 나츠키는 1993년 입단한 이후 3년만에 주연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5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다카라즈카 배우들 가운데 드물게 5개 조를 전부 거쳤으며 안정감 있는 연기로 식지 않는 인기를 구가했다. 그가 지난 1월 14일 퇴단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공연 잡지는 물론 일간지에도 그의 소식이 비중있게 실렸을 정도다. 참고로 다카라즈카 배우들이 퇴단할 때는 1년 전에 예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퇴단 이후 다카라즈카는 아니지만 연극이나 TV, 영화 등에서 배우를 할 경우 다카라즈카 입단시 받은 예명을 그대로 쓴다. 그런데, 로제 공연을 끝으로 다카라즈카를 그만둔 것은 미즈 나츠키만이 아니다. 그의 상대역, 즉 여자 톱스타인 아이하라 미카(24) 역시 퇴단했다. 한 조의 남녀 톱스타가 동시에 그만두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이번 로제 공연은 두 사람의 ‘사요나라’ 공연을 보려는 팬들로 일찌감치 티켓이 동나버렸다. 그래서 매회 50여장이 채 안되는 현장 판매 티켓을 구하려는 관객들과 극장에 들어가는 배우들에게 직접 인사하려는 팬클럽 회원들로 도쿄 다카라즈카 극장(2527석) 앞은 공연 내내 붐볐다. 사실 미즈 나츠키의 퇴단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에 비해 아이하라 미카의 퇴단은 의외였다. 왜냐하면 아이하라 미카는 나이도 어린데다 지난해 여자역 톱스타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즈 나츠키 이후 아이하라 미카가 새로운 남자 톱스타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누구나 예상했었다. 하지만 아이하라 미카는 미즈 나츠키가 퇴단 기자회견을 한지 열흘 뒤인 1월 23일 퇴단을 발표했다. 다카라즈카에서 전도유망했던 아이하라 미카가 갑자기 퇴단을 결정한 것은 왜일까. 아이하라 미카는 그 이유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지만 공연계 관계자들은 폐암에 걸린 아버지와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아이하라 미카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극작가 겸 연출가 쓰카 고헤이(한국명 김봉웅)의 딸이다. 쓰카 고헤이는 재일교포 연극인으로 일본 현대 연극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74년 25세에 ‘아타미 살인사건’으로 제18회 기시다 희곡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일본 연극계를 ‘쓰카 이전’과 ‘쓰카 이후’로 구분하게 만들 만큼 1970~80년대 ‘쓰카 붐’을 일으켰다. ‘아타미 살인사건’을 비롯해 ‘전쟁에서 죽지못한 아버지를 위해’ ‘스트리퍼 이야기’ ‘언제나 마음엔 태양이’ 등 그는 희극을 주로 썼는데,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역설적인 화술로 풀어냄으로써 통쾌한 해방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1982년 소설 ‘가마다 행진곡’으로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를 거머쥔 그는 한동안 연극을 접고 소설과 수필 집필에 몰두하기도 했다. 특히 1990년엔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에세이 ‘딸에게 들려주는 조국’을 썼는데, 이 책은 한국 아버지와 일본 어머니를 둔 자신의 딸에게 재일교포인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이후 연극계에 다시 돌아온 뒤 그는 직접 작품을 쓰거나 연출하는 대신 배우를 육성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런데, 지난 2월 도쿄 신바시엔부죠에서는 그가 오랜만에 직접 연출을 맡은 연극 ‘비룡전’이 공연돼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 학생운동이 정점에 올랐던 1973년 초연된 이 작품은 시위 현장에서 꽃핀 기동대 대장과 학생운동 리더의 사랑을 통해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사상적 충돌을 다루고 있다. 구로키 메이사 같은 청춘스타가 출연하기도 했지만 연극 팬들이 극장을 찾은 것은 대부분 이 작품이 그가 연출하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1월 초 그가 폐암에 걸린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이 좋지 못했던 그는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전화로 연출 지시를 했다고 한다. 결국 공연이 막을 내린 뒤 4개월 뒤인 7월 10일 그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향년 62세. 그는 유언장에서 딸에게 “일본과 한국 사이 대마도 해협 어딘가에 뼈를 뿌려달라”고 전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일본 언론은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재일동포에 공격적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이날 "쓰카 고헤이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아사히신문이 유서깊은 1면 칼럼 덴세이진고(天聲人語)에서 다뤘을 정도다. 그런데, 쓰카 고헤이가 유서를 남겼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아이하라 미카는 당시 간사이 지역 다카라즈카 시에서 로제를 공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카라즈카의 모든 작품은 본사 및 학교가 있는 다카라즈카 시의 전용극장에서 공연한 뒤 도쿄 전용극장에서 공연된다. 로제 역시 6월 25일부터 1달 예정으로 다카라즈카 시 전용극장 무대에 올려지고 있었다. 아이하라 미카는 7월 10일 낮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지만 도쿄에 돌아가지 않았다. 공연을 쉴 경우 다른 배우가 그 역할을 대신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보러온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위해 남은 것이다. 아마도 평생 무대를 사랑한 아버지였기 때문에 그런 자신을 더욱 자랑스러워 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이하라 미카는 그 주의 공연이 모두 끝난 뒤 휴일에 맞춰 집에 갔다왔다고 한다. 한편 ‘로제’는 미즈 나츠키와 아이하라 미카가 마지막 작품으로 택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가족을 모두 잃은 소년 로제가 복수를 펼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종전 20년 후 국제경찰기구 인터폴의 형사가 된 로제는 2차대전이 끝난후 숨어버린 전범들을 찾는다. 이때 그는 무기밀매에 대한 정보를 얻는 한편 나치 전범을 쫓는 기구인 비젠탈의 조사원인 레어 코엔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레어를 통해 전범들을 도와주는 조직이 무기 밀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그는 레어와 함께 자신의 가족을 죽였던 전범 슈미트를 찾아내는데, 의사였던 슈미트는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의료 봉사를 펼치고 있었다. 슈미트를 죽이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지만 로제는 변해버린 슈미트의 모습에 망설인다. 그리고 레어는 로제에게 개인적인 복수는 무의미하다며 슈미트를 법의 심판에 맡기도록 설득한다. ‘로제’는 미즈 나츠키의 대표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라고는 하지만 마지막 작품으로 하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게다가 여주인공의 역할이 너무 적어서 아이하라 미카는 주연이라기보다는 조연처럼 보였다. 그래도 재미없었던 1부 뮤지컬에 비해 2부의 쇼에서 미즈 나츠키와 아이하라 미카는 춤실력을 맘껏 선보였다. 다카라즈카의 작품은 대체로 2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에서는 뮤지컬을 공연하고 2부에서는 쇼를 무대에 올린다. ‘록 온’이라는 제목의 쇼에서 두 사람은 빠른 록 음악에 맞춰 현란한 몸짓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특히 아이하라 미카의 경우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우고 다카라즈카 학교에서도 춤 실력을 인정받았을 만큼 발군이었다. 한편 아이하라 미카는 아버지 쓰카 고헤이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병구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다카라즈카를 퇴단한 상태가 돼버렸다. 아직까지 활동 소식이 없는 것을 봐서는 아버지의 유품과 유작을 정리하는데 몰두하는 듯하다. 하지만 다카라즈카를 퇴단한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다른 배우들처럼 그 역시 언젠가는 무대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lovelytea@paran.com
2010-10-24 19:24:29최근 한국에도 일본 드라마 팬이 상당히 늘었다. 그리고 속칭 이들 ‘일드’ 팬 가운데서 마니아 수준 정도 되면 사극(일본에서는 ‘시대극’이란 용어를 사용)에도 서서히 눈을 돌리게 된다. 일본 사극은 1년간 50부작으로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NHK 대하드라마를 필두로 6개 방송사에서 시즌별로 틈틈이 방송하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숫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리고 구성이나 전개가 탄탄한 편이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일본 사극을 보면 정말 많이 출연하는 배우가 있다. 그것도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늘 등장하는 이 배우는 바로 마츠다이라 켄(57)이다. 기골이 장대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는 용맹한 장군이나 사무라이 전문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사히 TV에서 1978년 처음 방송된 ‘못 말리는 장군’은 큰 인기를 얻어 2004년까지 방송횟수 831회를 세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극 전문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고민이었던 듯 그는 2004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사회를 맡기도 했는데, 당시 뛰어난 언변과 간간히 선보인 수준급 노래 실력이 주목을 끌게 됐다. 이어 같은 해 팬 미팅을 겸한 개인 콘서트에서 화려한 의상과 코믹한 춤을 곁들인 노래 ‘마츠켄(마츠다이라의 애칭) 삼바’를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마츠겐 삼바’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이듬해 초 뉴욕 타임즈에 기사가 실리기도 했을 정도다. 이 ‘마츠겐 삼바’는 지금까지 3탄이 나왔으며 마츠다이라 켄이 매년 콘서트를 열 때마다 늘 마지막 곡으로 관객과 함께 부른다. 극단 출신인 만큼 마츠다이라 켄은 젊은 시절 연극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TV에서 인기를 얻은 뒤에는 그다지 출연 기회가 많지 않았다. 1990년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끝으로 콘서트를 제외한 무대에서 떠났던 그가 2008년 뮤지컬 ‘드라큘라 전설, 천년애’로 18년 만에 무대에 서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드라큘라 전설, 천년애’는 일본의 영화 및 공연 제작사로 유명한 토호가 만든 것으로 계열사인 다카라즈카에서 주로 활동해온 작가 다카하시 치카에, 작곡가 아오키 아사코, 연출가 후지이 다이스케로 크리에이티브팀을 구성했다. 한국에서 뮤지컬 ‘드라큘라’는 카렐 스보보다가 작곡한 동명 체코 버전이 잘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는 브람 스토커 소설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인 고전이나 영화를 연극이나 뮤지컬로 새롭게 만드는 사례가 거의 없지만 일본은 반대다. 예를 들어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영화 <로마의 휴일>의 경우 일본에서 각각 1970년대와 1990년대에 토호에서 뮤지컬로 제작된 바 있다. 특히 <로마의 휴일>은 올해 연극으로도 다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어쨌든 일본의 ‘드라큘라 전설, 천년애’는 현대적으로 각색한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에 비해 원작 소설에 가까운 편이다. 특히 드라큘라 백작과 아드리아나의 사랑을 강조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동명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다. 다만 드라큘라가 불사의 죽음을 가지게 된 이유로 괴테의 ‘파우스트’퍼럼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금서(禁書)를 열어 악마인 메피스토와 거래를 했기 때문이라는 설정이 추가됐다. 2008년 초연 당시 이 작품은 오사카와 도쿄에서 열흘 정도 밖에 공연을 하지 않았는데도 드라큐라 백작으로 출연한 마츠다이라 켄의 인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올해 2년만에 규모를 키우는 등 작품을 업그레이드시켜서 앙코르 공연에 나선 것이다. 출연진의 경우 마츠다이라 켄만 그대로 기용하고 아드리아나나 반 헬싱 교수 등 다른 역은 새롭게 교체했다. 솔직히 중후한 마츠다이라 켄은 야수성과 낭만성을 동시에 갖춘 드라큐라 백작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직접 목을 깨물어 피를 빠는 장면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드라큘라 백작은 야성적인 흡혈귀라기보다는 매우 점잖은 신사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상대역인 아드리아나 역시 신사에 어울리는 지적이고 교양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다. 기존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와 다르지만 이 작품은 마츠다이라 켄을 앞세워 일본 중년 여성을 앞다퉈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토호는 처음부터 흥행을 예상한 듯 4∼5월 도쿄를 비롯해 전국 7개 도시에서 이 작품의 순회공연을 가졌고, 결과는 매진 사례로 이어졌다. /lovelytea@paran.com
2010-06-09 17:25:08일본에서 뮤지컬 공연 기간은 약 3∼4주가 기본이다. 물론 예외도 있어서 한국에 잘 알려진 시키는 오픈런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반대로 창작뮤지컬은 공연 기간이 열흘이 채 안된다. 하지만 토호와 호리프로를 필두로 라이선스 뮤지컬을 주로 공연하는 제작사들 대부분은 한달 단위로 레퍼토리를 바꾸고 있다. 시키 극장 4곳을 포함해 뮤지컬 전용극장만 10곳이 넘는 도쿄에서 공연이 한달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상당히 다양하다. 특히 아주 오래전에 뉴욕과 런던에서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나 최근작이지만 롱런하지 못한채 끝난 작품조차도 일본에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작품들의 경우 대본과 음악 라이선스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사에게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타를 캐스팅하고 연출에 조금만 신경쓰면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것도 일본 뮤지컬 프로듀서들의 이런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최근 도쿄예술극장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사이드쇼(Sideshow)' 역시 199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오랫동안 만날 수 없었던 작품이다. 미국의 대학 극단이나 지방에서 몇 차례 공연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최근의 일이다. 2006년 가수 비욘세가 출연한 영화 ’드림걸즈'가 인기를 끌면서 원작인 뮤지컬의 작곡가 헨리 크리거(65)의 재조명과 함께 그의 또다른 뮤지컬 ‘사이드쇼’ 역시 부활한 것이다. 이번에 일본에서 공연된 ‘사이드쇼’ 역시 ‘드림걸즈’의 영향이 크다. 즉 5월19일∼6월5일 도쿄 분카무라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드림걸즈’를 앞두고 발빠르게 기획된 것이다. 한국의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드림걸즈’는 지난해 2월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순회 공연을 가진 뒤 도쿄에서 선보이게 됐는데, 올해 일본을 찾는 첫 오리지널 뮤지컬이어서인지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림걸즈’ 덕택에 다시 대중 앞에 나오긴 했지만 ‘사이드쇼’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20세기 초 실존했던 샴 쌍둥이 바이올렛&데이지 힐튼(1908∼1969) 자매를 모델로 현실과 이상의 차이, 꿈과 사랑의 양면성 등을 그리고 있다. 비록 1998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라이온킹’ ‘컨택트’ ‘캬바레’ ‘래그타임’ 등 쟁쟁한 강자들과 경쟁하는 바람에 상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것이 아까울 만큼 재밌다.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 샴 쌍둥이의 숙명을 타고난 바이올렛과 데이지는 서커스단에서 살고 있다. 이 서커스단은 수염난 여자, 도마뱀 남자, 파충류 남자 등 기형인간들만 모여있는 곳이다. 작품 제목인 사이드쇼는 기이한 것을 보여주는 서커스를 뜻한다. 우연히 이 서커스단의 쇼를 본 작곡가 바디와 프로듀서 테리는 미모에 노래와 춤까지 뛰어난 샴 쌍둥이 자매에게 스카웃을 제의한다. 스타가 되는 것을 동경해오던 데이지는 기뻐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갖는 것이 꿈인 바이올렛은 주저한다. 하지만 바이올렛 역시 바디를 좋아하게 되면서 쇼비지니스 세계로 뛰어든다. 샴 쌍둥이 자매는 바디와 테리의 예상대로 얼마안가 큰 인기를 끌게 된다. 그리고 바디는 자신을 좋아하는 바이올렛을 위해 청혼까지 한다. 한편 테리 역시 데이지에게 끌리지만 이성적인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닫는다. 마침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결혼식 당일. 바디는 샴 쌍둥이인 바이올렛과 평생 함께 할 생각에 두려워져 결혼을 포기하고 만다. 이때 서커스 시절부터 바이올렛을 사랑해 따라온 흑인 보디가드 제이크가 바이올렛에게 청혼하지만 피부빛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뒤 떠나버린다. 그리고 데이지가 용기를 내 테리에게 청혼하지만 샴 쌍둥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면서 결혼식은 난장판이 된다. 이때 유명한 영화감독이 결혼식에 찾아와 자매를 영화에 캐스팅한다. 이 제안에 기뻐하며 계약을 맺으려는 테리와 바디에게 자매는 차갑게 결별을 고한다. 하지만 영화 제목이 ‘괴물들’이란 얘기에 자매는 자신들의 서글픈 현실을 직시한다. 실존했던 샴 쌍둥이 힐튼 자매는 생전에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자서전을 내기도 하고 2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극중에 나오는 ‘괴물들(freaks)’은 호러 영화계의 전설로 불리는 토드 브라우닝 감독이 1932년 만든 영화로 힐튼 자매를 비롯해 기형인간들이 모인 서커스를 배경으로 한다. 뮤지컬은 2008년 ‘드림걸즈’의 연출 및 안무를 맡은 로버트 롱버텀이 우연히 힐튼 자매가 출연한 영화 ‘체인드 오브 라이프’를 본데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샴 쌍둥이 가운데 1명이 살인을 저지른 뒤 법정에 2명이 서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속 샴 쌍둥이에 매료된 롱버텀은 작가 빌 러셀에게 대본을 부탁하고, 다시 러셀이 작곡가 헨리 크리거에게 작곡을 의뢰하면서 뮤지컬 ‘사이드쇼’가 나온 것이다. 초연 당시 관객 동원에는 실패했지만 비평에 인색한 뉴욕타임스가 ‘고전적인 브로드웨이풍과 날카로운 현대적 감각이 섞인 매혹적인 작품’이라고 칭찬할 만큼 묘한 매력이 있다. 이번 일본 버전은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타가키 교이치가 연출을 맡았는데, 단순한 무대세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힐튼 자매 역의 다카시로 게이와 사키호 주리다. 다카라즈카 출신으로 최근 일본 뮤지컬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두 배우는 노래와 연기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열연을 펼쳤다. 사실 ‘사이드쇼’는 어느 한 쪽이 두드러지게 잘하거나 반대로 못하면 작품의 매력이 반감되는데, 두 배우 모두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 관객을 감동시켰다. 다만 여배우들의 상대역인 남자 배우들의 경우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 등이 그다지 절실하게 와닿지 않아 아쉬웠다. /lovelytea@paran.com
2010-05-05 12:11:29▲ 뮤지컬 레베카 작년에 이어 2010년에도 흥행성과 작품성을 고루 검증받은 라이선스 뮤지컬의 앙코르 공연과 초연 공연을 비롯해, 매년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재연을 거듭하는 대히트 창작뮤지컬의 한층 업그레이드 된 무대까지 뮤지컬 마니아들을 흥분케 하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보다 강해진 대히트 창작 뮤지컬 ▲10주년 기념, 새로운 역사를 새기는 뮤지컬 ‘엔드레스 쇼크 (Endless Shock)’ 일본의 인기 아이돌 도모토 코이치 (KINKI KIDS)가 10년 동안 주연을 맡은 뮤지컬 ‘엔드레스 쇼크 (Endless Shock)’가 14일, 도쿄 히비야의 제국극장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렸다. 2000년에 초연되어 2008년에는 키쿠타 카즈오 연극대상을 수상. 매년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같은 극장에서(제국극장)에서 상연을 거듭해온 히트 뮤지컬 ‘엔드레스쇼크(Endless Shock)’가 올해 10주년을 맞아 극중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난투장면 등의 무대연출을 보다 화려하게 파워 업, 한손에 일본풍의 우산을 들고 우아하게 8미터 상공을 나는 새로운 플라잉 기술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꿈과 열정, 그리고 재능을 가진 젊은 엔터테이너들의 브로드웨이를 향한 모습을 그린 ‘엔드레스 쇼크(Endless Shock)’는'쇼는 계속돼야 한다(Show Must Go On)'는 테마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퍼포먼스와 특유의 치밀하고 섬세한 무대가 관객을 압도한다. 10년 동안 ‘엔드레스 쇼크 (Endless Shock)’의 역사와 함께한 도모토 코이치의 새로운 무대를 기대해 본다. (제국극장, 2월14일 ∼ 3월 30일/ 7월 4일 ∼ 7월 30일까지) ▲ ‘머슬 뮤지컬’의 최신 공연 ‘Gift’ 스프링 버전 ‘근육으로 소리를 연주한다’라는 컨셉으로 노래나 대사가 거의 없이, 인간의 신체 능력을 최대한으로 살린 참신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기술, 코믹컬한 웃음과 큰 감동으로 2001년 초연 이래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오리지널 작품 ‘머슬 뮤지컬’. 지난해 연말에 선보인 ‘머슬 뮤지컬’ 스페셜 공연이었던 ‘Gift(기프트)’를 2010년 봄, 새롭게 진화한 ‘Gift(기프트)’∼스프링 버전∼ 으로 머슬 씨어터(도쿄·시부야)에서 2월13일부터 3월31일까지 공연된다. ‘Gift(기프트)’∼스프링 버전∼은 선물박스를 테마로 전개하는 다양한 장난감들의 스토리. 배우들이 모든 종류의 인형이나 캐릭터로 분장해, 새로운 스테이지를 선보인다.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 The Final Match 릿카이(立海) Second feat. The Rivals 2003해 초연 이래, 7년간 14개 타이틀, 누계 동원수 90만명을 돌파, ‘테니뮤 신드롬’을 일으키며 많은 이슈를 낳은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의 전국대회 최종장이 되는 ‘The Final Match 릿카이(立海) Second feat. The Rivals’가 지난해 12월 도쿄 공연을 시작으로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등 7개 도시 투어를 마치고, 도쿄 JCB HALL 에서 2월 26일부터 3월 14일까지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주목할 만한 해외 오리지널 공연 등 ▲ 브로드 웨이 화제의 뮤지컬 ‘인 더 하이츠 (In The Heights)’ 2010년 가장 주목할 만한 해외 공연은 2008년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한 토니상 4개 부문, 2009년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거머쥔 화제작 ‘인 더 하이츠 (In The Heights)’가 8월 일본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뉴욕을 배경으로 라틴계 이민자들의 고단한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 레게, 힙합 그리고 살사 등의 정열적인 라틴 리듬에 파워풀한 댄스가 인상적인 브로드웨이 최고의화제작 이다.8월 20일부터 9월 5일까지 도쿄 국제 포럼홀에서 공연된다. ▲이외에도 2010년 뮤지컬 마니아들을 매료시킬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제국극장에서는 4월부터 12월까지 7개월에 걸쳐 미하엘 쿤체 &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작품 시리즈 뮤지컬 ‘레베카’,‘엘리자베스’, 얼마 전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되어 성황리에 막을 내린 뮤지컬 ‘모차르트’를 포함한 3개 작품을 연속으로선보일 예정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일본 최대 극단 시키(四季)에 의해 4월 도쿄 아키(秋) 극장에서 초연된다. 또한, 7월에 도쿄 시나가와구 오오이마찌에 오픈하는 시키(四季)의 10번째 전용극장인 나쯔(夏)의 개막작으로 ‘미녀와 야수’를 12년 만의 도쿄 공연으로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주연, 지난해 다카라즈카를 탈퇴한 야마토 유가의 여배우 첫 데뷔작으로 오픈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커튼즈(Curtains)’(도쿄국제포럼)가 무대에 올랐다. 일본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커튼즈(Curtains)’는 2007년 초연으로 토니상에서는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시작해 8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화제작으로 1959년 보스톤을 배경으로 ‘콜로니얼 씨어터’에서 한 여배우가 무대 커튼 콜 동안 살해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미스테리 뮤지컬 코미디이다. /hide1978@hanmail.net 박진희통신원
2010-02-25 17:5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