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소믈리에' 이재술씨(66)는 나훈아의 열혈팬이다. 은퇴를 앞두고 '라스트 콘서트'를 펼치고 있는 나훈아를 지켜보는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가황(歌皇)' 나훈아는 지난 4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은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천안, 원주, 전주 등 7월까지 공연 일정은 이미 다 잡혀있고, 하반기엔 서울, 대구, 부산 등 비교적 큰 도시에서의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론 무대에서 나훈아를 영영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요계에서도 그의 은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테스형' 나훈아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는 '자타공인 찐팬' 이재술씨를 만나 '나훈아의 라스트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의 깊은 뜻은?" 먼저, 지금 펼치고 있는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를 끝으로 나훈아가 진짜 은퇴할 것으로 보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씨는 이렇게 답했다.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나는 훈아형(이씨는 나훈아를 그렇게 불렀다)이 이번에 진짜로 무대를 내려올 걸로 봅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가장 그 다운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나훈아는 떠날 때를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지난 2020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KBS 추석 공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나훈아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나'라는 질문에 '우리는 흐를 유(流), 행할 행(行), 노래 가(歌), 즉 흘러가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일 뿐'이라며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는 거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이번 공연에 앞서 공개한 '고마웠습니다'라는 제목의 손편지에선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뜻을 따르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여기에 비밀의 열쇠가 숨어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그는 노자(老子)의 '도덕경' 중 한 구절을 인용했다.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즉,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분에 맞게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도덕경 제44장의 말씀을 거론하면서, 아마도 나훈아가 이 경구를 가슴에 새기면서 지금 은퇴 공연을 펼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늘의 반짝이는 별은 높이, 그리고 멀리 있기 때문에 그 만큼 더 아름다운 것이듯이, 진정한 스타는 대중에 너무 가까이 있어선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나훈아는 진정한 스타입니다." 나훈아의 라스트 댄스를 점쳐볼 수 있는 단서는 노래 속에도 있다는 것이 이씨의 분석이다. 많은 연구자들에 따르면 30대 때부터 노장(老莊)사상에 심취한 나훈아는 자신이 공부하고 깨달은 바를 노래에 담곤 했는데, 지난 2003년 발표한 '공(空)'이 그런 경우다. "살다 보면 알게 돼/일러주지 않아도/너나 나나 모두다 어리석다는 것을/살다 보면 알게 돼/알면 웃음이 나지/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잠시 왔다가는 인생/잠시 머물다 갈 세상/백 년도 힘든 것을/천 년을 살 것처럼/살다 보면 알게 돼/버린다는 의미를/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세상엔 영생불멸이 없으며, 모든 것은 변화하고, 궁극에는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걸 '테스형'은 그때도 알았고, 지금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10대 때부터 '광팬'...나훈아 LP만 197장 소장 호텔신라, 삼성에버랜드, 서원밸리골프클럽 등을 거치며 평생을 소믈리에로 살아온 이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훈아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다른 또래 친구들은 남진을 좋아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자신은 나훈아에게 더 끌렸다고 한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그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훈아형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어린 시절 스피커에서 나훈아 노래가 흘러나오면 전파상 앞에 멍하게 서서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다 듣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첫 노래가, 지금은 그의 최애곡이 된 '잊을 수가 있을까'다. "잊을 수가 있을까 잊을 수가 있을까/이 한밤이 새고 나면 떠나갈 사람/기나긴 세월 속에 짧았던 행복/서로가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이별이 서러워서 우는 두 연인…" 나훈아가 1969년 발표한 이 노래는 1970년 개봉한 신성일·문희 주연의 동명 영화 주제곡으로도 사용됐고, 가수 조미미와 함께 부른 듀엣 버전도 남아있다. 이별을 슬퍼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가슴 절절하게 부른 이 노래를 솜털 보송보송한 10대 소년이 얼마나 이해했을까만 그는 이 노래를 따라 불렀고, 지금도 이런저런 모임에서 곧잘 부르곤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나훈아 광팬인 이씨는 LP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의 집 거실과 서재에는 모두 1만여장의 LP판이 있는데, 그중 70% 가까이가 한국 가요 음반이다. 197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를 양분했던 나훈아, 남진을 비롯해 신중현, 김추자, 송창식 등 지금은 구하기 힘든 앨범도 여러 장 보유하고 있다. 나훈아가 지금까지 발매한 200여장에 달하는 음반 중에서도 단 3장을 빼곤 모두 수집에 성공했다. 이사 다닐 때마다 이 '오래된 물건'들이 애를 먹이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이 보물단지를 애지중지한다. LP는 CD나 디지털 음원으로 듣는 노래와는 소리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마지막 직장인 서원밸리골프클럽을 그만두고 지금은 와인바 '와인 & 아날로그' 오픈을 준비 중인데, 가게가 문을 열게 되면 거기서 손님들에게 나훈아 노래를 LP로 들려줄까 합니다. 와인을 마시며 아날로그 감성 물씬한 LP로 나훈아의 명곡을 듣다 보면 아마도 인생 공부가 저절로 될 겁니다." ■소믈리에 이재술이 뽑은 나훈아 톱5는? 그렇다면 그 많은 음반 중에 소믈리에 이재술씨가 가장 아끼는 앨범 또는 나훈아의 노래는 어떤 것일까? 이름하여 '소믈리에 이재술이 뽑은 나훈아 톱5'를 선택해 달라고 주문하자 이씨는 머리를 감싸 쥐며 한참 동안 고민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나훈아가 발표한 앨범 수만 해도 200장이 넘고 1200곡 이상의 자작곡을 포함해 총 3000여곡의 노래를 발표했으니 그중에서 딱 5곡을 고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장고 끝에 이씨가 처음 내놓은 노래는 앞서도 언급한 '잊을 수가 있을까'였다. 자신을 '나훈아 유니버스'로 이끈 노래가 '잊을 수가 있을까' 였으니 이 노래를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노릇이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4곡을 더 골라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이쁜이 꽃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라는 익숙한 가사로 시작하는 히트곡 '고향역'을 비롯해 '울긴 왜 울어', '잡초', 그리고 지난 2020년 KBS 추석 공연에 맞춰 발표한 '테스형'을 손가락에 꼽았다. 특히 이씨는 '잡초'와 '울긴 왜 울어'가 실린 1982년 나훈아 3집 앨범을 매우 중요하게 봤다. "나훈아가 1970년대부터 자작곡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직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이미지가 좀 약했다"면서다. "한동안 노래를 하지 않고 있던 나훈아가 1982년 영화배우 김지미와 헤어진 후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인생과 철학의 깊이가 있는 노래들이 탄생했습니다. '울지 마, 울긴 왜 울어/그까짓 것 사랑 때문에'라고 노래한 '울긴 왜 울어'나,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이름 모를 잡초야/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라고 노래한 '잡초'가 모두 이 시기 발표된 노래들입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나훈아의 닉네임이 되어버린 '테스형'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의 하나로 꼽혔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왜 이렇게 힘들어/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세월은 또 왜 저래/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소환해 천연덕스럽게 '테스형'이라고 부른 것도 놀랍지만,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세태를 풍자한 노랫말이 무릎을 치게 한다는 것이 나훈아 열혈팬 이재술씨의 해석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라는 말이 있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했다는 이 말은 '가황' 나훈아에게도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노래를 사람들 가슴 속에 남긴 나훈아는 이번 은퇴 공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오겠지만 영원할 것입니다. 저 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6-09 18:10:42【파이낸셜뉴스 대구·안동=김장욱 기자】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22일 대구시는 대구경북 신공항 화물터미널의 군위군 배치와 관련 의성군의 강력 반발에 대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8월 군위군과 의성군 공동합의문 작성 당시 여러 자료와 상황을 볼 때 화물터미널은 군위군에 배치하기로 한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홍준표 시장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처럼 공동합의문은 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약속으로 지켜져야 한다"면서 "대구시는 현재 공동합의문의 이행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공동합의문을 구체화하기 위한 공항시설 협의 단계에서도 의성군은 화물터미널이 군위군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전제로 후속 대책을 마련해 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가 가까이 붙어있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의성군의 물류단지는 자가통관시스템·상용화주제 등을 통해 포장 통관 등 화물터미널 기능을 대부분 수행할 수 있어 일정한 거리 이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홍 시장은 "일부의 주장대로 활주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화물터미널을 옮긴다 해도 그 차이는 최장 4㎞ 정도, 5분 거리에 불과해 큰 차이가 없다"면서 "활주로 동측은 군사보안 지역이기에 민간화물터미널 입지가 불가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입장문에는 의성 물류단지의 경우 TK 신공항 화물 운송을 전담하는 유일하고 독점적인 물류단지이며, 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역, 보세구역 지정 등 여러 법적·제도적 지위를 보장하고 기업유치를 통해 물류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대구시는 국토교통부·경북도와 협의를 통해 의성군 설득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며, TK 신공항을 제대로 건설해 대구경북 백년대계와 시·도민이 번영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한편 의성군 비안면 이주지역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신공항 편입 지역주민 150여명은 22일 오전 경북도청에서 집회를 갖고 "대구시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공항이전 추진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경북도의 소극적인 태도와 무관심으로 군위군을 내주면서 민항터미널·화물터미널·영외관사 등 좋은 것은 다 빼앗기고 군공항 소음만 남고, 생계대책도 없이 뭘 먹고사느냐, 이럴려고 공항유치 한게 아니다"면서 반발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빈껍데기 공항이전 반대 △생존권 박탈하는 공항중지 등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도청에서 신도시가지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3-09-22 13:34:03【파이낸셜뉴스 대구·안동=김장욱 기자】 대구시의 대구경북(TK) 신공항 화물터미널을 군위군에 배치하을 두고 의성군의 반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구경북 신공항 화물터미널 군위 배치에 반발한 의성군 비안면 이주지역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신공항 편입 지역주민 150여명은 22일 오전 경북도청에서 집회를 갖고 "대구시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공항이전 추진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책위는 "경북도의 소극적인 태도와 무관심으로 군위군을 내주면서 민항터미널·화물터미널·영외관사 등 좋은 것은 다 빼앗기고 군공항 소음만 남고, 생계대책도 없이 뭘 먹고사느냐, 이럴려고 공항유치 한게 아니다"면서 반발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빈껍데기 공항이전 반대 △생존권 박탈하는 공항중지 등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도청에서 신도시가지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김선동 대책위원장은 "이주지역 주민들은 의성군 발전을 위해 공항이전을 찬성하고 꾹꾹 참아왔다"면서 "뚜껑을 열어보니 좋은 것은 군위가 다 가져가고 약속했던 화물터미널도 없고 소음만 온다하니 참담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계대책 역시 주민들에게 어떠한 구체적 설명도 없고,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면서 "이럴 거면 도지사는 앞장서서 공항이전 백지화하고, (우리는)정든 고향땅에서 살다가 죽겠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의성군 비안면 소음대책위원회도 지난 12일 의성군청에서 공항이전반대 집회를 갖고 △빈껍데기 공항이전 반대 △공수표 남발하는 대구시 공항이전 즉각 중단 △주민생존권 위협하는 공항이전 결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의성전통시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의성군 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도 지난달 31일 비안면 만세센터에서 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합의문의 내용대로 화물터미널을 의성군에 배치하라"는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성주민으로 구성된 통합신공항 관련 단체는 앞으로도 대구시를 상대로 대대적인 집회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2020년 7월 군위군과의 공동합의문에 군위에 민간 공항 터미널을 두는 것으로 돼 있고, 다음달 의성군과의 공동합의문에는 항공 물류와 항공정비산업단지를 의성에 두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공식합의문에 들어와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건 정해진 문헌이고 의성군수도 군위군과 협조해서 할 수 있는 일 다하겠다 이렇게 약속을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3-09-22 11:37:04[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전국 17곳의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한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과열 조짐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지역은 하락세가 심해지기까지 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대구 매매가격은 0.11% 감소해 하락세를 유지했다. 다만 지난주(-0.19%)보다 하락폭은 축소됐다. 중구(-0.24%)와 달서구(-0.19%) 등 대구시내 모든 자치구의 하락세도 이어졌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30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대구 등 17개 시군구를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구는 지난 5일부터 수성구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고 동구·서구·남구·북구·중구·달서구·달성군이 모두 비규제지역이 됐다. 동구·중구·서구·유성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대전(-0.06%)도 지난주(-0.08%)보다 하락폭은 줄었지만 집값 반등은 없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규제지역이 된 △경북 경산(-0.01%) △전남 여수(-0.06%) △전남 순천(-0.08%) △전남 광양(-0.22%) 역시 하락세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특히 광양시는 지난주(-0.13%)보다 하락세가 더 심해지며, 규제해제의 효과가 부동산 침체를 막지 못한다는 걸 방증했다. 이와 더불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대구 수성구의 첫 분양에서도 미달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 4~5일 청약을 접수한 범어자이는 399가구 모집에 196명이, 시지 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는 661가구 모집에 63명만 청약을 접수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2-07-08 08:27:26【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대구 정동고등학교가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다. 대구교육청은 학교법인 호산교육재단이 제출한 정동고 학교위치변경계획을 최종 승인하면서 현재 용계동에 위치한 정동고를 2024년 3월 1일자로 대구혁신도시로 옮겨간다고 29일 밝혔다. 정동고 이전 규모는 2022학년도 기준 학급증감 없이 학년당 8학급 전체 24학급 규모이며, 동일학군(1학군)·권역(안심권) 내 기존 남고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 이전할 계획이다. 학교법인은 학교이전 후 재학생을 위한 통학대책으로 2년간 통학버스를 제공하거나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동일학군 내 다른 학교로 전학을 허용해 이전에 따른 재학생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동고 이전 예정지는 혁신지구 내 고등학교용지로 시설결정된 곳으로 고등학교 설립소요가 없어 신설은 어려운 실정으로 혁신도시 내 주민들의 신·이설에 대한 요구가 컸던 곳이다. 베종열 정동고 교장은 "최근 정동고는 교육과정운영 자율학교 지정, 교육역량강화 사업 우수학교, 고교학점제 대비 교육력 제고 활동 등으로 진학지도 등에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전 후 혁신도시 내 선진화된 교육시설에서 지역사회로부터 명문고 육성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IB 또는 과학중점학교 운영 등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이번 정동고 이전은 학교로서 지역사회의 명문사학으로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뿐만 아니라 혁신도시의 지역발전을 가속화하고, 더 나아가 제2공공기관 이전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정동고의 이전 결정으로 그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 이뤄지고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질적 정주 여건 개선의 단초역할을 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원경 호산교육재단 이사장은 "올해 고교설립 40주년을 맞아 혁신도시로의 이전이 확정, 더욱 의미있는 시기다"면서 "이전하면서 교명 변경(가칭 새론고)을 통해 일신하고,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인프라를 제공하고 우수한 교원역량개발을 통해 지역 최고의 명문사학으로의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1-11-29 14:48:41[파이낸셜뉴스] 파수가 브리티시홀딩스에 엔터프라이즈 문서 플랫폼인 ‘랩소디 클라우드’를 제공한다고 19일 밝혔다. 파수는 클라우드 기반의 랩소디를 통해 문서 자산화를 지원함으로써 브리티시홀딩스가 분산된 문서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통합 관리하도록 돕는다. 브리티시홀딩스는 9개의 자회사에서 서울과 대구, 베트남 등에 사무실을 두고 자산 컨설팅과 부동산 개발, 시행 및 관리,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일종의 외장 저장장치에 문서를 관리하고 각 지역별로 문서가 분산돼 이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기 어려웠다. 또 기기 오류 등으로 도면문서(CAD파일) 및 이미지 파일 등 핵심 자산인 지적재산권(IP) 손실 가능성도 높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원격 및 재택 근무 등 업무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보안 위협까지 더해지자 브리티시홀딩스는 해결 방안으로 파수의 랩소디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 랩소디 클라우드는 직원들이 PC에서 문서를 생성하면 자동으로 중앙 서버(클라우드)에 저장해 중요 데이터를 손실 걱정없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문서 관리 플랫폼이다. 문서가상화 개념을 적용해 문서중앙화 방식과 달리 중앙 서버에 문서들이 저장돼도 로컬 PC에 문서들이 그대로 남고 저장 위치에 상관없이 최신 버전으로 자동 동기화된다. 문서 작업 후 저장만으로도 문서에 대한 권한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자동 업데이트돼, 여러 버전으로 파편화된 문서들을 혁신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또 문서가 생성되는 시점부터 접근 제어와 감사 추적 기능을 제공해 사용 이력 및 버전 현황, 유통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문서 유출 위협 등에도 대비할 수 있다. 모든 문서는 암호화 보관되므로 유출되더라도 이를 열어 볼 수 없어 기업의 소중한 IP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차동원 브리티시홀딩스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생성되는 문서량 또한 급증하는 가운데, 물리적인 업무 장소와 상관없이 문서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절실해졌다”며 “랩소디 클라우드를 통해 분산된 문서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핵심 자산인 도면 파일 등을 보호함으로써 디지털 워크플레이스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규곤 파수 대표는 “대부분의 성장 기업들이 문서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기업의 핵심 기밀이 담긴 문서의 유실 및 유출 위협에도 직면하게 된다”며 “브리티시홀딩스의 사례와 같이 랩소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이 손쉽게 문서를 자산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개발과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1-07-19 11:01:26[파이낸셜뉴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것과 관련, "결국 황교안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이 이날 사퇴한 것에 대해 '야당발 기획사퇴'라고 지적한 노 의원은 윤 총장이 향후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할 수 있음을 언급, 윤 총장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묶어 공격했다. 당 최고위원인 노 의원은 이날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정치권에 들어와 결국엔 소리없이 사라진, 소모품으로 사용 될 그런 모습을 보는 듯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의원은 "무슨 꿈을 꾸는지 모르겠지만, 전날 윤 총장이 대구에 간 것을 보고 '또 하나의 황교안이 나왔구나' 싶었다. 저러다 제2의 황교안이 될 수 있다"며 "윤 총장은 자기 정의심에 불타서 선택적 정의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윤 총장이 야당과 함께 기획사퇴를 했다는 정황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민주주의'를 '자유 민주주의'라고 외친 것만 봐도 야당과 코드를 맞춘 것"이라며 "전날 대구에 갔다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선출된 날 사표를 낸 것도 야당과 힘을 합치려고 말을 맞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 의원은 SNS를 통해서도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갑자기 임기만료를 고작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며 "피해자 코스프레임과 동시에 이슈를 집중시켜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 기획 사퇴'를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총장은 끝까지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다가 사퇴마저도 '정치적 쇼'로 기획해 '정치검찰의 끝판왕'으로 남고 말았다"며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검찰이라는 공조직을 악용하였다면 이는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1-03-04 17:21:51올 추석 연휴, 전 세대를 대동단결시킨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가황(歌皇)' 나훈아였다. 나훈아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해 무려 15년 만에 노개런티로 TV 무대에 섰다. 지난 9월 30일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나훈아가 1주 앞선 23일 전 세계 1000가구과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한 비대면 공연을 녹화중계한 것으로 방송 직후 시청률과 화제성을 '올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페이스북에 "그의 노래는 제 인생의 순간들을 언제나 함께했고, 그는 여전히 저의 우상"이라고 밝히는 등 정치권도 '나훈아 태풍'에 술렁였다. 콘서트 평균 시청률 29% '엄마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본다고 벼르고 있다' '출연료 없이 나오다니 통 큰 결단이라고 폭풍 칭찬한다' 등 나훈아 콘서트는 방송 전부터 SNS를 서서히 달구기 시작했다. 은색머리를 마치 사자 갈기 마냥 휘날리며 등장한 그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준비됐죠?"라며 박력 있게 외쳤고, 찢어진 청바지부터 핑크빛 재킷, 한복 두루마기 등 다양한 의상을 소화하며 2시간 반 동안 무려 30여곡을 열창했다. 고향·사랑·인생을 주제로 '고향역' '무시로' '18세 순이' '잡초' '청춘을 돌려다오' 등 히트곡뿐 아니라 지난 8월 발표한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에 수록된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테스형!' 등 신곡까지 일흔셋의 나이가 무색한 가창력과 쇼맨십을 뽐냈다. '아담과 이브처럼'를 부를 땐 와이어를 타고 날기도 하는 등 무대 연출도 다채로웠다.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KBS가)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가 없다" "분명히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 등 희망의 메시지도 전했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29%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부산(38.0%), 대구(36.9%), 서울(30.03%)에서 특히 반응이 뜨거웠다. KBS가 3일 추가로 편성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도 전국 평균 18.7%를 기록했다. 신곡 '테스형!' 등은 방송 후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나훈아 발언 두고 정치권도 설왕설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이 연일 화제에 오르자 정치권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술렁였다. "자유로운 영혼, 프로페셔널 대중연예인"(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힘도 나고 신이 났지만 한편으론 자괴감도 들었다. 20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같이 나훈아를 높이 평가하면서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은 반응도 나왔지만, 일부는 정부 비판의 기회로 삼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석 전날 가수 나훈아씨가 우리 마음을 속시원하게 대변해줬다"며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거론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나훈아 발언을 오독하지 말라"고 비난했고,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정치인들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놀랍다"며 맞서기도 했다. 앞서 나훈아는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우리는 흐를 유, 행할 행, 노래 가, 유행가 가수다. 남는 게 웃기는 거다. '잡초'를 부른 가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부른 가수, 흘러가는 가수다. 뭘로 남는다는 말 자체가 웃기다. 그런 거 묻지 마소"라고 답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10-04 18:01:42#. 대구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덩치 큰 환자가 두렵다. 지난해 병원 복도에서 한 간호사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모습을 본 뒤부터다. 이 환자가 갑자기 자기 옷을 벗고 성기까지 노출한 채 다가와 발길질을 하는데 병원에선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가해자는 법원에서 고작 벌금 1000만원 형을 받았을 뿐이다. 간호사들은 가해자가 병원에 찾아와 다시 해코지를 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 경기도 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B씨는 두벌뿐인 근무복을 집에서 번갈아 세탁한다. 코로나19로 감염에 민감하지만 상하관계가 철저한 간호사 직군 특성상 이의제기가 쉽지 않다. 선배들에게 말해봐도 돌아오는 건 "원래 그렇다"는 답뿐이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가까이 접촉할 일이 많은 B씨는 비닐로 꽁꽁 싸서 가져온 근무복을 따로 세탁하지만 혹여 4살 딸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이다. 흔히 의료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일컫는다. 첨단 의료장비와 수술법, 신약개발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의 노동 없이는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적어지면 의료의 질 역시 급격히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간호인력 확충이 의료의 질을 담보한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애써 키워도 모두 떠난다· 28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한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한국 간호사들이 병원을 등지고 있다. 매년 OECD 최고 수준의 간호인력을 배출하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간호인력이 의료현장에 남고 있는 나라인 것이다.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 부당한 처우가 간호사들이 병원을 등지는 주된 이유다. 코로나19 자원봉사자 4000여명 중 전직 간호사 상당수가 포함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의지가 있는 간호인력조차 병원을 등지게끔 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유능한 간호사는 거저 양성되지 않는다. 대학교에서 이뤄지는 전문교육과 현장에서의 실습, 연차를 쌓아가며 얻는 임상경험이 고스란히 간호사의 실력이 된다. 길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후배가 들어와도 조금만 연차가 쌓이면 나가버리고 답답하다"며 "병원이 경력 있는 간호사들을 양성해야 하는데 비용 면에서 도움이 안 되다보니 그럴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간호사들이 떠나는 주요한 이유다. 이대서울병원 한 간호사는 "최근에 간호사 인력 감소로 수익을 실현하겠다며 간호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내려 병상수는 늘었지만 병동 인력은 줄었다"며 "우리 팀은 대다수가 거동 못하는 환자를 18~20명씩 보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고스란히 의료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지난해 퇴직했다는 전직 간호사는 "공부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10년이 넘는데 이렇게 그만두는 건 나 하나만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아닌가 싶다"면서 "간호사 사회가 업무나 분위기 모두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하는데, 그만큼 대가는 많지 않아 조금이라도 젊을 때 다른 일을 해보자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적에만 기댈 건가 간호사 이탈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에서 간호사 자격을 가진 인원은 37만4990명이지만 실제 간호사로 활동하는 사람은 18만4497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국가 가운데선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특이한 경우다. 한국보다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가 적은 국가는 슬로베니아, 멕시코, 그리스 정도이다. 이들은 한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간호사 면허소지자를 배출하고 있다. 한국보다 적은 면허소지자가 있는 다수 국가에서는 활동 간호사는 한국보다 많다. 배출하는 수가 아닌 중도에 간호사를 그만두게끔 하는 구조와 문화가 문제란 뜻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0-05-28 17:39:00[파이낸셜뉴스] #. 대구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덩치 큰 환자가 두렵다. 지난해 병원 복도에서 한 간호사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모습을 본 뒤부터다. 이 환자가 갑자기 자기 옷을 벗고 성기까지 노출한 채 다가와 발길질을 하는데 병원에선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가해자는 법원에서 고작 벌금 1000만원 형을 받았을 뿐이다. 간호사들은 가해자가 병원에 찾아와 다시 해코지를 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 경기도 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B씨는 두벌뿐인 근무복을 집에서 번갈아 세탁한다. 코로나19로 감염에 민감하지만 상하관계가 철저한 간호사 직군 특성상 이의제기가 쉽지 않다. 선배들에게 말해봐도 돌아오는 건 “원래 그렇다”는 답뿐이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가까이 접촉할 일이 많은 B씨는 비닐로 꽁꽁 싸서 가져온 근무복을 따로 세탁하지만 혹여 4살 딸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이다. 흔히 의료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일컫는다. 첨단 의료장비와 수술법, 신약개발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의 노동 없이는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적어지면 의료의 질 역시 급격히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간호인력 확충이 의료의 질을 담보한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OBJECT0# ■애써 키워도 모두 떠난다···간호노동의 현실 28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한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한국 간호사들이 병원을 등지고 있다. 매년 OECD 최고 수준의 간호인력을 배출하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간호인력이 의료현장에 남고 있는 나라인 것이다.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 부당한 처우가 간호사들이 병원을 등지는 주된 이유다. 코로나19 자원봉사자 4000여명 중 전직 간호사 상당수가 포함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의지가 있는 간호인력조차 병원을 등지게끔 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유능한 간호사는 거저 양성되지 않는다. 대학교에서 이뤄지는 전문교육과 현장에서의 실습, 연차를 쌓아가며 얻는 임상경험이 고스란히 간호사의 실력이 된다. 길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후배가 들어와도 조금만 연차가 쌓이면 나가버리고 답답하다”며 “병원이 경력 있는 간호사들을 양성해야 하는데 비용 면에서 도움이 안 되다보니 그럴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간호사들이 떠나는 주요한 이유다. 이대서울병원 한 간호사는 “최근에 간호사 인력 감소로 수익을 실현하겠다며 간호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내려 병상수는 늘었지만 병동 인력은 줄었다”며 “우리 팀은 대다수가 거동 못하는 환자를 18~20명씩 보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고스란히 의료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지난해 퇴직했다는 전직 간호사는 “공부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10년이 넘는데 이렇게 그만두는 건 나 하나만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아닌가 싶다”면서 “간호사 사회가 업무나 분위기 모두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하는데, 그만큼 대가는 많지 않아 조금이라도 젊을 때 다른 일을 해보자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OBJECT1# ■언제까지 기적에만 기댈 건가 간호사 이탈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에서 간호사 자격을 가진 인원은 37만4990명이지만 실제 간호사로 활동하는 사람은 18만4497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국가 가운데선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특이한 경우다. 한국보다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가 적은 국가는 슬로베니아, 멕시코, 그리스 정도이다. 이들은 한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간호사 면허소지자를 배출하고 있다. 한국보다 적은 면허소지자가 있는 다수 국가에서는 활동 간호사는 한국보다 많다. 배출하는 수가 아닌 중도에 간호사를 그만두게끔 하는 구조와 문화가 문제란 뜻이다. 한편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한국의 상황이 열악한 구조를 덮는 가림막이 돼선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3월 대한간호협회가 WHO(세계보건기구), ICN(국제간호협회) 등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한 ICN 관계자는 “활동간호사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가운데서도 자원자를 모집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며 “한국간호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탁월한 전문역량, 협회의 리더십이 코로나를 극복한 훌륭한 모범사례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4000명 가까운 간호사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기적이 아니라 간호사를 확충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놔야 또 다른 위기 때 국가적 재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0-05-28 12: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