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지난 1979년 단교 이후 처음으로 대만과 공식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대만을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2일(이하 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내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 재대만협회(AIT)의 잉그리드 라슨 집행이사는 1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와 만났다.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는 미국에서 사실상 대만 대사관 역할을 수행한다. 양국은 중국을 의식해 1979년 단교했으나 이러한 간접적인 기구를 만들어 비공식 외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 인사들은 세라 비앙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OTN)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에 따른 1차 협정에 서명했다.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13개 국가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추진했다. 바이든은 중국의 반발 때문에 IPEF에 대만을 끌어들이지 못했고 대신 지난해 6월에 대만과 따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에 서명한 협정은 해당 이니셔티브에 따른 경제협정이며 자유무역협정(FTA) 수준은 아니지만 세관 업무 간소화와 규제 개선, 물류 시간 단축 관련 내용들이 담겼다. 판공실은 "이번 협정이 대만과 미국의 경제무역 거래를 위한 견실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양측이 협정의 내실을 점진적으로 확장해 더 광범위한 FTA로 발전시킬 수 있는 큰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판공실의 덩전중은 협정 서명 이후 "오늘 대만과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은 1979년 이후 대만과 미국 간 가장 규모가 크고 전면적인 무역 협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 역시 “오늘 협정은 1979년 이후 대만과 미국 간 구조가 가장 완전한 무역 협정으로, 향후 양측 무역 발전에 더 많은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과 주요 무역국 간의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샘 미셸 USTR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은 양측 간 경제 및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심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협상 조항에 명시된 추가 무역 분야에 대한 다가오는 협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이번 협정과 관련해 중국의 수교국이 대만과 공식 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수교 성명 등)의 규정 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6-02 09:47:17【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미 온두라스가 26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다. 대만과 온두라스의 단교는 1941년 관계 수립 이후 82년 만이다. 이로써 대만 수교국은 13개국으로 줄게 됐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회담한 뒤 ‘중국과 온두라스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고 주권과 영토 보전, 상호 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의 원칙에 따라 우호 관계를 발전하기로 합의했다. 또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거해 온두라스는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맺지 않고, 왕래하지 않기로 했으며, 중국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온두라스 외무부도 같은 날 “온두라스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재를 인정한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며 “오늘자로 온두라스 정부는 대만에 외교 관계 단절을 통보했고, 대만과 더 이상 공식적인 관계나 접촉이 없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 정부는 온두라스와 단교를 발표하며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온두라스와 단교하며 현지 대사관을 폐쇄한다”면서 “온두라스가 대규모 자금을 요구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두라스가 단교를 공식화하면서 대만 수교국은 13개국만 남게 됐다. 교황청(바티칸)과 벨리즈, 에스와티니, 과테말라, 아이티, 나우루, 파라과이,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이다. 다만 100여 개 비수교국은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비공식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역시 대만이 인도태평양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입장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3-03-26 15:03:34[파이낸셜뉴스] 중미 국가인 니카라과가 9일(현지시간)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이로써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14국으로 줄었다. 데니스 몬카다 니카라과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니카라과 정부는 세계에 단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중국 전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뗄 수 없는 한 부분"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니카라과 정부는 오늘부로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어떠한 접촉이나 공식 관계도 맺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만 매체들은 일제히 니카라과 단교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대만 연합보는 "차이잉원 정권 동안 8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며 "외교적 위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대만은 니카라과로부터 두번째 단교 통보를 받았다. 대만 언론은 "니카라과가 또다시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니카라과는 1985년 대만과 한 차례 단교했다가 1990년에 다시 수교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두번의 단교 모두 공교롭게도 현 대통령인 다니엘 오르테가(76) 임기 중에 결정됐다. 오르테가는 1985∼1990년 대통령을 지냈고 2007년 재집권했다. 지난달 7일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4연임에 성공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다니엘 오르테가가 부정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 니카라과 대표단이 현재 톈진에서 회담을 진행 중이다"라면서 오성홍기와 니카라과 국기가 나란히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파나마,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등 대만과 외교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들 포섭에 공을 들여왔다. 이날 니카라과의 단교 발표로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14국으로 줄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
2021-12-10 11:03:30[파이낸셜뉴스] 키리바시가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하며 대만의 수교국은 단 15개국만 남았다. 20일(한국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무장관이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키리바시의 단교 공식 통보에 따라 대만도 키리바시와의 단교를 발표했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우자오셰 장관은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 있는 키리바시 대사관도 조만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키리바시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로 2015년 기준 약 1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언어는 영어를 사용한다. 키리바시가 대만과의 수교를 끊은 것은 중국과의 수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에는 솔로몬제도가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하기도 했다. 키리바시는 차이 총통이 집권한 2017년 1월 이후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한 7번째 국가다. 부르키나파소·도미니카공화국·상투메프린시페·파나마·엘살바도르 등도 대만과의 수교를 단절했다. 수교국이 연이어 줄어들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차이 총통은 내년 1월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한편 현재 남은 대만의 수교국은 온두라스, 과테말라, 니카라과, 아이티 등 모두 15개국 뿐이다. #대만 #단교 #키리바시 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2019-09-20 19:41:40엘살바도르가 21일 대만에 외교관계 중단을 선언했다. 이로써 대만 수교국은 17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의 이번 조치는 중국이 엘살바도르에 군사무기를 판매하고 항구 건설과 선거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만 외교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독립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 대만은 2년 새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공화국, 부르키나파소 등 4개국과 단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18-08-21 14:21:49【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중국이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과 단교한 국가들과 잇따라 수교를 한 뒤 막강한 경제지원을 통해 친중국 성향의 수교국을 늘려가고 있다.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중국을 공식방문한 아다마 바로우 감비아 대통령과 회견을 갖고 경제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감비아의 농업기술, 어업, 인프라 개발과 관광 등에서 협력과 경제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리커창 총리는 감비아 대통령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건히 지켜질 것을 바라면서 양국간 상호이익을 높이기 위한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우 대통령도 리 총리의 발언에 동의하면서 양국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을 기대했다. 중국이 대만의 단교를 잇따라 끌어내는 동시에 해당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우방국으로 끌어들이는 추세가 가파르다. 중국과 감비아는 지난 1974년 공식 외교관계를 체결했지만 1995년 감비아가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단교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감비아가 지난 2013년 대만과 단교한 데 이어 지난해 중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인구 19만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소국인 상투메프린시페도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뒤 중국과 수교를 맺은 바 있다. 올들어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뒤 중국과 수교를 맺은 국가는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파나마를 꼽을 수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관과 이사벨 세인트 말로 파나마 부통령 겸 외교장관은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양국 외교관계 수립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파나마 정부도 성명을 내고 "오늘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대만과의 모든 관계와 공식 접촉을 끝낼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파나마와 외교단절을 계기로 대만의 수교국은 20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jjack3@fnnews.com
2017-12-24 17:10:54【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중국이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과 단교한 국가들과 잇따라 수교를 한 뒤 막강한 경제지원을 통해 친중국 성향의 수교국을 늘려가고 있다.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중국을 공식방문한 아다마 바로우 감비아 대통령과 회견을 갖고 경제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감비아의 농업기술, 어업, 인프라 개발과 관광 등에서 협력과 경제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리커창 총리는 감비아 대통령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굳건히 지켜질 것을 바라면서 양국간 상호이익을 높이기 위한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우 대통령도 리 총리의 발언에 동의하면서 양국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을 기대했다. 중국이 대만의 단교를 잇따라 끌어내는 동시에 해당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우방국으로 끌어들이는 추세가 가파르다. 중국과 감비아는 지난 1974년 공식 외교관계를 체결했지만 1995년 감비아가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단교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감비아가 지난 2013년 대만과 단교한 데 이어 지난해 중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인구 19만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소국인 상투메프린시페도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뒤 중국과 수교를 맺은 바 있다. 올들어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뒤 중국과 수교를 맺은 국가는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파나마를 꼽을 수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관과 이사벨 세인트 말로 파나마 부통령 겸 외교장관은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양국 외교관계 수립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파나마 정부도 성명을 내고 "오늘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대만과의 모든 관계와 공식 접촉을 끝낼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파나마와 외교단절을 계기로 대만의 수교국은 20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jjack3@fnnews.com
2017-12-24 15:14:07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미국 정상 신분으로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위원회는 트럼프가 2일(현지시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인수위는 "양측이 긴밀한 경제, 정치, 안보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한 것은 지난 1979년 양국의 수교가 끊어진 이후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통화를 제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는 인수위 발표 이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만 총통이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며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만 총통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차이 총리가 리다웨이(李大維) 외교부장, 우자오셰(吳釗燮) 국가안보회의 비서장과 함께 전화를 받았다며 "양측이 국내 경기부양 촉진과 국방 강화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총통부 대변인은 트럼프의 트위터가 공개된 직후 "양측이 연락을 앞두고 사전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와 차이 총통의 통화가 차기 미국 정부의 대(對)대만 정책의 큰 변화를 시사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미국 정부도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이후로 이 같은 원칙을 수용했고,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지미 카터 정부 시절인 1979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뿐더러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에번 메데이로스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중국 지도부는 이번 통화를 역사적 균형에 대한 매우 도발적인 행동으로 볼 것"이라며 "의도적이었든 우발적이었든 상관없이 이번 통화가 트럼프의 전략적 태도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트럼프가 취임도 하기 전에 중국과의 대형 외교 분쟁을 촉발했다고 진단했으며 BBC 방송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를 함으로써 미국의 정책 기조를 깼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백악관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우리의 관심사는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위는 오바마 행정부에 알리지 않고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에 주요 언론들이 심대한 외교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방어적인 반응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비꼬았다. 또한 트럼프 인수위 측은 트럼프가 충분히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안 상태에서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켈리언 콘웨이 인수위 대변인은 CNN 방송에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만과 미국의 관계) 문제에 대해 충분히 보고받으며 충분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016-12-03 13:39:15[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친(親)미국 인사로 알려진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를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 개선을 앞두고 미리 중국 정부를 의식한 조치로 추정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3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라이칭더가 오는 8월에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를 포함한 중남미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라이칭더는 3국 방문에 앞서 미국 뉴욕을 경유할 예정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라이칭더에게 뉴욕 경유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대만 정부는 28일 발표에서 태풍 피해 복구·대(對)미국 관세 협상 등을 언급하며 총통이 조만간 해외에 나갈 일은 없다고 밝혔다. FT와 접촉한 관계자는 라이칭더가 트럼프에게 뉴욕 경유를 거부당한 다음, 해외 순방 자체를 가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1979년부터 미국과 단교한 대만의 총통들은 과거 국빈 방문 대신 중남미로 가는 길에 미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머무르곤 했다. 가장 최근에는 2023년 3월에 당시 현직이었던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이 과테말라와 벨리즈로 가던 도중에 미국 뉴욕에 내렸다. 그는 미국 체류 당시 대만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원의장(케빈 매카시)과 만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며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 및 미국 정부 인사들과 접촉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5일 보도에서 지난해 5월 취임한 라이칭더가 오는 8월에 중남미를 방문하면서 미국 뉴욕과 텍사스주를 경유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는 17일 브리핑에서 라이칭더의 뉴욕 경유에 대해 "과거 관행에 부합하고, 우리의 오랜 정책과 전적으로 일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시진핑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라이칭더의 방미를 막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마셜기금의 보니 글레이저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이사는 “트럼프는 미중 양국이 (무역) 협상을 진행중이고, 정상회담까지 논의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이달 28~29일 스웨덴에서 3차 무역 협상에 들어갔으며,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직접 대면할 가능성이 높다. 글레이저는 “트럼프가 미국 및 대만의 관계가 바뀔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면 이는 트럼프의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시진핑이 대만과 관련해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5-07-29 10:42:341972년 2월 21일.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중국 방문으로 국제정세의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그는 오랜 동반자 대만을 버리고, '신중국'의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을 만나 적대관계를 청산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내용을 포함한 '하나의 중국 원칙', 당시 소련을 겨냥한 '아태지역에서 패권추구 반대' 등을 담은 양국 공동 외교선언인 '상하이 코뮈니케'도 발표했다. 두 나라는 수교의 기틀을 닦았고, '공동의 적' 소련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해 나갈 수 있었다. 그해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수교는 1979년 1월로 늦춰졌지만, 그의 행보는 기존 질서를 허물고 냉전과 세계 질서의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닉슨의 중국 접근은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미국의 아시아 맹방으로 자부하던 일본은 상상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닉슨과 그의 외교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의 귀띔도 없었고, 그 몇 해 전인 1969년 7월 전격 발표된 '닉슨독트린'과 더불어 안보환경에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분수령적 사건이었던 탓이다. 베트남에서 명예롭게 빠져나오려는 미국과 문화대혁명의 폐허 속에서 국제사회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접근은 일본에 몰려오는 쓰나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총리는 닉슨의 중국 방문 7개월 만인 그해 9월 29일 베이징에서 중국과 전격 수교 및 대만 단교를 발표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발빠른 대응으로 일본은 중국 시장 선점, 전략적 공존구도 구축 등 미국의 질서 재편에 편승할 수 있었다. 그런 속에서도 1972년 닉슨 쇼크는 일본에 동맹의 배신에 대한 깊은 불안을 체험하게 하고, 각인시켰다. 2010년대 중반 3년여 동안 도쿄에 살면서 중국의 부상에 위축되고 극도로 민감한 일본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밑바닥에는 동맹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깔려 있었다. 기자가 만났던 대부분의 일본 외교안보 관계자와 학자 등은 중국의 국지적 도발에 미국이 도와주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면서 동맹의 역할에 회의하고 있었다. 2010년 이후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중 갈등의 격화 속에서, 중국의 기습공격을 통한 실효지배(점령) 시나리오가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는데, 주일미군은 수수방관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 기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당시 미국 지도자들은 일본 방문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센카쿠열도를 거명하면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주일미군은 해외주둔군 가운데 최대 규모였고, 미국은 플루토늄 재처리도 허용했지만, 일본은 자국의 사활적 이해가 무시되고 생존공간이 줄어들 수 있는 두 강대국의 빅딜이나 충돌을 우려하며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유럽 방위·안보 연례회의 기조연설에서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면서 "곧 있을 미국 병력의 유럽 철수는 새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감정적 결별(angry divorce)은 피하면서 안보 자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가 일으킨 미국 중심주의·고립주의 폭풍은 닉슨 쇼크보다 더 파괴적이고 광범위하다. 지구촌 안전과 질서를 위해 미국은 더 이상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임도 분명히 했다. 쿠빌리우스의 발언도 '집으로 돌아가는 미군'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고민을 담았다. 한반도는 예외일까. 지난 80년 동안 번영과 평화를 지켜주던 기존 질서의 붕괴에 어떻게 응전해야 자존을 지켜낼 수 있을까. 당파성을 넘어 외교안보정책의 국민적 컨센서스와 응집력을 모으는 작업은 이제 생존공간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발등의 불이다. 세계는 다극과 약육강식의 정글로 되돌아 가고 있고, 더 거칠어진 거인들 사이에 우리는 끼어 있다. june@fnnews.com 국제부장
2025-06-12 18:5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