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한테 말하면 너 따위 아무도 모르게 재로 만들 수 있어.”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헤트비히 회스(산드라 휠러) [파이낸셜뉴스]거슬리는 가정부에게 날린 진심 100%의 경고. 은유로 넘실대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주인공 헤트비히 회스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경고다. 한 번만 더 거슬리면 담장 너머 가스실에 집어넣겠다는 말에 유대인 가정부는 머리를 조아린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아우슈비츠의 소장 루돌프 회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아우슈비츠는 유대인 집단 학살지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엄마' 헤트비히는 아우슈비츠 소장 사택에 딸린 텃밭을 정원으로 가꿨다. 3년 동안 골분비료로 뿌려가며 해바라기와 포도나무, 라일락을 키워냈다. 담장의 저쪽은 홀로코스트, 전쟁 중 나치가 자행한 대학살의 현장이다. 이쪽은 회스 가족의 낙원 같은 집. 식물로 담벼락을 가려도 치솟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불길과 연기는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함소리도 마찬가지. 새빨간 불빛과 ‘우웅, 쿵쿵’대는 소음을 의식하는 이는 처음 이 집을 ‘낙원’같다고 말하던 할머니 뿐이다. 소음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마들은 번쩍이는 금니를 가지고 놀고 있다.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은 희생자의 금니를 녹여 금괴로 만들었다. 직접 말하지 않고 말하고 싶은 것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최고의 예술이 ‘시(詩)’라면 이 영화는 시 같다. 감독은 영화 내내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고 은은하게 들려준다. 흑·백·적·점으로 이어지는 암전 때문일까. 영화는 때로 연극처럼도 느껴진다. 마지막 씬에서는 다시 시일 수 있다고 느꼈다. 영국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는 “이 영화가 어쩌면 평생 당신을 괴롭힐 것”이라고 평했다. 6일 새벽 서울 여의도 IFC몰 CGV에서 영화를 봤다. 스릴러 장르 영화도 아닌데 온몸은 차갑게 식고, 멀미가 몰려왔다.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관객의 행렬과 반대 방향으로 청소노동자 한 명이 '저벅저벅' 들어왔다. 그의 머리는 헤드 랜턴이 꽉 쪼이고 있었다. 그의 손엔 영화가 끝난 뒤 캄캄해진 영화관 의자 사이에 떨어진 팝콘을 주워 담을 쓰레기통이 들려 있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적막한 쇼핑몰에서 탑승식 바닥물청소기에 올라탄 청소노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대리석 바닥에 광을 내고 있었다. 청소차가 내뿜는 소음은 웅장했다. 영화를 보러 오는 길, 팝콘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시간에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삶의 무대 뒤편에서 소외된 노동자의 옷맵시가 어떠했는지, 그들의 작업이 발생시키는 소음이 얼마나 컸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영화에서 ‘아우슈비츠의 여왕’으로 불리는 헤트비히는 유대인 가정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말 그대로 해고가 살인인 공간에서 가정부의 고용 안정성은 ‘0’다. 나치는 치솟던 실업률을 해결할 수 있다는 구호로 집권했다. 유대인, 폴란드인, 이탈리아인, 포로, 집시, 정치사범, 퀴어, 장애인들을 강제노역시키던 수용소 입구에도 구호를 걸어뒀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나치는 전쟁과정에서 군수산업을 일으켜 실업률 0%, 안전 고용을 달성했다고 선전했다. 고용률·실업률 지표가 노동시장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은 오래됐다. 특히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 화물차 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 캐디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발전소 같은 하청도 일상화 됐다.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중까지 높아 체감과 달리 실업률은 언제나 낮고 변동도 크지 않다. 통계청에서 매월 작성하고 있는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노동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일할 의사가 없(거나 없다고 비춰지)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애초에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일할 의사가 없다면 실업자가 아니라는 것. 국제노동기구(ILO)도 이같은 고용률·실업률 지표와 국민 체감도 사이의 괴리를 잘 알고 있다. 통계청도 지난 2014부터 공식 실업률 지표가는 노동시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고용보조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고용보조지표에는 영화관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시간관련 추가취업 가능자)들은 물론, 구직활동을 못(안)하고 있을 뿐 취업 의사가 있고 취업 가능성이 있는 사람(잠재구직자)도 포함된다. 또 구직노력을 했으나 육아로 당장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잠재취업가능자)도 들어간다. 고용보조지표는 포괄범위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작성되고 있지만, 아직도 고용시장의 현실을 드러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은 고용 형태, 근로 시간 등이 반영된 새 고용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현행 고용지표가 보여주지 못하는 고용의 질적 측면을 살펴 통화 정책 전망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 ‘고용의 질을 고려한 고용지표 개발’ 연구용역을 공모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고용상황이 경기 상황에 따라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노동시간, 임금 등)에서도 변화하기 때문에 고용의 질을 고려한 실업률, 고용률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정부가 제공한 공공근로 일자리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고용보조지표로는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고용의 질’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서류 미비(불법 체류)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누구도 알 수 없다. 제대로된 통계도 없다. 이들도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로, 직접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핑계로, 국적이 다르다니까 그래도 된다는 착각때문에 고용안정성이 ‘0’다. 텅텅 빈 내 통장 ‘투자 수익’으로 채우고 싶은데 낯선 경제용어들이 어려우신가요? '경제뉴스의 행간 읽기'를 도와줄 '영화로운 텅장탈출' 시리즈를 읽어보세요. 영화 한편과 경제 용어 하나를 쉽게 풀어 드립습니다. 아래 기자 구독을 눌러주세요. 매주 토요일 시리즈 기사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06-06 15:55:4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 중인 아르코미술관이 개관 50주년을 맞아 기념전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를 내년 3월 10일까지 개최한다. 7일 아르코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국내 작가 총 22명의 신작 및 미발표작과 미술관 전시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 20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전시는 오늘날 미술관의 기능 중 하나인 네트워크 구축을 본질적 요소로 채택했다. 이를 위해 미술관의 주도적인 작가 선정 권한을 내려놓고 미술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를 대상으로 미술관과 인연을 맺었던 관계자들이 함께 작가를 선정했다. 다른 관계성을 지닌 총 9개의 작가 팀이 구성됐다.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교류에서 파생된 결과물과 더불어 미술관 전시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던 작고 작가 중 3명(공성훈, 김차섭, 조성묵)의 유작 및 미발표작을 함께 선보이면서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근현대사와 민중의 애환을 회화로 표현해온 신학철 작가는 이번 전시의 대작인 '일본 관동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을 통해 1923년 일본군 주도로 벌어진 조선인 학살을 다룬 대형 회화 작업을 선보였다. 김기라 작가는 신 작가의 작업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서, 시대 정신을 공유하는 인간의 고통을 심도있게 사유할 수 있는 신작 영상을 선보인다. 신 작가는 "학살이 자행된 슬픈 역사의 사건을 알리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백 작가의 '블루스크린'은 PC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오류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인 파란색 화면을 세계와 세계를 관통하는 통로의 문인 포털의 단절로 의미화한다. 진기종 작가의 '항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가 사라진 지구에서 방황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 최근 종교와 이념으로 인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의 위험한 항해가 외로운 예술가의 길이기도 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와 별도로 별관에서 선보이는 아카이브 자료는 미술관의 굵직한 역사를 일괄하고 200여점의 도록, 출판물, 사진, 영상 및 관계자 인터뷰로 구성된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50주년을 맞아 아르코미술관은 다양한 예술 주체가 교류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의 과거와 앞으로의 지향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2-07 18:33:43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 중인 아르코미술관이 개관 50주년을 맞아 기념전 '어디로 주름이 지나가는가'를 내년 3월 10일까지 개최한다. 7일 아르코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국내 작가 총 22명의 신작 및 미발표작과 미술관 전시사를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 20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전시는 오늘날 미술관의 기능 중 하나인 네트워크 구축을 본질적 요소로 채택했다. 이를 위해 미술관의 주도적인 작가 선정 권한을 내려놓고 미술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를 대상으로 미술관과 인연을 맺었던 관계자들이 함께 작가를 선정했다. 다른 관계성을 지닌 총 9개의 작가 팀이 구성됐다.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교류에서 파생된 결과물과 더불어 미술관 전시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던 작고 작가 중 3명(공성훈, 김차섭, 조성묵)의 유작 및 미발표작을 함께 선보이면서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근현대사와 민중의 애환을 회화로 표현해온 신학철 작가는 이번 전시의 대작인 '일본 관동 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을 통해 1923년 일본군 주도로 벌어진 조선인 학살을 다룬 대형 회화 작업을 선보였다. 김기라 작가는 신 작가의 작업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서, 시대 정신을 공유하는 인간의 고통을 심도있게 사유할 수 있는 신작 영상을 선보인다. 신 작가는 "학살이 자행된 슬픈 역사의 사건을 알리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백 작가의 '블루스크린'은 PC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오류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인 파란색 화면을 세계와 세계를 관통하는 통로의 문인 포털의 단절로 의미화한다. 진기종 작가의 '항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가 사라진 지구에서 방황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 최근 종교와 이념으로 인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의 위험한 항해가 외로운 예술가의 길이기도 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와 별도로 별관에서 선보이는 아카이브 자료는 미술관의 굵직한 역사를 일괄하고 200여점의 도록, 출판물, 사진, 영상 및 관계자 인터뷰로 구성된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50주년을 맞아 아르코미술관은 다양한 예술 주체가 교류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의 과거와 앞으로의 지향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2-07 15:19:28[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의 지도부가 카타르에서 호화 호텔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영자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공격한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카타르 수도 도하의 사무실에 머물고 있는 영상이 확산했다. 카타르는 현재 하마스의 유일한 대외 협상 창구 역할을 하는 중동 국가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하니예는 지도부 구성원과 함께 깔끔한 양복 차림을 하고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모습이 촬영된 알자지라 방송을 TV로 시청하며 미소를 짓는다. 곧이어 이들은 카펫이 깔린 바닥에 엎드려 감사 기도를 올린다. TOI는 “하니예는 도하의 우아한 사무실에서 민간인 최소 1천명을 포함한 이스라엘인 1300명을 죽인 잔혹한 공격을 지켜봤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니예는 지난 수년간 가자지구의 고난에서 벗어나 석유가 풍부한 카타르 왕정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하니예가 “5성급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에어컨이 켜진 도하 사무실에서 이스라엘인 대학살을 축하하며 웃고 기도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TOI는 하니예가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파타를 꺾고 승리한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가자지구 자치정부 총리로 임명된 이후 이집트에서 수입되는 상품들에 대한 관세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급격히 부를 축적했다고 보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10-18 06:50:22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막을 올린 가운데, 다채로운 행사와 강연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도서전은 단순한 인간 중심의 관점이 아닌, 인간 외의 존재를 통찰하자는 기치를 내건 만큼 '보는 눈'의 시야를 넓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앞서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개막식 축사에서 "문화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더욱이 이 책의 힘은 그 위대함의 바탕이 돼 준다"며 "미래의 인공지능 환경이 결코 책으로 대체될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1954년 첫번째 도서전 개최 이후 65번째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는 36개국 530개 출판사(국내 360개사·해외 170개사)와 작가 및 연사 총 215명(국내 190명·해외 25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전시와 부대행사, 강연·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170여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소외받는 인간과 인간 외의 존재에 대해 돌아보자는 취지다. '사라지다', '저항하다', '가속하다', '교차하다', '가능하다' 등 5개 분야로 나눠 도서 600여권을 전시한다. 강연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주목된다. 강연은 16일 오후 2시30분~오후 4시 '미래의 과거에서'란 주제로 김이나(작사가), 이슬아(작가·헤엄출판사 대표), 황석희씨(번역가)가 진행한다. 주요 강연 내용은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는지', '다음 세대에게 무얼 말해주면 좋을지', '어떤 어른이 돼야 할 지' 등에 대해 탐구한다. 17일에는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고래'의 천명관 작가가 북토크를 연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을 두고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 유머와 무질서로 전통적 스타일을 전복하는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 동화"라고 평한 바 있다. 마지막날인 18일에는 도서전 홍보대사인 소설가 오정희·김인숙·편혜영·김애란·최은영·천선란 등 6명이 '비인간으로서의 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특히 인간과 비인간에 대해, 그들이 관계 맺는 낯선 이야기의 세계에 대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세미나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고한규(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 책임연구원), 오영진(서울과기대 융합교양학부 교수), 전응준(법무법인 린 변호사), 전준(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생성형 AI: 인간의 비인간화' 세미나가 16일 12시~오후 1시30분 열린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를 두고, 이를 둘러싼 다양한 측면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서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책과 신간, 새 표지의 책 등도 독자들을 기다린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작가 18명이 참여해 15편의 글과 9장의 그림을 담아 책을 펴냈다. 소설가 김금희·김멜라·김화진·오정희·정지돈과 시인 백은선·서윤후·서효인·성동혁·양안다·오은·이소호 그리고 박혜진(평론가)·임소연(과학기술학자)·해도연(과학작가) 등 15인의 작가와 지난해 도서전 '여름의 드로잉'에 선정된 작가 3인이 참여했다. 신간 도서를 처음 선보이는 '여름, 첫책'에선 '강물과 나는'(나태주 글·문도연 그림·이야기꽃), '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김겨울·세미콜론),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빨래방'(김준용 이상배·남해의봄날),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은유·읻다), '인생의 열 가지 생각'(이해인 글·전효진 그림·마음산책) 등 10종을 선보였다. 이밖에 새로운 표지로 재탄생하는 '다시, 이 책'에선 '검은 새'(이수지·길벗어린이), '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문학과지성사), '마음의 눈'(이지훈 글·이지민 그림·도서출판점자), '서른의 반격'(손원평·은행나무), '어떤 이름에게'(박선아·안그라픽스), '인생의 역사'(신형철·난다) 등 10권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올해 주빈국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샤르자가 참가했다.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 토후국 중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2019년 유네스코 세계 도서 수도로 선정된 바 있다. 샤르자는 아랍의 현대문학, 아랍 작가들의 동인 문화, 아랍 출판시장 현황 등 다양한 강연과 디지털 아트 워크숍, 전통 밴드 공연 등을 선보인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6-15 18:12:01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막을 올린 가운데, 다채로운 행사와 강연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도서전은 단순한 인간 중심의 관점이 아닌, 인간 외의 존재를 통찰하자는 기치를 내건 만큼 '보는 눈'의 시야를 넓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앞서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개막식 축사에서 "문화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더욱이 이 책의 힘은 그 위대함의 바탕이 돼 준다"며 "미래의 인공지능 환경이 결코 책으로 대체될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1954년 첫번째 도서전 개최 이후 65번째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는 36개국 530개 출판사(국내 360개사·해외 170개사)와 작가 및 연사 총 215명(국내 190명·해외 25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전시와 부대행사, 강연·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170여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소외받는 인간과 인간 외의 존재에 대해 돌아보자는 취지다. '사라지다', '저항하다', '가속하다', '교차하다', '가능하다' 등 5개 분야로 나눠 도서 600여권을 전시한다. 강연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주목된다. 강연은 16일 오후 2시30분~오후 4시 '미래의 과거에서'란 주제로 김이나(작사가), 이슬아(작가·헤엄출판사 대표), 황석희씨(번역가)가 진행한다. 주요 강연 내용은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는지', '다음 세대에게 무얼 말해주면 좋을지', '어떤 어른이 돼야 할 지' 등에 대해 탐구한다. 17일에는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고래'의 천명관 작가가 북토크를 연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을 두고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 유머와 무질서로 전통적 스타일을 전복하는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 동화"라고 평한 바 있다. 마지막날인 18일에는 도서전 홍보대사인 소설가 오정희·김인숙·편혜영·김애란·최은영·천선란 등 6명이 '비인간으로서의 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특히 인간과 비인간에 대해, 그들이 관계 맺는 낯선 이야기의 세계에 대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세미나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고한규(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 책임연구원), 오영진(서울과기대 융합교양학부 교수), 전응준(법무법인 린 변호사), 전준(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생성형 AI: 인간의 비인간화' 세미나가 16일 12시~오후 1시30분 열린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를 두고, 이를 둘러싼 다양한 측면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서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책과 신간, 새 표지의 책 등도 독자들을 기다린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작가 18명이 참여해 15편의 글과 9장의 그림을 담아 책을 펴냈다. 소설가 김금희·김멜라·김화진·오정희·정지돈과 시인 백은선·서윤후·서효인·성동혁·양안다·오은·이소호 그리고 박혜진(평론가)·임소연(과학기술학자)·해도연(과학작가) 등 15인의 작가와 지난해 도서전 '여름의 드로잉'에 선정된 작가 3인이 참여했다. 신간 도서를 처음 선보이는 '여름, 첫책'에선 '강물과 나는'(나태주 글·문도연 그림·이야기꽃), '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김겨울·세미콜론),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빨래방'(김준용 이상배·남해의봄날),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은유·읻다), '인생의 열 가지 생각'(이해인 글·전효진 그림·마음산책) 등 10종을 선보였다. 이밖에 새로운 표지로 재탄생하는 '다시, 이 책'에선 '검은 새'(이수지·길벗어린이), '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문학과지성사), '마음의 눈'(이지훈 글·이지민 그림·도서출판점자), '서른의 반격'(손원평·은행나무), '어떤 이름에게'(박선아·안그라픽스), '인생의 역사'(신형철·난다) 등 10권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올해 주빈국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샤르자가 참가했다.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 토후국 중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2019년 유네스코 세계 도서 수도로 선정된 바 있다. 샤르자는 아랍의 현대문학, 아랍 작가들의 동인 문화, 아랍 출판시장 현황 등 다양한 강연과 디지털 아트 워크숍, 전통 밴드 공연 등을 선보인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06-15 11:20:50[파이낸셜뉴스] 케냐에서 집단 아사를 유발한 사이비 종교 '기쁜소식 국제교회'에서 숨진 신도가 200명을 넘어섰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케냐 동남부 해안 도시 말린디에 있는 약 3㎢ 규모의 숲에서 이날 22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돼 지금까지 사망자는 201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어린이 시신이 많으며 대부분 시신은 '기쁜소식 국제교회'의 교주 폴 은텡게 맥켄지(50)의 신도들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당국은 신도들이 금식 기도를 하다 아사한 교회 인근 샤카홀라 숲 일대 수십 개 무덤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생존자 구조 및 시신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고된 실종자는 610명에 달해 앞으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AP통신은 "생존자 일부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구조됐다"고 전했다. 지역 행정관은 교주의 명령을 어기고 금식을 깨거나 숲을 이탈하려는 신도가 살아서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던 '집행자' 등 26명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앞서 현지 법원은 지난 10일 이번 사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 맥켄지의 구금 기간을 3주 더 연장했다. 맥켄지 교주는 "예수를 만나기 위해선 굶어야 한다"는 교리로 신도들을 세뇌시켜 사망하게 하고 숨진 시신들의 장기를 적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 소속 병리학자는 굶주림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하고, 어린이 등 금식을 못 하는 일부는 목이 졸리거나 구타 혹은 질식에 의해 숨졌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8일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일부 시신에서는 장기 적출 흔적도 발견됐다. 현지에서는 과거 범죄 전력을 가진 택시 운전사 출신의 맥켄지가 수년간 어떻게 법망을 피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케냐 정부는 이번 사건을 대량학살로 규정하고, 생존자 수색 및 추가 시신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현지 교회들과 이단에 대한 규제 노력을 약속하고 '샤카홀라 숲 대학살'로 불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5-14 11:40:59[파이낸셜뉴스] 국가보훈처는 23일 '조국의 하늘을 최초로 비행한 비행사' 안창남 선생이 정부로부터 서훈받은 훈장(건국훈장 애국장)이 공군사관학교 내 공군박물관에 영구 전시된다고 전했다. 보훈처는 이날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충북 청주 공사를 방문, 안 선생의 훈장을 전수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보훈의 역할'을 주제로 생도 대상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처장은 이날 특강에선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국가를 위한 희생·헌신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고 계승해가는 건 국민을 하나로 결집하고 국가 정체성을 확립해 국가의 존속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한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박 처장은 이상학 공군사관학교장에게 안 선생의 '2023년 2월의 독립운동가' 선정패도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가 2001년 안 선생에게 서훈한 훈장은 이후 보훈처에서 보관하고 있었으나, "'이충보국'(以忠報國·충심으로 나라에 보답한다)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에 공사에 훈장을 전수하기로 했다"는 게 보훈처의 설명이다. 보훈처에 따르면 박 처장은 훈장 전수식과 특강에 앞서 생도들에게 직접 오찬 배식 봉사를 하고 오찬도 함께할 예정이다. 안 선생은 1901년 서울 출생으로 일본 오구리(小栗) 비행학교를 졸업한 뒤 1921년 8월 조선인 최초로 일본 '3등 비행사' 면허를 취득했고, 1922년엔 '2등 비행사', 1923년엔 '1등 비행사' 면허를 각각 취득했다. 이 사이 안 선생은 1922년 12월 단발 쌍엽 비행기 '금강호'를 타고 서울·인천 등지에서 고국방문 비행을 하기도 했다. 안 선생은 1923년 9월 '간토(關東) 대학살' 사건을 계기로 중국으로 망명, 당시 상하이(上海)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독립군 비행사 양성을 모색하던 안 선생은 중국 산시(山西)성 군벌 옌시산(閻錫山)의 요청으로 1926년부터 산시비행학교장으로 활동했으나 1930년 비행훈련 중 기체 고장으로 후손 없이 순국했다. 당시 그의 나이 29세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2-23 11:18:42[파이낸셜뉴스] 일제강점기 조국 독립을 위해 힘쓰다 젊은 나이에 순국한 김필순·안창남·송몽규 선생이 올해 '2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고 1월 31일 국가보훈처가 밝혔다. 보훈처는 이들 선생에 대해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문학, 군사, 의학 등 각 분야에서 헌신하고 청년 시절 순국한 독립유공자"라고 소개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김필순 선생은 1878년 황해도 출생으로 1886년 배재학당에 입학했고, 1899년엔 제중원에 들어갔다 그는 당시 올리버 알 애비슨의 통역 및 조수로서 제중원 교재로 사용되는 서양 의학서적을 번역할 정도로 영어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김 선생은 이후 1908년 세브란스병원의학교를 제1회로 졸업한 뒤 교수로 활동하며 후진을 양성했고,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의 활동을 지원하며 그해 4월 안창호·양기탁 등이 설립한 신민회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선생은 일제가 조작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 암살 미수사건'에 연루돼 1911년 12월 중국 만주로 망명했다. 당시 조선인 집단 거주지 퉁화(通化)현에서 근대적 병원을 세우고 조선인들을 치료하던 김 선생은 일제의 감시·간섭이 심해지자 1916년 내몽골 치치하얼(齊齊哈爾)로 다시 이주했다. 김 선생은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이끈 김규식의 처남이자 김순애의 오빠이며, 여성 독립운동가인 김마리아의 삼촌이다. 치치하얼에서 '북제진료소'를 열어 의료 활동에 종사하던 김 선생은 독립운동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애쓰던 중 1919년 9월 순국했다. 안창남 선생은 1901년 서울 출생으로 1919년 휘문고등보통학교 중퇴 뒤 비행사가 되기 위해 1920년 8월 일본 오구리(小栗) 비행학교에 입학했다. 이듬해 3월 비행학교를 졸업한 안 선생은 그해 8월 조선인 최초로 '3등 비행사' 면허를 취득했다. 안 선생은 1926년 여운형의 도움으로 항일무장투쟁에 참여하고 있던 산시(山西)성 군벌 염석산 군(軍)의 항공사령관으로 활동했고, 1928년엔 신덕영 등과 함께 '대한독립공명단'을 조직하고 군자금을 모집해 무관학교를 설립했다. 안 선생은 1922년 6월엔 '2등 비행사' 면허를 받은 뒤 12월10~13일 단발쌍엽 비행기 '금강호'를 타고 서울·인천 등지에서 고국방문 비행에 나섰다. 보훈처는 안 선생의 당시 비행에 대해 "조선 청년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큰 울림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안 선생은 1923년 7월 '1등 비행사' 면허를 취득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해 9월 '간토(關東) 대학살' 사건을 겼으면서 식민지 조선인의 울분을 느끼고, 이를 계기로 당시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안 선생은 당시 조선인 군대를 양성하는 등 국내 진공작전을 구상하기도 했으나, 1930년 4월 산시비행학교에서 비행훈련을 하던 중 기체 고장으로 29세 나이에 산화했다. 송몽규 선생은 1938년 4월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한 뒤엔 문과학생들의 자치조직인 문우회 잡지 '문우' 편집인으로 활동했으며, 특히 일제의 조선어 말살과 일본어 상용정책에 맞서 한글 시를 문우에 수록했다. 송 선생은 연희전문학교 졸업 뒤인 1942년 교토(京都)제국대학 사학과에 입학해 윤동주 등과 함께 민족정신운동을 전개했고, 일제는 1943년 7월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그룹 사건'의 주동 인물로 송 선생과 윤동주를 함께 체포했다. 윤동주 시인의 사촌형으로서 1917년 중국 룽징(龍井)에서 태어나 명동학교·은진중학교에서 민족교육을 받은 뒤 난징(南京) 학생훈련소에 입소했다. 난징 학생훈련소는 백범 김구 선생이 중국 중앙육군군관학교에 입학 예정인 청년들을 위해 만든 곳이었다. 송 선생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송 선생은 이후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 수감됐으며, 조국 독립을 보지 못한 채 1945년 3월 28세 나이에 옥중 순국했다. 정부는 이들 선생의 공훈을 기려 송 선생과 안 선생에겐 각각 1995년과 2001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김 선생에겐 1997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1-31 10:07:29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만행에 전 세계가 전율하고 있다. 지척에 있는 유럽국들의 좌절감이 커졌다. 천연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수입금지를 빼곤 대러 경제제재 카드를 총동원했지만 '부차 대학살' 등을 막지 못하면서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지난주 뜻밖에 '고해성사'를 했다. 대러 유화정책의 실패를 시인한 것이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후회하면서다. 애초 우크라이나는 물론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화할 수 있다며 이 사업에 반대했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가스 수출국이자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다. 구소련 해체 후 러시아는 막대한 에너지 수입으로 원기를 회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 여세를 몰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니, 동유럽 국가들이 걱정했던 그대로다. 유럽연합(EU) 27개국이 최근 40일간 우크라이나 무기·장비 지원에 쓴 돈은 고작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다. 같은 기간 연료 구입비로 러시아에 바친 돈은 무려 350억유로(약 46조원)였다.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온 관성 탓이다. 러시아산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에 코가 꿰인 독일이 가장 허둥댔다. 뒤늦게 미국과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를 하역하기 위한 터미널 건설을 서두르는 데서 보듯이. 에너지 패권다툼의 속성을 갖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독일을 '을'로 전락시킨 원죄는 엄밀히 말해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기민련)의 몫이다. 이공계 출신으로 4선에 성공한 그는 본래 친원전론자였다. 하지만 세번의 좌우 대연정 중 탈원전으로 돌아섰다.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이 탈원전의 대안으로 가스발전을 택하자 슈타인마이어 당시 외교장관을 앞세워 러시아와 노르트스트림2 건설에 합의하면서다. 우리는 요즘 독일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에너지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 6·25 남침 전인 1948년 5월 14일 남한이 쓰던 전기의 70%를 공급하던 북한이 단전조치를 취했을 때다.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인 세계 최빈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1956년 38만달러를 들여 미국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들여온 숨은 동인이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정희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에 질주하는 동안 원전 강국의 초석을 놓았다. 물론 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원 개발도 도외시하진 않았다. 이후 정부들도 에너지믹스란 큰 틀에선 이 기조를 따랐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료 혜택과 함께 산업화·정보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최근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 누적과 함께 자칫 '전기료 폭탄'이 터질 참이다. 우리가 독일보다 태양광·풍력의 입지조건이 훨씬 열악해 전력 생산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독일 탈원전을 벤치마킹한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역설이다. 이는 역대 정부가 쌓은 에너지 안보의 금자탑이 문 정부 들어 금이 가고 있다는 뜻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중립위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역설적 단면도다. 탈원전으로 모자라는 전력을 중국·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방안까지 포함됐으니….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안보에 관한 한 독일이 러시아의 호구가 된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2022-04-11 18:4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