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환주야, 여친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뭔줄 아니?" 주니어 기자 시절 한 유부남 선배가 물었다. 명품 가방, 다이아몬드 반지 등이 떠올랐지만 정답과 거리가 있어보여 조용히 있었다. 그러자 선배는 답을 듣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답을 들려줬다. "그건 바로 여자친구에게 줬을 때 여자친구의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무엇이란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나이를 먹고 시간이 갈수록 선배의 혜안에 감탄하게 된다. 대답은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인생의 진리, 심리학적 측면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여자친구에게는 처음가보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의 생일 축하 노래가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많은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는 오마카세를 먹으며 다이아 반지를 선물해 줘도 반지의 브랜드가 '티파니'가 아니거나, 알이 작다는 등의 이유로 핀잔을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남성보다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들의 경우 좋은 선물이란 절대 가치보다 상대적 가치가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행복감과 만족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효과라기 보다는 상대적인 비교 문맥 속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10의 법칙'을 벗어난 세계에 대해 합리적 소비를 위해 불문율로 여기고 있는 나만의 법칙이 있다. 바로 '10의 법칙'이다. 일반적인 제품(음식 등)의 가격이 1일 때 10까지는 품질의 향상이 있지만 그 이상가면 거품(허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대문에서 파는 지갑이 1만원이면 백화점에서 파는 10만원까지의 지갑은 재료, 품질, 마감 등 어떤 부분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20만원, 100만원 하는 지갑은 사실상 10만원 하는 지갑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실제로 최근 외신 등을 통해 385만원인 디올백의 원가가 8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만들 것이라 기대했던 명품 브랜드도 실상은 불법 중국 이민자들이 만드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한 끼를 먹는데 1만원이 든다면 10만원까지는 절대적인 만족감도 크게 증가한다. 재료가 좋아지거나, 분위기가 좋거나, 맛이 뛰어나거나 확실히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끼에 20만원 혹은 100만원이라면 좀 곤란하다. 예를 들어 SNS를 통해 유명해진 튀르키예 출신 요르사 솔트배가 대표적이다. 그는 끓인 버터로 익히는 스테이크와 소금을 손가락으로 뿌려주는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전세계인이 찾는 유명 레스토랑의 오너가 됐다. 저렴한 메뉴는 10만원대였지만 유명세를 탄 뒤에는 고기에 금박을 입힌 황금 스테이크를 출시하며 200만원이 넘는 가격을 불렀다. 10의 법칙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 것이다. 그렇지만 10의 법칙을 벗어난 세계에 대해 부정적이라거나 반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나 역시 충분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10의 법칙 너머의 그 세계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현대무용, 클래식, 발레 등 내가 잘 모르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해서도 자꾸 경험하다 보면 그것을 제대로 볼 줄 아는 감식안이 생기는 것처럼 10의 법칙 너머의 세계를 자꾸 경험하다 보면 그 세계에 대한 이해도 역시 늘어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할 때 10의 법칙을 고려한다는 정도이다. 파인다이닝 '더 그린테이블'을 가다 데이트나 소개팅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 혼밥을 하는 상황에서는 거의 무조건반사로 '국밥 계수'를 따지게 된다. '국밥 한 그릇에 1만원인데 이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라는 생각이 뒤따른다. 국밥, 제육덮밥, 돈가스는 그런 의미에서 먹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지난 7월 취재를 통해 알게된 분을 통해 평소라면 좀처럼 갈일이 없는 '파인다이닝'을 가게됐다. 파인다이닝이란 '고급스럽고 훌륭한 식사 또는 그런 음식점'이라는 뜻이지만 마음속에서는 '양은 적고 비싼 음식점'이라는 느낌도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창경궁이 내려다보이는 3호선 안국역 인근의 한식 파인다이닝 '더그린테이블'. 가장 먼저 식당에 도착해 창가를 통해 보이는 푸른 경치를 사진으로 찍었다. 테이블 위에는 그날 먹게 될 런치 코스가 편지지 안에 담겨 있었다. 제철 재료를 활용해 계절런치와 계절디너, 와인 페어링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미쉐린가이드 서울에는 "더 그린테이블은 자연이 키운 식재료를 식탁에 그대로 올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베란다에 직접 키우고 있는 옥살라스, 타임 등의 허브를 재배하여 요리에 색감을 더하는 프렌치 식당이다"는 설명이 나와있다. 더그린테이블은 서래마을에서 7년, 압구정에서 7년을 영업하고 최근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이날 식사를 함께한 분도 "더 그린테이블을 운영하는 김은희 셰프는 여성으로서 이례적으로 15년 이상 꾸준하게 현역으로 요리를 하시는 드문 케이스"라고 설명해 주셨다. 처음 나온 전체요리는 '초당옥수수'를 사용한 두 종의 핑거 푸드와 냉스프였다. 돌문어와 감자 고추장이 함께 어우러져 식욕을 돋게했다. 이어 나온 요리는 '여름정원'으로 이날 나온 코스 중 유일하게 재료명이 아닌 이름이 있는 코스였다. 직접 기른 농장의 어린잎 채소와 허브를 원형 형태로 접시에 장식해 마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머리에 두르는 머리띠처럼 보였다. 다음 음식도 차가운 음식으로 농어와 수박, 라임이 들어간 서양식 냉국 같은 요리였다. 새콤 달콤한 맛에 약간의 오일, 다양한 허브가 들어가 복합적인 맛이었다. 개인적으로 코스 중 가장 인상 깊었다. 그 다음으로는 케비어가 올라간 프랑스식 계란찜, 10가지 채소소스로 국물을 내고 연근을 올린 리조또가 나왔다. 이쯤에서 한국 전통주를 겻들였는데 음식과 궁합이 매우 잘 맞았다. 다음으로는 만두피 대신 전복을 활용한 전복만두가 나왔다. 전복만두는 김은희 셰프가 직접 나와서 육수를 부어주며 재료와 음식, 그릇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해주셨다. 전복 만두와 함께 식당 전속 소믈리에가 추천해준 와인 한 잔도 맛볼 수 있었다. 매운 김치에 매운 라면을 더해도 엄청 매운 음식이 되진 않지만 좋은 음식에 좋은 와인을 함게 먹으니 엄청 만족감이 들었다. 이어서 매인 요리인 한우 암소 채끝 스테이크와 가니쉬가 나왔다. 구운 야채와 나물 등이 별도 접시에 나왔는데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 예쁘게 놓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3종이 나왔다. 몽블랑, 계절과일, 바질 젤라또가 순서대로 나왔는데 돌아가기 아쉬울 정도였다. '더 그린테이블'은 기자에게 10의 법칙을 벗어난 이례적인 장소였다. 하지만 이날 단 하루의 특별한 경험 혹은 추억이 아닌 '열심히 일하고, 성공해서 돈 많이 벌자'라는 결심을 다시 한 번 다지는 계기가 됐다. 절대적인 행복감이 국밥의 10배, 20배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국밥과 제육덮밥, 돈가스로는 절대로 도달하기 힘든 90점 너머의 세계에 잠깐이나마 발을 담근 기분이었다. 열심히 살아간다면 '더 그린테이블'의 '가을 디너'도 꿈은 아니겠지. 20204년, 불혹을 앞둔 여름이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08 21:16:16【파이낸셜뉴스 시흥=노진균 기자】 사회가 고도화와 함께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역설적으로 자연의 가치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도시 안에서 사람과 자연의 접근성을 높이는 '바이오필릭시티'라는 도시계획 방법론을 주장한 티모티 비틀리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태적 한계 안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자연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능하도록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풍부한 녹지 자원을 보유한 시흥시는 자연 그대로를 지켜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숨 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기획하고 있는 '에코그린랜드'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1일 시흥시에 따르면 티모시 버틀리가 주장한 바이오필릭시티의 효과에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감소 △도심 온도 조절 및 열섬 현상 완화 △도심 소음 감소 △도심 침수 완화 및 도심 수질 정화 등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버틀리는 인간이 도시에 살 때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바이오필릭시티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수목이 있는 거리나 녹지 공간에서 산책하면 심박수가 약 15bpm 감소하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911 테러 이후 많은 사람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찾기 위해 뉴욕 센트럴파크를 찾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역이 빽빽한 도시숲에서 녹지와 공원을 넓혀가고 있지만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1.48㎡에 그친다. 다행히도 시흥시는 녹지의 축복을 받은 도시다. 면적의 60%가량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이뤄져 있고, 농지부터 산림까지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시흥의 공원·녹지 보전과 확충, 이용 방향에 청사진을 제시하는 2040 시흥시 공원녹지기본계획(안)을 수립하고 일상 속 쉼이 되는 녹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도심 속 20만 평 규모 그린스페이스, 한국의 센트럴파크 ‘곰솔누리숲’시흥시 정왕동에는 산업단지와 주거단지(아파트) 사이에 거대한 인공숲이 있다. 중앙완충녹지인 곰솔누리숲이다. 옥구2교 사거리에서 시흥천까지 그 길이만 4km, 면적은 69만2000㎡(약 20만평)에 달한다. 완충녹지란 대기오염·소음·진동·악취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공해와 각종 사고, 자연재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재해 등의 방지를 위해 설치하는 녹지다. 이 곰솔누리숲의 경우 시화산업단지의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이 주거지역에 닿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조성됐다. 이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01년부터 2022년까지 22년간 곰솔누리숲 옆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측정한 결과, 2006년 숲이 조성된 지 3년 이후인 2009년부터 주거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산업단지보다 1.7배 빠르게 감소했다. 정화 기능은 곰솔누리숲의 일부에 그친다. 곰솔누리숲은 지난 2019년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조경의 환경분야 성장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공공/환경부문 학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곰솔누리숲은 생태숲이자,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으며 다양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단풍나무와 벚나무, 참나무류, 회화나무, 모감주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살고 있지만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나무는 소나무과의 사계절 푸른 나무인 곰솔이다. 때문에 곰솔누리숲 속에 들어서면 솔 향기가 가득하다. 사계절 푸르른 숲에 깔린 흙길은 폭신하게 발을 감싼다. 시는 최근 곰솔누리숲 7블록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총 250m 길이이며, 맨발로 걸은 후 발을 닦을 수 있는 세족 시설도 마련돼 있다. 내 손으로 가꾸는 시민주도형 ‘마을정원’매일 출퇴근 하는 길에 꽃이 피어나고 바람에 살랑대는 초록잎은 마을의 낯을 색다르게 만든다. 시흥시는 지역 곳곳에 있는 유휴부지를 활용해 마을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마을정원이란, 오래된 공원이나 유휴지, 자투리땅에 마을주민이 직접 마을 특성에 맞는 정원을 기획해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가꿔가는 사업이다. 그저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마을 정원은 다양한 효과를 품고 있다. 직접 정원을 구성하고 식물을 심어 관리까지 주민들의 손으로 하다 보니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고 공동체 문화도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사계절 예쁘게 관리되는 작은 정원은 마을의 매력도도 높여낸다. 올해 시흥시는 신현동과 장곡동에 마을정원을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초부터 주민 대상 설명회를 진행하고 마을정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원에 대한 이해도도 높였다. 신현동의 경우 이미 8차 교육과정을 마친 주민들이 직접 마을정원 봉사단을 결성해 관내 공원을 돌며 관리에 나서는 동시에 올해 9월 문을 열 신현동 마을정원을 기획하고 있다. 숲문화 조성으로 만드는 시민의 더 푸른 일상▲옥구공원에서 열린 ‘옥구숲의 봄’ 시흥시는 숲을 더 영리하게 활용하며 시민의 일상을 가꾸고 있다. 자연 그 자체가 주는 치유부터 교육, 체험, 소통의 장으로서 시흥시의 숲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시흥시 옥구공원숲으로 가면 산림 부산물을 활용해 목공체험을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개장한 옥구목공체험장은 원데이 클래스부터 전문적인 목공기술 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목공프로그램 수업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연필꽂이, 휴지통, 수납함, 선반 등 간단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테이블이나 책장, 의자 등 보다 본격적인 목공 제품을 만드는 3~4주 코스의 실용 가구 클래스도 있다. 희망공원에서는 전문적인 목공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이 전문가반은 목공 작업을 위한 장비 사용법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면을 그리고 가구를 제작하는 전 과정을 포함한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일상에 지친 직장인이나 자연 속에서 쉼을 누리고 싶은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다. 옥구공원숲 산림복지센터에서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건강 차, 아로마오일 테라피, 명상과 맨발 걷기 등 자연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시간들로 가득하다. 시흥시는 지난 5월 24일부터 사흘간 다양한 산림프로그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옥구숲의 봄’을 마련했다. 목공프로그램에서 시민들이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고 산림치유 코스도 선보였다. 시는 앞으로도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을 통해 시민의 더 푸른 일상을 응원한다는 계획이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05-31 16:30:37[파이낸셜뉴스]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바닷속 ‘블루카본’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해 이를 부산을 비롯한 국내 연안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산도시공사는 지난달 말 ‘부산 연안지역 블루카본 조성, 확대 방안 모색’ 전문가 초청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블루카본은 갯벌이나 해조류, 염생 식물 등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녹색 식물의 탄소흡수원을 일컫는 ‘그린카본’에 비해 흡수 속도가 무려 50배 이상이고 탄소저장 능력도 훨씬 높으며 아마존 열대우림보다 흡수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국내 블루카본 관련 학계와 관련기관 전문가 5인이 참석했다. 각 전문가별 주제발표 후 공사 임직원과 함께 연안지역 블루카본 조성, 확대 방안과 공사 사업지에 대한 적용 가능성 등 의견을 교류했다. 첫 번째 발제자인 경북대 수소·싱재생에너지학과 홍지원 교수는 동해안 블루카본 자원의 가치와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경북 포항시에 ‘환동해 블루카본 센터’를 설립해 블루카본 생태계 연구와 교육, 정책 허브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을 소개했다. 이어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이보라 연구사는 IPCC 공식 인증 블루카본 가운데 하나인 ‘맹그로브’의 적응성 검증 결과와 조성 기반 구축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맹그로브 숲을 통해 탄소 흡수원을 넓히고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며 조성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한 연구다. 그 결과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가 맹그로브 조성에 적합하다는 결론이다. 부산시 허종배 탄소중립지원센터장은 시의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소개했다. 이어 시의 블루카본 관련 현황과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시 또한 블루카본 자원을 중심으로 한 해양생태계 보호와 복원 방안에 집중하고 있음을 전했다. 박창욱 ㈜오셔닉 대표는 ‘블루카본 확대를 위한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조성’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갯벌과 같은 연안 습지가 탄소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여러 해안 복원 사례 및 기술개발 방법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해양대 해양과학기술융합학과 박진순 교수는 해양수산부 산하 블루카본사업단에서 진행하는 ‘IPCC 국제인증’ 블루카본 유력 후보군인 ‘갯벌’에 대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블루카본의 국제 인증 필요성과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며 그는 “국제적 협력을 통한 블루카본 생태계 보호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부산 연안지역 블루카본 조성·확대 방안과 부산도시공사 사업지 적용 가능성’을 놓고 토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초청 전문가 5인과 공사 임직원들은 여러 의견을 교환했다. 공사는 이날 논의된 사안들을 향후 공사 사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4-05-31 15:55:29롯데카드가 가맹점과 소비자를 결제 기반으로 연결하는 카드업의 특성을 살린 ESG캠페인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성장성 있는 ESG기업을 직접 선발해 육성하고, 서울시와도 협업해 지역연계형 창업 지원에 나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대표 ESG 캠페인 '띵크어스(THINK US & EARTH)'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홍보 및 판로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띵크어스 캠페인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가치 창업가, 사회적 기업 등 '크리에이터'들을 홍보하고 지원해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와 연결시켜 주는 활동이다. '띵크어스(THINK US & EARTH)'라는 말은 세상을 바꾸는 고객의 가치 있는 생각(THINK)을 롯데카드가 크리에이터들과 연결시켜 지속가능한 사회(US)와 지구(EARTH)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 판로 확대 지원롯데카드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띵크어스 캠페인을 통해 지역 특산품과 친환경 상품 판매, 지역민 고용 등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가치 창업가인 '로컬 크리에이터', 잠재력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인 '히든 크리에이터'를 홍보하고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총 56팀의 로컬·히든 크리에이터가 캠페인에 참여했다. 롯데카드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크리에이터들의 판로 확대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우수한 상품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 채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롯데카드 공신 SNS 채널인 유튜브, 인스타그램 및 롯데카드 회원 전용 쇼핑몰 '띵샵', 카드 명세서와 함께 동봉되는 혜택 소식지 등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크레에이터를 알리고 있다. 단순히 제품이나 작품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와 철학에 집중해 소비자들이 왜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내가 갖은 관심이 모여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크리에이터 상품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링크를 콘텐츠에 연결해 친환경 제품이나 사회적기업 등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토대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고객들의 '가치 소비'를 돕고 있다. 현재 총 24개 크리에이터들이 띵샵에 입점해 있으며, 실제로 전남 고흥에서 지역민을 고용해 나물 등의 식품을 판매하는 '담우'는 캠페인 참여 후 월 평균 매출이 10배 가량 증가했다. 증강현실(AR) 기반의 콘텐츠 제작 회사인 '주렁주렁 스튜디오'는 캠페인 참여 후 두 달간 월 평균 도서 판매량이 직전 5개월간 월 평균 판매량 대비 약 10배 늘었다. 롯데카드는 앞으로도 단순 회성 홍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SNS 이벤트부터 롯데카드 띵샵 입점에 이르기까지 활용 가능한 채널과 홍보 방식을 모두 이용해 참여 업체들이 매출 상승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더 나은 세상 만들 ESG 기업 육성 지난해부터는 띵크어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롯데카드가 직접 성장성, 혁신성을 가진 ESG기업을 공개 선발하고 지원 및 육성하는 '띵크어스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롯데카드 띵크어스 파트너스는 지역·사회·환경 분야에서 ESG 경영을 실천하는 브랜드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경영과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9월 27일 참여 ESG기업 모집 공고를 냈으며, 1차 서류 전형에 총 223개 기업이 지원했다. 12월 7일 공개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서류 전형에 통과한 10개 기업이 ESG 가치, 사업성, 롯데카드와의 협업 방향 등을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전문가 심사로 기업의 ESG 적합성, 성장성, 혁신성 등을 평가해 최종 6개 기업을 선발하고, 1억원 규모의 상금도 수여했다. 이번에 선발된 띵크어스 파트너스 기업은 △그린컨티뉴(대상) △위플랜트(최우수상)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최우수상) △리플레이스(우수상) △서스테이블(우수상) △인비저블컴퍼니(우수상)이다. 올 한 해 롯데카드는 이 기업들에 △디지로카앱 '띵샵' 입점 지원 △디지로카앱, 롯데카드 SNS 활용 홍보/마케팅 지원 △브랜드 마케팅 컨설팅 △전문가 멘토링 등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롯데카드는 올한해 띵크어스 파트너스 참여 기업의 홍보, 마케팅은 물론, 경영, 마케팅 컨설팅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전략적인 지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특별시와 지역 경제 활성화 협력 나서 롯데카드는 띵크어스 캠페인에서 ESG기업을 성장시켰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지난 4월에는 서울특별시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ESG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했다. 지난 4월 8일 서울시청에서 서울특별시 이동률 행정국장과 롯데카드 정동훈 전략본부장은 '지역 연계형 청년 창업 및 지역 상생 ESG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서울특별시와 롯데카드는 지역 연계 비즈니스를 펼치는 ESG기업에 양 기관의 ESG기업 지원 사업인 '넥스트로컬(서울특별시)'와 '띵크어스(롯데카드)'를 연계한 지원에 나선다. 특히 △창업·경영 전문가 컨설팅 △판로 확대 △홍보·마케팅 등을 공동 제공으로 시너지를 높인다. 롯데카드는 서울시 넥스트로컬 참여 기업 홍보·마케팅에도 나선다. 이 기업들에는 △디지로카앱 띵샵 입점 △디지로카앱, 롯데카드 SNS 활용 상품, 브랜드 홍보 혜택이 제공된다. 롯데카드 ESG기업 지원 프로그램 띵크어스 파트너스 지원시 선발 우대 혜택도 제공된다. 먼저, 서울특별시 넥스트로컬 참여 기업을 띵샵에 추가로 입점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과 환경, 사회를 살리는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의 선택 폭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롯데카드는 공식 SNS 채널에서 ESG기업과 이들의 상품과 브랜드를 홍보하며, 인지도 제고와 매출 상승에도 추가적인 도움을 줄 계획이다. 캠페인 시작 이후 올해 4월 17일까지 디지로카앱 및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상에서의 띵크어스 캠페인 참여 ESG기업의 상품, 브랜드를 홍보한 콘텐츠의 총 노출 수는 9653만 9294회에 이른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4-05-13 18:14:12[파이낸셜뉴스] 치앙마이와 근교 도시 여행을 계획할 때 '빠이'도 후보 중 하나였다. '빠이'를 포기하고 택한 곳이 '치앙라이'였는데 치앙라이를 택한 것은 지나고 나서 보니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다. 보통 치앙마이에서 원데이 투어를 통해 백색사원, 흰색사원, 싱하 파크 등을 반나절에 둘러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치앙라이에서 3박을 해 본 입장에서 치앙라이도 반드시 1박 이상은 해보길 추천한다. 치앙라이에서의 첫 아침은 '더 원더러 레스토랑'이란 숲 속의 카페 겸 식당이었다. 치앙라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콕(kok) 강'에 인접한 식당이다. 태국 현지 식당과 비교해 가격은 조금 있었지만 숲 속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형형색색의 나비를 바라보며 한적하게 식사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화장실로 가는 길에는 작은 연못과 빗물을 담아 놓은 거대한 항아리가 있는데 연못에는 비단 잉어가, 항아리에는 태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열대어인 구피가 놀고 있었다. 치앙라이 필수 추천 코스, 추이퐁 차 농장 3박 4일 동안 치앙라이를 여행하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2곳이 이날 여행했던 '추이퐁 차농장'과 '매 파 루앙 정원'이었다. 아침을 먹고 차를 몰아 추이퐁 차농장으로 향했다. 전날 걸린 감기 때문에 기침이 나고 목이 따가웠는데 세븐일레븐에서 '마이바신(목감기약)'을 사서 틈틈이 먹었다. 민트향 캔디로 의외의 꿀템이라 한국에 오기 전 세븐일레븐에서 '마이바신', '피셔맨 프렌드 캔디', '스트렙실' 등을 한 주먹 가득 사왔다. 추이퐁 차농장 입구에 들어서자 한 없이 펼처진 초록의 차 밭과 함께 영어와 태국어로 각각 '추이퐁 차농장'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굽이굽이 오르는 길을 한 동안 더 달려 추이퐁 카페에 다다를 수 있었다. 동행은 "원래 카페가 1곳만 있었는데 최근 더 높은 곳에 새로 생경 2곳이 됐다"고 설명해줬다. 새로 문을 연 추이퐁 카페에서 케이크와 음료, 빙수 등을 시키고 자리를 잡고 앉아 눈 앞에 펼쳐진 초록의 광경을 감상했다. 카페 밖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차 농장의 흙을 직접 밟으며 구경할 수도 있었다. 30도에 달하는 한 여름 기온, 따가운 햇살 때문에 오래 둘러 볼 수는 없었지만 잡초를 뽑고 있는 현지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추이퐁 차농장은 원래 양귀비(아편)를 대량으로 재배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태국 정부가 아편을 몰아내기 위해 차 농장으로 육성했고 현재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해발 1200m 고지대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초록빛을 눈에 담으며 녹차 빙수와 녹차 롤케이크를 먹으니 '알로이(맛있다는 뜻의 태국말)'가 연신 터져 나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 속 느낌, '매 파 루앙 정원' 추이퐁 차 농장을 둘러보고 차를 몰아 향한 곳은 '매 파 루앙 정원'이었다. '매 파 루앙 정원'은 양귀비꽃이 뒤덮였던 이 산을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 시킨 전 태국 국왕의 어머니 '스리나 가린드라' 왕비의 별칭이라고 한다. '매 파 루앙'은 각각 엄마(매), 하늘(파), 거대한(루앙)을 뜻하며 하늘에서 내려온 국모라는 의미라고 한다. 정원은 여유롭게 하루 날을 잡고 둘러봐도 될 정도로 방대하다. 매 파 루앙 정원과 함게 로얄 빌라, 박물관, 식물원 등 총 4곳의 별도 시설이 있다. 통합 입장권을 사거나, 이 중 한 곳의 입장권만 사는 것도 가능하다. 일행과 나는 매 파 루앙 정원 한 곳만 둘러보기로 했다. 나무를 꼬아 만든 동화속 숲 같은 정원 길을 지나면 거대한 상상 속의 야수를 닮은 조형물이 눈에 띈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토토로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상상 속의 동물을 연상시킨다. 사슴의 얼굴에 숫사자의 얼굴에 난 털을 달고 있는 모습이다. 수많은 열대의 꽃들로 장식된 정원은 에버랜드의 야외 정원을 몇 배로 확대해 놓은 듯했다. 정원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데 흰색의 배추흰나비를 비롯해 이름을 알 수 없는 화려한 나비들이 내 어깨에 잠시 앉을 듯 하다 그냥 지나쳐 날아간다. 매 파 루앙의 가든 중앙에는 아이들이 목마를 타거나 어깨를 밟고 하늘로 향하는 모습의 동상이 있다. 매 파 루앙 왕비는 유언으로 "모든 사람은 들꽃과도 같다.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그냥 들꽃으로 또는 사랑받는 정원수로 자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반담 박물관 블랙 하우스 태국어로 '반'과 '담'은 각각 '집'과 '검다'는 뜻이다. 태국어는 한국말과 반대로 수식(형용)하는 말이 뒤에 오는데 말 그대로 '검은 집'이라는 뜻이다. 죽음과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표현한 박물관으로 현대화가이자 건축·조각가인 타완 투차니의 작품을 모아 놓은 곳이다. 표를 끊고 들어가면 거대한 검은 집(전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실에는 무섭게 생긴 호랑이 그림이 많은데 한국 민화의 익살스러운 호랑이가 아닌 선혈이 낭자해 보이는 호랑이다. 커다란 악어의 박제, 무섭고 기괴한 다양한 그림과 장식들을 볼 수 있다. 메인 전시실을 벗어나면 정원을 매운 곳곳의 전시실과 조형물을 따라 꽤 오랫동안 둘러볼 수 있다. 섬세하게 나무 조각을 새기는 작가, 남자의 성기를 과장되게 표현한 조각품, 물소의 가죽에 그린 죽음과 탄생을 연상시키는 불쾌한 느낌의 그림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청색사원 보고 리버뷰 식당 루람에서 저녁 반담 박물관까지 하루에 둘러보기는 조금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청색사원까지 빠르게 달려야 1시간 정도 볼 수 있는 일정이었다. 청색사원은 실제로 보기 전에 유튜브로 너무나 많이 봤었기 때문에 처음이었지만 어쩐지 와 본듯한 느낌이었다. 청색사원은 다음날 방문하게 되는 백색사원을 지은 찰름차이의 제자 녹이 제작한 사원이다. 이름 그대로 사원의 대부분이 푸른 청색을 띠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을 포인트가 많이 있고, 백색사원과 달리 별도 입장료는 없었다. 청색사원을 둘러보고 저녁은 '루람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콕 리버에 인접해 있는 리버뷰 레스토랑으로 강가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현지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가게 벽면에는 이곳을 찾은 태국 유명인들의 사진이 여럿 걸려 있었다. 다양한 요리를 시켜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삶은 삼겹살을 카레 국물에 담가 먹는 요리가 가장 맛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4-27 17:33:44붉은 곤룡포를 걸친 고종이 정면을 응시한 채 살며시 웃고 있다. 서른 두 살 황제의 익석관은 이마 위로 살짝 올라가 있다. 작은 키를 의식했던 고종은 관을 매번 이런 식으로 썼다. 테이블엔 고종이 막 내려놓았을 커피잔이 놓여있다. 맞은편 미국인 신사는 급한 용무로 고종을 찾아온 선교사 호러스 알렌이다. 1885년 2월 29일 오후. 알렌은 이날 고종으로부터 국내 첫 서양식 병원 제중원 설립을 윤허받았다. 작가 김봉희(76·사진)의 작품 '제중원을 꿈꾸다'(2023년작)에 이들 모습이 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에 걸려있던 이 그림은 지금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리고 있는 '르 살롱'전(14일~22일)에 전시돼 있다. 르 살롱은 루이 14세 시절이던 1667년 첫 전시회를 가진 것이 시초다. 신인 화가들의 등용문으로, 파리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했다. 1881년 국전에서 민전이 됐고 그때부터 프랑스 미술가협회가 매년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프랑스 미협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작품을 출품한 김봉희 작가는 "저와 코드가 맞는다"며 웃었다. 국내 작가들은 1962년 김창락 화백의 첫 참가 이후 '르 살롱'과 꾸준히 연을 이어왔다. 올해 한국 작가 작품은 총 4점이 전시됐다. 김봉희 작가의 작품은 앞서 두 차례 전시된 적이 있다. 여행의 어느 날 숙소에서 TV를 보는 아들 가족의 편안한 오후를 담은 그림이 2014년 '르 살롱'에 걸렸다. 2년 뒤엔 피아노 건반 옆에서 악보를 보고 있는 여인 두 명을 그린 작품이 전시됐다. 지인의 집에서 우연히 포착한 장면을 유화로 표현한 그림이었다. 현지에선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살려낸 일상의 풍경에 호평이 쏟아졌다. 김봉희 작가의 이력은 흥미롭다. 목회자의 아내로 살다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미술 공부를 시작해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학창시절 그의 이웃과 일가친척들 중 그의 풍경화, 정물화 한 점을 안 가졌던 이가 없었다. 학교 정문엔 그가 그린 행사 포스터가 사시사철 걸렸다. 타고난 재능을 바로 살리지 못했던 건 자식의 고생길을 걱정한 집안 반대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했고 결혼 후 남편의 목회 활동을 돕느라 바빴다. 그러다 1990년 후반에서야 비로소 새 길을 찾은 것이다. 늦깎이 작가는 한번 붓을 잡으면 여간해서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밤에 붓을 잡지 않으려고 해요. 밤에 시작하면 밤을 꼬박 새우고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그립니다. 누가 말려줘야 멈출 수 있어요." 작업 전 탐구와 사색의 시간도 길다. '제중원을 꿈꾸다'도 기나긴 고증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과 의복, 도구의 세밀한 학습 과정은 칠순이 넘은 작가에게 그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었다. 완성된 그림 앞에서도 붓을 들어 고치고 또 고친다. 마감 시한이 돼서야 끝을 본다. 그런데도 "힘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니 천상 예술가다. 부군인 연동교회 이성희 원로 목사는 이런 아내의 후원을 자처했다. 이 목사는 130년 역사의 연동교회에서 29년 사역 후 지금은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아내의 그림 속의 곤룡포 입은 고종은 사실 이 목사다. 옷을 걸치고 포즈를 잡아 아내의 작업 내내 모델이 돼줬다. 백색 정장의 호러스 언더우드 선교사(2016년작)를 그릴 때도 이 목사가 모델 역할을 했다. 연세대 신학관에 걸린 이 작품은 신학대 졸업식 날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목사는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고 했다. 김봉희 작가의 그림에는 선교사, 독립운동가를 그린 인물화가 많다. 세브란스병원이 소장한 선교사 올리버 에비슨 초상화도 그가 그렸다. 에비슨은 연희전문학교 통합 교장을 지냈다. 서울 도산대로 안창호 기념관 메인홀에 있는 안창호 초상화도 그의 작품이다. 그가 그린 안창호는 독립투사보다 교육자 이미지가 강하다. 그는 "삶이 좋았던 사람을 그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이 팔순, 구순이 되어서도 그릴 겁니다. 아니 더 잘 그릴 겁니다. 선 하나에도 연륜이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까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거에요." 작은 체구의 작가가 그렇게 선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4-02-15 19:44:12[파이낸셜뉴스] 도심 속 휴게소 역할을 하던 카페가 변신을 거두하고 있다. 스타벅스, 할리스 등 유명 커피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서울 외곽, 경기도 등지에서 ‘뷰 맛집’ 대형 매장을 내고 있다. 북한산을 올려다보고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화려한 경관이 SNS에서 입소문났다. 반려인 손님을 겨냥해 펫 전용 공간도 마련했다. 북한산, 대성리 등 서울 외곽으로 10일 업계에 따르면 커피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서울 외곽 경기도 인근지역 출점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 카페를 이용하는 배경이 인근 관광지, 휴양지를 가기 위해 들리던 것에서 최근 변화하고 있다. 카페 자체가 드라이브의 목적지가 된 것이다. 스타벅스는 데스티네이션(목적지) 형태의 매장을 별도 운영한다. 스타벅스의 목적지 매장 △더북한강R점 △더북한산점 △더양평DTR점 △리버사이드대성리DT점 등은 수려한 경관에 '인스타맛집'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는 지난 2일 경기도 남양주에 자리한 더북한강R점에서 작은 콘서트도 열었다. 야외 잔디마당에서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노래했다. 송미선 스타벅스 운영팀장은 "더북한강R점은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며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에 스타벅스의 ‘데스티네이션(목적지)’ 매장을 방문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총 4층, 300여석 규모의 매장 디자인의 특징은 간결함이다. 북한강 '뷰'를 인테리어 요소로 느낄 수 있게 설계됐다. 더북한강R점은 반려인을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200개 넘는 넓은 좌석에 개방감 만끽 할리스가 운영하는 '북한산DI점'은 지난 4일 문을 열었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로 초입에 자리한 매장은 지상 1·2층과 루프탑을 각각 다른 매력으로 꾸몄다. 1층 공간의 주제는 '야외에서 즐기는 휴일을 콘셉트'다. 할리스의 상징색인 붉은 천장이 경쾌한 느낌을 준다. 높은 천고와 넒은 창은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2층에는 좌식 공간과 대형 테이블 등 다양한 좌석이 마련됐다. 총 216개 좌석, 차량 4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갖췄다. 할리스는 북한산DI점에서만 판매하는 한정상품(MD)도 선보인다. 북한산 한정판 MD는 북한산을 모티브로 만든 우든 핸디 머그 세트 2종(우든 핸디 머그&코스터, 우든 핸디 머그&소서)과 북한산에 서식하는 깃대종 산개나리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북한산 더블월 텀블러 2종이다. 전국 1800개 매장 스타벅스 매장중에서 오직 ‘더북한산점’에서만 판매하는 특화 음료도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31일 ‘북한산 레몬 얼 그레이 블렌디드’를 출시했다. 북한산점에서만 판매하는 음료는 레모네이드에 꼬냑향을 가미한 하이볼 스타일의 논알콜 음료다. 북한산을 형상화해 만든 그린 컬러의 산 모양 얼음을 토핑으로 올렸다. 계절에 따라 얼음의 색이 달라진다. 가을에는 단풍색, 겨울에는 눈색으로 꾸며진다. 이명훈 스타벅스 음료팀장은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음료를 지속해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06-09 13:16:10지난 3년간 코로나19 로 인한 원격 학습과 실내 생활이 늘고 운동량은 줄면서 아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초등학생의 비만도는 2021년 19.5%를 기록했다. 2017년에 비해 초등학생 비만율이 두 배 넘게 불어났고,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에 비해 4.5%p나 증가했다. 과체중 비율까지 고려한다면 초등학생 3명 중 한 명은 정상체중을 넘어선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음식배달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린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배달음식으로 접하는 자극적인 양념과 고칼로리 음식은 이미 아이들 일상의 일부가 됐고, 불균형한 식단에 적응한 아이들의 입맛은 쉽게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특히 과도한 육류소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다행히 점차 돌아오는 일상 속에서 학교급식은 현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급식을 통해 균형잡힌 식단을 제공하면서도, 아이들의 입맛을 돋울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식물성 대안육을 도입하는 것이다. 식물성 대안육을 통해 불균형한 영양과 고칼로리의 육류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육류의 맛을 살리면서 균형잡힌 영양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일반 육류를 섭취함으로써 얻게 되는 단백질 등도 대안육을 통해서도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 실제 100g당 단백질 함유량을 비교했을 때 소고기 안심이19.2g, 돼지안심이 22.2g 그리고 닭가슴살이 23g의 단백질을 보유한 반면, 땅콩은 28.5g, 대두는 36.2g그리고 김은 35.5g의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육류를 통해서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것은 아니며, 오히려 식물성 재료로 더 많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이에 한국식품과학회에서는 대두를 '소고기의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기질의 더 우수한 급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얘기해도 아이들은 고기를 더 선호한다. 급식에 고기가 없으면 기피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고, 이런 아이들에게 맛있으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영양교사들에게 큰 숙제로 다가왔다. 다행스럽게도 이에 맞추어 다수의 국내 기업이 좋은 영양과 맛을 보장하는 대안육 제품을 개발해왔고, 국내 연구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였던 식감을 포함한 맛의 부분도 해결되고 있어 식물성 대안육을 적극적으로 학교급식 식단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으로서는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 CJ 제일제당의 '플랜테이블', 풀무원의 '지구식단', 농심의 '베지가든'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대안육으로 개발된 런천, 소세지, 미트볼 등의 제품은 가공육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제격이라는 평도 있다. 더불어 국내 기업들이 유통하는 대안육을 활용하는 다양한 레시피들이 개발되고 있고, 소비자 대상으로도 다수의 성공 사례가 발굴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푸드가 운영 중인 컨셉스토어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에서 판매하는 '베러미트' 활용 메뉴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건강 메뉴로 호평을 받고 있어 향후 대안육이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워준다. 식물성 대안육은 교육적인 관점에서도 유익한 재료이다. 식물성 대안육을 활용한 메뉴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면서 기후변화, 동물복지 등에 관하여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고, 아이들은 학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환경과 미래를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린급식'과 같은 이벤트성 급식이 아닌, 정기적으로 급식에 식물성 대안육을 도입함으로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개선하고,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건강 위기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정화 숭의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2023-05-07 18:19:34[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목표로 에너지 절감 기술과 인공지능(AI) 기능을 향상한 2023년형 비스포크 가전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비스포크로 전기료 절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신제품 론칭 미디어데이 ‘비스포크 라이프’를 열고 맞춤형 가전과 솔루션을 소개했다. 비스포크 라이프는 기존 ‘비스포크 홈'이 진화해 공간과 취향 맞춤에서 사용자들의 추구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 맞춤으로 더 고도화된 가전을 의미한다. 2023년형 비스포크 가전은 핵심 부품 고효율화로 에너지 효율을 대폭 높이고 고도화된 AI 기능으로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삼성 비스포크 가전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해 에너지 비용과 환경에 더해지는 부담을 손쉽게 덜 수 있도록 했다. 또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홈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을 제공한다. 2023년형 비스포크 신제품은 핵심부품 고효율화로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제품보다 대폭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항공기 수준의 초정밀 가공기술을 적용해 최고 효율을 구현한 컴프레서, 디지털 제어와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AI 인버터를 사용한다. 국내 에너지 규격 기준 최상위 등급인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뛰어난 ‘고효율 에너지 절감’ 모델을 총 57개 운영한다. 에너지 1등급 제품 비중도 업계 최다 수준이다. 비스포크 신제품 중 세탁기와 건조기는 전 모델이 1등급을 충족하며, 세탁기와 건조기·냉장고·에어컨 평균은 75%다. 스마트싱스 기반의 에너지 관리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에너지’를 활용해 비스포크 가전을 관리하면 추가적인 에너지 절감도 가능하다. 서비스 내 ‘AI 절약모드’ 기능을 사용하면 전력 사용량을 최대 70%까지 추가 절감할 수 있다. 현재 AI 절약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비스포크 가전은 총 6종이다. 내년에는 8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미세플라스틱 저감 등 친환경 강화 친환경 기능도 강화했다.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는 세탁 시 마찰로 인해 옷에서 떨어져나오는 10㎛(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60%나 줄여주는 미세플라스틱 저감 코스를 탑재했다. 비스포크 에어컨에는 일회용 건전지가 필요없는 솔라셀 리모트를 확대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부품의 50%에 재생 레진을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스틱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오븐까지 AI 기능을 탑재해 AI 적용 품목을 총 15개로 늘렸다. 청소 중 휴대전화가 울리면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로 전화 수신을 알려주고 작동을 멈추는 스마트싱스 서비스도 상반기 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비스포크 제트 AI는 국내 무선 스틱 청소기 최초로 한국표준협회에서 ‘AI+ 인증’도 취득했다. 로봇청소기 ‘제트 봇 AI’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개 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사람도 인식한다. 외출 시 제트 봇 AI에 탑재된 카메라로 개와 고양이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고, TV를 통해 유튜브 채널이나 음악을 틀어줄 수 있다. 올해 새롭게 적용된 ‘우리 아이 마중하기’ 기능은 방과 후 자녀가 집에 도착하면 “테이블에 간식 있으니 먹고 공부해”와 같은 사전 녹음 메시지를 로봇청소기를 통해 내보내주고, 외출 시에도 자녀의 귀가를 휴대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서비스는 국내에서 활용도가 높은 에너지·펫·헬스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건강상태 문진과 삼성헬스에 저장된 정보가 스마트싱스와 연계돼 칼로리와 영양소 기반 레시피 추천과 레시피에 맞는 조리코스도 오븐이나 인덕션 등 주방기기로 보낼 수 있다. 펫 케어 서비스는 반려동물의 짖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안심 음악’을 실행하거나 주인이 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집 밖에서도 원격으로 재생시킬 수 있다. 상반기 중 원격으로 사료 급여를 하고 급식량 통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될 예정이다. 2023년형 비스포크 가전은 상반기 2023년도 테마색상인 '세이지 그린'을 포함한 3종이 추가돼 총 27종으로 확장된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올해는 기존 비스포크 홈에 친환경, 고효율, 초연결성을 추가해 비스포크 라이프 개념을 적용하고 개개인의 삶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더 줄여주는 초고효율 제품을 대거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3-03-21 09:51:12한일 경제계가 미래 지향적 협력관계 복원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운영할 협력기구를 창설한다. 25년 전 김대중 정부와 오부치 정부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계승·발전시키는 차원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회복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4대 그룹 총수들도 방일기간 침체된 일본 사업의 전기를 마련할 협력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미래 파트너십 기금 조성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은 16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한일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은 한국 정부의 일본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관한 조치 발표 이후 한일 관계의 정상화 차원에서 마련됐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한일재계회의 개최 등을 통해 한일 경제교류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왔다. 양 단체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게이단렌은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각각 만든다. 전경련은 10억원, 게이단렌은 1억엔의 기금을 출연한다. 기금 운영위원회의 공동회장은 전경련·게이단렌 회장이 맡는다. 도쿠라 회장은 기금 창설 배경에 대해 "미래를 위한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1998년 10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의 오부치 총리가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는데 그때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공동으로 낸 선언문에서 한일 양국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폭넓은 분야에 걸쳐 교류를 심화하고 함께 협력하며 큰 발전을 이뤄 온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양측은 "국제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더욱 엄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연계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유지·강화, 자원·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공동대응,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저출산·고령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실현 등 한일이 협력해 대처해야 할 과제는 많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쌍방은 동 파트너십 기금을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상 및 협력방안에 대한 연구와 양국이 직면한 공통과제의 해결을 위한 사업의 실시, 미래를 담당할 젊은 인재 교류의 촉진 등 양국 간 경제관계를 한층 더 확대하고 강화하는 데 임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4대 총수들, 日사업 확대 모색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17일 열리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참석하는 4대 그룹 총수들도 경직된 양국 관계 해빙과 사업 확대방안을 모색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일본과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꾸준히 공을 들여온 통신사업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NTT도코모, KDDI 등 일본 1·2위 통신사업자에게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게 된 것도 이 회장의 일본 내 인맥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차원의 신사업 추가 발굴과 협력 확대보다는 일본과의 경제협력 정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30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아 일본 정·재계에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작년 2월 12년 만에 재진출한 일본 승용차 시장의 투자 확대와 마케팅 활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일본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분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이 테슬라 공급에 주력하고 있어 일본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면 국내 배터리 3사와 협업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영권 김동호 최종근 기자
2023-03-16 18: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