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작품을 영미권에 소개한 영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37·사진)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세계)문학계가 공정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데보라 스미스는 12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과거 노벨문학상이 주로 백인 남성에게 수여됐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유럽 중심주의와 성차별이 얼마나 만연했는지 보여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12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노벨문학상이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여성 작가에게 상을 수여한 것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짚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세계의 무수히 많은 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인정받은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한 비평가가 "한강의 문학적 공헌은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울려 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은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인정을 받는 작가가 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강 작가와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한 젊은 번역가로, '채식주의자' 외에도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시간' 등 한강의 작품 다수를 영어로 번역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1-12 15:46:43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출판업계가 달아올랐다.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에서만 이미 그의 작품이 수십만부 팔려나갔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여러 창작물을 두루 평가해 판단한다. 하지만 앞서 맨부커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채식주의자'가 한강 작가를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 뒤에는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있다. 그가 한국어를 능숙하게 번역하지 못했더라면 한강을 포함한 다른 국내 작가들이 세계에서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기가 지금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어가 없었더라면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도 한계가 왔을 수 있다. 소설가 김영하는 "한국어는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소멸의 위협을 받았던 언어였다"면서 "한강씨는 한국 문학이 세계 시민의 언어가 될 수 있고, 이미 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언어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의하면 디테일한 결과물을 제시해 주는 생성AI 때문이다. 오픈AI가 만든 챗GPT가 대표적이다. 과거의 AI비서가 단답형으로 면피성 결과물을 보여줬다면 챗GPT는 지치지 않는 실무자처럼 다채로운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제시한다.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알기 힘들다. 천문학적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 능력까지 갖춘 생성AI는 스마트폰의 등장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다. 일상 업무에 생성AI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AI 없는 업무환경을 상상하기 어렵다. 문답형 검색이 아닌 대화형 해결책을 제시하는 생성AI로 인해 일상 속에서 사람보다 AI와 더 많이 대화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국가별 AI 경쟁은 눈에 띄게 치열해진 상황이다. IT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칫 타국의 AI에 밀리면 다시는 쫓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역시 깔려 있다. 최근 소버린 AI(sovereign AI)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국 언어를 기반으로 한 AI다. 챗GPT나 클로드, 퍼플렉시티 같은 외산 생성AI만으로도 한국어를 쓰는 데 문제가 없지만 향후 빅테크의 거대 AI에 국내 소비자와 기업들이 종속될 우려가 크다.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위원들이 여러 차례 소버린 AI를 언급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감에서 "보편화된 영어나 수억명이 사용하는 프랑스어에 비해 한국어는 7000만~8000만명 정도의 사용자만 있는 언어"라며 "우리 독자 개발로 AI에서 선두를 이끌 수 있느냐"고 네이버 측에 질의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네이버가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는 메타가 개발한 라마보다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고, 영어 능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하 센터장은 "글로벌 빅테크의 AI를 사용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자체 AI 개발 능력을 함께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사옥을 잇따라 방문한 중동 지도자들과 기업가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미국, 중국 등이 AI기술 선두에 선 가운데 중동 역시 자국어 기반 AI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때 오일머니가 넘쳐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대형 건설사 등 플랜트 업계의 수주 1순위 국가였다. 이제는 넘쳐나는 데이터 시장을 잡을 차례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해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착수했다는 최근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IT업계가 AI 종속 우려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AI기술은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힘들다. 글로벌 AI기술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국내 IT업계가 부단히 노력하길 바란다. 정부 역시 AI기본법 등을 조속히 마련해 국내 IT업계가 갈 길을 터줘야 한다. ksh@fnnews.com
2024-10-14 18:33:51[파이낸셜뉴스] "전쟁이 치열해서 사람들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 "이 비극적인 일들을 보면서 즐기지 말아 달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란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주역으로 꼽히는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36)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다. 이는 앞서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딸 한강의 뜻을 전하면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스미스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의 영문 기사를 공유하면서 기사 속 일부 문장을 인용했다. 지난 10일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사흘 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따로 보태거나 부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인도 당장은 외부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번역가로, 한강의 작품을 세계 무대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고, 영국에서 '채식주의자'의 매력을 먼저 알아보고 알리는 데 앞장 선 인물인 만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스미스에게도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미스는 앞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예원과 공동 번역한 번역가 페이지 모리스가 지난 11일 올린 게시물을 리트윗(재공유) 하기도 했다. 스미스가 리트윗 한 모리스의 글은 "노벨 문학상에 대한 대화의 전면에 번역가를 내세워 준 언론인들에 감사한다"라며 "하지만 번역가들에게 연락할 때 기본적 공감과 존중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스미스는 따로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별다른 외부 노출 없이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다. 대신 그가 공동 설립한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특화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낭보가 전해지자 "한강의 수상을 축하한다. 또한 우리는 영어권에 그의 작품을 가져온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이예원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라며 "이번 수상은 번역 문학과 독립 출판에 대한 거대한 승리"라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0-14 08:41:51소설가 한강(53)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의 출판사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번역 문학의 엄청난 승리(a huge win for translated fiction)"라고 전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한강의 수상을 축하한다. 우리는 영어권에 그의 작품을 가져온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이예원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스미스가 지난 2015년 세운 틸티드 액시스는 아시아, 아프리카 현대문학에 특화된 독립 출판사다. 틸티드 액시스는 "이번 수상은 번역문학과 독립출판에 대한 거대한 승리"라면서 "우리는 한강의 작품을 출판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번역가 이예원의 빛나는 번역판을 출판한다"고 소개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지난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을 세계 무대에 알린 주역으로 꼽힌다. 이예원은 스미스와 '희랍어 시간'을 공동 번역했으며, 내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을 앞둔 '작별하지 않는다'를 페이지 애니야 모리스와 공동 번역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1 09:21:22[파이낸셜뉴스] 2024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한강 작가가 상금으로 약 13억 4000만 원을 받게 됐다. 한강 작가는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꼽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와 메달 및 증서가 수여된다. 앞서 한강 작가는 지난 4월 호암재단의 '2024 삼성호암상 수상자' 6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상금 3억 원을 받은 바 있다. 한강 작가는 2016년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며 상금 5만 파운드(약 8600만 원)를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와 나눈 바 있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한강은 출판사 '샘터'에서 일하며 1993년 11월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외 네 편을 발표했다. 이어 이듬해 11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했을 때 치밀하고 빈틈없는 세부, 긴밀한 서사구성, 풍부한 상징 등 대작가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한편 대표작으로는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 '소년이 온다'는 2017년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 문학상',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3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10 22:28:02[파이낸셜뉴스] "노벨문학상의 작가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런 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책이 완성되고 다음에 아주 먼 결과"라고 답했던 작가 한강이 10일 한국인으로 두번째 노벨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첫 노벨문학상이다. 한강은 지난 1994년 '서울신문'에 단편 '붉은 닻'을 출품 소설가로 등단했다. 1년전인 1993년에는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됐다. 올해로 작가생활 32주년을 맞은 한강은 지난 2005년 소설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탔다. 당시 심사위원 7인의 만장일치 평결로 그는 차기 한국 문학을 이끌 유망주로 손꼽혔다. 작고한 문학평론가 이어령 전 장관은 '몽고반점'에 대해 "기이한 소재와 특이한 인물 설정, 그리고 난(亂)한 이야기의 전개가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차원 높은 상징성과 뛰어난 작법으로 또 다른 소설 읽기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2010년 '바람이 분다, 가라'로 제13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은 '아기부처로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도 받았다. 이후 그가 쓴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맨부커 국제상을 받았다. 당시 한강은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는 중의적인 수상소감을 남겼다. 이후 발표한 소설 '흰' 출판간담회에서는 "11년 전에 소설이기 때문에 상을 준다는 게 좋은 의미로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당시 데보라 스미스의 수준 높은 번역에 대해 "소설에서 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담는 것 목소리의 질감 그런 게 중요하다"며 "데보라 씨의 번역은 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번역이다. 그래서 신뢰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나온 노벨문학상 관련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노벨문학상의 작가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런 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책이 완성되고 다음에 아주 먼 결과"라며 "그냥 글 쓰는 사람은 그냥 글 쓰라고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강은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한승원은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장편 작가다. 한강은 데뷔 초 한승원의 딸로 알려졌지만, 이상문학상 수상을 전후해 한승원이 한강의 아버지로 더 유명해졌다. 한강 연보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출생 1989년 풍문여자고등학교 졸업 1993년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당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서 '붉은 닻'으로 문단 데뷔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2000년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2005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 2016년 맨부커 국제상 수상 2017년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 2019년 산클레멘테 문학상 수상 2022년 대산문학상 수상 2023년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10-10 20:32:032년 전인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던 작가 한강(48)이 다시 한 번 이 상의 후보로 지명됐다.맨부커상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한강의 '흰'이 13명의 1차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운영위원회는 전체 108편의 작품 중 1차 후보 명단으로 '흰'을 포함한 13권을 선정했다. 다른 후보작으로는 프랑스 작가 로랑 비네의 '언어의 7번째 기능'과 오스트리아 작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더 플라잉 마운틴', 이라크 작가 아흐메드 사다위의 '프랑켄슈타인 인 바그다드' 등이 올랐다. '흰'은 65편의 짧은 글로 구성됐는데, 여러가지 흰색의 물건 등을 통해 삶과 죽음을 담담히 그렸다. 작가 특유의 시적 문체로 산문과 운문이 섞인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2016년 5월 국내 출간된 이 책은 영국에서는 출판사 포토벨로북스에서 지난해 11월 출간됐는데,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31)가 이번에도 함께했다."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으로 이어진다. '익숙하고도 지독한 친구 같은 편두통'에 시달리는 '나'가 있고, '나'에게는 죽은 제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 태어난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이 있다. 시처럼, 소설같은 문장이 이어지는, 흰 것들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각각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묘하게 연결되며 작가의 정신세계를 담아낸다. 작가는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는 투명함이나 생명, 빛, 밝은 눈부심"을 썼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 출간된 뒤 현지 언론과 출판계,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한강은 '흰'에 대해 "'채식주의자'는 우리가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껴안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끝났고 여기서 시작해 우리가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보면서 살아내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흰'은 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나온 것"이라고 소개했다.'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에 대해 작가는 "어려운 소설이나 시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답을 구한다든지, 제안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작품 속 장면이나 주인공들의 행동, 움직임들을 질문으로 생각하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내달 12일 최종 후보 6명을 발표한 뒤 오는 5월 22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최종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상자와 번역가에게는 5만 파운드가 주어진다.한편 영어권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해 부커상으로 불리다가 2002년 맨 그룹이 스폰서로 나서며 맨부커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영국연방 국가 작가의 작품만을 다루다, 영연방 외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아우른다는 목표 아래 2005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했다. 영화로 치자면 아카데미상의 외국어작품상 격이다. 인터내셔널상은 2005년 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를 시작으로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2007년),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2009년), 미국의 필립 로스(2011년)와 리디아 데이비스(2013년), 헝가리의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2015년) 등 쟁쟁한 작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조윤주 기자
2018-03-14 17:08:58체중이 많이 나가는 어린이는 성장 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VU대학의학센터 데보라 깁슨 스미스 박사팀은 1907년부터 1935년 사이 태어난 약 9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1일(현지시간) 미 CBS뉴스 등이 보도했다. 연구 결과 유년기에 과체중이었던 아이는 정상 체중을 가진 아이보다 성인이 됐을 때 우울증 발병률이 3배 더 높았다. 특히 8살 때부터 장년기까지 꾸준히 과체중이었던 아이는 정상 체중을 가진 아이보다 우울증 발병률이 무려 4배나 더 높았다. 스미스 박사는 "뚱뚱한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또 유전적인 원인에 따라 과체중과 우울증에 더 취약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연구팀은 "자녀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부모가 도와야 한다"며 "보이는 몸매에 집중하기보다는 활발하게 활동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만방지 비영리단체인 비만행동연합회의도 이같은 결과에 동의했다. 협회는 "아이가 학교에서 과체중으로 인해 괴롭힘이나 놀림을 당하지는 않는지 알아보는 것도 아이의 정신건강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 결과는 19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17-05-25 09:34:12"우리 재단은 한국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높이고 국가 간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넓게 해석하면 재단 사업 전체가 사회기여 성격을 가지죠. 각론으로 들어가면 베트남, 콜롬비아 등의 국가에 지역 맞춤형 교류사업을 한다든가 국제교류자원봉사망을 통해 쌍방향 교류를 늘려나가는 것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1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재단의 사회공헌은 공공외교에 방점이 있다. 우리나라 위상을 제고하면서 그 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취임 8개월을 맞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시형 이사장의 재단 소개다. KF는 문화교류와 국제인맥 구축, 한국학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외교부 산하기관이다. 국제포럼 개최 등 외교부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 외교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재단 특성상 공헌사업도 소홀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국가 사업인 공적개발원조(ODA)나 기부와 다르게 우리 재단의 사회공헌은 공공외교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위상을 제고하면서 그 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이죠. 지역별로 세워진 국제 교류기관끼리 머리를 맞대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캠프를 매년 개최한다든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눔펀드를 모아 다문화도서관, 지역 소외계층을 지원합니다." 특히 2005년부터 운영돼 올해로 12년째를 맞는 '국제교류자원봉사망' 사업은 우리 국민과 주한 외국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각각 한국문화교실, 세계문화교실을 열어 상호 이해를 높이는 방식이다. 수요·공급이 맞는 '윈윈' 아이템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이 이사장은 "우리 사업 중에는 템플스테이, 한국 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등이 호응을 크게 얻었다"고 소개했다. KF는 해외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도 겸하고 있다. "베트남 최초로 한국식 벽화마을을 조성했는데 관광객이 몰려서 마을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효과가 있었습니다. 현지 언론에도 몇 번이나 소개됐어요. 기존 ODA와는 다른 접근법이라고요. 또한 수년 전부터 포스코와 함께 봉사단을 필리핀에 파견하는 등 의식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KF는 국민 세금인 기금으로 운용된다. 2017년도 예산이 500억원을 넘는 '거인 재단'이다. 이는 작년 370억~380억원에서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단일기관 예산이 30%대로 증가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 이사장은 "공공외교가 그만큼 덩치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중 이 이사장이 가장 공들이는 사업은 한국 전문가들을 젊은 세대로까지 확장시키는 것이다. "기존 지원프로그램에서 벗어나 2015년부터는 해외의 젊은 석학, 공무원에 대한 한국의 이해를 더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죠. 학계에 있는 차세대 조교수, 의회 보좌관, 해외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젊은 연구원, 국무부.국방부 공무원 등 다양한 인물을 한국으로 초청해 현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작년만 15~2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 7팀이 왔어요. 목표는 명확해요. 동북아 정세를 분석할 때 일본의 시각이 위주가 되지 않도록 시각을 바로잡는 겁니다." KF는 또 세계 유수대학 대학원생과 방한연구 펠로십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도 KF 방한연구 펠로십 지원을 받아 한국어 공부를 이어나간 사례다. "KF는 각국 싱크탱크에 한국관련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인사들을 지원합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대표 사례인데, 팩트를 기반으로 정확한 시각을 미 의회와 행정부에 전달해주지 않습니까. 제2, 제3의 빅터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KF에서 수행하는 가장 큰 사업인 한국학도 순항 중이다. 외국 대학에 한국 역사를 담은 강좌를 개설하고 교수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국어(학) 강좌는 지난해 말 기준 99개국 1292개 대학으로, 2014년 96개국 1143개에서 강좌 수가 13% 늘어났다. "일본, 중국과 일대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중입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17-03-01 17:51:38"진실한 생활이란 자유로운 곳에만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리는 반체제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 '고발'(다산책방)이 3년 만에 재출간됐다.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시킨 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화제작이다.오는 3월 영미권을 비롯한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맞춰 재출간된 '고발'은 작가의 최초 원고를 충실하게 살려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14년 첫 출간 당시 북한 작가, 원고 반출 과정 등이 화제가 됐다면 이번에는 작품이 지닌 가치와 의의, 문학성 등을 다시 평가하자는 취지다.다소 잠잠했던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세계 출판계의 일대 사건'으로 불리며 반응이 뜨겁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에 비견되며 전 세계 20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고, 문학전문지 '더 밀리언즈'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로 '고발'을 꼽은 바 있다.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가 번약한 영국판은 지난해 영국 펜(PEN) 번역상을 수상해 문학성을 입증하기도 했다.소설은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7가지 이야기로 드러난다.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자신이 출근한 뒤에 또 밥을 짓는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여행증 없이는 이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노모의 임종을 지키려는 아들, 창밖으로 보이는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배우인 아들이 보여준 현실의 부조리 앞에 혼란스러운 아버지 등. 어쩌면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가 북한이라는 고립된 공간과 맞나 끔찍한 일상의 부조리로 펼쳐진다. 그 속에서도 존재하는 인간애와 부드러움은 이질적이지만 한편으론 당연하다.'고발'은 절망과 암흑의 끝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초상화다. 동시에 인간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말할 수 있고, 생각의 자유를 요구하는 용기는 그것을 억누르는 힘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조윤주 기자
2017-02-16 19:4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