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이집트 '덴데라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룩소르 가는 길에 덴데라 신전을 먼저 들렀다. 넓은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없다.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아 느낌이 좋다. 입장료는 약 5000원 정도. 돈을 건네기도 전에 매표소에서 표부터 주자 탄이 당황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중정을 지나니 넓은 광장이 펼쳐졌다. 자연과 잘 어울리는 타일 바닥에 조경이 잘 조성되어 있었고, 야자수가 서 있는 모습이 매우 이국적으로 보였다. 이곳 덴데라신전은 '미와 사랑의 여신' 하토르의 신전으로 클레오파트라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미와 사랑의 여신' 하토르를 위한 '덴데라 신전'.. 들어서자마자 "대박" 감탄 높은 구조물이 가까워지자 신전이라 생각한 것은 커다란 정문이었고 양옆으로 길게 군데군데 무너진 성벽이 보였다. 옛날에는 튼튼한 성벽이 신전을 둘러싸며 세워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문 앞 기둥은 코린트양식이었는데 이집트와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보였지만 클레오파트라 시절은 로마, 그리스와 활발한 교류를 해서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이 이곳까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높이 솟은 정문에는 아름다운 부조가 가득 조각되어 있었다. 마치 교과서에서 본듯한, 이집트 하면 딱 생각나는 바로 그런 부조들이다. 안쪽 뜰에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유물들이 놓여있었다. 덴데라 신전은 정면에서 보면 좌측 3개, 우측 3개 총 6개의 거대한 기둥이 보이는데 기둥 상단에는 4면을 돌아가며 여자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토르 여신이겠지만 클레오파트라를 형상화한 건 아닐까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높고 굵은 기둥들이 늘어서 있고 모든 벽과 천장까지 아름다운 벽화와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조각되고 채색되어 있었다. "대단하다.", '대박~!"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온다. 클레오파트라가 걷던 그 통로를 내가 걷고 있구나 하는 묘한 신비감에 푹 빠져본다.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자 벽과 기둥에 검은 얼룩이 잔뜩 있는 것이 곰팡이가 생긴건가 안타까웠다. 습할리가 없는 기후인데 웬 곰팡이일까. 뭔가 다른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오자 매우 높고 꽤 넓은 방이 나왔다. 벽에는 빈틈없이 매우 수준 높은 솜씨의 장인이 새긴듯한 벽화와 상형문자가 부조로 조각되어 있었다. 다만 군데군데 이집트 신의 부조를 송곳같은 것으로 의도적으로 열심히 찍어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훼손된 것을 볼 때마다 너무 속상했다. 군데군데 채색이 남아있는 곳이 있는 것을 볼 때 아마 처음에는 이 신전 전체가 다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져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었다. 신전이 가장 아름다웠을 원래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상상해보았다. 신전 안쪽에는 작은 방들이 여러개가 있었다.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가보고 싶어 열심히 돌아다녔다. 방의 천장마다 햇빛이 들어오도록 구멍이 나있는 것이 신기했다. 한참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한 구석에 지하로 가는 계단으로 사람들이 막 내려가고 있었다. "와, 우리도 따라가자!" 옆에서 현지 아저씨가 머리를 조심하라고 알려주신다. 아래에 뭐가 있다고 하는데 잘 못 알아듣겠다. 좁은 계단을 쪼그리며 내려가자 아래층에는 사람이 설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좁고 긴 복도처럼 있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만졌는지 벽에 까맣게 손때가 빈틈없이 묻어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하의 복도에도 빈틈없이 온통 섬세한 벽화와 상형문자가 조각돼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뭘 위한 공간인지 특별한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그저 한번 내려와 본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올라갔다. 돌아다니다가 이번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입장할때 기본 입장권 외 추가로 50파운드(2000원)정도를 더 내야 갈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뭔지 몰라 그냥 기본으로 사서 들어왔는데 혹시 여기가 그곳이 아닐까?", "올라갔다가 돈내라고 하면 그냥 내지 뭐." 하면서 계단을 쭈욱 올라갔다. 몇 천년전 만든 계단 그대로인지 바닥이 많이 닳아있다. 계단에도 발딛는 곳외에는 전부 부조가 조각되어 있었다. 중간에 작은 방이 있어 잠시 들렀는데 창문으로 우리가 지나온 아래층이 보인다. 다시 끝까지 올라가자 신전 옥상이 나왔다. 옥상에는 천정이 뚫린 방같은 곳도 있었고 반대편으로 걸어가자 신전을 둘러싼 성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대단한 크기의 신전이었음이 실감이 된다. 옥상 끝에 작은 방같은 공간이 있었다. 넋을 잃고 벽에 조각된 상형문자들을 보고 있는데 누가 말을 걸었다. "How would you like it?"(어때요?), "아 정말 멋져요.", "디테일이 엄청나죠.", "네 정말 놀랍습니다.", "중국에서 왔나요?", "아뇨, 한국에서 왔어요. 저는 이집트를 사랑해요. 우리는 무척 즐겁게 구경하고 있어요." 이집트 사람인 듯한 남자분이 영어를 꽤 잘하셨다. 천장에 아름다운 별자리.. 알고보니 모조금, 원본은 프랑스가 뜯어가 루브르박물관에 그분은 우리를 안쪽으로 데려가 조디악에 대해 물어보고 특별한 천장문양을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알고보니 그 방은 이집트 신전에서 보기 매우 드문 황도12궁, 즉 별자리와 동물들을 정교하게 부조로 조각해놓은 천정이 있는 곳이었다. 그분 덕분에 우리는 자기의 별자리 동물을 찾아보며 매우 기억에 남는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안타깝게도 우리 덴데라신전에서 본 것은 모조품이고 원본은 프랑스인들이 뜯어가 루브르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있다고 한다. 신나게 설명해주신 아저씨는 우리가 이집트에 와서 좋다며 환영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뜻밖의 설명과 환대의 말에 우리는 무척 행복해졌다. 이야기를 들으며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니 너무 재미있었다. '돈만 밝히는 이집트 사람들'이라는 선입견, 와사삭 깨져버렸다 이집트 사람들은 돈만 밝히고 외국인은 호구로만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경찰들과의 에피소드와 오늘 이렇게 친절한 분을 만나니 우리 선입견이 와사삭 깨져버렸다. 내려가다 또 만난 아저씨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모하멧씨였다. 우리가 올라온 반대편에도 계단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올라온 곳과 다른길로 내려갈 수 있었다. 올라온 계단은 빙글빙글 돌며 올라와야했는데 이쪽 계단은 1층까지 일직선으로 쭉 내려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먼저 1층에 가서 내려오는 탄이를 바라보았다. 탄은 넘어질게 걱정되었는지 땅만 보고 내려오고 있다. "밑에만 보지 말고 벽을 좀 봐바~" 그러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더니 눈앞의 벽화가 신기한 듯 만지려고 손을 든다. "만지지는 말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만져 맨들맨들해졌지만 그래도 우리 한명이라도 더 보태지는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신전 내부를 다 둘러보고 성벽과 외부 조각들도 빠짐없이 구경했다. 고대 이집트 유물과 그래픽이 너무너무 좋아서 우리집 벽을 이렇게 해놓고 살고싶다고 했더니 탄이 "하면 되지."란다. 웃을 수 밖에ㅎㅎ 과일, 동물, 식물등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조각들을 보아도 보아도 지겹지 않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마음껏 구경을 잘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덴데라신전 관람 후 다시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룩소르로 간다. 아침에만해도 그 난리를 치고 걱정과 불안에 떨었는데 이제 이집트는 좋은 곳이라며 생전 받을일 없던 경찰 에스코트를 호사스럽다며 즐기면서 갔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vvGcaA2XK0Y?si=LR7yj2KqwaAltpET>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16 10:42:19<36> 이집트 '룩소르'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덴데라의 하토르 신전을 출발하여 한시간 거리의 룩소르에 도착했다. 룩소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굉장한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도시이지만 길거리 풍경은 따스하고 정겹다. 우리는 카우치서핑을 통해 우릴 초대해준 무함맛을 만나기 위해 그의 직장이라는 병원을 찾아갔다. 번화가에 있는 큰 종합병원인듯한 곳 앞에서 조금 기다리자 큰 키의 무함맛이 손을 흔들며 나왔다. 서로 인사를 하고 그는 곧 다시 병원에 들어가봐야 한다며 우리를 집으로 데려갔다. 우리는 당연히 그의 집에 묵으며 교제를 나눌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희안하게도 데려다준 곳은 그의 친구네 집이라고 했다. 작은 마당이 있는 2층 주택이었는데 1층을 우리가 사용해도 좋다고 한다. 무척 이례적인 카우치 제공이었지만 자세한 것을 물어볼 새도 없이 우리만 남겨두고 가버렸다. 친구라고하는 사람도 첫날 잠깐 인사를 한 후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넓은 거실에 부엌도 있고 침실도 잘만하고 씻을 수 있는 화장실도 있음에 감사히 머물렀다. 다음날 무함맛에게 우리는 이스트뱅크의 유적들에 갈 예정이라고 문자를 남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나일강을 기준으로 해가 뜨는 동쪽-이스트뱅크는 산자의 땅, 주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고 서쪽은 웨스트뱅크라고 부르는데 해가 지는쪽이라해서 죽은 자의 땅이라 생각되며 무덤이나 신전들이 주로 위치하고 있다. 동쪽에 있는 숙소를 출발해서 다리를 건너 서쪽 웨스트뱅크로 넘어왔다. 날씨가 매우 좋다. 나일강을 지나 좀 더 들어가자 누런 모래사막이 나온다. 하늘에는 벌룬이 떠있다. "와, 여기 열기구를 타고 웨스트 뱅크를 관광할 수도 있나 봐." 표를 사서 나오니 놀이공원에 흔히 있는 전기카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매표소에서 장제전까지 거리가 조금 있는데 더운 날이나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은 타고가면 좋을 것 같았다. 탄이는 공짜면 타고가지 뭐 하며 혹시나 하며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10파운드(200원)란다. 해는 내리쬐었지만 아직 더울 때가 아니어서 우리는 그냥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느리게 걸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유적의 모습을 충분히 감상하고 싶었다. 핫셉수트 장제전은 천혜의 위치와 풍경이 말문을 막히게 했다 누런 사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싼 아래 포근하게 감싸여진 핫셉수트 장제전은 풍경부터 장관이었다. 3층의 테라스식 신전으로 수많은 열주식 기둥마다 파라오석상이 늘어서있는 모습이 고대 이집트 건출의 최고 걸작으로 불릴만큼 장엄하고 멋있었다. 개장시간에 맞춰 일찍 왔는데 우리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꽤 많다. 거의가 가이드를 동반한 단체 관광객들이다. 중앙도로 양 옆으로 스핑크스 조각상들이 도열해 있는데 개중 이목구비가 잘 남아 있는 것들도 있었다. 중앙계단을 다 오르자 기둥마다 서있는 석상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핫셉수트는 여왕이지만 자신의 석상에 턱수염을 만들었다. 남자 파라오 못지않게 위엄 있게 보이고 싶어서였을까. 기록에 따르면 파라오인 남편이 죽은 후 아들을 섭정하다가 스스로 파라오가 되었다고 한다. 이집트 최초의 여성 파라오로 힘있게 이집트를 다스린 여장부인 것 같다.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은 확실히 다른 종류의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예전에는 거의 다 무너졌던 벽들을 잘 복원해놓아 벽화들을 볼 수 있었는데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 이집트 아저씨가 신전입구부터 우리에게 말을 걸더니 코리안이냐고 하며 계속 따라다닌다. 이곳저곳 다니는 곳마다 부탁하지 않은 안내를 하는데 같은 관광객 같지는 않고 팁을 바라는 비공식 가이드인 듯. 다행히 우리가 별로 흥미있어 하지 않자 귀찮게 하지는 않고 금새 떨어져 다른 사람을 찾아 갔다. 신전 내부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아크릴로 보호판을 만든 것이 너무 반갑다. 사람들이 만지지 못하도록 덴데라신전에도 이런것을 설치해두어야 할텐데. 아크릴 너머의 호루스와 파라오 그림이 매우 아름다왔다. 신전의 가장 안쪽 방은 바위산인 절벽을 파낸 동굴이라고 한다. 위층 신전을 나와 우리가 걸어온 넓은 길을 내려다보자 멕시코에서 본 테오티우아칸(피라미드)이 떠올랐다. 먼 옛날 고대 파라오들이 이곳에서 백성들을 내려다보며 위엄을 떨쳤겠지. 아래로 내려와 둘러본다. 확실히 위층보다는 벽화가 많이 남아있다. 천장에는 남색으로 바탕을 칠하고 노란색으로 팔이 5개 달린 불가사리같은 모양으로 별을 형상화 해놓았다. 홍천에 있는 워터파크에 가면 슬라이드 타는 곳의 천장을 바로 이것과 똑같이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기원전 1500년, 그러니까 3500년도 더된 채색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당시에 사용하던 여러가지 모양의 토기며 식물들을 참 구체적으로 자세하게도 그려놓았다. 이집트 벽화가 비슷비슷한것 같지만 만들어진 시대별로 또 장소의 중요성이나 특성별로 조금씩 다르다. 어제 보았던 덴데라 신전의 화려함과 섬세함의 극치였다면 핫셉수트 장제전은 천혜의 위치와 풍경이 말문을 막히게하는 아름다운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신전을 바라보고 왼쪽끝에는 하토르 여신을 위한 장소가 있다. 덴데라신전에서 본것과 비슷한 커다란 여자머리가 있는 기둥들과 하토르 여신의 상징인 소가 많이 새겨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람세스 3세의 신전 '메디넷 하부(Medinet Habu)' 실컷 여유있게 구경을 하고 공원입구로 걸어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7분 거리의 메디넷 하부. 메디넷 하부에 도착해서 왼편의 주차장에 차를 잘 세워두고 신전으로 걸어갔다. 단체관광객들 사이에 함께 줄을서서 들어가려다 티켓을 사오라며 쫓겨났다. 매표소가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머쓱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매표소 같은 곳이 없다. 지키는 경찰 같은 분에게 물어보니 저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알려준다. '매표소가 그렇게 멀리 따로 있다고?', 이해가 안되서 진짜인가 의아했지만 일단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입구가 몇개 되나? 그러면 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고. 암튼 알려준 대로 가는 수 밖에. 사람들이 별로 안다닐 것 같은 흙길을 한 5~6분 걷다보니 현지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가봤자 매표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인데 이게 맞나 싶어 머뭇대다가 탄이 마을사람에게 매표소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며 가라고 한다. 많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다들 저쪽으로 가라고 하니 더 가보자. 그렇게 허허벌판 500미터를 더 걸어가서야 매표소가 진짜 있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하며 표를 구입했다. 빠른 걸음으로 왕복 20분거리. 단체여행객들은 아마 가이드가 미리 표를 구해와서 매표소에 들릴 필요가 없으니 바로 입장하는 것 같다. 우리처럼 개인적으로 오는 경우는 이렇게 멀리 떨어진 매표소를 먼저 들러 표를 구입해오거나 이집트정부에서 판매하는 "룩소르 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룩소르 패스는 5일간 룩소르의 주요 관광지를 제한없이 입장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 같은 것이다. 가격은 100달러이고 적용이 안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3일간 룩소르에서 낸 입장료는 인당 4만원 정도였어서 룩소르 패스는 패스했다. 어렵게 표를 사서 다시 왔던길로 돌아와 겨우겨우 메디넷 하부 신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메디넷 하부는 상부, 하부가 아니고 Medinet Habu라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매우 무안했다. 이곳은 람세스3세의 장제전으로 알려져있는데 람세스 3세는 카이로 문명박물관 지하 미이라실에서 본적이 있던 분으로 고대 이집트가 더 이상 세계 제일의 국가가 아닌 시대에 왕이 되어 마지막 불꽃을 태운 최후의 위대한 파라오로 불리는 왕이다. 장제전의 크기와 규모를 보면 과연 그러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벽에는 람세스 3세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내용의 벽화가 많았는데 당시 북쪽바다와 중동민족, 남쪽의 누비아, 사막민족등 사방에서 외세의 침략이 매우 잦아 많은 전쟁을 치러야 했었다고 한다. 메디넷 하부는 람세스 3세의 장례신전 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쳐 증축이 되어 다양한 기능의 여러 건축물들로 구성된 복합신전이라고 한다. 높이 쌓은 탑같은 문을 지나니 안뜰이 나왔다. 건물들이 웅장하고 규모가 굵직한 것이 지금까지 본 여자 파라오들이 만든 두개의 신전과 확연히 비교가 된다. 덴데라와 핫셉수트신전은 섬세하고 화려한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압도하는 장엄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두번째 문을 지나 두번째 안뜰에 들어서자 양옆에 높은 기둥들과 그 앞에 선 석상들이 보인다. 핫셉수트 장제전의 석상에 다섯배는 되보이는 커다란 석상들이 열을 지어 서있다. 석상들 옆에는 종아리까지 오는 작은 여자석상들도 있는데 아내인지 딸인지 아니면 하녀인건지 궁금했다. 이곳의 상형문자는 웬만해서는 지워지지 않도록 매우 깊게 조각되어있는 것이 특이했다. 후대의 파라오들이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많아 고치지 못하도록 깊이 새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번째 문까지 들어가자 아직 복원이 덜된것인지 기둥들도 밑둥만 남아있고 천장도 훤히 뚫려있었다. 미로처럼 여러개의 방이 있어 하나도 빠짐없이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VR로라도 옛날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구현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9CWNcgV0IFg?si=zgvtiY47CN33zlX8>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24 19:12:55크리스티앙 자크는 이 책에서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선택한다. 즉 북쪽의 델타 지역에서 남쪽의 나일강 상류 아부심벨을 향해 가는 것이다. 먼저 그는 카이로 시내의 박물관에서 중요한 유물들을 소개하고 관람 요령을 알려준다. 오시리스 신의 왕국인 아비도스에서는 세티 1세의 대신전과 오시리스 신의 비밀 신전, 람세스 2세의 신전을 볼 수 있다. 사랑의 여신 하토르를 위한 덴데라를 거쳐 그 유명한 테베에 닿는다. 테베에서는 둘러볼 곳이 너무 많다. 천지창조의 비밀을 간직한 에스나 신전을 거쳐 독수리 여신의 영지인 엘카브, 호루스 신을 모신 에드푸, 매와 악어신의 결합을 보여주는 콤 옴보 신전에도 간다. 저자는 신전을 세운 위대한 건축가들, 조각상과 상형문자들, 부조들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신들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또한 각 장마다 유적 하나 하나의 평면도를 보여주며 그곳의 신전, 조각상, 부조 혹은 벽화의 역사적 배경과 신화적 해석을 들려주는 것이 특징. 그리고 본문 중에 나오는 이집트 벽화와 유적의 컬러 사진들은 직접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2006-11-08 1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