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덕적도 서쪽 해상에 조성되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싼 갈등 해결을 모색한다. 인천시는 해상풍력발전단지 갈등 중재를 위해 지난 16일부터 2주간 총 12회에 걸쳐 지역 어민들의 의견을 듣는 숙의경청회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덕적도 인근에 조성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은 덴마크의 국영 공기업이 오는 2026년까지 800㎿급 해상풍력 발전시설 2곳을 건립해 총 1.6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이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건립되면 최대 130만 가구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며 연간 약 40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어민들은 어획량 감소, 소음 피해, 발전 과정에서 발생할 전자파로 인해 바다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해 발전단지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중점갈등관리 대상사업으로 선정하고 지역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시는 설명회에 참가하기 어려운 섬지역의 여건을 고려해 직접 해당 지역에 찾아가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경청과 숙의를 진행해 주민들의 의사형성 과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숙의경청회는 일회적·일방적 설명으로 추진되는 기존의 사업설명회와 달리 숙의와 경청에 초점을 두고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정보공유 과정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는 3월 31일까지 진행되는 1차 숙의경청회에서 해상풍력과 관련된 각종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숙의를 통해 사업에 대한 주민과 어업인들의 우려와 요구를 수렴할 예정이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중앙부처 및 사업자와의 협의를 진행하고 협의결과를 2차 숙의경청회에서 주민, 어업인들과 공유하게 된다. 지역 어업인들은 지난 16일 연안부두와 소래포구에서 열린 숙의경청회에서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들어서면 어획량 감소, 소음 피해, 발전 과정에서 발생할 전자파로 인해 바다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등의 다양한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어업인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진행된 풍황계측기 점·사용허가로 인해 많은 어장을 뺏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또 예상 피해현황 조사와 그에 따른 보상 계획에 대해 묻고 앞으로 시가 사업자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17일 자월도에서 진행된 숙의경청회장에서 참석자들은 주민들간의 갈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시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갈등을 예방하고 주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주민참여 제도와 지역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숙의하는 시간을 가졌고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2차 숙의경청회에서 재확인하기로 했다. 이종우 시 시민정책담당관은 “사업의 일방적 설명과 설득이 아닌 정확한 정보를 제공, 시민과 함께 숙의하고 경청해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03-18 10:34:51【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 덕적도 서쪽 해상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이 추진된다.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인 오스테드는 한국중부발전과 인천 옹진군에 800㎿급 초대형 해상풍력 발전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협약 체결로 양사는 앞으로 한국의 탄소중립 및 해상풍력 성장에 기여하고 구매계약, 합작법인, 운영·관리 등 오스테드의 인천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위해 상호 협력하고 더 나아가 국내 재생에너지 개발에 보다 폭넓은 협업을 추진하게 된다. 오스테드는 덕적도 서쪽 해상 2곳에 각각 800㎿급 해상풍력 발전시설을 건립해 총 1.6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오는 2026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이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건립되면 최대 130만 가구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며 연간 약 40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오스테드는 덴마크의 국영 공기업으로 다국적 에너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해상풍력 분야의 선도기업이다.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오스테드와 해상풍력 운영·관리 기술 교류 및 국내외 신재생 에너지 사업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성 및 에너지 전환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마틴 뉴버트 오스테드 부사장은 “인천 해상풍력사업의 성공을 위해 한국 파트너들과 협력해 한국 해상풍력산업을 성장시키고 나아가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01-23 10:34:01"글로벌 항만을 꿈꾼다" 부산항의 도전 항만물류산업 활성화에 한 축을 담당하는 선용품 공급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항만을 낀 도시 부산이 세계 최초로 국제선용품 상설전시장을 여는 등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외국 항만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산항 전경. 항만을 낀 도시는 바다가 경제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외지 상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포구와 선창은 선원과 사람들로 북적이며 도시가 발전해왔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1876년 부산항 개항 이래 139년간 부산은 세계 문물을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우리나라 물류와 사람이 세계로 나가는 출구 역할을 해왔다. 개항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산항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배가 드나들었다. 그때마다 선원들은 부산항에서 쌀, 부식, 부품 등을 채워 다시 먼 길을 떠났다. 오늘날 항만물류산업 활성화에 한 축을 담당하는 선용품 공급업의 시작이다. ■갈 길 먼 부산 선용품시장 선용품은 음식과 연료, 일회용 잡화, 수리용 예비부품 등 선박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뜻한다. 항구를 떠나 바다에 있는 동안 배와 선원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을 망라한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시장 규모는 급유를 제외할 경우 연간 7000억원. 이 중 부산지역 300여개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5000억원 수준으로 국내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한다. 여기에 울산을 포함하면 전체 시장의 77%를 넘어선다. 국내시장에서는 경쟁상대가 없지만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초라한 수준이다. 아시아 최대 선용품시장인 싱가포르는 선용품 연간 매출액이 4조원에 달한다. 부산의 4배를 훌쩍 넘는다. 세계 선용품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400억달러(약 41조원)로 추정된다. 물품의 가짓수도 크게 못 미친다. 세계선용품협회(ISSA)에서 분류하고 있는 품목은 3만9000여종이다. 싱가포르는 이 중 2만5000종을 다룬다. 국내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3000종 안팎에 불과하다. 기업의 규모 역시 영세하다. 선용품유통센터 입주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말 현재 26억원에 불과하다. 선용품 공급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된 이후 업체가 난립하면서 폐업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 산재한 선용품 공급업체는 1570여개에 달한다. 이 중 70%의 업체가 부산항에 집적해 있지만 실제 영업 중인 업체는 300∼400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새로운 시장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크루즈선 시장 개척도 미진하다. 최근 부산항에 기항하는 크루즈선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크루즈선에 물품을 실은 적이 없다. 복잡한 유통단계와 온라인 마켓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점도 약점이다. 부산항이 올해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으로 도약했지만 선용품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공동구매.물류 도매법인 설립 부산은 뒤늦게나마 선용품시장 성장성에 기대를 품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국제선용품유통조합은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국제선용품 상설전시장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부산항 국제선용품유통센터 1층에 마련된 전시장은 28개 부스와 상담실을 갖추고 각종 선용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세계 어느 항만에서도 이 같은 전시장을 갖춘 곳이 없어 싱가포르를 비롯한 외국 항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부산국제선용품유통조합을 중심으로 전국 100여개 업체가 모여 (사)한국선용품산업협회를 창립하고 국내 선용품시장 경쟁력 강화에 앞장섰다. 협회는 상설 전시장 설치를 발판으로 내년 말까지 공동구매를 위한 도매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도매법인이 설립되면 영세한 업체들을 하나로 묶어 공동물류시스템을 구축, 유통구조 효율화와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복잡한 다단계 유통구조, 전통적 주문방식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손실 개선을 위해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 선용품 수준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기 위해 내년 9월 덴마크에 본사를 둔 세계선용품협회(ISSA) 정회원 가입을 추진한다. 같은 기간 부산항 국제선용품박람회(가칭)도 열 계획이다. ■시장 활성화 정책 지원 필요 남은 건 법적·제도적 뒷받침이다. 싱가포르, 암스테르담 등 선용품 선진 항만들은 무역우대주의 정책, 통관절차 간소화 및 환급절차 간소화, 정부 주도의 주기적인 선용품 전시회 및 박람회 개최, 국영기업을 통한 저렴한 창고 임대 등 선용품 활성화를 위해 정부, 관세청, 공기업 등의 전방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항선박 확대를 위한 '통과선박 자유항' 제도 시행, 개항지 이외 지역 출입 외국 무역선에 대한 출입허가 수수료 면제, 수출용 신조 선박의 선용품 적재시기 연장 등 선용품시장의 숨통을 터주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저렴한 부지 제공, 업종제한에 따른 불이익 해소 방안 등 선용품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김영득 한국선용품협회 회장은 "글로벌 시장과 크루즈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은 업체들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업체들과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등 뒷받침을 해준다면 앞으로 1조원을 넘어 2조~3조원의 매출 달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용품시장 단독으로 규모를 키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급유시설.선용품공급시장.선박수리시설.배후단지 등 항만부대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 원스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임재욱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당국이 조선수리업을 적극 유치하고 유류업을 강화해 선용품 공급업이 함께 발전하는 항만클러스터 구축과 같은 정책적 지원 없이는 선용품시장 단독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기는 힘들다"며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과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이 함께 어우러져야 선용품시장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15-12-02 18:23:10'한 명의 장인에게서 한 달에 평균 4개만 만들어진다는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가방), 고소영 팔찌로 더 잘 알려진 덴마크 주얼리 판도라(PANDORA)' 국민연금이 '명품주'를 쇼핑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중국 명품시장 규모가 연평균 30% 가까이 성장하고, 유럽 증시가 살아나면서 짭짤한 수익률이 기대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투자 비중이 큰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구글 등 정보기술(IT)였다. ■日 게임·서점에도 투자… 돈 되면 다 한다 1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버킨백'으로 유명한 명품업체 에르메스에 413억원을 투자했다. 버버리와 마이클코어스 주식도 각각 467억원, 348억원 어치를 보유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프랑스 로레알과 에스티로더에도 각각 884억원, 333억원 가량을 투자해다. 명품시장의 성장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명품시장 규모는 연평균 3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또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완화 등으로 인해 유럽 증시가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이 명품업체들의 주가도 강세다. 국민연금의 사랑을 독차지 한 곳은 MS였다. 4856억원의 돈이 MS주식에 투자됐다. 국민연금은 또 미국 오라클(4691억원), 애플(4359억원), 웰스파고(4296억원), 구글(3048억원), 페이스북(2841억원) 주식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온라인 판매업체인 아마존과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에도 각각 2931억원, 2199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반면 야후 투자액은 186억원에 그쳤다. 통신업종 가운데는 차이나모바일(1398억원)과 일본 KDDI(1598억원)가 투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최대 통신업체인 영국 보다폰에도 161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업체들도 국민연금의 러브콜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월트디즈니의 성장성에 1264억원을 투자했다. 가도카와 서점과 IT업체인 도완고가 합병해 탄생한 가도카와도완고에는 21억원을 투자했다. 비디오 게임 '파이널판타지'로 더 잘알려진 스퀘어에닉스에도 15억원을 투자했다. ■공기업 투자 많고 자동차 투자 적어 제조업체 중에는 반도체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러브콜을 받았다. 인텔(2530억원)과 퀄컴(1904억원) 투자액만 4500억원에 달했다. 샌디스크 주식도 241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 수요 증가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과 로봇 분야 등 반도체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반면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 투자는 시들해졌다. 자동차 업체중 가장 투자 규모가 큰 곳은 도요타자동차로 1804억원이었다. 그러나 퀄컴 투자액보다 적었다. GM(875억원), 폭스바겐(533억원), 타타자동차(227억원) 등도 쇼핑 대상에 올랐다. 철도 및 도로 관련 국영기업도 국민연금의 장바구니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철도업체중 '블루칩'으로 꼽히는 동일본철도(378억원)와 서일본철도(98억원), 중앙여객철도(369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포브스가 선정한 2000개 기업인 중국의 종합 철도운송업체(DAQIN RAILWAY)에도 국민연금은 12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철도청(CHINA RAILWAY GROUP)에도 17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 2013년 기금 정보공개 개편에 따라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종목을 올해부터 공개한 것"이라며 "2020년까지 해외 주식 비중을 전체 자산 중 2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2015-09-01 18:21:14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2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가 발주한 세계 최대 크기인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착공행사(강재 절단식)를 가졌다. 이날 본 행사에 앞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 두번째), 성만호 노조위원장(오른쪽 첫번째)은 프레데리크 덴마크 왕세자(오른쪽 세번째), 메리 왕세자비(오른쪽 네번째), 보 세럽 시몬센 머스크 기술총괄(오른쪽 다섯번째)과 함께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 거제(경남)=정상균 기자】 취임 40여일째를 맞은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57)은 요즘 현장을 챙기는 데 바쁘다. 지난달 4일 취임 이후 고 사장은 서울사무소 임원들에게 "당분간 현장에 있으면서 직원들을 만날거니까 날 내버려둬라"고 했다. 6개 총괄(부사장 4명, 전무 2명)들이 각 부문의 경영을 책임지고, 자신은 '조선소장' 역할로 현장과 해외영업을 챙기겠다는 의지다. 고 사장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교대하는 근무자 등 직원들과 늦도록 만나 일하는 데 애로사항이 없는지를 챙기고 재료 수급, 납기 등에 문제가 없는지 등 현장 돌아가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서울사무소에서 만나기 어려운 고 사장은 지난 12일 옥포조선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경제상황 및 조선 산업 현안 등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날은 옥포조선소에서 덴마크 국적의 글로벌 해운사인 AP몰러-머스크가 발주한 세계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강재 절단식(선박에 쓰이는 철강재를 처음 자르는 행사)에 덴마크 왕세자 부부가 직접 참석한 특별한 날이었다. "저는 조선소에 새로 취임한 새내기 사장입니다. 초보운전을 하고 있죠. 제가 (사장 취임 전) 맡았던 영업 분야는 회사의 전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약 10% 될까말까 합니다. 그래서 노조도 더 잘 알아야 되고 수요공급, 서플라인 체인(부품공급망)은 물론 협력사, 직원교육 등 알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새내기 CEO'로 자칭한 고 사장이 현장에 있는 이유다. 그는 "불가피한 경우 아니면 서울 쪽에 제가 가야할 일을 최대한 줄이고 가능하면 현장에서 구성원들과 같이 소통하고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경영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 1980년 입사 이후 20년 넘게 해외 영업 쪽에서 일한 고 사장이 수십년간 굳어진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현장에서부터 바꿔보자는 것이다. 고 사장은 "우리는 '적당하게'하는 보신주의와 같은 과거 공기업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있다"면서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시장은 세계 톱클래스인데, 과거 공기업이나 공조직과 같은 자세와 생각을 갖고 있으면 발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사가 상호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품격있는 토론이 가능한 노사관계를 희망한다"고 했다. '고재호 사장 체제'가 안착되면 관료적인 조직문화 쇄신과 노사관계의 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에 고 사장과 동행한 성만호 노조위원장은 "우리의 고용,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며 "한진중공업 사태 등을 보더라도 노조가 투쟁 일변도로만 갈 것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어려움을 함께 고민해 나가면 현장도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어려운 조선 경기에 관련, 고 사장은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울 때를 지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어두울 때가 동트기 직전입니다. 지금이 그때죠. 그래서 전체 상황을 보면 꼭 비관적은 아닌 거 같습니다. 지금은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상선 수주가 거의 없는 가운데, 스크러빙(선박 해체)이 많이 이뤄지는 등 시장 메커니즘(원리)이 작동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이렇게 공급 쪽에서 조정이 되고 나면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최근 정준양 포스코 회장(철강협회장)이 '철강업계가 조선업계보다 더 힘들다'라고 토로한 것과 관련, "철강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고 사장은 "상선 쪽 발주가 거의 없어 어려운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나은 부분이 해양 부문인데, 이쪽도 수지가 많이 남는 노다지는 아닐 것"이라며 "함께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묘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고 사장은 옥포조선소를 찾은 프레데리크 덴마크 왕세자와 메리 왕세자비 부부를 각별히 응대했다. 덴마크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덴마크 선사인 AP몰러-머스크가 인도해 간 배만 19척, 현재 우리가 수주해 짓고 있는 배가 26척으로 금액규모로 보면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라며 "특히 최근에 덴마크 국영회사인 동(DONG)에너지가 발주한 고정식 시추설비(원유생산 플랜트)를 수주(5억6000만달러)했는데, 처음으로 북해에서 수주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이정표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가 발주한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이날부터 본격 건조해 내년 중반 첫번째 배를 인도한다. 지난해 AP몰러-머스크로부터 같은 급의 선박 20척을 38억달러에 수주했다. skjung@fnnews.com
2012-05-13 17:30:11동아시아 컨테이너항들 사이에 화물유치 경쟁이 뜨겁다. 새삼스러운 경쟁 촉발의 진원지는 싱가포르다. 그간 국영기업 형태로 운영돼 온 싱가포르항만공사(PSA)가 주식 공개를 검토하는 등 변신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거점항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매일 60여척의 대형 컨테이너 화물선이 쉴새없이 들락거리는 싱가포르 항만의 장중한 모습은 싱가포르 경제의 눈부신 성장 그 자체다. 지난 97년부터 이 항구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PSA는 99년 기준 컨테이너 처리량 1790만TEU(1TEU는 20피트 짜리 컨테이너 1개)로 홍콩 허친슨항만사에 이어 세계 2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자랑하고 있다. PSA는 물동량을 3600만TEU 까지 늘릴 계획 아래 40억달러 이상을 설비증설에 쏟아 붓고 있다. PSA는 지난 99년 15억달러 매출과 43%의 수익 증가율을 기록해 세계 주요 항만 운영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실적을 올렸다. 연 평균 13%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 오던 PSA도 지난해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다른 지역 컨테이너항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급기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PSA는 조만간 주식을 상장해 주식회사화를 서두를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PSA가 상장되면 곧 바로 싱가포르 5대 상장사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5월까지도 주식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도 한다. 세계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과 국내정치의 복잡한 사정은 이같은 예측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정부산하 공기업들을 하루 바삐 민영화할 심산이다. 고촉동 총리는 외국 투자자들이 공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PSA 지분 20%가 공개되면 외국인들의 이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SA는 또 운영 시스템을 더욱 과학화 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물동량의 89%를 소화하는 싱가포르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PSA는 싱가포르는 인도, 포르투갈 등 7개국에 퍼져 있는 항구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PSA를 따라잡기 위한 경쟁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1월 개항한 말레이시아 인근의 탄중 펠라파스 항구(PTP)는 PSA가 누려왔던 동남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PTP는 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지정학적 위치로 볼때 PSA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또 화물을 옮겨싣는 데 부과되는 환적 수수료가 PSA보다 30% 싸다는 점도 해운회사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PTP가 처음 등장했을 때 PSA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최대 고객인 덴마크의 메르스크 시랜드사가 PSA를 떠나 PTP에 둥지를 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PSA는 지난해 싱가포르항 물동량이 전년에 비해 7% 성장에 그쳐 최대 고객이 등을 돌린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홍콩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애널리스트 찰스 드 트렌크는 “지난해 12월에는 PSA 물동량이 무려 17%나 떨어졌다”며 메르스크가 떠난 공백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은 PSA를 떠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수료 인하 요구 등 어떤 식으로든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여 PSA로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대 라이벌인 홍콩 허친슨항만사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인근 웨스트포트사의 지분 30%를 취득해 독주할 태세를 갖춘 것도 PSA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항구들이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어 PSA로서는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2001-02-15 05:4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