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버스 탈 때마다 "죄송한데 자리 좀" 출근길 스트레스 "죄송한데, 자리 좀 비켜 주시겠어요? 그 좌석을 접어야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거든요" 25일 겨우 버스에 오른 장애경씨가 누군가에게 말했다. 저상버스는 휠체어가 오를 수 있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탑승 후엔 특정 좌석을 접고 휠체어를 고정해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거기 앉은 누군가는 일어나야 한다. 장씨는 그럴 때마다 매번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고 한다. 당연한 권리지만 불쾌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한 어르신께 휠체어 주차 때문에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자 '나도 노약자'라며 언성을 높인 분도 있었다"면서 "분쟁이 벌어지면 나 때문에 버스가 못 간다고 생각하는 듯한 승객들 눈빛이 항상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기자는 25일 하지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경씨의 출근길을 동행취재했다. 엄연한 장애인 이동권은 보장돼 있지만 실제 출근길 환경은 열악했다. 장씨에게 출퇴근이란 "죄송함"과 부탁, 기다림과 포기의 연속이었다. ■"뭐 하러 여기까지 나왔냐" 곱지 않은 시선 장씨는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서울 종로구 직장까지 주 4회 '저상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저상버스는 출입구에 계단이 없어 휠체어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저상버스는 일반 버스처럼 많지 않다. 운 좋게 저상버스를 찾아도 어려움은 남아있다. 버스 승차부터 휠체어 주차까지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한다. 버스 환승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동행자가 없다면 탈 때와 내릴 때 모두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들의 승하차를 고려한 버스인 저상버스 보급률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버스의 약 59.7%다.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버스는 10대 중 6대라는 말이다. 이웃 도시 도쿄의 저상버스 보급률이 지난해 기준 93.4%에 달해 대조적이다. 이날 버스에 올라서는 장씨를 보는 주변 시설이 곱지 만은 않았다. 장씨가 버스에 올라타자 승객의 시선은 모두 장씨를 향해 있었고 버스기사는 운전석에서 다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어디까지 갈 것이냐"라고 묻는다. 장씨는 "어떤 승객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뭣하러 여기까지 나와'라는 식의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며 "그 사람 입장에선 걱정일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상처다. 차라리 무관심하게 휴대폰 화면을 보는 사람들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장씨가 내리는 도중에 저상버스와 도보를 연결하는 발판이 갑자기 접혔다. 성격이 급한 운전기사가 발판 버튼을 미리 눌렀다. 동행한 기자와 주변 사람들이 기사에게 항의해 사고를 면했다. ■오지 않는 저상버스, 결국 환승 포기 환승은 장씨에게 또 다른 장애물이다. 운이 좋게 첫 버스로서 저상버스를 탔지만 내린 후 갈아탈 저상버스는 오지 않았다. 장씨는 혜화동 로터리 인근에서 버스에 내려 회사까지 약 20분가량 휠체어로 이동했다. 버스 노선 기준 3정거장 거리다. 장씨는 "집에서 회사 앞 정류장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면 삼선교 앞에서 273번 노선으로 환승을 해야 하지만 환승 시 저상버스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애당초 버스 환승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오늘은 그나마 덜 바빠서 다행이지만 일정이 빡빡한 바쁜 날에는 나도 버스를 타고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고 싶다"며 "서울시내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운영돼 버스 환승이 편리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도를 휠체어로 다니는 것도 녹록지 않아 보였다. 중간중간 보도 불록이 뛰어나오거나 파인 곳이 있기 때문에 휠체어가 전복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휠체어에도 안전한 길을 찾아다니다 보니 버스정류장에서 일터까지 멀리 돌아다니기 일쑤"라며 "지름길인 골목으로 들어가면 차들이 많기 때문에 차와 부딪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2-08-25 11:42:09"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안 되나요?" 전동휠체어에 앉아 출근 준비를 하던 이수미씨(60)가 말했다. 지체1급 소아마비 장애인 이씨는 장애인 단체에서 활동가로 근무하며 주 5일을 출근한다. 이동수단은 비장애인과 같은 대중교통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일 다른 이들보다 길고 험난했던 이씨의 출근길을 동행했다. ■휠체어 이용자의 기나긴 출근길 이날 이씨의 출근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이었다. 노원구 하계동에 거주하는 이씨는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9호선 국회의사당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스마트폰 지도앱이 안내하는 최단 경로는 7호선 하계역에서 고속터미널역으로 이동한 뒤 9호선으로 1번 갈아타는 코스였다. 하지만 이씨는 하계역에서 군자역으로 이동해 5호선으로 갈아탄 뒤, 여의도역에서 9호선으로 한번 더 갈아타는 길을 택했다. 고속터미널역 7호선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선 리프트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리프트는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진동이 심해 위험성이 높다. 지난 2017년에는 지하철 1·5호선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타다가 추락한 장애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이씨는 지지대조차 잡을 수 없어 리프트를 피하고 있다. 이씨는 1시간이 걸리는 길도 2시간 이상을 소요시간으로 잡아야 한다. 비장애인보다 이동상의 변수가 많아 일찍 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이날도 오후 3시까지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하기 위해 오후 1시에 출발했다. 하계역에 도착한 이씨는 바로 엘리베이터부터 찾았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하계역 출입구는 2번이지만 계단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다. 비장애인에게 다양하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경사로를 찾고, 엘리베이터를 찾아 수없이 우회해야 하는 게 그의 출근길이다. 승강장에 선 이씨는 열차에 오르려 했으나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걸렸다. 이에 동행하던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전동휠체어를 밀어 큰 탈 없이 승차할 수 있었다. 만약 활동지원사가 없었다면 열차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휠체어 이용자 사이에선 열차 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커서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씨 역시 활동지원사가 동행하지 않는다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다. ■동정·비아냥에도 '웃음'승차한 열차 안은 장애인 휠체어석이 없었다. 열차 안에서 전동휠체어가 많은 공간을 차지하자 일부 시민들은 이씨에게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취재진에겐 다소 눈치 보이고 낯선 상황이었으나 이씨는 오히려 덤덤했다. 그는 지하철을 타면서 동정의 시선을 받거나 비아냥을 듣는 일이 많아 단련됐다며 웃었다. 다만 이용객이 많은 시간대 지하철은 탈 수 없다고 부연했다. 7호선에서 5호선으로, 5호선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는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전동휠체어 부피가 큰 탓에 다른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를 기다렸다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이날 이씨가 집을 나선 순간부터 한번에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여의도역에서 9호선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해 헤매기도 했지만 이씨는 당황하지 않았다. 일부 역은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지상으로 나가야만 환승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 더 힘든 경우도 있어서다. 이날 이씨가 우여곡절끝에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56분이었다. 자택에서부터 1시간56분이 걸렸다. 이씨는 "시설이 많이 좋아져서 그나마 2시간 걸린 것"이라며 "대중교통을 엄두도 못내던 시절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장애인이라고 해도 보호시설에 고립된 채 살아갈 수는 없지 않나"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상생하며 살아가는 게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2-03-06 18:23:33[파이낸셜뉴스] "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안 되나요?" 전동휠체어에 앉아 출근 준비를 하던 이수미씨(60)가 말했다. 지체1급 소아마비 장애인 이씨는 장애인 단체에서 활동가로 근무하며 주 5일을 출근한다. 이동수단은 비장애인과 같은 대중교통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일 다른 이들보다 길고 험난했던 이씨의 출근길을 동행했다. ■'돌아가고 기다리고…' 휠체어 이용자의 기나긴 출근길 이날 이씨의 출근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이었다. 노원구 하계동에 거주하는 이씨는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9호선 국회의사당역까지 이동해야 했다. 스마트폰 지도앱이 안내하는 최단 경로는 7호선 하계역에서 고속터미널역으로 이동한 뒤 9호선으로 1번 갈아타는 코스였다. 하지만 이씨는 하계역에서 군자역으로 이동해 5호선으로 갈아탄 뒤, 여의도역에서 9호선으로 한번 더 갈아타는 길을 택했다. 고속터미널역 7호선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선 리프트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리프트는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진동이 심해 위험성이 높다. 지난 2017년에는 지하철 1·5호선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타다가 추락한 장애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이씨는 지지대조차 잡을 수 없어 리프트를 피하고 있다. 이씨는 1시간이 걸리는 길도 2시간 이상을 소요시간으로 잡아야 한다. 비장애인보다 이동상의 변수가 많아 일찍 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이날도 오후 3시까지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하기 위해 오후 1시에 출발했다. 하계역에 도착한 이씨는 바로 엘리베이터부터 찾았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하계역 출입구는 2번이지만 계단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다. 비장애인에게 다양하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경사로를 찾고, 엘리베이터를 찾아 수없이 우회해야 하는 게 그의 출근길이다. 승강장에 선 이씨는 열차에 오르려 했으나 전동휠체어 앞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걸렸다. 이에 동행하던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전동휠체어를 밀어 큰 탈 없이 승차할 수 있었다. 만약 활동지원사가 없었다면 열차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휠체어 이용자 사이에선 열차 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커서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씨 역시 활동지원사가 동행하지 않는다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다. ■동정·비아냥에도 '웃음'…"예전에는 더 심했어" 승차한 열차 안은 장애인 휠체어석이 없었다. 열차 안에서 전동휠체어가 많은 공간을 차지하자 일부 시민들은 이씨에게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취재진에겐 다소 눈치 보이고 낯선 상황이었으나 이씨는 오히려 덤덤했다. 그는 지하철을 타면서 동정의 시선을 받거나 비아냥을 듣는 일이 많아 단련됐다며 웃었다. 다만 이용객이 많은 시간대 지하철은 탈 수 없다고 부연했다. 7호선에서 5호선으로, 5호선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는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전동휠체어 부피가 큰 탓에 다른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를 기다렸다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이날 이씨가 집을 나선 순간부터 한번에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여의도역에서 9호선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해 헤매기도 했지만 이씨는 당황하지 않았다. 일부 역은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지상으로 나가야만 환승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 더 힘든 경우도 있어서다. 이날 이씨가 우여곡절끝에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56분이었다. 자택에서부터 1시간56분이 걸렸다. 이씨는 "시설이 많이 좋아져서 그나마 2시간 걸린 것"이라며 "대중교통을 엄두도 못내던 시절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장애인이라고 해도 보호시설에 고립된 채 살아갈 수는 없지 않나"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상생하며 살아가는 게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2-03-04 16:19:48#. 2년전 모 항공사는 일본의 오키나와 관광국과 공동으로 언론인 대상 팸투어를 기획했다. 이 팸투어에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참가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 팸투어는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오키나와 지방정부가 해당 항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관광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팸투어 코스를 개인이 가려면 1인당 80만원~12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2. 2013년 12월 양승태 대법원장은 전방부대인 15사단을 위로방문했다. 대법원장의 전방부대 위문에는 기자 5명이 동행했고, 서울 한강 노들섬에서 군헬기에 탑승해 부대가 주둔한 강원도 화천까지 이동했다. 부대 주둔지가 산속에 있는데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려 육로를 이용하는 것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들은 왕복 헬기와 함께 버스편과 식사, 간식을 제공받았다. 국내 군용헬기 운용비용은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당 300만원 가량이고 서울 한강 노들섬에서 강원도 화천까지는 편도 1시간20분이 소요된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2016년 9월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언론의 취재관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참석했던 팸투어나 동행취재 형식의 편의제공이 모두 불법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100만원 이상(연간 합산 300만원이상)의 금품은 어떤 경우도 받을 수 없다.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받았을 경우에는 신고해야 한다. 100만원 미만의 금품이라고 해도 직무와 연관성이 있으면 절대 받아선 안된다. 받은 돈의 2배~5배를 과태료로 내야한다. 공직자의 범위에는 통상의 공무원을 비롯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포함되고, 금품의 범위에는 현금은 물론 숙박권, 교통권, 식사제공 등도 해당된다. 이에 따르면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성 팸투어는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받은 것에 해당된다. 국내에서 마치는 팸투어도 많지만 해외로 떠나는 팸투어는 액수가 100만원을 넘는 것이 다반사여서 징역을 살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기관장 등과 함께하는 동행취재다. 앞으로 이런 형식의 취재 역시 직무와 관련해 교통 등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금품에 해당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와 언론계에서는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취재관행을 직접 제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권력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의 소속사나 주변 동료기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할 경우, 간접적이지만 효과적으로 언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는 법률이 통과된 3일 성명서를 내고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도 4일 성명서을 "김영란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내용이 모호할 뿐 아니라,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조만간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2015-03-04 16:10:44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신월2동 자신의 지역사무실에서 열린 '민원인의 날'에 사무실을 찾아 온 한 지역주민의 고충을 듣고 있다. "나도 고주파 장애가 왔어요. 특정소리, 격음을 듣지 못해요. 우리 지역 주민은 이 장애에 함께 시달려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본지가 연간기획 중인 '우문정답-우수 의원 24시 동행 취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따라붙은 기자에게 불쑥 하소연을 시작했다. 서울 양천을, 신월동·신정동 지역주민을 위해 밤낮을 모르고 뛴 지 이제 7년째. 김 의원도 어느새 지역 주민에게 흔한 고주파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신월동은 김포공항 근처로 약 3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신월동 아이들은 비행기의 바닥인 바퀴 달린 배부분을 보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김 의원이 초선 의원 시절 한 초등학교에 갔다가 아이들이 그린 비행기를 보고 충격을 받아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나선 일화는 서울 양천을 지역주민에게는 이미 유명하다. ■지역주민 애환 담긴 민원인의 날 "그들에게 배운다"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에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혁신위원으로 바쁜 의정활동 중에도 김 의원이 일주일의 첫 문을 여는 곳은 어김없이 서울 신월 2동에 있는 자신의 지역사무실이다. 지난 2010년부터 2주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김 의원은 사무실에서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직접 듣고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기자가 동행 취재에 나선 지난 27일에도 김 의원은 99번째 '민원인의 날'을 맞아 지역주민의 애환과 고충을 듣느라 분주했다. 지난 6·4 지방선거 이후 지역주민과의 더 투명한 소통을 위해 통유리형으로 리모델링을 끝낸 사무실에 민원인이 한 명씩 찾아오더니 오전 9시30분을 전후해서는 동별로 마련된 테이블에 민원인이 가득찼다. 민원의 주제는 다양했지만 김 의원은 민원인이 힘겹게 꺼내는 이야기 속에서 핵심을 능숙하게 짚어냈다. 김 의원은 건물에 세들어 사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골똘히 듣더니 "그러니까 관리인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 관리비를 받아요?"라며 지역 사무실의 실무진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지시했다. 김 의원은 "사실관계 파악 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내 중학교 학부모 대여섯명은 아예 문서를 만들어서 사무실을 찾아왔다. 김 의원은 체육관 건립에 필요한 추가 예산을 요구하는 학부모 얘기를 한참을 들었다. 이윽고 김 의원이 자리를 옮긴 곳에는 해진 군복바지를 입은 한 어르신이 앉아 있었다. 이 어르신의 사연은 이러했다. 아들은 자폐아 3급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고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로 어르신은 매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어르신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를 통한 대출에는 어려움을 겪다가 지역주민의 알선으로 김 의원을 찾아왔다. 김 의원과 법률인 등 실무진은 '주택담보대출'을 위해 어르신이 꼭 확인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일러주고 주택금융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이 어르신은 기자에게 "답답했는데 이제 좀 속이 후련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의원은 이날까지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오전 9시45분께 지역주민과 실무진, 자원봉사자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김 의원은 2주 뒤인 11월 10일, 100회를 맞는 '민원인의 날'에 대해 "여전히 민원인의 날은 어렵다"면서 "제가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욕을 들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제 앞에서 주민들은 고래고래 고함도 지르고 욕하고 운다"면서 "그런데 이게 '마약' 같은 것이 또 민원을 소소하게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욕하던 분들도 마음이 변하고, 우리팀(김 의원과 사무실 식구)도 심경의 변화가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 의원은 '민원인의 날'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신의 책 '팩트'에서도 "민원 내용을 하나하나 기록하다가 정말로 못 배워서, 힘이 없어서, 세상 물정 몰라서, 고급정보에 접촉할 수가 없어서, 관의 문턱이 너무 높아서 정말 억울하게 당한 사연 앞에서 우리는 변해있었다"고 서술했다. 김 의원은 "제게 민원인의 날은 학교이자 도장"이라면서 "정치의 지식과 경험을 쌓는 면에서는 학교이고 정치에 대한 생사관,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면에서 도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회로 가는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에도 신월동의 좁은 골목길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지역구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김 의원은 "우리 신월동은 고도제한이 있어서 건물 지하에도 사람이 살 수 있게 허가됐다"면서 "원래 골목길이 좁은 데다 (지하에) 주차할 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두르지도 멈추지도 않겠다" 국회에 도착하자 김 의원은 의원회관과 국회 본관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의정활동에 몰두했다. 여의도 정치를 시작한 뒤 줄곧 정무위에서 활동한 김 의원은 지난 4월부터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 종합 국감을 위해 회의실에 앉았지만 국감 이후의 의사일정에 대해 협의도 병행해야 했다. 일단 김 의원의 '미션'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지침으로 내린 2015년도 정부예산안의 상임위 상정일 및 상임위 의결일 협의였다. 새누리당은 예산안의 법정처리기한인 12월 2일 내 처리를 위해 연일 야당을 압박하고 있고, 이날 오전까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오는 11월 6일까지 상임위에서 예산 심사를 마쳐야 한다고 각 상임위 간사에게 전달한 터였다. 김 의원은 정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과 짬짬이 협상했지만 김기식 의원은 난색을 표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또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위증 논란도 김 의원에게 과제로 추가됐다. 그는 보좌진과 짧은 점심식사를 끝낸 후 이번엔 국회 본관에 있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실로 서둘러 달려갔다. 새누리당 소속 상임위원장·간사단 전원이 모여 예산안 심사일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다행이다. 틈이 생겼다"며 서둘러 김기식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의원, 아 이건 별로 어렵지 않잖아요." 전화를 마친 김 의원은 "협상은 꼭 초등학생 기싸움 같다"면서 "기선제압이 필요할 때도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후 정무위 국감은 계속됐고 김 의원은 잠시 짬을 내 의원회관에 들러 징수율을 높인 양천구청 공무원에게 표창장도 수여하며 약소한 선물까지 줬다. 다시 국감장으로 돌아온 김 의원은 오후 질의시간에 최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모뉴엘과 관련해 "사기꾼이 막판에 몰아서 터뜨리고 도망가는데 지금 그 수법과 똑같다. 큰일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에게 "지금이라도 모뉴엘의 유사 케이스를 추려서 시범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최 원장의 "그렇게 조치하겠다"는 답변도 끌어냈다. 김 의원은 의정활동과 지역구활동 병행이 어렵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프리사 페로 신 파우사(sin prisa pero sin pausa)'라는 스페인 명언으로 답을 대신했다. '서두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멈추지도 않는다. ■약력 △46세 △대전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알티캐스트 이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기획위원 △미국 존스홉킨스대 객원연구원 △18·19대 국회의원(서울 양천을)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새누리당 보수혁신위 위원 ■金의원의 입법활동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활발한 입법활동을 벌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으로,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입법활동으로 민생 체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외에도 당내에서 보수혁신특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쇄신작업에 나서고 있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만 11건이다. 올해 들어서 발의한 개정안은 3건으로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이다. 서울 양천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지역 현안으로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 지역 지원 개정안을 내놨다. 항공기 소음 피해구제를 위한 개정안으로, 향후 관련 개정안을 추가 발의할 계획이다. 그의 지역구 내 신월동과 신정동은 근처에 위치한 김포공항에서의 비행기 소음 문제로 인해 여러 민원이 제기돼왔다. 개정안은 공항소음과 관련해 대책사업 종류를 확대하고 소음대책 지역에서 제외된 지역의 경우 소음대책 사업 신청기간을 5년 내 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토록 했다. 김 의원은 "양천 지역은 항공기 등으로 인한 고도제한에 따른 재산권 피해도 있는데 국가의 필요에 의해 김포공항을 유지,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이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니 이에 합당한 피해보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지역구 현안 외에도 그가 속해 있는 정무위원회 관련 입법 활동도 눈에 띈다. 김 의원은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자 '임시중지명령제' 신설 등을 담은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임시중지명령 외 오픈마켓, 포털사이트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에 대한 책임 부과, 디지털 콘텐츠 등에 대한 청약철회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2014-10-28 17:57:5528일 오전 10시 30분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한 취객이 노약자석에 앉아 목소리를 높여 떠들고 있었다. 주변에 앉은 승객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이더니 이내 불쾌한 듯 찌뿌려졌다. 정복을 입고 주위를 살피며 걷던 두 사람이 취객 앞에 멈춰섰다. 지하철 보안관이었다. 취객은 보안관을 몇 번 올려다보더니 곧 고성방가를 멈췄다. ▲ 1호선 지하철 내부를 순찰하는 김환수(좌), 안경희(우) 보안관. 지하철 보안관들은 2인 1조로 관리 구역을 나눠 활동한다. 지난 6월 지하철에서 80대 노인에게 폭언을 퍼붓던 이른바 ‘지하철 막말남’의 모습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어 지난 7월에는 한 50대 남성이 만취한 채 잠든 옆자리 20대 여성을 애인인 척 성추행해 경악케 했다. 지하철 범죄의 심각성이 도를 넘어서자 서울시는 단속 및 예방을 위해 지하철 보안관을 투입, 지난 22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5일째인 28일, 지하철 보안관의 활동을 동행해 취재했다. 28일 오전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역무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맞는 김환수, 안경희 보안관을 만났다. 짧은 머리에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악수를 건네는 김환수 보안관의 단단한 손에서 보안관의 인상이 물씬 느껴졌다. 잠시 쉬었을까. 홍일점 보안관 2명 중 1명인 안경희 보안관의 “형님, 다시 가볼까요?”라는 말과 함께 취재가 시작됐다. 역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역 안과 승강장을 살피는 보안관들의 고개가 쉴새 없이 움직였다. 김 보안관은 “지하철 안은 물론이고 역 안, 승강장을 돌아 다니며 범죄, 잡상인, 취객 단속 등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돕는 모든 일이 지하철 보안관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 지하철 승객을 살피는 보안관(좌)과 승강장을 순찰하는 보안관(우). 지하철에 탑승하자 보안관들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하며 승객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김 보안관은 “그냥 지나치는 것처럼 보여도 손의 위치가 수상하진 않은지, 불편을 겪는 승객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면서 걷는다”고 설명했다. 객차 중간을 지날 무렵, 보안관의 시선이 고개를 숙인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 남성에게 머물렀다. 보안관은 불편한 곳이 없는지 몇 번이고 말을 걸고 살펴본 후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열차를 4~5번 왕복하며 살핀 보안관들이 청량리역에 내렸다. 두 보안관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부터 청량리역까지 5개역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 보안관은 “너무 많은 역을 맡으면 순찰하기 어렵기 때문에 2인 1조로 구역을 나눴다”고 말했다. ▲ 지하철 잡상인을 단속하는 김환수 보안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잡상인이 눈에 띄었다. 김 보안관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안 보안관은 주머니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잡상인이 파는 모습을 찍었다. 단속 증거물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김 보안관이 주의를 주자 잡상인은 몇 번 항의하더니 다음역에서 내렸다. 김 보안관은 “저 정도로 내리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힘든 점이 더 있을 것 같아 질문을 던지자 김 보안관은 “말이 통하지 않는 취객의 경우 주의를 주는 것으로 단속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게다가 힘도 세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하철 보안관에게는 각종 범죄행위 발생시 법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사법권이 아직 없는 상황.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 “보안관들의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법무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사람이 혼잡한 출ㆍ퇴근 시간의 근무는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김 보안관은 “출ㆍ퇴근 시간에는 이동이 쉽지 않지만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는지 살펴본다”면서 “보안관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적발된 건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됐던 ‘지하철 막말남’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그 자리에 있었으면 당장..”하고 눈에 힘을 주며 웃어 보였다. 신설동역에 내려 계단 앞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쩔쩔매던 한 할머니를 도와준 후 역무실에 앉은 두 보안관은 일지를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자의 동행 취재도 한 줄 들어갔다. 한숨 돌린 김 보안관은 “쉴 틈 없이 바쁘지만 승객들의 응원을 들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 보안관은 이어 “한 여성 승객이 ‘예전에 성추행 당했을 때 주위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다들 모른척 해 두려웠는데 보안관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말했을 때 뿌듯했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 시민들이 지하철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humaned@fnnews.com 남형도기자
2011-09-28 18:07:58[파이낸셜뉴스] "안 마셨다고 몇 번이나 말했냐?" 지난 19일 오후 9시 18분께 검은색 벤츠 차량을 몰던 중년 남성 A씨는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연거푸 불만을 드러냈다. 현장을 담당하던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이모 경장은 "기계가 예민하기 때문에 팥빵 등만 먹어도 감지될 수 있다" 설명에도 "당신 어디서 무슨 부서 소속이야. 무슨 권리로 나를 붙잡아 놓냐"고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경찰 역시 단호했다. '교통단속처리지침'에 따라 비접촉감지기가 A씨의 차량에서 반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음주단속은 도로 교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런 단속 요청을 무시하는 운전자들은 여전했다. 토요일인 전날 밤 기자가 동행한 경찰의 단속 현장 모습은 '음주운전 위험 불감증'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찰에 따르면 비접촉감지기가 울릴 경우 경찰관은 2차 측정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운전자가 여러 명 눈에 띄었다. 혹은 실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아 놓고도, 반성 대신 '운 나쁘게' 걸렸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날 오후 9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수유리 먹자골목과 수유CGV 사이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했다. 단속은 도로 안전을 위해서 이뤄졌다. 최우성 교통과 교통안전2팀장은 "음주운전은 운전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의 목숨도 앗아가는 만큼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단속 대상은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와 킥보드, 개인형 이동수단(PM)까지 다양했다. 음주운전은 바퀴가 달린 탈것, 정확히는 동력장치와 바퀴가 전동장치(동력을 기계 부품에 전달해 주는 장치)로 연결된 모든 탈것에서 금지되기 때문이다. 음주단속은 2단계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비접촉감지기를 통해 차 안 공기 중 알코올 여부를 확인한 다음, 감지기가 반응을 보일 경우 입을 헹구고 호흡측정기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다. 현장에선 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에 불만을 표하는 시민들이 다수 포착됐다. 앞선 A씨 외에 다른 중년 남성 B씨는 경찰관이 2차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오히려 경찰관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0%으로 뜨자 그는 "기계 오류로 나를 잘못 불렀으면 사과를 하라"며 "미안하다 이야기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삿대질했다. 최 팀장은 "단속 당하신 분들의 경우 대개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며 "재수가 없어 나만 걸렸다는 식의 하소연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했다. 단속에 걸린 운전자는 총 3명이었다. 차량 운전자 1명과 자전거 운전자 2명이다. C씨 역시 이들 가운데 1명이다. 그는 수유리 먹자골목 인근에서 검은색 스타렉스를 운전하다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그는 "딱 200m밖에 차 안 몰았어요. 근처 마사지센터에서 술 깨고 가려 했다니깐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감형 받을 방법을 알고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32%였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이동혁 기자
2024-10-20 02:19:27[파이낸셜뉴스] 지난 28일 새벽 1시3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A클럽. 강남경찰서 합동단속팀과 함께 찾아간 클럽 지하 2층은 붉은 조명과 드라이아이스 연기로 가득 차, 육안으로는 조그만 사물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단속팀은 손전등을 꺼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 구석구석을 확인한 뒤 남자화장실 쓰레기통, 천장까지 샅샅이 뒤져 나가는데 거침이 없었다. 쓰레기통은 아예 뒤집어 버린 뒤 내용물을 하나하나 만지고, 천장은 뜯어보기도 했다. 바닥에 떨어진 가루 등 이물질과 벽 사이 공간도 단속팀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하 3층 여자화장실 역시 같은 방법으로 점검했다. 이들 단속팀이 꼼꼼하게 클럽 전체를 수색하는 것은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만연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직접 손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기고, 구매자가 찾도록 하는 수법이다. 이런 ‘던지기’에 주로 이용되는 장소가 화장실이고, 쓰레기통이며, 천장, 벽 사이 등이다. 다행인지, 이날 단속팀의 50여분간 계속된 수색에도 마약 던지기나 약물 투약 등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소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엔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클럽 화장실 입구엔 ‘2인 이상 화장실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었다. 마약 투약 우려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기고 2인 이상 화장실에 들어가면 가드라고 불리는 클럽 관계자가 이유를 불문하고 경찰에 즉각 신고한다는 게 클럽 측의 설명이다. 배태형 A클럽 안전관리책임자는 "업장도 마약 근절을 위해 75개가량의 CCTV를 설치했다"며 "경찰의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영상을 즉각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단속팀이 클럽에 들어서자, 출입문 앞에서 입장을 대기하고 있던 20여명은 발길을 돌리거나 멀찍이 지켜보며 거리를 뒀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씨(26)는 “그래도 경찰이 단속하고 있으니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남경찰서 특별단속팀의 클럽 수색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마약 사범과의 ‘전쟁’ 일환이다. 최근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마약 유통이 다양해지면서 ‘던지기’ 장소로 클럽 등 유흥가도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경찰은 같은 날 강남뿐만 아니라 용산, 서초 등에도 마약수사팀 10명, 형사기동대 1개반, 기동순찰대 7명과 소방, 서울시청, 강남구청 등의 직원들과 합동 현장 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올 연말까지 마약 집중 단속 기간으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현장 검증을 통해 시민들에게 주의를 강조할 계획이다. 박원식 강남경찰서 형사과장은 "국민의 평온한 삶을 깨는 것이 마약"이라며 "마약류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사회 속으로 파고드는 장소가 클럽 등 유흥가인 만큼. 경찰은 강력하고 철저하게 단속하고 엄정 수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유흥가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지난 2021년 161명에서 2022년 454명, 2023년 686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인 1∼7월에만 358명이 붙잡혔다. 유흥가 마약류 사범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5%에서 2022년 3.7%, 2023년 3.9%, 올해(1∼7월) 4.2%로 증가 추세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4-09-28 20:43:31[파이낸셜뉴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은행권의 서민정책금융 취급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연체율 공시에서 서민금융상품 연체율을 빼는 방법까지 고민해봤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은 서민정책금융 상품을 '건전성 관리' 명목으로 기피하지 않도록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이날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상생금융 간담회'를 갖고 대구은행 측의 비대면 서민금융 '햇살론뱅크' 현황과 건의 사항 등을 청취했다. 강문성 대구은행 개인여신기획팀장은 "직원들이 영업점에서 연체발생 우려 때문에 서민금융 파트 지원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라며 "그래서 관련 상품의 비대면화를 추진하고 (연체율과 관련된 부분을) 평가 시 제외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민정책금융 상품 취급 시 은행 측의 애로사항이 있다며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강 팀장은 "은행의 연체율 지표나 연체율 평가 시에 서민금융상품 연체율은 제외하거나 관련 지표를 완화해서 당국이 (은행권의 서민금융 취급을) 조금 더 적극 지원하면 어떨까 한다"며 연체율 지표 개선을 제안했다. 또 서민금융지원 우수기관에 대한 인센티브와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자금 배정 강화 등을 요청했다. 강 팀장은 "서민금융지원 우수기관에 대해 현재로서는 수상 외에 실질적 유인책이 없다"라고 했다. 이에 강 팀장은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자금을 더 배정해주는 등 유인책이 생기면 지역은행도 서민금융 취급을 늘리고 그러면 지역의 소상공인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서 자금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실질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 연체율 지표에서 서민금융상품 연체율을 빼는 것에 대해 "저희도 보고 있었다"면서 서민정책금융을 취급하는 금융사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은행에서도 일선 창구에서 노력하는 직원들을 위해 여러 면제제도를 만들어주고 있는데 당국 입장에서는 서민정책금융상품 연체율을 빼는 방법까지 고민해봤다"면서 "정책금융 관련 연체율을 빼면 어떻게 공시할지, 정책금융 관련 노력을 어떻게 할지 등 이런 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이 원장은 서민정책금융상품 취급으로 은행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기본 방향이라며 한국은행 저금리 대출 지원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4-03 21:32:45[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민정책금융상품 햇살론 상환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DGB대구은행 본점에서 상생금융 간담회를 갖고 대구은행 측의 "서민금융상품 햇살론, 햇살론뱅크의 상환기간을 새희망홀씨대출과 같이 7년으로 연장해달라"는 제안사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차명훈 대구은행 상주지점 대리는 간담회에서 "햇살론과 햇살론뱅크 모두 만기가 최장 5년이라 고객들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며 "새희망홀씨대출은 상환기간이 7년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서 (고객이 상품 가입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 대리는 "햇살론, 햇살론뱅크 또한 상환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하면 상환기간 부담을 가진 고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햇살론 상환기간 연장을 건의했다. 이에 이 원장은 "5년을 7년으로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검토 가능한 부분"이라며 향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의 비대면 정책서민금융상품 '햇살론뱅크'는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 대출을 성실히 상환하고 부채 또는 신용도가 개선된 저신용, 저소득자를 위한 상품이다. 최대 2500만원을 최장 5년간 빌려주고 금리는 대구은행 기준 8.79%다. 당초 햇살론뱅크는 2021년 10월 출시된 첫 해 판매금액이 12억원으로 미미한 수진이었지만 지난 2월 비대면 상품으로 탈바꿈해 출시한 지 한 달 만(3월 20일 기준)에 564억원이 판매됐다. 대구은행은 측은 "고객의 편의성, 접근성을 대폭 개선한 결과"라며 "영업점 방문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던 대기시간을 비대면으로 하고 자동화된 고객정보 심사를 통해 2~3분 만에 대출승인 여부를 결정, 5분 내 대출시행까지 이뤄져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4-03 16:5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