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시화호에서 발견된 토막시신은 부겸 결과 두부 손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체 곳곳에서 예리한 흉기에 의한 손상도 발견됐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8일 시신을 부검한 국과수 부검 결과, "변사자의 1차 사인은 외력에 의한 두부손상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얼굴뼈의 복잡 골절과 갈비뼈 골절에 이어 오른팔과 오른쪽 폐에 예리한 흉기로 인한 손상도 관찰됐다. 이어 변사자는 법치의학적 소견으로 40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왼쪽 위 첫째 큰어금니에 금니 보철이, 왼쪽 위 둘째 큰 어금니와 왼쪽 아래 첫째, 둘째 큰 어금니 등 3곳에 아말감 치료를 한 흔적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 1일 오후 3시 5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내 불도방조제 입구 근처 한 배수로에서 마대에 담긴 남성 하반신 시신이 발견된 데 이어 3일 오후 2시께 대부도 북단 방아머리선착장 인근 시화호쪽 물가에서 상반신이 발견됐다. DNA 분석 결과 하반신 시신과 상반신 시신은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16-05-04 16:05:33[파이낸셜뉴스] 울음을 달랜다며 생후 100일 된 아기를 위로 던졌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친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4형사부(부장 구창모)는 과실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숨진 아이의 친부 A씨에게 금고 1년 9개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형이 강화됐다. A씨는 2018년 11월 16일 오후 6시쯤 대전 대덕구 자택에서 우는 아들 B군을 달랜다며 천장을 향해 던졌다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생후 100일 된 B군은 두개골 골절, 경막하 출혈, 뇌진탕 등의 두부 손상으로 이틀 뒤 숨졌다. B군이 이송된 병원의 의료진은 B군의 상태를 살핀 뒤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A씨는 그로부터 한 달가량 전에도 아기를 씻기다가 떨어뜨려 병원을 다녀오기도 했다. 아내이자 피해 아동의 어머니와 A씨 친구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아이가 울고 보채서 귀찮다”, “싫고 짜증난다” 등의 말을 하거나, “꼬집고 밟았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가 반성하고 있고 동시에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걸 고려해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은 법원에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생후 3개월에 불과한 피해 아동에게 매우 위험하고 비상적인 행동을 하던 중 과실로 피해자를 숨지게 한 피고인에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사정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은 아이가 울고 보채서 귀찮다는 이유로, 고의로 피해 아동의 몸을 발로 짓밟거나 등 부위를 세게 때리고 꼬집는 등 아동을 학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친아버지로부터 학대만 당하다가 숨진 생후 3개월 된 아이는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느꼈을 고통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다만, 반성하고 있는 점과 (동시에 음주운전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형이 동시 판결된 걸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14 05:17:34[파이낸셜뉴스] 중증외상은 운수사고와 추락·미끄러짐이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고 주요 손상 부위는 머리와 가슴인 것으로 나타났다.22일 질병관리청의 '2023년 지역사회기반 중증외상조사' 통계 결과에 따르면 중증외상은 주로 운수사고(49.1%)와 추락·미끄러짐(43.8%)으로 인해 발생했다. 또 중증외상 발생 시 손상 부위는 주로 두부(42.4%)와 흉부(32.7%), 하지(13.5%)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상의 중증도를 낮추기 위해 안전모 등 안전장비 착용이 매우 중요함을 의미한다. 중증외상 환자 총 8192명 중 남자 비중은 72%, 여자는 28%를 차지했고,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2.7%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증외상 환자의 치명률(사망)은 54.7%(4485명)로 전년 56.3% 대비 소폭 감소했고 지난 2016년 60.5%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생존자 중 73.8%는 장애가 발생하였고, 28.8%의 환자는 중증장애가 발생했다. 장애율은 2016년 62.8%에서 2023년 73.8%로 증가하였으며, 중증장애율은 2022년까지 감소추세였으나, 2023년 28.8%로 증가했다 중증외상 환자 중 운수사고의 비율은 감소(2016년 59.6%→2023년 49.1%)한 반면, 추락·미끄러짐은 2016년 33.5%에서 2023년 43.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운수사고가 감소하고는 있으나, 최근 사회변화로 인해 개인형 이동장치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따른 손상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보행자, 차량 등의 운수사고로 인한 중증외상 환자는 모두 감소한 반면, 개인형 이동장치 등이 포함된 기타 유형으로 인한 중증외상 환자는 2016년 34명(0.7%)에서 2023년 103명(2.6%)으로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질병청에서 지난해에 공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사용 중 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75%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사용에 대한 인식제고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질병청은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에 따른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사용 지침을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 보급할 예정이다. 지난 2023년 중증외상은 주로 도로 및 도로 외 교통지역(49.0%)과 집·주거시설(25.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중증외상의 발생원인으로 운수사고와 추락·미끄러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성과 관련된다. 일상생활 중에 발생하는 사고가 중증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제고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간이조사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 환자 중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는 지난 2023년 기준 75.0%로 나타났고, 중증 외상 환자의 손상부위가 두부인 경우가 4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헬멧착용에 대한 인식제고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중증외상의 치명률이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으나, 중증외상은 생존하더라도 평생 장애가 남을 수 있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을 초래한다"며 "이송 및 긴급대응 체계 개선 등 국가 차원의 관리와 개인의 인식제고가 함께 수반돼야 하는 만큼, 정부기관 및 지자체 등 유관부서와 손상예방을 위한 정책·제도를 적극 마련하고 예방수칙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5-01-22 08:43:26[파이낸셜뉴스] 생후 25개월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18일 대전경찰청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30대 남편 A씨와 아내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6일 대전 서구 거주지에서 C양(2)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시6분께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들 부부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는 심정지 상태인 C양을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C양은 이날 오전 10시48분께 결국 숨을 거뒀다. 의료진들은 C양의 몸에서 멍 등 학대를 의심할 만한 흔적을 발견하고 경찰에 이들 부부를 신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학대 정황을 확인했다. 국과수는 C양의 시신을 부검한 뒤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지난 17일 A씨 부부를 긴급 체포했다. 이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육아 스트레스 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 부부에게 다른 자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관계기관과 협조해 자녀들을 안전한 곳으로 분리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자녀들에게도 학대 정황이 있었는지 등 전반적인 범행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12-19 09:15:13[파이낸셜뉴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가 "추운 곳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라는 것이다. 많은 일반인은 입이 돌아간 듯한 모습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하지만, 이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장애를 불러올 수 있는 ‘안면신경마비’ 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정미 강릉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추운 곳에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는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체온이 낮아진 상태에서는 면역 기능이 떨어져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는데, 감염은 안면신경마비의 주원인이다”고 25일 발표했다. 박 교수는 “낮은 기온은 면역 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율신경계에도 교란을 준다”며 “추운 곳에서는 얼굴 및 두부 근육과 혈관이 수축하면서 안면 부위의 혈액순환도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안면신경마비가 더 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신경이 마비되는 질환으로 대부분 편측(한쪽 얼굴)에만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정상 쪽 얼굴만 움직일 수 있어, 얼굴이 전반적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게 되는 질환이다. 이마부터 입까지 주름을 잡을 수 없고, 한쪽 입을 움직이기 어려워 양치를 하거나 식사를 할 때 마비된 쪽으로 침이나 음식물을 흘리기 쉽다. 또한, 마비가 온 쪽 얼굴의 눈이 잘 감기지 않아 눈이 뻑뻑하고 흐려 보일 수 있으며 고막에도 영향을 주어 소리가 울려 들리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감염, 종양, 외상, 선천성 질환 및 대사성 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크게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 뇌질환으로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 말초신경계(뇌 바깥의 신경경로)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나뉜다. 이 중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전체의 약 80~90%를 차지한다.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원인이 되는 뇌질환에 따라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시야장애,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귀 먹먹함, 귀 뒤 쪽의 통증, 미각 이상, 눈물 또는 침 분비량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저절로 낫는 것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치료 골든타임을 벗어나면 후유증이 남아 영구 장애 확률이 높아진다.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은 48시간 이내로, 늦어도 3일 안에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즉, 최대한 빨리 병원을 내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골든타임이 지난 환자의 약 30%는 완전 회복이 되지 못하고 후유증이 남게 된다”며, “골든타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영구 장애 확률을 절반인 약 15% 정도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비가 온 쪽의 눈을 보호하는 일이다. 눈이 잘 감기지 않으면 우리 눈의 표면인 각막이 공기에 계속 닿게 되어 노출성 각막염이 생길 수 있어 수시로 인공눈물을 넣어 각막을 보호해야 한다. 더불어 안면신경마비 발생일로부터 약 1~2주간은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시기로, 이 기간에는 마비된 얼굴에 심한 자극이 가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11-25 09:24:51[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실종된 10살 소녀가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에 의해 발견돼 구조됐다. 소녀는 평소 몽유병을 앓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집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ABC '굿모닝 아메리카(GMA)'에 따르면 페이튼 생티냉(10)은 지난 14일 오후 10시께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에 있는 집 근처 숲속에서 실종됐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생티넌과 가족, 이웃을 비롯해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숲속 곳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티넌을 찾던 중, 사냥꾼들이 쓰는 트레일 카메라로 그를 발견했다. 그러던 중 드론 조종사인 조시 클로버가 소녀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수색에 합류했다. 그는 열화상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띄웠고, 20분 만에 생티넌을 발견했다. 페이튼은 숲속에서 땅바닥에 웅크려 누워 곤히 잠들어 있었다. 루이지애나주 웹스터 패리시의 보안관 제이슨 파커는 "모기에게 물린 것 외에는 페이튼은 완벽한 상태였다"며 아이가 무사히 발견된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평소 몽유병 증세가 있던 페이튼은 잠든 상태로 집에서 약 2.4km 떨어진 곳까지 걸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몽유병 환자 대부분은 8~12세 어린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문제는 어린 시절 겪었던 몽유병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몽유병은 보통 수면 전반기 3분의 1 과정에서 나타난다. 몽유병 발생 위험 요인으로 지속적인 수면 부족, 갑상샘항진증, 두부 손상, 편두통, 수면무호흡증, 생리 전 증후군, 과도한 음주 등이 꼽힌다. 신경정신과 약물 복용, 큰 소리 또는 빛 등의 외부 자극으로도 몽유병을 겪을 수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9-26 14:26:45[파이낸셜뉴스] 치매는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증가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아쉽게도 이미 치매로 진행한 경우 다시 인지기능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치매가 멀쩡하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다. 다시 말해 사전에 대응할 기회는 분명 존재한다. 황보송 인천세종병원 과장은 “치매의 여러 위험인자를 더 젊은 시기에 발견해 교정 및 치료하면 그 위험성을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20일 밝혔다. 치매의 사전적 정의는 ‘지적 능력의 상실로 사회적 혹은 직업적 기능이 심각하게 방해받는 상태’다. 쉽게 말하면 인지기능 장애가 심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우를 뜻한다. 치매라고 해서 다 같은 치매는 아니다. 인지 저하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유형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임상소견과 진행 상황도 달라진다. 본인 스스로 인지 저하를 호소하나, 인지검사에서는 정상인 경우를 ‘주관적 인지장애’라고 한다. 또 인지검사에서 저하가 확인되나, 사회생활 및 직장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정도를 ‘경도 인지장애’라고 한다. 대부분 치매 환자들은 이 같은 주관적 인지장애, 경도 인지장애 단계를 거쳐 서서히 인지기능이 떨어지다 치매로 진행한다. 치매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기여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치매의 ‘위험인자’라고 한다. 중년기의 당뇨병,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 위험인자와 중년기의 과도한 알코올 섭취, 흡연,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 위험인자는 치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년기의 우울증과 두부손상 등도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기타 위험인자다. 반면, 중년기의 꾸준한 ‘인지자극활동’은 치매의 위험성을 낮추는 인자로 작용한다. 황보 과장은 “치매 위험인자를 조기에 교정 및 치료하면 치매 위험성을 최대 45%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노년기보다 중년기에 치매 위험성을 높이는 위험인자들이 더 많은 만큼, 중년 이전 나이부터 조기에 이런 위험인자를 교정하고 치매 예방 활동을 지속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세종병원은 별도 치매 전문센터를 운영하며 인지 저하 환자에 대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 혈액검사, 뇌 MRI 등 치매 검사나 진단, 약물 처방뿐만 아니라, 환자의 현재 인지 저하의 원인과 위험인자를 파악해 치매 예방 및 진행 속도 지연 등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통상 치매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초진, 검사, 검사 결과 확인 등 3차례 병원 방문이 필요한데, 인천세종병원은 같은 날 초진 및 검사를 한꺼번에 하는 ‘치매 원스톱서비스’를 시행하며 환자 및 보호자의 불편함을 줄이고 있다. 황보 과장은 “치매 위험인자를 조기에 교정 및 치료하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치매는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건강 문제인 만큼, 조기 발견을 위해 그 누구보다 가족이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9-20 09:37:49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이면 다한증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다. 다한증은 전신 또는 국소 부위에 필요 이상으로 땀이 분비되는 증상으로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의료진들은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이 되면 다한증 환자들은 손·발·겨드랑이가 젖을 정도로 땀 배출이 많아져 심하면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29일 경고했다.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뉘는 '다한증'다한증은 원인에 따라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선천성 다한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건강한 상태에서 특정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를 말한다. 후천성 다한증은 중추신경에서부터 말초신경에서 발생되는 불안이나 우울감 같은 신경질환,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 두부 손상 등에 합병돼 나타나는 경우다. 이 증상은 젊은 층에서 약 3% 정도 발생하며, 환자의 약 30~50% 정도가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 다한증은 일반적으로 신경학적, 정신적, 유전적 요인이 증상의 호전과 악화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체 외부 자극에 대응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자율신경계, 즉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중에서 교감신경 항진에 의해 정상적인 체온 유지 이상으로 과한 땀 분비가 일어나고 땀 억제 조절이 되지 않아 다한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땀에 대해 의식하고 긴장하고 당황하게 되면, 감정에 의해 뇌의 변연계가 자극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노르에피네프린이 분출되고, 교감신경계 기능을 다시 흥분시켜 땀 분비량을 더욱 증가시킨다. ■대인기피증·우울증으로 이어져다한증은 환자 본인의 불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까지 의식되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다한증으로 강박증 또는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 신경정신과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있다. 반대로 신경정신과 질환을 앓으면서 얼굴땀 증상이 나타나는 안면다한증이나 손, 발다한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땀 냄새라도 나지 않을까'하는 심리적 불안감이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다. 다한증은 심리적 긴장, 불안상태와 관련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다한증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다한증이 치료되면서 발한량이 줄어들어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이 해결되자 불안과 긴장도, 사회적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강남나누리병원 심혈관흉부외과 김인광 소장은 "올해는 여름철 무더위가 지속된 탓에 지난 6월부터 다한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10대에서 4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취업, 학교, 가정 등 다한증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있음에도 참다가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한증으로 인해 의기소침하고 소극적인 성향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기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다한증 증상에 따라 치료법 달라다한증은 증상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따라서 근거 없는 속설이나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문 병원에서 맞춤형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환자에 수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땀이 많이 나는 경우, 특정 부위에 과도한 땀이 나는 경우에는 수술이 권장된다. 특히 별다른 질환 없이 손, 발, 겨드랑이 등에 눈에 띄는 과도한 발한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좌우 대칭적으로 땀이 나는 경우 △1주일 1회 이상 과도한 땀이 나는 경우 △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 △가족 중 다한증이 있는 경우 △25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 경우 △땀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낮아진 경우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치료가 필요한 다한증으로 진단한다. 다한증의 비수술적 치료는 국소적으로 약을 바르거나 약물치료(항콜린성 약물 및 진정제), 보톡스 주사치료 등이 있다. 다만 이 방법은 약 처방을 중단하거나 시술을 중단하면 재발한다는 한계가 있다. 수술적 치료는 흉강내시경을 이용한 교감신경절제술로 진행된다. 흉강내시경 교감신경절제술은 수술 상처가 거의 없고,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해 빠른 일상 복귀가 장점이다. 수술 부위는 주로 안면, 손, 발바닥, 겨드랑이 등의 국소적 다한증 치료를 위해 시행되며 효과 지속 기간도 영구적이어서 다른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많이 적용된다. 한방으로도 다한증 치료도 가능하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김관일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다한증을 치료할 때 땀샘을 막는 약을 쓰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과다한 부분을 덜어내 전체적 균형을 맞춰 땀의 분비를 정상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8-29 18:18:31#OBJECT0# [파이낸셜뉴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이면 다한증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다. 다한증은 전신 또는 국소 부위에 필요 이상으로 땀이 분비되는 증상으로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의료진들은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이 되면 다한증 환자들은 손·발·겨드랑이가 젖을 정도로 땀 배출이 많아져 심하면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29일 경고했다.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뉘는 '다한증' 다한증은 원인에 따라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선천성 다한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건강한 상태에서 특정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를 말한다. 후천성 다한증은 중추신경에서부터 말초신경에서 발생되는 불안이나 우울감 같은 신경질환,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 두부 손상 등에 합병돼 나타나는 경우다. 이 증상은 젊은 층에서 약 3% 정도 발생하며, 환자의 약 30~50% 정도가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 다한증은 일반적으로 신경학적, 정신적, 유전적 요인이 증상의 호전과 악화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체 외부 자극에 대응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자율신경계, 즉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중에서 교감신경 항진에 의해 정상적인 체온 유지 이상으로 과한 땀 분비가 일어나고 땀 억제 조절이 되지 않아 다한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땀에 대해 의식하고 긴장하고 당황하게 되면, 감정에 의해 뇌의 변연계가 자극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노르에피네프린이 분출되고, 교감신경계 기능을 다시 흥분시켜 땀 분비량을 더욱 증가시킨다. 대인기피증·우울증으로 이어져 다한증은 환자 본인의 불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까지 의식되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다한증으로 강박증 또는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 신경정신과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있다. 반대로 신경정신과 질환을 앓으면서 얼굴땀 증상이 나타나는 안면다한증이나 손, 발다한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땀 냄새라도 나지 않을까'하는 심리적 불안감이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다. 다한증은 심리적 긴장, 불안상태와 관련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다한증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다한증이 치료되면서 발한량이 줄어들어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이 해결되자 불안과 긴장도, 사회적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강남나누리병원 심혈관흉부외과 김인광 소장은 "올해는 여름철 무더위가 지속된 탓에 지난 6월부터 다한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10대에서 4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취업, 학교, 가정 등 다한증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있음에도 참다가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한증으로 인해 의기소침하고 소극적인 성향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기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다한증 증상에 따라 치료법 달라 다한증은 증상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따라서 근거 없는 속설이나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문 병원에서 맞춤형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환자에 수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땀이 많이 나는 경우, 특정 부위에 과도한 땀이 나는 경우에는 수술이 권장된다. 특히 별다른 질환 없이 손, 발, 겨드랑이 등에 눈에 띄는 과도한 발한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좌우 대칭적으로 땀이 나는 경우 △1주일 1회 이상 과도한 땀이 나는 경우 △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 △가족 중 다한증이 있는 경우 △25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 경우 △땀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낮아진 경우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치료가 필요한 다한증으로 진단한다. 다한증의 비수술적 치료는 국소적으로 약을 바르거나 약물치료(항콜린성 약물 및 진정제), 보톡스 주사치료 등이 있다. 다만 이 방법은 약 처방을 중단하거나 시술을 중단하면 재발한다는 한계가 있다. 수술적 치료는 흉강내시경을 이용한 교감신경절제술로 진행된다. 흉강내시경 교감신경절제술은 수술 상처가 거의 없고,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해 빠른 일상 복귀가 장점이다. 수술 부위는 주로 안면, 손, 발바닥, 겨드랑이 등의 국소적 다한증 치료를 위해 시행되며 효과 지속 기간도 영구적이어서 다른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많이 적용된다. 한방으로도 다한증 치료도 가능하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김관일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다한증을 치료할 때 땀샘을 막는 약을 쓰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과다한 부분을 덜어내 전체적 균형을 맞춰 땀의 분비를 정상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8-28 20:28:47[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영조는 평소 위가 약해서 자주 배가 아팠다. 배는 항상 냉하고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의관들은 산증(疝症)으로 진단을 해서 이중탕과 과 같은 처방했다. 산증이란 냉기로 인해서 아랫배가 뒤틀리면서 아픈 증상을 말한다. 크게 봐서 산증은 냉증의 일종으로 기능성 위장장애에 속한다. 영조는 즉위하고 나서 평소 반총산(蟠蔥散)과 함께 이중탕(理中湯)을 즐겨서 복용했다. 반총산은 훗날 자신의 주인으로 삼았다고 할 정도였다. 이중탕도 마찬가지로 이중탕으로 효과를 많이 봐서 건공이중탕(建功理中湯)이란 벼슬까지 내렸었다. 이중탕은 인삼, 백출, 복령, 감초로 구성된 처방이다. 역시 냉증으로 인한 복통에 특효한 처방이다. 그런데 반총산이나 이중탕만으로도 영조의 복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영조의 위장장애는 시간이 지나면서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영조 20년(1744년), 영조는 어느 봄날 회충을 토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현기증을 느끼면서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럽더니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진정이 되었다. 이러한 증상은 예전의 담기(痰氣) 때문에 어지러운 것과는 달랐다. 회충을 토한 이후로는 더욱더 기운이 없고 배는 더 고픈 듯 불편해 졌다. 의관들은 안회이중탕(安蛔理中湯)을 처방했다. 안회이중탕은 이중탕에서 감초를 빼고 포건강, 천초(川椒, 제피열매), 오매(烏梅, 구운매실)를 넣은 것으로 비허증(脾虛症)과 함께 회충으로 인한 복통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안회(安蛔)는 회충으로 인한 증상은 안정시켜준다는 의미다. 이중탕이 기본방이 된 이유는 회충의 증상도 냉증과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영조는 안회이중탕으로 복부 불편함은 다소 진정이 되는 듯해서 자주 복용했다. 영조 24년(1748년), 영조는 한 여름에 신하들을 갑자기 불러들였다. “내가 일찍이 회기(蛔氣, 회충의 기운)가 있다고 하교한 바 있다. 무언가 목으로 치밀어 오르는 듯하고 구역감이 있다. 내의원에서 생강차를 올려서 먹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안회이중탕을 복용하면 배가 편한 듯하지만 그때뿐이다. 어찌 이것을 잡지 못하는 것이냐?”라고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한 의관이 “회기(蛔氣)가 도는 것은 위가 냉한 것 때문이오니 사군자나 오매를 차로 마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의관이 거들면서 “사군자나 오매에 추가로 빈랑과 천초를 넣어서 차로 마시면 회충이 저절로 내려가서 방해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또 한 의관이 “무엇보다 천초가 좋습니다. 천초는 여염집에서도 뱃속에 회충이 있을 것을 염려한 까닭에 마땅히 상복하는 약재입니다.”라고 했다. 영조는 “천초는 제피나무의 열매 아니더냐?”하고 물었다. 영조는 평소에 치통으로 고생을 했는데, 그때마다 천초로 치통을 치료한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잘 익은 천초는 색이 붉어서 홍초(紅椒)라고도 부르는데, 껍질을 볶아서 가루내서 물에 타서 먹거나 음식을 조리할 때도 넣었다. 옛날에 민간에서는 천초를 먹으면 회충이 사라진다고 해서 많이 먹었다. 영조는 천초가루를 먹으면 구역감도 줄어들고 복통도 잠잠해졌다. 영조는 천초 이외에도 고추장도 많이 먹었다. 영조 25년(1749년) 영조는 초가을 어느 날, 의관들에게 “내가 요금 콩밥도 싱겁고 보리밥도 싱거워서 몇 숟가락을 먹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천초 같은 것과 고추장을 좋아한다. 이것은 식성이 점차 어릴 때와 달라진 것이냐 아니면 역시 위기가 약해져서 그런 것인가?”하고 물었다. 사실 영조는 배가 냉하고 회충이 있어서 천초와 고추장과 같은 기운이 열(熱)하면서 맵고 자극적인 것들 즐겨 먹게 된 것이다. 영조는 수라상에 수시로 고추장을 진어하도록 했다. 고추장은 음식이기 때문에 임금의 수라를 담당하는 사옹원에서 맡아야 했는데, 영조의 수라상에 올리는 고추장은 내의원에서 맡았다. 내의원에서는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 진어했다. 먼저 대두 1말을 푹 삶고 백미 2말을 곱게 갈아 함께 찧어 탱자나 작은 참외 크기만 한 메주를 만들어 솔잎에 놓고 온돌방에 두었다. 메주가 마르면 소금 3되, 고춧가루 3술로 장을 만들어 앞의 재료의 양에 따라 넣고 반죽하여 항아리 속에 담았다. 그 뒤에 찹쌀 1말로 밥을 지어 식으면 달걀만 한 환을 만들어 항아리 안쪽 가장자리에 두고 해가 드는 곳에서 익혔다. 날이 추울 때는 햇볕에 두고, 더울 때는 그늘에 두었다. 그렇게 보관해 놓고 수시로 꺼내서 진어했다. 당시 고추장은 약이었다. 허리나 옆구리, 어깨에 담이 결리고 아플 때 고추장 1숟가락과 꿀 1숟가락을 섞어 물에 타서 따뜻하게 복용하기도 했다. 종기가 처음 생기면 고추장으로 떡을 만들어 종기에 붙였다. 그렇게 하면 종기가 쉽게 화농되면서 빨리 아물었다. 영조는 고추장을 먹으면 입맛이 돌고 뱃속의 냉감도 줄면서 속도 편했다. 수의가 묻기를 “요즘 약방에서 계속해서 고추장이 잘 진어되고 있습니까?”라고 했다. 영조는 “그렇다. 그런데 요즘 내의원에서 만든 것보다 지난달 초에 들여온 고추장이 매우 좋았다. 맛이 다르니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자 의관은 “전하께서 말씀하신 고추장은 조종부집안의 것입니다. 그것으로 다시 들여옵니까?”라고 했다. 영조는 “그렇게 하라.”라고 했다. 영조는 내의원 고추장보다는 사헌부 지평인 조종부(趙宗溥) 집안에서 만든 고추장을 좋아했다. 흥미롭게도 영조가 최고로 여겼던 고추장을 만든 조종부는 순창 조(趙) 씨다. 그렇다고 영조에게 고추장을 순창에서 만들어서 올린 것은 아니다. 당시 조종부는 한양에 살았다. 영조 29년(1753년), 영조의 회충은 여전했다. 심지어 또다시 회충을 토하기도 했다. 어느 봄날, 영조는 입안으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있어서 입을 크게 벌리고 토해냈다. 양손에 올려놓고 보니 3~4촌 길이의 회충이었다. 요즘 길이로 하면 10~12cm 정도다. 약 10년 전에도 회충을 토한 적이 있었는데, 잠잠하다가 다시 토한 것이다. 영조는 원래 위장이 약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이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더더욱 비위(脾胃)가 상해서 수라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심지어 “나는 식욕이 없어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토해낸 회충은 통통하니 내 기혈을 모두 빨아먹었던 것이 아니냐?”라고 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의관들은 걱정하는 영조에게 “민 판부사 또한 회충을 토한 적이 있습니다. 회충을 토하는 일은 빈번하게 있는 일이오니 너무 상념하지 마시옵서서.”라고 했다. 영조는 증상이 불편할 때면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 좋아하던 고추장도 물렸다. 의관들은 그때면 안회이중탕을 조제해서 복용하게 했다. 안회이중탕은 언제나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다. 몇 년 후에도 영조는 회충을 토해서 의관들을 불렀다. 영조는 죽을 먹고 난 직후 연한 홍색의 회충을 토했다. 의관들은 이중탕에 오매를 넣어서 처방을 했다. 안회이중탕보다는 약한 처방이었다. 그러면서 수라상에 반찬으로 다시 고추장을 올렸다. 영조는 무엇보다 고추장을 먹으면 속이 편했다. 영조는 70세가 넘어서도 고추장을 즐겨 먹었는데, 심지어 고추장을 송이버섯, 생복, 새끼 꿩고기와 비견되는 맛으로 평가해서 늙어서도 입맛을 잃지 않은 것을 고추장 때문으로 여겨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영조가 즐겼다는 고추장은 승정원일기 등에 고초장(苦椒醬), 고초장(苦草醬), 호초장(胡椒醬), 초장(椒醬)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붉은 고추는 이미 임진왜란(1592~1598년)을 거치면서 조선 땅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요즘의 우리가 먹는 붉은 고추장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천초(川椒)로 만든 것도 초장(椒醬)이라고 했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고추도 초(椒)의 일종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천초(川椒)로 천초장(川椒醬)이나 초시(椒豉)를 만들었다. 천초장은 고추 대신 천초를 이용해서 만든 장이다. 그리고 초시는 천초 열매와 두시(豆豉, 메주콩)를 섞어서 만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천초장이 고추가 유입되면서 빨간색 고추장으로 발전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조가 즐겨 먹었던 것이 천초장이던 고추장이던지 모두 영조의 속이 냉해서 나타나는 복통과 회충에 의한 증상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고추장은 내의원에서도 만들었으니 약이라고 할만하다. * 제목의 〇〇〇은 ‘고추장’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승정원일기> 〇 영조 20년 1744년 4월 14일. 前月晦間, 微有眩氣, 而當其發作時, 必也靜臥以鎭之矣. 今則其症已歇, 而頭部微疼之氣, 亦已盡愈, 但以氣弱之故, 時有痰氣之往來, 而猶不如前日之若烟羃矣. 頃一吐蛔之後, 氣若虛餒, 則胸膈之上, 輒有衝上之物, 似是蛔蟲. (지난달 그믐에 약간 현기증이 있었는데, 그에 발작 시에 당하여 반드시 바른 자세로 편하게 앉아 있으면 진정이 되었다. 지금은 그 증상이 이미 사라지고 머리만 약간 아픈 기운이 있으니 역시 모두 나았으니 단지 기운이 약한 까닭으로 여겨지고 때로 담기가 왕래하고 지난번처럼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지는 않다. 한번은 회충을 토한 후에 기운이 허하고 배가 고픈 듯하더니 흉격 위로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이것은 회충 때문인 것 같다.) 〇 영조 24년 1748년 6월 15일. 上曰, 曾以蛔氣, 有所下敎者, 而自昨喉間有蛔蟲欲出之氣. 故進御薑茶, 而終無效, 何以則爲好耶? 應三曰, 此是胃冷之致, 使君子·烏梅等物, 作茶飮溫服, 則好矣. 壽烓曰, 此是痰入胃口之致, 不必爲慮. 使君子·烏梅, 加入檳樃·川椒, 以茶飮進御, 則順下而無妨矣. 益河曰, 閭閻家, 或慮腹中蟲盛, 故常食川椒矣. (상이 이르기를 “일찍이 회충의 기운을 하교한 바 있다. 그리고 간간이 목에 회충이 나오려고 하는 기가 있다. 고로 생강차를 진어했지만 결국 효과가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라고 했다. 응삼이 말하기를 “이것은 위가 냉한 소치입니다. 사군자나 오매 등으로 차를 만들어 따뜻하게 해서 복용하면 좋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수계가 말하기를 “이것은 담이 위구로 들어간 소치이니 반드시 염려하실 것은 없습니다. 사군자와 오매에 빈랑, 천초를 넣어서 차로 마실 수 있도록 진어하면 순조롭게 내려가 방해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익하가 말하기를 “여염집에서는 뱃속에 회충이 있을 것을 염려한 까닭에 마땅히 천초를 상복합니다.”라고 했다.) 〇 영조 25년 1749년 7월 24일. 水剌, 則豆飯常有口淡之患, 麥飯則不淡, 而所進, 亦每不過數匙矣. 嘗見昔年進水剌時, 必進鹹辛之物, 今予亦常嗜川椒之屬及苦椒醬. 此乃食性, 漸與少時不同者, 其亦胃氣之漸衰耶? (수라상이 들어와도 콩밥은 맛이 싱거운 경우가 많고 보리밥은 싱거워서 먹어보려고 해서 역시 매번 불과 몇 숟가락만 떠먹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수라상에 반드시 짜고 매운 것들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역시 천초 같은 것과 고추장을 좋아한다. 이것은 식성이 점차 어릴 때와 달라진 것이냐 아니면 역시 위기가 약해져서 그런 것인가?) 〇 영조 27년 1751년 윤5월 18일. 若魯曰, 苦椒醬近日連爲進御乎? 上曰, 連進御矣。向日初入之苦椒醬, 甚好矣. 若魯曰, 此趙宗溥家物也. 更入之乎? 上曰, 唯. (약노가 말하기를 “고추장은 근래에 연속에서 진어가 되었습니까?”라고 했다. 상이 이르기를 “연속에서 진어가 되었다. 지난번 초에 들여온 고추장이 매우 좋았다.”라고 했다. 약노가 말하기를 “이것은 조종부집안의 것입니다. 다시 들여옵니까?”라고 했다. 상이 이르기를 “그렇게 하라.”라고 했다.) 〇 영조 29년 1753년 4월 22일. 上曰, 중략. 久不吐蛔蟲, 近又吐之, 而恐或挨口, 大開口而使之抉出, 則其長如許矣. 仍擧兩手, 示三四寸許. 若魯曰, 吐蛔何日爲之乎? 上曰, 十七日間爲之, 而腹部如有其氣矣. 중략. 上曰, 蛔蟲上來時, 川椒, 勝於生薑耶? 文秀曰, 頗勝矣. 若魯曰, 蛔旣始上來之後, 則無還爲下去之事矣。上曰, 閔判府事, 亦爲吐蛔云矣。若魯曰, 然矣, 而頻數多吐矣. (상이 이르기를 “중략. 오랫동안 회충을 토하지 않다가 근래에 또 토했으니 두렵고 혹은 입 가까이 올라오면 입을 크게 벌리고 빨리 빠져나오게 해서 그 길이를 알 수 있었다. 손에 들고 보니 3~4촌 정도 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약노가 말하기를 “회충을 토한 날은 언제였습니까?”라고 물렀다. 상이 이르기를 “17일 전이었던 것 같고 배에 그 기운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중략. 상이 이르기를 “회충이 위로 올라올 때 천초가 생강보다 좋으냐?”라고 했다. 문수가 답하길 “약간 좋습니다.”라고 했다. 약노가 말하기를 “회충이 이미 비로소 위로 올라온 이후에는 다시 되돌아 아래로 내려갈 일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상이 이르기를 “민 판부사도 역시 회충을 토했다고 하더냐?”라고 했다. 약노가 답하기를 “그렇습니다. 빈번하게 많이들 토합니다.”라고 했다.) 〇 영조 33년 1757년 5월 7일. 上曰, 予旣別無所損, 但痰氣, 有時升降而且吐蛔, 故今日召卿等矣, 卿等實過慮矣. 중략. 傳敎曰, 參橘茶停止, 加減理中湯五貼製入, 問候, 湯劑繼進日爲之事, 下敎. 出榻敎 晩曰, 饌饍中苦椒醬好矣. 上曰, 然則入之, 可也. (상이 이르기를 “내가 이미 손상된 바가 별로 없고 단지 담기가 있고 때에 따라서 오르내리면서 회충을 토하는 때가 있어 지금 경들을 부른 것이다. 경들이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중략. 전교에 따라 인삼귤차를 정지하고 가감이중탕 다섯첩을 지어서 들이고 문후하고 탕제는 계속해서 날마다 해야 할 일로 하교하였다. 만이 이르기를 “반찬으로는 고추장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했다.) 〇 영조 44년 1768년 7월 28일. 上曰, 松茸·生鰒·兒雉·苦椒醬, 能有四味, 以此善食, 以此觀之, 口味非永老矣. (상이 이르기를 송이, 생복, 어린 꿩, 고추장은 능히 4가지 맛이 있으니 이것은 맛있는 음식이다. 이것을 보면 내 입맛이 영영 늙지는 않은 것 같다.) <의휘(1871년)> 椒醬法. 假令大豆一斗爛烹, 白米二斗細末, 同擣作燻造, 如枳子大如小苽大, 安於松葉上, 置于溫房. 待乾以鹽三升, 苦椒末三槡匙爲醬, 量入拌匀, 納于缸中, 後粘米一斗作飯, 候冷, 打丸如鷄子大, 揷于四邊置之, 陽照處待熟. 食甘如蜜. 寒則置陽處, 熱時置陰處. (초장법. 대두 1말을 푹 삶고 백미 2말을 곱게 갈아 함께 찧어 탱자나 작은 참외만 한 메주를 만들어 솔잎에 놓고 온돌방에 둔다. 마르면 소금 3되, 고춧가루 3술로 장을 만들어 앞의 재료의 양에 따라 넣고 반죽하여 항아리 속에 담은 뒤에, 찹쌀 1말로 밥을 지어 식으면 달걀만 한 환을 만들어 항아리 안쪽 가장자리에 두고 해가 드는 곳에서 익힌다. 맛이 꿀처럼 달다. 추울 때는 햇볕에 두고, 더울 때는 그늘에 둔다.) <동의보감(1610년)> 椒豉元. 治浮腫神方. 椒目 一錢, 豉 二七粒, 巴豆 一箇, 去皮心熬. 右硏細, 滴水和丸菉豆大. 溫水呑下三丸或五丸, 以微注爲度. (부종을 치료하는 신방이다. 초목 1돈, 두시 14알, 파두, 껍질과 심을 버리고 볶는다. 1개를 곱게 가루내고 물로 반죽하여 녹두대로 환을 만든다. 따뜻한 물에 3알 또는 5알씩 약간 설사할 정도로 먹는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7-17 16:4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