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난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첫 회동이다. 우여곡절은 많았다. 야당 대표가 재판 중이라는 특수상황도 있었다. 늦은 감은 있다. 그럼에도 대내외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난국에서 만남 자체는 바람직하다. 고금리와 고물가 장기화 조짐은 확연하다. 북핵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지정학적 위험은 확대 일로다. 경제 전반의 불안지수도 급등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이 정도 원화 값 급락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이어 4번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외환변동에 취약하다. 위기의 전조일 수 있다. 안전자산인 금(金)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일평균 금 거래대금은 지난 2014년 KRX 금시장 개장 이후 최대라고 한다. 국제유가는 중동발 전운에 출렁이고 있다. 중장기적 위기론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사에서 대기업과 제조업에 기댄 기존 한국식 성장모델이 더 이상 혁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저출산, 신기술 부문 취약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불안 해소다. "각자도생에 내몰렸다"는 선거구호 등장은 안 좋은 징조다. '정권심판론'과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이번 총선에서 우리 사회 주요 의제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국가소멸론까지 제기되는 저출산 상황이다. 여야는 저출산 극복방안을 '1호 공약'으로 발표만 했을 뿐이다. 물가대책 또한 미흡했다.'대파 875원' 사태가 블랙홀처럼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표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만 난무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도, 공통분모를 잡아내지도 못한 총선이었다. 미래도 없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비전 제시는 듣기 힘들었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의 만남은 담판 성격이 짙다. 교착상태 정국을 뚫는 주요 통로로 활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문재인 당시 새정치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을 만나 주요 정치 현안이었던 연금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공통된 의견을 모은 선례도 있다. 이번 만남에서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파행 사태부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민생대책에 대한 의견도 나눠야 한다. 경제난국을 타개하고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한 큰 틀의 합의도 필요하다.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관련 법안 처리도 논의돼야 한다. 공매도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안, 제조업 기피현상 해결을 위한 외국인고용법 개정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투자세액공제를 직접 환급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대상이다. 총선 때 내세웠던 공약 중 접점이 많은 정책은 과감하게 추진하자는 포괄적 합의도 필요하다. 예컨대 자영업자에게도 육아휴직을 쓰게 하자는 국민의힘 공약은 민주당의 '전 국민 고용보험'과 맥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정 최우선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다. 민생을 잘하려면 입법을 잘해야 한다. 입법을 잘하려면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정치가 곧 민생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협치는 곧 책임이다. 유권자가 다수 의석을 준 것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입법에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의석을 주는 대신 국정도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일시적·정치적 이득에 치중해 정책정당으로서 신뢰를 쌓는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공약이 국가재정 상황과 물가여건을 감안했을 때 최선의 정책인지 고심해봐야 한다. 이번 만남이 경제가 정치 걱정을 하지 않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한탄이 잦아들게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FT의 진단이 오보가 되길 기대한다. mirror@fnnews.com
2024-04-23 19:26:07[파이낸셜뉴스]흉기 난동을 비롯한 각종 강력 범죄가 한국 사회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찰공무원에게 '저위험 권총'을 추가로 도입하고 의무경찰 제도의 부활을 고려하는 등 '경찰력의 강화(경력 강화)'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당 역시 경찰의 법 집행 강화를 골자로 한 법률안의 입법을 추진하면서 정부의 '경력 강화'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같은 당정의 대책이 잇따르는 강력범죄의 발생 자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정, 경력 강화 위해 총력1일 경찰에 따르면 정부는 경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일선 경찰관에게 저위험 권총을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3년 동안 저위험 권총 약 2만9000정을 보급해 지역경찰 1명당 총기 1대를 보유하는 수준으로 보급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는 지역경찰 3~4인당 총기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수준이다. 저위험 권총은 기존에 경찰이 주로 사용하던 '38구경 리볼버' 권총과 달리 실탄이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의 탄환이 쓰인다. 10m 이내에서 성인 남성의 허벅지를 향해 쏘면 6cm가량을 뚫는 정도다. '38구경 리볼버' 권총의 10분의 1수준의 위력이다. 피의자에게 쏴도 몸통을 관통해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미치지 않고 피의자의 뼈도 뚫지 못하는 정도다. 또한 정부는 지난 5월을 전역식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의무경찰(의경) 제도를 부활하는 방침도 검토 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달 23일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회에서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 7500∼8000명 정도를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정부가 경력 강화를 고려하는 이유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강력 사건의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진행한 모두 발언에서 "최근 '묻지마 범죄'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찰 조직을 철저하게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겠다"며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 흉기 대응 장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경력 강화에 여당도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률안의 핵심은 경찰관이 직무를 수행할 때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고의·중과실 조항'을 삭제하고 '흉기 등을 이용한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및 협박죄'를 추가해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경찰공무원이 현장을 적극적으로 진압·대응하도록 하는 데 있다. 여기서 '고의·중과실 조항'이란 경찰이 시민을 향해 물리력을 행사할 때 진압 행위에 고의성이 없어야 하고, 행위 결과에 중과실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 범죄 사전 예방 미지수하지만 경찰인력의 확충과 경찰의 법 집행 강화를 골자로 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이 강력범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감상균 백석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묻지마 범죄(이상동기형 범죄)은 단순히 경찰력이 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력을 강화한다는 일차원적인 대책을 내놓기 전에 먼저 이같은 현상이 왜 계속해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일갈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이번 묻지마 범죄 사건에서 경찰이 사건을 인지해 현장을 진압하는 시간은 길어야 2~3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경력을 강화하는 것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사건이 발생하는 것 그 자체에는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라고 언급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08-31 15:48:37[파이낸셜뉴스] 막힌 하수관을 뚫는 '트래펑' 제조사 백광산업의 최대 주주로 회삿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전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외부감사법자본·자본시장법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회계 담당 임원 박모씨와 백광산업 법인에 대해서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대표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회사 자금을 지속적으로 현금 인출해 개인 신용카드대금, 증여세 납부 등에 사용하고 회사 법인카드로 가족 해외여행 경비 등을 결제한 혐의를 받는다. 또 회사 자금을 개인 주거지 가구비, 배우자 개인운전기사 급여, 자녀 유학비 등의 생활비로 사용하고 골프 및 콘도회원권을 구입하는 데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횡령한 회사 자금은 2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2017년~2020년경 횡령 사실 은폐를 위해 사용한 자금을 특수관계사에 대한 채무와 허위상계 처리 및 허위 공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20년 회계 담당 임원 박모씨에게 횡령 관련 현금의 구체적 출납 경위가 기재된 회계자료를 파쇄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백광산업은 1954년 설립된 무기화학제품 제조업체로 배수관을 뚫는 '트래펑'을 생산하고 있다. 고(故)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의 외손자인 김 전 대표는 지난달 기준 지분 22.64%를 보유한 백광산업 최대주주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백광산업의 100억원대 횡령·허위공시를 의심해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사주일가가 상장회사의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범행은 기업 건전성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범죄"라며 "향후에도 기업범죄 수사에 있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며 기업비리 사범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3-08-08 11:32:57[파이낸셜뉴스] 여야 3당이 오는 27일 열리는 4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대책과 관련 입법을 목표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이 경매·공매되는 경우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지방세보다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야권이 추진하는 공공매입 특별법의 경우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 박대출·더불어민주당 김민석·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마친 후 공동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법을 시급하게 처리하자는 원칙을 같이했다"면서 "국민의힘에서 당정협의를 통해서 우선매수권을 어제 제기했기에 저희는 그 시급한 법을 우선 처리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와 피해자 요구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정부가 지금 작업해서라도 우선매수권에 대한 법을 만들어오면 이미 남은 법과 충분히 논의해 27일 (본회의) 통과 목표로 최대한 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현장에서 피해자를 만났는데 그분들이 가장 원하 것은 경매를 중단해 달라, 우선매수를 하게 권리 달라는 것"이라면서 "우선매수 관련해서 법이 여러가지 있고 현행법으로는 제약요인도 있다. 제약요인을 뚫는 입법조치가 필요하고 설령 하더라도 어떤 입법 조치를 내용에 담을 것인지 저희가 그 부분을 심도있게 논의 하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5개 법안은 당장 피해자를 구제하기에는 깡통 전세를 예방하는 법이라 후속적 (조치로) 필요한 것에는 공감하나 당장 피해자를 구제하고 보상하고 거주권 확보하는 것에는 실효적인 대책은 현재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피해자들의 경매 등에 있어서 우선매수권 부여하는 점, 당장 진행중인 경·공매를 중지하고 연기해야 한다는 점, 가을부터 시행 중인 국세체납분 먼저 보증금보다 우선해서 가져가는 것에 대해 지방세도 마찬가지로 지방세 체납분, 사기 임대인의 지방세 체납분이 피해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는건 정의롭지 못하기에 이미 관련 법안 행안위에 제출된 만큼 이에 대해 이견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야권이 추진하는 선(先)구제·후(後)구상권 또는 긴급 주거지원, 공공매입 특별법 등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와 관련,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우리 안을 100% 꼭 고집하지도 않겠다"면서 "상대방 안을 같이 논의하고 저희 안도 조정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통과시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가 진행 중인 주택은 1천523호에 달하면서 정부가 뒷북 피해구제책을 내놓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최아영 기자
2023-04-21 11:43:00[파이낸셜뉴스] JTBC 금토일극 ‘재벌집 막내아들’이 떠난 자리에 ‘시청률 여왕’ 이보영이 바통을 이어받는 가운데, 이선균-문채원, 전도연-정경호가 주말극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이보영은 유리 천장을 뚫는 여성 임원, 이선균은 권력 카르텔에 맞서는 정의의 사도로 활약하며, 전도연은 열혈 엄마이자 평범한 여자로 달콤 쌉싸름한 일상을 꾸린다. '법쩐', 이선균·문채원 주연 "상식적 정의 구현" 6일부터 방송된 SBS 금토극 ‘법쩐’은 이선균, 문채원 주연에 드라마 ‘여왕의 교실’ ‘태양의 후예’로 필력을 자랑했던 김원석 작가가 무려 7년 만에 복귀를 알린 작품이다.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 장사꾼’ 은용과 ‘법률 기술자’ 준경의 통쾌한 복수극을 그린다. 이선균은 글로벌 사모펀드 CEO 은용 역을 맡았다. 은용은 몽골에서 은거하며 ‘은둔형 돈 장사꾼’으로 불리던 중 ‘고마웠던 한 사람’을 위한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며 10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다. 문채원은 정의로운 법무관 육군소령 박준경 역을 맡았다. 이선균은 6일 제작발표회에서 “카리스마 있고 폼 잡는 역할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제의를 받고) 겁이 났다"면서도 "극본 자체가 힘이 있는 장르물이라 도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금토극 시청률이 높지 않느냐"면서 "누가 되지 않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영화 ‘악인전’의 이원태 감독은 앞서 ‘법쩐’의 매력을 “선과 악의 명확한 대결 구도”라고 말했다. “ 은용(이선균)-박준경(문채원)-장태춘(강유석)과 황기석(박훈)-명회장(김홍파)의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결론이 날지 기대하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쩐’은 세상의 부조리를 다루는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은용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끌고 가는 활극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김원선 작가는 제작사를 통해 “상식적인 수준의 정의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높은 자리 사람들보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일선 공무원들에게서 감동을 받았다.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우리 모두가 바라는, 상식적으로 정의로운 ‘우리 편’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대행사', 이보영의 유리천장 뚫기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년처럼 행동하라.” 이보영은 유리천정 뚫기에 나선다. 7일 첫 방송하는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는 사람들의 욕망을 꿰뚫는 광고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피스 드라마. 이보영은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 상무로 분한다. 이보영은 5일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목표지향적이고, 자기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는 처음”이라며 “내가 잘났다는 마인드로 안하무인이나 또 틀린 말은 안한다. 전투적으로 사는데, 사회성은 글쎄”라며 웃었다. 오피스 드라마는 처음이라는 그는 “대본에 나오는 사내 정치 부분이 흥미로웠다. 회사의 승진이 단순히 능력이 아니라 인맥이나 라인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재미있었다”고 부연했다. 말도 거침없이 한다. 고아인은 광고 경쟁PT 현장에서 “저처럼 잃을 게 없는 부류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금전적으로 생각하지”와 같은 촌철살인을 날린다. 이보영은 “감히 입 밖에 내지 않은 말을 거침없이 해서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다. 소리도 잘 지르고, 막말도, 독설도 마음껏 했다”며 즐거워했다. ‘대행사’는 고아인이 VC기획의 차기 대표 자리를 노리는 기획본부장 최창수(조성하)에 맞서 얼마나 성공을 성취하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 그녀와 동고동락하는 ‘고아인 사단’과의 협업을 통해 팀워크가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지도 관심사다. ‘대행사’ 제작진은 “고아인에게는 성공을 향한 독기 가득한 모습도 있지만, 이면에는 누구보다 내 사람을 생각하고 챙기는 진짜 의리가 있다. 그렇기에 그 주변에는 그녀를 돕는 조력자들이 많다. 다양한 관계성에서 오는 재미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일타 스캔들', 전도연-정경호의 로맨스 오는 14일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전도연과 정경호가 호흡한다.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치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남행선'은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을 위해 본격적으로 ‘입시 열혈맘’으로 변신을 꾀한다. 전도연은 “행선의 매력은 밝고 긍정적인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행선은 현명한 사람이다. 선택한 삶을 충실하게, 또 멋지게 살아내는 인물이다”라고 전했다. 정경호는 섭식 장애가 있는 일타 강사 최치열로 분한다. 전도연은 “드라마 속 대사에도 있는데, 행선의 첫 눈에 최치열은 차가운 사람이다. 근데 알면 알수록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추운 사람이고, 따뜻하고, 정도 많고, 허당미도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다”라고 전했다. “정경호 배우는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처음부터 오래 알던 사람처럼 불편함이 없었고, 덕분에 현장에 더 빨리 적응하게 된 것 같다”라고 연기 호흡에 대해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1-06 15:45:21【파이낸셜뉴스 양주=장충식 기자】 경기도 양주시의 석재 채취장에서 29일 토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작업자 3명이 매몰돼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기 양주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8분께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골채 채취 작업 중 토사가 붕괴해 작업자 3명이 매몰됐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매몰된 이들은 나이 50대 안팎의 남성 작업자들로,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는 골채 채취 폭파작업을 위해 구멍 뚫는 작업 중 토사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업자 3명 중 1명은 굴착기 안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 2명은 맨몸으로 매몰됐을 가능성이 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붕괴한 토사의 양이 약 30만㎤(높이 약 20m 추정)나 돼 구조 작업에 굴착기가 5대나 동원됐으나 구조 작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119구조견 1마리와 인력 약 50명, 장비 약 20대가 동원됐다. 경찰은 붕괴된 토사의 양이 엄청나 구조 작업이 반나절 이상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고 직후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기 양주시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매몰자 구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관계 기관에 긴급 지시했다. 김 총리는 이날 "소방청장, 국토교통부 장관,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가용한 장비, 인력을 총동원해 신속하게 매몰자를 구조하고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된 지 이틀 만에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하면서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1명 이상 숨지는 경우 등에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로 한 이 법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종사자 사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게 50억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2-01-29 13:10:08[파이낸셜뉴스] 네티즌 한 명 한 명이 인터넷 준전문가인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우회로가 생겼다. 바로 '백신 예약' 사이트 이야기이다. 지난 19일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이 53~54세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접속이 지연되는 등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지친 일부 이용자들은 급기야 백신 사전 예약 사이트의 ‘뒷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방법이 아닌 비공식 통로를 통해 사전 예약 시스템에 접속해 예약을 하는 일명 ‘새치기’ 예약을 하는 것이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런 새치기 예약 방법들은 지난 12일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라왔다. 지난 14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부모님이 맞으실 백신 예약을 마쳤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예약에 성공했다는 게시물을 작성한 이용자들은 “이곳으로 들어가라”며 링크 하나를 올렸다.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사전예약 홈페이지의 ‘예약정보 입력’ 페이지로 연결됐다. 이곳에서 문제없이 예약을 완료했다는 것이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정상적으로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예약 준비 중'이라는 문구만 표시되고 예약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지난 19일 커뮤니티에는 ‘또 K-백신 대기열 뚫는 법 알아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사전 예약창에 들어간 후 대기열 뜨면 비행기 모드 실행 후 3초 뒤에 다시 해제해라”며 “새로고침 하면 바로 (사이트를) 뚫을 수 있다”고 방법을 공유했다. 이를 본 다른 이용자들은 “덕분에 효자 됐다”, “진짜 가능하다”는 성공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24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편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에는 또 다른 ‘컴퓨터로 백신 사이트 뚫는 법’이 공유됐다. 이용자들은 “크롬으로 예약사이트에 접속해 대기열이 뜨면 F12 또는 상단 쪽 아무곳이나 오른쪽 (마우스)클릭을 해라”며 “이후 ‘검사’를 누른 후 Consol에서 특정 코드를 입력하면 바로 접속된다”며 정보를 공유했다. 이러한 ‘뒷문’이 공유되고 성공 사례가 지속적으로 올라오자 예약 대기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이러한 정보를 보지 못한 중장년층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최대 몇 시간씩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53~54세 예약 접수 현황에 대해 이날 오후 보도 참고자료로 안내한다. 또한 20일 오후 8시부터는 50~52세의 백신 사전예약이 있을 예정이다. 오는 21일 오후 8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는 50~54세 모두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1-07-20 13:32:10여야는 26일까지 연이틀 국회에서 물리력을 동원한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리려는 더불어민주당 및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대치하면서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이 점거한 국회 회의장 곳곳에서 여야가 볼썽사납게 충돌했다. 바른미래당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자당 오신환 의원에 이어 권은희 의원까지 사법개혁특위에서 교체를 강행하자 난장판이 본격화됐다. 한국당이 의안과 등을 봉쇄하자 여당이 이를 뚫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회의장 문을 부수는 '빠루'(노루발못뽑이)와 해머까지 다시 등장했다. 이른바 '동물 국회'가 부활한 셈이다. 이쯤 되면 국회는 몸싸움 방지를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한 2012년 이전으로 되돌아 간 꼴이다. 퇴행 양상은 과거보다 더 심각해진 느낌도 든다. 야당이 새로 사개특위위원으로 보임된 의원을 감금하고 여당도 e메일 발의 시도와 팩스 접수, 국회의장의 병상 결제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하면서다. 더욱이 이런 추태는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가장 심각한 경기하강의 '빨간불'이 켜진 하루 동안 벌어졌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방치하면서다. 앞으로 이런 후유증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된다. 그런데도 여야가 상대의 국회법 위반만 거론하며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으니 문제다. 국회선진화 조항을 거슬러 물리력을 동원한 쪽이나 본인 의사에 반해 사개특위 위원을 강제 사임시킨 측 모두 국회법 위반 소지는 있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 대표성을 보완하지만 지역 대표성은 약화시킬 수 있어 현행 선거제도보다 더 민주적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몰라도 선거법 개정안을 기어코 패스트트랙에 태우려한 여당의 무리수를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라는 극히 공정해야 할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은 여야 합의 처리가 민주화 이후 확립된 전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04-26 17:44:582018년 8월, 스타벅스가 ICE의 Bakkt(기관 대상 비트코인 선물 거래 플랫폼)에 파트너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준다면 비트코인 사용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블록체인 업계에 확산됐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비트코인으로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한 결제가 아니라 은행이다. 일반 은행들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빠른 해외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말이나 밤에도 영업하는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 왜 ICE는 스타벅스를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맥도날드나 월마트가 아니고 하필 스타벅스일까. 그 답은 스타벅스 앱에 있다. 스타벅스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앱 자동충전을 유도하고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기꺼이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하도록 하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스타벅스 예치금의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과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조사에 의하면 2016년 스타벅스의 예치금은 12억달러(약 1.3조원)로, 이는 미국의 웬만한 중소은행 예치금보다 많다. 놀라운 것은 예치금 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결제 업체는 애플, 구글, 삼성이 아니라 스타벅스다. 전 세계에 가맹점이 깔려있는 스타벅스는 다양한 통화로 쌓여있는 예치금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로컬은행들은 고객이 예치한 돈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고 고객 예치금도 풍부한 스타벅스는 커피만 팔라는 법이 있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자사의 예치금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스타벅스 고위 경영자들은 어떻게든 은행 사업을 도입해 이를 수익화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의 다양성 및 은행의 로컬화 경향은 스타벅스의 자본과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정답은 비트코인이다. 전 세계 17억명의 인구는 은행계좌가 없고, 이 중 2/3는 모바일을 가지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곳은 법정화폐 가치 또한 불안정해서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중남미나 동남아 지역은 스타벅스의 타깃이 되기 너무 좋은 상황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 Banco Galicia와 협력을 맺고 스타벅스 은행 지점을 열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은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기로 유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1월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뜬금없이 미국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우연일까? 만약 스타벅스가 정말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되어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완화할 유인이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장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규제 완화는 철저히 스타벅스 제국의 성장을 위한 포석일 것이다. 기업가가 정치에 나서는 것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는 법이다. 스타벅스가 성공적으로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 된다면 금리가 낮고 은행 인프라가 형편없는 국가의 고객들은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하려 들 수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자본 규모와 글로벌 인프라 측면에서 스타벅스의 상대가 되지 않는 전 세계 수많은 로컬은행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스타벅스가 은행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높은 이자를 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인 스타벅스에 돈을 맡기고 스타벅스의 비트코인 예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자본 규모가 충분한 수준으로 커지면 스타벅스는 은행뿐 아니라 자산운용, 증권, 보험 등 암호화폐에 특화된 각종 금융 사업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국내 금융 산업이 스타벅스가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 출범하면 소매금융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한국의 은행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익 구조가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금융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금융 기관이 견제해야 할 것은 국내 핀테크 업체가 아니라 스타벅스처럼 암호화폐를 활용할 계획을 가진 해외 핀테크 업체이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뚫는 자 흥한다" 라는 격언을 명심해야 한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2019-03-24 17:55:042018년 8월, 스타벅스가 뉴욕증권거래소를 보유한 ICE의 Bakkt (기관 대상 디지털 자산 플랫폼)에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했을 때 열성적인 크립토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흥분했다.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면 비트코인 사용이 활성화 될 것이다”라는 프레임은 여전히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비트코인으로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한 결제가 아니라 은행이다. 일반 은행들 대비 훨씬 저렴하고 빠른 해외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말이나 밤에도 영업하는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 왜 ICE는 맥도날드나 월마트가 아니고 스타벅스를 리테일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그 답은 스타벅스 앱에 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주는 쿠폰과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스타벅스 앱을 이용한다. 스타벅스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자동충전을 유도하고 자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기꺼이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한다. 인상적인 점은 스타벅스 예치금의 규모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조사에 의하면, 2016년 스타벅스의 예치금은 12억달러 (한화 약 1.3조원) 로 이는 미국의 웬만한 중소 은행 예치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예치금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가장 많은 유저 수를 보유한 모바일 결제 업체는 애플, 구글, 삼성이 아니라 스타벅스다. 전 세계에 브랜치가 깔려있는 스타벅스는 다양한 통화로 쌓여있는 예치금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로컬 은행들은 고객이 예치한 돈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고 고객 예치금도 풍부한 스타벅스는 커피만 팔라는 법이 있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자사의 예치금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스타벅스 고위 경영자들은 어떻게든 은행 비즈니스를 도입해 이를 수익화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의 다양성 및 은행의 로컬화 경향은 스타벅스의 자본과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정답은 비트코인이다. 전 세계 17억명의 인구가 은행 계좌가 없고 이 중 2/3은 모바일을 가지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곳은 법정화폐 가치 또한 불안정해서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중남미나 동남아 지역은 스타벅스의 타겟이 되기 너무 좋은 상황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 Banco Galicia와 파트너를 맺고 스타벅스 은행 브랜치를 오픈했다. 물론 비트코인 이야기는 쏙 빼고 고객의 경험, 편의 등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베네수엘라와 더불어 아르헨티나 역시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1월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뜬금없이 미국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우연일까? 만약 스타벅스가 정말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되어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미국이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패권국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적극 장려할 유인이 있다. 어쩌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특성을 내세우며 비트코인을 글로벌 기축 통화로 사용하는 비트코인 본위제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국가 부채 및 달러 통화정책의 불안정성을 논리로 내세우겠지만 비트코인 본위제는 철저히 스타벅스 제국의 성장을 위한 포석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권력과 자본은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호흡을 맞춰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가 정치에 나서는 것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스타벅스가 성공적으로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 된다면 저금리나 은행 인프라가 형편없는 국가의 고객들은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하려 들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정말 현실화되면 자본 규모와 글로벌 인프라 측면에서 스타벅스의 상대가 되지 않는 전 세계 수많은 로컬은행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스타벅스가 은행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높은 이자를 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인 스타벅스에 돈을 맡기고 스타벅스의 비트코인 예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자본 규모가 충분한 수준으로 커지면 스타벅스는 은행뿐 아니라 자산운용, 증권, 보험 등 디지털 자산에 특화된 각종 금융 사업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18년 11월 핀테크 포럼을 열고 스타벅스 마케팅 부사장을 초빙했다. 이 행사에서 스타벅스 핀테크가 주목을 받았고 주요 금융 지주사 회장들은 2019 신년사에서 스타벅스를 언급하며 혁신을 주문했다. 아쉬운 점은 한국 금융 산업이 스타벅스가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을 꿈꾸며 총구를 자신들에게 겨누고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 출범하면 소매금융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한국의 은행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익 구조가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금융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금융 기관이 견제해야 할 것은 국내 핀테크 업체가 아니라 바로 해외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업체이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뚫는 자 흥한다”라는 격언을 명심하며 해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주시하며 적극적으로 해외 디지털 자산 시장을 개척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물론 초기에는 로컬 규제가 외국 자본의 침투를 잠시나마 막아주는 방패가 될 것이다. 마치 2013년 한국에 상륙한 우버를 정부가 규제하고 시간을 벌어 2015년 카카오 택시가 출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쇄국정책과 같은 규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결국 소비자들은 더 높은 편익을 주는 서비스를 택하고 소비자 권익에 대한 목소리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는 카풀과 택시의 대립이다. 2018년부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빌리티 ICT회사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는 다만 2009년 실리콘 밸리에서 세워진 우버라는 스타트업이 이토록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줄 당시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고 누구도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우버가 전 세계 모빌리티 ICT회사들의 모태가 되었고,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택시가 아닌 모빌리티 ICT회사의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이처럼 4차산업혁명시대의 신기술은 결코 규제할 수 없고 불가항력적인 특성을 지닌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금융 산업에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고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패권기업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는 돈을 착취 당하는 비극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에게 데이터 (데이터는 21세기 석유)를 착취당하면서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때 가서 토종 비트코인 은행 연합이니 한국형 디지털 자산 은행이니 구성하려고 시도해봐야 늦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토종 유튜브, 토종 페이스북, 토종 넷플릭스가 실패했는지는 열거하기도 힘들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역시 국경을 초월한 산업이라 결국 시장을 빨리 선점하고 방대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쪽이 승자 독식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블록체인은 인터넷처럼 국경을 초월한 산업이기 때문에 지금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알맞은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카풀 택시 갈등과 같은 비극이 금융 산업 내에서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 블록체인 정책은 눈과 귀를 닫고 시대에 역행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진흥은 디지털 자산을 인정하고 제도화 하지 않으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비트코인은 사기가 아니다. 비트코인이 사기면 왜 월가의 금융 자본과 삼성을 포함한 글로벌 산업자본이 이것에 관심을 가질까? 역사학자 유발하라리 왈, "1000명의 사람이 어떤 조작된 이야기를 한 달 동안 믿으면 그것은 가짜뉴스다. 반면에 10억 명의 사람이 1000년 동안 믿으면 그것은 종교다." 이를 조금 변형하자면, “비트코인을 100명이 믿으면 바다이야기지만 1억명이 믿으면 돈이다.” 전 세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쓸만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인식하고 다국적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위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가 하루 빨리 디지털 자산을 제도화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해외 시장을 개척하게끔 장려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중에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훗날 우리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을 때쯤이면 이미 늦은 상황일 것이다. 마치 10년전 유튜브 규제를 외치던 관료들이 이제는 유튜브라는 무대 위 배우가 되어 충실하게 구글에 콘텐츠와 광고수익을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체인파트너스 한중섭 리서치센터장 joongsub@chainpartners.net
2019-03-08 08:3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