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북한 관광을 다녀온 러시아의 여행 유튜버가 평양 지하철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빅토르는 지난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PoletMe Aviation Videos’를 통해 ‘평양지하철(2024), 북한’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달 4박5일 일정으로 북한 여행을 다녀 온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르가 공개한 영상에는 평양에서 촬영한 지하철 내부와 역사 등의 모습이 담겼다. 관광객들은 일부 허락된 곳만 방문 및 촬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빅토르 평양 부흥역에서 시작해 영광역, 개선역까지 평양 지하철을 체험했다. 부흥역은 비교적 간소한 인테리어였지만 영광역은 높은 아치형 천장과 화려한 조명, 김일성 초상화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개선역은 2019년 리모델링된 역으로 현대적 분위기를 풍겼으며 천장에는 디지털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자막에 따르면 지하철 요금은 150원이다. 각 역마다 수신호를 하는 안내원 여성들이 서있다. 잠시후 구형으로 보이는 3량짜리 지하철이 도착하자 많은 승객들이 타고 내려 지하철 안은 승객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곧이어 신형 열차가 도착했다. 빅토르는 “신형 열차는 국산으로 제작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빅토르는 구형, 신형 열차를 모두 이용한 후 "목재로 디자인된 구형 열차와 달리 신형 열차 내부 모습은 국내 구형 열차 내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천장에 달린 화면에서는 사회주의 선전 광고가 계속해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열차 안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걸려 있는 모습이다. 2019년 리모델링 된 개선역에서 내린 빅토르는 교복을 입은 현지 학생들 사이에서 후드집업의 모자를 뒤집어쓴 채 언더아머 로고가 크게 새겨진 가방을 메며 지나가는 한 남성을 포착했다. 언더아머는 미국의 스포츠브랜드다. 북한은 평소 미국을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 청바지 착용도 금지한다. 빅토르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북한 5일 관광 비용이 총 1378달러(약 191만원)라고 밝혔다. 여기엔 항공편과 숙박, 식사 등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 이후 국경문을 닫았던 북한은 올해 2월 여행객을 다시 맞았다. 재북한 러시아대사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1000명이 넘는 러시아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28 15:45:44[파이낸셜뉴스] 외교부는 22일 0시부터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대해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5개 지역(로스토프·벨고로드·보로네시·쿠르스크·브랸스크 주)의 30km 구간에 대해서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 중이었으나 이번 조정을 통해 5개의 주 중 쿠르크스주 전 지역을 여행경보 4단계로 확대했다. 외교부는 "이번 조정을 통해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된 러시아 쿠르스크주 여행을 계획하셨던 국민께서는 취소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쿠르스크주는 북한군이 파병된 지역으로 여행경보 4단계 발령에 따라 해당 지역에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등 관련 규정에 의거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4-11-21 20:07:30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내가 알던 러시아는 북한을 도와 우리나라를 갈라놓은 나쁜 나라, 덩치 큰 불곰국형님들이 보드카를 마셔대는 나라,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들의 나라였다. 두달 가까이의 여행 후 러시아는 백인, 황인 등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 어마어마하게 큰 광활하고 비옥한 땅을 가진 나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 희노애락을 느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보였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할 때는 러-우크 전쟁이 막 발발하던 때였다.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안좋아 같이 출발한 혹자는 러시아는 그냥 지나가는 곳으로 빠르게 패스할거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의 책임과 상관없는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과 문화가 궁금했다. 그래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전쟁의 책임과 상관없는 평범한 러시아인들의 문화가 궁금했다 러시아의 도로가 안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다녀보니 과연 비포장도 많고 아스팔트도 누더기처럼 덧대거나 깊은 구멍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쪽으로 갈수록 도로사정은 조금씩 좋아진다. 아무래도 수도인 모스크바의 재정과 관리가 멀리 시베리아 동쪽까지 닿기가 힘든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서울과 춘천 2시간거리를 달리려면 십여개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그 넓고 광활한 땅을 한달간 달리며(약 7000km) 단 한개의 터널도 만나지 않았다. 큰 다리도 건넌적이 없다. 험한 산지가 없이 대부분이 평지였다. 도로는 거의 편도 1차로가 대부분이었다. 주유소는 100~150km마다 자주 있는 편으로 너무 바닥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낭패볼 일은 없을것 같았다. 우리는 계기판의 남은 디젤이 4분의1이 되기전 주유소를 들어갔었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러시아의 사람들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차갑거나 화가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20여년 전까지만해도 잘 웃지 않는 사람들로 여겨졌었다. 내 가족이나 친구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웃으며 이야기해도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처음부터 웃어줄 필요를 못 느끼는 문화인 것일 뿐이었다. 한국에서 접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기사는 매우 자극적이고 러시아를 나쁘게 묘사하는 것들 위주로 되어있다. 러시아군인에게 그 아내가 우크라이나 여자는 강간해도 된다는 전화통화 내용을 보도한 기사 등 러시아 사람들을 싸잡아 파렴치한 나쁜 인간들처럼 여기도록 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 몇몇은 작은 나라를 침략한 사실을 매우 마음 아파했고 푸틴 정부가 "군사적 특별작전"정도로 이 전쟁을 왜곡해 축소하려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탄압으로 반대의견을 낼 수 없는 사회 시스템에 안타까워했다.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언론에서는 러시아는 전쟁의 피해를 전혀 못느끼고 잘만 지내는 듯 그렸지만 경제제재의 피해는 고스란히 물자의 부족과 급등한 가격으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물론 폭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비하면 큰 피해도 아니겠지만... 억압과 가부장적 분위기에 무겁고 심각해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러시아의 자동차들은 나라의 크기에 비해 작은 차들이 주를 이루었다. 동쪽에는 거의 폐차해야할 수준의 차들이 금가고 깨진 유리창을 달고 범퍼도 없이 시꺼먼 매연을 뿜으며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서쪽으로 갈수록 점점 차의 상태도 좋아지고 제법 큰차도 볼 수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운전대가 우측에 있는 일본차가 전역에 많다는 점. 금지법이 없어 일본의 중고차가 저렴하게 많이 들어오는것 같았다. 스페인어권인 중남미의 사람들과 경제수준은 비슷해보였지만 중남미사람들은 낙천적이고 즐거워보이는 반면 러시아어권 사람들은 억압과 가부장적 분위기에 무겁고 심각해보였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듯한 나라에 가게되면 어리석게도 '아, 이나라는 몇년이나 지나야 우리처럼 잘살게 될까?'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를 다니며 한국과는 달리 길에서 많은 어린이들을 볼 수 있음을 깨닫고는 한국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아 아이를 낳아 키우고싶지 않은 나라이고, 자살률이 가장 높으며,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이 극도로 치닫고 있음이 떠올라 과연 한국처럼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인프라가 한국보다 덜 되있건 GDP가 한국보다 낮건 각 나라 사람들은 그 나라에 맞게 적응하며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코 멱살잡고 "한국처럼 발전해"라고 끌어당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지나며 보아온 풍경은 거의가 장대한 나무들이 울창한 푸른 숲과 풍부한 강과 비옥해보이는 검은 흙등이었다. 이 넓고 좋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옆나라 작은 땅마저 빼앗지 못해 안달인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우리가 시베리아의 겨울을 만나지 못해서였을 지도 모르겠다. 나쁜나라 좋은나라는 없다. 탐욕스런 사람이 정치를 하는 나라가 있을 뿐. 어느 나라건 대부분의 서민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그냥 사람들일 뿐이다. 내가 만난 러시아친구들을 떠올려보니 이탈리아와 멕시코친구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나그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돕고자하는 선한 마음을 가진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에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러시아에 대해 가졌던 나의 편견을 보기좋게 깨준 것에 더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08MiC7LKf0Y?si=K9Pkju7LlUlNPGKv>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5-05 10:57:17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기나긴 시베리아 횡단도로를 달려 드디어 치타에 도착했다. 4일간의 횡단에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우리 카우치요청을 받아준 문코의 집에서 쉴 생각에 기대가 컸다. 4일 간의 시베리아 횡단.. 우릴 맞아준 건 카우치 친구 문코 약속시간인 오후 6시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간만에 패스트푸드를 먹기로 했다. 러시아에는 맥도날드가 없다. 대신 찾아간 곳은 마스터(Master)버거. 케찹 가득 뿌려 크게 한입 베어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햄버거는 여행에 지치고 힘들 때 먹으면 힘이 솟는 나의 소울 푸드가 되었다. 요기를 하고 시내의 창고형 할인매장 같은 곳에 가서 물과 식료품 등을 샀다. 특히 고기는 시원한 별도의 공간에 커다란 덩어리째 진열돼 있었는데 한국처럼 썰어주거나 포장해주는 서비스가 없어 약간 당황했지만 있는 게 어디야 하며 친구와 함께 먹을 생각으로 통 크게 구입했다. 마트안엔 참새 여러마리가 날아다니는 등 매우 친환경적인 곳이었다. 아마도 쌓여있는 곡식을 먹으러 들어온 것일 듯 싶었다. 장을 보고 문코를 만나기로 한 부자바오라는 카페에 갔는데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문코는 카페를 무척 자랑스러워하며 보여주었고 우리는 매장 인테리어가 예쁘다고 칭찬했다. 우리에게 만두 등 카페음식을 시켜주려 했지만 하필 오기 바로 전 커다란 햄버거를 배불리 먹은 상태여서 감사하다고 마음만 받았다.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 중 가고싶은 곳이 있냐고 물어봐서 치타에 커다란 호수가 있는 것을 지도에서 봤는데 가보고 싶다고 했다. 문코는 내가 거길 왜 가고싶어 하는지 의아해 하는 것 같았지만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가보니 왜 그런 태도였는지 알만했던 것이 정말 호수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뭔가 오리배라던가 호수옆 공원 산책로 같은걸 기대했었나보다. 하지만 나는 강이건 호수건 물을 바라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항카호수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너른 호수를 바라보며 석양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치타 시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함께 올라가 보았다. 러시아 정교회 건물인 듯한 예쁜 탑이 있는 전망대에서 치타를 내려다보니 러시아식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시내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는 길에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려야 했었는데 엄청 길어서 나중에 세어보니 자그마치 76량이나 되었다. 전망대에서도 선로와 기차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주요 길목인가보다. 컨테이너 박스들도 무척 많이 보이고 마치 공업도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문코의 집으로 함께 갔다. 문코는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외곽에 살고 있었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니 완전 시골이다. 대문이 높고 커다린 판넬같은 것이었는데 활짝 열고 까브리를 안쪽 마당에 주차하도록 해주었다. 지금까지 길가에 러시아집들의 이런 담을 많이 봤는데 안쪽이 어떻게 되있는지 처음 보게되어 신기했다. 탄의 멋진 주차실력으로 쏙 들어왔다. 쇠젓가락이 신기했던 문코.. "두벌 뿐이지만 하나는 너에게 줄게" 알고보니 오늘이 마침 문코의 생일이라고 한다. 우리는 깜짝 놀라 가족이나 다른 친구와 약속이 없냐고 물어봤는데 딱히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잘되었다 싶어 오늘 장본 고기와 음료로 문코의 생일축하 파티를 해주기로 했다. 문코의 집에 주방이 없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수돗가에서 상추를 씻고 우리 휴대용 가스버너를 꺼내 돼지고기를 한국 삼겹살처럼 맛있게 구웠다. 햇반도 데우고 쌈장과 양파까지 차려놓으니 그럴듯했다. 식사는 항상 밖에서 사먹어서 집에서 밥을 먹는건 처음이라고 한다. 탄이 문코에게 한국식 쌈 싸먹는 법을 알려주자 따라해보더니 맛있다며 너무 좋아한다.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계속 그렇게 쌈을 싸서 먹었다. 좋아하는 모습에 우리도 마냥 흐뭇하고 기뻤다. 식사 중에 문코는 우리가 가져온 쇠젓가락을 보고는 나무젓가락은 많이 봤는데 쇠로 만든건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다. 그래서 단 두벌 밖에 없는 귀한 쇠젓가락이었지만 과감히 한벌을 문코에게 선물했다. 생일선물로 꽤 괜찮겠다 싶었다. "해피버스데이~투유~" 생일축하송도 불러주고 서로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문코를 만나 알게된 것은 러시아가 다민족 국가라는 것이었다. 그는 만약 한국에서 만났다면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을만큼 한국사람처럼 생겼다. 러시아 안의 몽골계 민족이 많이 모여사는 부랴트 공화국사람이라고 한다. 인구는 약 100만명이고 다음 목적지인 울란우데가 수도라고 한다. 러시아인 하면 레닌이나 스탈린같은 서양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양한 인종이 있었다. 문코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를 초대한 그 집을 사옥개념으로 지어 우즈벡 노동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카페가 있는 시내에서 살 수도 있었지만 우즈벡 사람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기 위해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외곽에 집을 지은거라고 했다. 마당에서 돼지고기를 구우려 할때도 냄새가 안나게 방에서 먹자고 하는 문코의 말에서 그의 세심한 배려심이 느껴졌다.(우즈벡 사람들은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를 안먹음) 그가 카우치 친구를 초대하면 자신의 여권과 친구의 여권을 같이 찍곤한다는 이야기에 우리도 좋은 생각이라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붉은 색에 멋있는 문장이 박혀있는 러시아 여권도 꽤 근사해보였다. 야외에 공용으로 샤워하는 곳이 있어 오래간만에 씻을 수 있어 좋았다. 샤워커튼 외에 문 같은 것이 없어 탄이 앞에서 지켜주었다. 작은 세탁기도 있어 옷가지도 조금 세탁을 부탁했다. 울타리 하나 있다고 마음이 푸근.. 깊고 달콤한 '꿀잠' 문코가 방에서 함께 자자고 권했지만 싱글침대 하나에 이부자리도 없어 작은 방에서 셋이 자기보다는 우리차가 낫겠다 싶어 오늘도 그냥 차에서 자기로 했다. 그날 밤 까브리에서 깊이 푹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다른날과 같이 차에서 잤지만 울타리 안 마당에 있다는 것이 안심되고 편안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 빈 20리터 청수통에 물을 채울 수 있냐고 물어보니 마을 공동 우물로 안내해주었다. 작은 집같은 낡은 건물에 파이프 두개가 튀어나와있다. 시설이 낡아 수질이 어떨지 조금 불안했지만 있는게 어디냐 싶다. 아래쪽 파이프를 당기자 위쪽에서 물이 콸콸 나온다. 지하수인가 했는데 파이프로 수돗물을 공급해준다고 한다. 덜마른 빨래를 캐빈 빨랫줄에 널고 문코와 작별인사를 했다. 사실 몇일 더 있을 생각을 하고 온 것이었지만 사정을 보니 우리도 편히 쉬기 힘들고 그 친구에게도 폐가 많이 될듯해 바로 떠나기로 했다. 문코도 이해한다며 웃는 얼굴로 그러나 아쉬워하며 우리를 보내주었다. 돈을 많이 벌면 여권을 가지고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우리는 문코에게 꼭 한국에도 오라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표트르도 그랬지만 문코도,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우즈벡 사람들을 품고 또 우리같은 여행자들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진 것이 참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문코로 인해 치타라는 도시에 좋은 추억이 생겼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TZiM3yo9fZs?si=J1vYswp_pXMPTPaW>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4-01 15:14:24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우리는 러시아 친구 이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여행은 9월이 가장 좋다고 한다. 러시아어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고 배웠는데 발음을 따라하기가 무지무지 어려웠다. 하루는 이반이 자기 친구들이 다차에서 모여 바베큐파티를 하는데 같이 가겠냐고 물어보았다. 눈이 휘둥그래졌다. 러시아사람들의 리얼한 삶을 볼 수 있는 멋진 기회다. "그럼~ 너무너무 가고싶지!" 비가 보슬보슬 오고 있었지만 그깟 날씨가 대수랴. 우리는 이반에게 초대 받으면 빈손으로 갈수는 없다며 중간에 과일 파는 곳에 들러달라고 부탁했다. 작은 시장에서 수박과 이반이 좋아하는 처음보는 베리류를 샀다. 과일값이 한국의 반의반이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금새 시골풍경이 나온다. 어떤 시골 길가에 차를 세우고 진흙탕길을 꽤 걸어들어가자 이반 친구 니콜라이의 다차가 나왔다. 나무집 옆에 텃밭 키우는 어르신들 "우리와 똑같네" 다차란 소비에트 시절 부족한 배급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개인에게 작은 땅과 나무집을 나눠준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별로 없고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다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자식들을 위해 채소와 곡식 등을 농사지어 열심히 나누어주신다고 한다. 우리네 시골 부모님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 오래 보이는 2층 나무집이 있었고 주변에 채소들이 이것저것 자라고 있었다. 마당에는 친구들이 일찌감치 도착해 피운 모닥불과 페치카에서 바베큐가 익어가고 있었고 테이블에는 벌써 음식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근육질이지만 상냥한 빅토르, 다정한 이고르와 베카부부, 덩치 크고 산적같은 인상의 니콜라이, 그리고 많은 꼬맹이들. 다 모이니 열댓명이 다 되는 대가족이다. 너무 친절한 그들.. '러시아 사람' 선입견 확 깨는 순간 다들 처음 봤지만 너무너무 친절하게 우리를 환영해주고 마치 오랜 친구처럼 마음을 열어 대해주었다.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릴리아라는 11살 소녀는 계속 내 주변을 맴돌며 나와 이야기를 하고싶어 했는데 번역기로 소통하기엔 한계가 있어 안타까웠다. 계속 나를 따라다니며 먹을 것과 모기약 등을 챙겨주고 흙바닥에서 덤블링을 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를 많이 좋아해주는 것이 느껴져 내가 뭐라고 이리 잘해주나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음식도 좋고 사람들도 다 좋았는데 한가지 시로의 취약점 곤충, 특히나 질색하는 모기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릴리아가 가져다준 몸에 뿌리는 모기기피제를 온몸에 잔뜩 뿌리고 연기나는 모닥불 앞에만 딱 붙어있었지만 새로온 동양인의 피맛 소문이 쫘악 퍼졌는지 모기들은 맛집을 찾아 몰려왔다. 내가 모기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눈치챈 아이들이 돌아가며 열심히 연기를 퍼트리거나 해서 모기를 쫓아주려 해서 무척 고마웠다. 마당 한켠에는 도끼와 모닥불에 사용하는 나무들이 쌓여있었는데 탄이 장작을 패보겠다며 도전한다. "익!, 잇!" 기합만 잔뜩 들어가고 나무는 도끼에 박혀 콩콩 찧기만 한다. 그걸 본 빅토르가 뛰어들어 도끼를 넘겨받고 자기가 하는 것을 보라는 듯 친절하게 시범을 보인다. 두번만에 시원스레 쩍 갈라지는 나무토막.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탄이 요령을 배운뒤 다시 도전했는데 다섯번 찍은 후에 겨우 성공했다. 괜찮아, 처음인데 그만하면 잘했어!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이반 밖에 없어서 주로 그가 통역해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니콜라이가 "왜 이런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냐?"고 물어왔다. 순간 머리속에 '한살이라도 어릴때 하려고?, 원래 여행을 좋아해서?, 배울 것이 있어서?'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갑자기 내 입에서 불쑥 "Why not?" 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왜 이런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냐?" "Why not?" 왜 이런 여행을 하기로 결심하지 않겠어. 라는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 여러 의미가 함축되있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 여행을 하지못할 이유가 없었다. 많지 않지만 여행이 가능할 만큼의 돈이 있었고 직장과 자녀에 매어있지도 않았고 둘다 여행에 문제없을 만큼의 건강도 있었고 여러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었고 매일 생길 문제들을 감당할 각오도 되어있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즉흥적으로 한 대답이었지만 꽤나 만족스러운 답변이었고 이 말을 들은 친구들 모두 환호하며 멋지다고 말해주었다. 마음이 통한것 같았다. 저녁 늦게 깜깜해지도록 샤슬릭, 바베큐, 샐러드등 먹을 것과 보드카, 맥주등 술도 배가 터지도록 맛있게 먹었다. 어두워지자 스파클라(손에 드는 작은 불꽃놀이)를 들고 즐겁게 놀았다. 정말 돈주고 살 수 없는 너무도 따뜻하고 멋지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샤슬릭을 비롯 다양한 음식이 차려졌다. 팔뚝보다 큰 연어로 만든 요리.. 운 좋게 '카나페'까지 몇일 후 이반이 팔뚝보다 큰 연어를 한마리 사왔다. 러시아 생선요리를 맛보게 해준다고 한다. 직접 커다란 연어를 손질하는데 섬세한 정성이 느껴졌다. 연어를 얇게 잘라 해바라기씨유, 소금, 그리고 양파를 켜켜이 쌓아 냉장고에 몇시간 둔다. 일부는 식초물을 제조해서 연어살을 덩어리째 담궈둔다. 두가지 방법으로 만든 연어를 맛보고 맛을 비교해보라고 했는데 초절임도 나쁘지 않았지만 양파와 함께 먹는 것이 더 입맛에 맞았다. 운이 좋게도 연어가 암놈이어서 연어알 카나페도 만들어 먹었다. 이반의 여자친구인 아냐도 함께 요리하고 같이 식사를 즐겼다. 아냐는 영어를 못해 소통은 어려웠지만 수줍어하면서도 우리에게 예의있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느껴져 참 고마왔다. 남친집에 온 군식구때문에 더블침대를 못쓰고 간이침대에서 둘이 불편하게 자야하는게 불만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그런 내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민망해서 모른척 지나가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씨익 웃어주기도 했다. 집에 손님만 두고 여행 떠난 이반.. 놀랍도록 서로 믿는 '카우치서퍼'들 밀린 유튜브영상작업도 하고 잘 쉬며 일주일쯤 되었을 때 이반이 갑자기 다른 손님이 더 온다고 한다. 예전에 카우치서핑으로 알게 된 부인과 아이들이 하바롭스크에 오는데 재워달라고 요청을 해서 그러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우리가 있는 큰 방 바닥에서 자고 자기가 쓰던 공간을 그들에게 빌려준다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 상식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이 친구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을 재워주곤 하는 것 같았다. 처음엔 잠깐 '우리에게 이만 나가라고 하는 건가?'하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게 아니었다. 그래서 주인이 바닥에서 자는건 표트르때로 충분하다 싶어 "아니야 네가 이 집의 주인이잖아. 우리는 차에서 매트리스를 가져올테니 네가 침대를 사용해."라고 했다. 그렇게 한지붕 세가족의 희안한 동거가 이틀정도 지났을때 이반이 또 갑자기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늦은 여름휴가로 블라디보스톡에 간다고 하는 것이다. "어? 그럼 우린? 우리는 그 다음날 떠날 예정이었는데?" 이반은 아무렇지 않은듯 예정대로 하라며 집에 우리와 새 손님가족만 남기고 기차를 타고 떠났다. 카우치서퍼들의 신기하리만큼 서로를 신뢰하는 일들을 예전에도 겪어본 적이 있지만 이반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믿어주고 여행자를 돕고 하는 모습이 그냥 살아있는 천사 같았다. 이반이 여행가는 날 까브리로 역까지 바래다주었다. 이반은 집을 낯선이들에게 맡기고 떠나는 데 마냥 해맑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믿어주는지 고마울 따름이다. 이별의 포옹을 하고 언젠가 한국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하자 우리에게 "좋은 여행이 되기를, 너희가 계획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주었다. 러시아에서 참 신기한 좋은 친구가 생겼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om/@user-hb5up3dh1o?si=4LHlTLkQKDiU4cLz>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2-28 15:54:02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까브리'와 함께 동해에서의 마지막 밤 동해시의 오래된 모텔에서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야 했다. 비는 억수같이 내리는데 탄이는 차의 짐을 다시 정리하고 싶다며 동네를 돌다가 어떤 상가건물의 지붕이 있는 주차장을 찾아 밤늦게까지 차안의 짐들을 정리했다. 마지막까지 신경 쓸 것이 너무너무 많았다. 차를 배에 싣기 전 차안의 짐들을 세관에 거쳐야 하니 출항시간보다 몇시간 일찍 가야했다.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탄이 차를 몰고 세관에 들어갔다. 금지품목이며 이런저런 신경을 많이 써서 싸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차에 실은 물건에 문제가 되는 것이 있지는 않을까 기다리는 내내 걱정이 됐다. 한참 지나자 탄이 온다. 별다른 문제 없이 우리 까브리를 잘 접수했다고 한다. 다행이다.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해서 우리차를 찾을때까지 짧게는 열흘, 많이는 보름 이상도 걸린다고 한다. 그 동안 필요한 짐들을 따로 싼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한참 떨어진 승객용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로 걸어갔다. 해외에 갈때는 항상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었는데 항구에서 출국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우리를 블라디보스톡으로 데려다줄 배의 이름은 “이스턴 드림호” 그토록 꿈꾸었던 내차타고 세계여행의 시작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이제 이 배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서 서쪽끝까지 달려가는 거야~!" 긴 계단을 지나 배에 오르는데 캐리어가 무거워보였는지 외국인 선원인듯한 분이 내 캐리어를 번쩍 들어 위까지 옮겨주신다. 너무 고마워 감사인사를 하고싶었는데 짐을 받고 정신을 차리자 벌써 사라지고 없다. 조건 없는 친절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부웅~” 뱃고동 소리가 출항을 알렸다. 갑판에서 동해항구를 내려다보니 비로소 ’아, 진짜 드디어 떠나는구나‘ 실감이 났다. 어제까지 장대비를 퍼붓던 하늘은 구름사이로 찬란하게 햇살이 빛난다. 몇 달간 계속 여행을 영영 못하게 되는게 아닐까 걱정하고 쫄아들었던 마음이 확 날아가는듯 했다. 불안과 긴장이 기대와 설레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스턴 드림호의 24시간 무척 큰 배였다. 배 여기저기를 탐험하는데에도 꽤 걸렸다. 계단으로 배의 여러층을 오르내릴 수 있었는데 우리 선실은 아래쪽에 있었다. 배위 갑판에는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면세점과 상점도 있었는데 상점은 물건이 거의 없었고 운영시간도 잠깐씩이어서 뭘 사기가 힘들었고 면세점은 아예 닫혀있었다. 코로나 전에는 운영했던 듯.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는 24시간이 걸린다. 배 가운데 층에 넓게 의자들이 줄지어있는 객실도 있지만 승객 한명당 침상이 하나씩 주어진다. 내 침상 건너편의 러시아 아저씨는 키가 커서 침상이 불편하다고 툴툴대는 듯하다. 배가 오래되어 아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에어컨 빵빵하게 잘 나오고 선실마다 쓸만한 화장실도 딸려있어 필요한 시설은 웬만큼 잘 갖추어진 듯 했다. 지내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파도 넘실대는 망망대해에서의 한끼, 그리고 '살구' 식당에서 한끼를 사먹었는데 음식은 가격에 비해 그저 그랬지만 햇빛이 반짝이는 푸른 바다에 파도가 넘실대는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하다니 세상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뷰라는 생각에 매우 행복했다. 배가 매우 커서 흔들림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은 울렁대는 느낌이 있었는데 나는 오히려 좋았다. 자려고 눈을 감고 누우니 마치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탄듯한 느낌에 ’아이 재미있어~‘하며 잘 잤다. 아침에 눈을 뜨니 탄이 노란 살구를 불쑥 내민다. “오다 줏었어? 귀한 살구가 어디서 났대?” 탄이 어제밤 잠이 안와 배를 돌아다니다가 아주머니 두어분을 만났는데 그분들의 선실이 너무 더워 잠을 못주무신다고 힘들어하시길래 우리 선실에 빈 침상이 있다고 오시라고 알려드렸더니 고맙다고 주셨단다. 이 사람 곁에 있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참 남 돕기에 열심인 사람이다. 망망대해 바다밖에 안보이다가 점점 육지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웅성댄다. 우리도 배위로 올라갔다. “오 저게 러시아 땅인가!” 그토록 오고싶었던 블라디보스톡. 드디어 왔다. 너무너무 반갑고 마냥 좋았다. 하지만 너무 일찍 좋아해버렸다. 배가 항구에 닿으려는 것을 보고 우리는 급히 선실로 돌아가서 짐을 챙겨 바로 내릴 준비를 했다. 외부계단으로 나가는 통로에 사람들이 짐과 함께 한가득 줄을 섰다. 배가 항구에 도착했으니 바로 내릴 거라 생각했었는데 선원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만하며 승객들을 내려줄 기색이 없다. 10분, 20분.. 30분,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안내방송조차 없다. 사람들은 점점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내며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발이 묶여 몇 년간 가족을 못본 러시아분들이 꽤 계셨고 우리도 마중나온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걱정되어 빨리 나가야 하는데 하며 어쩔줄을 몰랐다. ★따귀소리 '짝~'.. 러시아 남자들의 다툼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도록 도통 내려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내 앞에서 러시아 남자들이 말다툼을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눈 앞에서 “짝~!”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따귀를 갈기는 장면을 보고 얼어버렸다. 평소 러시아 사람들은 매우 공격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이제 무슨 큰 일이 벌어지겠구나 끔찍한 상상을 하며 조마조마해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맞은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사태가 진정되었다. 주변에 러시아어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맞은 사람이 취해서 주정하는 것을 형님인 듯한 사람이 때리고 조용히 시킨거라고 얘기해주신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좀 안심이 되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불만을 이야기하고 웅성대기를 계속하다 거의 3시간이 지나서야 드디어 가로막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무지 느린 속도로 나가기 시작했다.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배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가 세관을 통과하던 중 우리짐도 많은데 그 와중에 탄은 또 다른 분의 엄청난 짐을 도와드리느라 고생이다. 드디어 러시아에 입국을 했다. 우리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장장 3시간여를 캄캄한 항구에서 기다려주셨다. 죄송해서 어쩔줄을 몰랐는데 웃는 얼굴로 그저 반겨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우리가 코로나 이후 첫 손님이라고 한다. 몇 년을 다니지 않던 배가 다시 들어오니 세관이며 이쪽 행정 일하는 쪽에서도 무언가 문제가 많았나보다. 감사한 사장님 덕에 늦은 밤 택시를 타고 안전하게 숙소에 갈 수 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이 기사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om/@user-hb5up3dh1o?si=4LHlTLkQKDiU4cLz>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1-12 00:22:15[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여행자에 대한 EU 비자 발급을 더 어렵게 하기로 했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러시아 인접 국가가 요구한 러시아 여행자에 대한 EU 비자 전면 금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EU는 지난달 30일과 3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연 외무장관 회의에서 2007년 맺은 러시아인에 대한 EU 비자 발급 간소화 협정을 중단하는 '타협안'에 합의했다고 독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차원에서 외무장관과 협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인에 대한 EU 비자 발급 간소화 협정은 비자 신청 후 10일 이내에 발급되는 것으로, 지난 2007년부터 적용됐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지난 2월 25일부터 정부 대표, 사업가, 외교관에 대한 효력이 정지됐다. 이 협정이 중단되면 비자 발급 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비자 발급 절차도 더 복잡해진다. 보렐 고위 대표는 "EU 회원국이 발급하는 신규비자 수가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은 "러시아인의 EU 비자 신청에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는 러시아 여행객에 대한 EU 비자 발급이 아예 중단되는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에스토니아, 폴란드, 핀란드 등 러시아 인접국가는 러시아인의 EU 비자 발급 전면 중단을 요구했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이에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으로, 이는 푸틴의 전쟁이지 모든 러시아인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모든 러시아인의 EU 입국을 금지하면 러시아 정권에 대한 비판자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렐 고위대표도 최근 "러시아와 모든 접촉을 차단하면 안 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에스토니아는 지난달 18일에 솅겐 비자를 소지한 러시아 시민 입국을 제한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22-09-01 05:57:37한국관광공사는 러시아 내 최대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인 '오렌지 가이드북 ' 집필진을 초청해 4일부터 17일까지 13박 14일 동안 다양한 한국의 관광 명소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모스크바 지사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여행가이드북에 한국시리즈가 없어 출판사와 지속적인 협의 끝에 한국편 제작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인들에게 한국관광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 집필진들은 서울의 경복궁, 북촌한옥마을, 서울N타워, 제2롯데월드 전망대 등의 관광명소를 비롯하여, 부산 센텀시티, 해운대, 거제·통영의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제주도의 성산일출봉, 해녀박물관, 성읍민속마을, 섭지코지 등을 취재하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강원도의 월정사와 템플스테이, 오죽헌, 스키역사박물관, 알펜시아 리조트 등의 관광명소도 답사하는 등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에서 스포츠 매니아층에게 유용한 해외여행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인들을 위한 해외여행바이블로 불리는 오렌지북 시리즈는, 러시아의 유명작가들이 집필하여 러시아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인기 가이드북으로 전세계 60여개 국가와 도시편이 발간되고 있으며, 한국편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렌지북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는 엑스모(Eksmo) 출판사는 러시아 내 연평균 8천만부의 서적 판매(시장점유율 15%)를 자랑하고 있는 대형출판사로, 이 중 오렌지북 시리즈는 5만부가 판매되고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한국편은 10월경에 발간될 예정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7-04-13 09:14:00▲ 사진=방송 캡처 중국인들이 이번 국경절 연휴 동안 한국과 일본을 가장 많이 찾았다. 중국 국가여유국(國家旅游局)에 따르면 중국 내 국경절 연휴였던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약 140만 명이 해외여행에 나섰다. 중국인들은 한국과 일본을 가장 많이 찾았으며, 지난해에 비해 관광객 수가 크게 급증한 러시아가 두 나라의 뒤를 이었다. 또,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모로코, 통가, 튀니지 역시 중국인 관광객이 작년보다 많이 늘었다. 그러나 홍콩과 마카오, 대만의 경우 지난해 동기보다 여행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kimsj@fnnews.com 김선정 기자
2016-10-08 17:26:23▲ 사진: 방송 캡처 '무한도전' 제작진이 우주여행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했다. '무한도전'의 관계자는 3일 오후 "현재 러시아 우주훈련 센터와 일정 등을 두고 조율 중이다. 출국 시기도 센터 측에서 확답을 받아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확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러시아) 출국 시기는 미정이고, 확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10주년' 기념 5대 기획으로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무한도전'에서는 경기도 화성에서 '우주 특집'을 선보인 바 있다. 김태호 PD는 해당 방송에서 "다음 '우주 특집'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 센터에서 직접 우주 비행사들이 받는 훈련을 예약했다"고 예고한 바 있다. /hanew@fnnews.com 한은우 기자
2016-03-04 06:4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