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수도인 비슈케크에 살면서 지방을 다니며 봉사하시는 현지분들과 함께 6시간 거리의 나린이라는 곳에 갈 기회가 생겼다. 나린은 해발 2000m 이상으로 한라산보다 높은 곳에 있으며 인구는 3만5000정도의 나린주의 주도이다. 키르기스에서 손에 꼽히는 큰 도시 중 하나라고 하는데 5층 이상의 건물을 찾기가 힘들었다. 나린출신의 독립영화제작자 울란씨도 동행했다. 탄이 울란씨의 다큐멘터리 영상촬영을 함께 하기로 했다. 나린 가는 길은 몽골의 초원이 연상되었다. 역시나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힘든 민둥산의 연속이었지만 햇빛과 구름 그림자와 산의 굴곡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소떼와 양떼 등 가축들이 자동차도로를 점령하고 있기 일수여서 기다렸다 가야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두어시간쯤 가다가 길가의 카페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빵과 찌개 비슷한 스튜 등 러시아에서 본 음식들과 꽤나 비슷했다. 식사후 화장실을 갔다가 오는 길에 무언가 하얗고 동그란 덩어리들을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인지 궁금해서 현지인인 울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웃으며 하나 사주겠다고 한다. 극구 사양을 했지만 어느새 내손에 들어온 하얀 덩어리. 모양은 하얀 고무찰흙 뭉쳐놓은것 같은데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고 무엇인지 당췌 알 수가 없다. 사주신 성의를 봐서라도 먹어야하는데 쉽게 입이 열리질 않는다. 밍기적대다가 조금 잘라서 작은 조각을 입에 넣었는데 악! 엄청나게 짜고 쿰쿰하고 이게 정말 먹는 음식이 맞긴 한건가 싶다. 그래도 울란에게는 웃으며 끄덕이고 나머지는 슬며시 가방에 넣었다.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쾌하게 웃는다. 알고보니 이것은 말젖을 발효시킨 쿠르트라는 것으로 칼슘이 풍부한 전통먹거리라고 한다. 맘에 안드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딱 좋겠다는 심술맞은 생각을 했다. 그 후로도 서너시간을 더 달려 드디어 나린에 다다르자 개선문같이 생긴 커다란 조형물이 우리를 반긴다. 잘 만들어놨는데 깨진 곳도 많고 관리는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나린 시가지에 들어가기 직전 좁은 협곡을 통과한다. 산줄기가 마치 성벽처럼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 천연요새같은 모습이다. 외부에서 공격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린은 한번도 본 적 없는 희안한 지형의 도시이다. 구불구불 흐르는 나린강이 있고 강옆 평지에는 낮은 집들이 자리잡고 있다.양옆으로 병풍같은 높고 긴 산맥들이 도시를 포근하게 감싼다. 나린에서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울란이 미리 섭외해둔 인터뷰를 촬영할 분의 집이었다. 언덕에 있는 정비소였는데 약속이 잘 안된건지 안계셔서 한참을 차안에서 기다려야했다. 기다리며 들어보니 이곳 사람들은 시간의 개념이 매우 두리뭉실하다고 한다. 몇시 몇분에 만나자는 식이 아니라 "내일 갈께" 라던가 "이따 저녁먹으러 와" 같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대충 올 것을 알고 있는 그런 정도랄까. 두어시간을 기다리다보니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며 뿔이 나다가 생각해보니 예전엔 한국도 코리안타임이라고 정해진 시간+a 로 시간에 항상 늦기 일수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이곳에는 아직도 5분, 10분, 한두시간의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화인것 뿐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10년 정도된 자동차는 매우 인기있는 편이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주인공이 나타나셨다. 몇십년 이상 된 차들이 많고 앞유리가 금가고 깨지거나 헤드라이트가 안들어오고 범퍼가 없어도 잘들 운행하고 다닌다. 그래서 자동차정비소는 매우매우 중요한데 오늘 인터뷰하실 분이 나린에서 오랫동안 자동차정비를 해온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비슈케크에서 차를 고치러 일부러 찾아올 정도 로 실력을 인정받는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울란은 과거 라디오방송국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영화제작을 하며 기획, 섭외, 연출, 촬영, 편집 등 모든 것을 혼자 하는 원맨제작자이다. 이날 촬영은 탄이 맡고 울란이 리포터가 되어 진행했다. 수십년의 손때가 묻은 작업장에서 일에 몰두하는 사장님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인구 80%가 이슬람교인 키르기스스탄에서 소수의 기독교인으로 사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와 직업을 통해 삶으로 믿음을 실천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개만 먹을 수는 없는 맛 촬영이 끝나고나자 사장님께서 인심 좋게도 마당에 있는 나무에서 사과와 베리를 따가라고 하셨다. 시장에서 본 것보다 훨씬 크고 탐스럽게 생긴 사과 몇알과 산딸기같이 생긴 베리를 한봉지 얻어 매우 감사했다. 과일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 우리는 나린에 몇 없는 한 교회겸 사택에 묵게 되었다. 현지인이신 사모님이 매끼 손수 현지음식을 해주시는데 맛이 있을 뿐 아니라 양도 많아 배불리 먹었다. 말도 잘 안통하면서 자꾸 더 먹으라고 권하시는 것이 시골 할머니댁에 간것 같은 느낌이었다. 밀가루반죽을 얇게 밀어 만두피를 만들고 다진고기와 야채로 속을 채우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구경했는데 우리네 만두랑 똑 닮았다. 두부와 당면이 들어갔으면 딱 좋을텐데 싶었다. 하지만 찌지 않고 만두 위에 계란물을 발라 빵처럼 오븐에 굽는다. 안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개만 먹을 수는 없는 맛. 집앞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로 애플파이도 만들어 주셨는데 좋은 사과를 잔뜩 넣고 시나몬과 아몬드도 들어갔다. 많이 달지않고 갓구운 파이가 먹어본 중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사모님 음식솜씨 최고! 다음날 서쪽의 높은 언덕에 올라갔다. 나린시가 한눈에 보인다. 언덕위의 갈대가 일몰에 황금빛으로 반짝여서 아름다웠다. 나린 주변의 지형은 정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특이한 모습이었다. 북한의 개마고원이 이런 모습일까? 태초의 지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듯한 날것의 풍경에 숙연해짐을 느꼈다. 우리 일행 중에는 지방을 다니며 자원봉사로 안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시는 분도 계셨다.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안경점이 있어도 너무 비싸서 안경을 살 엄두를 못내거나 주문하면 받는데까지 시간이 몇달이 걸려 눈이 침침해도 그냥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루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는데 시력검사부터 안경제작까지 척척이다. 새안경을 받고 잘보인다고 기뻐하시는 분들을 보니 내가 다 시원하고 좋았다. 안경일 하시는 김쌤과는 해바라기씨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찾고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분은 러시아에서 10년, 키르기스스탄에서 10년가량 농부로 사시면서 안경일은 가끔 소일거리로 하신다고 한다. 사시는 곳이 비슈케크에서 한시간반정도 떨어진 프로그래스라는 곳이라고 놀러오라며 초대를 해주셨다. "저희는 초대받으면 사양않고 갑니다. 빈말 뭐 그런거 없습니다."라고 엄포를 놓자 유쾌하게 웃으며 정말 오라고 주소까지 알려주셨다. 점심먹을 타이밍이 되자 라면을 끓여먹자고 우리가 제안했다. 까브리에 모든 것이 다 있다. 차를 길가의 간이 쉼터에 대고 마침 테이블도 있어서 휴대용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였다. 즉석밥과 캔김치까지 한상 제대로 차렸다. 러시아에서 샀다가 통조림따개가 없어 몇달간 가지고만 다니던 파인애플통조림도 울란이 칼로 어찌어찌 따주어 함께 먹을 수 있었다. 며칠간 나린에서 대접받은 현지음식이 푸짐하고 맛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가보다. 며칠 한국음식을 못먹자 얼큰한 라면이 너무너무 땡겼다. 김치에 라면 한 젓가락을 먹으니 세상 다 가진 것 같다. 라면국물에 밥도 말아 국물한방울 안남기고 야무지게 잘먹었다. 라면은 야외에서 좋은 사람들과 같이 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이날 점심은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WlMtUCcjdEM?si=Gcpf38v40yZrTFdK>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27 10:28:46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내가 알던 러시아는 북한을 도와 우리나라를 갈라놓은 나쁜 나라, 덩치 큰 불곰국형님들이 보드카를 마셔대는 나라,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들의 나라였다. 두달 가까이의 여행 후 러시아는 백인, 황인 등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 어마어마하게 큰 광활하고 비옥한 땅을 가진 나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 희노애락을 느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보였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할 때는 러-우크 전쟁이 막 발발하던 때였다.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안좋아 같이 출발한 혹자는 러시아는 그냥 지나가는 곳으로 빠르게 패스할거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의 책임과 상관없는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과 문화가 궁금했다. 그래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전쟁의 책임과 상관없는 평범한 러시아인들의 문화가 궁금했다 러시아의 도로가 안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다녀보니 과연 비포장도 많고 아스팔트도 누더기처럼 덧대거나 깊은 구멍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많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쪽으로 갈수록 도로사정은 조금씩 좋아진다. 아무래도 수도인 모스크바의 재정과 관리가 멀리 시베리아 동쪽까지 닿기가 힘든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서울과 춘천 2시간거리를 달리려면 십여개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그 넓고 광활한 땅을 한달간 달리며(약 7000km) 단 한개의 터널도 만나지 않았다. 큰 다리도 건넌적이 없다. 험한 산지가 없이 대부분이 평지였다. 도로는 거의 편도 1차로가 대부분이었다. 주유소는 100~150km마다 자주 있는 편으로 너무 바닥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낭패볼 일은 없을것 같았다. 우리는 계기판의 남은 디젤이 4분의1이 되기전 주유소를 들어갔었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러시아의 사람들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차갑거나 화가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20여년 전까지만해도 잘 웃지 않는 사람들로 여겨졌었다. 내 가족이나 친구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웃으며 이야기해도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처음부터 웃어줄 필요를 못 느끼는 문화인 것일 뿐이었다. 한국에서 접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기사는 매우 자극적이고 러시아를 나쁘게 묘사하는 것들 위주로 되어있다. 러시아군인에게 그 아내가 우크라이나 여자는 강간해도 된다는 전화통화 내용을 보도한 기사 등 러시아 사람들을 싸잡아 파렴치한 나쁜 인간들처럼 여기도록 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친절하고 정이 많았다. 몇몇은 작은 나라를 침략한 사실을 매우 마음 아파했고 푸틴 정부가 "군사적 특별작전"정도로 이 전쟁을 왜곡해 축소하려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탄압으로 반대의견을 낼 수 없는 사회 시스템에 안타까워했다.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언론에서는 러시아는 전쟁의 피해를 전혀 못느끼고 잘만 지내는 듯 그렸지만 경제제재의 피해는 고스란히 물자의 부족과 급등한 가격으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물론 폭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비하면 큰 피해도 아니겠지만... 억압과 가부장적 분위기에 무겁고 심각해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러시아의 자동차들은 나라의 크기에 비해 작은 차들이 주를 이루었다. 동쪽에는 거의 폐차해야할 수준의 차들이 금가고 깨진 유리창을 달고 범퍼도 없이 시꺼먼 매연을 뿜으며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서쪽으로 갈수록 점점 차의 상태도 좋아지고 제법 큰차도 볼 수 있었다. 특이했던 점은 운전대가 우측에 있는 일본차가 전역에 많다는 점. 금지법이 없어 일본의 중고차가 저렴하게 많이 들어오는것 같았다. 스페인어권인 중남미의 사람들과 경제수준은 비슷해보였지만 중남미사람들은 낙천적이고 즐거워보이는 반면 러시아어권 사람들은 억압과 가부장적 분위기에 무겁고 심각해보였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듯한 나라에 가게되면 어리석게도 '아, 이나라는 몇년이나 지나야 우리처럼 잘살게 될까?'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를 다니며 한국과는 달리 길에서 많은 어린이들을 볼 수 있음을 깨닫고는 한국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아 아이를 낳아 키우고싶지 않은 나라이고, 자살률이 가장 높으며,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이 극도로 치닫고 있음이 떠올라 과연 한국처럼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인프라가 한국보다 덜 되있건 GDP가 한국보다 낮건 각 나라 사람들은 그 나라에 맞게 적응하며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코 멱살잡고 "한국처럼 발전해"라고 끌어당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지나며 보아온 풍경은 거의가 장대한 나무들이 울창한 푸른 숲과 풍부한 강과 비옥해보이는 검은 흙등이었다. 이 넓고 좋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옆나라 작은 땅마저 빼앗지 못해 안달인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우리가 시베리아의 겨울을 만나지 못해서였을 지도 모르겠다. 나쁜나라 좋은나라는 없다. 탐욕스런 사람이 정치를 하는 나라가 있을 뿐. 어느 나라건 대부분의 서민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그냥 사람들일 뿐이다. 내가 만난 러시아친구들을 떠올려보니 이탈리아와 멕시코친구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나그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돕고자하는 선한 마음을 가진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에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러시아에 대해 가졌던 나의 편견을 보기좋게 깨준 것에 더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08MiC7LKf0Y?si=K9Pkju7LlUlNPGKv>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5-05 10:57:17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노보시비르스크로 가는 길. 날이 흐렸다 비가왔다 오락가락 하다. 중간에 네비게이션이 이상한 길로 안내해서 출렁다리로 강을 건너고 잠시 당황했지만 덕분에 못보던 시골길을 달리게 되어 나쁘지 않았고 곧 다시 메인도로로 수월하게 잘 돌아왔다. 노보시비르스크까지는 빨라야 이틀길이다. 너무 어두울때 도시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첫째날은 좀 늦게까지 이동을 했다. 9시가 못되서 길 안쪽에 있는 넓은 쉼터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헛, 우리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한 러시아 아저씨가 다가온다. 100루블을 내라는 말에 나는 거부감이 좀 들었는데 탄은 여기는 울타리도 있고 도로와 떨어져서 차 지나가는 소리도 덜들리고 2000원에 지켜준다는데 땡큐지 하며 선뜻 지불한다. 다른 대형트럭들도 몇대 주차되어있고 재래식이지만 냄새 거의 안나는 변소도 있고 안전에 안심이 되어 잘 왔다 싶었다. 잘 자고 새벽 6시 다시 이동한다. 하늘은 아직도 흐리다. 구름이 낮고 넓게 깔려있어 하늘에 큰 구름이불이 덮인 것 같다. 숲길도 지나고 케메보로라는 좀 큰 도시도 지나고 부지런히 이동하며 주위 풍경을 만끽한다. 시야 가득 펼쳐진 하늘에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지루할 새가 없다. 주행중에는 대형트럭을 많이 만나는데 앞서가는 트럭뒤에 75라는 숫자가 쓰여있다. "자체 제한속도가 75라는거 아니야?" 하고 농담하며 웃었는데 뒤따라 가다보니 정말 75km/h로 달린다. 점심때는 쉼터에 차를 세우고 짜장면을 해먹었다. 탄이 운전만 하고 앉아있기 지겹다며 서서 요리하기를 자청해서 스파게티면에다 스팸과 양파를 추가해서 짜장가루로 맛을 낸 요리를 만들었는데 그럴듯하다. 맛있게 잘 먹었다. 이케아가 있는 도시.. 연어와 미트볼 잔뜩 기대했는데 '휴업'이네 오후 5시경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했다. 러시아에서 몇 안되는 이케아가 있는 도시라고 들어서 이케아 식당에들러 미트볼과 연어샐러드를 먹을 생각에 나는 몇일전부터 들떠있었다. 그러나 주차장이 막혀있고 뭔가 썰렁하고 싸한 느낌. 휴업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전쟁여파인듯... 실망이 컸지만 할수 없지 하고 대신 Aura라는 대형 몰을 찾아갔다. 하남의 스타필드 같은 느낌의 어마어마하게 크고 현대적 시설을 갖춘 쇼핑센터였다. 식당가도 무척 넓고 여러 종류의 식당이 있었다. 쇼핑몰 1층에는 큰 마트도 있어 계란 등 식료품을 잔뜩 샀다. 아쉽게도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카우치요청에 답이 없어서 시 외곽의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다. Apostol이라는 호스텔이었는데 가보니 카톨릭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시설인듯 했다. 특이하게 오후 7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한 곳이었는데 어차피 일찍 들어갈 일이 없어 상관없었고 3만원정도로 착한 가격에다 깨끗한 침상과 시설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노란 방안의 벽에는 예수님의 그림과 십자가가 걸려있었다.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차고도 있고 밤에는 문을 잠그는 철제울타리도 있어 안심이 되었다. 공용주방에서 편안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아침에 커피와 크림스프, 계란과 소세지샌드위치를 만들어 든든히 먹었다. 호스텔 복도에 걸린 사진들을 보니 여러 구호사업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곳에서 편히 쉴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또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소량의 러시아 돈을 기부함에 넣었다. 러시아의 마지막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를 떠난다. 보통 대다수의 러시아 횡단 자동차 및 바이크 여행자들은 모스크바를 향해 계속해서 서쪽으로 가지만 우리는 스탄국가들에 가기 위해 여기부터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 내려가기로 했다. 국경통과는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카라숙으로 가서 밤을 보낼 계획이다. 한참 러시아에서 보기드물게 노면상태가 좋은 도로를 기분 좋게 드라이브를 하다가 탄이 갑자기 왼쪽 샛길로 들어선다. 앞에 길을 막아놓은 것을 보았다고 한다. 공사 중인걸까? 왼쪽의 작은 길로 들어갔다가 얼마간 진행되면 다시 큰 길로 돌아올 생각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노란 파이프들이 줄지어 있는 작은 마을로 들어왔다. 마을을 지나니 비포장길이 점점 좁아지고 길을 잘못 들어 작은 마을을 한바퀴 빙 돌아 나오기도 하고 차가 다닌 자국은 있지만 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을 계속해서 가다가 급기야 차가 더이상 갈 수 없을듯한 푹 패인 곳에 다다랐다. 탄이 내려서 앞에 길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온다고 나갔다. 겁이 더럭났다. 주변에 차는 커녕 사람 한명 다니는 것을 못본지 오래였고 만약 차가 빠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불안했다. 러시아말을 전혀 모르는 데다 시골이라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다. 탄이 돌아와서는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과연 가능할지 너무 걱정이 되었다. 겨우 하나를 지나가면 또 비슷한 구간이 나와 수차례 멈추었다 쿵덕거리며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나는 긴장해서 팔걸이를 꽉 잡은 손에 땀이 범벅이 되고 말수를 잃었다. 그저 속으로 아무 사고없이 이 구간을 지나가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느릿느릿 한시간 넘게 이런 길을 지나 겨우 큰 길이 눈앞에 보였다. "어휴 살았다."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안도하는 것도 잠깐이고 산너머 산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를 한달 넘게 다니면서 한번도 본적 없던 중앙분리대가 떡하니 있어 좌회전을 할 수가 없다. 다시 온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가야한다. 한시간을 넘게 헤매며 온 방향으로 다시 10여km를 되돌아가서 겨우 유턴하는 곳을 찾아 돌아갈 수 있었다. 카라숙에 도착하면 러시아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식당에 가서 아직까지 못 먹어본 보르쉬, 블린 등을 먹자고 격려하며 계속해서 달려갔다. 눈앞의 석양이 유난히 따가워 바라보며 달리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길에서 허비한 시간을 버느라 오후 9시가 되도록 달려서 어두워지기 직전 겨우 카라숙에 닿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여서 외식은 포기하고 겨우 마트를 하나 찾아 식료품을 사서 저녁을 해결했다. 마을 지도에 작은 호수같은 것이 몇개가 보여 예전처럼 호숫가 차박을 꿈꾸며 찾아봤지만 차를 대고 잘만한 곳은 없었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어느 아파트의 주차장에 들어가 마치 주민인 듯 차들 옆에 우리 차를 세우고 몰래 차박을 했다. 쉽지 않은 하루였지만 별 탈 없이 조용하고 안전하게 잘 잘 수 있었다. 6시경 일어나 아침은 건너뛰고 바로 국경으로 출발했다. 되도록 일찍 가고싶기도 했고 긴장되어 뭘 먹을 생각이 없었다. 카라숙에서 국경인 App 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아침 일찍인데도 벌써 많은 차들이 와있었다. 대형트럭들이 줄줄이 서있는 것이 너무 길어 "헉, 저 차들을 다 기다려야 하나?" 당황스러웠는데 다행히 작은 승용차나 우리같은 캠핑카는 훨씬 짧은 옆줄에 세우면 되었다. 아마도 절차가 다른 모양이다. 그래도 꽤 긴 줄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 동안 탄이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트럭기사 아저씨들과 떠들썩하게 여행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비행기 여행때 농수산물은 국경통과가 안되서 버려야했던 기억이 떠올라 남은 감자를 급히 삶기 시작했다. 익힌 것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신경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 여행내내 차로 국경을 지날때에 과일이며 농수산물이 문제가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차를 안쪽으로 이동시키고 내려서 사무소에 들어가 출국심사를 받았다. 우리 앞의 러시아 사람들은 금방금방 끝나 지나가는데 탄이 차례가 되자 이야기가 길어진다. 긴장되는 출국심사..말이 통하지 않아 더욱 답답하고 떨린다 차량의 짐을 모두 내려야한다. 말이 안통하니 서로 답답하다. 자동차등록증을 달라는 것일까? 우리가 가져온 것들을 보이며 "이게 다예요" 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 통한다. 조금 있다가 상관인듯한 군인이 와서 우리 서류를 살펴보더니 심사관한테 이거면 된다고 하는 듯 해서 한시름 놓고 한참만에 겨우 여권에 도장을 받았다. 다음은 차 검사. 방바닥TV를 보고 이곳 국경이 까다롭지 않다고 들어 일부러 찾아왔는데 참, 사람마다 다른가보다. 까브리에 있는 거의 모든 짐을 몽땅 다 바닥에 내려서 하나하나 열고 속까지 샅샅이 파보고 나서야 됐다는 사인이 났다. 전에는 내 살림이 여러 모르는 사람들 앞에 까발려지는 것이 창피하고 속상했던 때도 있었지만 한두번 겪고나니 그저 이 사람들도 자기 일을 할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러시아 출국에 3시간이 넘게 걸려 겨우 나왔다. 이번엔 카자흐스탄 입국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또 긴 줄을 기다려서 우리 차례가 되었다. 또 차량등록증이 문제다. 자기들이 익숙한 뭔가 작은 종이를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린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영문차량등록증이랑 러시아 입국시 받은 증서가 다일뿐. 기다리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이 오고, 왔다갔다 몇번을 하고난 후에야 드디어 40여분만에 우리 여권에 입국 도장이 찍혔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여권을 받아 차를 타고 출입국 너머로 이동하려하자 또다시 차를 세우는 카자흐스탄군인. '후, 또 짐을 몽땅 빼야하는건가?' 다행히 이번엔 4~5개정도만 빼고 살펴보더니 가라고 했다. 이렇게해서 약 5시간 만에 국경을 넘고나니 둘다 진이 쏙빠져서 국경사무소가 안보이는 곳으로 얼마간 이동하고는 차를 세우고 한동안 맘을 추스려야했다. 국경 넘는 것은 정말 긴장되고 힘이 들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WoAEJASdzWk?si=6clXQ_AqDO5EDx_m>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5-05 10:52:18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차에서만 지내기 5일째, 러시아 카우치 서핑 친구 문코네서 겨우 샤워는 한번 했지만 제대로 된 숙소에서 건강도 회복하고 쉬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다음 도시에서는 꼭 편히 쉴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치타를 떠나 부랴트 공화국의 수도라는 울란우데를 향해 간다. 넓은 초원에 풀 뜯는 말들.. "여기는 몽골 같네" 울란우데가 가까와지자 도로옆을 따라 "셀렝가"라는 예쁜 강이 흐른다. 넓은 초원에 풀을 뜯는 말들도 여러마리 보인다. 도로면도 좋아져 운전하기가 한결 편해졌고 지금껏 보아온 작은 마을들과는 다르게 잘 사는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울란우데에 들어서니 과연 큰 도시였다. 중심가에는 꽤 높은 빌딩도 여럿 보이고 몽골풍의 건물과 육교, 벽화 등이 무척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길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 같아보여 여기가 러시아라는 사실이 잘 안 믿겨질 정도였다. 오랜만에 도시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제대로 된 숙소를 잡아 하루이틀 푹 쉬어보기 위해 검색을 했다. 러시아에서는 에어비앤비나 구글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대신 슈퍼스타의 장사장님이 알려준 "오스트로복(Ostrovok)"이라는 숙박앱으로 주차가능, 와이파이, 주방이 있는 숙소를 찾았다. 러시아에서 우리끼리 숙소를 예약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앱을 통해 숙박비까지 지불하고 나니 달랑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준다. "헉, 상세주소도 없이 전화번호만 나오네?" 좀 당황했지만 제발 주인이 영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전화를 해보니 자동응답 러시아어만 반복해서 나온다. 아마도 없는 번호라는 듯하다. 돈은 이미 지불되었는데 날린걸까, 여기서도 못쉬고 또 차에서 자야하나 낙심해서 어쩔줄 몰랐다. 한참을 고민하다 하바롭스크의 이반이 생각났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메신저 '왓츠앱(whats)으로 예약한 스샷과 전화번호를 보내며 "이게 어떻게 된건지 좀 알아봐달라"고 도움을 청해보았다. 고맙게도 이반이 바로 답을 보내주었다. 역시나 잘못된 번호란다. 아마도 집주인이 숙소등록을 할때 번호를 잘못 입력한게 아닐까 싶었다. 기다리라고 한 후 한참을 알아봐주더니 너무 반가운 답이 왔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과 연락이 닿았고 예약은 잘되서 주인이 우리 문자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반의 도움으로 체크인시간보다 이른시간에 잘 안내받아 숙소에 찾아갈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8층 높이의 아파트였는데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러시아식 에어비앤비인듯 일반 아파트에 주방, 테이블, 소파, 침대, 넓은 방과 거실,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멋진 욕조까지!!! 아파트의 넓은 발코니에서는 울란우데 시내가 한눈에 보였다. 바로 옆에는 1965년에 지어진듯한 전차 종점이 있었는데 아직도 사용되는듯 전차들이 오가는 모습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러시아식 에어비앤비에서 '풀충전' 새 길을 갈 힘을 얻었다 꽤 큰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그니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는듯 행복했다. 이틀간 잘 쉬고 풀충전을 하고 새 길을 갈 힘을 얻었다. 카우치 친구네집에 묵는 것이 좋은 경험과 인연을 만들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쁜일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문화차이가 큰, 처음만난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서로 마냥 쉬운일은 아니다. 매사에 조심하고 배려하느라 신경쓸 일이 아주 많은 편이다. 그래서 숙소를 잡는 것은 누구 눈치볼 것 없이 우리끼리 편안하게 쉬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이튿날 낮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한국식당을 찾아 오랜만에 비빔밥과 국수로 기분좋게 배를 채웠다. 무엇하나 부족함 없고 오히려 넘쳤던 울란우데에서 잘 먹고 잘 쉬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한다. 시간변경선을 두세개 지나온 듯하다. 한참 이동하다보면 스마트폰 시간이 자동차의 시계와 다른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비행기여행과는 달리 이동하며 한시간씩 시간이 빨라지는 경험이 희안하다. 시차는 걱정할 일이 없다. 바이칼 호수가 점점 가까워 온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바이칼. 유명한 이름만큼 기대가 컸다. 드디어 나타난 바다같은 커다란 호수를 발견하고 "와!"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절대 호수라는 상상도 못할듯한 끝없는 수평선. 우리가 바이칼에 왔구나! 이것이 세계 최대호수 바이칼! 우리는 바이칼 호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싶어 호수 남쪽에 있는 "바이칼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다. 시간변경선 덕으로 한시간을 벌었고 꽤 늦은 7시까지 한다고 해서 여유있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이곳은 아마도 우리가 러시아를 여행중에 방문하게 될 유일한 관광지일듯 싶었다. 입장료는 인당 200루블(약 4000원). 박물관에는 바이칼에 사는 동-식물들, 구전되는 이야기들, 환경생태등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고 특히 안쪽에 '사람들과 바이칼(People and Baikal)'이라는 전시공간에는 바이칼의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하는 콘텐츠가 있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안내하는 직원분이 본인 휴대폰으로 영어번역을 해가며 열심히 시범도 보이고 우리가 그곳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도와주셨다. 사람이 살게되면 자연은 오염될 수밖에 없는걸까? 깨끗하다고만 알고있던 바이칼이 이렇게 심각한 오염이 진행중이고 수중생물들이 위협을 받고있다니 마음이 착잡했다. 한가지 놀랐던 것은 박물관 시설이 여태껏 우리가 러시아에서 봐온 모든 것과 너무도 수준차이가 났던 것이었다. 서울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의 최첨단 관람시설에 화장실도 고급스럽고 청결하고 휴지와 비누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박물관 2층에 쇼파와 로비공간이 있어서 엄청난 바람에 거센 파도가 치는 바이칼호를 한동안 편하게 바라보았다. 야외에도 어린이들이 놀수있는 시설들이 공원처럼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다. 관람을 마친 우리는 그곳의 시설수준에 반해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하루 머물 생각으로 멋진 주차장에서 차박준비를 다 하고 저녁을 먹고있는데 누가 차를 두드린다. 관리하시는 직원이 이곳에서 차박은 안된다고 하시는듯ㅠㅠ... 서둘러 먹던것을 정리하고 차를 이동하니 마지막으로 나가는 우리차 뒤에서 주차장 차단기가 내려간다. 쫓겨나 풀이 죽은 나는 여기서 멀리 도망가고 싶었는데 탄이 나가자마자 있는 호수옆 작은 공터에 차를대면 어떻겠냐고 한다.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고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어 그러기로 했다. 그날밤 거센 바람에 차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장대비와 호수의 파도소리는 귓가를 때렸고 그 와중에 또 누가 여기서도 자면 안된다며 차를 두드리는 건 아닌가 신경이 곤두서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 죽은듯 잠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최고의 뷰라는게 바로 이런거구나." 다음날 깨어보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어있었다. 바다같은 호수에 아침해가 떠서 구름사이로 몽환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박의 진수를 맛보았다. 바이칼 호수위를 해리포터처럼 빗자루를 타고 날고싶은 내마음을 담아 드론을 띄웠다. 최대한 낮게 띄워달라고 탄에게 부탁했다. 대리만족이었지만 찍힌 영상을 보니 어떤 느낌일지 생생히 상상이 되어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이칼호수의 두번째 목적지인 레드샌드를 향해 출발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0PgyJHksakw>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4-15 10:14:33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항카 호숫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6시도 안 된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밥 먹고 할 게 없어 일찍 자서 그런가보다. 사방이 조용하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들린다. 주변에 텐트 치고 자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조용조용 호숫가로 걸어갔다. 날이 흐려서 하늘이고 호수고 온통 회색빛인 것이 마치 수묵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호수 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물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이 평화롭고 운치 있어 보인다. 하바롭스크의 천사, 이반네 식객이 되다 어제 저녁 마음 졸이며 지나온 비포장 길을 다시 나와 북쪽으로 향한다. 도로 상태가 우리나라 같지 않아서 길이 갑자기 안 좋아지곤 한다. 바퀴가 빠지도록 큰, 푹 패인 포트홀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다반사이고 아예 비포장인 도로도 자주 만난다. 다음 목적지인 하바롭스크에서는 이반이라는 러시아친구를 카우치서핑을 통해 알게 되어 그의 집에 묵기로 했었다. 새벽길을 달려 6시반쯤 하바롭스크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시간이라 일단은 우리끼리 하바롭스크를 구경하기로 했다. 하바롭스크는 극동 러시아에서 가장 큰, 인구 130만의 대도시이다. 몇일간 집구경, 사람구경을 거의 못하다가 대도시로 들어오니 신호등과 사람들, 거리의 상점들 등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 반가왔다. 커다란 몰과 마트를 보고 들어가보았다. 한국은 밤이건 낮이건 어디서건 차가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전화 한통으로 보험서비스가 출동하기때문에 이제는 사람들이 찾지 않아 구하기 힘들었던 자동차 자키(타이어 교체 등을 위해 차를 드는 도구)와 복스세트(타이어 교체공구)를 여기에서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탄이 나에게 사고싶은 것들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직원에게 물어보려고 필요하다고 한다. 11년전 우리는 스페인어권 나라들에서 자주 그림을 그려 의사소통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그림이 필요한지 의아한 마음에 “구글에서 사진 검색해서 보여주면 되잖아?”라고 되물었더니 깜짝 놀라며 “아! 그러면 되는구나. 굿아이디어~”하며 머쓱해서 도망간다. 직원을 찾아 물어보았더니 다행히 그 역할을 하는 제품이 있다고 한다. 우리 까브리도 들 수 있는지 사용법은 어떤지 이것저것 스마트폰 번역기를 통해 물어보자 직원 두 분이 사용법도 직접 시연해 보이며 알려주신다. 러시아에도 친절한 사람이 있다! 필요한 도구를 기분좋게 구입한 후 중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나니 반가운 이반의 메세지가 와있었다. 이제 일어났다며 집주소를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완전 올빼미형 인간이었다. 우리는 신이나서 이반네 집으로 향했다. 스탈린 시대 지어진 저층아파트.. "옛날 생각 나네" 이반이 사는 집은 스탈린 시대에 지어진 60여년이 된 저층아파트이다. 단지가 매우 넓어서 똑같은 건물이 많은데다 우리나라처럼 건물에 번호 같은건 없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헤메다 겨우 발견했다. 비가 오면 거대한 물웅덩이가 생기는 흙바닥이었지만 그래도 까브리를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건물입구와 집 현관이 항상 잠겨있어 안전하게 느껴졌다. 갈색 고수머리에 흰피부의 서양인 같은 이반은 2층에 혼자 살고 있었다. 맨 안쪽방을 우리가 머물도록 해주었는데 그가 침실로 쓰던 더블베드가 있는 큰방이었다. 그리고 이반은 그 옆에 방겸 복도같은 공간에 컴퓨터와 간이침대같은 것을 놓고 잤는데 우리가 화장실을 가거나 외출하려면 그곳을 지나가야해서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후 여러번 아침에 외출하다가 이반이 여자친구와 그 작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나가려다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모른척한 적이 많았다. 참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었다. 이반네 아파트의 특이한 점은 창이 홑창이고 층고가 매우 높았다. 겨울엔 우리나라보다도 무지무지 추울텐데 괜찮나 싶었다. 겨울에 오지 않아 다행이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지만 다행히 2층이어서 걸어오를만 했고 방에는 에어컨도 있어 쉬며 밀린 유튜브 작업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면서 더위에 허덕이던 우리는 더위가 한풀 꺾일 때까지 이 곳에 머물고 싶었다. 원래는 3~4일간 머무르는 예정으로 카우치 요청을 했었는데 혹시 몇 일 더 있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이반은 시원스럽게 너희 원하는 만큼 있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우리는 기뻐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반네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의 직업은 중고차 부품유통업이라고 한다. 한국음식을 좋아하며 매운 것도 잘 먹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매운 해물탕이며 가끔 시내의 한국식당에 먹으러 간다는 말에 우리는 무척 놀랬다. 매운걸 전혀 못먹을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집에 함께 살며 육개장, 짜장면, 김치찌개 등 여러 가지 한국음식을 이반에게 해주었는데 다 좋아하며 잘 먹었다. 심지어 매운 것은 탄이보다 더 잘 먹었다. 몇일 지나 이반이 감기에 걸려 매우 기운이 없을 때가 있었는데 탄이랑 멀리 큰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킹크랩과 문어, 새우, 관자 등 여러 해산물을 넣은 해물탕을 해주었다. 이반은 “내 부엌에서 해물탕이 만들어지다니 너무 신기해!”라면서 눈에 생기가 도는 모습에 매우 뿌듯했다. 탄에게 “정말 맛있어. 탄 너는 좋은 쉐프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 여행은 9월이 가장 좋다는 팁까지.. 우리는 이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 여행은 9월이 가장 좋다고 한다. 러시아어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고 배웠는데 발음을 따라하기가 무지무지 어려웠다. 이번 생에 러시아어 발음까지는 힘들 것 같아 미안해 이반... 저녁식사 중에 보드카 이야기가 나왔는데 독한 술을 싫어하는 시로가 유일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 ‘루스키 스탠다드’라는 보드카라는 이야기를 했다. 회사 출장으로 모스크바에 갔을 때 얼굴 찡그리며 한잔 억지로 마시다가 “어?”했던것이 보통 40도 넘는 독주는 목이 타들어가 듯이 불편함이 있었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이 마시기 좋은 느낌이었던 기억이 났다. 말이 나온김에 집에 가는 길에 한병 사서 이반네 집에서 다같이 마시기로 했다. 집에 와보니 정전이다. 한국에선 열살 이후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지만 핸드폰 불빛을 손전등처럼 비추니 오히려 분위기 있어 좋았다. 이반이 러시아에서 보드카 마시는 법이라며 안주로 해바라기씨유에 겨자와 소금을 섞어 빵을 찍어 먹어보라고 했다. 작은 보드카 한병으로 모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 차 타고 세계여행' 365일]은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om/@user-hb5up3dh1o?si=4LHlTLkQKDiU4cLz>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2-27 15:47:56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블라디보스톡을 나와 본격적인 자동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기다림이 길었던만큼 간절함이 더해져 모든 것이 예뻐보였다. 러시아를 달리면서 깨달은 것은 한국에서 내가 보아온 건 단지 '조각하늘'이었다는 것이다. 높은 빌딩도, 산도 거의 없어 고개만 들면 머리위 온통 버라이어티한 하늘이 펼쳐진다. 오른편에는 솜사탕같은 하얀 구름이 뭉개뭉개 떠있는데 왼쪽엔 맑은 하늘에 찬란한 석양이 지고있고 머리위 하늘을 보면 푸르름이 짙어가며 새털구름이 하늘을 수놓고있는 식이다. 드넓은 자연 속에 쭉 뻗은 도로를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 마냥 좋다. 오후에 출발했기에 세 시간 정도가 지나자 더 늦기전에 잘만한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행길에다 해외에서의 차박은 처음이라 어두워지기 전에 적당한 곳을 찾고 싶었다. 길 옆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발견하고 이곳이 어떨까 하고 들어가 보았다. 여행에 중요한 것에는 훌륭하고 대단한 유적, 신기하거나 아름다운 자연풍경, 좋은 날씨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게된 것은 다른 무엇보다 '누구와 갔는가', '누구를 만나게 되었는가'가 여행의 퀄리티를 좌우했다. 아무리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도 혼자 보고 즐긴다면 뭔가 아쉬웠고 반대로 그리 대단치 않은 장소에서 사소한 일을 한다해도 마음을 나누는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뭐든 즐겁고 의미가 있었다. 사람을 만나기에는 큰 도시보다는 소도시나 시골이 훨씬 좋았다. 도시는 사람은 많아도 그 많은 사람 중 여행자를 돌아볼 여유가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범죄가 만연하는 위험한 곳도 대부분 도시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하면 대도시를 피해 작은 마을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해오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작은 마을에 들어섰지만 이곳에 사는 분들이 갑자기 낮선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본다면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누구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좀 물어보고 싶은데 길가에 사람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시골 인심으로 혹시 집에 초대하거나 재워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조금 있었다. 차로 마을을 거의 다 돌았을 무렵 겨우 길가는 아저씨 한분을 발견하고 반가워 쫓아갔다. 탄이 스마트폰 번역기로 이 마을에서 차를 세우고 자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는데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뭔가 소통이 안되는 문제인지 아니면 달가워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시무룩 차로 돌아온 탄이 지도를 보더니 "어, 여기 큰 호수가 있는데? 첫 차박지로 호수 옆 어때?" 한다. 이곳에서 한시간반 정도 떨어진 곳이라니 지금 출발하면 해 지기 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호수옆 차박이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 오케이, 가자!” 네비를 보고 열심히 달려가는데 길이 아스팔트에서 자갈밭이 되고 다시 울퉁불퉁한 맨땅이 되어 다른 차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먼지가 뭉게뭉게 일어나 안개가 낀 것처럼 앞이 뿌옇게 된다. 처음엔 석양에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차들의 모습이 마치 자동차 광고의 한 장면처럼 멋져보여 박수를 치며 좋아했는데 30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가는데 네비에 남은 시간이 줄지를 않는다. 아니 줄기는 커녕 심지어 조금 늘어나있다. 이게 뭐지? 초행길에 도로상태가 안좋아 속도를 낼 수가 없다. 하늘에 석양은 마치 서양화 속 천사들이 쏟아져 나올 것같은 아름다운 빛으로 찬란하게 구름을 물들이고 있었지만 속이 타들어가고 눈에 안들어온다. 해가 점점 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조바심만 났다. 생전 처음 가는 곳에 차를 세우고 잘만한 곳을 찾아야 하는데 과연 그 근처에 그럴만한 곳이 있을까? 어둡기 전에 갈 수 있을까? 이 속도로 가다간 불가능할텐데. 지는 해를 묶어놓고 싶었다. 다시 큰길로 돌아갈까 싶기도 했지만 여태 온 거리가 애매하고, 설사 돌아간다 해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한참 비포장길을 덜컹대며 가다가 갑자기 다시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와~! 아스팔트다!"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아스팔트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목적지까지 계속 험한 길을 느리게 가야 하나 싶었는데 다시 잘 닦인 길을 만나 쌩쌩 달리니 살 것 같았다. 어두워지기 직전 가까스로 호숫가 마을에 다다랐다. 저 멀리 뭔가 커다란 산맥 같기도 하고 바다의 수평선 같은 신기한 것이 보인다. 설마 저게 호수는 아니겠지 농담하며 가는데 점점 가까워지니 설마가 정말로 바뀌었다. 거대한 호수의 수평선. 우리가 찾아온 항카 호수는 정말 엄청나게 컸다. 북쪽은 중국으로 호수를 끼고 국경이 나누어져 있다. 호숫가로 가는 작은 길은 웅덩이도 많고 차가 빠질만한 위험한 곳이 좀 있었는데 깜깜해지기 전 도착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호수에 놀러 온 현지 사람들이 차를 댄 곳을 발견하고 우리도 그 옆에 까브리를 잘 주차시켰다.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고 안전해 보였다. 첫 차박지로 꽤 만족스러웠다.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에 커튼을 치고 식사 준비를 하니 완전히 깜깜해졌다. “와 여기 너무 늦지 않게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어두워졌으면 못 찾을 뻔했어.” 저녁식사로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과 햄과 김을 먹으며 서로 다독였다. 계획 없이 떠난 자만이 만날 수 있는... 계획엔 없는 멋진 경험들 두려움은 모르는 데에서 오는 것 같다. 알면 별것 아닌데 모르는 것에는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나는 극 J이다. 탄을 만나기 전 나는 국내건 해외건 여행 전 항상 치밀한 계획표를 만들곤 했다. 여행 일정 내내 몇 시에 뭘 타고 어디를 가고, 점심은 어디서 뭘 먹으며, 오후엔 어디를 가고 저녁은 또 어느 식당에 갈지, 숙소는 어디서 잡을지 등에 대해 사전에 가장 짧은 동선과 합리적인 가격, 꼭 봐야 하거나 먹어야 할 것들을 검색해서 정해놓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동생이나 지인들은 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을 편해하고 나를 전적으로 신뢰했었다. 하지만 11년 전 탄과 북중미여행 이후로 이러한 나의 여행 스타일은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 2~3주간은 하던 대로 여행지와 숙소 등을 미리 찾아놓았는데 얼마 못 가 지치고 말았다. 장기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다닌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루하루 새로운 일을 겪고 풀어나가는 것 만으로도 힘든데 촘촘하게 계획을 짜는 데에 쓸 에너지가 없었다. 그리고 탄의 말대로 무계획으로 다니는 와중에 더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시간 낭비 같았던 일들도 여행의 일부가 되고 기대하지 못했던 경험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아주 큰 틀, 그러니까 '페리로 블라디보스톡에 차를 보내서 시작한다, 러시아를 거쳐 유럽 쪽으로 가서 아프리카로 들어간다.' 정도만 정해놓고 여행의 기간도 중간중간의 목적지도, 언제 어디서 마칠지도 그저 그때그때 정하기로 했다. 말도 안 통하고 모든 것이 낯선 러시아에서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자니 매일 길을 찾는 것도, 차 세우고 잘 곳을 찾는 것도, 작은 것 하나하나가 엄청난 도전이고 풀어야 할 난제였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이 기사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om/@user-hb5up3dh1o?si=4LHlTLkQKDiU4cLz>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2-20 13:11:15[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 경제가 소비 위축과 과잉 생산 속에서 하향 소비 경향까지 확연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17일까지 이어지는 최대 명절 춘제(설) 연휴 기간에도 하향 소비 등 알뜰 소비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 마트와 상점에 할인 상품과 재고품들이 남아돌면서, 디플레이션 그림자를 더 짙게 했다. 경기 선행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듯 70% 이상 중국 주식으로 구성된 홍콩 증시는 지난주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도 불구, 개장 이틀 째인 15일에도 가까스로 마이너스를 면했다. 15일 춘제 연휴가 사흘 남았지만, 소비 진작 등 두드러진 반전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확산되는 하향 소비 추세, 더 깊어진 디플레이션 우려 과잉 생산과 소비 부진 속에서 농수산품 등의 가격 하락은 이어졌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간의 할인 경쟁은 물론 자동차 가격까지 계속 내리막 길이다. 22년 만에 가장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자동차 가격의 하락은 상징적이다. 비야디(BYD)는 탕 모델의 가격을 지난해 말부터 10,000위안(약 185만원) 낮췄고, 테슬라도 모델 3의 가격을 15,500위안(286만5000원) 떨어뜨렸다. '온라인 최저가' 제공을 내세우는 온라인 플랫폼 티몰은 가격 경쟁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입점 업체들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 전자상거래 회사들도 "더 이상 판매자 중심의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이나데일리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기업 실적 부진으로 춘제 보너스를 받는 대상자도 전년도에 비해 6.7%p 줄어 20.2%만이 받았다. 응답자의 예상 보너스 평균은 6950위안(약 128만원)으로, 전년보다 18%(1478위안) 줄었다. 가처분 소득 감소가 지갑을 닫게 했다. 1월 발표된 모건스탠리의 12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6%가 지난 6개월 동안 적어도 하나의 소비 항목에 대해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모든 항목에 걸쳐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브랜드로 옮겨가는 추세였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도 1월 보고서에서 민간 소비의 완만한 개선 흐름 속에서 가계의 저가 소비 선호 패턴이 소비 개선 흐름을 제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계 재산의 60%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용에 짓눌리고, 늘어난 경기 불확실성에 불안한 개인들이 지출을 줄이고, 하향 소비로 돌아선 것이다. 부진한 물가 지수, 디플레 사이클 고착 우려 부채질 설 직전인 8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예상보다 가파르게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 사이클의 고착 우려를 키웠다. 전년 동월 대비 0.8% 떨어져 지난해 10월(-0.2%)에 이어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낙차였다. 생산자 물가는 2.5% 하락했고 지난 1월 돼지고기 가격 17% 하락과 맞물려 우려가 컸다. 소비 부진 속에 공장 및 농장 등에서 과잉 생산으로 할인 제공이 많아진 탓이 컸다. 이런 가운데 소득 감소 우려까지 겹쳐 가성비를 따지며, 저가 물품을 선호하는 하향 소비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5일 홍콩 증시에서 전날에 이어 벤치마크 지수들이 가까스로 마이너스를 면한 것도 경제 선행에 대한 불신을 전달한 셈이다. 이날 항셍 지수는 전날보다 0.41% 오른 15944.63으로, 홍콩 증시 상장 중국 대형기업주 중심의 H주 지수는 0.46% 오른 5410.94로 장을 마쳤다. 지난주 중국 증시 당국의 부양책에도 불구, 두드러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부양책 등 추가 대책을 주문하는 시장의 메시지란 해석이다.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침체와 지방 정부 부채 증가 속에서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정치 행사인 양회(전인대와 정협)를 앞두고 5개월 째 동결 중인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목소리도 크다. 중국의 증시와 소비 등 경제 성적들이 디플레이션을 떨쳐 버릴 수 있을지, 17일까지 이어지는 춘제(설) 연휴 이후가 관심사이다. 하향 소비 지적 속에서도, 춘제 연휴 특수 자신하는 당국 중국 당국은 17일까지 이어지는 춘제(설) 연휴와 3월 초까지 이어지는 춘윈 기간 '휴일 경제'가 작동해 소비가 되살아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관영 언론들도 지난 10일 시작된 연휴 기간 동안 소비 심리 회복을 전하며, 축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상무부는 1월 말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전체 온라인 소매 매출은 9% 각각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행 플랫폼인 취나알은 "설 다음날인 11일부터 13일까지 항공권 예약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라고 13일 분석했다. 중국 정부 당국자들은 춘제 휴가 기간 여행이 역사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춘제 여행객의 80%가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는 등 자동차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 올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고속철도나 비행기 등의 이용객은 당초 예상보다 14% 줄어드는 등 알뜰 여행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금융회사 나틱시스의 아태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도 월스트리트저널에 "억눌린 수요 탓에 (여행·소비의) 외형은 늘 수 있지만 지출 측면에서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많이 열지 않고, 가성비를 따지는 하향 소비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춘제 연휴 직전인 8일 내놓은 분기별 보고서에서 경제 침체 속에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하며, 완만한 수요 회복과 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보고서는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의 근거가 없다"면서 "수요는 회복되고 물가도 오를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대규모 부양에는 선을 긋고 있다. 고통 분담을 통한 구조조정과 질적 성장 등 산업 고도화를 내세우며 점진적인 구조조정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IG인터내셔널의 시장분석담당 허베 첸은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대규모 양적 완화 가능성은 적고, 최고 정책입안자들은 중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들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를 꺼린다"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부양보다 장롱 속 목돈 끌고 나와 증시 활성화하려는 당국 증시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외부 우려는 깊다. 지난 1년 동안 시가총액 상위 300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벤치마크 지수인 CSI 300 지수는 19% 떨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 지수도 각각 11%, 27% 하락했다. 큰 폭으로 떨어지던 주가는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지난 춘제 연휴 직전인 5~8일 1년 3개월 만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하락 폭이 좁혀졌다. 당국은 개인들의 장롱 속 거액을 끌어오려고 노력 중이지만 시장과의 신뢰 구축은 요원하다. "더 많은 투자 자금을 유입시키고 시장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시장 안정 의사를 확실히 한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어떻게 개인 자본 유입을 유도할 지도 관심거리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 가파른 외화 유출도 부담이다. 지난 한 해 중국에서 외국으로 빠져나간 돈이 687억달러(약 92조원)로 나타났다. 중국의 자본 순유출은 2018년(858억 달러) 이후 5년 만이다. 달러 강세 속에서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등까지 겹쳐 경기 부진을 전망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정부 부채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말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은 300%에 육박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시 레버리지' 계간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GDP 대비 총 비금융 부채비율을 나타내는 거시 레버리지 비율은 2023년 287.1%로 전년 대비 13.5%p 늘어났다. 지난해 지방 정부 채무는 40조 7400억 위안으로 한해 채무 증가액이 5조 6800억 위안으로 목표 한도인 4조 5200억 위안을 1조 위안 이상 초과했다. 줄어드는 수출, 외자 이탈, 정부 빚 급증 등 삼중고 심화 지난해 11개월 동안 수출은 10.8%p 줄었다. 수출 부진 속에 최대 시장 미국의 최대 무역상대국 자리에서 멕시코, 캐나다에 중국이 밀려난 것도 어려워지는 수출 전선을 보여준다. 미 상무부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3년 미중 무역액은 5750억달러(약 762조1625억원)로 전년 대비 16.7%가 감소했다. 미국 무역총액에서 중국 비율은 11.3%로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배제가 더 심화되고, 관세를 더 높이려는 미국 정책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망·산업망에서 중국에 대한 배제가 심화되면서 최근 6년간 중국의 상품교역에서 한미일의 비중이 급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13일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3년 사이 중국의 상품 교역에서 미국(-3.8%p), 일본(-2.5%p), 한국(-2.0%p) 등 한미일 3국의 비중이 8.3%p가량 줄었다.대신 러시아(+2.0%p),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2.3%p)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의 상품교역 비중은 증가했다. 미국 역시 같은 기간 상품 교역에서 중국 비중이 5.8%p 줄었다. 미국 공산품 수입에서 중국의 비중은 2017년 24%에서 지난해 15%로 내려갔다. 고위험 지방정부에 신규 프로젝트 금지 등 경기 하향에 대비 부동산 침체와 지방 정부 부채 증가 속에서 중앙 정부는 톈진과 충칭시, 랴오닝·지린·헤이룽장·구이저우·윈난·간쑤·칭하이성, 네이멍구·닝샤·광시좡족 자치구 등 부채 고위험 지역에 지방 고속도로, 민간 공항 재건축 및 확장, 도시 철도, 도서관 및 공공시설 등 신규 프로젝트 금지를 지시했다. 과도한 부채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이난·안후이·후난성과 닝샤·광시좡족자치구 등 16개 지방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보다 낮춰 잡았다. 경기 하향을 대비한 조치이다. IG 인터내셔널의 허베 첸은 "경제 침체 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올해 중국 경제와 금융 시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단언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디플레이션 관련 지표들은 몸부림치는 증시와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과 함께 중국 정부의 지휘와 통제 방식에 심상치 않은 도전을 던지고 있다"라고 최근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2-14 10:14:50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름답게 쏟아지던 별, 안전했던 블라디보스톡의 밤 블라디보스톡은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인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작이자 종착역이 있는 도시이다. 모스크바의 거리이름을 딴 아르바트 거리는 낮에는 버스커들이 공연을 하고 밤에는 수많은 반짝이는 조명이 별처럼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는 블라디보스톡의 유명한 명소이다. 늦게까지 걸어다녀도 매우 안전한 곳이었다. 우리가 차의 세관 통과를 기다리며 머물 숙소인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는 이곳에 있었는데 터널같은 골목을 지나 안쪽이라서 시끄럽지 않았다. 근처 마트며 공원, 관공서등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최적의 위치라고 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도 감각적으로 멋있고 주방 및 공용공간도 잘 갖추어져 있다. 도미토리형 방은 좁지만 이케아 침대, 에어컨, 그리고 침대마다 등과 콘센트가 있을 정도로 손님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세심하게 신경 쓴 좋은 숙소였다. 우리 방은 6인용 도미토리였지만 다른 손님이 없어서 둘이 방을 독차지해 쓸 수 있었다. 한참 블라디보스톡이 한국관광객으로 가득차던 시절이 있었다. 해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왔고 장사장님은 이곳 게스트하우스 말고도 호텔과 식당에 많은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못한 팬데믹으로 말미암은 여행업의 몰락에 다른 게하들이 하나 둘 다 문을 닫고 떠나고 이제 이 곳 하나 남았는데 버티고 버티다 마음을 접고 다음달엔 다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던 중 2년만에 우리에게 예약문의가 온거였다. 받을까말까 고민하다 접기 전 마지막 손님으로 받기로 한거라고 했다. ★정많고 덩치 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힘내세요" 장 사장님은 덩치 크고 정 많은, 아이디어 넘치고 감각있는, 재능있는 친구였다. 타이밍이 안좋아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젊고 넘치는 끼로 실패를 발판삼아 얼마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자꾸 웃으며 비관적 자책을 농담삼아 하곤 했다. "곧 없어질 슈스게하에 마지막 손님이시네요." 같은... 그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시작이에요. 이제 팬데믹 끝나고 한국에서 오토바이며 캠핑카들이 구름처럼 몰려올텐데 여기마저 사라지면 안되요!'하고 열심히 설득했다. 보통 우리는 여행에서 현지 친구들집이나 저렴한 숙소를 선호하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유독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고집했었다. 러시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꽤나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6.25전쟁때 북한편을 든 공산국가, 보드카를 마시는 거친 형님들의 나라, 차이콥스키와 볼쇼이 발레단이 있는 나라 라는 정도가 다였다. 회사 다닐적에 모스크바로 출장을 가본적은 있었지만 고작 일주일 남짓이었고 블라디보스톡은 모스크바로부터 동쪽으로 수천킬로나 떨어져 있어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모르는 러시아, 그들의 문화가 궁금했다 이 나라를 우리끼리 여행하자니 어떠한 문화가 있는지, 언어가 통할지, 등등 걱정이 되고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러시아에 대해 무지렁이 같았던 우리에게 사장님은 나의 바람 대로 큰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어가 가장 문제여서 속성과정의 생존 러시아어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러시아 알파벳은 영어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막 뒤집혀있거나 발음이 완전 다르다. 아예 처음 보는 모르는 글자면 그냥 포기를 할텐데 웬지 뭔지 알 것도 같은데 모르겠는 것이 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다. 몇 시간의 열띤 강의 덕분에 러시아 글자를 읽는 법과 생존에 필요한 필수 단어들을 대충은 익힐 수 있었다. 또, 심카드를 구입할 때에도 함께 가주어서 우리에게 알맞는 상품으로 잘 구입할 수 있었고, 자동차등록증과 면허증을 러시아어로 공증받은 서류를 만들 수 있었다. 이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러시아와 러시아어를 쓰는 주변국들의 국경통과나 경찰을 만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여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사용하기 편한 Tinkoff 직불카드를 추천해주셔서 현지에서 발급받았는데 필요한 만큼 충전하고 웬만한 곳에선 다 카드로 지불할 수 있어서 잔돈관리에서 해방되고 앱으로 사용현황과 잔액을 바로 알수 있어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 외에도 마트에서 장보는 법, 식당에서 주문하는 법 등 각종 러시아 생존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 사장님과 함께 우리는 여러 맛집들을 다녔다. 북한식당에 가보았고 블라디보스톡 제일 맛집에서 킹크랩을 먹었고 현지인 핫플 수프라라는 조지아식당에도 갔고 샤슬릭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한국 떠난지 몇일밖에 안됐는데도 북한식당의 한식이 너무 맛있고 좋았다. 한국에서 탈북하신 분들을 만나본 적은 있었지만 북쪽 국적을 가진 사람을 실제로 만나본 것은 처음이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조지아음식도 처음 먹어봤는데 주문한 모든 음식들이 무척 맛있었고 특히 하차푸리(조지아어: ხაჭაპური)라는 계란노른자와 치즈를 섞어먹는 빵이 최고였다. 덕분에 조지아는 반드시 가야될 곳으로 꼽게 되었다. ★비행기 두 시간이면 만나는 유럽, 블라디보스톡 사장님은 요리솜씨도 좋아서 저녁엔 라면과 짜장면. 탕수육 등을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는데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라면이다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하루는 사장님의 제안으로 블라디보스톡을 함께 걸으며 뚜벅이 시내투어를 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한두시간밖에 안걸리는 블라디보스톡은 건물이며 사람들이 완전 유럽같다. 이국적인 거리 풍경에 그저 걷기만 해도 여행 온 것이 실감났다. 특히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이곳 블라디보스톡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의 장소와 기념비를 보았는데 이곳에 이주해 살았던 한인들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의 3시간을 걸어다녔는데 그렇게 길 줄 모르고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 발이 온통 까졌다. 살은 안 빠졌다. 우리끼리였다면 모르고 지나칠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알게되어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사장님은 이 무료가이드가 슈퍼스타 손님들을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며 오래간만에 다시 하게 된 것을 정말 즐거워하였다. 긴 시간 지치지도 않는다.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이다. 돈 만을 쫓는 사람과 함께 무엇을 하기는 참 힘든데,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너무도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우리를 손님이 아닌 친구처럼 가족같이 대해주었다. 출국 당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막 발발할 때여서 한국에서 루블화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현금은 달러를 준비해서 현지에서 환전하고 유니온페이가 되는 카드를 가져가서 ATM기에서 뽑아쓰기로 했다.(Visa와 Master카드는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사용이 불가하다) 그런데 각 은행마다 ATM기 인출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한 곳을 찾아다니느라 초반에 꽤 힘이 들었다. 처음엔 수수료가 어디가 더 싸니 더 많이 뽑을 수 있니 하며 따지다가 나중에는 그저 돈이 인출이 되면 감사한 지경이었다. 옛날처럼 각 나라별 현금을 종류별로 준비하고 다녀야하는 시대가 아니라 편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가져온 카드로 인출이 가능한 ATM기 찾기도 복불복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이 기사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om/@user-hb5up3dh1o?si=4LHlTLkQKDiU4cLz>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1-29 16:40:58[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11월30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가 발표한 ‘KOSI 중소기업 동향’ 2023년 11월호에 따르면, 10월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2567만2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8만5000명 늘었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1~4인 업체’의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9만8000명 증가하고, ‘5~299인 업체’의 취업자 수는 18만7000명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상용근로자’는 36만2000명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임시근로자’는 증가세로 전환했고 ‘일용근로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 3·4분기 중소기업 수출은 274억6000만 달러로 전년동기(277억달러)에 비해 0.9% 감소했다. 다만 전기보다 감소폭은 축소됐다. 중소기업 10대 수출품 중 합성수지(-8.7%), 반도체제조용장비(-18.6%), 반도체(-8.6%), 플라스틱 제품(-0.8%)은 감소했다. 반면 화장품(+24.7%), 자동차(+32.1%), 기타기계류(+26.2%), 전자응융기기(+11.3%), 자동차부품(+6.7%) 등이 증가해 감소폭 완화에 기여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11.1%), 일본(-8.8%), 러시아(-21.2%) 등은 감소하였고 미국(+7.7%), 인도(+10.6%), 베트남(+0.2%)은 늘었다. 중소제조업 생산은 IT수요 회복세로 반도체가 증가해 9월 기준으로 전년대비 6.8% 올랐다. 또한 전년 철강 생산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로 ‘1차 금속’이 반등하면서 급증했다. 중소서비스업 생산(1.7%)은 여행수요 확대로 ‘숙박·음식점업’과 ‘운수·창고업’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9월 창업기업 수는 9만1907개로 ‘제조업(-7.2%)’, ‘서비스업(-8.9%)’, ‘건설업(-11.5%)’ 등의 주요 업종에서 부진, 전년동월대비 8.2% 감소했다. 무엇보다 기술기반 창업기업 수는 ‘지식기반서비스업(-4.8%)’을 중심으로 전년동월대비 5.2% 감소한 1만5808개를 기록했다. 중기연 관계자는 "창업기업은 고금리 영향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정책당국은 창업 장려를 위한 금융과 사업화 등의 지원을 확대하여 시장의 역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3-11-30 11:24:56[파이낸셜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4분기(7~9월) 미 경제 성장률은 활발한 소비 덕에 속보치가 전년 동기비 4.9% 성장했다. 2.1% 성장한 지난 2·4분기(4~6월) 뿐만 아니라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치 4.5%를 크게 상회했다.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월에 설문조사를 실시할때만 해도 3·4분기 경제가 0.6%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 기간 경제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4% 증가한 서비스업을 포함한 소비 증가 덕이었다.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과 극장, 콘서트 관람, 한장에 600달러(약 81만원)까지 지불하면서 미국 프로축구리그에서 뛰고 있는 아르헨티나 스타 리오넬 메시 출전 경기까지 보는 등 거침없는 소비가 이어졌다. 또 기업들의 재고 증가는 경제성장률(GDP)에 1.3%p를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분기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침체 기간인 2021년 후반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문가들이 보는 마지막 분기 미국 경제 전망은 좋지만은 않다. 여름을 거치면서 미국 가계들의 저축이 줄어들었으며 상승한 물가로 실질 소득이 줄어 앞으로 소비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업들의 투자도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다. 금리가 여전히 높고 그동안 중단됐던 학자금대출 상환이 재개됐는데다가 연방 정부 셧다운(폐쇄) 위험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시작돼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지난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도 경제 성장을 위협할 소지가 크다. 임금 상승과 코로나19 기간동안 쌓아둔 저축으로 미국 경제 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이어져왔으나 중저 소득층들의 자금은 고갈되고 있고 은행들의 대출 기준 강화와 높아진 금리 속에 신용 카드 빚이 증가하고 있다. WSJ가 경제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이번 분기에 미국 경제는 0.9%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물가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에 여전히 못미치는 3.7%로 높고 금리가 5.25~5.5%까지 올랐음에도 미국 경제는 현재까지 회복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피치의 이코노미스트 올루 소놀라는 현재 같은 금리 수준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질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인해 주택담보(모기지)와 신용카드, 자동차 구매, 기업 융자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다. 또 계속되는 저축 감소와 함께 지난 3·4분기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1% 줄었다. WSJ는 소비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저축 감소로 인해 소비까지 덩달아 줄어드는 것이 성장률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금융자문업체 롱뷰이코노믹스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와틀링은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절벽 아래로 향해 걸어가고 있다"라고 비유했다. 영국 경제 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미국 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헌터는 “4·4분기에도 소비 증가률이 견고하다면 놀랄 것”이라며 “아직도 더 높은 금리를 비롯한 여러 역풍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3-10-27 14:3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