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관 공무원이 국내로 밀반입한 마약 우편물을 조사하는 경우,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 아닌 행정조사에 해당하므로 영장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3년 중국에 거주하는 B씨와 공모해 국제우편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로부터 필로폰을 전달받아 투약하고 소지한 혐의도 적용됐다. 인천세관은 필로폰 수입 사실을 인지하고, A씨의 우편물에서 필로폰 시료를 채취해 성분 분석을 의뢰했는데, A씨 측은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사전 영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우편물 등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심은 세관 검사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인천세관 소속 세관공무원이 우편물을 개봉하고 시료를 채취해 분석관에게 성분분석 검사를 의뢰한 일련의 행위는 통관을 위한 행정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검찰 수사관이 우편집배원을 가장해 우편물을 관리실에 맡겨달라는 요구를 듣지 않고, 임의로 현관 앞에 둬 본인이 받도록 한 것은 함정수사라는 주장도 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통제배달과 무관하게 필로폰이 은닉된 우편물을 수령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며 "수사기관이 통제배달을 실시한 것은 수취인을 특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달 과정에 개입한 것일 뿐, 위법한 함정수사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임의수사와 영장주의, 함정수사 등으로 인한 채증법칙위반 및 증거능력,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그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5-04-09 15:59:23[파이낸셜뉴스] 서울의 한 모텔에서 난동을 피운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방실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3시께 구로구 한 모텔에서 옷을 벗고 복도를 돌아다니며 '몸이 간지럽고 벌레가 나온다'고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는다. 객실 내 물건을 파손하고 다른 객실로 침입한 혐의도 있다. 신고를 받고 충돌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A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의심해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하려 했다. 그러나 A씨는 검사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 정밀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5-02-21 17:25:02[파이낸셜뉴스] 모텔에서 마약에 취해 나체로 돌아다닌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50대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20분께 김해시 한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나체 상태로 복도를 돌아다닌 혐의를 받는다. 업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횡설수설하는 A씨의 모습에 마약 투약을 의심하고 현장에 있던 A씨의 가방에서 마약류와 주사기 등을 발견했다. A씨는 당초 마약 혐의를 부인했지만, 마약 간이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결국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압수물 감정을 의뢰한 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2-20 17:55:50[파이낸셜뉴스] 마약사범에게 뇌물을 받고 약물검사 결과를 허위로 작성한 보호관찰관이 실형을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500만원의 추징 명령도 유지했다. 서울 소재 보호관찰소의 보호직 공무원인 A씨는 마약사범 B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약물 검사를 미루거나, 검사 결과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5월 B씨의 약물 간이시약검사 결과가 불분명하게 나왔음에도, '추가 조치를 미뤄달라'는 B씨의 청탁을 받고 재검사를 하지 않은 채 B씨를 귀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B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받고, '보호관찰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며 10개월간 5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추가 면담이나 약물반응검사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보호관찰정보시스템에 '약물반응검사 결과 음성이고, 면담 태도가 양호하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등록했다. A씨 측은 B씨에게 5000만원을 요구한 사실이 없고, 설령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특가법상 수뢰액은 45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받은 500만원의 경우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가법은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뢰액에 따라 △3000만원 이상은 5년 이상의 징역형 △5000만원 이상은 7년 이상의 징역형 △1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1심은 특가법상 뇌물과 수뢰후부정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한 행위로서 피해법익 또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뇌물요구죄는 기존 뇌물수수죄와 포괄해 일죄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외 수뢰액은 5000만원에 해당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죄수 판단을 달리하면서도 1심의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1-26 12:54:24[파이낸셜뉴스] 해외에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던 프리랜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나정씨가 귀국 후 받은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지난 1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씨를 조사했으며,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한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당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자마자 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그는 마닐라 출국 전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김씨는 스스로 자신이 위험하다면서 보호해 줄 것을 요청했고, 경찰은 그가 귀국하자마자 마약 투약과 관련한 사실관계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경찰단은 이날 김씨의 사건을 그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경찰청 마약 전담팀에 이관했다. 남성잡지 '맥심' 모델 출신인 김씨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로 활동했으며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11-14 17:30:20【파이낸셜뉴스 고창=강인 기자】 전북 고창군이 농가와 외국인계절근로자들을 위한 등록 대행 서비스를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16일 고창군에 따르면 올해부터 농가들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 협업해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외국인등록 대행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관련법에 따라 입국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한다. 기존에는 농가나 계절근로자 등이 복잡한 구비서류 등을 직접 준비해 전주 외국인사무소까지 다녀와야 했다. 고창군은 농가 경영 안정화와 계절근로자 편익 지원으로 산재보험료, 마약검사비, 성실근로자 항공료, 외국인 관리센터를 통한 통역 지원, 무료 건강 검진, 옷 나눔행사, 지역 관광지 견학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고창군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외국인등록부터 출국까지 한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지원 예정”이라며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조성해 일손에 보탬이 되겠다”고 전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4-10-16 16:00:13"한국 독성학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R&D)에 한평생 매진해왔다." 정희선 성균관대학교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약학박사)는 독성학 분야에 40년 넘게 종사하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같이 표현했다. 정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초대 원장을 지녔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독성학의 권위자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약물중독에 대한 수사에서 사용하는 소변검사법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 이를 한국 실정에 맞게 직접 개발했다. 국과수가 자신들이 진행한 감식 결과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도록 '국제표준화기구(ISO)17025'를 2000년대 중반 획득하는 것을 진두지휘했다. 내용상 혁신뿐만 아니라 형식상 혁신도 이뤄냈다. 2010년대 초.중반에는 국제법과학회와 국제법독성학회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학술단체 회장직을 수행하며 한국 독성학의 위상을 높였다. 정 교수가 40년 넘게 매진해 온 독성학이란 학문은 독물 전반을 연구하는 것이다. 독물이 지닌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파고들거나 검출방법, 중독현상, 치료방법, 예방방법 등을 탐구한다. 정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여자로서 국과수 원장에 오르고 아시아인으로서 국제학술단체의 회장을 맡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지금까지는 독성학이 한국에서 하나의 학문분과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써왔다면 이제는 연구자로서, 교육자로서 후학을 양성하며 독성학이란 하나의 학문분과로서 스스로 재생산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재 검찰이나 경찰이 쓰는 소변검사와 국과수 등이 수행하는 모발검사를 만드셨다. 이들 약물 검사법을 만든 이유는. ▲이전에는 마약류 투약 의심자를 경찰이 잡아도 몸에서 근거를 즉각 찾아낼 수 없어 골칫거리였다. 그러던 중 미국으로 출장을 갔는데, 그곳에서는 마약류를 투약했는지 안 했는지를 소변으로 검사했다. 그래서 1985년에 소변검사를 개발하게 됐다. 혈액검사는 오히려 검출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변검사는 투약자가 마약을 했으면 바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선 다음 단계로 바로 수사를 진척시킬 수 있다. 모발검사는 소변검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93년에 개발했다. 소변검사는 3~4일 전에 투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도 오래전에 마약류를 투약한 사람은 색출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들 기술을 개발하는 데 2~3년이 걸렸다. 혹자는 외국의 검사기술을 그대로 들여오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마다 유통되는 마약류가 다르다 보니 타국 기술을 수입하기는 어렵다. 극소량의 마약을 이용해 여러 차례 동물 테스트를 거쳤다. 개발에 성공한 후 경찰이 서울 이태원에서 마약사범들을 잡아들였다. 그때 소변검사를 시행한 이후 엄청나게 바빠졌다. ―한국의 마약류 투약 현황과 미국의 마약류 투약 현황이 다른가. ▲그렇다. 미국의 주류 마약류는 헤로인과 코카인이지만, 한국의 주류 마약류는 필로폰이다. 이는 한국이 일본의 식민통치를 당하면서 태평양전쟁이란 전쟁의 화마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제국은 생산현장에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전장에서 무모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성효과를 가진 필로폰을 노동자와 군인에게 제공했다. 이 같은 역사로 인해 한국의 주류 마약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필로폰이다. ―현재 한국의 독성학 수준을 세계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되나.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과수는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통해서 최대 0.02ng/㎎(모발 1㎎당 1억분의 2㎎)의 마약류까지 검출할 수 있다. 국제규격 수영장(길이 50m·폭 25m·깊이 2m 이상)에 떨어진 물질 한 방울을 찾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또 수십 또는 수백 종류에 달하는 신종 마약류로 검출할 역량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 시선에서 봐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독성학이 세계적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는 데는 많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떤 노력이 있었나. ▲1970~1990년대에는 일본 독성학계로부터 노하우를 많이 전수받았다. 앞서 말했듯 마약류 투약패턴이 한국과 일본이 아주 비슷하고, 이론을 중심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미국과 달리 개별 상황에 따라 진행된 실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일본은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이 따라 하기 좋은 모델이었다. 그래서 일본 경찰청의 '과학경찰연구소'와 교류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반께 한국이 고도성장기를 겪으면서 나라가 풍요로워졌고, 질량분석기 등 기초적인 장비를 마련했다. 점차 우리 스스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역량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질량분석기가 없던 시절에는 시약의 색깔을 맨눈으로 파악해 약물의 종류 등을 추정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열악한 시기였다. ―한국 독성학의 국제화에 큰 노력을 했다. 왜 이렇게까지 국제화에 주목했나. ▲영국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2000년대 초반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면서 국제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떠한 학문이든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혁신도 필요하지만 외부교류를 통한 긍정적인 자극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는 한국 독성학계의 수준도 어느 정도 올라와 있었을 때다. 하지만 이 같은 노하우를 세계 각국과 소통하기에 아주 부족했다. 언어적 장벽은 물론 국제규격에 맞는 행정절차 등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국에서의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국과수 법과학부장을 할 때 국과수가 ISO 17025를 획득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ISO 17025를 획득하려면 단순히 실험 과정의 엄밀성뿐만 아니라 행정절차의 보완성, 시료운송 과정에서의 정확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관심을 두고 계신 연구 분야나 미래 연구계획은. ▲휴대용 마약류 진단키트인 '필스크린'을 상용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독성학이 한층 더 다가가기를 희망한다. 또 한국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충남대학교에서 6년, 성균관대학교에서 4년 총 10년을 대학교 교원으로 살아왔다. 국과수에서 32년간 봉직하며 터득한 정보·지식을 후배 세대에게 전수하는 것이 내 위치에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8-27 18:01:31[파이낸셜뉴스] "한국 독성학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R&D)에 한 평생 매진해왔다." 정희선 성균관대학교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약학박사)는 독성학 분야에 40년 넘게 종사하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같이 표현했다. 정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초대 원장을 지녔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독성학의 권위자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약물 중독에 대한 수사에서 사용하는 소변검사법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에 이를 한국 실정에 맞게 직접 개발했다. 국과수가 자신들이 진행한 감식 결과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도록 '국제표준화기구(ISO)17025'를 2000년대 중반에 획득하는 데 진두지휘했다. 내용상 혁신뿐만 아니라 형식상 혁신도 이뤄냈다. 2010년대 초중반에는 국제법과학회와 국제법독성학회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학술단체의 회장직을 수행하며 한국 독성학의 위상을 높였다. 정 교수가 40년 넘게 매진해 온 독성학이란 학문은 독물 전반을 연구하는 것이다. 독물이 지닌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파고들거나 검출방법, 중독현상, 치료방법, 예방방법 등을 탐구한다. 정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여자로서 국과수 원장에 오르고 아시아인으로서 국제학술단체의 회장을 맡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지금까지는 독성학이 한국에서 하나의 학문분과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써왔다면 이제는 연구자로서 교육자로서 후학을 양성하며 독성학이란 하나의 학문분과로서 스스로 재생산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재 검찰이나 경찰이 쓰는 소변검사와 국과수 등이 수행하는 모발검사를 만드신 장본인이다. 이들 약물 검사법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에는 마약류 투약 의심자를 경찰이 잡아도 몸에서 근거를 즉각 찾아낼 수 없어 골칫거리였다. 그러던 중 미국으로 출장을 갔는데, 그곳에서는 마약류를 투약했는지 안 했는지를 소변으로 검사했다. 그래서 1985년에 소변검사를 개발하게 됐다. 혈액검사는 오히려 검출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변검사는 투약자가 마약을 했으면 바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선 다음 단계로 바로 수사를 진척시킬 수 있다. 모발검사는 소변검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93년에 개발했다. 소변검사의 경우 3~4일 전에 투약한 것만을 확인할 수 있어도 오래전에 마약류를 투약한 사람은 색출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들 기술을 개발하는데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혹자는 외국의 검사 기술을 그대로 들여오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마다 유통되는 마약류가 다르다 보니 타국 기술을 수입하기는 어렵다. 극소량의 마약을 이용해 여러 차례 동물 테스트를 거쳤다. 개발에 성공한 후 경찰이 서울 이태원에서 마약사범들을 잡아들였다. 그때 소변검사를 시행한 이후 엄청나게 바빠졌다. ―한국의 마약류 투약 현황과 미국의 마약류 투약 현황이 다르다는 말인가. ▲그렇다. 미국의 주류 마약류는 헤로인과 코카인이지만, 한국의 주류 마약류는 필로폰이다. 이는 한국이 일본의 식민통치를 당하면서 태평양전쟁이란 전쟁의 화마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제국은 생산현장에서의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전장에서의 무모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성효과를 가진 필로폰을 노동자와 군인들에게 제공했다. 이같은 역사로 인해 한국의 주류 마약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필로폰이다. ―현재 한국의 독성학 수준을 세계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되는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과수는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통해서 최대 0.02ng/mg(모발 1mg당 1억분의 2mg)의 마약류까지 검출할 수 있다. 국제 규격 수영장(길이 50m·폭 25m·깊이 2m이상)에 떨어진 물질 한 방울을 찾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또 수십 또는 수백 종류에 달하는 신종 마약류로 검출할 역량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시선에서 봐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독성학이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는 데는 많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 ▲1970~90년대까지는 일본 독성학계로부터 노하우를 많이 전수 받았다. 앞서 말했듯 마약류 투약 패턴이 한국과 일본이 아주 비슷하고, 이론을 중심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미국과 달리 개별 상황에 따라 진행된 실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일본은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이 따라 하기 좋은 모델이었다 그래서 일본 정부 경찰청의 '과학경찰연구소'와 교류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반께 한국이 고도성장기를 겪으면서 나라가 풍요로워졌고, 질량분석기 등 기초적인 장비를 마련했다. 점차 우리 스스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역량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질량분석기가 없던 시절에는 시약의 색깔을 맨눈으로 파악해 약물의 종류 등을 추정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열악한 시기였다. ―한국 독성학의 국제화에 큰 노력을 했다. 왜 이렇게까지 국제화에 주목했는가. ▲영국의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2000년대 초반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면서 국제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떠한 학문이든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 혁신도 필요하지만 외부 교류를 통한 긍정적인 자극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는 한국 독성학계의 수준도 어느 정도 올라와 있었을 때다. 하지만, 이같은 노하우를 세계 각국과 소통하기에 아주 부족했다. 언어적 장벽은 물론, 국제 규격에 맞는 행정절차 등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국에서의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국과수의 법과학부장을 할 때 국과수가 ISO 17025를 획득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ISO17025를 획득하려면 단순히 실험 과정의 엄밀성뿐만 아니라 행정 절차의 보완성, 시료 운송 과정에서의 정확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관심을 두고 계신 연구 분야나 미래 연구 계획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가. ▲휴대용 마약류 진단키트인 '필스크린'을 상용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독성학이 한 층 더 다가가기를 희망한다. 또 한국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충남대학교에서 6년, 성균관대학교에서 4년 총 10년을 대학교 교원으로 살아왔다. 국과수에서 32년간 봉직하며 터득한 정보·지식을 후배 세대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내 위치에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 아닐지 생각한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8-26 15:49:23[파이낸셜뉴스] 일본도로 이웃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마약 간이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연구원(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백모씨(37)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마약 간이시약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경찰은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또 경찰은 현재까지 백씨에 대해 정신 병력이 있다고 볼 만 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0분께 거주하는 아파트 정문에서 약 80㎝ 길이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에 살던 40대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8-02 18:50:45[파이낸셜뉴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에 돌진해 3명의 부상자를 낸 택시 운전사 A씨(70)가 마약 간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날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입건 후 실시한 마약 간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는 평소 몸이 좋지 않아 다량의 처방 약을 먹고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처방약과 채취한 모발, 소변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검사 의뢰할 계획이다. 음주 측정 결과 A씨는 음주운전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전날 오후 5시15분께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쪽으로 돌진해 보행자 3명, 차량 4대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1명이 중상, 2명이 경상을 입고 콘크리트 타일로 된 응급실 외벽도 파손됐다. 부상자들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07-04 09: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