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은 자연과 만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재충전하는 '힐링 공간'이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이런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서울 마포구에는 도심에서도 충분히 자연을 느끼며 휴식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숲길이 있다. 한국경관학회장상을 수상한 '성중길 산책로'가 주인공이다. 이 산책로는 월드컵경기장과 3700가구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인접해 있다. 길을 따라 키가 20m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장관을 이뤄 많은 지역 주민이 애용하는 장소다. 하지만 이전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기존 보행로 너비가 1m로 매우 협소했다. 인접한 아파트 단지와 월드컵경기장을 잇는 계단과 경사로는 너무 노후해 보행안전에도 우려가 컸다. 마포구에 따르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자연 그대로의 메타세쿼이아 식생을 보존 및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지난 2023년 3월 착공에 들어갔다. 우선 흉물스럽게 방치된 제방 사면을 활용해 데크로드를 만들고, 노후 계단과 경사로를 정비했다. 또 월드컵천로를 따라 이어지는 보행로 너비를 기존 1m에서 최대 8m까지 넓혔다. 아울러 노후한 목제난간 대신 80㎝ 높이의 식물 띠녹지를 활용하고, 차로변에는 추위와 공해에 강한 차폐용 수목을 심어 자연친화적 보행환경을 조성했다. 데크와 나무 틈에 설치한 경계목은 발빠짐 및 끼임 사고를 방지해 이용객의 안전도 확보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이뿐만이 아니다.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 시설과 벤치도 설치했다. 보행로 곳곳에는 명언과 힐링 문구를 배치, 바쁜 일상 속에 마음의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곳곳에 설치된 벤치와 넓어진 보행로 덕에 어르신과 어린이, 유모차나 자전거 등의 동반 이용이 편리해져 인근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마포구에는 성중길 산책로 외에 사시사철 시와 꽃, 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숲길이 또 있다. 바로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 길에 들어선 '난지 테마관광 숲길'이다. 난지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산' 이라는 오명으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원래는 '난초'와 '지초'가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을 지닌 곳이다. 마포구는 난지도로 인한 마포구민의 수십년 설움과 눈물을 위로하고, 난지도의 아름다웠던 옛 이름을 되찾아주기 위해 난지 테마관광 숲길을 조성했다. 세부적으로 하늘공원 내 메타세쿼이아길 1㎞ 구간을 꽃무릇과 상사화 등 사시사철 꽃피는 특화거리로 조성했다. 난지 테마관광 숲길에는 꽃무릇 26만본, 상사화 1만8900본, 맥문동 6만7700본을 포함해 총 34만9800본의 초화가 심어져 있다. 이들 꽃들은 개화시기가 다 다르다. 도심에서도 사계절 내내 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4-07-17 18:58:56[파이낸셜뉴스] 한강이 나날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잠수교는 보행전용교가 되고, 올 10월이면 한강에 수상버스가 다니고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수상호텔과 수상오피스 등이 들어선다. 한강이 랜드마크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잠수교 설계 최종안 나와11일 서울시에 따르면 ‘문화의 다리, 잠수교 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잠수교는 한강 파노라마 전망을 배경으로 하는 800m 길이의 ‘서울에서 가장 길고 특별한 야외 미술관’으로 탄생한다. 시민들이 365일, 언제든 걸으며 한강과 서울 도심을 만끽할 수 있도록 안전성도 필수적으로 갖추게 된다.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은 길이 795m, 너비 18m로 한강다리 중 가장 짧고 접근성이 좋은 잠수교의 장점을 활용해 시민들이 걸으며 한강을 즐길 수 있는 수변명소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예정 설계비 7억원, 예정 공사비 16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최종 당선작은 네덜란드 건축회사 아치미스트(Arch Mist)의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The Longest Gallery)’이다. 잠수교 위에, 떠 있는 공중 보행다리(DECK)를 조성해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한강의 특별한 파노라마 전망도 연속적으로 제공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콘셉트다. 강렬한 색상을 상징적으로 사용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상시에는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상황에 따라 패션쇼 런웨이, 야간 야외 영화관, 결혼식과 축제 등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이번 설계공모작 선정의 핵심은 ‘실현 가능성’과 ‘안전성’이다. 한강과 잠수교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최적의 설계 검증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가 단계별로 참여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사를 진행했다고 시는 덧붙였다. 당선자와 다음 달부터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약 10개월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한 뒤 2025년 착공, 2026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2030년까지 1천만이 한강 수상 이용"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의 활용도를 다양화해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1000만명이 한강의 수상을 이용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24일 ‘한강 수상활성화 종합계획’ 발표 현장에서 "런던 템즈강, 뉴욕 허드슨강, 파리 센강, 도쿄 스미다강 등 전세계 주요도시는 우리보다 훨씬 진화된 형태로 강을 이용한다"며 한강의 대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우선 오는 10월엔 한강에 수상 대중교통인 리버버스를 띄운다. 한강 리버버스는 마곡, 망원, 여의도, 잠원, 옥수, 뚝섬, 잠실 총 7개 선착장에서 상행(마곡→잠실)과 하행(잠실→마곡)으로 구분해 평일 하루 68회 운항한다. 한강 수위가 올라가도 안전할 수 있도록 물 위에 떠 있는 부유식 시설로 수상호텔과 수상오피스를 조성한다. 특히 수상호텔을 여의도 물빛무대 주변에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올해 중 타당성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호텔업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고, 2026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여가활동으로 한강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케이블 수상스키장’을 운영하고, 올 하반기부터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뚝섬 윈드서핑장 운영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상현실(VR)·4차원(4D)으로 수상 재난 대응법을 배우는 국내 최초의 ‘수상 재난안전체험관’을 2025년부터 조성할 계획이다. 한강을 성장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한강 내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계류시설을 총 1000선석으로 늘리고, 잠실에 도심형 마리나를 신규로 짓는다. 여의도에 선착장을 조성해 여의도~경인아라뱃길을 활성화하고, 향후 여의도에서 승선해 한강을 따라 서해까지 갈 수 있는 서울항을 만든다. 여의도에는 대형 유람선이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을 조성해 여의도~아라뱃길 유람선을 활성화한다. 선착장은 마포대교 남단에 올 10월까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여객터널인 서울항도 여의도에 조성한다. 이를 통해 5000t 급 이하 여객선이 정박할 수 있다. 올해부터 설계와 공사를 시작해 2026년 하반기에 개항한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05-10 16:39:33한강은 총길이 494㎞에 최대 강폭 1.2㎞에 달한다. 순우리말로 '큰 강'으로 풀이되는 한강은 작은 바다라고 느껴질 만큼 세계적으로도 폭이 넓다. 영국 런던 템스강, 프랑스 파리 센강, 독일 베를린 슈프레강, 러시아 모스크바강들의 강폭은 50~200m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름철 레저용 배들을 제외하곤 한강은 거의 텅 비어 있다. 각종 물류, 교통, 관광 수단으로 활용되는 해외 강들과 비교하면 한강은 활용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한강이 가장 주목받는 시기는 어쩌면 홍수 조절이 필요한 장마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강 나루들은 원래 조선 상업과 무역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서울 여의도, 용산과 가까운 마포나루는 지난 18세기부터 쌀과 생선·젓갈 등을 파는 시전이 밀집했다. 마포나루는 한양 남서쪽의 대표적인 포구이자 관문이었다. 서해를 따라 올라온 전국 각지의 특산물들이 이곳을 통해 도성으로 들어왔다. 소금을 판매하는 마포 염전을 비롯해 목재류 등을 취급하는 각종 점포들은 조선 최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해 염전에서 거둬온 소금을 보관하기 위한 소금창고도 마포나루 인근에 조성됐다. 소금창고는 마포구 염리동 일대에 많았다. 염리동은 '소금동네'라는 뜻이다. 별영창·만리창과 같은 대규모의 국영 창고도 마포와 용산 일대에 자리 잡았다. 별영창은 훈련도감 군인들의 급료를 보관하던 군사용 창고로, 지금의 마포구 도화동과 용산구 청암동 경계에 있었다. 용산구 도원동과 효창동 부근에 있던 만리창은 구휼미와 대동미를 보관하던 창고였다. 심지어 1866년 천주교 박해사건 뒤 병인양요를 일으킨 프랑스 함대가 한강을 따라 올라왔던 곳도 마포 부근이었다. 6·25전쟁과 개발시대를 겪으면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옛 모습은 사라졌고, 육로가 발달하면서 마포나루의 옛 명성은 사라져 갔다. 그 뒤로 정적만 가득했던 한강 나루들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속에서 150여년 만에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오 시장은 최근 한강에 수상 호텔, 오피스, 서울항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한강 수상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먼저 발표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후속 조치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강변 개발을 핵심으로 했다면 이번 계획은 수상시설 개발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다. 우선 오는 10월부터 마곡에서 잠실까지 리버버스를 운행한다. '교통지옥' 서울에서 1시간여가 걸리는 강북~강남 출퇴근 거리를 대폭 줄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잠실과 이촌엔 항만 역할의 마리나를 건립하고, 선박 계류장도 지금의 130개에서 1000선석으로 늘릴 계획이다. 경인 아라뱃길과 연계한 '서울항'도 조성한다. 홍수기 때 한강 수위가 올라가도 안전한 수상 오피스와 호텔, 세계 음식을 맛보는 수상 푸드존도 들어선다. 민간투자 3135억원, 서울시 예산 2366억원 등 총 5501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현재 연간 90만명가량인 한강 수상시설 이용자를 종합계획이 마무리되는 오는 2030년까지 1000만명가량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가 6800명의 일자리 창출과 연간 9256억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한강의 기적을 통해 2년 뒤 대권 기반을 쌓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 시장의 한강 개발 프로젝트는 단 몇 년 만에 출발한 것이 아니다. 오 시장은 이미 지난 2007년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구상했다. 이후 2023년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2024년 한강 수상활성화 종합계획으로 사업을 이어 왔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시작될 무렵의 어린이들은 이미 청년이 됐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이처럼 오랜 한강프로젝트 추진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와 경험도 많이 쌓았다. 오 시장이 꿈꿔왔던 '한강의 기적'이 이젠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4-05-08 18:23:23[파이낸셜뉴스] 쓰임새가 낮다고 평가받는 한강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 2006년 시장 재임 당시 '한강 르네상스'를 주창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해 민선 8기로 취임한 후 '한강 르네상스 2.0'을 통해 문화·관광 자원으로 한강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 곳곳에 거리공연이 울려 퍼질 수 있도록 11개 전 한강공원에 '버스킹존' 22개를 조성했다. 1년 내내 휴일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강은 강폭이 1.5km로 프랑스 파리 센강(200m)의 약 7배, 영국 런던의 템즈강(700m)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센강이나 템즈강 위에 수많은 배들이 오가는 반면 한강은 적막하다. 간간이 눈에 띄는 유람선을 제외하곤 황량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오세훈 시장은 길고 넓은 한강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강 주변에는 한강공원이 갖춰져 있어 공원과 강을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상품을 만들기 좋다.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 2.0'으로 내세우는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한강 리버버스'다. 리버버스는 한강 위로 다니는 수상버스다. 출퇴근 시간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늘 교통체증에 시달린다는 점을 감안해, 교통 체증이 없는 강 위에 약 200명이 탈 수 있는 수상버스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내년 9월 운항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실제 오세훈 시장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한강은 적어도 교통 측면에서는 죽어있고, 죽어있는 한강이 정상은 아니다"면서 "런던의 템즈강 등 세계 주요 강들은 수상교통이 매우 발전했지만 서울은 적막강산이기 때문에 임기 중에 수상교통을 활성화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들섬을 글로벌 예술섬으로 조성해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노들섬은 예술섬의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을 개선하고, 노들섬 동-서측을 연결하면서 한강의 석양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보행교를 신설한다. 한강을 배경으로 한 수상예술무대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한강을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강페스티벌'도 있다. 기존에는 여름에만 열렸지만 시민들이 사계절 한강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지난 해부터 계절마다 행삭다 열린다. 최근 개최한 한강페스티벌은 가을날 한강 다리 위를 걸으며 황금빛 노을을 감상하는 프로그램부터 해질녘 한강변에서 즐기는 낭만적인 오케스트라·클래식 음악회, 한강에서 석양과 함께하는 심신 수련 요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는 한강에서 다양한 이벤트도 하고 있다. '세계불꽃축제'가 대표적이다. 세계불꽃축제는 매회 100만명의 시민들이 찾는 인기 이벤트다. 여의도의 빌딩숲을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한강에 비치는 불꽃들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선보이기 시작한 '드론라이트쇼'도 인기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지난 9월 8일부터 진행 중인 하반기 드론라이트쇼는 회차별 최대 1만8000여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대 1000대의 드론이 보여주는 다양한 이미지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더 많은 시민들이 한강을 찾고, 많은 배가 떠나니도록 하기 위해선 한강 스카이라인의 개선도 필수다. 현재 한강에서 바라보는 강북과 강남의 풍경은 아파트 일색이어서 재미를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대관람차인 '서울링'을 만들기로 했다. 곤돌라 및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한강과 경인아라뱃길을 잇는 유람선도 띄운다. 또 여의도에 서울항을 조성해 대형 크루즈가 한강을 떠나닐 수 있도록 한다. 서울항이 조성되면 여수, 제주도 등 국내선 항만 기능을 우선 수행하고, 향후 해양관광 수요를 바탕으로 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 기능도 도입해 중국 등 동북아를 연결하는 국제항으로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3-10-27 17:31:46한강의 옛 모습을 아시는가? 겸재 정선이 1741년에 그린 진경산수화 '압구정'을 보면 잠실 쪽에서 바라본 한강의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강 건너편은 두모포로 오늘의 옥수동이다. 두모포 뒤편으로 남산이 보인다. 권신 한명회가 노후를 보내려고 지은 '갈매기와 사귀는 정자'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1동 어림이다. 겸재는 '경교명승첩'과 '양천팔경첩'에 예술사진 뺨치는 한강 그림 수십 점을 남겼다.한강은 불과 반세기 만에 천지개벽을 했다. 물길이 뱀처럼 구불구불 굽이치는 곳에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섬에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와 바람에 나부끼는 수양버들, 갈대가 지천인 자연하천은 사라졌다. 조선시대 한강의 이름은 경강이었다. 삼전도(송파)에서 양화진(합정)까지를 경강이라고 불렀다. 남산 기슭 한강진 나루터 일대를 지칭하던 한수가 한강의 어원이다. 시인 T S 엘리엇은 "역사란 언제나 동떨어진 원인에서 기묘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설파했다. 옛사람들은 한강을 하나의 강이 아니라 동호, 서호, 남호, 행호로 나뉜 4개의 호수라고 미화했다. 동호는 동호대교 아래이고, 서호 혹은 서강은 마포 지역이다. 용산강으로도 불린 남호는 동작진과 노량진 구간이다. 행호는 행주대교 일대를 말한다. 한강은 시인 묵객들의 문화공간이자 풍류의 장이었다. 19세기 초만 해도 매년 1만척을 헤아리는 황포 돛배가 사람과 물자를 싣고 오가던 물류의 강이었다. 광적인 인구의 서울 집중과 한국전쟁 이후 휴전선 한강철책이 설치되면서 한강 잔혹사를 초래했다. 세월이 흘러 한강은 진짜 호수가 됐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정타는 1967년 제1차 한강개발과 1982년 제2차 한강종합개발이었다. 한강은 잠실대교 아래 잠실보와 김포대교 아래 신곡보라는 2개의 수중댐에 갇힌 거대한 어항이 됐다. 수심 2.5m의 인공호수는 텅 비었다. 석도, 무동도, 부리도, 저자도, 선유도, 백마도는 한강변을 메워 택지를 조성하는 골재로 쓰였다. 잠실도와 뚝섬, 서래섬, 여의도, 난지도는 이름만 섬일 뿐 육지가 됐다. 크고 작은 섬들이 사라지면서 모래톱과 습지도 더불어 자취를 감췄다. 여름에는 강수욕장으로, 겨울엔 스케이트장과 썰매장으로 변신했던 한강은 이제 없다. 60㎞에 이르는 콘크리트 호안에 갇힌 강폭 900m의 드넓은 강물은 마치 비행기 활주로를 닮았다. 모두 3차례의 한강개발로 말미암아 한강의 풍광과 쓰임새가 달라졌다.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판이다. 최고 2㎞에 이르던 강폭은 아파트와 도로로 둔갑했다. 물줄기가 끊기고, 섬이 사라진 한강은 아예 다른 강이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라는 1991년에 나온 유행가의 가사는 실현되지 않았다. 유람선과 요트가 떠 다니는 한강은 한바탕 꿈이었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구호만 요란했을 뿐 한강 복원에는 손이 미치지 않았다. 2011년 박원순 시장의 수중보 철거 선거공약도 무위로 돌아갔다. 목하 오 시장이 내년 9월 운항을 목표로 한강 수상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로 이름을 바꾼 듯하다. 영국 런던 템스강의 리버버스가 그 모델이다. 그러나 출퇴근용 리버버스는 6년 전 서울시가 추진했다가 타당성 조사 결과 낙제점을 받아 폐기된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또 신곡수중보는 여전히 한강 서해 쪽 수계를 차단하고 있다. 수중보가 있는 한강은 반쪽짜리다. 한강변 접근성도 나아진 게 없다. 올림픽대교와 강변북로 그리고 강변 아파트숲과 둔치가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현재도 운행 중인 수상택시와 유람선이 파리를 날리는 까닭이다. 관광용 유람선도 장사가 안 되는데 출퇴근용 수상버스가 유지될지 의문이다. '눈에 보이는' 수상버스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강의 자연성 회복이 백배 천배 더 화급하다. 한강의 옛 모습이 그립지 아니한가. 노주석 논설고문 joo@fnnews.com
2023-09-27 16:34:07[파이낸셜뉴스] "주인님, 이제 노래 들려 드릴게요. 뮤직 스타트 외쳐주세요!" 지난 28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모바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승리의 여신: 니케' 테마 카페. 게임 세계관 속 캐릭터 '코코아', '소다', '에이드'로 변신한 메이드들이 노래가 시작되자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박수를 치고, 캐릭터 이름을 부르며 호응했다. 친구 두 명과 같이 카페를 방문한 대학생 남모씨(21)도 그 중 하나다. 남모씨는 이날 오전 8시 20분 께부터 긴 줄을 서야만 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입장한 그는 "니케는 OST가 매력적이라서 빠지게 됐다"며 "오늘 노래에 맞춰 다같이 율동을 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 밤 10시부터 기다려" 게임 메이드 카페 인기 '니케' 테마 카페는 국내 개발사 시프트업과 서비스사인 레벨인피니트가 게임 서비스 6개월을 맞아 준비한 이벤트다. 지난 4월 27일 시작해 오는 5월 4일까지 진행되며 지휘관(이용자)들을 맞이한다는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1층은 굿즈숍, 2층에는 메이드 카페가 준비돼있다. 카페에서는 약 한 시간 동안 15팀이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메이드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아침 일찍부터 대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으로 행사를 즐겼다. 세 캐릭터 메이드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잘 읽은 오므라이스 계란 위에 케첩으로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준비된 세션이 끝나자 "주인님 다음에 또 오세요", "다음에 보자"라며 계단까지 배웅도 잊지 않았다. 니케 테마 카페를 찾는 발걸음은 끊기지 않고 있다. 니케 캐릭터로 자차를 래핑하거나 차박을 하며 기다리는 열혈 게임 이용자들도 다수였다는 설명이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전날 밤 10시부터 기다린 방문객들도 있었고 행사에 만족해 이틀 연속 온 이용자도 있었다"며 "이른 오전엔 날씨가 쌀쌀해 대기가 힘들 것 같아 무릎 담요 160장, 핫팩 등을 구비해 나눠드렸다"고 전했다. "서브컬처 게임, 이제는 주류로 불러줘" 니케를 포함한 서브컬처(비주류) 게임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은 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을 통칭하며, 개성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팬층이 두텁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일부 마니아층만 하는 게임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다수가 즐기는 게임이 되고 있다. 실제 인기 서브컬처 게임 '원신'을 개발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는 26일 은하 판타지 RPG '붕괴: 스타레일'을 출시했다. 해당 게임은 현재 엔씨소프트 '리니지M' 등 국내 주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10위권 안에 안착해 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도 서브컬처 게임에서 저력을 보이고 있다. 넥슨게임즈의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는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는 올해 초 TV 애니메이션 제작이 발표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게임은 이제 주류라고 봐야 한다"며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드한 MMORPG에 주력하던 국내 게임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3-04-28 19:10:50[파이낸셜뉴스] "3S를 기억해 주세요. 스위스, 알프스, 티틀리스." 8일 서울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인근 경의선 책거리. 스위스정부관광청 주최로 열린 '스위스 봄거리 축제'는 약 9000km떨어진 스위스의 조각들을 한국에 옮겨 놓은 듯 했다. 마틴 니데거 스위스정부관광청 CEO는 "스위스를 한국에 가져올 수는 없지만 이 장소에서 스위스의 상징 '발레'주를 비롯해 마테오른산, 제임스본드 영화의 배경이 된 산 등 다양한 곳을 볼수 있을 것"이라며 "발 밑을 따라 이어지는 철도길을 따라 스위스의 철도 여행을 느껴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달 4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스위스정부관청청은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 '스위스 봄거리 축제'를 진행한다. 축제 현장은 한국 여해자들에게 인기있는 스위스 주요 지역 풍경을 재현하고 다양한 정보와 체험도 가능하다. 특히 스위스 청정 자연과 도시를 기차로 즐기는 스위스 그랜트 트레인 투어 체험존을 마련해 실제 열차 칸 내부를 돌아다니며 스위스 여행 팁과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틴 니데거 COE는 “이번 축제를 통해 관람객들이 스위스 기차 여행과 더불어, 강과 호수로 둘러 쌓인 물의 도시 취리히, 스위스의 매력적인 심장부 루체른, 훼손되지 않은 청정 자연을 담은 알프스의 중심부 발레지역,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쉴트호른 등 다채로운 스위스의 참모습을 경험하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 전에는 요들그룹 '알펜로제'가 스위스 민속악기인 외르겔리 연주를 비롯해 요등송과 다양한 전통 음악으로 흥을 돋웠다. 개막식에서는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이자 스위스정부관광청 홍보 대사인 테니스 영웅 '로저 페더러'가 함께한 '스위스 그랜드 트레인 투어' 캠페인 영상이 소개됐다. 로저 페더러가 방송 촬영을 위해 스위스에서 촬영을 하다 기차를 잘못 타지만 어느 기차를 타든 스위스의 모든 도시가 매력적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평생 잊지 못할 기차 여행이 필요하다면 스위스로"라는 자막이 나온다. 스위스 그랜드 트레인 투어는 1280km의 아름다운 기차 여정을 통해 거대한 알프스 산맥을 따라 펼쳐진 11개의 커다란 호수, 4개의 공식 언어권, 5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파노라마 기차를 타고 스위스의 모든 하이라이트와 볼거리를 연중 언제나 둘러볼 수 있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 프로모션’을 통해 스위스 트래블 패스를 소지하면 정해진 방향이나 여행 기간과 상관없이 기차, 버스, 유람선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프로모션 기간은 이달 15일부터 5월 14일까지로 4일권 구매 시 1일, 8일권 구매 시 2일의 여행일을 무료로 추가 제공한다. ‘스위스 봄거리 축제’는 5월 8일까지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서 열리며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총 4개의 스위스 도시를 이동하며 볼 수 있다. △발레 △쉴트호른 △취리히 △루체른 등이다. 쉴트호른은 과거 007 영화 시리즈 중 하나인 '여왕폐하 대작전'이 촬영된 곳으로 유명하다. 루체른의 티틀리스 산은 해발 3000m로 티틀리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보면 맑은 날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장관을 자랑한다. 한편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당시 스위스에는 약 40만명의 한국인이 찾으며 인기를 끌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4-08 16:45:50세계 최대규모의 대관람차가 서울 상암동에 들어선다. 서울시는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을 마포구 상암동 소재 하늘공원에 조성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대관람차 입지 후보로 상암 하늘공원과 노들섬, 여의도공원과 수도자재센터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한강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대관람차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서울의 대표적 경관이 돼야 한다'는 주요 원칙에 입각해 후보지를 검토했다. 시는 구체적 선정 기준으로 접근성과 주변 관광 인프라, 조망과 균형발전 측면 등을 고려했다. 그 결과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노들섬과 상징성이 가장 우수한 하늘공원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리고 남북화합과 서울의 관문으로서 상징성이 있는 하늘공원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 최종 결정했다. 하늘공원에 조성될 대관람차는 기존 대관람차처럼 '살(Spoke)'이 있는 디자인에서 탈피해 살이 없는 고리 형태로 제작된다. 규모는 180m에 달할 전망이다. 전세계 대관람차들 중에서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아인두바이'에 이어 2위 규모이지만, 고리형 대관람차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시간당 1474명, 1일 최대 1만1792명이 탑승할 수 있다. 연간 약 350만명 이상의 관광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시는 현재 구상 중인 고리 형태 디자인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국내외 대관람차 설계업체, 대형 건설사의 자문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추후 민간에서 더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안 받아 보완·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링은 난지도의 역사적 의미를 경험하게 하고 각종 축제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문화·관광 및 소통의 장 역할도 맡는다. 서울 전역에서 반입된 쓰레기 매립지라는 난지도의 역사와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체험전시관을 조성한다. 디지털 문화 트렌드에 맞춘 복합문화공간도 조성해 문화 향유기회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시는 대중교통 연계가 미흡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친환경 자율주행버스 등 교통수단의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 또 곤돌라 및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도 적극 검토 중이다. 착공은 오는 2025년으로 예정됐다. 시는 대관람차가 조성되는 하늘공원과 상암동 일대를 마포석유비축기지, 자원회수시설 등 공공시설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전략을 만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2023-03-08 18:00:54[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규모의 대관람차가 서울 상암동에 들어선다. 서울시는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을 마포구 상암동 소재 하늘공원에 조성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대관람차 입지 후보로 상암 하늘공원과 노들섬, 여의도공원과 수도자재센터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한강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대관람차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서울의 대표적 경관이 돼야 한다'는 주요 원칙에 입각해 후보지를 검토했다. 시는 구체적 선정 기준으로 접근성과 주변 관광 인프라, 조망과 균형발전 측면 등을 고려했다. 그 결과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노들섬과 상징성이 가장 우수한 하늘공원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리고 남북화합과 서울의 관문으로서 상징성이 있는 하늘공원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 최종 결정했다. 하늘공원에 조성될 대관람차는 기존 대관람차처럼 '살(Spoke)'이 있는 디자인에서 탈피해 살이 없는 고리 형태로 제작된다. 규모는 180m에 달할 전망이다. 전세계 대관람차들 중에서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아인두바이'에 이어 2위 규모이지만, 고리형 대관람차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시간당 1474명, 1일 최대 1만1792명이 탑승할 수 있다. 연간 약 350만명 이상의 관광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시는 현재 구상 중인 고리 형태 디자인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국내외 대관람차 설계업체, 대형 건설사의 자문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추후 민간에서 더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제안 받아 보완·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링은 난지도의 역사적 의미를 경험하게 하고 각종 축제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문화·관광 및 소통의 장 역할도 맡는다. 서울 전역에서 반입된 쓰레기 매립지라는 난지도의 역사와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체험전시관을 조성한다. 디지털 문화 트렌드에 맞춘 복합문화공간도 조성해 문화 향유기회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시는 대중교통 연계가 미흡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친환경 자율주행버스 등 교통수단의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 또 곤돌라 및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도 적극 검토 중이다. 착공은 오는 2025년으로 예정됐다. 시는 대관람차가 조성되는 하늘공원과 상암동 일대를 마포석유비축기지, 자원회수시설 등 공공시설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전략을 만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2023-03-08 09:31:34"깨끗한 자연환경을 찾아 이주한 캐나다에서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게 됐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우리나라 미세먼지 정화업계를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1일 서울 마포구 드웰링 본사에서 만난 전정환 드웰링 대표(사진)는 "우리나라보다 대기질이 좋다는 캐나다에서 초미세먼지 관리에 힘쓰는 것을 보고,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초미세먼지 정화사업을 개척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드웰링은 지하철 공기질을 개선하는 양방향 전기집진기 관련 원천기술을 가진 국내 3대 기업 중 한 곳이다. 전 대표가 처음 시도한 사업모델은 대학병원 공기정화장치다. 그는 "대학병원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자 등 공기질 오염에 가장 취약한 분들이 있다"며 "이들을 돕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 등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드웰링의 건물용 공기정화장치는 사물인터넷(IoT)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외부 공기질을 센서가 자동으로 평가해 내부에 맑은 공기가 유입되도록 건물의 공기조화(공조)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작동시킨다. 이때 인체에 무해한 자외선 A(UVA)를 활용해 공기 내 바이러스 등을 살균한다. 전 대표는 "서비스 시작 후 1년 만인 2017년 환경부로부터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다중이용시설의 생활환경질 개선'이라는 국가 연구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됐다"며 "관련 지식재산권만 280건가량 보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대학병원을 넘어 서울 지하철 여러 곳과 서울 내 27개 지하상가 등에 많이 보급돼 있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중점사업에 대해 "폐쇄공간을 넘어서 개방된 공간에서 공기정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공기정화차량과 버스정류장을 스마트셸터로 바꾸는 사업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공기정화차량은 사람이 호흡하는 높이의 초미세먼지를 차량이 이동하며 흡착한다. 전 대표는 "터널에서는 38%의 개선효과가 검증됐다"며 "공기질 지도를 보면 국지적으로 오염 정도가 높은 지역이 존재하는데 해당 구역에 차량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셸터는 시내버스 중앙차로 환승센터에 설치되는 시설이다. 도로 가운데 위치해 자동차가 일으키는 초미세먼지에 취약한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을 공기정화장치가 마련된 길이 65m의 대기시설로 탈바꿈한다. 전 대표는 "현재 마포구 홍대·합정, 강서구 마곡 등 서울 시내 13곳에 조성돼 있다"며 "단순한 공기정화시설을 뛰어넘어 시민의 버스이용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표가 말한 편리한 버스이용은 실시간 교통데이터를 활용해 버스 도착 전 승하차 위치를 지정해주는 방안이다. 전 대표는 "수십m에 달하는 버스환승센터에서 탑승하고자 하는 버스의 정차위치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여야 되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한다"며 "현재 시범사업으로 일부 구간, 일부 시간에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목표는 "이차전지 관련 자원순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몇 년간 사업을 하면서 모인 우수인력의 면면을 보니 가능하겠다는 판단하에 임시조직(TF)을 구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양극재를 추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2023-02-01 18: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