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며느리를 감시하기 위해 집 안에 몰래 홈캠을 두고 대화를 엿들은 혐의로 기소된 시어머니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재에 홈캠 설치.. 아들과 대화 엿들으려 한 혐의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시어머니 A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지난 9일 기각했다. 이에 따라 1·2심 모두 무죄가 나오며, 검찰 또한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앞서 A씨는 지난해 6월 20일부터 24일 사이 제주시 자택 내 서재에 있던 옷 바구니 안에 '홈캠'을 몰래 둔 뒤 휴대전화에 설치한 앱을 통해 며느리 B씨와 아들 간 대화를 엿들은 혐의로 기소됐다. 사용된 '홈캠'은 음성과 영상 녹음, 녹화 기능이 있으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정용 CCTV다. 검찰은 A씨의 행위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상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람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A씨는 며느리를 감시하기 위해 홈캠을 몰래 설치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부대화 녹화된 영상 없다" 1·2심 모두 무죄 그러나 1심은 검찰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피해자는 경찰 고소 당시 홈캠 설치를 문제 삼았을 뿐 대화를 들었는지는 문제 삼지 않았고, 또 피고인 휴대전화에 피해자와 아들을 녹화한 영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피고인 법정진술 역시 홈캠과 연동된 앱을 통해 피해자와 자신의 아들이 말없이 TV를 보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아들 사이의 대화를 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2심 역시 검찰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6-09 14:33:26인권과 공익을 내세우는 시민단체(NGO)의 국고보조금 횡령 수법이 거의 범죄단체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집행 실태를 점검해 확인한 비리 행각이다. 보조금 10억원을 타낸 시민단체 간부는 그 돈으로 손녀의 승마용 말을 구입하고 유학비를 대주며 물 쓰듯 썼다. 그러고도 남은 보조금은 자녀 사업자금, 주택 구입, 골프장 콘도 이용에 멋대로 사용했다. 국민 세금에서 나온 지원금이 이렇게 낭비됐다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적발된 단체들의 기본수법은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과 비용 부풀리기였다. 모친과 남편, 며느리, 지인을 허위직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보조금을 타내는가 하면 직원 인건비 통장에 현금카드를 연결해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적발됐다. 경기 안산에 있는 시민단체 두 곳은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을 북한 제도 탐구활동비로 썼다. 서류조작이 대담하고 치밀해 겉으론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한다. 감사원은 보조금을 빼돌린 10개 시민단체와 관계자 7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범행을 낱낱이 밝혀 엄단하기 바란다.시민단체의 무너진 도덕성을 일부 단체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2017~2022) 시절 민간단체 보조금은 연간 4000억원씩 늘어 총 22조원 넘게 지원됐다. 서울시만 해도 전임 박원순 시장 재임기에 민간단체 지원금이 1조원에 육박했다.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의 현금지급기(ATM)로 전락했다"는 오세훈 시장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단체에 혈세를 퍼주고는 감시는 아예 손을 놓았다. 이제부터라도 시민단체 보조금에 대한 감시·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보조금 사업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기획재정부는 1억원(현행 3억원) 이상의 보조금 사업은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감사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투명성을 높일 근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의 그늘을 묵묵히 돌보는 다수 시민단체들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의 양심인 척하며 양의 탈을 쓰고 도둑질을 일삼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시민단체들은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하는 게 도리다.
2023-05-17 17:54:21[파이낸셜뉴스] "시댁 내려가서 익명 신고 가능하면 확 신고해버리고 싶네요." (명절 시댁 모임을 셀프 신고하고 싶다는 글) "시댁 집주소 알려줄게요. 신고 좀 해주세요. 서로 품앗이 한다 생각하고 한 명씩 신고해줄까요."(명절 시댁 모임을 서로 품앗이 신고하자고 제안하는 글) 정부의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집합금지조치 시행에도 설 연휴 시댁 방문을 종용하는 시부모에 대해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 "시댁을 신고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들이 무더기로 올라와 논란을 빚고 있다. "누가 우리 시댁의 방역위반 모임을 대신 신고해달라"는 신고 품앗이부터 "우리 집에 지금 5명 이상 모임하고 있어요"라며 며느리가 방역 당국에 스스로 신고하고 싶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설 연휴까지 2주간 연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설 명절 연휴 때 직계가족이라 하더라도 주민등록상 다른 거주지에 사는 구성원이 5명 이상 모이면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된다. 지난 2일 임신·출산·육아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셀프 신고’가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며느리 발언권은 ‘0’인데 남편은 말도 못 한다”며 “방문 고집하는 시어머니, 시누네 벌금 좀 물고 정신 차리라고 집합금지 신고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다른 맘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는 ‘신고 품앗이’를 제안하는 글도 등장했다. ‘셀프 신고'를 할 경우 신고자가 밝혀질 수 있으니 서로 신고를 하자는 것이다. 경기 지역에 기반을 둔 한 맘카페 회원은 “집합금지라서 친정에 안 갈 거라고 말했는데 시부모님은 오지 말란 말을 절대 안 한다”며 “서로 품앗이한다고 생각하고 한 명씩 신고해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글엔 “시댁 집주소 알려드릴 테니 신고 좀 해달라” “설날 때 동네 사람들 감시 하겠다” 등 호응이 잇따랐다. 이 같은 불만은 고부갈등이나 부모자식 간 갈등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한 맘카페 이용자는 “신혼부부인데 명절에 부모님과 아가씨가 우리 집에 와서 식사를 해도 되냐는 남편 때문에 싸웠다”며 “이 시국에 집에 오는 걸 불편해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설에 시가에 가야 하냐’는 고민글은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5인 모임 금지랬는데 시골이라 괜찮다한다” “한 번 안 챙긴다고 조상이 노하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오라고 한다” 등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시댁 또는 고향 부모님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 포기..그냥 가요" "어쩔 수 없이 잠깐 내려갔다 오려 구요" 등 체념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지난 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확실한 안정세에 들어섰단 믿음이 생기면 설 연휴 전이라도 추가적인 방역 조치 완화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467명으로 나흘 만에 다시 400명대를 기록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김지환 인턴기자
2021-02-03 13:41:4214일 민족대명절 설 연휴(15~18일)를 하루 앞두고 서울 노량진 학원가 수험생들은 고향행(行) 대신 학원 문을 자물쇠로 채워가며 '열공'하고 쪽방촌의 독거노인들은 자식들이 올까 가족 사진을 보며 그리움을 키웠다.이날 오전 공무원, 경찰, 교사 임용 학원 등이 모여 있는 노량진은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한 수험 학원에서 만난 경찰 공무원 준비생 이영호씨(29.가명)는 설 연휴 동안 학원 특강을 신청하는 등 일정을 빽빽하게 채웠다. 다음달 24일 시험이 있기 때문에 귀향을 한 해 미뤘다고 했다. 이씨는 "설 연휴에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는 있지만 지난 3년 명절 때마다 외롭게 지내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괴롭다"고 전했다. 이씨는 올 시험에 반드시 합격해 추석에는 한우 선물세트와 월급 봉투를 들고 충북 청주에 있는 집에 가고 싶은 바람이다.■시험에 꼭 합격해 추석 때는 한우 선물이라도…날씨가 쌀쌀해지자 한 학원 자습실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수면양말을 신고 어깨에 두꺼운 담요를 두른채 형법, 형사소송법 등을 공부하고 있었다. 학원에서는 자습실 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갔다. 수험생들이 지각을 하면 들어갈 수 없고 입실한 상태에서는 밖을 나갈 수 없다. 이날 한 수험생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출입 명부에 사인을 하고야 자습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연휴 기간 스스로를 감금한 채 공부를 하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인형씨(28.여)는 "연휴 기간 흐트러질 수 있어 아침 기상 모임을 갖고 자습스터디를 한다"며 "수험생끼리 서로 감시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인기 설 특강은 빈자리가 없고 자습실도 설 당일만 빼고 열어뒀다"고 설명했다.■혹여 자식들 찾아올까…쪽방촌의 독거노인들은 이번 설에는 가족들이 찾아올까 오매불망 기다렸다. 이날 오후 설 연휴를 앞둔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김성림 할머니(86.가명)는 "딸이 보고 싶으면 가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다. 사진이라도 봐야 마음이 좀 나아진다"고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김 할머니는 약 2평(6.6㎥) 남짓한 방 안에 밥솥, 주방기구와 이불을 한 데 놓은 채 10년 이상 살고 있다. 슬하에 3남매를 뒀지만 그동안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명절 때마다 혼자가 익숙하지만 외로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며 "며느리와 다툰 뒤 아들은 발길을 끊었고 딸은 젊을 때 외국에 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김 할머니가 매일 보는 거울과 탁자에는 서로 다른 포즈의 딸 사진 4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2016년 서울시가 쪽방촌 주민 827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0%는 '연락할 사람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최근 1년 내에 가족 등이 방문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47.3%가 '아무도 방문한 적 없다'고 했으며 '방문할 가족이나 친지가 없다'는 비중은 39.1%였다. 이곳 쪽방촌에는 600여 세대가 공존하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독거노인이 대부분이다. 이날도 쪽방촌을 찾는 외부사람은 보기 어려웠다. 간혹 봉사단체원들이 와서 도시락을 전달해주는 게 전부였다. 지난달 5일에는 이곳에서 화재가 나 주민 1명이 숨지기도 했지만 안부전화를 받은 노인은 드물었다. 박순영씨(64.여.가명)는 "불이 났을 때 (자식들에게) 연락이 따로 오지는 않았다"면서 "이제는 혼자가 익숙해도 초등학교 들어갈 손자가 보고 싶어 설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박씨는 자식들이 오면 15년 전처럼 떡국을 끓여 다 같이 먹고 싶다고 한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8-02-14 14:05:3914일 민족대명절 설 연휴(15~18일)를 하루 앞두고 서울 노량진 학원가 수험생들은 고향행(行) 대신 학원 문을 걸어 잠그며 ‘열공’하고 쪽방촌의 독거노인들은 자식들이 올까 가족 사진을 보며 그리움을 키웠다. 이날 오전 공무원, 경찰, 교사 임용 학원 등이 모여 있는 노량진은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한 수험 학원에서 만난 경찰 공무원 준비생 이영호씨(29·가명)는 설 연휴 동안 학원 특강을 신청하는 등 일정을 빽빽하게 채웠다. 다음달 24일 시험이 있기 때문에 귀향을 한 해 미뤘다고 했다. 이씨는 “설 연휴에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는 있지만 지난 3년 명절 때마다 외롭게 지내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괴롭다”고 전했다. 이씨는 올 시험에 반드시 합격해 추석에는 한우 선물세트와 월급 봉투를 들고 충북 청주에 있는 집에 가고 싶은 바람이다. ■시험에 꼭 합격해 추석 때는 한우 선물이라도... 날씨가 쌀쌀해지자 한 학원 자습실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수면양말을 신고 어깨에 두꺼운 담요를 두른채 형법, 형사소송법 등을 공부하고 있었다. 학원에서는 자습실 문을 잠금장치로 걸어 잠갔다. 수험생들이 지각을 하면 들어갈 수 없고 입실한 상태에서는 밖을 나갈 수 없다. 이날 한 수험생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출입 명부에 사인을 하고야 자습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연휴 기간 스스로를 감금한 채 공부를 하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인형씨(28·여)는 “연휴 기간 흐트러질 수 있어 아침 기상 모임을 갖고 자습스터디를 한다”며 “수험생끼리 서로 감시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고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덩달아 높아지면서 수험생들이 연휴를 마음 놓고 쉬기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서울시 7·9급 공채시험의 경우 1613명 선발에 13만9049명이 몰려 경쟁률이 86.2대1에 달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인기 설 특강은 빈자리가 없고 자습실도 설 당일만 빼고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쪽방촌의 독거노인들은 이번 설에는 가족들이 찾아올까 오매불망 기다렸다. 이날 오후 설 연휴를 앞둔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김성림 할머니(86·가명)는 “딸이 보고 싶으면 가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다. 사진이라도 봐야 마음이 좀 나아진다”고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김 할머니는 약 2평(6.6㎥) 남짓한 방 안에 밥솥, 주방기구와 이불을 한 데 놓은 채 10년 이상 살고 있다. 슬하에 3남매를 뒀지만 그동안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명절 때마다 혼자가 익숙하지만 외로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며 “며느리와 다툰 뒤 아들은 발길을 끊었고 딸은 젊을 때 외국에 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김 할머니가 매일 보는 거울과 탁자에는 서로 다른 포즈의 딸 사진 4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혹여 자식들 찾아올까... 2016년 서울시가 쪽방촌 주민 827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0%는 '연락할 사람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최근 1년 내에 가족 등이 방문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47.3%가 '아무도 방문한 적 없다'고 했으며 '방문할 가족이나 친지가 없다'는 비중은 39.1%였다. 이곳 쪽방촌에는 600여 세대가 공존하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독거노인이 대부분이다. 설이 다가와도 외로움이 커지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날도 쪽방촌을 찾는 외부사람은 보기 어려웠다. 간혹 봉사단체원들이 와서 도시락을 전달해주는 게 전부였다. 지난달 5일에는 이곳에서 화재가 나 주민 1명이 숨지기도 했지만 안부전화를 받은 노인은 드물었다. 박순영씨(64·여·가명)는 “불이 났을 때 (자식들에게) 연락이 따로 오지는 않았다”면서 “이제는 혼자가 익숙해도 초등학교 들어갈 손자가 보고 싶어 설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박씨는 자식들이 오면 15년 전처럼 떡국을 끓여 다 같이 먹고 싶다고 한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2018-02-14 08:11:40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 같은 안보 이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조기 환수 의지를 밝힌 뒤 찬반 논란이 재현되면서 다시 확인됐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자존심이 동시에 걸린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위해 3단계 로드맵을 짜놓았다고 한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이 갖는 전작권을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미래사령부(가칭)의 한국군 사령관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미국 측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군의 능력을 못미더워하면서도 차라리 넘겨주는 게 낫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후자는 이참에 한국 방어를 한국군에 맡기고 주한미군을 전략적 유연성 원칙에 따라 동북아 전략군으로 운용하려는 복안일 게다. 노무현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밀어붙일 당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도 주한미군을 '붙박이군'이 아닌,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한번 집 나간 며느리가 되돌아오기가 쉬운 일인가. 무슨 이유로든 주한미군이 일단 빠져나간다면 전작권도 없는 마당에 한반도 긴급사태 시 한국군의 지휘를 받겠다며 들어오리라는 보장도 없을 법하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로 비대칭전력이 우리가 절대 열세인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려고 북 미사일 도발 징후 시 선제타격할 킬체인을 구축한다고? 그러나 "북한 전역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려면 인공위성 400개가 필요하다"(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고 한다. 미국의 대북 감시 자산의 도움을 못 받는 전작권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전작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욱 두려워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혹여 전작권 환수 이후 우리의 국방력이 현재의 한.미 연합전력에도 못 미친다면 김정은이 이를 두려워할 리는 만무하다. 전작권은 "언제까지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을 거냐"고 감성적으로만 접근할 어젠다는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전작권을 맡긴 독일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죄다 자긍심을 팽개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군사주권을 확보해 자존심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제대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을 먼저 갖추는 일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2017-10-01 13:55:21몸에 상처가 났을 때 치료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환부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야 치료를 할 수 있고 더 잘 아문다. 볼썽 사나워서 상처를 덮어두면 살이 썩고 곪듯 대한민국 사회가 가진 상처와 문제를 드러내는 일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여느 해보다 더욱 격변기인 올 봄, 대한민국 공동체의 문제를 드러내고 환기시키는 연극 세 편이 무대에 올랐다. ■구시대적 이념과 사상의 끝에서 자본주의의 병폐 뒤트는 '목란언니' 두산아트센터에서 22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목란언니'는 분단된 한반도처럼 갈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탈북 여성 조목란의 시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평양 예술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한 엘리트 조목란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한에 들어오게 되고 북한을 그리워 한다. 북에 있는 부모를 서울로 데려와 준다는 브로커에게 속아 정착금과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까지 사기를 당한 목란은 한국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겠다는 결심을 한다. 북한보다 더 냉정하고 참혹한 남한의 사회, 돈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 질려버린 것. 하지만 목란이 이러한 사회에서 탈출하기 위한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은 역시 돈이다. 5000만원만 있으면 북으로 보내주겠다는 또 다른 브로커의 말에 목란은 룸살롱을 운영하는 조대자의 가게에 피아노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러 찾아가고 조대자의 가족과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대학에서 역사학 석사까지 마친 지식인이지만 옛 연인과 실연의 아픔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우울증 환자 첫째 아들 태산의 간병인으로 취직하면서 재입북을 위한 꿈을 키운다. 목란의 아코디언 연주에 마음을 연 태산을 보며 조대자는 목란에게 돈을 주는 대신 며느리로 삼고 싶어하지만 목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 와중 둘째 아들인 철학과 교수 태강도 목란을 마음에 품는다. 유명 작가를 꿈꾸는 셋째, 딸 태양은 목란의 할머니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감독인 남자친구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 와중 조대자가 미국인 사업가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가세가 기울고 마지막으로 남은 돈 5000만원을 목란에게 주지 않고 태강에게 쥐어준 채 도피하자 목란은 정신적 충격에 세 자녀들에게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목란을 사랑하는 태강은 함께 캐나다로 떠날 것을 제안하며 엄마가 준 돈 5000만원을 목란에게 주고 목란은 이에 동의하는 척 하면서 브로커에게 그 돈을 넘기고 북한으로 다시 향하지만 결국 이를 이루지 못한 채 결국 중국의 홍등가에 안착한다. 두산아트센터의 김요안 프로듀서는 "현대 한국사회의 주요 갈등 시작을 찾자면 남북관계와 인권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연극을 통해 이를 돌아보고 사회적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화두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억압된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보도지침' 연극 '목란언니'가 유령같은 구시대적 이념 갈등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옳다고 붙잡고 붙잡고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꼬집는 작품이라면 연극 '보도지침'은 여전히 억압된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에 대해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오는 21일 대학로 TOM 2관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는 연극 '보도지침'은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작품이다. 당시 이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되었고,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폭로 사건이 있었던 1986년 당시, 보도지침을 폭로한 이 사건은 '보도지침'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 이번 연극에서 보도지침 폭로사건의 실제인물인 김주언 기자와 한승헌 변호사, 김종배 기자는 연극을 통해 김주혁기자, 황승욱 변호사, 김정배 월간 '독백' 편집장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여기에 이들과 맞서는 최돈결 검사 캐릭터가 더해졌다. 연극 속 네 사람은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를 통해 뜨거웠던 청춘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로 설정돼 갈등의 깊이를 더했다. 제작사 측은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 이지만 연극의 내용이 현 시국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며 "현재를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큰 외침과 메시지를 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준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폭력 토로하는 '이반검열' 사회적으로 평균을 이탈한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차별과 검열에 대해 지적하는 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오는 16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하는 '2017 이반검열'이 바로 그 작품이다. 여기서 '이반(二般 또는 異般)'은 '일반(一般)'에 대한 상대적 명칭으로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불온한 대상으로 낙인 찍혀 검열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모든 존재를 의미한다. 연극 '이반검열'은 2000년대 중반에 학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가려내고자 학생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제재를 가했던 현상을 배경으로 성소수자, 세월호 생존학생 및 형제자매들의 말을 통해 사회적 기준에 길들여진 개인이 소수자에게 가하는 차별과 폭력을 그려낸다. 1막에서 성소수자 청소년들로 분한 배우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편견에 대해 표현한다. 결국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거나 학교라는 집단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폭력적인 구조들을 보여준다. 2막에서는 배우들이 역할을 바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가 되어 연기를 한다. 세월호 유가족으로서 겪는 고충, 세월호 참사 이후 온라인에서 유가족들에게 보이는 폭력적인 상황들을 토로하며 결국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대로 세월호 유가족 혹은 생존자로서의 존재를 지우고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사회의 시선들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불의에 맞서야할 혐오는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전락했고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는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 성소수자는 '종북게이'로, 국가의 사과와 정당한 해결을 기다리는 세월호 유족은 '불온세력'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세월호 생존자들은 단지 배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남들 앞에서 편히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현실 속에 현 체제를 조용히 유지하고 싶어하는 어떤 이들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연주 연출가는 "법, 제도 등 공적 장치로 기준에 어긋난 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가의 검열 과정을 확인하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목소리와 존재 자체를 지우는 방식이 국가가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해석하고 작품을 제작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17-04-06 00:42:28이혼 협의 도중 남편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아내에 대해 법원이 수천만원의 손배해상 책임을 지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윤강열 부장판사)는 A씨가 부인 B씨와 강제입원당한 병원 등을 상대로 낸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와 병원은 2000만원을, B씨와 응급환자 이송업자는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2007년 결혼해 아들까지 낳은 이들은 결혼 전후 다툼이 잦았다. 2년 뒤 별거에 들어가 이혼과 재산분할 협의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B씨는 남편을 폐쇄병동에 넣을 계획을 세웠다. 아들과 왕래가 없었고 이혼 협의사실을 모르던 시어머니는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고 치료는 받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결혼 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는 며느리 말만 믿고 정신병원 입원 동의서에 서명했다. B씨는 응급이송업자에게 "폐쇄병원을 찾아달라"고 했고 이 업자는 남편을 붙잡아 충북 소재 한 정신병원으로 강제 이송했다. 하지만 A씨는 감금 이틀여만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려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A씨는 위자료 1억원을 내놓으라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불법감금 사실이 확정되지 않아 오히려 부인에게 재산 23억8000여만원을 주고 위자료 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아들 양육권도 빼앗겼다. 그러나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전처와 응급이송업자 등이 지난 7월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A씨는 이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재판부는 "이혼조건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위해 전 남편을 약 2일 6시간 동안 감금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상희 기자
2015-10-14 17:12:52이혼 협의 도중 남편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아내에 대해 법원이 수천만원의 손배해상 책임을 지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윤강열 부장판사)는 A씨가 부인 B씨와 강제입원당한 병원 등을 상대로 낸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B씨와 병원은 2000만원을, B씨와 응급환자 이송업자는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2007년 결혼해 아들까지 낳은 이들은 결혼 전후 다툼이 잦았다. 2년 뒤 별거에 들어가 이혼과 재산분할 협의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B씨는 남편을 폐쇄병동에 넣을 계획을 세웠다. 아들과 왕래가 없었고 이혼 협의사실을 모르던 시어머니는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시고 치료는 받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결혼 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는 며느리 말만 믿고 정신병원 입원 동의서에 서명했다. B씨는 응급이송업자에게 "폐쇄병원을 찾아달라"고 했고 이 업자는 남편을 붙잡아 충북 소재 한 정신병원으로 강제 이송했다. 하지만 A씨는 감금 이틀여만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려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A씨는 위자료 1억원을 내놓으라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불법감금 사실이 확정되지 않아 오히려 부인에게 재산 23억8000여만원을 주고 위자료 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아들 양육권도 빼앗겼다. 그러나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전처와 응급이송업자 등이 지난 7월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A씨는 이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재판부는 "이혼조건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위해 전 남편을 약 2일 6시간 동안 감금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5-10-14 13:23:58지난해 9월 첼리스트 장한나씨는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첼로, 기내식은 못줘도 마일리지는 적립해달라’며 호소했다. 첼로와 같은 고급악기를 운반하기 위해 고객이 별도로 좌석을 구매했음에도 항공사는 마일리지 적립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첼로협회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요청했다. 지난해부터 약 1년여를 끌어온 공정위와 대한항공간의 전반적인 마일리지 개선책 마련 작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개선책에는 장한나씨가 소망한 첼로 마일리지도 물론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마일리지제도에 대한 개선작업을 추진한 시장감시총괄과 유영욱 사무관, 박윤정 조사관 등 항공마일리지제도 개선팀을 ‘7월의 공정인’으로 선정했다. 마일리지 유효기간(소멸시효)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크게 늘리고 마일리지용보너스 좌석도 늘리며, 가족합산의 범위에 형제자매, 시.처부모, 사위, 며느리까지 포함시킨 게 개선안의 골자다. 이들 두사람은 지난 3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저가항공사들을 상대로 사업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도 적발해 시정조치를 한 주역이기도 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번 대한항공의 제도개선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친소비자적인 개선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마일리지와 같은 소비자 관련 문제가 많은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기자
2010-09-01 13:4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