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망언집’을 냈다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난감해졌다.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이는 온라인커뮤니티엔 '망언집'이 아니라 이 대표의 '명언집'이라고 반색한데 반해 여당 쪽에선 ‘빨리 삭제하라’는 불만이 폭주했다. 이 과정에서 책자를 내놓는데 앞장 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인연까지 소환됐다. 지난 21일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실 주도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절부터 최근까지 한 ‘문제적’ 발언들을 엮은 ‘이재명 망언집-이재명의 138가지 그림자’란 책자를 내놨다. 관련 책은 이 대표의 138가지 발언을 9가지 항목별로 구분, 정리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망언집이 나온 뒤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제목에 맞게 '망언'이라며 내세운 발언들이 망언이 아니라고 대신 해명해 주거나 설명해 줘서다. 가령 여권 지지자들이 이 대표에 '반미' 프레임을 씌우려고 제시하는 '미군 철수 발언'에 대해선 "미군은 붙박이 군대가 아닌 신속기동군이라 어디든 떠날 수 있다. 독립국가임에도 외국군대에 의존하고 전시작전통제권까지 외국한테 줘놓고 자체작전 못하는 나라가 어디있냐"는 발언을 추가해 앞뒤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 이 대표를 '친중'으로 비판하는데 사용한 '이재명 중국에 셰셰' 발언을 두고도 "우리가 양안 문제에 왜 개입하냐? 중국과 대만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발언 내용을 덧붙였다. 이에 이 대표 지지자들은 “명언집 아니냐”, "국힘이 이 대표 명언집 만들어줬다" 등의 평가는 물론 명언집 표지를 만들어 올리면서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중앙대 법대 선후배 관계를 떠올리며 "권 원내대표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원"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21일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이 대표의 홍보집을 만들어준 데 감사드린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 홍보집이라고 제목을 고쳐 적어도 손색없어 보일 정도”라며 “국민의힘이 망언이라고 묶은 발언들은 거꾸로 이재명 대표의 고민과 생각들을 읽고 공감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반색했다. 반대로 여당 지지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재명 올려치기”라거나 “망언집을 삭제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이재명의 오래된 팬이면 속으로만 해라" 등 날선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3-23 17:54:33[파이낸셜뉴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1년 대학생 인터넷드림단 온라인 발대식을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국 10개 대학의 동아리 대표단 약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오프라인 병행 개최됐다. 방통위는 현 정부 국정과제로 유아, 청소년, 성인, 군인, 취약계층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윤리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올바른 인터넷 이용문화 조성을 위한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캠페인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대학생 인터넷드림단은 디지털 공간에서 건전한 인터넷윤리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대학생 동아리 활동과 인터넷윤리를 연계하는 창의적인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2년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처음 시도된 대학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의 큰 인기를 얻어 9개 동아리 112명의 드림단원을 배출했다. 지난해의 경우 불교 동아리(경희대)는 불교경전과 인터넷윤리를 접목해서 명언집을 발간했고 창업 동아리(협성대)는 3D 프린터기로 선플 굿즈를 제작하는 등 참신하고 특색있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터넷윤리 문화 확산 캠페인을 선보였다. 올해 발대식에서는 지난해 최우수 활동상을 수상한 협성대학교 창업동아리가 우수활동 사례를 소개하고 멘토링을 해줬으며 올해 선정된 10개 대학 동아리 대표가 앞으로의 인터넷드림단 활동 계획과 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대학생 인터넷드림단원은 전국 7개 지역, 10개 대학 동아리, 200여명이 선발됐으며 봉사, 광고, 연극, 법학, 미디어, 프로그래밍 등 각 동아리들이 전문성을 살려 앞으로 6개월간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만들기를 위한 자율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대학생 드림단은 인터넷윤리 문화 특공대"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활동이 건전한 인터넷윤리 문화확산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1-05-21 11:29:19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하고, 나를 지킬 땐 가을 서릿발처럼 하라는 뜻이다. 흔히 줄여서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고 쓴다. 이 말은 중국 명나라 말 홍자성이 쓴 명언집 '채근담(菜根譚)'에 나온다. 이 말이 갑자기 사람들 입길에 오른 것은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때문이다. 노 신임 실장은 지난 8일 제2기 청와대 참모진이 발표되는 자리에서 "좀 일찍 와서 (청와대를) 둘러봤는데 방마다 춘풍추상이라는 글귀가 걸려있는 걸 봤다"며 "이 말은 비서실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되새겨야 할 한자성어"라고 말했다. 노 신임 실장이 본 '춘풍추상' 액자는 사실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이 각 비서관실에 내려보낸 선물이다. 당시 청와대는 "문재인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액자 속 글씨는 서예에도 일가견이 있던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것이다. 생전의 신 교수는 이 말을 붓글씨로 써서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곤 했다. 춘풍추상 네 글자를 큼지막하게 쓴 뒤 그 아래 깨알 같은 한글 글씨체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그중엔 이런 것이 있다.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게 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같이 엄정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을 돌이켜보면 이와는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의 잘못은 냉혹하게 평가하는가 하면 자기의 잘못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신영복의 말은 제1기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새롭게 진용을 꾸리고 있는 제2기 비서진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노 신임 실장이 직을 맡으면서 그 일성으로 춘풍추상을 언급한 까닭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처럼 '춘풍추상'하랬더니 '내로남불'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 모름지기 남의 눈의 티끌은 잘 보여도 제 눈의 들보는 안 보이는 법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2019-01-09 17:22:49가을이 깊어지면서 시(時)를 찾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25일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최근 3주 간 시 분야 서적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29% 늘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16일까지 시 분야 베스트셀러는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였다.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도 필사책, 컬러링북, 명언집 등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된 후속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플러스'가 차지했다. 이어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3위를,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복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4위에 이름을 올리며 그 가치를 증명했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고은 시인의 짧은 시 185편을 묶은 시집 '순간의 꽃' 순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김용택 시인이 엄선한 111편의 시를 담은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면서 화제가 된 책이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올 초부터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며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판매됐다. 인터파크도서 송현주 시·에세이 MD는 "어렵고 현학적인 시보다는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시집의 판매가 꾸준한 편이다. 또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젊은 시인들의 시집 출간도 많았다"고 말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가 '시 읽는 문화' 확산에 계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짧은 글로 쉽게 읽히고 위트 있는 시를 쓰는 이들이 늘면서 'SNS시인'이라는 말도 새로 생겼을 정도다. 송 MD는 "예전에는 어렵게 생각되었던 시인 등단의 문턱이 낮아졌고, SNS에 노출하기 좋은 구도를 고민하는 출판사의 노력으로 시집의 형태도 기존 시집 판형에서 자유로워 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시집 전체 구매 독자의 연령층은 고르게 나타났으나, 연령대별로 인기있는 시집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의 경우 SNS 시인 흔글의 '무너지지만 말아' 20대~30대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시 읽는 밤'이, 40대~50대 이상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판매량이 높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7-10-25 09:46:29정용화(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정용화와 이종현이 독특한 취미생활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1일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는 네 번째 미니앨범 ‘Re:BLUE’로 10개월만에 돌아온 씨엔블루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씨엔블루는 데뷔 4년차를 맞이하는 동안 스캔들이 전혀 없었던 이유에 대해 “넷이 있을 때 가장 즐겁다 이걸 능가할 수가 없다”고 말해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또한 정용화는 “집에서 혼자 쉬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며 “혼자 있을 때 암막 커튼을 치고 향초를 키고 노래를 듣고 있는다”라고 독특한 취미생활을 공개했다. 더욱이 정용화는 “향초를 켜놓고 이종현, 이정신, 강민혁에게 맡아봐 하면서 놀고 그런다”라고 덧붙여 향초 매니아임을 인증했다. 뿐만 아니라 이종현은 “명언집에서 명언 찾아보고 그런 걸 좋아한다”며 “언젠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가장 슬픈 노래라’는 글을 봤고 기억에 남는다”라고 덧붙여 독특한 취미생활을 고백했다. 더불어 정용화는 아직까지 이성간의 스캔들이 없었던 것에 대해 “아직은 음악이 더 좋고 내가 준비가 안됐다. 지금은 다른 걸 할 생각이 없다”고 연애에는 크게 관심이 없음을 확실시했다. 한편 씨엔블루는 지난 14일 네 번째 미니앨범 ‘Re:BLUE’를 발매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gagnrad@starnnews.com최현정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3-01-23 10:57:01■전략이란 무엇인가(아오시마 야이치 外/비즈니스맵)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경기침체기 동안에도 신기술을 축적하고 인재를 양성했다. 그럼에도 일본 기업들은 왜 수익성 부재로 흔들렸을까. 저자는 기술력을 가치로 전환하는 프로세스인 경영전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기업간의 성과 차이는 전략의 격차에 기인한다는 관점에서 기술하는 한편, 자사의 상황에 맞는 창조적 전략을 수립할 것을 강조한다. 1만5000원. ■엑설런스(제이 핀콧/에버리치홀딩스) 기업가·종교지도자·정치가·스타 등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인사들의 격언과 주옥같은 금구들이 실린 명언집. 위인들의 명언을 무작위로 모아놓은 책들과는 달리 탁월함과 성공을 주제로 내세움으로써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등대처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명언들을 살펴보면 위인들이 어떻게 해서 정상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지, 실패로 인해 좌절했을 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 수 있다. 1만5000원. ■전설의 리더, 보(보 스켐베클러 外/서돌) 보 스켐베클러는 지난 1969년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1989년 은퇴하기까지 21년간 234승, 승률 8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한 전설적인 풋볼 감독이다. 게다가 오랜 세월 변함없이 근본적인 가치관을 실천한 보기 드문 리더였기 때문에 더욱 존경을 받고 있다. 필드에서는 엄한 감독으로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지만, 필드밖에서는 선수들을 살뜰히 보살폈으며, 선수 모두를 공평하게 대함으로써 동등한 기회를 제공했고 자신감을 북돋워주었다. 1만3500원. ■If의 심리학(닐 로즈/21세기북스) 전문가들은 후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애써 억누르려 노력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후회는 사후가정사고(事後假定思考)와 함께 일어나는 것으로, 더 나은 가능성에 대한 사고에서 비롯되는 감정 경험이다. 우리는 사후가정사고를 통해 다른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고, 이에 수반되는 후회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후회와 사후가정사고라는 프레임으로 우리 일상의 의문과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1만3800원. ■세계를 무대로 투자지도를 그려라(밥 프뢰리히/김영사) 인구통계는 의학, 정치, 기업경영,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왔다. 그동안 투자영역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았는데, 스커더 인베스트먼트의 부회장 밥 프뢰리히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경제지표나 기업의 실적보고서보다 인구통계를 주요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인구통계를 기반으로 한 투자 기회요소와 위협요소를 분석하고 각 대륙별 인구구조에 따른 종목별 투자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1만3000원. ■M&A마스터(데이비드 하딩 外/청림출판) 두산그룹, STX그룹, 국민은행 등 최근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허약한 기업체질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M&A전략은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 전략'으로서 각광받고 있는데, 이 책은 복잡하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기업 M&A의 성공전략을 다루고 있다. 시리얼 제조업체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켈로그'의 M&A사례는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1만8000원.
2008-08-27 17:23:28골프의 명언 중에 톰 모리스가 한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이라는 말이 있다. 홀컵에 볼이 다다르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마 라운드를 세 번만이라도 해본 골퍼는 이 명언을 들었을 것이다. 나도 이 말을 머리를 올린 바로 다음 번 라운드에서 남편에게 들었다. “네버럽, 네버린이라니까.” 남편은 내가 영어를 제법 알아듣는다고 여겼는지 한국말로의 통역은 생략한 채 그렇게 외쳤다. 그린에서의 나의 첫 퍼팅이 컵 근처에도 이르지 못하게 짧았을 때였다. 나는 티샷에서 슬라이스를 냈다. 볼은 산 쪽으로 올라가다가 바위를 맞고 튕겨서 페어웨이로 나왔고, 아이언샷은 토핑을 했다. 다섯 번만인가 여섯 번만에 간신히 그린에 올렸다. 잔뜩 주눅이 들은 채로 그린에 올라와서 캐디가 주워주는 볼을 살펴보았다. 공의 표면이 찢어져 있었다. 나는 남편의 말을 “내버려, 내버리라니까.” 라고 들었다. 그래서 찢어진 볼은 내버려야 하는 줄 알고 수풀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새 공을 꺼내 방금 쳤던 자리의 근처에 놓고 다시 퍼팅을 했다. 그 순간 남편은 신사답게도 나의 그런 기상천외한 행동에 대해서 아무 지적도 하지 않았다. 18홀을 다 돌고 모자와 장갑을 벗은 다음에야 내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었다. “버리라고 해서 버렸잖아요.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구요.”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다가 이혼한 부부가 있다고 한다. 즐거워야 할 라운드가 부부싸움으로 막을 내리는 부부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온화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대답했다. “누가 버리라고 그랬어.” 하도 얼토당토 않은 대답을 해서일까, 남편의 목소리는 한 음은 올라가 있었다. “누군 누구야, 당신이 내버려 내버리라니까 그랬잖아요.” 남편의 억양이 ‘미’에서 그쳤다면 나는 ‘솔’로 노래했다. “무식한 마누라 데리고 볼 못치겠네. 네버 업 네버 인, 볼이 컵에 다다르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그러니 볼이 컵을 지나쳐 가도록 약간을 길게 퍼팅하라는 말도 못들었어.” 어쩐지 본격적인 부부싸움으로 돌입할 것 같은 전운이 감돌았다. “흥, 난 그렇게 해석이 안되는데…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어떤 바람둥이 남정네가 후배 바람둥이를 교육시키는 말 같은데.” 연습장 그물망 안에서만 클럽을 휘두르다 이제 딱 두 번째의 라운드를 하는 왕초보가 무엇을 알겠는가. 나는 마구 잘난 척을 했다. “야한 아줌마가 야한 쪽으로만 생각 하는구만. 내가 골프 명언집 찾아서 보여줄테니까, 바르게 알아두라구.” 남편은 골프의 선배답게 조용히 타일렀다. 그러나 남편에게서 지청구를 먹고 나자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그런데 여보.정말 그 말은 틀려. 꼭 올라가지 않더라도 들어갈 수는 있잖아. 당신 주특기 있잖아. 뒤에서라든가.뭐 그런거….” 나는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혀끝에서 맴돌던 말을 기어코 내뱉고야 말았다. /(소설가)
2000-08-02 04:5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