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함께 장애인의 창작·향유 등 문화예술 활동 접근성을 크게 높인 ‘모두예술극장'을 개관한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문체부는 장애예술의 창의성·다양성·향유권을 실현하기 위해 공연, 창작, 교육, 교류 등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고자 지난 2022년 10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으며 1년여 만에 개관을 하게 됐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모두예술극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예예술인 표준공연장으로, 전체 면적은 2014㎡이다. 구세군 빌딩의 3개 층(1~3층)을 활용한다. 공간과 시설 측면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주요 시설로 △휠체어석 좌석 수 상황에 맞춰 가변 조정한 250석 규모의 중극장 △창작레지던시 및 교육 공간 △창작 스튜디오 △연습·분장실 등이 마련됐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발달 및 학습장애인 등 장애 유형별로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모두예술극장은 10월 시범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외 장애예술 우수 작품, 창작·기획 작품 등 10개 작품을 엄선해 내년 2월까지 선보인다. 또한 공연장과 연습실, 스튜디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 2회 정기 및 수시 대관을 신청받을 계획이다. 단, 장애인(단체)에게 우선 대관과 사용료 할인 혜택을 제공해 장애(예술)인의 창작과 발표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에 열리는 개관식에는 유인촌 장관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배은주 상임대표, 정은혜 작가 등 장애예술인 및 단체장을 비롯해 국공립 공연장 관계자 등 문화예술계 인사 150여명이 참석한다. 유인촌 장관은 "이 공간이 장애·비장애를 구분하기보다 통합적으로 바라보도록 우리 사회 인식을 바꾸고, 문화예술 공간과 예술인 지원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10-24 09:32:58[파이낸셜뉴스] 이문열(본명 이열) 작가와 김정옥 연극연출가가 금관 문화훈장을 수훈한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로 △‘문화훈장’ 수훈자 15명,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수상자 5명,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체부 장관 표창)’ 수상자 8명,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문체부 장관 감사패)’ 수상자 3명 등 총 31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문열 작가, 김정옥 연극연출가 금관 수훈 이중 최고 등급인 ‘금관’은 해당 분야 개척자나 원로급에 수여한다. 올해는 문학과 연극 2개 분야에서 이문열 작가와 김정옥 연극연출가가 호명됐다. 이문열 작가는 9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출간한 우리나라 대표 소설가다. 특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 ‘황제를 위하여’ 등 주요작은 31개국에 24개 언어로 번역.출간돼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린 1세대 작가로 평가받는다. 집필실 부악문원을 설립해 후진양성에 기여한 공적도 인정받았다. 김정옥 연극연출가는 대한민국 1세대 연극연출가로서 극단 민중극장의 대표, 극단 자유극장의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무엇이 될꼬 하니’, ‘따라지의 향연’, ‘대머리 여가수’ 등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하고 스페인 ‘시제스 국제연극제’, 프랑스 ‘오늘의 뮤지컬 시어터 페스티벌’의 초청공연 등 해외 공연으로 한국연극의 세계무대 진출에 기여했다. 또 ‘박물관 얼굴’ 관장으로서 ‘뮤지엄시어터’를 지향하며 국민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문화훈장’ 금관 2명, 은관 3명, 보관 5명, 옥관 5명 등 총 15명 수훈 은관 문화훈장은 △65년간 100곡이 넘는 작품들을 발표해 한국현대음악 발전에 기여한 백병동 서울대 명예교수 △평생을 공연예술 발전에 힘쓴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46년간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환기미술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버드대학 기숙사 등을 설계하고 한국건축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우규승 아키텍츠 대표 등 3명이 받는다. 보관 문화훈장은 1969년부터 이상, 이광수, 윤동주 등 근대 문인들의 문학 자료 등을 수집, 보존해 2001년 영인문학관을 개관하고 국민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한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56년간 ‘회색 면류관의 계절’, ‘장마’, ‘완장’, ‘문신’ 등을 발표하며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윤흥길 소설가가 받는다. 1985년 하야로비 무용단을 창단해 부산과 경남지역의 현대무용 개척자로 활동하고, 한국 무용 발전과 세계화에 기여한 하정애 무용가, 1970년대 한국여류작가회 설립을 주도하고, 아르헨티나에 김윤신미술관 개관,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등으로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기여한 김윤신 시각예술가가 호명됐다. 1970년대 종합문화잡지 ‘뿌리깊은나무’에 ‘아트디렉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장인들과 협업해 ‘백자칠첩반상기’, ‘옻칠반상기’ 등 개발·전시, 주엘에이(LA)한국문화원 민속관 새단장 등으로 한국문화예술의 세계화에 기여한 이상철 디자이너가 받는다. 옥관 문화훈장은 △2006년부터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창단, 운영하며 장애인예술 발전에 기여한 신인숙 하트-하트재단 이사장 △40여 년간 수집한 4000여 점의 유물과 예술작품을 출연해 ‘본태박물관’을 설립하고 국민 문화예술 향유에 기여한 이행자 대표 △68년간 영화 평론의 길을 걸어온 1세대 영화평론가 김종원 평론가 △1974년 미국 하와이대 음악인류학계 최초 한국인 교수로 한국음악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이병원 교수 △70여 년간 전통 한지 제조에 몸담으며 전통한지 전승과 보존에 기여한 김삼식 한지장 등 5명이 받는다. 이금이 작가, 고선웅 연출가, 박세은 에투알 등 호명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은 △문화일반 부문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 △문학 부문 이금이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음악 부문 원일 국립아시아문화재단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연극 부문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및 예술감독 △미술 부문 김범 작가 등 5명에게 수여한다. 대통령 표창과 함께 상금 각 1000만원을 받는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은 8개 부문에서 예술가 8명을 선정했다. △문학 부문에서 천선란(본명 최연주) 소설가 △음악 부문에서 한재민 첼로 연주자 △국악 부문에서 박우재 거문고 연주자 △연극 부문에서 창작집단 지오의 황태선 대표 △무용 부문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 에투알 △미술 부문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소정 조교수 △디자인 부문에서 옐로소사이어티의 이제복 대표 △건축 부문에서 김국환 건축가 등 8명이 상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문체부 장관 표창과 함께 상금 각 500만원을 수여한다. 자녀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장한 어버이상’ 수상자로는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씨의 어머니 김현주님 △디스에이블드 작가 이다래씨의 어머니 문성자님 △소설가 황시운(본명 황선영)씨의 어머니 성명옥님 등 3명을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문체부 장관 명의 감사패와 함께 각 400만원 상당의 부상을 수여한다. 한국문화의 기반 문학, 음악, 미술 등 순수예술 지속 성장 위해 계속 지원 유인촌 장관은 “묵묵히 한길만 걸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서른한 명의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며 “문체부는 한국문화의 기반인 문학과 음악, 공연, 미술 등 순수예술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지원하겠다. 한국예술의 차세대 주자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세계적 수준의 작가로 육성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예년과 다르게 수상자 전시 공간을 ‘모두라운지’에 마련해 공로 및 활동사진을 전시한다. 다채로운 축하공연도 펼쳐진다. 옥관문화훈장 수훈자인 신인숙 이사장이 운영하는 하트-하트재단 소속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스트링 콰르텟’의 공연으로 시상식의 막을 올리고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인 박우재 거문고 연주자와 한재민 첼로 연주자가 축하공연을 이어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0-25 08:48:10청춘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떠났다. 소련이 해체된 지 불과 8년이 채 되기도 전 1999년, 몸조심하라는 룸메이트의 말을 뒤로하고 기숙사를 나선 후 7일간의 모스크바 여행을 시작한다. 러시아어는 아직 어눌하지만, 훌리건을 피할 정도는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이었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나왔을 때의 얘기다. 나오니 300미터쯤 거리에 루시코프 다리가 있고 연인들이 '사랑의 나무'에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강으로 던지고 있었다. 일명 키스 다리로 불린다. 다리를 건너니 넓은 공원에 동상이 하나 있다. 머리를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고 왼손에 팔레트를 들고 있는 동상이다. 가까이 가서 글을 읽어보니 "소련 정부로부터, 위대한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이라고 새겨져 있다. 레핀의 동상을 보며 국가의 흥망성쇠를 생각했다. 한 국가를 부강하게 하려면 여러 방편이 있는데 많은 사람은 정치·경제와 과학·기술을 말한다. 맞다.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살펴본 제국에는 세 개의 관(館), 세 개의 장(場), 세 개의 실(室)이 있었다. 나의 첫 모스크바 여행은 러시아의 흥망성쇠를 꿰뚫는 통찰은 안겨줬다. 세 개의 관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이다. 어느 나라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이 있다. 이 셋은 인류의 유산을 후세대에 전달하는 곳으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익혀서 새로운 걸 창조하는 공간이다. 제국의 아들딸들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관람하고 탐방하고 공부하니 강대국의 후손이 되는 것이다. 이 셋의 공통점은 천장이 아주 높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천장이 높은 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역사는 어둠을 밝히는 불이니 그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과 같다. 둘째, 세 개의 장 '공연장', '극장', '전시장'이다. 이 셋은 삶의 활동 무대인데 당대 최고의 작품과 상품들이 전시되니 세상의 탁월함을 보는 곳이다. 공간이 웅장하고 화려할수록 그만큼 예술품과 상품의 깊이가 다르다. 거대한 공간을 화려하게 채우고자 하는 인간의 순수한 욕망이 무대에서 돋보이니 탁월한 것, 좋은 것은 모두 여기에 있다. 공연장, 극장과 전시장에 가면 품위가 있다. 대충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혼을 불어넣어, 최고의 기량으로 선보이니 손뼉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실은 '실험실', '연구실', '교실'이다. 이 셋은 창조의 공간으로 인류 유산을 빨리 습득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여 세상을 바꾸는 곳이다. 불굴의 의지와 노력과 끈기의 공간이다. 러시아 제국은 빠르게 유럽의 과학적 합리성을 받아들였다. 표트르 대제는 재임 시기 해외전문가 8000명을 초빙했으며 이 중에는 군인, 상인, 기술 장인, 예술인, 학자, 전문 관료 등이 있었다. 당시 정부 부서의 차관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교수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대제는 젊은 인재를 뽑아서 유학을 보냈는데 귀국한 유학생을 위해 과학과 의학 실험실, 그리고 작업실을 만들었다. 심지어 황실 소속 전담 작업장에서는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계를 제작했다. 이 모든 노력이 근간이 되어 국가가 형성했다. 7일간의 모스크바 여행은 러시아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깨달음의 5할 예술이었다. 예술은 독자적으로 위대해진 게 아니라 융합하여 창조되면서 빛을 발한다. 인간의 열정을 담은 그릇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푸시킨 박물관이었고 볼쇼이 극장과 차이콥스키 볼쇼이 홀이 시작점이었다. 모스크바가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듯, 예술의 힘도 국가의 힘도 하루아침에 모이지 않는다. 한 국가의 부강은 어떤 한 분야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모든 분야에서 서로 통섭하고 융합하여 힘을 모아야 한다. 그 힘의 원천은 3관. 3장. 3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시절의 모스크바를 돌이키며 함께 감상에 빠져보자.
2024-10-24 18:07:57극단 애인은 오는 11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없던 공연-어느 장애연극인들의 욕망에 대한 기록'을 낭독극으로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07년 창단된 극단 애인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장애연극인들이 주체가 돼 '장애예술'과 '장애미학'의 지평을 새롭게 써 내려가는 연구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연구한 방법론을 이번 작품에 반영했다.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남들보다 몇 배는 길고 굵직하고, 밥 먹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코'를 가진 한 스님의 이야기인 '코'(일본작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를 각색해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개개인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밀어붙이는 연출과 장애의 관점과 태도를 반영하려는 작가, 그 사이에서 결국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데 심취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동시대 장애연극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여러 힘들의 충돌을 표현한다. 티켓은 전석 무료, 비지정석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전 회차 수어 통역 및 한글자막 해설이 제공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21 09:39:32서울시오페라단은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오는 11월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고 16일 밝혔다. 푸치니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라보엠'은 19세기 파리 라탱지구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낭만을 그린 작품이다. 내년 창단 4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려한 캐스팅과 차별화된 무대 연출로 독창적인 '라보엠'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오페라단은 설명했다. 시인 로돌포의 연인이자 재봉사 미미 역에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황수미가 캐스팅됐다. 또 로돌포 역은 테너 문세훈과 김정훈이 맡는다. 이외에 무제타는 소프라노 김유미·장은수가, 마르첼로는 바리톤 이승왕·김태한이 각각 연기한다. 지휘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희준이 맡고, 서울시오페라단과 처음으로 협업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푸치니의 선율을 연주한다. 연출은 엄숙정이 맡아 차별화된 미장센과 독특한 공간 연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서울시오페라단 39년 역사에서 처음 제작되는 '라보엠'인 만큼 우리의 특장점을 작품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클래식 음악 애호가와 오페라 입문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6 14:51:22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3)의 작품을 영화나 연극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을지 관련 업계 및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영화·공연계에 따르면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에 세계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어, 그의 작품이 영화나 연극으로 제작될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앞서 두 차례 한강의 작품이 영화화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강의 연작소설인 '채식주의자'는 지난 2010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상영됐다. 또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중편 '아기 부처'를 원작으로 한 영화 '흉터'도 2011년 개봉했다. 두 영화 모두 임우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국립극단은 지난 2020년 벨기에 리에주극장과 함께 '채식주의자'의 연극화를 추진했으나 팬데믹으로 무산됐다.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작품 중 영화화 가능성이 높은 작품으로는 한강 작가가 2014년 발간한 '소년이 온다'를 꼽을 수 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일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군대 시절 읽었다고 밝혀 화제가 된 작품이다. 216쪽 분량의 이 소설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세밀한 서사로 담았다고 평가받는다. '소년이 온다'는 2019년 연극으로도 초연됐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으로 제작한 '휴먼 푸가'라는 작품이다. 초연 당시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20년 재연 무대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공연계 관계자는 "기획 단계에서 무산된 만큼 여건이 된다면 재추진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1 13:02:19"30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꿈 같이 흘렀어요. 수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 자체만으로 대단하다고 스스로 위안합니다. 어쩌면 이제야 꽃을 피운 것도 같아요. 그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꽃을 선물하듯, 우리 모두가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시를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75)은 오는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릴 3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공연팀과 연습이 한창이던 지난 2일 장사익은 "이번 공연의 주제는 '꽃을 준다 나에게'로 정했다"면서 "알고 지낸 시인이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왔는데, 같이 적어 보낸 시 중 하나가 꼭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시는 원래 노래였다"고 운을 뗐다. 국악 연주자 출신으로 지난 1994년 소리판 '하늘 가는 길'로 데뷔한 그는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소리로 수행하듯 정진해왔다. 눈부실 만큼 희고 정갈한 한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장사익은 최근 방송인 KBS 1TV '가요무대'를 비롯해 2TV '불후의 명곡' 등 공중파 무대, 나아가 전국 공연과 해외 순회 공연까지 나서며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 2015년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가수 이미자와 특별쇼 무대에 올랐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는 어린이 합창단과 애국가를 울려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40대 중반에 가수로 데뷔한 그는 30주년을 맞은 올해 공연이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장사익은 "2년마다 숙제를 하듯 꼭 공연을 여는데 마침 30주년이 됐다"며 "가수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은 50~60대에 하는 30주년 공연을 70대에 한다는 점이 멋쩍지만 숫자 3을 좋아한다"며 천진하게 웃었다. '꽃을 준다 나에게'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홀연히 세상에 나왔다가 사람들과 만나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축하한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말하면서 늘 꽃다발을 줬다"며 "그런데 정작 돌아보니 내가 눈물 나게 기쁠 때 나에게는 꽃을 준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어 주제로 정하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타이틀곡을 비롯해 그가 30년간 애정을 갖고 불러왔던 대표곡들로 꾸려진다. 1부와 2부로 나눠 자작곡과 시대별로 인기를 누린 대중음악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그가 건넨 공연 초대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사랑한다, 축하한다. 남들에겐 스스럼없이 건넨 꽃. 돌아보니 나에겐 꽃 준 적 없네. 이제 노래 인생 30년을 다독이며 꽃을 준다, 나에게! 간절함으로 피어난 감사의 꽃을!' 장사익의 노래는 국악과 가요를 절묘하게 아우른 크로스오버 장르에 속한다. 대표곡으로는 그의 인생을 투영한 '찔레꽃'이 있다. 오케스트라 또는 밴드의 반주를 따라가는 노랫말은 정형화된 장단을 뛰어넘어 이야기하듯 흘러간다. 이는 호흡과 서사를 중요시하는 창법과 관련이 있다. 관중과 시선을 교류하며 호소하고, 때론 혼잣말을 하듯 속삭이며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완성시킨다. 눈물짓는 관람객들이 유독 많은 이유도 공연이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장사익은 "국악에는 매듭을 맺고 푸는 개념이 있다. 메시지 전달이 맺는 것이라면 관객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해방시키는 것이 매듭을 푸는 과정"이라며 "공연장을 나갈 때는 마음이 하얀 도화지처럼 깨끗해져 삶의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동은 미국과 러시아 등 해외 공연에서 만난 외국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외국인들에게는 내 노래가 한국의 아리아처럼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사익은 10여년 전 20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팀을 꾸려 한 달 가까이 미국 전역을 돌며 순회공연을 했다. 한국인 출신 관객이 70%가량이었던 미국과 달리 러시아 공연은 90%가 현지인들로 객석이 채워졌다. 그럼에도 음악의 힘은 인종과 언어를 초월하게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부모에 대한 추억을 표현한 노래들을 부를 때, 그 애잔한 정서가 서로에게 통했다"고 회상했다. 늦깎이 데뷔를 했던 그는 어느덧 초로가 됐다. 또다시 10년이 흘러 40주년 공연에 대해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장사익은 "임종 직전에도 작은 춤사위를 잊지 않던 어느 명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지금까지 노래해온 것도 기적이지만 40주년에 대한 꿈은 갖고 있다"며 "이번 공연이 나나 여러분이 살아왔던 모든 과정이 헛된 것이 아닌 위대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꽃을 준다 나에게' 공연은 서울에 이어 11월 9일 대구 경북대대강당, 12월 8일 대전예술의전당, 12월 25일 천안예술의전당, 2025년 1월 4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0 18:16:34"세대 불문 다 같이 볼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이지만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매우 강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입니다." 뮤지컬 배우 1세대로 꼽히는 남경주는 글로벌 스테디셀러 뮤지컬 '애니'의 특별한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남경주는 뮤지컬 입문 9년차인 배우 송일국과 지난 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애니'에서 워벅스 역을 맡아 번갈아 출연 중이다. 작품을 주도하는 애니 역에는 최은영과 곽보경 양이 활약하고 있다. 워벅스라는 캐릭터로 의기투합한 남경주와 송일국은 "노래와 연기에 재능이 있고 실력도 뛰어난 어린 배우들과 함께 하는 공연이라 매우 즐겁고 행복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애니'는 1924년 해롤드 그레이의 만화 '작은 고아 소녀 애니(Little Orphan Annie)'를 원작으로 한다. 지난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 32개국에서 공연됐다. 부모를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고아 소녀 애니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억만장자 워벅스가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인물을 중심으로 재기 발랄한 애니의 고아원 친구들, 아이들을 괴롭히는 고약한 고아원 원장 해니건, 애니에게 따뜻함을 안겨주는 워벅스의 비서 그레이스, 사기꾼 커플 루스터와 릴리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4년 첫 공연을 선보였고, 1996년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이 진행됐다. 이후 2006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어 초연이 성황리에 개최됐고, 2007년 한국뮤지컬대상도 수상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재연 및 앙코르 공연이 이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어 공연으로는 이번이 5년 만이다. 남경주는 "대공황을 겪는 어려운 시기에 고아 소녀가 나라 전체에 꿈과 희망을 준다는 작품의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해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내일을 기대하자'라는 순수한 말 한마디가 아주 잔잔한 호수에 나비효과를 일으킨 듯 큰 감동을 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송일국은 "대표 넘버 '투모로우'처럼 '애니'는 저에게도 꿈과 희망을 준 작품"이라며 "마흔 살 넘어 공연에 발을 들여 연극, 뮤지컬까지 하게 됐는데 제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과정에 대한 어떤 결과물이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84년에 데뷔해 올해 배우 인생 40주년을 맞은 남경주는 신인이던 1985년 현대예술극장에서 상연된 '애니'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워벅스 역은 연극배우 최종원이 맡았었다. 남경주는 "당시 카리스마 있는 선배를 보면서 내가 한 번 워벅스를 연기하면 어떨까 꿈을 꿨는데 쭉 잊고 지냈다"며 "'애니'에 출연하게 되면서 잊힌 꿈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아크로바틱을 활용한 안무와 한층 강화된 비주얼 연출로 극의 역동성과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고아원 소녀들의 활기찬 군무와 연기는 객석에 에너지를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애니의 든든한 친구인 강아지 샌디 역시 애니와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이국적인 무대 세트와 세련된 조명은 마치 1930년대 미국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뉴욕 시민으로 변신한 앙상블의 활약과 풍성한 화음,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가 공연의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뮤지컬 '애니'는 오는 27일까지 약 3주간 상연되며, 워벅스와 애니 외에 해니건 역에 신영숙·김지선, 그레이스 역에 박소연, 루스터 역에 이종찬, 릴리 역에 이주예가 출연한다. 장인서 기자
2024-10-10 18:16:28[파이낸셜뉴스] 오는 12~19일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에 한국과 중국인 성악가 부부가 나란히 한 무대에 서 눈길을 끈다. 특히 주인공 '투란도트' 역을 맡은 전여진은 한국인 최초로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타이틀롤을 거머쥔 주역이다. "눈 앞에 놓친 데뷔 기회...내 인생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 101년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의 2024년 개막작 ‘투란도트’는 작곡가 푸치니의 유작이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으로 유명한 오페라계 거장 고(故)프랑코 제피렐리가 2010년 야외 원형극장 아레나 디 베로나에 맞춰 연출한 버전을 그대로 가져왔다. 오케스트라를 제하고 무대에 오르는 성악가, 합창단, 무용수, 연기자만 5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화려한 규모를 자랑한다. 전여진은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에서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와 함께 ‘투란도트 공주’ 역을 맡았다. 그런 그에게 이번 무대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이 각별하다. 지난 3월 이탈리아 현지에서 오디션을 통해 ‘투란도트’ 역을 따냈는데 공연 며칠을 앞두고 건강 악화로 데뷔가 좌절됐기 때문이다.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대를 졸업한 전여진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유학 시절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 무대를 꿈꿨다. 전설적인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부터 한국의 이용훈 등이 섰던 무대"라며 "투란도트는 특히나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에서 인기가 많은 공연인데, 당시 4회 모두 매진된 상태였다”고 돌이켰다. 그는 “성악가의 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익는다. 코로나 터지기 전만 해도 (내 목소리가) 지금보다 가벼운 느낌이었다면, 35세가 지나니까 소리가 강해졌다"며 "류 역보다는 투란도트 역에 잘 맞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코로나 시기 혼자서 공부를 해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왔다. 지난해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을 이끌고 있는 극장장 겸 예술감독인 소프라노 체칠리아 가스디아를 만나 좋은 얘기를 나눈 것. 그는 “현역 시절 류 역을 많이 한 분인데 내 ‘투란도트’ 아리아를 듣고, 진짜 ‘투란도트’ 목소리를 가진 가수를 찾은 것 같다, 드라마틱하면서도 부드럽다, 인간적인 투란도트 목소리 같다고 해줘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전여진은 지난 6월 15일 '투란도트' 데뷔를 앞두고 4~5월 북미부터 유럽까지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이 하는 프로모션 공연을 다녔고, 이후 리허설에 참여했다. 그런데 공연 며칠을 앞두고 쓸개에 담석이 생기고 위산 역류로 후두가 너무 자극돼 목소리가 걸걸해졌다. 그는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더라도 데뷔할 것인가, 아니면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포기할 것인가, 공연 이틀 전까지 출연 여부를 결정해야 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며 "장고 끝에 결국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고 돌이켰다. 당시 성악가인 남편의 조언도 한몫했다. 전여진은 “남편이 '일시적인 건강문제다. 너무 좌절하지 마라,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너의 목소리나 노래 실력은 바뀌지 않는다고 해줬다'"며 "한동안 너무 우울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솔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에게 감사를 표하며 “투란도트 현지 데뷔가 좌절됐기 때문에 한국 공연에 출연 못할 수도 있었지만, 애초 계약대로 해준 덕에 남편과 함께 한국 무대에 설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투란도트' 장이모보다 제피렐리 버전 더 좋아해요" 전여진의 남편인 중국인 바리톤 하오 티안(Hao Tian)은 왕의 말을 대신 전하는 신하이자 공연의 시작을 여는 만다리노 역을 맡아 지난 6월 '아레나 디 베로나' 데뷔전을 성공리에 치렀다. 이번엔 아내의 고국에서 같은 역할로 다시 서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그는 제피렐리 버전 ‘투란도트’에 애정이 많은데 중국의 장이모 감독 버전보다 더 좋아한다고 했다. 하오 티안은 “웅장하고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다. 색감의 조화가 뛰어나고 동양의 미를 잘 보여준다. 단 한순간도 지겹지 않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연기자부터 합창단까지 무대에 정말 많은 사람이 오르는데 한 명 한 명 캐릭터가 다 살아있다"며 "모든 사람이 다 다른 액션을 한다. 제피렐리는 정말 대가다. 그가 연출한 ‘투란도트’뿐 아니라 ‘카르멘’ ‘리골레도’를 봤는데, 섬세한 연출이 특징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이 얼마나 입체적인지 모른다”며 “2막은 정말 멋지다. 궁궐 문이 열릴 때마다 늘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온다”고 현지 열기도 전했다. 그는 “1막에선 성문 밖 사람들만 보여준다면 2막이 되면 성문이 열리면서 궁궐 안팎이 대비된다. 궁궐 안팎뿐 아니라 1막과 2막의 색감 역시 확 대비된다”고 부연했다. 전여진은 “3막에선 투란도트의 얼어붙은 마음이 서서히 무너진다. 작품 속 세세한 연출의 의미를 배워 뜻깊었다"며 "고인이 된 제피렐리에게 궁금한 것도 생겼는데, 투란도트와 만다리노만 긴 손톱 분장을 하는데, 왜 그런지 진짜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못다 이룬 꿈을 한국에서 이루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연습은 완벽하게 돼 있다고 자신한다. 한국에서 정말 멋진 공연을 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고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투란도트 공주로, 테너 마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0-08 21:12:45"세대 불문 다 같이 볼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이지만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매우 강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입니다." 뮤지컬 배우 1세대로 꼽히는 남경주는 글로벌 스테디셀러 뮤지컬 '애니'의 특별한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남경주는 뮤지컬 입문 9년차인 배우 송일국과 지난 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애니'에서 워벅스 역을 맡아 번갈아 출연 중이다. 작품을 주도하는 애니 역에는 최은영과 곽보경 양이 활약하고 있다. 워벅스라는 캐릭터로 의기투합한 남경주와 송일국은 "노래와 연기에 재능이 있고 실력도 뛰어난 어린 배우들과 함께 하는 공연이라 매우 즐겁고 행복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애니'는 1924년 해롤드 그레이의 만화 '작은 고아 소녀 애니(Little Orphan Annie)'를 원작으로 한다. 지난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전 세계 32개국에서 공연됐다. 부모님을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고아 소녀 애니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억만장자 워벅스가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인물을 중심으로 재기 발랄한 애니의 고아원 친구들, 아이들을 괴롭히는 고약한 고아원 원장 해니건, 애니에게 따뜻함을 안겨주는 워벅스의 비서 그레이스, 사기꾼 커플 루스터와 릴리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4년 첫 공연을 선보였고, 1996년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이 진행됐다. 이후 2006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어 초연이 성황리에 개최됐고, 2007년 한국뮤지컬대상도 수상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재연 및 앙코르 공연이 이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어 공연으로는 이번이 5년 만이다. 남경주는 "대공황을 겪는 어려운 시기에 고아 소녀가 나라 전체에 꿈과 희망을 준다는 작품의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해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내일을 기대하자'라는 순수한 말 한마디가 아주 잔잔한 호수에 나비효과를 일으킨 듯 큰 감동을 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송일국은 "대표 넘버 '투모로우'처럼 '애니'는 저에게도 꿈과 희망을 준 작품"이라며 "마흔 살 넘어 공연에 발을 들여 연극, 뮤지컬까지 하게 됐는데 제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과정에 대한 어떤 결과물이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84년에 데뷔해 올해 배우 인생 40주년을 맞은 남경주는 신인이던 1985년 현대예술극장에서 상연된 '애니'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워벅스 역은 연극배우 최종원이 맡았었다. 남경주는 "당시 카리스마 있는 선배를 보면서 내가 한 번 워벅스를 연기하면 어떨까 꿈을 꿨는데 쭉 잊고 지냈다"며 "'애니'에 출연하게 되면서 잊힌 꿈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벅스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선배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남아 있지만 대본 연습을 하면서 행동 하나하나를 새롭게 구축해나갔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번 프로덕션은 아크로바틱을 활용한 안무와 한층 강화된 비주얼 연출로 극의 역동성과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고아원 소녀들의 활기찬 군무와 연기는 객석에 에너지를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애니의 든든한 친구인 강아지 샌디 역시 애니와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이국적인 무대 세트와 세련된 조명은 마치 1930년대 미국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뉴욕 시민으로 변신한 앙상블의 활약과 풍성한 화음,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가 공연의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극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남경주는 프로덕션 넘버 'NYC'를 꼽으며 "모든 배우들이 다 나오는 장면인데 마술도 하고, 춤도 추고, 쇼핑도 하고, 빌딩 숲이 나오고 노을과 전팡관 풍경까지, 그야말로 압권"이라며 "30대 중반 뉴욕에 살았던 시절의 느낌이 고스란히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일국은 "워벅스가 애니에게 '가족이 되겠니'라고 질문하는 장면에서 굉장히 울컥하는 마음이 생긴다"며 "애니나 관객에게 희망이 전달되는 순간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뮤지컬 '애니'는 오는 27일까지 약 3주간 상연되며, 워벅스와 애니 외에 해니건 역에 신영숙·김지선, 그레이스 역에 박소연, 루스터 역에 이종찬, 릴리 역에 이주예가 출연한다. 송일국은 아직 공연을 관람하지 않는 이들에게 "좋은 무대를 위해 이제까지 해왔던 그 어떤 작품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와서 삶의 에너지와 희망을 얻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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