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에서 북한군 대표단을 만났다. 푸틴은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북한군 대표단 5명과 신홍철 주러시아 북한대사 일행과 일일이 악수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5-05-09 18:10:15[파이낸셜뉴스]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중 관세 협상을 앞두고 모스크바에서 반미 연대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연출했다. (미국의) 일방주의 및 패권에 맞서 러시아 등과 힘을 합쳐 나가겠다며 사실상 미국에 대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해 나흘 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 시 주석은 도착 직후 서면 담화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발신하며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가 “2차 대전에서 함께 싸운 피로 맺은 우정”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는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반대하며, 정의로운 국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힘을 합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에 대한 공동 전선을 부각시켰다. 중러 모두 한 단계 격상된 양국 관계 및 협력 부각 노력 시 주석은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의 대통령궁인 클렘린궁에서 갖은 정상 회담에서도 이 같은 다자주의적 세계질서 유지를 위한 공동 대응, 양국의 에너지 협력 등 경제협력 심화 등에도 입장을 같이했다. 한 단계 격상된 중러 협력의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신화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우크라이나 문제와 러시아-미국 관계, 중국과 미국의 관세 전쟁 등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세계 주요 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중러 양국은 손을 맞잡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체계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한 국제 질서를 확고히 수호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국빈 방문 시진핑을 최고 주빈으로 모신 푸틴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공식 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과 국제 의제를 논의한 것은 물론 조찬, 티타임 등 비공식 대화 시간 등도 마련하면서까지 시진핑 주석을 이번 행사의 최고 주빈으로 대접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이 준비한 15명의 해외 정상들과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이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의 전승절에 참석한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 등 방문에 대해 양자 관계, 실질 협력 방안 및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소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강력한 동력을 주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붉은 광장에 선 모습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간접 지원했다는 모습을 유럽에 더욱 각인시킬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7일 분석했다. 전승절 계기로 국제사회 건재 과시한 푸틴, 15개국 정상과 회담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모스크바를 찾은 각국 정상들과 7일부터 연쇄 회담을 시작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고립 위기에 놓였던 러시아가 전승절을 맞아 국제사회에 건재함을 과시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첫날 크렘린궁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및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타스 통신은 이 조약에 양국이 국방관계를 개선하고 군사기술 협력을 수행하며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전승절에 29개국 정상이 초대됐으며 이 가운데 최소 15명이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한다고 밝혔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5-08 16:21:48[파이낸셜뉴스]트럼프의 일방주의로 세계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모스크바에서 연대와 단합을 과시한다. 러시아는 오는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중국, 북한과 글로벌사우스 국가 등 제3세계 정상들이 참석해 전통적인 연대를 부각시키는 전승절 기념행사를 준비중이다. 중·러 두 정상과 제3세계 정상들이 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행사로 모스크바에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러시아, 중국를 비롯해 글로벌사우스의 힘과 단합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가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사우스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수렴할 지도 주목거리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중국 주석은 (전승절때) 우리의 주요 내빈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훌륭하고 중요한 일정을 준비할 것"이라고 시 주석의 방문을 부각시켰다. 그는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축하 행사 참석 정도로 국한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라며 이번 시 주석의 방문과 러중 회담 성과에 의욕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다양한 국제기구의 틀 안에서 양국 관계와 상호작용을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BRICs) 다자 무대에서의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푸틴의 발언에 왕이 부장은 시 주석의 5월 러시아 방문에 관해서는 그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실제 방문이 이뤄지면 양국 관계 발전에 새로운 동력이 되리라고 기대를 표하면서 호응했다. 그러나 왕 부장은 양국의 우정이 장기적인 것이며 기회주의적인 것은 아니라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제3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미국을 의식해 여지를 뒀다. 기세등등한 트럼프 정부와 척을 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4-02 14:28:59[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소유로 추정되는 리무진 차량이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향한 암살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더 선은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의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본부 인근 스레텐카 거리에서 27만5000파운드(약 5억2000만원) 상당의 아우르스 세나트 차량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차량 엔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차량 내부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차량이 크렘린궁 대통령 재산 관리부 소유 차량으로 추정돼 푸틴 대통령을 향한 암살설이 제기되고 있다. 아우르스는 러시아판 롤스로이스로 꼽히는 러시아 고급차 브랜드로, 그 중에서도 고급 세단인 아우르스 세나트 리무진은 푸틴의 의전용 차량으로 쓰인다. 총탄뿐 아니라 폭발물과 수류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VR10 등급 방탄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한 것도 바로 이 모델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3-31 08:44:51[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에서 수배 중이던 친러시아 무장조직 지도자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 폭발로 숨졌다. 이에 러시아는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한인들도 꽤 살고 있는 곳이어서 주러시아 대사관이 안전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4일 KBS 보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각) 오전 10시쯤,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고급 아파트단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두꺼운 유리문이 산산조각 났고 건물 내벽까지 떨어져 나왔다. 이 폭발로 친 러시아 무장조직 지도자인 아르멘 사르키샨과 그의 경호원 등 2명이 숨지고 경비원 등 3명이 다쳤다. 사르키샨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친러 준군사 조직을 창설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해 왔다. 도네츠크 권투 연맹 의장으로도 활동해 온 인물이다. 도네츠크 지역은 현재 러시아가 70% 이상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사르키샨에 수배령을 내린 상태였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로 규정하고 배후 세력을 조사 중이다. 특히 원격으로 폭발물이 조종된 것으로 보고 이날 하루 아파트 단지를 폐쇄하고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주재원과 외교관 등 한국인 60여 명을 비롯해 러시아의 TV 진행자나 가수 등도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은 "우리 국민 피해 소식은 없다"며 "테러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삼가는 등 신변 안전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군 화생방전 방어사령관과 보좌관이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폭발로 숨졌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2-04 08:54:11[파이낸셜뉴스] 러시아를 공식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찾는다고 러시아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일정을 공개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하는 일정은 없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타스 통신은 최 외무상이 전날 평양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역시 최 외무상이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당국자들과 회담한다고 보도했다. 면담 상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최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은 올해 들어 세번째다. 지난 1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는 푸틴 대통령과 면담한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여성포럼 및 브릭스 여성포럼에 참석하는 길에 모스크바를 들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최 외무상이 한 달여 만에 다시 러시아를 찾은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된 논의 목적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아시아전략 센터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최 외무상의 방러 목적 중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북한과 러시아의 입장을 조율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엔 안보리는 30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에 대해 회의를 연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유엔 안보리 회의 안건이 북한과 러시아가 모두 관련된 만큼 북러가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군을 파병한 대가로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한 첨단 군사 기술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고위급 채널을 통한 추가 파병, 반대급부 등 후속 협의를 했던 것으로 본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4-10-29 20:55:05[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군이 최대 규모 드론 공격을 펼쳐 모스크바 지역에서 여성 1명이 사망했다.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모스크바를 둘러싼 모스크바주(州)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날아들어 공항이 마비되고 아파트에 불이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푸틴 심장' 모스크바 타격.. 공항 3곳 일시 폐쇄 타스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새벽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를 향해 날아오던 최소 15대의 드론이 모스크바 주변에서 격추됐다고 밝혔다. 드론이 격추되면서 시 외곽의 민간 가옥들에 파편이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연방항공교통국은 모스크바에 있는 4개 공항 중 주콥스키, 브누코보, 도모데도보 등 3개 공항이 일시 폐쇄돼 48대의 항공기가 대체 비행장으로 우회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로 진입하는 카시르스코예 고속도로에도 드론이 추락해 교통이 부분적으로 일시 차단됐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밤사이 모스크바주에서 14대의 드론이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모스크바주 라멘스코예 지구의 고층 아파트 최소 2곳이 드론 공격으로 손상됐으며, 아파트 11·12층에서 불이 나면서 46세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입원했다고 덧붙였다.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당초 9세 어린이가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고 43명이 대피해 임시 거처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러 국방부, '144대 드론 요격' 발표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모스크바주를 포함해 총 9개 주에서 총 144대의 드론을 요격해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모스크바주에서 20대가 격추됐고, 브랸스크주에서 72대, 쿠르스크주 14대, 툴라에서 13대를 파괴했다고 집계했다. 이밖에 벨고로드주 8대, 칼루가주 7대, 보로네시주 5대, 리페츠크주 4대, 오룔주 1대 등이다. 모스크바 북부 툴라주 당국은 드론 잔해가 연료·에너지 시설에 추락했지만 가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접경지인 브랸스크, 보로네시주는 물적·인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서 감행한 역대 최대 규모 드론 공격 중 하나로 꼽힌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일에도 모스크바를 포함해 러시아 전역에서 158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는 지난 2일 하르키우주, 4일 르비우주 등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을 미사일·드론으로 공습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9-11 06:31:34【베이징=이석우 특파원】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21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총리는 모스크바 도착 직후 성명을 내고 세대 간 지속되는 우호 및 호혜적 협력 심화, 양국 정상 간 합의 이행 등을 방러 목표로 설명했다. 양국 수교 75주년을 맞아 미슈스틴 총리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리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러시아 및 중국에 대한 제재, 미국 대선 등 국제 문제와 두 나라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현재 양국간 이견을 빚고 있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조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러 두 나라의 파트너십의 시험대로 여겨지는 이 프로젝트는 몽골을 지나게 되는데 중러간 가격 협상 실패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2차 제재 우려 등 지정학적 요인 탓으로 2028년 이후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22일까지 이어지는 러시아 방문 기간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다. 러시아 방문에 이어 리 총리는 22∼23일에는 벨라루스를 방문한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지하고 전술 핵무기 연습 등에 참여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벨라루스의 정치적 신뢰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8-21 13:08:39[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대형 공연장 테러현장에서 100여명 이상은 구한 10대 소년의 활약이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와 ‘가제타.루’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15살인 이슬람 할릴로프는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외투 보관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다. 할릴로프는 “평소처럼 일하던 중 갑자기 폭음을 들었다”라며 “처음에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거나 술에 취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공연장 안팎을 뛰어다니기 시작했을 때, 그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총성과 무장괴한에 놀란 사람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하려 했으나 당황한 나머지 표지판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막다른 길이나 다름없는 화장실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할릴로프는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비상문을 열고 수십 명이 뛰어나오던 복도로 달려가 비상구의 방향을 안내하며 반대편에 있는 안전한 건물로 대피하도록 했다. 당시 할릴로프가 뛰어가며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보면 그는 “저쪽으로, 저쪽으로, 모두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안내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영상을 찍었다고 한다. 테러범들이 점령한 정문을 피할 수 있었던 비상구는 건물 카드로만 열 수 있었는데 그는 공연장의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마침 카드가 있었다. 할릴로프는 “그들이 총을 쏘고 있어요. 지나가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밀어내고 비상구 문을 열었다. 이후 소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람들 뒤로 가서 아무도 남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탈출했다"고 말했다. 할릴로프는 건물 내부구조와 출입구 위치를 잘 알았을 뿐 아니라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고객을 어떻게 대피시키는지 사전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충격에 빠져 서 있으면 나와 수백명이 목숨을 잃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테러범들의 무차별 총격과 방화로 137명이 사망하고 180명 이상이 다친 이번 테러에서 이 소년의 침착과 용기가 아니었다면 희생자가 훨씬 많았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수업이 없을 땐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유소년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구단은 그를 홈경기장에 초청해 1군 선수들을 만나게 해주고 시즌티켓과 유니폼을 선물했다. 또 러시아 래퍼 모르겐시테른은 감사의 표시로 100만 루블(약 1448만원)을 전달했다. 러시아 무슬림 지도자인 무프티 셰이크 라빌 가누트딘은 29일 그에게 ‘최고 무슬림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조사위원회 역시 그의 활약을 인정하고 공로상을 수여할 방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3-26 09:23:25[파이낸셜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벌어진 테러의 희생자가 137명으로 늘어났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 조사위원회는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장 괴한 일당의 무차별 테러 사망자가 이날 오후 기준 137명이라고 발표했다. 조사위가 당초 파악한 사망자 수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한 133명이었으나 하루 만에 사망자 수가 4명 더 늘어난 셈이다. 부상자 수는 180명 이상으로 확인됐다. 모스크바 보건 당국은 부상한 이들 중 14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입원 환자 가운데 32명이 퇴원했고, 외래 치료를 받는 환자는 38명이라고 보건 당국은 덧붙였다. 조사위는 또 이 공연장에서 무기와 다량의 탄약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AK 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이 담긴 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가 나왔다. 이 사건 직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이 조직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조직원이 이번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공격 당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 속에서 한 테러 용의자는 이미 많은 시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공연장 복도를 향해 돌격 소총을 쐈다. 또 다른 테러 용의자가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는 장면이 이어지고 용의자 4명이 공연장의 한 구역을 가로지르는 모습도 담겼다. 용의자들의 음성은 변조 처리돼 있었고 이들 가운데 1명은 "자비 없이 죽여라. 우리는 신의 대의를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는 자막이 나온다. 러시아는 사상자를 낸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전날 검거했다. 이날 테러 용의자들은 모스크바에 있는 조사위 본부로 이송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3-25 07:5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