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 보이면 역사책을 펴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전 세계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트럼프 정책도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다. 트럼프의 'America First' 'MAGA' '보편관세'는 모두 베낀 것이다. 'America First'는 미국이 약자였던 1914년에 등장한 구호이고 'MAGA'는 레이건이, '보편관세'는 닉슨이 환율절상을 위한 도구로 썼던 정책이다. 이 모든 정책들은 미국이 불리해지거나 약해졌을 때 항상 썼던 방식이다. 트럼프의 정책들은 제조업으로 무역수지를 개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역수지를 핑계로 환율조정과 자본시장을 통해 금융력으로 미국의 어려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발 세계 무역전쟁의 요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구조적 불균형 문제다. 1990년대 이후 세계 무역질서는 중국, 독일과 같은 과잉 저축국과 미국 같은 과잉 소비국 간의 불균형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저축국들은 과잉 생산한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고, 소비국은 부채를 통해 이를 흡수하는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세계는 이러한 불균형의 축적으로 주기적인 금융위기를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하는 미국의 무역수지 문제, 고용 문제는 후진국이 미국을 등쳐 먹은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구조적인 저축률 부족이 부른 투자부족과 제조업 몰락 때문이다. 저축 대신 소비에 돈 다 쓰고, 그것도 모자라 금융 레버리지를 통해 빚 내서 쓴 결과다. 싸움의 법칙은 '한 놈만 패라'는 것인데 트럼프가 전 세계와 전쟁하는 이유는 미국의 무역적자의 구조변화 때문이다. 지금 미국 무역적자의 29%만 중국이고, 71%가 중국 이외 지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다."과잉 저축국 vs 과잉 소비국의 구조적 불균형" 문제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수요·공급 재조정으로만 해결이 가능하다. 중국, 독일 같은 주요 수출국은 국내 소비를 늘려야 하고 미국 같은 소비국은 저축률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해야 해결될 문제다. 미중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지만 법보다는 주먹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소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은 수입품 재고가 바닥나면 협상할 수밖에 없고, 중국은 수출기업의 대량실업이 나오면 협상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망 시대에 미중이 무역으로 상대편을 죽이기는 불가능하다. 무역의 상호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적 100명을 죽이려면 아군도 70~80은 죽어야 하는 전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미중의 협상은 결국 미국은 지금보다 덜 쓰고 저축하고, 중국은 더 소비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에서 벌어간 무역흑자를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일정 부분 미국이 회수하게 하여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를 회복하게 해주는 것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공통이다. 한국은 당장 발등의 불인 상호관세에 대응도 해야 하지만 세계적인 혼란 속에서 미국의 생산 확대와 중국의 소비 확대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어려울 때 손 내미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고 우방이다. 중국산 부품소재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생산 확대에 한국의 기여와 기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 사회에 안미경중(安美經中) 끝났고 탈(脫)중국이 답이라는 대중국 공식도 이젠 맞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으로 내수확대에 올인하고 있고, 경제성장률 5% 달성에 목숨 걸고 있다. 미중의 3차전쟁으로 중국의 소비 확대, 내수중심 성장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추세이고 자본시장 추가 개방도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하락했지만 중국 상하이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탈중국이 아니라 다시 소비재와 금융산업에서 진(進)중국 전략을 짤 시간이 왔다.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025-04-30 18:38:37중국과 대규모 보복관세를 주고받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관세전쟁의 미래가 안개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기본적으로 '사업가'라며 그가 중국의 몰락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 텍사스주 베일러대학교의 변석구 경영대학 교수(사진)는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미중 관세전쟁의 방향에 대해 전망했다. 1월 취임 이후 중국에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는 같은 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은 그것을 받아 마땅하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관세보복을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트럼프의 목적은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안보적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는 사업가이다. 그는 사업가적 직관으로 국제관계에서 미국이 손해 보지 않는 거래를 원한다. 중국을 고립시키고 재기불능으로 만드는 것이 트럼프의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대치 상황이 서로에 해롭다면서 중국이 미국에 125%에 달하는 관세 반격을 가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변 교수는 중국의 내수촉진 능력, 전방위 관세 공격에 따른 미국의 국제적 입지 축소 등을 언급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트럼프가 원하는 가시적 효과를 흐리게 만들고 불이익을 부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를 뽐내길 원하는 트럼프의 행보는 동맹인 한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변 교수는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협상에서 주요 쟁점은 무역적자 해소와 방위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변 교수는 최근 트럼프가 관세전쟁과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를 강조한 점에 대해 "관세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미국에서)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금리 언급을 두고 그가 관세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을 원한다고 의심한다. 스티브 미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일단 관세로 충격요법을 시행한 다음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가치를 강제로 높여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자고 주장했다. 변 교수는 "미란의 논리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관세와 환율정책에 대해 아무런 반격을 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고 달러가치를 낮춰서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미국의 제조업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논리"라고 비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5-04-30 18:23:42[파이낸셜뉴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사전투표 공정성 강화를 위한 규칙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씨는 1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전 투표와 관련한 중앙선관위의 규칙 개정을 촉구하며 "오늘부터 공정선거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날 이영돈 PD와 함께 국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5가지 선관위 규칙 개정 요구 사항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전씨가 제시한 항목은 사전투표 관리관의 개인 도장 날인하기, 사전투표소 지정 예약제 도입(선거인 명부 확정), 사전 투표함 참관인 24시간 감시, 사전투표함 잔류 파쇄형 봉인지 사용과 사전 투표함 개함 후 당일 투표 개함 등 5가지다. 그는 경기도 과천의 중앙선관위를 직접 찾아 이같은 내용의 공개 요청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답변 기한은 오는 23일로 명시했다. 아울러 이날부터 중앙선관위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전씨는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거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많은 사전투표 선관위 자체 규칙 개정만 해도 그나마 최소한의 공정 선거는 가능할 것"이라며 "시작은 혼자지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분들과 함께 뜻을 모은다면 반드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폭스뉴스 보도를 인용, 사전 투표 규칙이 개정되지 않을 때 99% 부정선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후보가 300만표 차로 당선된다면 대한민국이 제2의 홍콩, 베네수엘라가 되고 나치 히틀러식 전체주의로 몰락할 수도 있다"며 "그런 대한민국을 자식 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5-04-18 16:01:35[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세계 경제 질서가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1945년 2차 대전 종전과 더불어 몰락한 유럽을 대신해 서구권 종주국으로 자리잡고 당시 소련과 세계를 양분했던 미국은 1991년 12월 소련이 해체되면서 일극 체제를 구축했다. 2차 대전 이후 80년을 세계 경제와 민주주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미국은 트럼프가 지난해 징검다리 재선에 성공하면서 다시 대통령에 취임한 뒤 스스로 세계 경제와 민주주의의 구심점 역할을 포기했다. 중국, 러시아 등 적성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동아시아 동맹 가릴 것 없이 대대적인 관세 장벽을 치면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제 환경 구축에 나섰다. 30년 넘게 슈퍼파워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 역할을 했던 미국의 이런 태도 변화는 세계 경제도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이제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별로 각국이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다극 체제로 전환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팍스아메리카나의 종언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쌓아 올렸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은 미국이 그동안 번영과 법치주의, 경제군사적 역량을 통해 ‘안전한 도피처(a haven)’ 역할을 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이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적 탁월함은 세계 무역의 틀을 바꾸려는 트럼프의 시도로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세계가 평화를 구가하는 이른바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가 끝이 나고 있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상호관세 팍스 아메리카나를 끝장내는 방아쇠는 트럼프가 2일 발표한 상호관세였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우방이건 적성국이건 관계없이 미국을 무역으로 ‘갈취’했다면서 상호관세 발표일인 2일을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이 세계 각국, 특히 우방의 무역 갈취에서 해방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인 유럽연합(EU)에는 20%를, 미국의 뿌리인 영국에는 10% 상호관세를 매겼다. 미국과 교역이 별로 없는 스위스에도 31% 상호관세율을 적용했다. 2차 대전 이후 동아시아 지역의 미 핵심 동맹으로 부상한 일본과 한국에는 각각 24%, 25% 상호관세를 물렸고, 미 반도체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대만에는 32% 상호관세를 때렸다. 트럼프는 또 베트남에는 46%, 인도에는 26% 상호관세를 물렸고, 태국과 말레이시아에도 각각 36%, 24%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에는 의외로 베트남과 태국보다 낮은 상호관세율이 책정됐다. 34%였다. 그러나 이에 발끈해 중국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미중은 관세전쟁에 돌입했다. 엄청난 관세율이 적용된 나라들이 대부분 협상을 전제로 10% 기본관세율을 90일 동안 적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중국은 펜타닐 응징 관세율 20%를 더해 145% 관세가 부과됐다. 중국은 그 보복으로 미 수입품에 125% 관세를 물렸다. 다극체제 물꼬 트나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각국의 미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결과로 끝맺음 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각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에 비해 그 중요도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EU의 경우 2023년 역내 27개국 간 교역 규모가 4조유로, 미국과 EU간 교역 규모는 7460억유로였다. 미국과 교역이 역내 교역 규모의 19%에 육박했다. EU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무관세 협정을 맺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기본 전제 속에 역내 통상을 확대하고, 동아시아 같은 미국 이외 지역과 교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는 한중일 3국간 교역이 강화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념을 앞세운 외교전략이 실패한 가운데 새 정부는 미국과 교역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중국, 일본과 교역, 또 동남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 영토 문제 등 한중일 3국 간 갈등의 골이 깊기는 하지만 3국은 경제적으로 이미 깊이 의존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90년 12.3%에 불과했던 3국 역내교역 비중이 2011년 21.3%로 급격히 늘었다. 3국은 지난달 트럼프 관세 전쟁에 맞서 공동협력을 다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서 반도체 원료를 수입하고, 중국은 이들 나라의 반도체를 수입하는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3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중국과 일본,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각각 세계 2위, 4위, 12위에 올라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GDP가 115조494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19조5350억달러, 일본은 4조3900억달러, 그리고 한국은 1조9480억달러 GDP를 거둘 전망이다. 3국 경제 규모가 전세계 경제의 22%를 넘는다.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각국간 협력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세안 10개국의 올해 GDP 합계 전망치는 다만 42조4920억달러로 전세계 GDP의 3.7% 비중에 불과하다. 달러 위상 약화 기축 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도 트럼프의 관세전쟁 속에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통화가치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지수인 달러지수는 트럼프가 미 47대 대통령에 취임한 뒤 9% 급락했다. 미국의 최대 수출품이 달러라는 말이 있지만 트럼프가 고립주의와 제조업 우선 정책을 추진하면서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달러 약세는 미국이 관세로 통상 장벽을 치면서 국제 교역이 앞으로 더 줄어들게 되면 그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교역이 줄면 달러를 써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스터플랜 있나 트럼프 취임 뒤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시황을 폭넓게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7일 마감가를 기준으로 트럼프가 취임한 1월 20일 이후 12% 가까이 급락했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예상보다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난 8일 이 지수가 5000선이 무너지면서 4982로 추락하자 바로 이튿날인 9일 “상호관세 대부분 90일 유예”라는 선물로 증시를 끌어올린 트럼프는 S&P500이 5000선만 유지하면 자신의 강도 높은 관세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줄 관세 정책, 미 제조업 부활 정책에 관한 큰 그림, 마스터플랜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들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관세를 거둬 트럼프가 원하는 소득세 폐지 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킨다는 큰 그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론이 제대로 뒷받침되는지가 의문이다. 특히 그의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많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를 멈추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의 불법 이민 추방과 제조업 부활이 상충될 수도 있다. 이민자 추방으로 미 인력난이 심각해지면 공장이 다시 들어서더라도 일할 사람을 못 구해 공장 가동이 시작부터 난관에 맞닥뜨릴 수 있다. 고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설비를 이전하려는 기업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가 갈팡질팡하면서 관세정책 간 보기를 하는 동안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가 침체로 빠지고, 미국은 안전한 도피처 자리를 박탈당하면서 세계 경제가 다극 체제로 빠르게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5-04-18 08:34:06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전 세계 반도체 업계를 이끄는 최강자로 군림했다. 1988년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50.3%로 미국(36.8%)을 크게 앞서기도 했다. 잘나가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몰락한 것은 미국의 견제, 수평 분업화 추세 외면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잘못된 정책 지원의 비중도 컸다. 정부가 국가 주도 프로젝트만 남발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첨단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정부와 기업이 기금을 모아 시작한 아스카(ASCA) 프로젝트, 차세대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HALCA), 첨단 SoC기반기술개발(ASPLA) 등이 모조리 실패로 끝났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각종 규제완화책 등을 내세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일본 구마모토현은 2021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구마모토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일대가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반도체 핵심 생산거점으로 단숨에 탈바꿈했다. 일본 정부가 TSMC 구마모토 1공장 건설에 투입한 보조금은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건설비의 절반에 가까운 파격적 지원금만큼 놀라웠던 것은 속전속결로 해결된 토지·산림 등 개발제한지역 규제완화였다. 2023년 당시 가마시마 이쿠오 구마모토 지사가 산업용지 전용 등을 담은 긴급요망을 정부에 전달한 지 두 달여 만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원활한 토지이용을 향한 규제개혁에 임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지자체가 농지나 삼림 등 개발에 제한이 있는 '시가화 조정구역'에도 건설허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일본의 반도체 부흥전략은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먹거리 전 영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기업들은 투자 시작부터 촘촘히 쌓인 규제와 마주한다. 이를 뚫어내는 만큼 투자의 시간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AI용 데이터센터가 단적인 사례다. 규제가 풀리긴커녕 오히려 강화됐다. 10㎿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자가 전력을 공급받을 때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전력계통 영향평가 규정이 기존 신축뿐 아니라 증설에도 적용된다. 각종 규제로 해외기업 유치도 어려워지고 있다. 산업 경쟁력 향상은 단순히 기업이 지닌 기술력과 투자능력에 기대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기술경쟁 시대를 맞아 일본처럼 우리도 때론 과감하고, 파격적인 지원정책 시행을 고민해 볼 때다. mkchang@fnnews.com
2025-04-13 18:38:03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전세계 반도체 업계를 이끄는 최강자로 군림했다. 1988년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0.3%로, 미국(36.8%)을 크게 앞서기도 했다. 잘 나가던 일본 반도체 산업이 몰락한 것은 미국의 견제, 수평 분업화 추세 외면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잘못된 정책 지원의 비중도 컸다. 정부가 국가 주도 프로젝트만 남발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첨단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정부와 기업이 기금을 모아 시작한 아스카(ASCA) 프로젝트, 차세대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HALCA), 첨단 SoC기반기술개발(ASPLA) 등이 모조리 실패로 끝났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일본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 각종 규제 완화책 등을 내세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일본 구마모토현은 2021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구마모토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일대가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반도체 핵심 생산 거점으로 단숨에 탈바꿈했다. 일본 정부가 TMSC 구마모토 1공장 건설에 투입한 보조금은 4760억엔(약 4조 2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건설비 절반에 가까운 파격적 지원금만큼 놀라웠던 것은 속전속결로 해결된 토지·산림 등 개발 제한지역 규제 완화였다. 2023년 당시 가마시마 이쿠오 구마모토 지사가 산업용지 전용 등을 담은 긴급 요망을 정부에 전달한 지 두 달여 만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원활한 토지 이용을 향한 규제 개혁에 임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지자체가 농지나 삼림 등 개발에 제한이 있는 '시가화 조정 구역'에도 건설 허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일본의 반도체 부흥 전략은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먹거리 전 영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기업들은 투자 시작부터 촘촘히 쌓인 규제부터 마주한다. 이를 뚫어내는 만큼 투자의 시간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AI용 데이터센터가 단적인 사례다. 규제가 풀리긴커녕 오히려 강화됐다. 10메가와트(MW)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자가 전력을 공급받을 때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전력 계통 영향평가 규정이 기존 신축 뿐 아니라 증설에도 적용된다. 각종 규제로 해외 기업 유치도 어려워지고 있다. 산업 경쟁력 향상은 단순히 기업이 지닌 기술력과 투자 능력에 기대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기술 경쟁 시대를 맞아 일본처럼 우리도 때론 과감하고,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고민해 볼 때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5-04-13 13:42:03【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나는 나라가 좀 정비되고 난 다음에 대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러나 최악의 경우 탄핵이 딱 인용되면 대선은 두 달이다. 일반 대선을 하면 1년 동안 경선하고 본선하는데 탄핵이 되면 두 달밖에 시간이 없어 날치기 대선이다"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날치기 대선은 일반 대선 1년 동안 하는 대선하고 판이하게 다르다"면서 "시간이 좀 많은 대선을 하면 충분히 우리가 준비를 할 수 있는데, 날치기 대선하면 당도 준비가 안 돼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그는 "정치를 하면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책을 세우고 그렇지 않으면 판판이 실패한다"면서 "두달 간의 날치기 대선을 어떻게 수행을 해야 되는지, 우리가 준비할 게 뭔지, 어떻게 끌고 가야 되는지 그걸 준비 안 하면 2017년도 박근혜 탄핵 때처럼 정권을 헌납하게 된다"라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탄핵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다음달 중순 넘어가면 우리 팀은 날치기 대선도 치를 수 있는 준비를 끝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대선 때 특정 후보 지지 등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그는 "개입하면 본선에 치명상이 올 것이다"면서 "언론에서 말하는 정권 교체론, 정권 연장론으로 선거하면 백전백패다"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차기 대선은 어떤 이유로도 정권 교체론 정권 연장론으로 그 프레임으로 선거는 안 한다"면서 "하면 백전백패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 시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와 관련 "참 걱정스러운 게 탄핵이 기각되면 좌파들이 총 궐기를 할 것이고, 광화문이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면서 "그때부터는 대통령 퇴진 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광화문이 촛불로 뒤덮이는 등 나라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라고 우려했다. 또 그는 "탄핵 되면 전쟁이 된다. 역대 대선하고는 다른 정치적 내전 상태가 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 시장은 "나라가 아르헨티나가 추락하듯이 추락할 것이다. 선진국 문턱까지 갔던 아르헨티나가 페론이 들어오면서 나라가 몰락했다. 그걸 따라가는 게 이재명이다"라고 말했다. 또 "베네수엘라도 석유 덕분에 한때 세계 5대 부국이었다. 그런데 차베스가 들어와 제조업에 투자 안 하고 국민들에게 퍼주면서 나라가 망했다"면서 " 그 길로 가는 게 이재명이다. 내가 과거에 이 대표를 경기도의 차베스라고 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차베스가 될 수도 있다. 나라 몰락하는 건 한순간이다"라고 꼬집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5-03-14 15:11:00[파이낸셜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두 달간의 침묵을 깨고 정치 행보 재개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금은 한 전 대표님의 시간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윤 의원 "한 전대표 나오면 당 혼란" 16일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 대표께서 지금 나서시면 당의 혼란을 불러올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지난해 12월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머지 않아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열리는 조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조만간 공개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윤 의원은 "저는 한 대표께서 본인의 깊은 생각으로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신 것으로 믿고 있다"며 "고민도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셔야 한다"며 "한 대표께서 비대위원장으로 지휘한 22대 총선 패배는 거대 민주당이라는 존재를 탄생시켰고,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 당 대표 시절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으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당하고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재임 중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장, 그리고 당 대표라는 우리당 최고의 지도자 위치에 계실 때 벌어진 참사"라며 "분명한 책임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우리당 모진 비난과 질책 받아내며 당 지켜냈다" 윤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떠난 그 시간 동안 우리당은 모진 비난과 질책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래도 당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온갖 수모를 견뎌내며 버티고 싸워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가 나설 경우)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 가는 우리당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얹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며, 탄핵인용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께 줄 수 있다. 대통령의 시간을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한 전 대표님의 선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왜곡될 것이고, 사익을 위해 대통령과 당을 이용하는 오해만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면 그것 자체가 당내 파벌싸움으로 비화될 것"이라며 "한 전 대표나 우리당 모두 득은 없고 실만 있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며, 결국 웃는 자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 전 대표님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부디 당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에 대해 "보수가 이렇게 몰락한 계기를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다시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당이 통합되고 보수가 일어나는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가 나오면 오히려 당과 보수에 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2-17 08:24:26늦가을 마러라고의 밤은 묘한 들뜸과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캐나다 총리 트뤼도의 지난해 11월 말 미국 플로리다행은 전격적이었고 은밀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캐나다산 25% 관세'를 올린 순간부터 트뤼도는 바빴다. 글이 올라간 지 2시간 만에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날을 요청한다. 그로부터 날짜 통보를 받은 것은 이틀 뒤다. 조용히 오라는 당부도 첨부됐다. 마러라고 만찬장은 시끌벅적했다. 트뤼도 일행이 먼저 들어섰고, 트럼프는 10분 뒤 등장한다. 트럼프는 흥얼거리며 DJ를 자처했다. 레너드 코언의 '할렐루야' 연주를 두번이나 틀었다. 오타와시에서 드론과 헬리콥터를 더 많이 구매할 것이며, 캐나다 불법 이주와 밀수는 멕시코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라는 트뤼도의 말이 음악과 술잔 부딪치는 소리를 뚫고 나왔다. 트럼프는 별 반응이 없었다.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어떻겠느냐"는 말은 만찬이 끝나갈 즈음 나왔다. 트뤼도가 그때 어떤 대꾸를 했는지 알려진 바 없다. 그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트뤼도는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 전언이었다. 트럼프의 진심이 확인된 건 열흘 뒤다. 트럼프로부터 "위대한 캐나다주의 51번째 주지사"로 불리고 나서야 트뤼도는 자신이 그날의 제물이었다는 걸 알아챘다. 그의 몰락은 우리가 보았듯 순식간이었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9년 전 집권한 트뤼도는 팬데믹 이후 물가와 민생에 실패하면서 위태로운 처지이긴 했다. 하지만 이웃 나라 정상의 일격에 마침내 무너졌다는 사실은 캐나다 역사를 통틀어서도 치욕이다. 트뤼도는 트럼프가 원수처럼 생각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즐겼고, 다양성을 널리 인정해 인류애를 고양했다. 여기에 씻을 수 없는 '죄'는 과거에 했던 트럼프에 대한 '뒷담화' 전력이다. 뒤끝 많은 트럼프가 그를 조용히 불러낸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는 그렇게 잔인한 쇼맨 본성을 숨기지 않았다"고 썼다. 트럼프 이해도가 높은 사람으로 측근 중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만 한 이도 없다. 그에 따르면 장인은 적들이 자멸하거나 어리석은 실수를 하게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다. 그는 공화당 보수논객(페기 누넌)이 "트럼프는 미쳤지만 이게 먹힌다"고 쓴 칼럼도 참고할 것을 권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 연구도 필요하다. 체셔 고양이는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고, 극중 인물들을 미치게 만드는 캐릭터다. "어디로 갈지 몰라도 어느 길을 택하든 목적지에 간다"는 체셔 고양이와 트럼프가 흡사하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1기 말 펴낸 '분노(RAGE)'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우드워드는 '분노'에서 쿠슈너 이상으로 트럼프를 간파한 인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했다. 공개된 적 없는 25통을 비롯해 총 27통의 편지를 읽어 녹음한 뒤 천천히 따져봤다. 16번이나 나온 '각하' 극존칭과 끝도 없이 과장된 아첨이 분명히 트럼프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지금 모두가 안다.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탄핵과 암살, 갖은 사법 리스크 고비를 넘어 생환한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위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의 예고처럼 '천둥의 날'이 막을 올렸다. 2기 트럼프 시대 조롱과 분노, 충격과 공포가 더 독해질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아첨과 조공의 굴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우드워드에게 "일하는 동안 문밖에 항상 다이너마이트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한 적 있다. 우드워드는 다이너마이트는 정작 트럼프가 맞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동의 안 할 이도 없다. 천둥 같은 소리에 놀라지 말 것. 공포에 휘둘리면 협상에서 밀린다. 트럼프가 눈독 들이는 한국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고 윈윈 모델을 창조할 것. 길 잃은 정치의 복원은 말할 것도 없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2025-01-22 18:20:22[파이낸셜뉴스] 칼럼니스트 허지웅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대해 “극우를 품에 안은 순간부터 시작된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앞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나오자 법원을 점거한 뒤 경찰들로부터 빼앗은 방패와 의자 등으로 법원 정문과 유리창, 외벽 등을 깨부수었다. 또 경찰관을 폭행하고 돌 등을 집어 던졌다. 허지웅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 새벽 수백 명의 폭도들이 법원을 점거했다”며 “경찰과 기자를 폭행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부수었다”고 전했다. 특히 “특정 교단 혹은 특정 교회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참회와 쇄신 대신 극우를 품에 안고 동일시하는 순간 시작됐다”며 “지난 세기 유럽에서 여러 번 되풀이됐던 몰락의 첫 단추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 한번 맞물려 끼워졌다”고 비판했다. 허지웅은 “과거 그들은 극우와 손을 잡았다. 연정을 하거나 내각에 참여토록 했다. 잠시 동안 불쾌한 악수일 뿐 당장 의기만 해결되면 언제든 극우를 통제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며 “불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여러분은 극우를 통제할 수 없다. 한번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극우는 모든 걸 완전히 불태워 마침내 스스로 불쏘시개가 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지웅은 “우리의 자유를 빼앗으려 했던 자들이 별안간 자유민주주의가 너무 염려된다며 안보와 경제를 인질 삼아 한남동과 국회에서 농성을 한 지 47일이 지났다”며 “지금 이 시간, 대한민국 법원의 현판이 뜯겨져 바닥에 뒹굴고 있다. 그 위로 폭도들의 발자국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1-20 09: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