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방위사업청은 20일 대전 청사에서 국방반도체를 체계적으로 기획·관리·평가 및 인증을 위한 전담기관인 '국방반도체사업단의 개소식 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국방반도체는 군사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말한다. 현대 군사 장비 대부분에 여러개의 반도체가 탑재되며 반도체 역량이 국방력과 직결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인공지능(AI) 과학기술강군 실현의 핵심기술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개발된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국방반도체의 98% 정도가 해외에서 설계·생산된 것이다. 이 때문에 K-방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국방반도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방사청에 따르면 국방반도체사업단은 무기체계의 핵심인 국방반도체의 국내 생산 능력 확보와 국방반도체 가치사슬 조성·첨단 반도체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국방반도체사업단엔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기술품질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종합기술원의 무기체계·반도체 전문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기술기획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이 국내 방위산업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 국방반도체사업단에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홍 국방기술진흥연구소장은 "국방반도체 연구개발 기획·개발관리는 물론 공급망 조사, 신뢰성인증,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까지 국방반도체 전순기 업무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해 첨단 AI 강군 육성을 위한 생태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국방반도체 국내 생산 능력 확보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국방반도체가 방산 4대강국 도약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국방반도체사업단에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국방과학연구소, 나노종합기술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국방반도체 사업 추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국방반도체 연구개발과 신뢰성 인증체계 구축을 위해 국내외 연구기관 및 산업계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20 12:41:51[파이낸셜뉴스] 방위사업청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국방반도체 소위원회의 첫 회의를 개최하고 위원회 운영계획과 국방반도체 산업 육성 방향을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선 '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이라는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국방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위원회가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도록 주문했다. 국방반도체 소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의 중점과제 중 '국방반도체 능력 육성'과 관련한 주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 학계, 기업 및 연구소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국방반도체 소위원회는 국방혁신위와 연계해 과제 완료 시까지 매월 1회 개최된다. 소위원회는 '국방반도체 발전전략(안), 육성 및 지원 법률(안), 국방반도체 로드맵, 국방반도체 거버넌스 방안 등을 수립할 계획이다 . 소위원회 위원장인 이승섭 국방혁신위 민간위원은 "우리나라도 미래전을 대비하고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와 같이 맞춤형 첨단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핵심 국방반도체를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간사를 맡은 조준현 방사청 방위사업전략기획담당관도 "현재 우리 무기체계에 쓰이는 국방반도체 대부분이 해외에서 제조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앞으로 소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국방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정책을 식별하고, 향후 입법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7-11 15:22:11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소재들을 무기화하고 있다. 독점적 공급력을 통해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배터리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면 당장 억제시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이 철강 강화 첨가제에서부터 배터리용 코발트의 대체 소재로 활용되는 망간을 움켜쥐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공급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 망간 생산업체 수십곳이 지난해 10월 정부 지원하에 '망간 혁신 연합'을 출범해 사실상 카르텔을 만들었다. 중국은 전세계 망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망간광은 전세계 곳곳에 묻혀있지만 제련 작업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서만 이뤄진다. 폭스바겐, 테슬라 등이 망간을 값비싼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를 대체하는 대체소재로 주목하고 있다. 광산업체들에 따르면 제련된 망간은 t당 최대 4000달러로 코발트의 10분의1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코발트를 망간으로 대체하면 같은 니켈양으로 전기차 생산을 30% 확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배터리 소재산업에서 전세계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코발트, 니켈을 비롯해 재충전용 배터리 핵심 소재 제련은 이제 중국을 거쳐야 한다. 또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의 75%, 전세계 전기자동차 절반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다른 배터리 소재와 함께 아프리카 보츠와나부터 호주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에 활용될 수 있는 망간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랫츠의 금속부문 담당 이사 스콧 야르함은 "중국이 수년에 걸쳐 엄청난 투자를 퍼부었다"면서 "중국은 이제 상당수 배터리 금속에서 압도적인 선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야르함은 "황화망간을 원한다면 중국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면서 "중국에 대한 전적인 의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광산 개발) 프로젝트들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망간연합이 올해 철강강화를 위한 첨가제로 쓰이는 망간 공급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뒤 이 망간첨가제 가격은 석달 동안 50% 넘게 폭등했다.그러나 아직은 배터리용 망간으로까지 손을 뻗지는 않고 있다. 전기차용 망간은 전체 망간 생산의 2%에 불과하다. 다만 황화망간 가격은 소폭 올랐다. 자동차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 최대 전기차 업체 폭스바겐은 한 공급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가능한 여러 공급자를 택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일본 닛산도 위험을 분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료 공급 다변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코발트 채굴업체인 글렌코어의 아이번 글래슨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서구 자동차 업체들이 순진하게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배터리 소재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이 공급 고삐를 죄면서 전통적인 망간 소비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지난해 11월보다 30% 높은 값을 치렀고, 물량부족으로 인해 들여오는 규모도 줄여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망간 시장은 석유, 철강, 구리 등과 달리 거래소를 통해 국제적인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업체간 개별 협상으로 가격이 정해져 불투명하다. 큰 손이 가격을 휘두를 여지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한편, 중국은 반도체의 핵심소재인 희토류 생산량도 줄이고 있다. 희토류 생산지인 장시성 일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를 이유로 최근 한달간 생산 공장 가동을 줄였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희토류 생산량을 줄이는 반면 신에너지차량, 가전제품, 풍력발전 등에서 쓰이는 희토류 수요는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는 전기·전자·촉매·광학·초전도체 등에 쓰이는 극희귀 광물이다. 전세계 희토류 중 90% 이상을 중국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등에 맞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스마트폰·전기차 배터리·미사일·F-35전투기 등을 생산하려면 희토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은 한 해 1만t 가량의 희토류를 수입하며 이중 약 80%가 중국산이다. 중국은 이미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분쟁을 겪을 때 희토류를 무기로 꺼내든 전력이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1-05-23 09:06:34한국 반도체 기술력은 세계 최강으로 꼽힌다.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싹쓸이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자체가 엄청난 기술력과 핵심인재, 자본력이 요구되는 산업인 만큼 국내 기업의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이 자국 내 거대시장을 발판 삼아 반도체산업 육성에 적극 투자하고 있어 10년 뒤에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임형규 전 SK텔레콤 부회장(사진)은 8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조찬모임 덕형포럼에서 '반도체산업과 한국 경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반도체 자체가 핵보다 더한 무기"라면서 "반도체는 단기간에 만들 수 없는 것으로, 중국도 반도체에 있어선 우리에게 잡혀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선 인텔이 92%의 시장점유와 이익도 전부 쓸어가고 있지만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47%, SK하이닉스가 27%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 영업이익의 72%를 삼성전자가, 27%는 SK하이닉스가 가져가고 있다. 임 전 부회장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는 글로벌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한 성장산업"이라며 "기술경쟁력이 핵심으로, 반도체 메모리산업에서도 서로 간 독립적인 기술이 100가지 있는데 이것을 모두 수준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0~20년 이상 숙련된 기술자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승자독식 산업이 된다"며 "결국 어중간하면 필요없다. 여기에 중국이 도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물량을 한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국도 10년간 1조위안(약 1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임 전 부회장은 당장 중국이 반도체에서 두각을 내긴 어렵겠지만 10년 뒤에는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전 부회장은 "중국 자체로 내부에서만 반도체 물량의 20%를 소화할 수 있어 좀 못해도 자국기술을 지키고 기회를 줄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반도체 인력 육성을 하고 있는 이들을 모아 경쟁력 있는 집단으로 만들 주체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산업은 중국이 국가적으로도 안 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아마 당장은 기술을 확보해야 하니까 10년간 힘들 것이다. 10년 뒤면 국내 반도체 업체는 위험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임 전 부회장은 반도체산업이야말로 국내 대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정책 중 벤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을 각 분야에서 어떻게 더 잘해주느냐가 필요하다"며 "고만고만한 벤처보다 큰 기업들도 필요하다. 잘하는 쪽이 더 잘하게 해서 이익이 더 크게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부회장은 "반도체 메모리 미세화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 들어서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잘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못하는 기업은 죽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경영시스템을 보면 반도체가 돈도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참 사업하기 어렵다"며 "인터넷 기업은 빨리 결과가 나오지만 반도체는 한번 시작하면 결과를 얻기 위해선 10년간 수십조원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17-03-08 19:33:14"한국의 '치킨 게임 신무기'는 원가경쟁력 40% 높인 20나노미터(㎚)급 D램이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새해 D램시장의 장기 불황 극복과 치킨 게임 승리를 위한 승부수로 20나노미터 공정기술을 선택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분야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잇따라 20㎚급 공정기술을 적용한 D램 양산에 나서 해외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급 D램은 반도체 회로선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4000분의 1 수준으로 회로선폭을 제조하게 된다. 20㎚급 D램은 30㎚급 D램에 비해 생산성이 40∼50%나 높아지고, 그만큼 원가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 무엇보다 장기 불황으로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20㎚급 공정기술로의 전환 여부는 해당 기업의 생존 자체를 결정할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있어 20㎚ D램은 올해 해외 경쟁사를 따돌리면서 독주체제를 강화하는 '신무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20㎚급 D램 양산에 들어간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20㎚급 D램 양산에 들어간 삼성전자는 올해 20㎚급 D램 생산비중을 30∼40%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급 D램 생산을 통해 종전 30㎚급 D램 대비 50% 이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30㎚급 D램 비중도 50%로 높여 해외 경쟁사와 격차를 한층 벌렸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이르면 이달 중 20㎚급 D램 양산에 들어간다. 하이닉스는 이미 20㎚급 D램 양산을 위한 기술을 개발, 양산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20㎚급 D램 양산 기업이 된다. 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종전 30㎚급 D램 대비 40% 이상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해외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것. 앞서, 하이닉스는 조기에 30㎚급 D램의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그러나 해외 반도체기업들은 20㎚급 D램은커녕, 아직 30∼40㎚급 D램 양산에도 애를 먹고 있다. 대만 반도체기업들은 최고 40㎚급 D램에 머물고 있고, 일본과 미국 반도체기업들은 최고 30㎚급 D램의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결국 일본과 미국, 대만 등 기업들은 D램 가격이 현재보다 떨어질 경우 원가를 맞추지 못해 적자구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D램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은 30∼40㎚급 양산에 머무르고 있어 D램 가격 추가 하락 시 견디기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급 D램을 발빠르게 양산하면서 해외 경쟁사보다 40%가량 저렴한 가격에 D램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2012-01-16 17:57:59임기 내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전략 자원으로 간주하고, 중국 등 사실상 적대 국가에 팔지 않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약 열흘 남기고 새로운 수출 통제 정책을 내놓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이든은 중국을 포함해 해외 모든 국가를 3개 등급으로 분류하여 우호도에 따라 AI 반도체 판매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야후파이낸스를 비롯한 미국 매체들은 8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전 세계 단위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 계획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10일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전 세계적인 AI 개발이 미국의 우호국에서 진행되고, 각국의 기업들이 미국의 규범에 따르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세계 각국의 데이터센터에서 AI 개발 및 구동을 위해 사용되는 미국산 AI 반도체 판매에 제동을 걸 계획이다.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첨단 AI 반도체들이 주로 미국 기업의 설계를 바탕으로 대만 등에서 생산된다. 바이든 정부가 생각하는 '미국산'의 기준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지난해 6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관련해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의 70~95%를 차지한다고 평가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세계 각국을 미국과 우호도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눌 계획이다. 미국과 가장 친한 1등급 국가 명단에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동맹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1등급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지금처럼 별다른 제한 없이 미국의 AI 반도체를 살 수 있다. 반대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를 비롯해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들은 3등급 명단에 몰려 있다. 이들 3등급 국가들은 실질적으로 미국 AI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다. 나머지 국가들은 2등급으로 분류된다. 2등급에 속한 국가들은 나라마다 배정된 연산력 합계만큼 미국 반도체를 살 수 있다. 관계자는 2등급 국가가 미국이 요구하는 안보 조건 혹은 인권 기준에 동의한다면 정해진 상한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를 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새로운 규제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다. VEU는 정부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3년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예외를 허용할 때 VEU 규정을 활용했다.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수출 통제를 이용해 안전한 환경에서 AI를 개발 및 사용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및 기업 집단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AI 반도체와 관련해 3차에 걸쳐 중국을 집중 공격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에 미국 기업이 첨단 AI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은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AI 반도체를 따로 만들어 수출했으나 그마저도 2023년 10월에 막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약 140개 중국 기업을 골라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기업이 AI 반도체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해당 기업에 팔지 못하게 규제했다. 중국에 이어 수출길이 더욱 좁아지게 된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계획에 회의적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세계 대부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막판 규정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 대형 IT 기업들의 정치권 로비단체인 정보기술산업협회(ITI)의 제이슨 옥스먼 회장은 7일 미국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AI 반도체 규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옥스먼은 규제가 추가될 경우 외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의 매출을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 AI 생태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잃는다면 미래에 이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5-01-09 18:09:25[파이낸셜뉴스] 임기 내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전략 자원으로 간주하고, 중국 등 사실상 적대 국가에 팔지 않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약 열흘 남기고 새로운 수출 통제 정책을 내놓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이든은 중국을 포함해 해외 모든 국가를 3개 등급으로 분류하여 우호도에 따라 AI 반도체 판매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야후파이낸스를 비롯한 미국 매체들은 8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전 세계 단위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 계획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10일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전 세계적인 AI 개발이 미국의 우호국에서 진행되고, 각국의 기업들이 미국의 규범에 따르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세계 각국의 데이터센터에서 AI 개발 및 구동을 위해 사용되는 미국산 AI 반도체 판매에 제동을 걸 계획이다.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첨단 AI 반도체들이 주로 미국 기업의 설계를 바탕으로 대만 등에서 생산된다. 바이든 정부가 생각하는 '미국산'의 기준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지난해 6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관련해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의 70~95%를 차지한다고 평가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세계 각국을 미국과 우호도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눌 계획이다. 미국과 가장 친한 1등급 국가 명단에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동맹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1등급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지금처럼 별다른 제한 없이 미국의 AI 반도체를 살 수 있다. 반대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를 비롯해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들은 3등급 명단에 몰려 있다. 이들 3등급 국가들은 실질적으로 미국 AI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다. 나머지 국가들은 2등급으로 분류된다. 2등급에 속한 국가들은 나라마다 배정된 연산력 합계만큼 미국 반도체를 살 수 있다. 관계자는 2등급 국가가 미국이 요구하는 안보 조건 혹은 인권 기준에 동의한다면 정해진 상한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를 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새로운 규제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다. VEU는 정부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3년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예외를 허용할 때 VEU 규정을 활용했다.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수출 통제를 이용해 안전한 환경에서 AI를 개발 및 사용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및 기업 집단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AI 반도체와 관련해 3차에 걸쳐 중국을 집중 공격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에 미국 기업이 첨단 AI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은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AI 반도체를 따로 만들어 수출했으나 그마저도 2023년 10월에 막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약 140개 중국 기업을 골라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기업이 AI 반도체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해당 기업에 팔지 못하게 규제했다. 중국에 이어 수출길이 더욱 좁아지게 된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계획에 회의적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세계 대부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막판 규정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 대형 IT 기업들의 정치권 로비단체인 정보기술산업협회(ITI)의 제이슨 옥스먼 회장은 7일 미국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AI 반도체 규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옥스먼은 규제가 추가될 경우 외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의 매출을 빼앗아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 AI 생태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잃는다면 미래에 이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5-01-09 11:19:18[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사흘간 총파업에 나선다. 전삼노는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했으나, 지난번 연가 투쟁 등을 감안하면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이날부터 10일까지 사흘간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의 방식으로 쟁의 행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삼노 측은 현재 8115명이 총파업 설문조사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5000명 이상이 실제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에 따른 요구안으로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내세웠다. 전삼노는 "사측은 지난달 13일 이후 사후조정 2주 동안 우리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지 않았다"며 "사측의 사후 조정안은 노동자의 대등한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회사의 소모품처럼 만만하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파업을 통해 이 모든 책임을 사측에 묻는다"며 "이번 파업으로 발생하는 모든 경영 손실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벌여온 전삼노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 5월 29일 사상 처음 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지난달 7일에는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을 했으나 우려했던 생산 차질 등은 없었다. 노조는 이번 파업 기간 노사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 실제 파업에 참여할 조합원 규모는 미지수다. 파업 참여율이 낮으면 노조가 목적으로 하는 생산 차질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2만9913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3.9% 수준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4-07-08 09:14:37중국이 각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핵심 재료 수출을 막는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유럽과 일본 역시 본격적으로 중국에 대응할 예정이다. 이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할 전망이며 미국은 중국이 아예 첨단 반도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까지 막을 생각이다. ■유럽·日 역시 中 수출 제한 반발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외무부는 4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날 중국이 발표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반발했다. 외무부는 "이번 조치가 유럽 및 네덜란드 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국이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어 "무역 정책에서 유럽연합(EU)의 권한을 감안했을 때 EU가 우선 중국의 조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2021년 기준 매출 순위에서 세계 2위지만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 장비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ASML은 현재 전 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EUV를 이용하면 실리콘 웨이퍼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미국의 적극적인 로비에 따라 2020년부터 ASML이 중국에 EUV를 팔지 못하게 막았다. ASML은 대신 중국에 상대적으로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팔고 있다. 독일의 베르트 하베크 부총리도 4일 연설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만약 이번 조치가 리튬 등으로 확산할 경우 독일은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소냐 고스포디노바 대변인 역시 중국의 결정에 우려를 표한다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도 4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결정을 언급하고 "국제 규정 등에 비춰 부당한 조치가 있다면 규정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에 반도체 제조 장비 등 23개 품목을 수출관리 대상으로 규정해 이달 23일부터 수출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美, 클라우드까지 막으며 中 첨단 산업 압박지난해부터 공개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및 첨단 산업을 견제해 온 미국은 중국으로 가는 고급 반도체를 차단하는 것을 넘어 원격으로도 이를 이용하지 못하게 틀어막을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 기업들이 중국 손님을 받지 못하게 제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기업은 각각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애저'같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가 처리해야할 데이터를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온라인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처리한 뒤 그 결과를 받아보는 서비스다. 주로 고성능 장비를 직접 사기 곤란한 기업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사용료를 지불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개발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동시에 첨단 반도체 제작을 위한 생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AI 개발에 쓰이는 고성능 제품인 'A100' 대신 상무부가 정한 성능 최고값에 못 미치는 열화판 제품인 'A800'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다. 미 싱크탱크 조지타운 안보·첨단기술센터의 에밀리 와인스타인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이 미 정부의 수출 통제로 A100을 직접 구입하기 어렵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합법적으로 A100을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등은 새 규제가 시행되면 중국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WSJ는 이와 별도로 미 정부 및 의회에서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미국 사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WSJ는 미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출 규제를 공식적으로 법조항에 넣지 않았다며 그동안 관련 업계 및 동맹국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한을 포함한 최종 수출 통제 규제안을 이달 안에 발표할 전망이다. 한편 WSJ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이달 6~9일 중국을 방문한다며 미 정부가 최소한 옐런의 방중 이후에나 새 제재를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7-05 18:17:31양향자 의원의 첫인상은 묵직했다. 표정엔 초선답지 않은 여유로움이 묻어있었다. 인터뷰를 하다보니 여상 졸업후 삼성전자 입사, 삼성그룹 역사상 첫 여성출신 임원 등 '화려한' 꼬리표가 괜히 따라붙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드러운 외모에서 뿜어져나오는 내공은 견고하고 당당했다. 기자가 지난 25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반도체 성공신화의 주역'이라고 첫 마디의 운을 떼자 엄지와 검지를 착 붙여보이며 "반도체 관련 30년 일하고 공부했는데 아직 요만큼 밖에 모른다"는 겸손함이 돌아와 좀 뻘쭘해졌다. 우선 반도체를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운명인 듯 싶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당시 성향조사를 했는데 자연계 99%이상이 판정됐다고 했다. ■꿈의 첫 직장 삼성전자 반도체회사 어릴적 꿈은 수학이나 물리를 가르치는 대학교수였지만 어려운 집안형편과 지병으로 앓아누워계신 아버님을 대신해 어떻게든 취업전선에 뛰어들려고 고민하다 광주여상으로 진학했다. 아버지는 급기야 고1때 돌아가시고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고3때 담임선생이 진로를 권유해주셨는데 여상 특성상 많이 가는 은행이나 기업이 아닌, 바로 이름도 생소한 삼성전자 반도체통신주식회사였다. 삼성전자와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었다. 1985년 11월 삼성전자 기흥연구소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했다. 말이 직원이었지, 주산, 타자에 복사하고 커피타는 잡일이 주 업무였다. 호칭도 '미스 양'이었다. 당시 기업문화가 남성 위주에다 학력차별이 심했던 만큼 여상을 졸업한 젊은 양향자에게는 모든 게 낯설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훗날 반도체 전문가로 키운 게 바로 조직의 편견과 차별이었다. 이 때 연구원들이 "미스 양"에서 "양향자씨"로 호칭을 바꿔 부르게 된 일화가 있다. 당시 반도체는 한국에겐 미개척 분야로 생소한 개념이었다. 일본이 단연 글로벌 최고 수준이었다. 당연히 사내 회의자료는 일본어투성이였다. ■미스양에서 양향자씨로 호칭 변경 양 의원은 "회의 때마다 놓는 자료가 다 일본 페이퍼인데 연구원들이 관심이 없더라"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여고 시절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잠시 배웠지만 반도체 논문을 번역하기엔 턱도 없었다. 서투르지만 사전을 찾아 일일이 우리말로 번역한 자료를 놨더니 그때부터 "양향자씨"로 호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고졸사원 등 편견과 차별로 번번이 퇴짜를 맞는 우여곡절끝에 사내 강의를 신청, 3개월만에 일본어 3급 자격증을 가장 먼저 따는 열정도 보였다. 당시 메모리설계팀장이 바로 양 의원 멘토였던 임형규 책임연구원이다. 20대 초반 신입직원이 일본어 번역을 어느정도 하자 임 팀장이 팀회의 참석을 허용했다. 임 연구원은 이후 삼성전자 사장과 SKT 부회장을 역임했다. 고졸 새내기 직원인 양향자를 14년간 성장시켜 장래 임원으로 키운 주역이다. 양 의원은 "임형규 회장님이 저의 첫 보스였다"고 했다. 주경야독의 열정으로 일본어 자격증을 딴 22세의 양향자는 실력을 인정받아 1988년 일본의 반도체 권위자인 하마다 시게타카 박사 방한 때 무려 1주일이나 통역과 가이드를 맡기도 했다. ■정치인 양향자 화려한 입성 정치인 양향자는 지난 2016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입인재 케이스로 발탁됐다. 당시 입당 소감을 보면 기업가 양향자의 담대한 도전적 인생이 고스란히 베어 있다. 양 의원은 "학벌의 유리천장, 여성의 유리천장, 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걸 다 바쳐 노력했지만, 청년들에게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오늘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스펙은 결론이 아니라 자부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고비때마다 고졸, 여성이라는 한계와 높은 진입장벽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노력과 열정, 끈기로 버텨온 만큼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면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도 일에 파묻혀 지내다보니, 1991년 첫 딸을 낳기 전날까지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출산 이후에도 제대로 산후조리를 못한 채 100일도 안된 아이를 안고 회사에 가기도 했다. 얼마나 일을 했던지 태교가 곧 컴퓨터 키보드 소리였다고 한다. 아이가 울고 보채더라도 키보드 소리가 나면 어느새 조용해졌다는 것이다. 기자는 순간 웃어야 할 지 다소 난감했지만, 양 의원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미래인재 육성과 K-칩스법 통과 주력 양 의원은 요즘 반도체 미래 인재 육성과 반도체특별법 국회 통과에 꽃혀 있다. 양 의원은 정치권의 낮은 관심을 아쉬워했다. 그는 "반도체만큼 정직한 게 없고, 웨이퍼만큼 정직한 게 없다"라며 "삼성이 글로벌 전쟁터에서 30년간 1등하고 있는 메모리 성공신화를 배우려는 정치인이 거의 없더라"로 꼬집었다. 양 의원은 반도체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의 부재를 비판했다. 양 의원은 "미국의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기술력 등에서) 쫒고 있는데 굉장히 위험하다. 이유는 인재가 없어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반도체 관련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종합청사진을 설계하고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 의원은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저렇게 클 수 있었던 건 창업주인 모리스창 회장이 미국 기업에서 일하면서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걸 미리 알았던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는 모순극복의 역사" 특히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이 가속화되는 지금이 대한민국에겐 위기이자 기회라고 봤다. 그는 "미국이 한국과 대만과 반도체 동맹을 맺어 전세계시장 장악에 나섰는데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불안한데 이게 삼성전자에게 기회를 준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의 한국 가입여부와 관련해선 "미국이 중국 제재할 때 한국은 기회가 될 수 있어. 그래서 칩4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거고. 그래도 중국시장과 전략적으로 동반자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의원은 반도체를 '모순 극복의 역사'로 규정한다. 집적도는 키워야 하는데 면적은 줄여야 하고, 속도는 빨라야 하는데 전력소모를 최소화해야 하고, 성능은 엄청 좋아야 하는데 가격은 싸야한다는 것이다. 이래야 '초격차'가 가능하다는 게 양 의원의 지론이다. '초격차'(超隔差)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함축하는 단어다. 기술 격차에 '초(超)'라는 접두어를 붙인 것으로 지난 2009년부터 삼성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양 의원은 "격차는 기술자의 품격에서 나온다. 기술자의 품격은 기술자의 철학에서 비롯된다"며 "초격차는 익숙함과의 결별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삼성만의 높은 기술력이 수십년간 메모리분야 세계 1위를 굳건하게 유지시켜 주고 있지만, 기술·인재·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언제든지 따라 잡힐 수 있는 게 글로벌 반도체시장이라는 얘기다. ■여야 의원 30명 초당적 공동서명 발의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양 의원은 이달 초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이 반도체 지원법에 대응하는 한국형 K-칩스법을 발의했다. 반도체 특위가 출범한 지 불과 두달만의 성과다. K-칩스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특별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으로 구성됐다. 법안에는 여야 의원 30명이 서명했다. 골자는 신속한 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범위 확대, 인·허가 처리기간 단축, 세액공제 상향 등 다양한 행·재정적 지원내용이 폭넓게 담겼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를 경제외교, 안보외교로 설정한 것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7년전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반도체가 외교고 안보다'라고 외쳤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똑 같이 강조하더라"라고 했다. 내친김에 국회에 아예 '미래첨단산업육성을 위한 국회 상설 특위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양 의원은 "반도체특위 역할은 반도체사업 강화를 위한 국가 대개조산업"이라며 "교육의 판을 새로 쨔야하고, 기술강국을 향한 인재개발의 로드맵도 세우는 등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거다"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인터뷰 내내 교육 개혁과 인재 육성, 국가대개조를 통한 반도체 기술력 제고 등을 강조했다. 간간이 도표를 곁들여 가며 지난 수십년간의 반도체 글로벌시장 판도 변화와 추이를 설명하면서 K반도체가 가야할 미래 좌표를 그려내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휴대폰으로 연신 전화가 걸려오고, 모 단체장은 지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과 관련한 민원을 들고 깜짝방문하기도 했다. 대학과 정부부처에서 특강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그에게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늘 반도체로 귀결됐다. 그는 끝으로 "제가 반도체 특위하면서 여론의 관심은 반도체가 아니라, 민주당 출신이 어떻게 국민의힘 특위를 맡았느냐 하는데 있었다"며 "반도체는 초월이다. 정파를 초월하고 지역을 초월하고 계층을 초월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 양향자 의원 주요 약력 △55세 △전남 화순 △광주여상 △한국디지털대 인문학 학사 △성균관대 대학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제21대 국회의원(무소속/광주서구을) △제21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2-08-28 18:5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