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변화할 통상 환경에 대비해 K푸드도 수출 전략을 정비하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는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K푸드 열풍이 계속되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 트럼프 2기 대비…현지화지원 강화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미 농림축산식품 수출은 올해 10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한 13억600만달러를 기록했다. K푸드 열풍과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의 현지 소비 확대에 따른 영향이다. aT는 이같은 성과가 내년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aT 미주지역본부는 미국 뉴저지에서 K푸드 수입 바이어 50여명을 초청해 'aT 현지화지원사업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대응해 △2025년 변화하는 식품 안전과 규제 동향 △미국 주별 라벨링 표기 규정 △FDA 식품 규정 최신 쟁점과 분쟁 등의 내용을 미국에서 aT 현지화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전문기관들의 사례발표로 진행됐다. 국내외 수출업계에서 현지화지원사업 수요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미식품안전현대화법(FSMA) 도입 초기 현지화지원사업으로 현지 바이어들의 해외공급자검증프로그램(FSVP) 취득 준비를 성공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aT 미주지역본부는 수출업계와 바이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정비하고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권오엽 aT 수출식품이사는 "미국의 농식품 수입 분야 규제 동향 파악과 비관세장벽 대응 방안 마련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라면에 김치 '인기만점'미국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K푸드 인기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라면, 과자 등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8월 말까지 대미 라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61.4%가 급증한 1억3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최근 열린 K푸드 팝업스토어에서 그 인기가 증명됐다. 학생들은 편의점 부스에 찾아와 직접 K라면을 끓여 먹고 냉동 김밥, 주먹밥, 핫도그 등 다양한 간편식을 즐겼다. 조지워싱턴대에서 응용영양학을 전공하는 스테파니씨는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K푸드는 우리 젠지세대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라면 등 K푸드 간편식은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가성비 좋은 훌륭한 한 끼 식사 대용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라면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김치도 수출이 늘었다. 대미국 김치 수출액은 8월말 기준 31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라면과 김치는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하며 대미 수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aT는 미국 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찾아 한국산 김치와 라면의 소비 확대에 나섰다. 최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K푸드 체험행사'에서는 '한강 피크닉' 콘셉트의 소비자 체험행사를 추진해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K드라마 속 '한강 라면'에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꼭 해보고 싶은 필수코스로 꼽힌다. 권오엽 이사는 "미국 내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K푸드의 맛을 널리 알려 한국 농식품의 수출 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4-11-19 18:01:52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철강 및 에너지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자국 산업 우선주의로 관세가 강화되면 수출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업체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를 우려하면서도 대중 제재 강화 시 반사이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2기 출범을 맞아 무역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1기 정권에서도 국내 철강업계에 부담을 안겼다.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해 해외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당시 한국은 관세 대신 자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줄이는 쿼터 부과국을 적용받아 현재까지 지위를 유지 중이다. 이번 재집권으로 한국의 수출 쿼터가 더욱 축소되거나, 관세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기 정권에서 적용된 쿼터 제한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상황"이라며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 전통적 무역 장벽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드라이브'의 종료를 예고한 바 있어서다. 기존 IRA 법안에 포함된 재생에너지 관련 세액공제 및 인센티브를 축소하겠다고 밝혔고, 파리 기후협약 탈퇴 의지도 재차 표명한 바 있다. 다만 태양광 업계의 경우 복합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반의 위축에도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현재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태양광 패널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태양광업체들은 미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한화솔루션은 3조2000억원을 투입한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을 비롯해 미국 내 총 8.4GW의 모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OCI홀딩스도 현재 미국 현지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IRA의 완전한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바이든 정부에서 확보해 놓은 기존 보조금은 확정적"이라며 "IRA가 축소될 순 있지만, 전면 폐기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수혜주들이 대부분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박신영 기자
2024-11-07 18:30:14[파이낸셜뉴스] 세계 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으나 무역 장벽과 저성장이 우려되고 있다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구(IMF) 총재가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7일(현지시간) 다음주 연례 총회를 앞두고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연설에서 물가가 떨어지고 있으나 각국이 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커지는 무역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는 코로나19 대유행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승했던 소비자 물가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실업률 급등이나 성장 위축없이 통제가 됐다고 했다. 그는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이 좋지만은 않은 가운데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쌓인 정부 부채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결정하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면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를 늘릴 것이라고 예고해왔다며 이것은 “미지근한 세계 경제에 찬물을 껴앉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후 첨단반도체 같은 주요 제품을 잠재적 적대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여왔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 온도를 낮춰야 하며 각국이 기존 노동력의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이민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경제전문방송 CNBC에 출연해 “고물가로 인한 여파가 남아있다”며 “세계 여러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성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무역이 더 이상 과거처럼 세계 경제 성장 엔진이 아니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는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세계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고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불신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고 신흥시장 보다 선진국들이 더 보호주의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IMF는 다음주 새로운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보고서에서는 각각 올해와 내년 성장 전망치를 3.2%와 3.3%로 내놓은 바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10-18 09:41:37[파이낸셜뉴스] 국가기술표준원은 22일 올해 제2차 '무역기술장벽 대응 협의회'를 개최하고 관련 부처와 무역기술장벽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무역기술장벽은 무역상대국 간에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평가 절차를 채택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를 의미하는데, 지난해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 통보한 무역기술장벽 건수가 처음으로 4000건을 넘어섰으며 올해 4월말 기준으로도 동기간 최고치인 1457건을 기록했다. 특히 식의약품(25%), 화학세라믹(15%), 농수산품(13%)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규제가 도입되었고 국가별로는 작년 가장 많이 통보했던 미국이 세 번째(145건)를 기록했다. 중국은 전년 대비 대폭 증가(15→79건)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표원은 다양한 분야의 무역기술장벽에 협업 대응해 수출 기업이 겪는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무역기술장벽 대응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표원이 올해 4월 말 기준 무역기술장벽 통보문 현황 및 국가별 대응 실적을 공유했고, 제2차 세계무역기구 무역기술장벽 위원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특정무역현안 안건 및 대응 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논의했다. 아울러 협의회 이후에는 부처 담당자의 대응 역량 및 협정 이행 강화를 위해 국표원이 제작한 무역기술장벽 통보매뉴얼을 배포하고, 글로벌 기술규제 동향, 통보문 분석·작성 방법 등의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이창수 국표원 기술규제대응국장은 "무역기술장벽 해소를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력 대응하고 있는 만큼, 기업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출 문제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5-22 13:51:40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100% 이상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양 진영이 한목소리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칫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한국 업체들엔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미중 갈등 심화로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국내 업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교차한다. ■美, 中 때리기 '韓 여파 촉각'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차 관세를 4배 인상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전해지자 해외 대관조직과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미국시장 동향 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 당시에도 뒷북 대응으로 피해를 본 만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급변하는 현지 정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IRA 사태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은 올해 대선에 맞춰 미국 현지 대관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자동차 분야에선 현대차그룹이 올해 초 그룹 해외 대관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확대하고 '사업부'급으로 격상시켰다. 작년 12월에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위촉하며 무게감 있는 인사도 영입했다. 국내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아직 세부내용이 공식 발표된 것이 아니어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일단은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라는 점을 이번에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수록 한국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의 수입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에 수출되는 모든 자동차에 부과되는 2.5% 세금과는 별도다. 이렇게 되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최대 102.5%로 인상된다. 바이든 정부는 이르면 14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핵심광물, 태양광전지,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향은 '기대 반 우려 반'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 팔린 전기차의 65%를 만든 국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를 판 업체는 중국 BYD로 288만3000대를 기록했다. 이어 테슬라(180만9000대), 폭스바겐(99만3000대), 중국 상하이자동차(90만8000대), 중국 지리(89만6000대), 스텔란티스(56만9000대), 현대차그룹(56만대) 순이었다. 1000만원대의 초저가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는 중국은 최근 유럽시장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미국시장에 승용전기차를 팔고 있는 업체가 한 곳도 없다. BYD 등이 멕시코 공장을 활용한 우회수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 같은 우회수출에 대해서도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차·기아 등이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지역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국내 완성차 중에서 미국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업체는 현대차·기아뿐이다. 반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아 IRA처럼 한국산 전기차가 역차별을 받을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민관 합동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통령 직속 연방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올린다면 한국에 이익이지만, 관세가 전기차 대신 부품을 겨냥하면 한국이 손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놔 이목을 끌었다. cjk@fnnews.com 최종근 박종원 기자
2024-05-13 18:15:47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6년째 접어드는 가운데 유럽까지 중국을 견제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활로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은 오랜 보복 관세로 이미 중국산 수입이 줄어든 만큼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선진 기술을 흡수하지 못하게 막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반면 관세 장벽을 쌓지 않았던 유럽은 일단 밀려드는 저렴한 중국 제품을 막기 위해 노력중이다. ■'양' 줄인 美, '질'로 격차 벌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지난 2018년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따른 보복을 허용하는 미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를 발동했다. 중국산 제품에 품목별로 각각 15%,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개시했다. 그는 2020년 중국과 무역합의를 통해 보복 범위를 줄이고 일부 15% 제품군의 관세를 7.5%로 줄였으나 퇴임까지 중국과 대립했다. 지난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임자 트럼프를 비방하면서도 그의 대(對) 중국 보복 관세는 대부분 유지했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초기 코로나19 창궐 및 국제 공급망 손상으로 물가가 뛰자 중국산 수입 확대로 물가를 잡으려 했지만 최근 중국이 수출 확대로 미 기업들을 위협하자 방향을 바꿨다. 두 대통령의 공세 결과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상품과 서비스 총액은 2018년 1805억9600만달러에서 2023년 1947억4300만달러로 늘었다. 반면 같은기간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5583억2400만달러에서 4481억1200만달러로 감소했다. 5년새 미국의 대중국 상품 및 서비스 무역 수지 적자규모가 32%나 급감한 것이다. 바이든은 대중국 무역 적자가 줄어들자 중국이 미국의 기술로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게 막았다. 그는 특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옥죄기 위해 '수출규제 명단(Entity list)'을 확대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 미 기업들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및 관련 생산 장비를 팔지 못하게 막았으며 수십 곳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수출규제 명단에 올렸다. 미 경제지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바이든은 약 2년의 임기 동안 319개의 중국 기업 및 조직을 수출규제 명단에 추가했고 이는 트럼프가 4년 임기 내내 추가한 숫자(306개)를 넘어서는 규모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8일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과 경쟁에서 (중국을) 압도해야 한다"며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않도록 우리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덤핑에 놀란 유럽 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중국은 미국과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서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와 소비가 모두 가라앉자 정부 지원으로 일단 공장을 돌린 다음, 살 사람이 없는 생산품을 유럽과 아시아 및 남미 등에 저가로 수출하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수출'에 나섰다. 중국과 거래에서 미국만큼 무역 장벽을 쌓지 않았던 유럽연합(EU)은 밀려드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관련 제품들은 친환경 경제 전환을 추진하는 유럽에서 시장을 석권했다. FT는 지난 3월 비정부기구이자 범유럽 환경연구단체인 유럽운송환경연합(T&E)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유럽에서 팔린 전기차 가운데 19.5%가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는 8%였으며 나머지는 미국 테슬라, 프랑스 르노, 독일 BMW 등 다른 브랜드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전체 중국산 비중은 올해 25.3%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 가운데 중국 브랜드 비중은 11%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 중국 브랜드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2027년에는 20%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중국산 순수 전기차 생산에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었는지 조사한다고 밝혔다. 미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은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15~3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 세율로도 중국 전기차를 저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EU가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관세율을 40~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 전기차에 27.5%의 관세를 적용한다. EU의 압박은 다른 무역 관행으로 번지는 추세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중국 내 공공기관 의료기기 조달 과정에서 중국산 제품이 우대받거나 EU 기업들이 차별을 받는다며 직권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U는 9개월~1년2개월의 조사를 마친 뒤 중국과 차별 관행 해소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EU 공공 입찰에서 중국 의료기기에 같은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또한 EU의 유럽 의회는 지난달 23일 강제노역으로 제작된 수입품의 EU 판매 금지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늦어도 2027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며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생산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5-12 18:15:56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크게 늘리는 등 보호무역 조치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측불허의 승부를 펼치는 상황에서 업계와 노조가 '국내 산업 보호' 목소리를 높이고,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이에 부응하면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 '미국의 대선 정국 보호주의 조치 증가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7개월 동안 미국이 수입품에 대해 내린 반덤핑 및 상계관세 신규 조사 개시 결정은 총 72건(반덤핑 46건·상계관세 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21년 35건(24건·11건)과 이듬해인 2022년 30건(19건·11건) 등과 비교하면 2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반덤핑 조사는 수입품이 가격 경쟁력을 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덤핑(dumping)'돼 들어오는 경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진행된다. 조사 결과 덤핑 규모에 상응하는 금액을 반덤핑 관세로 부과해 제재하는 제도다. 상계관세는 수입품이 정부의 수출 보조금이나 장려금을 받아 가격을 낮춘 경우 이를 상쇄할 목적으로 정규 관세 이외에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다. 이런 조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53건)과,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해였던 2017년(79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이후 50건대로 줄어들었다가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다시 119건으로 치솟았다. 바이든 행정부 첫해에는 35건으로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무역협회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과 관련된 정치적 계산이 우선될 수 있어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대미 수출 기업들은 선거 관련 행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종근 기자
2024-05-05 18:23:17[파이낸셜뉴스] 국가기술표준원은 18일 '제8차 한-중 FTA TBT(무역기술장벽) 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내 기업이 중국에 수출 시 겪는 무역기술장벽에 대한 현안과 양국의 해외직구 등 온라인 유통 제품 안전관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중 FTA TBT 위원회는 2015년 12월 양국간 FTA가 발효된 이래 무역기술장벽 경감을 통한 수출 원활화 및 제품 안전관리 등을 위한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감안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양국은 이날 우리나라가 제기한 '한국산 6년근 홍삼을 중국에 수출 시 적용되는 고려홍삼수입약재표준 개정(안)의 사전 협의' 등 6건의 무역기술장벽 현안 및 기술 규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또 양국은 리콜제도 현황 및 해외직구 등 온라인 유통 위해제품의 차단체계를 공유했으며 상호 간에 신속한 리콜 정보공유와 해외직구 등 온라인 유통 위해제품 차단 협력 등을 위한 소통 채널 구축을 협의했다. 이창수 국표원 기술규제대응국장은 "이번 위원회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주요 상품인 홍삼과 화장품 등에 대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제품안전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양국의 소비자 안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려홍삼수입약재표준 개정(안) 협의와 함께 논의된 무역기술장벽 현안은 △화장품 안전성 보고서 간소화 버전 수용 기간 연장 △화장품 등록 시 중국 외 시험기관의 성적서 인정 △국제기구 공인 동물대체시험법 수용 △의료기기 허가 시 국제공인시험기관 성적서 인정 △수입식품의 신고제 적용 대상 확대 등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4-18 11:32:55[파이낸셜뉴스]우리나라 주요 수출 대상국의 무역기술장벽(TBT)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국내 수출액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출이 비용흡수 능력이 충분한 대기업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다만 추가 수출비용을 감당키 어려운 중소 수출기업들은 문을 닫는 실정이라 소규모 수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은 '수출대상국의 무역기술장벽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중 우리나라의 26개 수출대상국 및 국내 제조업 내 7개 산업을 대상으로 해외 TBT 증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TBT 증가는 수출금액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수출이 TBT 증가로 인한 추가비용을 흡수할 능력이 충분한 대기업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TBT란 대표적인 비관세조치로 무역상대국의 다른 기술규제,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로 인해 무역에 방해가 되는 각종 요소를 뜻한다. 국내에서 KC인증을 거친 제품도 중국 수출을 위해선 중국의 별도 기술규격(CCC)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TBT가 증가할수록 시험설비설치, 기술개발 등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산업별로 보면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이 높을수록 TBT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나타났다. 전기·전자·기계 제조업, 비금속광물·금속제품 제조업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TBT 증가는 수출금액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수출기업의 수는 감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TBT 증가로 수출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수가 감소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상호 한은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해외 TBT가 1% 증가할 때 수출기업 수는 최대 0.22%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는 TBT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현안 제기나 소송, 상호인정협정과 같은 무역 협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시장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지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27위에서 지난 2022년에는 33위로 떨어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 부연구위원은 "생산성이 낮은 산업이나 기업이 해외 TBT로 인해 수출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신규 시장진출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는 자본투자와 R&D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의 제공과 산업 분야별 특화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러한 정책은 대기업 중심의 기존 수출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중심의 잠재적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3-12 15:34:02올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통보한 무역기술장벽(TBT) 건수가 사상 최초 4000건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올해 주요 20개 국가에서 발생한 우리 수출기업의 TBT 애로 170건에 대응해 총 62건의 기업애로를 해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TBT 통보 최다 국가인 미국을 포함해 다양한 개도국의 기술규제에 대응하고자 국표원은 다방면으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양자, WTO TBT 협상 채널을 가동해 상대국이 규제를 철회하거나 완화하도록 하고 있다. 3월에는 우즈베키스탄에 신속대응반을 구성·파견해 양자 협의를 진행했으며 3·6·11월 세 차례의 WTO TBT 위원회에서는 26건의 기술규제를 특정무역현안으로 제기했다. 또 4월에는 '해외인증지원단'을 발족해 국내 시험으로 해외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외 시험인증기관과 상호인정을 대폭 확대(39건)해 수출기업의 해외인증 획득 시간·비용을 줄였다. 진종욱 국표원장은 "고도화되고 있는 해외 기술규제로 우리 기업의 수출길이 막히지 않도록 국표원은 내년도에도 다자·양자 협상과 해외 시험인증기관 협력을 지속 확대하여 우리 수출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범 기자
2023-12-26 18:3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