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경민 특파원】 지난 1923년 간토대지진 직후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기록은 물론 교과서에도 기록이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日정부 '모르는 100년 전 일' 도쿄신문은 8월 31일 간토대학살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사실을 의문시하거나 부정하는 말이 끊이지 않아 역사 왜곡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반성'과 '교훈'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며 "부의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비판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마쓰노 장관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부 조사에 한정한다면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는 올해도 간토 대지진의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모문을 보내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취임 이듬해인 2017년부터 7년 연속 추도문을 내지 않았다. 극우였던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까지 포함해 역대 도지사는 모두 추모문을 보냈다. 하지만 고이케 도지사는 지난달 추도식 주최 기관의 추도문 요청을 또 다시 거절했다. 교과서에도, 정부 보고서에도 생생한 기록 후지모토 야스나리 일본 평화포럼 대표는 "일본은 9월 1일을 '방재의 날'로 기리지만 많은 조선인이 군인 경찰 민간인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며 "기록이 없다는 식으로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일본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일본 정부 중앙방재회의에서도 2009년 "학살이라는 표현이 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국제연맹 상임이사국이던 일본은 당시 외무성이 이 문제를 조사해 중국에 대해 20만엔 배상을 준비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는 당시 일본 정부가 국가로서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학살 사실을 외면하는 식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대지진은 조선인 때문" 6천명 대학살 간토대지진은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1923년 9월 1일 일어났다. 진도 7.9의 지진이 일어나 10만여명이 사망하고, 200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당시 혼란스러웠던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방화를 저지르고 있다', '조선인이 열도를 흔들어 지진이 났다' 등의 유언비어가 삽시간에 퍼졌다. 조선인을 혐오하는 이 같은 헛소문으로 약 6000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과 800명 이상의 중국인이 일본 경찰과 군대, 자경단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해됐다. 이를 간토대학살이라고 부른다. 일본 정부는 유언비어를 믿었던 주민들이 일으켰던 학살이라 정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2017년 아베 정권은 기록이 없다며 진상 수사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일본의 극우 단체들은 한국인 희생자 수가 부풀려졌으며 당시 한국인들이 실제로 폭동을 일으켰고, 그런 이유로 학살은 정당한 방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08-31 10:25:16중국 네티즌들이 또 다시 한국 문화에 대해 트집을 잡았다. 이번에는 한국애니메이션에 추석 음식으로 송편이 소개 된 것을 걸고 넘어졌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유아용 애니메이션인 ‘슈퍼 윙스’는 중국에서 2015년 후난 TV를 통해 처음 방송됐다. 비행기들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물건을 배달하며 교류하고 각지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슈퍼 윙스는 한 에피소드에서 극중 비행기가 한국인 소녀에게 송편 재료를 배달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송편은 한국 추석 명절에 먹는 대표적 음식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장면이 중국의 가을 명절인 중추절이 한국에서 기원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석과 중추절 모두 음력 8월15일을 명절로 삼고 있다. 같은 명절을 국가마다 각기 다르게 지낸다. 네티즌들은 그러면서 중추절에는 송편이 아니라 월병을 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SCMP에 “내가 해당 에피소드가 방송된 뒤 매일 아침 중추절과 월병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내 딸은 중추절이 한국에서 기원했고 우리가 송편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슈퍼 윙스에 등장하는 중국 지도에서 대만, 중국-인도 접경지대, 중국-북한 접경지대, 남티베트 지역,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의 일부분이 중국 영토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투리 잡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한국이 중국을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후 슈퍼 윙스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자취를 감췄고 현재는 짧은 영상 클립에서만 볼 수 있다. SCMP는 “중국 네티즌들이 문화 자경단처럼 행동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지난 1월에는 한국 인기 유튜버 햄지가 김치와 관련해 중국을 모욕했다고 주장했고 전통의상과 침술, 명절의 기원 등을 포함한 논쟁을 펼쳐왔다”고 전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1-03-12 17:05:17【 마닐라(필리핀)=김유진 기자】"매우 센(strong) 사람이죠. 요즘 사람들이 모이면 대통령 이야기를 해요. 필리핀이 조금 달라질 것 같은가요." 마닐라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가르시아씨는 "TV, 라디오에서 연일 마약 사범이 잡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기자에게 이같이 되물었다. 지난 15일 마닐라를 찾은 기자가 그의 택시에 타 "지금 라디오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대통령이 마약사범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이라고 귀띔했다. 중저음의 목소리에 오싹한 느낌을 주는 배경음악까지 더해졌기 때문인지 타갈로그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듣더라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느껴졌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 대선 레이스에서 크게 주목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던 그는 대선 기간 중 일부 과격한 발언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등 이목을 끌며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로 떠올랐다. 이 '다크호스'가 실제 권력을 거머쥐게 된 배경에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며 변화를 간절히 소망한 필리핀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소수의 정치 명문가들이 펼치는 '가문 정치'에 피로감을 느낀 필리핀 국민들이 과감하고 강한 지도자의 급부상을 반긴 것이다. ■두테르테식 공포정치 효과낼까 이 변화에 대한 열망은 이번 대선에서 80%가 넘는 투표율로 나타났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치러진 필리핀 대선에서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을 660만표 이상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실제로 현지 언론을 포함한 외신들은 지난 1946년 필리핀 독립 이후 70년간 이어진 대선 사상 가장 큰 이변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필리핀의 경우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출신지역으로 직접 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필리핀에서는 개인적인 정치 선호도를 드러내더라도 논쟁 거리가 되지 않다 보니 특히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토론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메트로 마닐라시 마카티 지역의 그린벨트 공원에서 만난 로베르토씨는 "투표를 하기 위해 하루 일을 쉬고 민다나오 지역의 집에 다녀왔다"면서 "새 대통령이 어떻게 필리핀을 변화시킬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집권 스타일은 정권 초반인 현재 '공포정치'의 형태로 두드러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필리핀 경찰청이 대선 다음 날인 지난 5월 10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두 달 동안 경찰 단속 과정에서 마약 용의자가 최소 192명 사살됐다고 전했다. 현지언론인 ABS-CBN은 "한 언론의 집계에 따르면 경찰이 사살한 마약 용의자는 200명이 넘는다"면서 "자경단과 괴한의 총에 맞아 죽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300명 이상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피의 통치'가 불러온 긴장감은 필리핀 국민들의 일상에도 파고드는 분위기다. 마닐라 시내에서는 어떤 상점, 건물을 들어가더라도 보안요원이 출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메트로 마닐라시 BGC지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성은 "필리핀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일이지만 새 대통령이 집권하고 난 뒤 더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지난 12일 필리핀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마약 100g을 소지한 채 출국하려던 한국인 20대 여성이 적발돼 현재 도주중이어서 '마약과의 전쟁' 분위기 속 혹시 모를 불상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비인권적' 목소리도 물론 두테르테의 이 같은 '공포 정치'가 필리핀 국민들로부터 마냥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는 즉결처형으로 범죄 용의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판해온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경찰이 마약 용의자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관련 법규 위반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결의안을 지난 13일 의회에 제출했다. 아울러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총기 남용과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정부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자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궁 대변인은 정부가 모든 공무원에 대해서도 마약검사 의무화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필리핀은 경찰관과 군인을 상대로 마약검사를 실시해 양성판정을 받으면 해고하거나 전역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july20@fnnews.com
2016-07-17 17:4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