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직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스실’이 부활한다. 그동안은 주사로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해 왔는데, 지난해 한 차례 실패했기 때문이다. 앨라배마주 사법 당국은 오는 25일(현지 시각)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58)에 대해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다. 스미스는 1988년 목사 아내 청부 살해 사건의 범인이다. 그는 보험금을 노린 목사로부터 “내 아내가 강도에게 살해당한 것처럼 위장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잔혹한 방법으로 여성의 목숨을 빼앗아 1996년 사형이 확정됐다. 수사 과정에서 청부 사실이 들통난 목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함께 기소된 공범은 2010년 약물 주입 방식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스미스도 범행 34년 만인 2022년 11월 이 방식으로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사 바늘을 꽂을 정맥을 찾지 못해 집행이 무산됐다. 교정 당국은 그의 팔쪽 정맥에 주사 바늘을 꽂으려고 시도하다가 잘 되지 않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쇄골 근처 정맥의 줄기 부분을 찾아 집행을 시도했지만, 또 실패했다. 정맥을 찾지 못해 약물 주입 방식의 사형이 실패하는 일은 드물게 일어난다. 수형자가 지나치게 비만이어서 혈관을 찾지 못하거나, 마약 중독자들처럼 주사 바늘을 자주 꽂아 혈관 조직이 괴사한 경우 등이다. 결국 앨라배마주 사법 당국은 재집행을 결정하면서 25년만에 질소가스주입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사형수에게 마스크를 씌운 다음 이 안으로 질소 가스를 투입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하는 방법이다. 1999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으며, 1999년 당시 사형수는 질소가스실에서 집행 18분 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P뉴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사형집행을 위한 독극물 주사제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방식의 사형 집행안을 찾고 있다. 이에따라 앨라배마,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등은 과거 금지했던 가스질식법을 재도입시키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1-23 07:42:41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 한국 작품은 수상 불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영화 '디판(Dheepan)'에 돌아갔다. 한국영화는 '마돈나'와 '무뢰한' 등 2편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디판'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올해 63세인 오디아르 감독은 각색.각본으로 영화를 시작해 40대에 감독 데뷔한 늦깎이로 '디판'은 그의 7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디판'은 프랑스로 건너온 스리랑카 출신 이민자의 삶을 다루고 있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홀로코스트(나치 대학살)를 주제로 한 헝가리 감독 라슬로 네메스의 '사울의 아들'이 차지했다. 나치에 끌려간 노역수 사울이 아들처럼 여기던 소년의 죽음을 알고 시신을 지켜 제대로 장례를 치르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로 유럽에 아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가스실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감독상은 '섭은낭'으로 초청받은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셴이 차지했다. 당(唐)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 자객 섭은낭(수치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또 심사위원상은 그리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 각본상은 '크로닉'을 만든 멕시코 젊은 감독 미첼 프랑코에게 각각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토드 헤인스 감독의 '캐롤'에 출연한 미국 배우 루니 마라와 마이웬 감독의 '몽 루아'에 나온 프랑스 배우 에마뉘엘 베르코가 공동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라 루아 뒤 마르셰'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뱅상 랑동에게 돌아갔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2015-05-25 16:57:55독일 사람들 앞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아마 유대인 대학살을 의미하는 홀로코스트나 아우슈비츠가 아닐까 싶다. 최근 베텔스만 재단의 여론조사 결과 독일인 81%가 홀로코스트를 잊고 싶다고 응답했다. 독일 국민의 목소리는 나치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그 종지부를 찍자는 것인가. 악몽을 잊고 싶어하는 국민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는 듯 메르켈 총리는 기회가 닿는 대로 독일 국민 모두가 영원히 홀로코스트를 잊어서는 안 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과거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을 촉구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소련군에 의해 해방된 지 1월 27일로 70주년이 됐다. 출입문 위에 '노동이 자유롭게 한다(Arbeit macht frei)'는 구호가 걸려 있는 이 수용소에서 100만여명의 유대인이 학살됐다는 것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70주년을 맞아 마치 흑백필름 영사기를 돌리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생존자의 증언은 충격 그 자체다. "샤워하러 간다"면서 가스실로 끌려간 엄마의 죽음 앞에서, 엄마를 가스실로 보낸 감시원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푸른 다뉴브강의 왈츠'에 맞춰 춤을 춰야 했던 어린 발레리나의 참혹한 심정을 어떻게 필설로 표현할 수 있을까. 수용소에 같이 들어온 여동생의 꽃신을 신고 있는 감시원을 보면서 오빠의 머릿속에 가득찬 궁금증과 불안의 무게를 어떻게 잴 수 있겠나. 인류문명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나치 만행의 핵심 전범자에 대해 뉘른베르크 재판은 '다양한 종교와 문화, 인종이 공존하는 지구촌 세계를 부정하였다' 해서 사형을 선고했다. 1961년에는 학살자 아이히만의 재판이 예루살렘에서 열렸다. 자신의 죄는 국가와 상사에게 충성을 다하는 책임감 강한 보통 공무원이 공무원선서에 복종한 것뿐이라는 아이히만에 대해 판사는 피고인이 수용소로 보낸 수많은 기차는 의도적 학살 참여를 증명해 주는 것이고 이는 사람들을 가스실로 던지는 것과 진배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미국 잡지 '뉴요커'의 특파원으로 이 재판에 참석한 한나 아렌트는 어느 누구라도 아이히만이 처했던 그런 상황에서는 그처럼 행동할 개연성이 있고 사유능력이 없는 꼭두각시 관료가 저지른 평범한 악이라는 이른바 '악의 평범성'을 제기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승전국의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1950년대 말까지 나치 범죄자의 색출과 조사에 대해 독일 스스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히만 재판을 계기로 독일 내에서 자발적인 나치즘 청산 작업이 본격화됐고 홀로코스트에 대해 독일인 스스로 반성하고 처벌하는 사법절차가 시작됐다. 여기에는 프리츠 바우어 검사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는 거의 혼자서 나치 전범을 프랑크푸르트 법정으로 끌고갔다. 1963년부터 2년여 동안 1300명 이상이 증언대에 선 매머드 재판에서 검찰은 수용소에서 가스 살포와 화장이 일상화되다 보니 피고인들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학살에 참여했지만 사무적이고 관료적인 무자비함 속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비난했고, 판사는 지위가 낮은 나치 친위대원들도 계획을 수립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대인 말살 실행에 꼭 필요했던 사람들이라고 유죄를 인정했다. 그 후에도 전범자 처벌 범위를 넓히고 더 강력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최근까지 과거사 청산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수용소 경비원, 감시원으로 근무했던 93세의 노인들을 단죄하려 한다. 수용소에서 벌어진 대량학살 행위를 지켜본 것도 살인 방조에 해당하고 공소시효도 없이 끝까지 추적한다는 것이 독일 사법부의 입장이다. 이러한 독일의 참회의 실천이 통일과 경제 최강국에 이른 밑거름이 됐다. 올 3월에 일본을 방문하는 메르켈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이러한 역사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
2015-02-12 16:5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