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중국의 정책변경이 경제전반에 미칠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미국.중국의 정책변경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예상하는 불확실성은 선진국, 신흥시장국 간의 성장률 격차(경기회복 속도 차이)가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국간 환율갈등 및 보호무역 주의 대두 등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국채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중국의 추가 금리인상과 위안화 절상 여부 등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정책으로 분류된다. 재정부가 그린북에서 구체적으로 국가를 명시하면서 정책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한 경우는 드물다. 지난달 그린북에서는 ‘주요국의 경기회복 지연 소지가 있다’는 수순에서 불확실성을 지적한 것에 비해 경고 수위를 한층 더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부는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대외여건 변동에 따른 우리경제의 불안요인에 대한 모니터링과 가계.기업.금융 등 부문별 체질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취약계층 고용개선 등도 추진도 덧붙였다. 재정부는 또 “거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채소류 등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경제에 대해서는 “수출 호조 등 전반적인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명절과 기상악화 등 일시적 요인으로 일부 실물지표가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10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5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했고 광공업생산과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전월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2010-11-04 10:13:35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두 번의 위기를 정면에서 부딪히면서 극복한 경험과 통찰력은 팔순 나이에도 되레 더 깊어진 듯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본사를 찾은 강 전 장관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1400원을 넘나드는 환율 등 한국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현안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강 전 장관은 "트럼프 2기 출범은 '불확실성'을 넘어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대전환"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통상정책과 관련, 트럼프 2기는 왜곡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바로잡으려 할 것이고 우리나라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나들면서 '심리적 위기론'이 나오지만 강 전 장관은 "(1400원대에도) 우리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 자동차 업종을 제외하고 적정 환율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이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이지만 감세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세정책을 '증세를 위한 감율정책'으로 정의했다. 다만 상속세 부과체계의 유산취득세 전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상속세는 폐지해야 된다"고 했다. 또 "유산취득세로 바꿔도 세율인하가 없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은 정책현장 체험들을 묶어 지난 8월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을 발간했다. 한국경제 최대 격변기를 경험하고 지휘한 경제관료의 비망록이다. 실전경제학 서적이기도 하다. 서울, 세종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오는 29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상공회의소에서 부산파이낸셜뉴스, 부산상의 공동 주관으로 북콘서트를 연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 통화, 산업통상 등 부문별 정교한 정책조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가 추구할 '미국 우선주의'에 의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질서는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WTO 체제에도 적용될 것이다. WTO는 국가보조금 지급 금지와 시장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무역체제다. 중국은 국가자본주의 경제로 기본적으로 WTO 체제에 적절치 않다. 아직도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대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WTO 체제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왜곡된 WTO 체제를 바로잡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새로운 관점에서 재정금융, 산업통상 정책을 정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BTS와 블랙핑크 같은 스타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환율이 140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달러 강세 지속에 따른 '뉴노멀'이라는 시각도 있다. 환율이 상향 고착화돼도 문제가 없나. ▲환율이 1400원을 뚫은 것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본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였던 지난 9월 수출실적을 잘 살펴야 한다. 반도체 제외 땐 70억달러, 자동차까지 빼면 124억달러 사상 최대 적자라고 본다. 글로벌 경쟁력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무역수지를 기초로 환율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달러를 수출하는 대외채권국인데 외국자본 유출을 우려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도 문제다. 한국은행의 주 임무는 물가안정이긴 하지만 전체 균형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과 2008년 위기에 비춰 호재가 많다. 물론 이런 효과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상쇄되기 때문에 할당관세 활용과 개별소비세 감면 등의 대책이 따라야 한다.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익을 좇는 투기자본의 흐름이 만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위기의 재연'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시각이 있다. 높은 대외의존도와 반도체 편중으로 구조적 침체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인데, 타당한 지적인가. ▲높은 대외의존도와 반도체 편중 문제가 아니다. 최근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 호조에 따른 '전체' 무역수지의 흑자와 이에 따른 소득증가로 '평균' 3만달러 국민소득에 가려진 '전체 평균'의 허상에 따라 우리가 노력을 덜 한 게 아닌가 한다. 엔저로 일본으로 가는 한국 관광객 쏠림은 1996년, 2007년과 닮았다. 당시는 외환위기, 글로벌 위기 직전이었다. 정부의 노력과 소비자의 선택이 해이해지는 상황은 같다. 우리는 달러를 수출하는 나라인 반면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최대 무역적자를 보이는 불균형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자본이 나가는 것의 경제적 의미도 과거와는 다르다. 주가를 '밸류업'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으로 가는 송전탑을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먼저다. ―한국 사회의 최근 모습은 '갈등의 일상화'라고 할 만하다.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곳곳에서 '법의 지배'를 강조했다. 법에 대한(법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상황에서,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이는데. ▲로마시대 이래 서방이 세계 질서의 중심에 서게 된 원인을 한 가지만 얘기하라면 '법의 지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법의 지배를 위한 제도와 관행이 미비한 것으로 생각한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 피고인 방어권의 보장,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여러 문제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견해가 다르고 다수결과 거부권이 계속 부딪치는 상황은 제도와 관행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검찰을 '조물주'라고 말하고,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우리나라 배임죄는 '삼라만상'을 처벌한다는 말이 오늘 우리 법치주의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이다. 모든 부분이 선진화되었는데 '법의 지배'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먼저 이뤄진 다음 제도를 선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관행이 성립돼야 할 것 같다. ―"감세정책은 다 성공했다" "저세율이 고투자와 고세입을 산출했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큰 흐름은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현 정부는 감세정책을 펴면서 처한 상황은 상당히 어렵다. ▲세수결함의 원인은 추계의 잘못과 정책의 잘못 두 가지가 있다. 올해의 세수결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추계의 오류 그리고 정부의 정책 착오, 특히 코로나 사태와 지난 정부의 증세정책에 의한 투자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과거 통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감세가 '확실한 증세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저하와 인구구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겠지만, 증세에 의한 투자부진 그리고 강세 환율에 의한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제품의 수출 부진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면 결국 환율을 정책적으로 손대야 한다는 의미인데. 엔화 대비 원화값이 상대적으로 높아 기업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뜻이지 않은가. ▲우선 일본과 중국을 비교한 상대적 환율을 실세화해 일반 수출산업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과거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었던 내수산업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확대하면 어떨까 싶다. 성장 지향적인 경제정책과 아울러 교육 교부금과 지방교부세 낭비를 축소하고 지방정부의 효율적인 재정자치를 확대하면 감세정책 추진이 가능하리라 본다. 규제완화, 환율 실세화 정책과 함께 재정의 낭비요소를 제거하면 감세정책 추진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1970년 이후 2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91개 경기진작책을 비교한 결과 성공한 정책은 기업과 소득에 관한 감세정책이었으며, 정부지출 증가는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나타난 보고서가 있다. 또한 미국에서 1달러의 감세는 3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켰고, 세율을 아무리 올려도 세입이 GDP의 20%를 넘지 못했다는 보고서도 있다. 우리의 과거 통계도 세율을 인하할수록 세입이 늘어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율인하는 '감세정책'이 아니라 "증세를 위한 감율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가 내년에 상속세 부과체계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부가가치세 도입의 주역이었고, 세제실장을 거친 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상속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 어떤 기조로 법률을 개정해야 할까. ▲개인적 의견은 상속세 폐지다. 대영제국이 망한 건 70%에 달하는 상속세 때문이다. 상속세에 부담을 느낀 부자들이 호주, 캐나다로 몰려가면서 두 나라가 갑자기 대국이 됐다. 다만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이야기는 부자를 위한다는 결론이 나버려서 힘들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 다른 나라를 보면 상속세를 폐지하고 상속재산이 처분되거나 소득이 발생할 때 소득세를 부과하면 세입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한다. 유산취득세는 과거에도 검토했지만 세율인하 없이는 과세에 혼란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서 그만뒀다. 대담 = 김규성 경제부 부국장·세종취재본부장, 정리=spring@fnnews.com 이보미 홍예지 기자
2024-11-24 18:19:49【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서울=김학재 김윤호 기자】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리우 G20 정상선언문'을 도출한 가운데 한국이 제시한 주제들이 곳곳에 포함된 것은 물론,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겨냥한 문구도 포함됐다. 러시아 대표단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해외 정상들은 일제히 러·북 군사협력을 비판하면서 단일대오에 준하는 협력 의지를 보여줬다. 이같은 상황 속에 대통령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중심으로 한 대외정책을 유지, 상황에 유동적인 대외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러시아와도 절대적으로 적대적인 관계를 갖기 보다 안정적인 통상 관계를 가지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음을 강조,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북 겨냥 국제법 준수 의무 적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현지시간) 현지 브리핑에서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리우 G20 정상선언문'을 도출한 것과 관련, "제7항에 보면 모든 당사자의 국제법상의 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적시되어 있다"면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중동의 여러 분쟁과 전쟁을 포함하는 맥락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상선언문의 지정학 문안에는 "전쟁과 모든 무력 분쟁이 인간의 고통을 가중시키면서 심각한 인권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서술이 담겨,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과 러시아간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겨냥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 정상선언문은 △기아·빈곤 퇴치 △지속가능한 개발 및 에너지 전환 △글로벌 거버넌스 제도 개혁 등으로 구성됐고, 총 85개 항으로 이뤄졌다. 이번 정상선언문 중에는 우리나락 강조하고 제시한 4가지 주제가 주요 항목에 담겼다. 제5항에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고, 제42항에는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무탄소에너지(CFE) 확대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가 포함됐다. 제58항에는 오는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유엔(UN)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회의(INC-5)와 관련한 플라스틱 감축 노력이 포함됐다. 해당 위원회는 유엔환경총회(UNEA) 결의에 따라 해양 플라스틱을 포함해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 성안을 위해 조직된 정부 간 협상 기구다. 제77항에는 윤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강조해 온 안전과 혁신에 입각한 인공지능(AI) 개발 방안이 담겼다. ■미·중·러 관리하는 尹, 영향력 높이기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국제사회의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비판 분위기를 이끌어냈지만 러시아와도 적대적인 관계는 피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는 정추 차원에서 필요한 얘기를 수시로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해 오던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 어류의 수입, 필요한 자원의 수입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관계자는 "러시아와의 무역은 생각 외로 안정적으로 계속 진행이 되고 있다"고 강조, 물밑에서 조율은 이뤄짐을 알렸다. 그러면서도 러·북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할 경우에 대해 고위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방어 능력을 갖도록 보충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이와 함께 이번 윤 대통령 남미 순방 기간 부각된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을 놓고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거시적인 외교전략은 2년 반 동안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보와 경제이익 확보라는 국익을 목적으로 하는 외교를 펼친다는 것을 강조한 대통령실은 한중관계에 대해 "항상 신경쓰고 있다"면서 "지난 5월 이후 한중간 고위급 대화가 잦아지고 깊어진 것은 고무적인데 양국 통상협력, 인적문화적 교류에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한미동맹을 통한 안보, 최대의 통상파트너인 중국과의 협력을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고위관계자는 "어떤 문제는 동맹국인 미국과 가장 깊이 먼저 논의해야하고 그런 현안이 많을 것이지만, 중국과 관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호혜적으로 서로 한중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해왔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등장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중국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하니까 능동적 외교로 나가는 듯 하다"면서 "정부 입장에선 트럼프 때문이라기 보단 원래 수순대로 하는 것으로, 트럼프가 우리에게 과도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니 대중관계로 레버리지를 가지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윤호 기자
2024-11-19 17:02:41【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서울=김학재 김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러시아 대표단 앞에서 윤 대통령이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자, 해외 정상들도 일제히 러시아를 향해 비판을 이어갔다. 앞서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2년만에 한중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중국의 러브콜에 화답한 윤 대통령은 경제협력을 통한 한·중 관계 개선으로 기존 북·중·러 3각축도 크게 흔드는 분위기다. ▶관련기사 4면 윤 대통령은 이날 세션1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발언 직후 "북한 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저는 러시아와 북한이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G20 정상 여러분께서도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수호를 위한 의지와 행동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 발언이 끝나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도 러·북 군사협력을 비판했다. 이같은 러시아 고립 분위기 속에 윤 대통령은 한중 관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균열이 생긴 북·중·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지정학적 분위기에 맞는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브라질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의 전략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면서 후반기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에 변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국익'이란 목표 아래 유연한 대응 가능성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낸 것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우리의 카드를 늘리려는 의도로 읽힌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도 실질적으론 멈춘 상황으로 북한군 참전 후 우크라전 전황과 트럼프 취임 후 대응에 맞춰서 한국은 신중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윤호 기자
2024-11-19 16:20:48[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우리나라를 배제한 북한과 미국 간 핵군축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1기 행정부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담판을 벌인 적이 있어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여러 차례 북미협상이 벌어진다면 한국의 입장이 반드시 반영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1기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다소 두루뭉술한 설명을 붙였는데,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언급한 조선업 협력을 지렛대 삼은 협상에 승부수를 건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北, 러 업고 '트럼프 협상' 시도..통일부 "1기 때와 달라" 일축 북한은 18일 트럼프 당선 이후 지켜왔던 침묵을 깼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연설을 통해 미국을 비난하고, 이를 명분 삼아 핵무기 고도화 의지를 밝혔다. 북핵 위협을 부각해 트럼프식 북미협상을 다시 이뤄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핵 고도화는 말뿐이 아니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우크라이나 침공에 파병한 반대급부로 첨단무기 기술을 이전받으려 하고 있다.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이 담긴 북러조약이 발효되면 아직까지 부인하고 있는 우크라 파병을 공식화할 전망인데, 이를 기점으로 기술 이전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측 인사들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정부 때부터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협상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인물인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이 국가정보국장(DNI)으로 지명돼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북미대화에서 한국이 따돌림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한국을 패싱하고 대화를 나눌 순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1기 때와 2기가 맞이할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 당장 북한에 아주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면서 대화를 추진키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한미동맹에 대해 미국도 초당적으로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매우 새롭게 강화된 상황에서 북미대화가 진행되면 한국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핵 기반으로 강화된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제도화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앞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국 배제 북미대화 우려에 관해 “그런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만큼 한미 공조체제를 공고히 해 대응하고 있다. 미북대화가 이뤄진다면 한미 간 긴밀하게 사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을 언급하며 “아무리 개인 외교를 중시하더라도 우방국들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상황에서 선뜻 미북대화를 하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대한민국의 입장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는 트럼프 직접 요청 '조선업 협력'..美 안보 투톱도 최근 주장다만 국제정세와 외교관계의 틀을 깨온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도 자신감을 가질 만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거래적 성향에 맞춘 전략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조선업 협력을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에서 직접적으로 조선업 협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위해 해군력과 바닷길 장악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조선업은 쇠퇴하고 있다. 선박 건조는 물론 보수·수리·정비도 쉽지 않아 군함 가동조차 고충을 겪고 있다. 이에 지난 10일 트럼프 대응을 위해 윤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긴급경제안보회의에서 조선업 협력 구체화 방침이 세워졌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것을 주목했다며 “조선업을 포함해 미국 관심사와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협력 기회를 다양한 산업에서 발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들에 대한 이해가 순수 정치인들보다 깊다”며 “그런 관점에서 미국의 이익과 우리나라 조선업계 간 협력할 부분이 상당히 있을 것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조선업이라는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면, 한반도 문제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원만한 한미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인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에 입각할 예정인 핵심인물들도 최근 우리나라와의 조선업 협력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가 조선업 지렛대 협상에 더욱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대외정책 ‘투톱’인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각각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크 월츠 하원의원은 지난 4월 의회에서 ‘국가해양전략 지침’ 보고서를 함께 낸 적이 있다. 보고서에는 중국 팽창을 막기 위한 안보의 핵심으로 조선업 정상화를 지목했고, 대안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과 협력을 제시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11-18 16:11:11【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학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우리 외교의 무게중심을 중국으로 다소 옮길지 주목된다. 외교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나, 윤 대통령 임기 전반기 한미동맹 정상화 차원에서 미국이 집중됐던 대외정책 방향을 수정할 수 있어 보인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추진이 거세질 경우,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는 경제협력을 명분으로 중국과 협력해 균형외교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반기 미국 중심, 후반기는 중국(?)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윤 대통령의 브라질 유력 매체 '우 글로부', '폴랴 지 상파울루'와의 서면인터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미·중 간 전략경쟁 대응책에 대해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전반기가 미국 중심이었다면 후반기는 중국과의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란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조변화라기 보다는 우리 정부는 그동안도 그렇고 계속 중국을 중시해 왔고 관계 강화를 위해 애써왔다"면서 "한미동맹 완전 복원, 한미일 협력 강화가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힘을 기울이려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한미동맹 정상화가 부각된 탓에 그동안 가려져있던 한중관계 강화 움직임이 서서히 가시화되는 수준이란 의견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 방향에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직전에 열린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자유시장·자유무역 등에 기반해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양국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협상'을 조기에 매듭짓는데 공감하는 등 협력이 구체화되며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보호무역'에 대비해 한중 양국이 경제 분야에서 '윈윈'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尹 균형외교 본격 가동되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 폭탄을 비롯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경우 직격탄을 맞는 중국이 최근 한국 관광객에 대한 단기 무비자 조치를 허용하는 등 우리 측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외정책 방향이 움직일 여지는 커졌다. 일단 윤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균형외교 방침을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협력과 경쟁이 함께 할 수 없음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경쟁과 협력이 정당하고 호혜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지적,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따라 대외정책이 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규제 강화 속에 미국과 중국에서 일방적으로 우리 측에 지지를 요구할 경우, 국익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균형외교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과거 미국에 집중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듯이 중국에도 적극적인 협력을 타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란 요소에 따른 것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다시 불거진 러·북 군사협력은 한중 관계 개선에 있어 부담스런 요소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국제평화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 "적반하장"이란 표현을 인용하면서 강력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러·북 밀착의 대가로 군사기술의 고도화를 도모하고, 러시아를 뒷배 삼아 더욱 강도 높은 도발을 할 것으로 전망,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가 이행되게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11-18 12:39:16【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학재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윤 대통령의 브라질 유력 매체 '우 글로부', '폴랴 지 상파울루'와의 서면인터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전략경쟁 대응책에 대해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와 관련,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한다"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직전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만에 정상회담도 가졌던 윤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향후 우리 외교의 중심축을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까지 포함한 균형외교로 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조변화라기 보다는 우리 정부는 그동안도 그렇고 계속 중국을 중시해 왔고 관계 강화를 위해 애써왔다"면서 "한미동맹 완전 복원, 한미일 협력 강화가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힘을 기울이려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협력과 경쟁은 병존할 수 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쟁과 협력이 국제 규범과 규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정당하고 호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담은 보호무역을 앞세우고 있어, 자유무역을 중시해왔던 우리 대외정책과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과 관련, "저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동맹의 일원으로 양국 국민을 위해서는 물론,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와) 안보 뿐 아니라 경제, 공급망, 첨단기술, 에너지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심화해 인·태지역과 국제사회의 번영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북간의 밀착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제평화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폴랴 지 상파울루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선 ‘적반하장(賊反荷杖)’ 이란 표현을 인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러-북 밀착의 대가로 (북한은) 군사기술의 고도화를 도모하고, 러시아를 뒷배 삼아 더욱 강도 높은 도발을 할 것”이라며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가 이행되도록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11-18 10:16:33【 베이징=이석우 특파원】미국과 중국 두 정상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양측의 충돌 회피 등 위기 관리 시스템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및 한반도 안정,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의혹 등 양자 및 국제 현안에 대해 조율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안정이라는 점에서 입장을 같이 했다. 그러나,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국가 핵심 이익 등을 강조하면서, 미국 측에 분명한 레드 라인(넘어서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제시했다. 시 주석, 대화와 협력 강조하면서도, 미국 측의 정책 전환 촉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 리마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측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온라인 브리핑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막는 데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시 주석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안전 유지에 대한 중국의 이해 관계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도발 행위 등에 대해 경고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전략적 고려 사항을 전달한 것이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전쟁)에 대해 중국의 입장과 행동은 정정당당하며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고, 줄곧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북러협력 심화에 "대남 도발, 미사일발사, 7차 핵실험 가능성 높인다"고 우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파병으로 심화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심히 위험한 전개"라고 지적하고, 이것이 북한의 직접적 대남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7차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들이 나왔다. 한편, 미국 백악관과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매체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평화공존'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에 대해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다.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이 두 달 남은 상태에서 이번 회담은 시 주석이 트럼프 2기 정부를 향한 메시지 발신이라는 측면도 강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글로벌 문제에 대한 중미 양국의 협력, 경제적 협력 및 인적 교류 심화, 신냉전에 대한 경계 등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은 막 대선을 치렀다"라고 전제한 뒤 "중국은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대화 유지·협력 확장·이견 관리를 할 용의가 있다"면서 "중미 관계의 평온한 이행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양국 인민을 이롭게 할 용의가 있다"라고 유화적인 태도를 발신했다. 내년 1월부터 상대할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발신과 다름없다. 시 주석, "중미 관계의 평온한 이행 위해 노력"라고 사실상 트럼프 차기 정부에 발신 또,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힘쓴다는 중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에 따라 중미 관계를 처리한다는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라고 미국 측의 유화적인 화답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이어 "세계는 혼란·불안하고 충돌이 빈번하며 인류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강대국 경쟁이 이 시대의 기초 논리여서는 안 되고, 단결·협력이어야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은 해결책이 아니고 호혜 협력이야말로 공동 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유입 차단 정책은 강대국이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니고, 개방과 공동 향유야말로 인류를 이롭게 할 수 있다"라고 미국의 정책 전환을 재삼 촉구했다. 시 주석은 또 "대만 문제와 민주 인권, 제도, 발전 권리는 중국의 4대 레드라인으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중미 관계의 가장 중요한 가드레일이자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차기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이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미 두 강대국이 자기 뜻에 따라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면서 "상대방의 발전 권리를 박탈해서는 더욱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 "중미, 친구되면 장족의 발전, 적으로 여겨 악성 경쟁하면 관계 퇴보" 그는 "양국이 친구가 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를 추구하면 중미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상대방을 적으로 삼아 악성 경쟁을 하고 서로 상처를 입히면 중미 관계는 곡절을 겪거나 퇴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은 것은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세 번째 미중 정상회담으로, 그가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어 이번 회담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발언과 대응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 발신으로도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4년 동안의 협력 관계를 정리하면서, 시진핑 주석은 양국이 외교·안보·무역·재정·금융·군사·마약·법 집행·농업·기후변화·인문 등 20여개 분야의 소통 메커니즘을 복원·신설해 성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지난 4년 중미 관계는 부침을 겪었지만 우리 두 사람의 지도로 성과 있는 대화와 협력도 전개해 총체적으로는 안정을 이뤄냈다"라고 자평했다. 바이든, "중국의 불공정 무역정책에 우려" 및 "미국의 첨단기술 악용 방지 계속" 강조 그러나 그는 "중국은 언제나 말한 것을 지키는데 미국이 늘 말과 행동이 따로라면 미국의 이미지에 좋지 않고 양국 상호신뢰도 해칠 것"이라면서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계속 모색해 이 지구상에서 장기간 평화공존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 리마에서 열린 이날 회담은 1시간 40분동안이나 진행되는 등 양국 및 주요 국제현안을 총망라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으며, "중국이 미국과 미국 파트너 국가의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데 미국의 첨단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민간 중요 인프라를 겨냥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11-17 15:50:39미국 대통령선거가 초반부터 우위를 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싱겁게 끝이 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및 경제정책의 상당수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 2기 정부의 예상되는 새 국정 방향의 얼개는 대략 '바이든 정부 지우기'로 요약된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원인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면서 그의 강력한 배경으로 등장한 일명 '페이팔 마피아'가 트럼프 당선에 신의 한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까지 모두 이겨 의회도 장악함으로써 트럼프 2기 정부는 강력한 정책을 펼칠 추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촌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2기의 국방 및 외교·안보 정책을 전망해 본다. ■트럼프 재집권 견인..일명 페이팔 마피아 10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승리엔 '민주당 후보교체 임박, 생명 위협, 사법처리' 등 3중 위기에 놓여 있던 상황에서 지난 7월 13일 피격 사건이 분수령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 부흥을 이끈 이른바 '페이팔(Paypal) 마피아'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빅텍(big tech) 보수주의자' 그룹이 트럼프와 전격 밀착하면서 JD 밴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도 승리의 주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난 2007년 11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성공한 페이팔의 전 CEO 및 전 직원들을 조명하며 서로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온 동료에 가까운 그룹을 통칭해 이들을 그리 악의적인 표현이 아닌 의미에서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렀다. 이들 그룹에 속하며 현재 미국 기술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1억3200만달러(약 184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팔 마피아는 지난 수년 동안 보수주의 운동을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JD 밴스가 부통령에 지명된 배경에는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정책 전개 방향을 읽기 위해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빅텍기업의 정신적 지주로까지 평가되는 피터 틸이 지난 20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키워낸 제자(Protege)들은 미국의 정치, 외교, 행정은 물론 방산 관련 기업을 포함한 비즈니스 영역까지 활발하게 진출해 결사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지난 2011년 5월 새벽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무수히 많은 점조직으로 이뤄진 알카에다 구성원 가운데 빈라덴을 찾아내는 일은 '모래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당시 한 기업의 힘을 빌려 빈라덴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이 바로 피터 틸이 창업한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회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였다. 전쟁의 판도를 뒤흔드는 군사용 VR(가상 현실)의 천재로 불리며 30대 초반에 불과한 팔머 럭키가 이끄는 초연결 AI(인공지능) 및 혁신적 공중드론을 생산하는 방산기업 안두릴도 이들 그룹에 속한다. ■우크라전쟁·중동 전쟁 향방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바이든 정부를 공격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지적했다. 자신은 2년 8개월이 넘어가는 이 전쟁을 취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는 푸틴 대통령과도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당선되면 취임 전이라도 문제를 빠르게 잘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이 바라는 방향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트럼프 2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제공해 줄지, 러시아와 대화를 추진할 지 의문"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지원을 줄이고 현재 전선을 휴전 또는 종전 경계선으로 삼아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쪽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트럼프 자신의 취임 전까지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는 점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같이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큰 전쟁을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장담한 트럼프가 당선된 만큼 이 글로벌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2기, 미·북 핵군축협상 나서나 트럼프 2기에 참여할 전문가 그룹의 북핵문제에 관한 정책적 스펙트럼은 비핵화에서부터 핵군축협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다. 다만,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군축협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상대적으로 많다. 트럼프 1기에서 국방부 장관 대행을 지낸 크리스토퍼 밀러는 북핵은 불가역적인 상황이므로 기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면서 군축협상은 효과적으로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며 제재완화를 바탕으로 동결 협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이츠 전 NSC 비서실장도 트럼프 2기에서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외교를 재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며 트럼프는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긴장을 완화할 방법을 찾기를 매우 열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자신도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돌아가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락연구실장은 이번 대선에서 공화, 민주 양당의 정강 정책이 '비핵화' 용어를 뺀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를 잘 보여준다며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가 빠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 가능성 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미 대통령 재임 당시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한국 정부가 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2019년 8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자신의 요구에 따라 한국은 9억9000만달러(당시 약 1조2200억원)를 냈다"고 적었다. 해당 금액은 그 전해인 2018년 방위비 대비 약 6% 오른 규모였다. 다만 해당 협정의 유효기간이 1년이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듬해 분담금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5배가 뛴 금액에 협상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결국 이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를 13.9% 인상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타결시키면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와 조기 협상을 통해 오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린 약 1조5100억원으로 책정하고 2030년까지 연간 인상률 5% 상한선을 두고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동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2025년 1월~2029년 1월) 내 방위비가 모두 책정된 상태지만,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좀 더 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탄생의 강력한 배경으로 포진한 페이팔 마피아의 성향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이 펼치게 될 국정운영에 대해 우선 △도덕적 사회적 보수주의 원칙 전개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 경제 혁신을 목표로 제조업과 중산층을 회복을 추구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국방 혁신과 관련해선 △AI를 이용한 국방 혁신을 기본으로 초연결 AI 기반 전영역을 지배하려는 목표 추구로 국방력·군대의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초대서양(Transatlantic) 비중을 줄이고, 초태평양(Transpacific)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향후 전개될 트럼프 2기와의 방위비를 협상에서 좁은 의미를 넘어 경제와 안보 전반에 걸쳐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 큰 그림을 놓고 펼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자유민주 진영의 무기고로 떠오른 대한민국 K-방산의 위상과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적 가치는 지구촌 시장에서 상종가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대한민국 국익'과 '한반도 안보정세의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기 위한 전략적 설계를 미리 촘촘히 해야할 시점이라는 관측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1-10 18:16:44[파이낸셜뉴스] 미국 대통령선거가 초반부터 우위를 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싱겁게 끝이 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조바이든 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및 경제정책의 상당수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 2기정부의 예상되는 새 국정 방향의 얼개는 대략 '바이든 정부 지우기'로 요약된다.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원인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면서 그의 강력한 배경으로 등장한 일명 '페이팔 마피아'가 트럼프 당선에 신의 한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까지 모두 이겨 의회도 장악함으로써 트럼프 2기정부는 강력한 정책을 펼칠 추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촌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2기의 국방 및 외교·안보 정책을 전망해 본다. ■트럼프 재집권 견인..일명 페이팔 마피아 10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승리엔 '민주당 후보교체 임박, 생명 위협, 사법처리' 등 3중 위기에 놓여 있던 상황에서 지난 7월 13일 피격 사건이 분수령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 부흥을 이끈 이른바 ‘페이팔(Paypal) 마피아’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 출신의 '빅텍(big tech) 보수주의자' 그룹이 트럼프와 전격 밀착하면서 JD 밴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도 승리의 주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지난 2007년 11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성공한 페이팔의 전 CEO 및 전 직원들을 조명하며 서로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온 동료에 가까운 그룹을 통칭해 이들을 그리 악의적인 표현이 아닌 의미에서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렀다. 이들 그룹에 속하며 현재 미국 기술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1억3200만달러(약 184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팔 마피아는 지난 수년 동안 보수주의 운동을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JD 밴스가 부통령에 지명된 배경에는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정책 전개 방향을 읽기 위해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빅텍기업의 정신적 지주로까지 평가되는 피터 틸이 지난 20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키워낸 제자(Protege)들은 미국의 정치, 외교, 행정은 물론 방산 관련 기업을 포함한 비즈니스 영역까지 활발하게 진출해 결사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지난 2011년 5월 새벽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무수히 많은 점조직으로 이뤄진 알카에다 구성원 가운데 빈라덴을 찾아내는 일은 '모래사막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당시 한 기업의 힘을 빌려 빈라덴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이 바로 피터 틸이 창업한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회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였다. 전쟁의 판도를 뒤흔드는 군사용 VR(가상 현실)의 천재로 불리며 30대 초반에 불과한 팔머 럭키가 이끄는 초연결 AI(인공지능) 및 혁신적 공중드론을 생산하는 방산기업 안두릴도 이들 그룹에 속한다. ■우크라전쟁·중동 전쟁 향방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바이든 정부를 공격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지적했다. 자신은 2년 8개월이 넘어가는 이 전쟁을 취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는 푸틴 대통령과도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당선되면 취임 전이라도 문제를 빠르게 잘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이 바라는 방향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트럼프 2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제공해 줄지, 러시아와 대화를 추진할 지 의문"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지원을 줄이고 현재 전선을 휴전 또는 종전 경계선으로 삼아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쪽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트럼프 자신의 취임 전까지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는 점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같이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큰 전쟁을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장담한 트럼프가 당선된 만큼 이 글로벌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 트럼프 2기, 미·북 핵군축협상 나서나 트럼프 2기에 참여할 전문가 그룹의 북핵문제에 관한 정책적 스펙트럼은 비핵화에서부터 핵군축협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다. 다만,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군축협상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상대적으로 많다. 트럼프 1기에서 국방부 장관 대행을 지낸 크리스토퍼 밀러는 북핵은 불가역적인 상황이므로 기대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협상해야 한다면서 군축협상은 효과적으로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며 제재완화를 바탕으로 동결 협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이츠 전 NSC 비서실장도 트럼프 2기에서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외교를 재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대북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며 트럼프는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긴장을 완화할 방법을 찾기를 매우 열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자신도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있지만 우리가 돌아가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락연구실장은 이번 대선에서 공화, 민주 양당의 정강 정책이 ‘비핵화’ 용어를 뺀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를 잘 보여준다며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가 빠져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 가능성 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미 대통령 재임 당시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한국 정부가 내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2019년 8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적은 돈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자신의 요구에 따라 한국은 9억9000만달러(당시 약 1조2200억원)를 냈다"고 적었다. 해당 금액은 그 전해인 2018년 방위비 대비 약 6% 오른 규모였다. 다만 해당 협정의 유효기간이 1년이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듬해 분담금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5배가 뛴 금액에 협상이 지연되면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결국 이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를 13.9% 인상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타결시키면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와 조기 협상을 통해 오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린 약 1조5100억원으로 책정하고 2030년까지 연간 인상률 5% 상한선을 두고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동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2025년 1월~2029년 1월) 내 방위비가 모두 책정된 상태지만,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좀 더 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탄생의 강력한 배경으로 포진한 페이팔 마피아의 성향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이 펼치게 될 국정운영에 대해 우선 △도덕적 사회적 보수주의 원칙 전개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 경제 혁신을 목표로 제조업과 중산층을 회복을 추구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국방 혁신과 관련해선 △AI를 이용한 국방 혁신을 기본으로 초연결 AI 기반 전영역을 지배하려는 목표 추구로 국방력·군대의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초대서양(Transatlantic) 비중을 줄이고, 초태평양(Transpacific)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향후 전개될 트럼프 2기와의 방위비를 협상에서 좁은 의미를 넘어 경제와 안보 전반에 걸쳐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 큰 그림을 놓고 펼치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자유민주 진영의 무기고로 떠오른 대한민국 K-방산의 위상과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적 가치는 지구촌 시장에서 상종가로 평가되는 만큼 앞으로 '대한민국 국익'과 '한반도 안보정세의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기 위한 전략적 설계를 미리 촘촘히 해야할 시점이라는 관측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1-10 14:3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