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정치만의 문제로 그칠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 후 패권 및 초강대국 지위를 바탕으로 국제안보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켜온 미국이기에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국제정치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미국의 대선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의 대외정책 기조가 매우 이례적으로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동맹정책만 보더라도 전자는 ‘동맹파’지만 후자는 ‘거래파’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에 따라 대외정책의 차이가 큰 만큼 전 세계는 올해 미 대선을 초조하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미 대선은 미국이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가늠자 성격이 강하다.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모델로서 인식되어 온 국가다. 그런데 2020년 대선 후 미국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내홍에 시달리며 민주주의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2020년 대선 후 트럼프는 이 결과에 불복하며 투표가 조작되었다는 둥 여론전에 나섰고 이러한 선동은 2021년 1월 의회폭동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의회 폭동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주도했고 이와 관련해 1265명 이상이 기소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8월 19∼22일간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DNC: 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는 ‘민주주의 수호’의 결기를 담아내었다. 첫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민주당이 하나가 되었다.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 수호 선거의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트럼프에 대항하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를 중심으로 강한 결집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민주주의 승리를 위해 ‘구도’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바이든 사퇴 전까지 해리스 부통령은 경쟁력 있는 대통령 후보로 주목된 인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지지하자 민주당은 다른 후보를 거론하는 등 내분이 부상하기보다는 해리스를 공식 대선후보로 지명하기 위해 제도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결집력을 보여주었다. 정책이나 능력 측면에서 아직 실력검증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구도’에 힘입어 해리스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도 이러한 ‘구도’를 잘 활용하겠다는 성격이 강했고 이를 통해 해리스 대세론으로 전환해보려는 모습이 보였다. 둘째, 민주주의 유산을 회복하려는 성격이 있었다. 이를 위해 특히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려는 현직 대통령의 진의를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19일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스 지지 연설을 통해 “I love the job, but I love my country more.”라는 명언을 남겼다. 자신이 대통령 직책을 더 수행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자신의 조국인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도 했다는 속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연설에 전당대회 참가자들은 “Thank you, Joe”라 외치며 환호했다. 바이든의 연설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력을 극대화시켰다. 그리고 이 결집력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열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통령의 자리는 ‘사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하는 자리라는 사실은 바이든 자신이 실천을 통해 확인시켜 준 자리이기도 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있기에 대통령의 자리도 있는 것이다. 바이든이 자신의 실천을 통해 이러한 진리를 각인시켰다. 따라서 11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바이든은 이미 미국에 중요한 유산을 남겼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창설을 주도했던 바이든이 자신의 조국인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희생을 했다는 점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그의 진정성에 울림을 준다. 바이든은 내년 1월이면 단임 대통령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겠지만 역사는 바이든을 민주주의 수호자로 기억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해리스가 아니라 바이든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8-26 15:12:522020년 미국 대선이 유례없는 분열 속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 진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지지가 강했던 주요 대도시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패배를 축하하는 인파가 거리로 쏟아졌으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시위를 벌였다. 우려했던 대규모 충돌은 나타나지 않았다. ■환호하는 민주당 지지자들 7일(현지시간)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주요 경합주 대도시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자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나와 승리를 자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식적인 축하행사는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모인 지지자들이 승리를 축하하는 즉흥 공연과 불꽃놀이 등을 벌였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는 차량 통행이 통제되어 거대한 광장으로 변했고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팻말과 함께 바이든의 전신사진을 들고나와 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팬데믹 초기에 방역 대책을 두고 트럼프와 갈등했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미국은 어둠과 분열, 증오가 만연했던 지난 4년을 지나 더 이상은 안된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도 즉각 축하 성명을 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은 7일 발표에서 "오늘 미국에 희망이 밝아왔다. 역대 최대 규모인 7500만명의 유권자들이 바이든과 미국을 위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별도로 "이제는 모두가 치유하고 함께 성장해야 할 시간이다"라고 적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좌파 진영의 대표로 바이든을 위협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주)은 "신께 감사하게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이제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고심할 때"라고 말했다. ■공화당, 패배 실감 못해 공화당은 트럼프부터 지지자들까지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개표 불복 소송에 착수한 트럼프는 7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간단한 사실은 이번 선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라며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 조지아주 애틀랜타 등 경합주 주도에서는 트럼프의 선거구호였던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팻말을 든 시위대가 우편투표 부정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애틀랜타 주의회 앞에 모인 약 200명의 시위대는 민주당이 우편투표로 승리를 훔쳤다고 주장하며 "도둑질을 멈춰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공화당 버논 존스 하원의원(조지아주)은 "아무도 이번 선거를 우리에게서 훔쳐 갈 수 없다" "공화당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 의회에서도 수십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트럼프만 믿고 달려왔던 공화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침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관계자를 인용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와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캘리포니아주) 모두 7일 공식 성명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코널 의원은 6일 성명에서 "합법적 투표는 모두 집계해야 하고 불법으로 제출된 표는 집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핵심은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주)은 7일 트위터에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우리는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선의와 존경할 만한 인격을 지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와 앙숙이었던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바이든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라를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충성파 의원 일부는 당의 분열을 비판했다. 플로리다주의 맷 개츠 하원의원은 트위터에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항복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같이 중요한 순간에 트럼프를 위해 싸우지 않으면 공화당에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0-11-08 18:00:37【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언론들이 일방적 선거 승리 및 개표 중단 소송 등을 일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이것이 민주국가의 모범이라는 미국의 현실인 것인가'라며, 맹비판하는 사설을 일제히 게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이번 대선이 미국의 혼란상을 드러냈다'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투표일에 폭동 등 우려되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이것이 민주국가의 모범이 돼 온 미국의 현실일까'하고 놀라게 된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분단을 부추기고 혼란을 증폭시킨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며 선거일 후에도 우편투표를 접수하는 격전지의 주지사를 상대로 "거리에서 폭력이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한 것은 간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선거 결과에 불복한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현지 혼란이 우려되고 있는 것과 관련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면서 (해외 체류)일본인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혼란과 대립, 조기 수습해야'라는 사설에서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정치 영향으로 폭력사태를 우려하게 된 현 상황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대국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태"라고 규정했다. 일본의 유력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사설에서 이번 대선을 통해 "미 국민 간 분단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이런 분열상이 앞으로 더 오래가고 한층 심화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스가 정권은 미국 대선과 관련해 공식 발언을 자제하고 있으나,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미국 사회의 분단을 선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0-11-05 14:19:41영국의 글로벌 조사기관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이 세계 23위에 올랐다. 지난 22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민주주의 지수 2019'(Democracy Index 2019)를 발표했다. 한국은 전년과 같이 10점 만점에 총 8점을 받았다. 다만 순위는 작년에 비해 2단계 하락한 23위였다. 한국은 올해도 '결함 있는 민주국가'(Flawed democracy)로 분류됐다.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로 분류된 22개국에는 한 단계 차이로 포함되지 못한 것. 결함이 있는 민주국가 명단에는 미국, 일본, 이스라엘, 대만, 체코 등이 한국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EIU는 2006년부터 매년 △선거절차와 다원주의 △정부의 기능성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 자유 등 다섯 가지 기준으로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선거절차와 다원주의 항목에서 9.17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치 참여 항목에서 7.22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주요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주요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7.99로 24위에 올랐다. 대만은 7.73으로 31위, 인도가 6.90으로 51위, 필리핀이 6.64로 54위를 기록했다. 2.26을 받은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authoritarian regime)로 분류되며 153위였다. 중국은 작년에 3.32를 받아 130위에 올랐다. 북한은 1.08로 전년과 같은 점수를 얻어 조사 대상 167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상위권은 북유럽국가들이 장악했다. 노르웨이(9.87)와 아이슬란드(9.58), 스웨덴(9.39)이 작년과 동일하게 차례로 1, 2, 3위를 기록했다. 주요 7개국(G7) 중 독일(8.68), 영국(8.52), 프랑스(8.12)는 각각 13, 14, 20위로 한국보다 상위에 자리한 반면, 미국(7.96)과 이탈리아(7.52)는 각각 25위, 35위로 한국보다 낮은 순위에 올랐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0-01-22 19:06:02【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취임 두 달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기간 자신을 도청했다는 주장이 근거없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난데다 러시아의 지난해 미 대선 개입에 자신의 측근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이 핵심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반이민 행정명령과 '오바마케어' 폐지 등을 둘러싼 갈등도 지속되면서 현재 국정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USA투데이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 규명 청문회'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일 직전 '트럼프타워'에 대한 도청을 지시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도청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사이버사령관(NSC) 국장도 이날 청문회에서 '영국의 정보기관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에 도움을 줬다'는 백악관의 브리핑에 대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분명히 말한다. 트럼프타워에 대한 도청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미 의회 지도부와 수사 당국의 책임자 모두 사실상 오바마 정부의 도청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여기에 코미 국장은 러시아가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내통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임을 공식확인하는 '폭탄선언'을 해 트럼프 대통령을 위기로 내몰았다. 그는 "FBI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의 연계 의혹에 대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코미 국장은 "러시아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해치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해치고, 트럼프를 돕기를 원했다"며 "적어도 지난해 12월초부터 우린 이 사실을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푸틴이 힐러리를 싫어했고 그가 패배하길 원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논리적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은 FBI가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중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선캠프 또는 그 누구라도 이와 관련된 자가 미 대선 개입을 위해 러시아를 돕거나 교사했다면 이는 심각한 범죄일 뿐 아니라 역사상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충격적인 배신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원 정보위 청문회를 마친 누네스 정보위원장은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의 증언은 미국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커다란 암운을 드리웠다"고 평가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앞길이 험난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이민 행정명령 등 대선 핵심공약이 제동에 걸리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테러 위협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90일간 불허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1탄을 전격 발표했다가 사회적 혼란과 논쟁을 일으키며 결국 2심 법원에서 효력 중단 결정을 받았다. 일부 내용을 수정해 최근 발동한 반이민 수정 행정명령 2탄 역시 발효 직전 법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오바마케어 대체법안 의회 처리와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의 상원 인준 과정도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로 진척이 되고 있지 않다. WSJ은 "취임 두달을 맞은 트럼프 정부가 반이민 명령 좌초와 트럼프케어를 둘러싼 난관, 이날 더욱 의혹을 더한 '러시아 게이트'까지 풀리는 게 없다"며 "미 정계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이날 미국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7%로를 기록했다. 이는 1주일 전의 45%에 비해 8%포인트 떨어진 것이자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sjmary@fnnews.com
2017-03-21 18:49:14[파이낸셜뉴스] "난 한 놈만 패." 1999년 개봉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대포(유오성 배우)가 남긴 명언이다. 여러 명과 싸울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백 명이던 천 명이던 난 한 놈만 패"라는 유명한 대사였다. 싸움에서도 그렇지만 투자에서도 한 놈만 패는 전략은 유효하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은 부동산에만, 주식을 하는 사람은 주식만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투자의 고수들이 "자산이 늘어나면서 투자 전략을 다양화했지만 결국은 본인이 가장 잘하는 분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말한다. 부동산으로 범위를 좁히더라도 한 놈 패기 전략은 비슷하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집중하는 사람, 땅에 집중하는 사람, 경매로 저렴하게 나온 물건만 사는 사람 등 한 가지에 집중한다. 주식의 경우도 미국 주식만 하는 사람, 상장지수펀드(ETF)만 투자하는 사람, 기업공개(IPO) 공모주만 투자하는 사람 등 전략이 다양하다. 공모주 투자의 경우 일반 개미가 사기 전에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경쟁률을 미리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어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전 수요 예측에서 투자금이 몰린 상장 주식(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기관이 사고 싶어하는 주식)은 공모 첫날 따상, 따따상 등 하루 만에 쏠쏠한 수익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의 경우 1주를 배정 받기 위해서는 그 10배, 때론 수십배의 증거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자금 유동성 측면에서는 기회비용이 크다. 하지만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상장 하루 이틀의 급등 장세에서 상승만 먹고 빠질 수 있다'고 믿는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큰 코 다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란 참 신기하게도 투자를 하기 전에는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라고 생각하지만 공모주 첫날 하루 만에 수십퍼센트 수익이 찍히는 걸 보면 욕심에 눈이 멀어 며칠만 더 버텨볼까 하다가 크게 물리고 마는 것이다. 상장일에 50% 올랐지만..고점 대비 40% 하락 더본코리아는 이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상장당일 공모가는 3만4000원이었지만 장중 한때 89.71%오른 6만4500원을 찍고, 종가는 공모가 대비 51.18%오른 5만140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상장 후 약 2주가 지난 22일 현재 주가는 3만8950원을 기록해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했다. 더본코리아가 상장하고 주식시장이 열린 총 13일 동안 더본코리아의 차트를 살펴보면 단 3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10일이 시초가 대비 종가가 하락한 파란색 기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과 29일 양일 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더본코리아 공모주 청약에는 772.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개미투자자들은 더본 코리아 주식을 받기 위해 총 11조8238억원을 계좌에 집어넣고 기다렸다. '한국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가 만연한 가운데 모처럼 한국 주식 시장에 순풍이 부는 듯했다. 하지만 뜨거웠던 청약 열기와 달리 상장 후 주가는 흘러내렸고 지난 21일에는 4층(4만원) 바닥이 뚫리면 3만원대를 기록했다. 22일 현재 종가는 전날보다 1.52%(600원) 하락한 3만8950원이다. 사실 공모주 투자는 욕심을 줄이면 매주 좋은 투자 전략 중 하나다. 공모주 청약을 하고 주식 배정을 받는 기간이 약 30일, 한 달이 안 된다고 가정하고 기대 수익률을 30%라고 가정해 보자. 이를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36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물론 투자금 대비 아주 소량의 주식만 받을 수 있으므로 과장이 들어간 수치지만 주식투자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큰 스트레스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공모주 투자를 '치킨값 벌기 투자'로 생각하면 잃은 위험은 줄어든다. 하지만 상장 당일 상한가에 달하는 수십퍼센트의 상승을 한 번 경험하면 도파민이 과다 분비 되면서 그 다음날도 또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상승하던 차트가 하락 전환하고, 차트 기둥이 파란색으로 물들면 과감하게 매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내 손가락이 쉬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IPO도 백종원 대표도 죄가 없다 공모주가 상장 후에 급락을 거듭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이 시장을 통해 공개적으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IPO도 죄가 없다. 물론 더본코리아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일부 시세차익(큰 하락에도 불구하고 더본코리아는 아직 공모가 3만34000원 보다는 높은 주가다)을 얻게된 백종원 대표도 잘못이 없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나라 IPO 시장의 구조적인 후진성에 있을 것이다. 창업주 입장에서는 기업을 상장 시키면 각종 규제와 공시의무, 금융당국의 간섭, 주주들의 개입 등 불편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하려는 것은 개미투자자의 주머니에서 투자금을 두둑히 챙겨 가라는 심산인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개미투자들 사이에서는 대주주가 개미투자자를 '현금 자판기'로 여긴다는 자조가 나온다. 상장 기업의 유상증자도 마찬가지다. 추가적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목적이 신규투자 등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방만한 경영을 통해 은행에서 막대한 빚을 진 뒤에 그 빚을 갚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유상 증자를 하게 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추가 발행되는 시총만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주식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개미 입장에서도 성장성 없는 빚 돌려막기 유상증자라면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이다. 또 IPO를 진행할 경우 창업자는 공모주 가격을 뻥튀기하려는 유인이 크다. 보통 IPO를 앞두고 비슷한 업종의 시가총액 등을 비교해 공모가를 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를 뻥튀기 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짜장면을 파는 중식집을 상장시키면서 30만원짜리 미쉐린 식사를 파는 식당의 추정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가져다가 중식집의 주식 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나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상장 규모가 클 수록 본인들이 확보하는 수수료 수익이 커질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금융감독원 같은 금융감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공모가 산정 기준에 대해 미국처럼 엄격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장해도 문제.. 경영권 프리미엄이 뭔가요? 주식이 상장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이상한 관행도 문제다. 쉽게 말해 대주주가 가지고 있는 한 주의 가치와 개미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한 주의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이 아닌 민주주의로 바꿔 말하면 부자의 1표와 가난한 자의 1표는 같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한 '한국주식 시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고려아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영권 분쟁 전 고려아연의 1주 가격은 5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1주의 가격은 150만원까지 치솟았다. 적대적인 M&A를 통해 주식 가격에 거품이 붙었다고는 해도 고려아연의 사업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의 이 같은 급등락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고려아연의 평소 주가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것이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으면 평소에 주가를 관리할 필요성이 적어지게 된다. 나중에 경영권을 팔 때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게 프리미엄을 붙여서, 시장 밖(장외 블록딜)에서 팔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그 주식의 가격이 실제 그 주식의 진짜 가격이고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주식은 할인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말 자체가 없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매입하려면 대주주, 개미주주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에 매수해야 한다. 자본시장 선진국은 대주주 주식과 일반주주 주식을 다른 가격에 살 수 없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1-22 17:36:07[파이낸셜뉴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의료 농단'이며, 이는 의료계를 넘어 대한민국의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22일 의협 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싸고 질 좋은 대한민국의 의료가 파괴되고 있고, 그 시발점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 농단"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을 깊게 이해하고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눈먼 무사'처럼 마구 칼을 휘둘러 왔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대통령 주변에는 잘못된 조언을 하는 '선무당' 경제학자도 많은데, 이들은 다른 나라와 완전히 다른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중층적 규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선무당들은 미국의 16분의 1 수준의 건강보험 수가를 받으며 간이식 수술을 하는 것을 지대추구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 농단은 이미 의료계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문제"라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아래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파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대체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학생의 휴학 승인을 교육부장관이 결정하는가"라며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의 횡포에 항의조차 못하고 입을 다무는 현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선무당과 눈먼 무사가 벌이는 의료 농단에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사태 해결이 아닌 시간 끌기만 하고 있고 내년부터 의과대학 교육은 파행을 겪을 것"이라며 "해부학 실습 등 기초의학 실습과 이후의 병원 임상실습은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의료계가 끝까지 정부의 무모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고, 합의할 수도 없고 합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으며 저들에게 면죄부만 주게될 것"이라며 "비대위는 의료 농단의 역사에 이들을 기록하고 끝까지 이들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재는 하기 싫고 중재자의 모습만 노리는 여당, 국민의 힘의 죄과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비대위는 이날 1차 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료 농단에 맞서 싸워 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의료 농단 저지를 위해 싸우겠다고 의결했다. 또 비대위는 2025년 의대 모집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것 만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4-11-22 12:01:40【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학재 기자】 대통령실은 18일(현지시간) "윤석열 정부의 거시적인 외교전략은 2년 반 동안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 방문을 계기로 현지 매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후반기 대외정책에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자, 대통령실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국익'이란 목표 아래 유연한 대응 가능성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관계로 외교 전략이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 전략은 우리의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위관계자는 "국익은 하나는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잘 먹고 잘 살도록 경제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안보와 경제에 있어서 투명성이 강하고 일관되며 예측가능하고 서로 긴 시간 믿고 협력을 지탱해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다보니 우연히 그런 나라들이 자유가치 민주주의적 경향을 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최근 한중 관계 개선 움직임이 '이념외교'에서 '실용외교'로 바뀌는 것인지에 대해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한중관계에 대해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한중관계를 항상 신경쓰고 있다"면서 "지난 5월 이후 한중간 고위급 대화가 잦아지고 깊어진 것은 고무적인데 양국 FTA 협상, 통상협력, 인적문화적 교류에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한미동맹을 통해 전쟁을 막아왔고 우리 안보를 확보해왔다. 최대의 통상파트너인 중국과도 충분히 투자를 하고 협력을 하고 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왔다"면서 "어떤 문제는 동맹국인 미국과 가장 깊이 먼저 논의해야하고 그런 현안이 많을 것이지만, 중국과 관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호혜적으로 서로 한중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해왔다"고 부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11-19 07:04:12【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학재 기자】 대통령실은 18일(현지시간) "윤석열 정부의 거시적인 외교전략은 2년 반 동안 우리 전략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관계로 외교 전략이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전략은 우리의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위관계자는 "국익은 하나는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잘 먹고 잘 살도록 경제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안보와 경제에 있어서 투명성이 강하고 일관되며 예측가능하고 서로 긴 시간 믿고 협력을 지탱해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다보니 우연히 그런 나라들이 자유가치 민주주의적 경향을 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위관계자는 "이념외교에서 실용외교로 바뀌었다는 것은 맞지가 않다"고 단언했다.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한중관계를 항상 신경쓰고 있다"면서 "어떤 문제는 동맹국인 미국과 가장 깊이 먼저 논의해야 하고 그런 현안이 많겠지만, 중국과 관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호혜적으로 서로 한중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11-19 06:46:37선거에서 패한 후보는 각종 비판에 직면한다. 특히 패배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후보의 여러 면을 결과론적으로 지적하며 패인이라고 규정한다. 이때 승패에 절대 가치를 두는 전략적 관점만 난무하며 후보들이 선거 과정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게 당위적으로 바람직한 건지는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생명에 연연하는 후보나 참모야 당위적 측면에 별 관심이 없겠지만 언론인, 학자, 일반 시민마저 그래선 곤란하다. 당위적 논의야말로 중장기적으로 국가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 대선의 패배자 카멀라 해리스가 각종 비판을 받고 있다. 왜 졌느냐는 패인에 관한 결과론이 주를 이룬다. 해리스가 인종·성별 등 정체성 이슈를 부각하지 않아서 졌다, 반대로 정체성 이슈를 확실히 손절하지 못해서 졌다, 법과 질서를 너무 강조해서 졌다, 반대로 법과 질서를 더 내세우지 못해서 졌다, 트럼프의 반민주적 위험성을 조명하지 못해서 졌다, 반대로 트럼프를 너무 민주주의 관점에서만 재단해서 졌다, 인플레에 대한 방어 논리를 세우지 못해서 졌다, 애초 부통령이 되기도 힘들 만큼 경력이 미미해서 졌다, 대중 호소력을 띠지 못해서 졌다, 심지어 키가 너무 작아서 졌다 등등. 현실적 패인 분석에서 나온 비판들이다. 그런데 해리스가 당위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을 보였는지에 관한 논의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해리스와 무관하게 상황상 민주당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판이었다는 주장들도 있으나, 이 역시 현실 분석에 입각한 거고 당위적 평가에서 나온 건 아니다. 선거 승인·패인 분석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그 연장선에서 혹은 상관없이라도 당위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해리스가 패했으나 선거 과정에서 칭찬받을 만했는지 아닌지를 중장기 관점에서 당위적 가치들에 연결해 논할 필요가 있다. 여러 당위적 가치가 있으나 요즘 미국의 심각한 문제가 이념적·정서적 양극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용, 중간적 화합의 가치가 특히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후보로서 해리스가 그 가치에 도움이 될 모습을 보였는지, 그래서 양극화의 완화에 공헌할 수 있었는지를 논해야 한다. 이 논의는 미국뿐 아니라 양극화로 곪은 한국, 유럽 등 여타 사회에도 적실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트럼프가 상대편을 악마화하고 자기편만 보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노골적으로 취하며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엄연한 사실을 봐도 과연 해리스는 어땠는지 평가하는 것의 의미가 크다. 해리스가 트럼프와 달리 중간 지대를 바라보며 중도층까지 껴안으려 했음은 당위적으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해리스는 진보적 유색인종 여성이나 그쪽 진영만 좋아하는 낙태 합법화, 총기 규제 등에서는 입장을 누그러뜨렸고 중도층이 좋아할 만한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사회적 화합을 외쳤다. 물론 이런 온건 중도 전략이 선거 승리를 가져오진 못했다. 출구조사상 성별·학력·이념의 양극화는 여전히 확연하다. 그러나 해리스의 중도 전략이 없었다면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그 점에서 해리스는 당위적으로 칭찬받을 만했고, 승패만 따지는 결과론적 비판론에 받은 상처를 어느 정도 위로받을 수 있다. 이런 당위적 차원의 긍정 평가가 공허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중도로의 저변 확대를 시도하고 결과를 깨끗이 승복한 민주당이 2년 후 중간선거나 4년 후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트럼프 정책이 각종 난관에 부딪혀 표류하고 트럼프 이후를 놓고 공화당이 내분과 혼란에 빠질 시점에 중대하게 다가올 수 있다. 미국 경우는 비교학적 교훈을 준다. 선거 승인·패인의 결과론적 분석에 그치지 말고, 선거 과정상 후보들의 입장·행동이 당위적으로 어땠는지도 논해야 한다. 그래야 중장기적으로 공동선이 도외시되지 않을 수 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2024-11-18 18:36:03